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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강철괴물

2012.01.09 20:2301.09

그 괴물은 거대했으며, 강대했다.

괴물은 고요하지만 잔인한 어둠을 휘감은 채 푸른 달빛에 거칠고도 반들반들한 표면을 시퍼렇게 번득이며 온 천지에 진동과 파괴가 가득한 걸음을 내딛었다. 기다란 숲과 강을 따라 난 세상의 모든 나라들이 혼란과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어떤 나라는 그 무겁고 거대한 발이 가리는 어둠 아래 짓밟혀 파괴되는 중이었고, 또 어떤 나라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칠흑 같은 절망에 물든 하늘을 붉게 치솟는 불길로 밝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찬란히 뿌려진 별빛 속으로 번져 갔다.
괴물은 네 번째 나라의 짐승들이 몸을 떠는 어두운 숲을 무자비하게 흩뜨리며 다섯 번째 나라를 향해 진격하는 중이었다.


아홉 번째 나라의 젊은 왕은 나무로 지어진 화려한 왕궁의 하얀 테라스의 난간에 기대서서 금과 은과 구리로 된 왕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휘청거렸다. 그는 저 멀리 침묵 속에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그 아래 겹겹이 굽이진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몸을 돌려 방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의 몸은 하체만 가린 여자 시종들에 의해 정성껏 닦여지고, 새하얀 모시옷이 입혀지고, 금과 은과 구리로 장식된 왕의 덧옷이 걸쳐졌다. 얼굴엔 붉고 노란 염료가 칠해졌다. 마지막으로 형형색색의 화려한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가 몸 여기저기에 채워졌다.
왕은 곳곳에 밝혀진 촛불 빛에 불안스레 떨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기가 두려운 듯 조심조심 짐승같이 조용하고 민첩하면서도 결코 기품을 잃지 않은 걸음으로 방을 빠져나왔다. 그가 태양과 달과 불과 구름과 파도와 동물과 식물의 역사(歷史)가 화려하게 조각된 금속 장식의 벽을 따라 폭이 넓은 복도를 오랫동안 걸어 커다란 아치형 문 앞에 이르자, 뒤따르던 여자 시종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갈라져 양쪽 복도로 물결같이 사라졌다. 북쪽 복도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야윈 바위처럼 서서 기다리던 기다란 모자를 쓴 신관(神官)들이 열을 맞춘 종종 걸음으로 몰려와 문 안으로 들어서는 왕의 뒤를 급히 쫓았다.
왕은 테두리가 호박으로 장식된 계단을 올라 옥과 금으로 만들어진 왕좌에 앉았다. 그러고는 지배자의 근엄함과 무심한 나른함을 꾸민 얼굴로, 그러나 미처 지우지 못한 하얀 불안감이 담겨 있는 눈으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양쪽 벽 가까이 두 줄로 늘어선 굵은 기둥들 앞으로 역시 두 줄로 비석처럼 늘어선 원로들이 그림자 속에 무덤같이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왕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묵은 현자들의 입에서 진언이 쏟아져 나왔다.
위대한 왕이시여, 하늘보다 높고 신들보다 전능한 위대한 왕이시여.
위대한 왕이시여, 저 무서운 괴물을 쓰러뜨릴 유일한 권능을 가진 위대한 왕이시여.
왕이시여, 왕이시여, 위대한 왕이시여…….
누구보다 총명하고 지혜로운 자들이여,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위대한 왕이시여, 대대로 괴물과 싸울 자격과 권능을 지닌 위대한 왕이시여.
그대들은 내가 저 괴물과 싸우는 걸 원하시오?
젊은 왕은 위엄을 꾸민 목소리를 거두고 대신관(大神官)을 불렀다. 그러곤 잠시 아무 말도 않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대들의 칼을 가져오시오.
대신관이 물러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원로들은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꼼짝도 않고 있었고, 왕의 시선은 어두운 허공을 꿰뚫고 있었다. 대신관이 새빨간 비단을 깐 은쟁반에 검은 코뿔소 뿔 칼집에 싸인 짧은 칼을 담아 왔다. 왕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고 한참 바라보다 옥좌에서 내려와 원로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누구보다 총명하고 지혜로운 자들이여, 그대들이 원하는 게 이것이오? 수백 년 동안 봉인되어 온 이 불의 칼날로 그대들의 피를 보는 것이 진정 지혜로운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란 말이오?
