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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변화

2013.09.28 12:1009.28

변화
 
 그는 허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 위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지금이 언
제인지도 흐릿했다. 음식이 얼마 안 남은 탓에 며칠이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던 터
라, 힘이 없어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가 그대로 꽤 오래 자버린 듯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확 하니 몰려온 현기증에 그의 다리가 휘청거렸다. 침대 근처의 벽기둥을 의지
하여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짚었던 팔에 생각만큼 힘이 들어가지가 않아서 놀랐다. 집 앞
마당에서 쓰레기를 뒤지던 길 고양이한테 물린 상처가 아직도 낫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
이 심각해지기 전이니 벌써 꽤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런 것을 보면, 영양실조로 회복이
느려진 걸까. 허기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제 무슨 이유에서든지 더는 문
밖으로 나가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처음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
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은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세상은 무너졌다. 아니, 인간들이 알고 있던 세상은 무너졌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갑자기 등장했고, 그 특성과 인류가 발전시킨 교통 
수단들 덕분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그 바이러스가 인류에 치명적이었던 큰 원인
은 그 전염성이나 감염 속도, 치사율 따위가 아니었다. 사실 애초에 치사율을 논할 수가
없었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인간 숙주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변질시켜 버
렸다. 변질된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다른 존재였다. 사랑스럽기만 했던
자식이 부모를 공격했고, 시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그들을 물어뜯었다. 변질된 자들은
다른 인간들을 공격하거나 뜯어먹었고,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염되었다.
사람들은 절망적인 공포에 사로잡혔고, 이들을 좀비라고 불렀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
은 일반적으로 묘사되던 의미의 좀비같이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난 시체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욱 어울리고 이해하기 쉬운 명칭은 그 외에 없었다. 그렇지만 좀비라는 명칭에
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부 좀비 소설이나 영화들과 같은 극적 반전은 인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 변질된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법은커녕, 바이러스가 과연 맞기나 한 건지 그 정
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끝장'이었다. 이보다 더 알맞은 표현
방법은 없었다. 먹이 피라미드의 최상층, 거대한 도시들의 주인은 이제 인간이 아닌 다
른 존재의 무리로 바뀌었다. 더 이상 사회를 이루고 커다란 집단을 형성하는 행위는 그
들의 좋은 목표물이 될 뿐이었기에, 남은 인간들은 저마다 소규모로 뿔뿔이 흩어져서 어
딘가로 숨어들었다. 이 모든 것이 겨우 두 달여 만에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일 층짜리 집 안에 틀어박혀서 홀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 발단은 바이러스의 창궐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다. 불
과 이 년 전만 해도 그는 평범한 삼십 대 회사원이었다. 사회 초년생도 아니었고 그 나
이 대에는 흔하게들 하는 이직조차 해본 적이 없이 한 회사에서만 몇 년간이나 문제없이
일해오던, 그런 그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는 회사를 떠나고 싶어졌다. 막연한 이유는 아
니었다. 직장은 그가 학생 시절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에게 지나친 경직을 강요했
다. 그곳은 개인의 감성적 사고가 용납되는 곳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깊이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저 개인으로써의 자신을 죽이고 서로에게 맞추어 평준화시켜 능률을 높이
고 결과를 내는 집단일 뿐이라고 생각됐다. 그 안에서 개인은 그리 중요치 않아 보였다.
그는 지나친 낭만주의자이자 감성주의자였다. 갈수록 그렇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이질감
을 느꼈다. 어느 순간 그것이 극에 달하자 그는 그 동안 그토록 열심이던 회사와 일에
어떠한 애착도 흥미도 더는 느낄 수가 없었다. 더 이상은 어떠한 집단에도 소속되어 있
기가 싫어졌다. 사람들의 무리 사이에 있으면 그에게는 그저 끝없이 솟아오르는 갑갑함
만이 남았고 빨리 벗어나고만 싶어졌다. 아니, 그곳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다행히 그의
학자금 대출은 이미 상환이 끝난 상태일뿐더러 은행 계좌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돈이 모
여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처음에는 딱히 장기간 지속할 계획은 없
었다. 그는 길어봐야 서너 달 정도로 생각했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떼어버린 이후로는
이 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엔 그 정도의 휴식을 취하면서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의 휴식은 시작되었다.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데에는 거의 아무런 문제
도 발생치 않았다. 집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인 덕분이었다. 쓰레기를 버
릴 때 외에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정도였다.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 속에
서 시간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갔다. 육 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지만 휴식을
끝내기에는 아직 뭔가 부족한 것만 같았다. 게다가 딱히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조금 더 쉬기로 했다. 일 년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하지만
그가 느낀 변화라고는 자신이 더욱 완벽히 외부와 단절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없었다. 가
끔씩은 안부를 물어오던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연락 자체가 되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이 그에게 딱히 아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이제 전화는커녕 다른 사람과
의 인터넷 채팅조차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잠시 얼굴
을 마주치게 될 만한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집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만한
새벽 때에만 쓰레기를 내다 버릴 정도였다. 휴식을 시작한 이유도 어느 새엔가 그의 기
억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그저 먹고 자고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생활만이 계속 반복되었
다. 그런 생활이 가져다 준 것임에 분명한 공허함이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것을 그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문제로서 인식하고 해결할 의지는 없었다. 타인과의 만남이나
대화…… 예전에는 당연하게 반복해 왔던 것들이 이제는 부담과 텁텁한 껄끄러움을 넘어
서 혐오감과 두려움 같은 것들을 그에게 주기 시작했다. 일종의 사회성 결여일까? 더 이
상 자신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에게 들었다.
 
