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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주점

2013.05.02 01:4205.02

주점



중세판타지 주점. 남자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고 소년이 일하고 있다. 모험가 차림의 노인이 들어온다.


소년 : 어서옵쇼!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노인 : 흑맥주하고... (메뉴판을 보며 망설인다.)에... 어...

소 : (귀찮은 듯 빠르게) 새끼 돼지 통구이는 어떠세요? 저희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인데.

노 : 오호! 돼지 통구이라. 맞아. 참 그립구나. 내가 어렸을 적에 한 번 먹은 적이 있었어. 왕궁의 음식에 비해서는 가정적이었지만 맛있었지. 배도 불렀고.

소 : (무시하며)네. 흑맥주랑 돼지 통구이요!


소년 카운터로 간다. 노인 두리번거리고 입맛을 다시며 다른 사람의 음식을 빤히 쳐다본다. 소년이 흑맥주를 노인에게 가져다준다.


소 : 흑맥주 나왔습니다.

노 : 오! (한입 들이켠다.) 카아. 이 맛이야.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구만. 그땐 용병녀하고 같이 왔었지.

소 : (테이블에서 떠나려 하다가) 모험가였어요?

노 : 껄껄. 그때는 정말 햇병아리였어 가지고. 지금은 그 용병녀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역시 죽었겠지. 그냥 용병인데.

소 : 이름이 뭔데요?

노 : 이름? 음 기억이 잘 안 나는 군. 머리가 붉은 색이었는데...

소 : (기대하는 표정으로)붉은 머리 여자 용병이면... 빅토리아 딘 아니에요?

노 : 아니야. 붉은 색이니까 레베카인 것 같아.

소 : (콧방귀 뀐다) 할아버지는 어떤 대단한 모험을 하셨는데요?

노 : 난 그냥... 어, 음유시인이야.

소 : 그래요? 저도 음유시인 많이 봐서 그런데 내기 하실래요?

노 : 무슨 내기?

소 : 서로 아는 이야기를 말해서 상대가 모르면 이기는 거예요.

노 : 호오... 어허허.

소 : 어떠세요?

노 : 그러자꾸나.

소 : 뭘 거실 건데요?

노 : 허허. 너는 뭘 걸 수 있니?

소 : 음... 보시다시피 그다지 걸 만한 건 없고요. 곧 풍이 오실 거 같은데 그때 되면 대소변이나 받아드리죠.

노 : 허. 맹랑하구나.

소 : 뭘 거실 거냐고요.

노 : 그래... 그럼...


소인이 가방 속에서 가죽 막대기를 꺼낸다. 노인이 살짝 덮개를 열어 보여준다. 안에는 보석장식이 되어있는 단검이 들어있었다. 노인이 그것을 테이블에 놓는다. 소년이 눈을 빛냈다.


소 : (흥분하여) 후후. 할아버지. 그거 걸어버리면 자식한테 물려줄 유산이 하나도 없게 되는 것 아니에요?

노 : 자식은 없어.

소 : 좋아요. 그럼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노 : 동전으로. 앞.


노인이 소년에게 동전을 튕긴다. 소년이 받아 열어보니 앞이었다.


소 : 먼저 하실래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먼저 하는 게 불리해요.

노 : 먼저 하지.

소 :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노 : 자네도 자신감이 대단하군.

노 : 음... 어디...(맥주를 한 입 마신다.) 그러면 그 얘기를 할까? 용사 히로가 천년의 마녀를 공략하러 갔을 때의 이야기지.

소 :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요.

노 : 그런가? 그러면 그건 접어두고.

소 : 물리는 건 안 되죠.

노 : 쯧. 호기부리는 것도 과하면...

소 : 빨리 이야기나 하시죠.

노 : (삐진 목소리로) 그냥 너부터 해라.

소 : 왜요? 먼저 한다고 했으면 먼저 해야죠.

노 : 그냥 내기 안하련다.

소 : 아이. 이러시면 안 되죠. 어떻게 남자가 한 입 갖고 두 말을 해요?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노 : 그래. 이게 접객하는 태돈가?

노인이 안쪽의 심술궂게 생긴 주인을 바라보자 소년도 흘깃 바라보았다.

소 : 에이. 알았어요. 내가 많이 양보해주는 거예요.

노 : 어디 이야기해보게.

소 : 훗. 그럼 저도 천년의 마녀하고 관련된 이야기 해볼까요? (노인의 반응을 기다리나 대답이 없다.) 천년의 마녀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는 자신을 퇴치하러 온 용사 히로에게 반했다고 하지요.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있었어요.

노 : 그건 몰랐는데!

소 : 후후. 그 남동생의 이름은 리차드. 혈연관계였지만 남동생의 마법은 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이가 리차드에게 마법을 걸어주었죠. 용사 히로에게 걸어준 것과 같은 반불노의 마법을.

노 : 그건 저주 아닌가?

소 : 그게 무슨 저주에요! 정신만 젊은 채로 있을 수 있으면 되는 건데! 약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야 다른 사람보다 빨리 늙어버리겠지만 리차드는 용사 히로처럼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노 : (입맛을 다신다.) 그래.