위대한 왕이시여…….
닥치시오. 총명하고 늙은 자여.
왕은 조아린 그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나도 그대들이 말하는 위대한 왕가의 의무에 대해 알고 있소. 좋소. 말해보시오. 그대들이 원하는 게 죽음이오? 그렇다면 내가 이 칼을 뽑으리다. 그대들의 피로 적셔 뜨거워진 칼날을 치켜들고 검은 바람같이 말을 달려 저 괴물의 품안으로 뛰어들리다.
왕이시여.
왕이 칼을 뽑으려다 말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모두가 엎드려 있었기에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목소리는 흡사 먼 곳으로부터 들려오는 듯했다.
그림자가 있습니다.
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불빛이 흔들리며 수많은 비열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림자라고 했소? 그림자의 일족?
그제야 원로 하나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주 늙고, 아주 지혜로운 자였다. 불빛이 그의 얼굴을 핥았다.
호혈(好血)의 일족 마지막 일원이 있습니다, 위대한 왕이시여.
그는 내 형제요, 현명한 자여.
왕이시여, 그들 일족에게는 신들의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명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들은 무위도식하는 자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이 마땅히 할 일을 하게 하소서. 위대한 왕이시여, 부디 늙은이의 식은 피가 아닌, 왕의 용암 같은 피로써 선대들의 칼날을 덥히소서.
허나 그는…….
위대한 왕이시여, 그렇다면 즉각 칼을 뽑으시어 왕의 마음대로 하소서.
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감히 누구도 고개를 들어 왕을 보려 하지 않았다. 돌연 얼음 같은 서늘함이 그의 심장을 휘감았다. 멀리서 무언가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산의 울림같이 장엄했으나, 동시에 눈을 빛내며 어두운 숲을 거니는 밤의 짐승처럼 잔혹했다. 왕은 보이지 않게 몸을 떨었다.
그는 칼을 쟁반 위에 도로 올려놓았다.


청년은 검고 광활한 하늘에 새하얀 소금처럼 흩뿌려진 별의 강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물로 덮인 강물이 박동하듯 빛나며 가쁜 숨을 쉬어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별안간 하늘 한쪽이 붉게 물들더니 조용히 흔들리는 것 같았다.
청년이 그쪽을 보는데,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돌아보니 병사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그를 억지로 이끌었고, 그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를 따랐다.
밤이 밝혀진 탓에 아직 잠들지 못한 아이들이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불안과 기묘한 흥분이 뒤섞인 얼굴로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뛰놀았고, 이미 잠에 들었다가 덩달아 깨어나서 얼떨떨한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집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불가에 모여 심각한 얼굴을 한, 낮에 딴 콩을 다듬던 아낙들과 사냥감을 훈제 중이던 사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병사에 이끌려 가는 청년의 모습을 좇았다. 청년 역시 그중 한 여인을 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장로의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병사 몇과 기다란 모자를 쓴 남자가 있었다.
이자가 그 일족이오? 모자 쓴 남자가 말했다.
그렇소. 장로가 대답했다. 그러나 이자는 아니오. 일족은 끊겼소.
무슨 소리요?
이자는 병신이오.
모자 쓴 남자는 청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멀쩡해 보이는데. 미남이군. 그런 뜻이라면 안타깝소.
이자는 귀머거리에 벙어리요.
다들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말을 타고 칼을 다루는 덴 상관없소.
일족인지 뭔지 그들도 잊은 지 오래요. 이자의 아버지는 숲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열매를 따다가 팔았소. 그가 일족의 마지막이었소.
그럼 이자는 지금 무엇으로 연명하고 있소?
장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는 청년의 곱상한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말했다.
장로께선 이자를 몹시 아끼시나 봅니다.
그 말에 병사들이 웃었다. 장로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정말로 이자가 그런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 생각하시오?
누군들 그럴 수 있겠소? 남자가 말했다.
그가 글을 읽을 줄 압니까?