 그리고 몇 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갔고, 예의 그 사건이 터졌다. 처음에는 트위터 같
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여러 가지 기괴한 소문만이 돌아다니다가, 사태가 점
차 심각성을 띄기 시작하자 언론들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크게 다루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정부 성명이 발표되기까지 했다.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
갔다. 그리고 대중의 혼란이 가중되며 소요사태가 발생하였고 시위, 폭동, 마지막에는 쿠
데타까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란 사건은 모두 벌어지면서 감염은 통제할 수 없이 더
욱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따금 바로 그의 집 대문 밖 근처인 듯한 거리에서 시끄러
운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그것은 마치 저 멀리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
인 것만 같았고, 결코 그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거나 문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었
다. 집 안에서 오로지 인터넷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해서인지 그는 그다지 이 상황의 현
실감을 느낄 수 없었고 그런 그에게 혼란이나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흥
미진진한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며 즐기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
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전기가 끊겼고 통신도 완전히 두절되었다. 컴퓨터를 비롯
한 여타 전자 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조용히 혼자서 생각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간이 이어지자, 그는 점점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대한 실감이 그제야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무료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다는 점 외에는 그의 실생활에 그
리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집에 설치했던 자가 발전기 덕분에 얼마간은 전기를 계속
쓸 수가 있었던 데다, 신기하게도 수도 공급이 별 탈 없이 지속됐기 때문이었다. 더 이
상 큰 문제의 발생 없이 한동안은 그의 생활이 그렇게 이어졌다. 그런데 결국엔 식량이
떨어진 것이다. 매우 당연하게도 뭔가를 배달시켜서 먹거나 식 재료를 주문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옛이야기이기에, 이건 그에게 매우 큰 문제였다. 집 밖을 나가기 싫더
라도 이제 그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허기를 어떻게 계속 참아낼 수 있겠는가.
정말 우습게도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워 보이는 것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만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존재들은 만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곧 군의 통제 하에 모든 것들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테니 정부를 믿고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며 선포된 통행금지령이 마
지막으로 그가 들은 바깥소식이었다. 물론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바깥세상은 지금
쯤 지옥도일 것이다.
 
