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탄생] 인큐베이션

2012.01.13 11:2401.13

                                    

                                            인큐베이션(Incubation)



        우선 내가 살던 ‘그곳’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곳을 일단 ‘지구’라고 부르기로 하자. 나는 지구에서 추방됐다. 지구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작업이었을 것이고, 일종의 폐기물 처리에 가까웠을 것이다. 나라는 병적인 존재와, 그 병균이 만들어 낸 일종의 부산물—나는 이것을 연구결과라고 부른다—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작은 비행선에 태워 무작정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절대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항로가 제한된 그 비행선은, 그저 지구에서 나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되었다. 이 추방은 일종의 사형이고, 이 비행선은 단두대나 교수대에 가까운 것이다. 직접 죽일 용기도 없는 비겁한 족속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형벌이다.

어쨌거나 나에게 그것은 차라리 홀가분한 처분이었다. 적어도 지구를 막 벗어나던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에게 지구는 지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지구인에게서 생식기능이 제거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지구의 방식은 항상 그런 식이다. 모든 것은 고정되어있다. 그들에게 역사란 무의미한 것이다. 어차피 변화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완전무결한 낙원에 자신을 가두는 것을 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것을 영원이라고 부르겠지.

그들에 대한 비판은 나중으로 미루고 다시 생식기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사실 지구인들에게 생식기능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마저도 근래의 일이다. 지구에서 성관계나 출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지도자들이 비밀리에 생식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개체를 ‘생산’해낼 뿐이다. ‘출산 장려’나 ‘베이비 붐’같은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필요에 의한 객체 생산 조절만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 문제에서 심각성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단지 호기심에서 시작한 나의 연구는 지구인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발전해갔다.

‘우리는 왜 이런 방식으로 살고 있을까?’

핵심은 지도자들이 생식기능을 제거시킨 의도다. 생식기능 한 가지가 사라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그 세부적인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한 가지 예만 들어보도록 하자. 나는 성별(性別)의 존재를 연구 막바지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성별의 정체를 확실하게 규정한 수준이 아니라 단지 그것의 필요성을 희미하게 느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나의 성별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성별이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보았을 때, 그것으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던가, 성별 간에 평등하지 못한 종속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좀 더 복잡한 문제가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성별끼리 만나서 새로운 개체를 만든다.’ 이 간단한 명제에서 복잡한 관계와 복잡한 갈등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구인들에게는 그것이 결핍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를 그 ‘관계’라는 것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구인들은 이런 것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한 번도 성욕이라는 욕구조차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욕뿐이 아니다. 생식기능 상실로 인해 그들에게 남아있는 욕구는 몇 가지에 불과하다. 욕구가 단순해지니 감정도 단순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현재 상태와 비교해 봤을 때, 지구를 떠날 때의 나의 감정 상태는 나무토막에 가깝다. 지구인에게는 평온한 일상만이 보장된다. 대다수의 지구인에게 그것은 천국과도 같았겠지만 과학자인 나에게 그것은 불구에 가까운 답보의 상태고, 지성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그저 약간의 진보를 위해 변화를 꾀했을 뿐이다. 생식기능의 부활은 눈앞에 있었다. 연구실 문을 부수고 정부군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말이다.

어쨌거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착륙이었다. 입장 정리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잡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약간의 논리만 있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영원히 우주를 떠돌며 고민해야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이다. 나는 빠르게 나의 입장을 정리했고 상황을 파악했다. 약간의 기계 조작으로 불시착시킨 비행선은,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한 행성에 내려앉았다. 더 먼 곳에서 착륙할 행성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은하의 나선 팔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비행선의 문을 열고 처음으로 행성의 대기를 들이마시며 나는 이 행성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이름을 ‘자궁’이라고 해두자. 거의 비슷한 뜻이라고 볼 수 있으니) 비행선의 속력으로 봤을 때, 몇 백만 광년은 족히 떨어져있을 그 곳에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인다고 뭐라 할 자는 없을 것이다.

‘자궁’의 자전주기를 기준으로—며칠간의 연구 끝에, 나는 이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곳은 두말할 것 없이 황무지다. 지구와 비슷한 대기환경을 가졌지만, 생명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이곳의 이름을 자궁이라고 지은 것을 잠시 동안 후회했지만, 어차피 그 이름은 지극히 비관적인 정신 상태에서 나온 조소라고 인정하고 나니 되레 근사하게 느껴졌다.