이번에도 장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자 쓴 남자는 쪽지에다 뭐라고 썼다. 그러고는 그걸 청년에게 보여주었다. 청년은 한참을 생각하다 장로를 돌아보고는 다시 한참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 이자는 이제부터 왕을 위해 일할 거요. 이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도 알고 있소. 이것이 그의 형제이신 위대한 왕의 명령이자 간곡한 부탁이라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소. 그리고 자기가 왕이 될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소.
그것이 어디까지 왔소?
여섯 번째 나라로 가고 있소. 내일이면 일곱 번째 나라에 다다를 것이오. 우리의 운명이 이자에게 달려 있소. 알겠소, 장로? 당신의 금욕이 나라를 구하게 될 거요.
그들은 청년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가 뭐라고 소리쳤다.
그가 뭐라고 했소?
내일 출발하고 싶다고 했소.
이자가 그걸 원한단 말이오?
장로는 청년을 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병사들을 보고, 그리고 모자 쓴 남자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렇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소.
누구 맘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소.
남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얼마간 무언가를 의논했다. 이윽고 모자 쓴 남자가 장로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 이곳에서 의식을 거행해야 하오. 준비해 주시오. 오후에 출발하겠소.
그들은 청년을 한 번 흘긋 보고는 서둘러 집밖으로 나갔다. 불결하고 꺼림칙스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아침 일찍부터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자들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년의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 새 옷을 입히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했다. 그러고는 꽃에서 짜낸 푸른 염료로 그의 얼굴을 칠했다.
치장을 끝낸 그의 모습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소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제까지도 자기들의 꽃 같은 청춘을 짓누르던 불안을 금세 망각해 버린 듯 붉힌 얼굴로 청년을 흘깃대며 재잘거렸다. 아이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양 꽃과 나무로 몸을 장식한 채 깔깔대며 서로를 뒤쫓고 있었다.
마침내 엄숙해진 분위기 속에서 장로들이 이 순간 그를 왕으로 추대하며 하늘로부터 그 허락을 원한다는 기도문을 낭독하자, 여자들에 의해 그는 일으켜 세워졌다. 붉게 칠한 나무왕관이 머리에 씌워졌다. 이어 왕의 등 뒤로 하얀 모시 자락이 길게 늘어뜨려졌고, 아이들이 몰려와 짐짓 숙연한 얼굴과 몸짓으로 천 자락에 각종 꽃을 총총하게 꽂아 알록달록 화려하게 물들였다.
신관이 칼을 건네자 왕은 그것을 두 손으로 받쳐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신관과 무관(武官)을 비롯한 모든 이가 무릎을 꿇어 경배했다. 왕은 꽃으로 장식된 긴 천을 끌고 그들 사이로 거닐며, 조아린 머리마다 손을 얹어 축복을 내렸다.
그는 처녀들에게로 가 그중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일으켜 세웠다. 어젯밤에, 아니 오랫동안 그가 훔쳐보아 온 여인이었다.
처녀는 놀라고 부끄럽고 또한 두렵고 황송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왕은 그녀를 데리고 왕의 오두막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얼마간 광장에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나 금세 아침 햇살에 녹아 심각함은 사그라졌다. 사람들은 얼마간 오두막을 보며 수군대고 깔깔대다가 이윽고 뿔뿔이 흩어졌다. 한 청년만이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 모습 그대로 아직도 광장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왕과 여인이 오두막에서 나왔을 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정오 무렵, 태양이 가장 강렬할 즈음 왕과 남자들은 말에 올랐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나와 엎드려 그들을 배웅했다. 소녀 몇이 그에게 닥칠 운명을 안다는 양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구슬프게 흐느꼈다. 왕은 그들 곁을 지나며 다시 한 번 축복을 내렸다.
그들은 숲으로 들어섰다. 나뭇잎 사이를 비죽이 꿰뚫은 오후의 햇살이 낙엽과 부러진 가지로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 자갈처럼 박혀 있었다. 살랑대는 가지 사이로 불어드는 신선한 바람엔 숲의 비릿한 풋내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실려 오는, 낙엽을 밟는 발굽 소리가 있었다.