 배낭을 등에 멘 모습으로 현관 문 앞에 서서 그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허기에 다시
금 무릎을 꿇은 그는 곧 결심을 굳혔다. 뭔가 먹을 것이 필요했다. 그는 더 버틸 수가
없었다. 현관문에 달린 삼중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그의 한 쪽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
었다. 가까스로 문을 열고 나서서 고개를 들자, 머리가 아플 정도로 그의 눈이 부셔왔다.
신선한 공기가 기도를 통해 폐로 밀려들어왔다. 그 상쾌한 현기증을 버티지 못하고 그는
얼마 못 가서 마당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힘이 풀린 팔이 축 늘어졌다. 상당한
기간 동안 굳게 닫힌 문과 블라인드가 꼼꼼히 쳐진 창문에 둘러싸인 채로 완전히 밀폐된
실내에서만 생활해 왔던 그에게 바깥세상의 환경은 신체적인 그리고 약간은 정신적인 충
격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한동안 주저앉은 채로 멍하니 기우뚱해 있던 그는 약간 비
틀거리며 주섬주섬 다시 일어나서는 밖으로 나섰다. 그는 조심스럽게 집 주변부터 시작
하여 근처 골목들을 한참이나 둘러봤지만, 사람은커녕 개 한 마리조차도 전혀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적막만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내심
바랐던 상황에 약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상을 이내 떠올리고는 더는 긴장을 늦추는 일 없이 조심스럽게 발걸
음을 계속 옮겼다. 가장 먼저 그가 향한 곳은 대로변으로 향하는 동네 골목 어귀에 있던
편의점이었다. 그의 집에서 가까운 탓에 옛날엔 야식을 챙기러 그가 자주 들르던 곳이
다. 그 때문인지 별다른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그의 발이 그곳으로 향했다.
 