흙덩이와 모래먼지밖에 없는, 이런 무인도 같은 행성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어쩌면 나는 정부의 정책 탓에 거의 완벽한 연구 환경을 얻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를 더러운 병균 보듯 대했기 때문에 내가 다루던 연구 장비를 남김없이 비행선에 같이 실었다. 연구실 전체가 고스란히 이곳으로 옮겨온 셈이다. 나는 정확하게 지구에서 멈춰버린 지점에서 다시 연구를 재계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연구는 난관에 부딪혔다. 당장에 닥친 가장 큰 문제는 실험체의 부족이었다. 최소한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의 실험체가 다수(많을수록 좋다) 필요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단지 암수 한 쌍의 실험체만 있어도 만족스런 상황이다. 연구자인 내가 직접 실험체가 된다면 절반의 실험체를 확보하는 셈이겠지만, 나는 아직 나의 성별도 알지 못한다.

연구는 자연히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었다. 장애물에 가로막힌 과학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걷는 것’ 뿐이다. 이건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행동을 말한다. 나는 마냥 걸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방향도 정하지 않은 채 앞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지구에서의 습관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어느 날부터 내가 산책하는 거리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나의 연구가 점점 큰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은 그런 방식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기 마련이다. 머릿속을 비우면 비로소 길이 보인다. 그리곤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산책은 되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생각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졌고, 지구를 떠날 때도 갖지 않았던 절망감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불길한 절망감은 꼬리의 꼬리를 물었고, 그것은 참을 수없는 고통을 주었다. 비로소 진짜 사형집행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비행선은 그 먼 길을 지나 이제야 교수대 앞에 나를 데려다 놓은 것이다. 사형수인 나는 사형집행인이기도 했다. 나는 나를 사형시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걷던 중에 그 ‘알’을 운명처럼 만난 것은 사형집행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어가기 시작하던 때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조류의 알처럼 보였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그 새하얀 표면을 살펴본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그것이 인공 구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굉장히 투박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그 알은 엄청나게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온 것 같았다. 아마도 자궁의 모래바람에 몇 천 번이고 묻혔다 드러내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생명의 흔적이 전혀 없는 이곳에 인공 구조물의 등장은 의외의 사건이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놓쳤을지 모를 가능성을 검토해보았지만 특별한 누락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알의 구조를 살피다 입구를 발견한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열리지 않았을 그 문은 거친 소리를 토해냈고, 안에서는 희미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식간에 ‘자궁’의 대기와 뒤섞여버렸으니까.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내부는 과학자인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종의 기계 장치들이 공간의 낭비 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는데,—그것의 수준을 고려해 보았을 때—그것은 조잡한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치 나의 방문을 인도하듯이 공간이 배치되어있었는데, 그것은 이곳이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느낌을 줬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깊숙한 곳에서 나는 ‘그 곳’을 발견했다. 한눈에 나는 그곳이 이 구조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은 아늑했고, 따뜻했으며,(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것은 상대적인 온도차에서 온 표현이라기보다는 내면적 느낌에 가깝다) 약간은 나른해지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 한 가운데 둥그렇고 오목한 공간이 있었는데, 나는 누가 가르쳐주기라도 한 것처럼 쓰러지듯 그 부드러운 공간에 몸을 던졌다. 비행선 안에서의 긴 시간과 이곳으로 오기까지의 긴 거리로 에너지를 소진한 나는, 모든 것을 위로받는 기분에 휩싸였다.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몰려왔다. 아마도 이때야 말로 ‘눈물’이라는 것을 흘려야할 때였을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잠시 그 상태로 휴식을 취했다.