나무 사이에서 말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갈색 말의 등에는 남자가 타고 있었으며, 남자의 손에는 도끼가 들려 있었다. 그는 왕을 향해 울부짖듯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 왔다. 병사 둘이 칼을 뽑았고, 그중 하나가 날아드는 도끼를 받아쳐 그걸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남자는 그대로 그들을 지나쳐서 달아났다. 다른 병사가 남자의 뒤를 쫓았다. 왕은 그저 말 위에 앉아 지켜보았다.
얼마 뒤에 병사가 남자의 목을 들고 돌아왔다. 신관은 머리를 숲에다 버리라고 했다.
너무 지체됐으니 어서 가세.
그들은 서둘러 말을 몰았다.


일곱 번째 나라가 괴물의 발에 무참히 짓밟히던 날, 왕성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성의 사람들이 몰려나와 열렬히 환호하고 노래했으며, 악기를 연주했다. 귀머거리 왕의 행렬 앞에서. 여자들은 왕의 일행을 태운 말이 지나는 길에 색색이 화려한 꽃을 뿌려 그들이 그것을 밟고 지나게 했다. 다른 여인들은 오색으로 물든 꽃잎과 금가루, 은가루를 입혀 만든 색종이를 그들 머리 위에 뿌려댔다. 정오의 햇살을 받아 모든 것이 반짝였고, 모든 것이 눈부셨다. 왕은 부서지는 빛의 가루 사이로 근엄한 얼굴을 한 채 천천히 나아갔으나 이따금씩 고개를 쳐드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그를 뒤따르는 신하들은 이 모든 광경을 시종일관 무심하고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양.


그들이 왕궁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은 왕은 찬란히 장식된 덧옷과 새하얀 모시옷을 벗고 장신구도 모두 떼어낸 다음, 혼자서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그러고 나서 붉은색 비단으로 짠 수의를 입었다. 그는 왕관을 쓴 채 시종 몇을 거느리고 지하로 통하는 통로의 계단을 밟았다. 작은 원을 그리며 지하 깊숙이 뻗은 좁은 돌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네모반듯하게 파서 만든 넓은 공간에 다다른 그는 가장 안쪽에 난 문으로 향했다. 문 양편에 나체의 건장한 위사(衛士)가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이 무거운 문을 열자 왕은 안으로 들어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정좌했다. 그를 따라왔던 시종들이 멀찍이 물러나 다소 슬픈 기색을 꾸민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여종 하나가 술과 물이 든 잔을 올린 은쟁반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뒷걸음쳐 물러났다. 왕은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들이 입구에 돌을 쌓기 시작했다. 높아져 가는 벽 위로 얼핏 왕의 불안한 얼굴이 스쳐갔다. 그러나 잠시 뒤엔 어두운 벽만이 무겁고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벽에, 사내들이 회반죽을 바르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왕은 하체만 가린 여자 시종들에 의해 꽃으로 장식한 모시 자락이 벗겨졌다. 방부 처리된 꽃과 열매로 만든 각종 장신구가 분리됐고, 다른 여인들에 의해 새로 지어 입혀졌던 옷도 벗겨졌다. 여자들은 푸른 염료와 꽃가루를 바른 그의 얼굴을 깨끗이 씻기고 자기들 몸으로 왕의 몸을 닦아 범벅이 된 먼지와 땀을 씻어냈다. 그런 다음 그의 몸에 왕의 모시옷을 입혔고, 금과 은과 구리로 장식된 덧옷을 입혔으며, 붉은색 염료로 얼굴을 칠하고는 마지막으로 각종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를 채웠다.
그는 시종들을 이끌고 바닥에 긴 옷자락을 끌면서, 얼떨떨해질 만큼 화려한 문양이 장식된 복도를 나아갔다. 물결처럼 격하게 출렁이며 멈춰서는 시종들을 뒤로 하고 그는 커다란 기둥이 늘어선 방으로 들어섰다. 기둥 앞에 짧다란 비석처럼 늘어선 늙은이들이 열렬히 머리를 조아리며 합창했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용맹한 왕이시여.