 지나칠 정도의 황량함이 전해져 오는 골목들을 몇 군데 더 꺾어지고, 편의점이 그의 눈
에 들어왔다. 의외로 멀쩡해 보이는 외견 때문인지 그의 걸음 속도는 빨라졌다. 그늘이
진데다 당연하게도 불이 꺼져있다 보니 멀리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가까워지면서 편의
점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이는 편의점 내부에는 물건이고 사람이고 남아있
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일단 들어가서 안을 살펴볼까 싶어 유리문을 당겨보았지만
잠겨있는 상태였다. 문에 테이프로 붙여놓은 A4 용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당분간
쉽니다.' 인건비 때문인지 자신이 직접 카운터를 보는 시간이 많던 편의점 주인아저씨는
당분간 쉬기는커녕 다시는 이 문을 열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편의점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볼까 싶어 근처에 뒹굴고 있던 벽돌을 주워들었지만 이내 떨어
뜨려 버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풍겨오는 냄새가 그의 허기를 강력하게 자극했던 것이다.
처음 맡아보는 듯한 냄새였지만 그가 여태 알고 있던 어떤 음식 냄새보다도 훨씬 매혹적
이었다. 그는 냄새를 따라서 자연스레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나와 대로변으로 나서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주인 없이 버려진 차들이 드문드문 멀쩡하거나 불타버린 채로 서서 텅 빈 대로를 채우고
있었고, 길 밖에는 예전과 변함없는 듯이 보이는 건물들이 태양 아래에서 그림자를 만들
며 늘어서 있었지만, 그곳에서 흘러나온 것들임에 분명해 보이는 다리가 성치 못한 의자
나 테이블, 깨지고 그을린 유리 조각, 부서진 간판의 잔해 같은 것들이 이리저리 굴러다
니며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 둘러보던 그는 왠지 모르게 약간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동네에서와 같이 무서울 정도의 정적이 이제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약간의 이상함으로 그에
게 남았다. 그리고 세상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흔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 사람 시체
나 좀비의 파편이라던 지 종말의 흔적이라고 부를만한 그런 것들이 여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그에게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청소부가 그런
유기물만 전부 깨끗이 청소한 걸까? 물론 말도 안 된다. 좀비가 모조리 다 먹어 치운 걸
까?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었
다. 궁금증에 이리저리 생각해 보긴 했지만 사실 그에게 지금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
었다. 허기를 채울 먹을 것들을 챙겨서 안전한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그의 과제이
다. 그는 점점 냄새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더 빨리 재촉했다. 주변 길가에 뒤져
볼 만한 빵집이나 식당이 몇 군데나 보였지만 그는 무시하고 그대로 지나쳤다. 냄새의
진원지인 듯한 건물이 이미 그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제이 마트'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달린 직육면체의 3층짜리 붉은 석조 건물이 곧 그의 눈앞을 가
득 채웠다. 건물은 꽤나 멀쩡해 보였다. 냄새는 그 건물 안에서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안에서 누군가 요리라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궁금했다. 정문으
로 다가가자 무겁게 내려진 셔터와 그 너머로 쇠사슬로 묶여있는 유리문이 보였다. 웬만
한 수단으로는 정문으로 들어가기를 포기하는 것이 나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크
게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무언가를 찾으며 건물 벽을 따라서 비잉 돌기 시작했다. 어딘
가 열린 곳이 있어서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멈춰 선 곳은 '직원
외 출입금지'라는 글귀가 붙어있는, 정문 입구에 비해 작은 철제 출입문이었다. 문은 살
짝 열린 채로 손잡이가 부서져 있었다. 여기가 분명했다. 그가 살짝 밀자 문은 차분한
마찰음만을 짧게 내뱉으며 조용히 열렸다. 손잡이는 누가 부순 것일까. 그리고 안에서
누가 요리라도 하고 있다면 문은 왜 장애물도 하나 없이 열린 채로 있는 것일까.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들어갈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는 어두운 건물 내부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열어둔 문 사이로 들어오던 빛이 멀어져 점차 희미해지고 어둠이 짙어졌다. 건물 내부
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것이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길게 펼쳐진 복도가 보였고
좌우로는 직원 휴게실이나 모니터실 등 이런저런 목적의 장소로 통하는 문들이 보였다.
꽤 많은 문들이 복도를 따라 이어졌지만 단순한 내부 구조 덕분에 냄새의 출처를 찾기는
쉬웠다. 그것은 매장 내부로 통하는 문이었다. 철제의 커다란 여닫이문은 닫혀있긴 했지
만, 주변 바닥에는 부서진 자물쇠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이 흩어져 있었다. 누가 안에 있
거나 다녀간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자 코를 넘어 몸 전
체를 감싸고도는 정체불명의 맛있는 냄새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참을 수
없는 냄새였다. 더욱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냉동식품 코
너가 보였지만 그는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쳤다. 전기가 끊긴지 상당히 오래 지났기 때
문에 냉동식품류는 온전한 것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이어서 주류 코너와 과자류 코너가
보였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물건들이 남아있었다.
주류 코너에는 그가 즐겨 마시곤 하던 스미노프 보드카가 아직도 여러 병이 그대로 진열
되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지나쳤다. 강렬하게 식욕을 자극하는 그 냄새
가 이제 바로 옆에서 나는 듯이 느껴졌다. 그가 냄새를 쫓아 주류 코너 밖으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귀청을 찢을 듯 커다란 소리가 그의 귓전을 때렸다. 아니, 실제로 무엇인가
가 그의 귀를 때린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마치 전원을 누른 텔레비전의 화상처럼 눈앞의
모든 것이 뒤틀리며 작아지고 사라졌고 그는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의 축축함과 눈꺼풀 속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빛에 그는 금세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잠깐 기절했던 모양이었다. 눈은 떴지만 아직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고, 그의 머
리는 멍하니 회전을 멈추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는 얼굴 한 쪽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느낌에 뭔가가 묻었나 싶어서 손을 들어 닦아내었다. 그
러자 손에 축축이 묻어나는 것은 피였다. 뭔가가 공격한 것이다.
 