소 : 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엘리자베스가 천년의 마녀로써 허슬성에 군림할 때 리차드는 전 세계를 돌아다녔어요. 수백 년간의 여행으로 점차 인맥을 쌓은 그는 그의 야망을 서서히 진행시키기 시작했어요. 몇 백 년이나 된 지하조직 중에 아직까지 영향을 끼치는 도둑길드 시실리파 알죠? 800년 전 리차드가 들어갈 당시에는 그냥 작은 산적집단이었어요. 리차드는 시실리파를 키우면서 다른 조직에도 손을 뻗쳐요. 멸망한 하산 왕국의 조직만 이어져 내려오는 그림자 근위대, 이 세계를 마녀사냥의 광기로 몰아넣은 마법사회의 비밀조직 Wheel of Fortune, 동방정교 수은 학살단, 캐러반의 비정기 무희 회합까지... 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엘리자베스가 자기를 퇴치하러 온 용사 히로에게 반해서... 그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니까 넘어가고요. 리차드는 그래도 누이라고 엘리자베스를 구하려고 했어요. 그는 충직한 비서 흡혈귀 마리안을 엘리자베스에게 보내요. 그때까지만 해도 진실이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으니까요.

엘리자베스가 히로에게 반하여서 자신의 길을 저버렸다는 것을 안 리차드는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냉소적인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에게도 많은 여자가 있었고-마리안을 포함해서-모두 쉽게 농락시킬 수 있었거든요. 나의 누이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그렇게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그가 자기 여자를 천시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상 자주 만나주지 못했던 것이죠. 그 또 다른 증거로 마리안이 돌아오지 않자 그는 직접 그녀를 구하러 갔습니다.

그는 그녀가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었어요. 리차드와 히로는 똑같았거든요. 강력한 힘과 어떤 여자도 홀려버리는 매력. 그것은 동족살해의 본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어요.

고대 엘프의 호수에서 그의 거처를 찾을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히로는 여자들과 누워서 한가롭게 일광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마리안도 있었어요. 파리한 얼굴로 양산을 쓰고 있었죠. 그것을 본 순간 리차드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협상이라는 단어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무의식 속에 눌려있던 동족살해의 본능이 미친 것처럼 날뛰었죠.

하지만 그는 참을 수 있는 사내였어요. 음지에서 활동했던 것이 습관으로 남아있어서 다행이었죠. 그는 밤이 될 때까지, 히로가 혼자가 될 때까지 그림자 속에서 끈기 있게 기다렸어요. 그리고 그믐날 밤 마침내 히로가 혼자 저택 밖으로 나왔어요. 리차드가 신도 죽일 수 있는 히드라의 독을 바른 비수를 꽂기 직전에 히로가 말했어요.

암살 위협은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말이지...

리차드는 암살이 실패했음을 알았어요. 오히려 그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순식간에 끝나버리면 허무할 테니까.

마리안을 내놔라.

자기가 있고 싶다는데 어쩔 거야.

그럼 데려가야겠군.

아니. 강제로 끌고 가면 안 되지.

정적. 그것은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없는 신호탄이었죠. 그들은 7일 밤낮을 싸웠어요. 그리고 결국...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노인 대답하지 않는다. 소년 잠시 기다리고.


소 : 리차드가 이겼어요! 전설이 끝나는 시점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어느 샌가 용사의 새로운 전설이 생겨나지 않게 되고 그것을 끝장낸 사람은 결코 드러나지 않아요.

리차드가 이기긴 했지만 그에게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며칠 뒤 그의 꿈에 나타난 몽마 루나가 그의 몸을 꿈 속 세계로 끌어와 버렸거든요. 결국 리차드는 사람들의 꿈 속을 배회하는 존재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에게 그렇게 해가 될 것도 없었던 게 언제든지 누군가를 숙주로 삼아서 백일몽 상태로 만들어 조종할 수 있거든요. 가끔 루나를 놀리기도 하고요.

자. 제 이야기는 끝났어요. 들어본 적 있어요?

노 : 허.

소 : 들어본 적 있냐고요?

노 : 그래서 그 이야기는 꿈속에 나타난 리차드에게서 들은 건가?

소 : (비밀스럽게) 후후후. 출처는 비밀이에요. 그것보다 이런 이야기 들어봤냐고요?


노인 흑맥주를 마신다. 입맛을 다시며 음...하는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긴다.


소 : (답답한 듯) 안 들어봤으면 제가 이긴 거 맞죠?

노 : 아이. 그건 내 이야기도 들어봐야지.

소 : 빨리 하세요. 어차피 내가 이기겠지만.


노인 소년을 주의 깊게 바라본다. 지루하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린다. 노인의 얼굴이 순간 젊어 보인다.


노 : 그래. 그러면 어디 내 이야기를 풀어볼까. 히로가 엘리자베스를 잡으러 갔을 때 말이야. 엘리자베스가 통치하는 마을에 주점이 있었지. 딱 여기하고 비슷했을 거야. 뭐 주점이야 어디든 비슷한 법이지.