기다란 모자를 쓴 신관이 비단을 깐 쟁반에 구리왕관을 받쳐 들고서 들어왔다. 왕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늙은 고양이 같은 최고 원로가 비틀대는 몸을 이끌고 와 모든 죽음과 파괴와 소멸을 관장하는 불의 신의 이름으로 축복을 내린 후, 왕의 머리에 씌어져 있던 나무왕관을 벗기고 구리왕관을 씌웠다. 왕은 일어나 옥과 금으로 만든 왕좌에 앉았다. 다시 원로들 모두가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그 용맹한 손을 들어 칼과 함께 불태우소서.
신관이 나무왕관을 쟁반에 받쳐 들고 방에서 나갔다. 원로들도 일어나 뒤로 물러나더니 종종걸음으로 그곳을 떠났다. 곧 시종들이 커다란 상을 들고 들어와 기둥이 늘어선 한가운데 놓았다. 여자 시종들이 그 위에다 왕을 위한 술과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직 밤이 시작되지 않은 늦은 저녁, 반나절 동안 계속된 음주와 폭식으로 인해 구토와 배설을 일삼던 젊은 왕은 더러워진 옷자락을 바닥에 끌며 궁의 높다란 곳에 위치한 왕의 방으로 갔다. 그는 방 한 켠 공중으로 뻗친 발코니로 가 난간 위에 쓰러지듯 몸을 걸쳤다. 멀리서 붉은 빛이 점액처럼 무겁게 일렁이며 불안스레 흔들리는 가지들을 타고 불같이 번져와 이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뜨거운 불의 파도가 모든 것을 덮치면서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았다.
이따금씩 그는 숲속 어느 나무에선가 검은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갈 곳 잃은 구름처럼 밤하늘을 떠도는 것을 보았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이 기대고 있는 난간이, 발코니가, 왕궁이, 아니 어쩌면 대지 전체가 울부짖듯 심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몽롱함으로 얼룩진 정신마저 무겁게 흔드는 그 고통에 맞춰, 죽어가는 병자의 몸부림과 같은 기묘한 춤을 추곤 했다. 그러다 문득 대지의 울림과 함께 자기가 모르는 어떤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왕은 춤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향에서 밤마다 봐 왔던, 그제까지도 봐 왔던 별들이 흩뿌려진 하늘을 그려보았다.
불현듯 그는 별 대신 들어찬 까만 어둠 가운데서 어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형체를 본 것 같았다. 그것은 너울대는 붉은 기운으로 몸을 두른 채, 분노에 찬 듯하면서도 지극히 무심한 파괴의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자기가 목격한 것이지, 아니면 자신의 정신을 장악한 쾌락과 허무와 고통의 반죽이 만들어낸 환영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별안간 머리에 쓴 왕관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왕은 그것을 벗으려다가 멈칫하더니, 결국 그만두었다.
그는 왕의 방에서 나와 신관을 찾았다. 신관은 왕이 쓴 글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이면에는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 또한 어려 있었다. 그는 왕을 이끌고 궁의 어딘가로 향했다. 여자 시종들이 서 있는 어느 방문 앞에 이르자, 왕은 달콤한 향내와 분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는 신관을 밖에 남겨둔 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금으로 된 테두리에 불의 천조(天鳥)들이 양각된 커다란 거울 앞에 여인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여인의 얼굴이 거울에 반사돼 비쳤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놀란 표정을 띠었다가 곧 불안한 얼굴로 바뀌었다. 여인은 뒤돌아 앉아 왕에게 뭐라고 말했다. 말은 길지 않았고, 많지 않았다. 왕은 그 들리지 않는 소리가 무척 아름다우리라 상상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워했다. 여인은 한동안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일어나 다가와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왕은 다른 여인을 생각했다. 그녀도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봤었고, 먼저 입을 맞춰 주었었다.
왕은 여덟 번째 날 밤이 올 때까지 왕비의 방에 머물며 그녀와 수없이 몸을 섞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고, 칠흑 같은 밤이 깊어 대지가 축축한 정적에 싸였을 때, 그는 검은 꿈속에서 초원을 짓밟고 강물을 증발시키며 숲을 불태우는 거대한 괴물을 보았다.
그것과 싸우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피 묻은 혀처럼 타오르는 붉은 칼을 들고 있었다.
