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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행복의 나라

2022.02.17 13:0102.17

행복이 돈이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이제는 물건뿐만 아니라 감정도 상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연은 이 일이 믿기지 않았다. 나의 행복이 돈이 된다니. 이게 무슨 꿈같은 일인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행복할 때 측정되는 행복지수로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행복지수는 돈처럼 모을 수 있었고 사람들은 돈이 필요할 때 그저 행복할 때의 기분을 측정하기만 하면 됐다.

비록 측정하는 순간 행복한 기분은 사라졌지만 순도높은 행복일수록 금액이 컸기에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 즉시 행복한 기분을 측정했다. 그렇게 측정된 행복은 행복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구매하는 방식으로 거래 되었다.

세상에 부자들은 넘쳐났고 그들은 더 큰 행복을 느끼기 위해 돈을 아낌없이 지불했다. 하연은 그런 부자들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하연은 작은것에도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행복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연에게 행복은 이곳저곳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것이었다. 하연은 너구리에 든 다시마 두개에 행복했고 걷다가 우연히 본 귀여운고양이에도 행복해했다. 행복을 느끼자마자 사라지는게 아쉬웠지만 대신두둑해지는 통장을보며 다시 행복을 느꼈다. 지금 이 세상은 하연에게 딱 맞춘듯 완벽했다. 하연의 행복통장은 날로 두둑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억지로 다니기 싫은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 이유가 없어졌고 거리는 행복한 백수들로 넘쳐났다. 하연도 그 중 하나였다. 이제 사람들은 진정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들을 했으며 주변인들도 행복을 주는 이들만을 남겼다.

이혼율이 증가했고 인간관계의 단절이 심심찮게 발생했으며 사람들은 모든 것에 하나의 기준만을 들이댔다. '나의 행복' 그 단순함에 사람들은 또 행복해했다. 행복이 행복을 부르는 선순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핑크빛미래를 꿈꾸었고 세상에는 행복만이 가득했다.

하연은 행복했다. 통장이 두독해서 행복했고 하고싶은 것만 해도 삶이 돌아가서 행복했고 원하는 사람만 만날 수 있어 행복했고 행복해서 행복했다.

하지만 변화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어 이거 왜 이거 밖에 안 되지?" 하연의 행복지수에 책정된 금액이 예상보다 적었다. 전과 같았다면 지금 하연이 느끼는 이 행복은 못해도 지금보다 1/3정도는 더 받았을 행복이었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행복의 값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인터넷에선 자신의 행복이 제 값을 받지 못했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 현상에 대해 얘기하는 유튜버의 영상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연은 그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유튜버의 영상을 클릭했다. 유튜버의 주장은 이랬다. 행복에 시장원리가 적용됐다고. 모든 재화에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모두가 행복해지자 행복이 넘쳐나 행복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하연은 이게 무슨 멍멍이가 짓는 소리인가 했다. 행복이 넘쳐나면 좋은게 아닌가. 오히려 그 때문에 행복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시장경제따위 엿이나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연의 행복에 자그마한 구멍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긴가민가하며 떨어진 행복의 가치를 메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시작했다. 더 행복을 느껴야해 이것보다 더더더. 행복을 찾는 사람들은 눈에보이지 않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그럴수록 행복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갔다.

그러자 행복에 중독된 사람들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행복한 기분만을 느끼고 싶어하는 행복중독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행복의 가치가 떨어지자 행복을 쉽게 구할 수 있게됐음에 늘어난건 물론이고 현실을 도피하려 행복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전과 똑같은 것을 보거나 행동을 해도 행복지수는 전보다 낮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작은것을 봐도 아주 행복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익숙해져서 점점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하연의 행복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제야 하연은 부자들이 왜 행복을 비싼돈을 주고 구매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이미 다양한 행복을 맛보아서 어지간한 게 아니면 행복을 잘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연은 생각했다.

하연은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려 해도 이미 이곳저곳에서 행복을 많이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행복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그전에 쉽게 느꼈던 행복을 이제는 어떻게 해도 느끼기 힘들었다. 하연의 통장은 다시 얄팍해지기 시작했다. 모두의 지갑이 얄팍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행복의 가격이 다시 올라갔다. 행복이 다시 귀해지기 시작한것이다. 그러자 벼락부자들이 등장했다. 행복의 가치가 떨어질 때 행복을 모아온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 행복을 팔아서 부자가 된 것이다. 새로운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행복을 가진사람과 못 가진 사람들의. 행복은 부르는 것이 값인 아주 귀한 것이 되어 있었다. 하연도 그외 다른 사람들도 행복을 판매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남은 행복이 없었다. 돈은 점점 줄었고 결국 다시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했다.

하연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전에는 계속 행복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단조로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느낄때는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다 느낀 감정들이라 크든 작든 행복을 느끼기도 쉽지않았다. 행복을 느끼고 싶어 구매하고 싶어도 가격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삶은 전과 똑같아 졌지만 불행헸다. 행복이 사라졌다. 하연은 무서웠다. 계속 이 상태로 살게 될까 그게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같았다. 그들은 행복을 너무 일찍 소진했다.

세상은 불행으로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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