(사이)

그때... 아름다운 처녀가 일을 하고 있었지. 자네처럼... 아름답다고는 해도 평범한 인간이었어. 히로의 다른 여인들에 비하면 수수했지만... 어쨌든 아름다운거지. 그녀들이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 금, 은 같은 보석이라고 한다면 그녀는 한철 피다 지는 꽃이었지...


노인 흑맥주를 마저 마신다. 입맛을 다시다가 다시 흑맥주 잔을 기울여 혀로 거품을 핥는다.


소 : 한 잔 더 갖다 드려요?

노 : 그래.


소년 흑맥주를 가지러 간다. 주인이 잔소리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소년이 돌아오자 노인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소 : (테이블을 두드리며) 흑맥주 나왔어요!

노 : (눈을 껌뻑이며) 응? 내가 흑맥주를 시켰던가?

소 :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빨리 이야기나 계속 하세요.

노 :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소 : (짜증을 내며) 엘리자베스를 퇴치하러 갔을 때 만난 주점 처녀 이야기요!

노 :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던가?

소 : 네!

노 : (침울한 목소리로) 그래. 그렇군...

소 : 이야기 안할 거예요? 우리 내기하고 있었잖아요. 치매가 왔어요? 내가 이긴 걸로 해도 되요?


노인의 얼굴이 잠에서 깬 것 같이 생기가 돌아온다.


노 : 그래. (중얼거린다) 맞구나. 그러면,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구나.

소 : (차가운 목소리로)빨리요.

노 : 알았네. 알았어. 성질 급하구만. 허허. 그것이 젊음이지... (소년 귀찮은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는다.) 히로는 그 당시는 그녀가 예쁘다는 것을 몰랐어. 그러니까 다른 대단한 여자들처럼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게야. 하지만 히로도 나이를 먹으니...

(사이)

순식간에 스러지는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녀를 찾아가보았어. 그녀는 이미 늙어있었네. 죽음을 앞두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시집을 갔고 애들도 많이 가진 것 같았네. 병들었고...


노인 입을 다문다.


소 : (답답해하며) 그래서요?

노 : 음... 그 다음에는... 저... (한숨) 다 끝났네.

소 : (급하게) 이야기 다 하셨다고요? 그래서 제 결론은요. 그런 얘기 너무 많이 들어봐서 질릴 정도라는 거예요.

노 : 정말 그런가?

소 : 진짜로 흔해빠진 이야기에요, 그런 이야기는. 그냥 용사 히로 이름이나 갖다 붙였지 누구나, 어떤 남자든지 옛날에 봤던 미녀가 나중에 봤더니 할머니가 되어있었다. 인생무상. 이런 이야기를 하죠. 그건 인생무상도 아니고 그냥 자기가 늙은 거예요! 사람들이 자기 얼굴은 자주 안 보다보니까 잘 모르는 건데 여자가 늙었으면 자기도 늙은 거라고요! 자기는 영원히 젊을 줄로만 아나! 당연한 걸 우수에 차서 말하는 건 진짜 곰팡내날 정도로 질리는 이야기예요.

노 : (웅얼거리듯) 그렇구나...

소 : (겸연쩍은 얼굴로 노인의 단검을 곁눈질한다.) 그래서 내가 이긴 거죠?

노 : (노인의 눈이 반쯤 감기기 시작한다.) 그래...

소 : 저기, 소올직히 말해서 이런 보증인도 안 새운 내기가 공평하진 않잖아요. 근데 내가 이기긴 했고. 사실 다른 사람이 봐도 내 이야기랑 할아버지 이야기랑은 독창성에서 차이가 너무 나니깐. 나도 늙은이 주머니 터는 걸 좋아하는 그런 건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당하게 내기했고 내가 이기긴 했으니까 좀 그렇단 말이죠...

노 : (눈을 감고 있다.) 음...

소 : 그러니까 좀 그냥 팁이나 후하게... 저기요? 듣고 있어요?


소년 큰 소리로 노인을 깨우나 일어나지 않자 그의 몸을 흔든다. 노인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소 : (겁먹은 목소리로)죽은 건 아니겠지?


소년 노인의 목에 손가락을 대본다. 맥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놀란 소년은 천천히 노인에게서 떨어진다. 소년의 시선이 단검에 가서 꽂힌다. 한참 갈등하다가 소년은 슬그머니 단검을 품속에 감춘다. 소년이 허겁지겁 주방으로 도망간다.

노인이 벌떡 일어난다. 그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젊다.


노 : 젊음이란 오묘하구만.


노인, 혹은 젊은이는 흑맥주를 단번에 비워버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품속에서 동전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다시 동전을 집어 들어 튕기고 요령 좋게 호주머니로 받는다. 장난스럽게 웃고 눈치를 보다가 주점에서 도망친다.



===

친구 연습하라고 쓴 거라서 소설 형식은 아닌데... 일단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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