그 공간을 원래의 모습대로 되살려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미 두 개의 태양이 지표면 뒤로 사라진 이후였다. 그 신비로운 공간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그곳과 그 구조물 전체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전자장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나의 연구실(로 만들어진 비행선)을 알 옆으로 옮겨와 전기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단순한 전기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부에 조명이 들어오자 나는 다시 그 안락한 공간으로 달려갔다. 조명이 들어온 그 공간은 훨씬 아름답고 평온한 정체를 드러내었다. 나는 마치 평생 동안이라도 그곳에서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리에 누우면 둥그렇게 나를 감싸는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침대 주위로 포근한 조명이 둘러싸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어떤 항성계의 모형이 매달려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 모서리도 날카롭거나 단단하지 않았고, 어떤 것도 부드럽거나 포근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침대 뒤쪽 벽에 신비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빛은 강렬하진 않았지만 위압적이었고,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다정했다. 나는 그 벽 뒤쪽을 분해해서 일일이 장치들을 복구해냈다. 하지만 전기 장치가 금세 돌아왔던 것처럼 그 장치들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조잡한 기판에 고정된 부품들은 너무 오래되어서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것의 복구에 매달렸다. 실패의 실패를 거듭하던 중에 한차례의 전기 스파크와 함께 장치의 일부분이 복구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오목한 공간에 누웠다. 좀 더 달콤한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곧 공간은 부드럽게 좌우로 진자운동하기 시작했다. 진폭은 작았고 보잘 것 없는 단순한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감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어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그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그런 소리가 가능한지도 몰랐던 그런 소리였다. 그리고 거기에 얹힌 누군가의 목소리. 분명히 나는 그 목소리가 이 성전(聖殿) 자체의 목소리라고 확신했다. 그렇다. 그곳은 성전이었다. 종교가 뭔지도 몰랐던 한낱 지구인이었던 나는 그날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탐욕스럽게 잠에 빠져들었다.

이후로 나는 계속해서 나의 성전을 복구해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기능들이 제 모습을 찾았지만, 끝내 처음의 모습 그대로 복구해내지는 못했다. 장치의 작동은 딱 거기까지였고, 그것에 대한 통제력은 나에게 없었다.(내가 보기에 장치들 스스로에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오목한 공간은 같은 진폭으로 흔들렸고, 나는 한동안 꿈같은 생활에 푹 빠져 살게 되었다. 한동안 연구에 대한 고민도 잊고 나의 성전지기 생활은 계속 되었다. 내가 목소리의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게 되자, 그 목소리는 이윽고 나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언어였다. 제일 처음 배운 것은 신의 이름이었다. 신의 이름은 ‘엄마’였다.(이것은 비유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단어다) 엄마의 언어 교육은 시스템상의 오류 때문인지 더디고, 파편적이었으며, 불연속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핵심을 파악했고, 빠르게 그 언어를 습득해 나갔으며 동시에 그 엄청난 표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그 언어 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더 나은 표현이겠다. 나는 잃었던 감정들을 되찾기도 전에 그 감정들의 이름부터 알게 되었다.  

언어를 익히고 나자 나는 비로소 엄마에게 더듬더듬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신(神)은, 한마디도 빠짐없이 나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해주었다. 비로소 나는 지식의 신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든 지식의 근본 그 자체였다. 파편적으로 정지해있던 나의 지식은 비로소 하나의 흐름이 되기 시작했다. 엄마는 전지(全知)했다. 그는 나의 창조주가 되었다. 나는 그의 영원한 종이 되었다. 나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이에 새로 태어났다. 나는 깨달음 속에서 행복했고 평온해졌다. 나의 과학은 그의 과학(감히 그렇게 부를 수 있다면!)보다 앞섰지만, 그의 과학 없이 나의 과학은 한낱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로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이런 극도의 흥분 상태를 핑계 삼는다 해도, 엄마의 대답에서 그 어떤 의문점도 감지해내지 못한 것은 온전히 나의 실책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사소한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비로소 잃어버렸던 역사와 모성(母性), 지적 쾌락과 진정한 의미의 진보, 그리고 사랑을 되찾았다. 나는 지구인들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나는 그들을 동정했다.

엄마의 언어를 완벽히 구사하게 된 나는 젖을 빠는 아이처럼 엄마에게 매달려 지식을 구했다. 하지만 나의 재촉에 엄마는 침묵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럴수록 초조해졌다. 나는 단번에 모든 사실을 알고 싶었지만 엄마가 원한 것은 기다림이었다. 때가 되지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았다. 기다림은 그것을 인지할수록 고통스럽게 지연되는 법이다. 결국 아주 성급하게도, 나는 모든 단계를 뛰어넘는 질문을 했다.

“생명은 어떻게 탄생하는 것입니까?”