누군가 두려움에 떠는 왕을 억지로 깨우더니 구리왕관을 벗겨냈다. 들이닥친 병사들이 그의 옷을 찢어 벗기고 장신구를 떼어 떨군 다음 그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여인은 방 한 구석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폭력과 소란이 사라진 빈 공간을 그 후로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천장에 매달린 식은 등불의 쓸쓸한 유리 장식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대지의 울림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곧 찾아올 괴물과,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왕은 어둠이 밤이슬처럼 내려앉아 차디찬, 그리고 절대적인 존재가 내딛는 발걸음에 몸서리를 치는 땅 위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찢겨져 넝마가 된 옷을 걸친 채 포박되어 무릎이 꿇려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커다란 화로에서 빨간 불꽃이 벌레처럼 공중을 휘날았다. 땅이 울릴 때마다 화로는 붉은 숨결을 거칠게 토했다. 그것에 밝혀진 주위로 기다란 모자를 쓴 신관들과 원로들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대신관의 기도와 함께 구리왕관이 불 속에 던져 넣어졌다. 낯선 불꽃들이 아우성치듯 몸을 일으켰고, 곧 기다란 불길로 합쳐져 허공을 휘감다 가라앉았다. 신관이 쟁반을 들고 왕에게로 왔다. 쟁반 위엔 붉게 칠한 나무왕관이 놓여 있었다. 병사들이 엄숙하고도 잔인한 얼굴과 몸짓으로 왕관을 그의 머리에 씌웠다. 테두리 곳곳에 짧은 못을 박아 그것을 왕의 머리에 고정시켰다. 그는 울부짖었고, 몸부림쳤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 얼굴을 붉게 적셨다. 얼마 후 고통의 절규는 신음의 형태로 바뀌었으며, 이내 그것은 흐느낌 속에 섞여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여자 시종들이 그에게로 몰려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들은 얼굴에 흥건한 피를 문질러 그의 얼굴에, 그리고 자기들의 헐벗은 몸에 칠하고는 물러나 어둠 속으로 울면서 사라졌다.
이후로 그들은 아무 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때로 어디선가 읊조리는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으나 밤기운에 쓸려 금세 날아가 버렸다. 오로지 왕만이, 물러났다 다시 찾아들기를 반복하는 극심한 고통에 전신을 비틀며 자신은 듣지 못할 기묘한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다.
어느덧 불이 꺼지고 모든 것이 식어 차갑게 되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대지의 떨림이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가까워져 있었다. 병사들은 왕의 포박을 풀고는 밤같이 검고 큰, 안장도 없는 말 위에 그를 태웠다. 대신관이 마지막으로, 그를 위한 것이 아닌, 왕의 사명을 위한 기도를 하늘에 올렸다.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이들의 음성이 기도를 합창했다.
기도가 끝나고 대신관은 왕의 허리춤에 검은 코뿔소 뿔 칼집에 싸인 칼을 채워주었다. 원로들과 신관들과 군인들이 엎드려 경배했다. 말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듯 어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왕은 여전히 신음하며 말 위에 엎드려 긴 갈기를 떨리는 손으로 꽉 붙들고 있었다. 그는 고통으로 흐릿해진 시선을 흘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막 고개를 내민 달이 땅을 비춰 어둠을 하얗게 얼리고 있었다. 엎드린 사람들의 수많은 등이 그가 탄 말이 나아가는 길을 멀리까지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사람들을 벗어나자 말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금세 성을 빠져나와 여덟 번째 나라와의 경계를 향해, 진동의 근원이자 거대한 파괴의 주인이 다다랐을 그곳을 향해 내달렸다. 부딪는 밤바람이 그의 고통을 식혀주었다. 식은 피로 인해 뻣뻣해진 피부 위로 계속해서 뜨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 피 또한 계속해서 식어 갔다. 또다시 땅이 흔들리고 나무마다 새들이 날아올랐다. 왕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무쇳빛 하늘에 잿빛 별이 뿌려져 있었다. 별들은 밤하늘같이 검푸른 말의 질주에 흔들리며 제 빛으로써 무한히 합쳐진 선들의 도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는 다시 먼 곳의 어둠을 응시했다. 아마도 별이 먹힌 어둠, 어둠이 갉아 먹힌 저 곳에 그 파괴자가 있으리라. 꿈에서 본 것같이.