 "움직이지 마!" 쓰러진 그 앞에 어떤 남성이 나타나 소리쳤다.
 
 "어쩔 거야 오빠…… 좀비가 아닌 것 같아. 내가 그러게 말했잖아, 생긴 걸 보니 좀비
아닌 것 같다고. 좀비는 시체처럼 생겼단 말이야." 소리친 남성의 뒤에서 앳된 여성의 목
소리가 들렸다.
 
 "일단 응급처치라도 해야 해!" 앳된 목소리가 남성의 뒤에서 나와, 쓰러진 채로 나뒹굴
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남성이 한 손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안 돼. 일단 기다려봐. 좀비가 아닌 사람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어."
 
 "넌 누구지? 어디서 왔어? 뭐 하는 녀석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끝장일 줄 알아!" 남성이 그에게 소리쳤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그가 힘겹게 고개를 들자, 그의 눈앞에는 낯익은 소총의 총구가
흔들리고 있었다. 엠 십육 에이 원. 익숙한 녀석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 계속 사용했던
총. 그는 생각했다. 눈앞에 총구를 들이밀고 있는 이 남성은 군인일까? 아니다, 군인이
군복도 안 입고 어린 여성과 단둘이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총은 어디서 난 걸까. 아
니 그보다 빨리 이 남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애써 대답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의 생각은 의지와는 달리 거기서 끊어져 버렸다.
 
 잠시 후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다행히도 축축한 느낌은 없었다. 그는 일
단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아픔도 없었다. 압박 붕대 같은 것이 그의 머리와
총상 입은 귀를 둘둘 말고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남성의 일행인
여성이 응급처치를 결국 해준 모양이었다.
 
 "깨어났나? 우리가 널 살려준 사실에 감사하라고. 너 때문에 아껴둔 펜타닐까지 썼어.
그거 요샌 정말 구하기 힘든 진통제란 말이야." 근처 어둠 속에 있던 남성이 그렇게 말
하며 그에게 다시 다가왔다.
 
 남자가 들이대는 손전등 불빛에 그는 눈이 따가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를 겨누고 있
는 총구는 더 이상 없었다. 조금은 흥분이 진정된 모양이었다. 남자가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그의 입에 물렸다. 남자는 자신도 하나를 입에 물었고, 두 사람의 담배에
불이 붙었다. 이윽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 여동생은 물건들을 챙기고 있는 중이야. 우리도 실은 먹을 것과 생필품을 챙기러
이곳을 찾아왔지. 그러다가 당신을 보게 된 거고, 무리에서 떨어진 좀비일거라고 생각했
어. 자네 귀 일부를 날려버린 일은 사과하지."
 
 남자가 물고 있는 담배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아…… 지금은 말하기가 힘들 거야. 꽤 강한 진통제라서 말이지. 지금은 그냥 듣기만
해."
 
 "진통제 효과는 두 시간 정도 밖에 안 갈 거야. 미안하지만 그 다음은 알아서 해. 뭐,
불의의 사고였던 거니까 말이야. 이해하지?" 남자는 그렇게 물으며 가볍게 옆에 기대놓
은 소총을 툭- 하고 쳐 보였다.
 
 남자는 계속 말했다.
 
 "우린 여기서 멀지 않은 아파트에서 숨어서 지내고 있어. 그 아파트 단지에는 우리 말
고도 일행인 사람들이 좀 더 있지. 다들 우리와 같은 제 삼 방호 격리 구역에 있다가 서
울로 돌아온 사람들이야. 방호 격리 구역이 뭔지는 알고 있나?"
 
 남자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흔드는 것 같이 보였다.
 