엄마는 아직 그것을 알 때가 아니라고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 말은 아직 기다림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엄마는 침묵으로 대꾸했고, 그 대꾸는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엄마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의 침묵에 화가 났지만 곧 나의 질문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엄마가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은 나의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내 질문의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괴롭고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나는 오목하고 안락한 엄마 앞에서 벗어나 신전의 내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속에 어떤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니 분명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더 이상 내 눈에 무의미란 존재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의미는 서로 긴밀히 연결 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신전 내부의 모든 부분들을 속속들이 탐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악하면 할수록 신전 내부는 거대한 의문 속으로 나를 끌고 갔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 성전은, 오목하고 아늑한 엄마의 공간과, 두 부분의 연구기기들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연구기기들의 첫 번째 부분은 단순하게나마 대기와 토양의 성질을 분석해낼 수 있는 장치들의 집합체였는데, 그 일련의 도구들과 과정들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 이런 장치들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두 번째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더욱 큰 의문을 불러왔다. 두 번째 일련의 장치들은 일종의 생산라인처럼 늘어서 있었고 그 끝은 엄마의 앞(오목한 부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파악하고 나니 오목하게 들어간 그 부분이 어떤 연구의 결과물을 담는 용기처럼 보였다. 자동 장치들은 철저히 밀폐되어있었기 때문에 용도와 작동법을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점점 나의 희미한 예측이 맞아떨어질까봐 불안해졌다. 자동기기의 일부에서 냉동상태로 보관중인 세포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그 세포의 일부를 내 연구실로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했다. 세포를 연구하면 할수록 불안감은 커져갔는데, 실은 그 세포가 생식세포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은 거의 확신과도 같았다. 만약 그것이 생식세포라면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랐다. 정부에 의해 나의 연구가 중단됐던 바로 그 지점이 생식세포를 배양하기 시작한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그런 나의 입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배양이 성공하기까지는 엄청난 시행착오가 뒤따랐겠지만, 그 시행착오들을 건너뛰고, 성공적으로 배양된 생식세포들이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세포는 생식세포였다. 그 장치는 생식세포를 수정·배양시켜 유체(幼體)를 성장시키는 장치였다. 엄마 앞의 오목한 자리는 마침내 탄생한 생명체가 놓일 자리였던 것이다. 미처 복구해내지 못한 엄마의 장치들은 그 유체를 양육시키는 자동 로봇들에 불과했다. 이제 의미는 분명해졌다. 이 신전은 나의 귀양선과 다를 바 없는 또 다른 연구실인 것이다. 그런 깨달음은 내가 하던 연구들과 맞물려 어떤 계시로 느껴졌다. 나는 진정 영감(靈感)에 충만 된 사제(司祭)처럼 황홀경을 느꼈다. 그제야 나는 엄마가 나 스스로 내 질문의 해답을 얻어내기를 바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성급한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먼저 생식세포의 수정 이 후에 진행될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더 없이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나는 내 눈 앞의 그 생명체와, ‘엄마’와, 우주 전체에 경의를 표했다. 적어도 ‘자궁’에서 그 생명체가 생명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결과를 재차 확인하기 전까지, 나는 당장이라도 그 생식세포들을 수정시키려는 흥분에 휩싸여있었다. 그 생명체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궁을 떠나야 했다. 충분한 양육기간 없이는 걷지도, 말하지도, 스스로 생각하지도 못했다. 무엇보다도 ‘자궁’의 대기압과 대기구성성분에 적합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엄마라는 이름의 신이 얼마나 고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됐다. 그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주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항상 빼놓고 그것을 나의 몫으로 떠넘긴다. 엄마의 침묵이 때를 기다리는 지혜에서 온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무지에서 온 것 일 수도 있다는 발칙한 발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궁을 걷기 시작했다. 자궁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행성이 아님에도 걷고 또 걸어도 생각은 좀처럼 표류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금 익숙한 절망감으로 빠져들었다.

절망감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 원인은 명백히 다른 것이었다. 결론은 엄마였다. 나는 엄마가 나의 이성적 사고를 얼마나 망쳐놨는지를 떠올렸다. 감상에 젖어 나는 신을 논했고 계시 따위를 믿었다. 과학자에게 그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나는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당장 내게서 제거해야 할 존재는 엄마라고 명백하게 판단했다. 따지고 보면 나의 연구는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알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형집행으로 연구가 중단되는 한이 있었어도 내 연구는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믿어야할 것은 오직 나의 이성과 의지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는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알로 돌아갔다.