 "뭐, 혼자 지내왔다면 모를 수도 있겠지. 일 터지고 나서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하는 게
없었어. 처음엔 어찌어찌 사태를 수습하려 조치를 취하는가 했더니만, 어디론가 도망치
거나 실종되는 국회의원들이나 정부 요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혼란 상태에 접어들었지.
언론들은 찌라시 수준을 기사들을 올리며 선동 질을 해댔고, 폭력 시위도 발생했어. 간
간이 약탈도 발생했지. 그러자 군대가 나서더군. 계엄령이 선포됐고, 동원령도 선포됐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도시마다 민간인의 통행이나 출입을 통제했지. 그리고
최대의 인구가 밀집된 서울의 민간인들을 다른 도시로 대부분 분산시켰어. 인구가 많이
몰려있으면 그만큼 감염의 빠른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지. 맞는 말이고 나름 올바른
조치들이었어. 군대가 정부보다 나았지. 뭐, 아무튼 각 크고 작은 도시는 군인과 민간인
등 많은 인력이 동원돼서 도시마다 상당히 견고해 보이는 형태의 방어선을 구축했어. 출
입이 철저히 통제됐고, 요새화된 도시는 잘 버틸 것 같았지. 그 요새 도시들을 군에서는
원래의 이름으로 부르는 대신 제 일, 이, 삼, 사 하는 식으로 번호를 붙인 방호 격리 구
역으로 불렀어. 몇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게 작전상 구분하기 쉬운 명
칭이었나 봐."
 
 남자는 말을 멈추고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들고 있던 담배를 깊게 빨았다.
 
 "하지만 우리 격리 구역은 채 한 달을 못 버텼어. 방어선이 뚫려버린 거야. 몇 천, 아니
몇 만쯤은 되어 보이는 좀비 무리가 들이닥쳤거든. 난 그 때 멀리 떨어진 빌딩에서 그
광경을 목격했는데 마치 뉴스에서나 보면 쓰나미가 밀려오는 모습 같더군. 그걸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곤 금세, 아비규환이 펼쳐졌지. 부모님이나 가족들은 방어선에서
가까운 곳에 있던 터라 구하러 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 같이 있던 여동생 손을 붙잡
고 앞만 보고 달려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지.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그 곳에 다시 돌아
갈 수는 없으니, 난 정신없이 슬퍼하는 여동생을 끌고 무작정 서울로 왔어. 무사히 탈출
한 사람들 중 일부도 나를 따라서 같이 오더군."
 
 남자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서 끄고는 마지막 연기를 길게 뱉어냈다.
 
 "서울에 도착하니 좀비는커녕 개새끼 한 마리도 보이질 않더군. 뭐, 불행 중 다행인 건
지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다들 각자 집에 돌아가기는 불안해서 모여서 지내고 있는
중이지. 네 녀석이 우리가 서울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본 다른 사람이야. 첫 만남이 험하
게 돼서 유감이지만 난 당연히 좀비일거라고 생각했지. 가까이에서 좀비를 본 적은 없어
서 실제로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 지 잘 몰라서 말이야. 그저 소문만 들어왔거든……. 정
부든 군대든 도통 뭘 알려줘야 말이지, 그저 통제만 해대기 바쁘니."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그에게 돌연 다시 허기가 찾아왔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렬
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몸 안에서 속을 후벼 파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지러움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리고 그 냄새가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식욕을 자극하는
미칠 듯한 유혹. 그것이 너무도 강렬하게 다가왔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봐, 왜 그래? 설마 아픈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진통제 효과는 분명히 두 시간……
"
 
 남자는 하려던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 벌린 입에서는 이제는 말이 아닌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가 남자의 목을 물고 있었다. 그리곤 고개를 세차게 돌려 물고 있던
목줄을 뜯어내었다. 남자는 피를 뿜으며 마치 브레이크 댄스를 추듯 바닥에서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켰다. 그가 찾고 있던 그 냄새. 그를 더욱 허기지게 만들던 그 냄새. 그 냄새
가 이제는 그의 입안을 감돌고 그의 위를 채우며 오감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쫄깃한 이
육질! 향기로운 피 냄새! 하지만 남자의 피와 살점을 뜯어 삼킬수록 그의 허기는 충족되
기는커녕 더 심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계속 정
신없이 뜯어 삼켰다.
 
 "오빠? 오빠, 무슨 일 있어?"
 
 매장 반대편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건 챙기러 갔다던 남자의 여동생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그는 이제는 시체가 된 남자의 옆에서 떨어져 뒹굴던 엠 십육 소총을 조용
히 집어 들고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의 통로를 향해 조준했다. 아니, 정확히는 냄새의
방향을 따라 조준했다. 그가 먹던 남자의 것보다 더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 과거에 2년
간이나 다루었던 익숙한 총이기에 어려울 건 전혀 없었다. 그는 오른손 엄지로 안전장치
를 레버를 풀었다. 그리고 마치 영점 사격을 하듯이 세 발의 총성이 짧은 간격으로 연달
아 울렸다.
 
 수 시간 정도가 지난 뒤에야 그는 다시 마트 밖으로 나왔다. 맛있어 보이는 부분은 마
지막 한 점까지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웠고 배도 이미 불룩해져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도저히 채워질 것 같지 않은…… 끝이 없는 느낌.
좀 더, 좀 더 필요했다. 그가 아까 먹어 치운 것과 같은 그런 것들이 말이다. 사람을 먹
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나 죄의식, 혐오감 따위는 그가 남자의 목을 물어뜯을 때부터 이
미 없었다. 그 안의 무엇인가가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인간이란 존재에서 멀
어졌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자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충족되지 않는 허기만이 그대로
남아 변함없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마트 앞의 대로 저 편에서 꽤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군대가 보조를 맞추어 행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리였기에 그는 본능
적으로 근처에 버려져 있던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엄청난 숫자인 듯한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이윽고 그 정체도 그의 시야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헤아리기 힘들 정
도로 커다란 무리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아니 한 때 사람이라 불리던 존재들이었다. 어
찌 보면 신기하게도 그들 중 어느 하나도 영화에서 나오던 좀비 같은 모습을 지닌 자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와 같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눈동자. 어딘가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모습. 인간보
다도 더 조직화된 무리 생활을 하는 짐승들 같은, 혹은 군락체 같아 보이기도 하는 집단
적 움직임. 그들은 대로를 가득 메우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숨어서 지켜보고 있
던 그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여 모습을 앞에 드러냈다. 순간, 대로의 좀비 무리가
일시에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을 다시 진행
하던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좀 더 앞으로 나와서 그들이 향하는 곳을 보았다.
건물들 사이로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쪽에서 예의 그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
다. 그는 지금은 뱃속에 소화물이 되어 들어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들과 같이 온 사람들이 모여 있다던 그 아파트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냄새와 기억에
이끌려 그의 몸이 대로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듯 보였으나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그의 집
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관련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내면은 그가
무리에 합류하여 그들과 하나가 되고, 함께 허기의 충족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가 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끝없이 보이는 행렬을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는 다시 동네 골
목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곳은 여전히 적막했다. 편의점에 붙어있는 쪽지도 그대로
였고 골목길과 집들도 그대로였다. 어느 무엇 하나 변한 건 없었다. 그는 그 적막과 고
요를 뚫고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또 고독하게 계속 발걸음을 옮겨 마침내 집에 도착했
다. 그리고 삼중 잠금 장치가 된 문을 다시 닫고는 주저앉았다. 허기는 남았지만 더 이
상 그를 자극하는 냄새는 없었다. 그 곳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안도감과 평화를 주었다.
그는 돌아오길 잘 했다고, 다신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고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는 변했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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