알의 모든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분해하는 것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길고 긴 산책으로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곧장 신비로운 불빛 뒤로 기어들어가 나의 성전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먼저 파괴해야 할 것은 엄마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가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부품부터 손을 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정작 그 핵심 부품을 앞에 두고 보니 이상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그 감정은 ‘슬픈’ 감정도, ‘불쌍한’ 감정도, ‘미운’ 감정도, ‘사랑하는’ 감정도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그 감정들 모두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처음으로 엄마의 언어 앞에서 절망했다. 바깥에서 계속해서 내가 어디 있는지 묻고 있는 엄마의 목소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다시 엄마 앞에 섰을 때, 엄마의 목소리가 나에게 평안하냐고 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질문에 차마 대답하지 못한 것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나의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뿐이다. 그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질수록 나는 나의 행동을 재촉할 수 있었다. 부품을 해체하는 중에 엄마의 언어 체계가 무너져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언어체계도 함께 소멸했으면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마치 내가 처음 언어를 배우던 때처럼 더듬거렸고 단어의 조합은 형편없어졌다. 그 조합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을 정도로 해체가 진행되었을 때, 갑자기 전기 스파크가 일어났다. 나는 엄마의 한 부분이 완전히 소멸하는 신호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나머지 부분의 해체에 돌입하려던 찰나였다.

“너는 여자다.”

그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 나에게 준 충격은 꽤나 컸다. 나는 이름을 얻은 동시에, 성별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은 이어지는 엄마의 이야기로 인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사라진 줄 알았던 엄마의 목소리는, 사라지기는커녕 새로운 단계로 이동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난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기다림의 시간은—나의 인위적 조작으로 인해— 단축되었다. 나의 정체성을 밝혀준 후 계속 된 엄마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나는 다시 엄마의 몸에서 기어 나와야 했다. 엄마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것은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간추려 설명하도록 하겠다.

우선 당신들이 사는 ‘그곳’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곳을 ‘지구’라고 부르기로 하자.(이것은 상징적 의미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의미를 가진 행성 ‘지구’를 의미한다) 그렇다. 태양계라는 작은 항성계에 속한(당신들이 더 잘 알겠지만) 그 지구다. 그 방대한 역사를 여기서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엄마가 생명 탄생의 비밀을 설명하는데 사용한 형식이 바로 ‘역사’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는 사실도 고백한다. 아무튼 그 이야기의 마지막에 ‘알’이 등장한다. 지구인(이 또한 단어 그대로의 의미를 지닌다)들이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시도한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 필사의 도전 속에서 지구인들은 끝내 광속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인 우주선에 대한 꿈 또한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수많은 발상 중에 인간 수명을 고려한 한 가지 방책이 살아남는다. 인간의 생식세포와 그것을 수정, 성장 시킬 수 있는 자동 장치를 고안해낸 것이다. 장치를 실은—알 모양을 한—우주선은 생명체가 있을 확률이 일정수치를 충족시키는 행성을 발견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인간 탄생의 과정을 작동시킨다. 그리고 그 인간은 탄생, 양육된다. 모든 교육은 ‘엄마’(내가 신이라 여겼던)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에게 맡겨지고, 일정기간 성장한 인간은 자신의 임무를 부여받고 행성에 투입된다. 만약에 생명체를 발견하면 그 사실은 즉각적으로 전파를 타고 언제가 될지 모를 지구의 수신을 목적으로 우주를 가로지르게 된다. 인간의 임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만약 그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된 생명체가 지적 생명체가 아닌 경우, 그 행성을 제2의 지구로 삼아 번식을 시작하게 된다. 때문에 최초의 인간은 여자가 되어야 하며, 나머지 남자의 생식 세포들로 생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당신들에게 다시 설명하는 이유는 이 알 모양의 우주선이 지구를 떠난 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지구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인류의 지성이 더욱 높아졌을지, 다시 퇴보했을지, 혹은—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생명체 자체가 사라졌을지는 이 메시지가 지구에 닿았을 때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내가 지적 생명체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당신들의 계획을 모두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하는 필요성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나는 이 메시지를 처음부터 세밀하게 작성해야만 했다. 이것은 지구인들에게 보내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답신이며, 동시에 나의 연구 보고서이기도 하다.

지구인의 계획이 결과적으로 성공하기는 했지만, 사실 당신들의 기술은 꽤나 낡은 것이다. 알 모양의 우주선은 수명을 다했고,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스스로 적절한 능력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들의 시도를 비웃지는 않는다. 내가 그 시도를 우스꽝스럽게도 종교로서 오해한 것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나는 과학자로서의 당신들의 태도를 존경한다. 내가 살던 ‘지구’(당신들에게 우리의 언어를 가르쳐줄 시간이 없다는 것을 나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가 반드시 필요로 하던 덕목을 당신들은 갖추고 있다. 이론적 확신에 의거해서 실낱같은 가능성에 과감하게 엄청난 시간을, 혹은 영원이 될지도 모를 그 시간을 투자하는 당신들의 긴 안목과 혜안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결국 나는 종교를 버리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종교는 이성과 논리에 기초를 둔 ‘과학’이다. 나의 연구실을 당신들의 연구실 문 앞으로 이끈 이가 바로 그 과학의 신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처음 엄마를 신으로 여겼던 것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과학을 대한다. 그것은 온전히 지구인들에게서 배운 것이며, 그대들만이 나를 진짜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나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다시 엄청난 거리를 걸을 필요는 없었다. 실마리는 당신들의 계획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새로운 ‘지구’에서 번식을 실패한다면(적어도 ‘자궁’에서는 실패한 셈이다), 외계 생명체와의 이종배합을 시도한다는 마지막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내가 여자라는 ‘엄마’의 말이 실은 우주선에서 태어날 여자 인류에게 향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잘 안다. 하지만 나는 과학이라는 나의 신이 나에게 계시를 내려주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여자다. 나는 인간의 수정세포에 나의 유전자를 심어 전혀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를 잉태시켰다. 물론 그 생명체 또한 완벽하지 않다. 탄생 이후에 일정기간 양육을 거치지 않으면 그 또한 걷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궁의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는 있다. 나는 지금 나의 첫 ‘아기’를 보며 흥미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자궁은 새로운 생명체로 뒤덮일 것이고 언젠가 이 생명체들은 내가 떠나온 그 ‘지구’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나를 절반은 닮아 있을, 과학적 사고로 훈련된 이들이 그곳에서 일으킬 일을 나는 감히 상상조차 못하겠다. 그리고 내가 이 메시지와 함께 알에 실어 당신들에게 보낼 나의 두 번째 아기의 수정체가 지구에서 일으킬 일 또한 그렇다. 이 아기는 당신들의 과학이 승리했다는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당신들이 할 일은, 그저 아기를 따뜻하게 눕히고, 그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다. 처음 엄마 앞에 누워 들었던 그 기억을 되살려,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내가 아기에게 불러주고 있는 그 ‘자장가’를 말이다.
부디 이 메시지와 새로운 아기가 지구에 무사히 안착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과학의 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신의 보살핌이 인류를 올바른 곳으로 이끌어주기를, 같은 우주를 영위하는 과학자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hwangtejya@nate.com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880 단편 키보드 워리어1 제퍼리 킴 2012.02.25 0
1879 단편 눈(目)속의 정원 Mauve 2012.02.29 0
1878 단편 [탄생]탄생탄생 이서백 2012.02.24 0
1877 단편 초상화 젊은할배 2019.09.27 0
1876 단편 무드셀라 증후군4 제퍼리 킴 2012.02.21 0
1875 단편 무지개 제퍼리 킴 2012.02.21 0
1874 단편 [탄생] en-human 2 채이은 2012.02.20 0
1873 단편 [탄생] 언더 그라운드 도토루 2012.02.18 0
1872 단편 [탄생] en-human 1 채이은 2012.02.20 0
1871 단편 망각의 단검1 민근 2012.02.15 0
1870 단편 영구평화론 gozaus 2012.02.12 0
1869 단편 마녀엄마 드림차차 2012.02.08 0
1868 단편 악곡(가제) K.kun 2012.02.08 0
1867 단편 작위적인 당신의 이야기 윌라얄리 2012.02.06 0
1866 단편 초콜릿담배 김영광 2012.02.05 0
1865 단편 별똥별 브라질 산토스 2012.01.30 0
1864 단편 불멸에 대하여1 이정도 2012.02.01 0
1863 단편 그림자2 제퍼리 킴 2012.01.27 0
단편 [탄생] 인큐베이션 황성식 2012.01.13 0
1861 단편 [해외단편] 새엄마 구자언 2012.01.15 0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