그의 시야에, 어두웠던 숲의 나무들이 전화(戰禍)의 피난 행렬처럼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나무들은 붉은 빛깔로 칠해져 있었다.


그들은 지하로 내려가 돌벽을 부서트렸다. 왕은 그곳에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정좌한 채였다. 그러나 왕관은 벗겨져서 가슴팍에 안겨 있었다. 그것은 왕의 입에서 흘러나온 진득한 액체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말을 달려 초원을 가로질렀다. 구비 펼쳐져 파문으로 몸을 미는 강물은 석양을 반사할 때처럼 벌겋게 달궈져 있었다. 저 멀리로 여덟 번째 나라의 숲을 지나 아홉 번째 나라를 향해 느리게, 하지만 맹렬하게 진격해 오는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그 괴물은 거대해 보였으며, 강대해 보였다.
그는 주기적으로 자신을 지배하려드는 고통과 싸워 이기고자 안간힘을 썼다. 말 위에 위태롭게 앉은 채 왕관을 벗어보려 시도했으나 머리에 박힌 못은 빠지지 않고 고통만 심해질 뿐이었다. 땅의 흔들림과 우레 같은 포효, 그리고 날카로운 소음이 거세지고 거대해져 그들을 뒤덮었다. 일순 말이 겁을 먹고 주춤했다. 그 또한 고통마저 잊은 채 그 괴물의 압도적인 거대함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공포라기보다는 경외에 가까운 감정에 자신이 결박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 앞에서는 죽음조차 의미가 없어 보였다.
갑자기 그는 말머리를 돌려 숲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어두운 숲속에서 불붙은 화살이 빗발쳤다. 불꽃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며 그들 주위를 대낮같이 밝혔다. 말이 두려움에 질려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는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다. 말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더니 비틀대기 시작했다. 화살 하나가 말의 엉덩이에 박힌 것이었다. 돌연 말은 잊었던 자신의 사명을 알아챈 양 울음과 같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걸음에 속력을 붙였고, 이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엔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대편 숲에서도 불화살이 날아올라 열기를 뿌리며 그들 곁을 바람같이 스쳐지나갔다. 그제야 말은 스스로 괴물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나무들이 스러지는 나뭇잎을 뚝뚝 떨어뜨렸다.
멀지 않은 곳에 괴물의 거대한 몸이 절벽처럼 솟아 있었다. 그들이 다가갈수록 그것은 점점 더 커져 갔다. 드디어 육중한 산처럼 우뚝 선 그것의 번쩍이는 다리를 눈앞에 두었을 때도, 말은 속력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모든 불쾌한 감각과 감정이 진물처럼 흘러 더럽혀진 의식 속에서 자신이 이대로 말을 달려 괴물을 통과해 가는 환영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 환각의 끝은 언제나, 온몸에 화살이 박혀 불타는 자신의 죽음이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온통 검기만 했다.


그들은 정중히 왕의 시신을 꺼내 왕의 방으로 가져갔다.
새 왕의 즉위식을 준비하던 신관과 원로 들은 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노란 염료로 물들인 삼베로 짠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들은 커다란 기둥이 늘어선 방에 모여 앉아 머리를 조아린 채 통곡했다.
옥과 금으로 된 왕좌는 비어 있었고, 왕궁은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온 천지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걸음을 옮기는 강철의 두 다리 사이로 그들은 달려 들어갔다. 말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괴물의 걸음을 아슬아슬 피해 다리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말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전, 그는 괴물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말은 제 몸의 색깔과 같은 어둠 속으로 내달려 금세 사라졌다. 그는 이를 악물고 그것의 다리에 매달려 있었으나, 점차 자신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음을 알았다. 잊고 있던 고통이 찾아들어 정신을 뒤흔들었다. 상처에서 피가 세차게 흘러 시야마저 붉게 물들였다.
그는 뿔로 만든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완만하게 굽은 칼날이 어두운 빛을 발했다. 꺼질 듯이 무겁게 타오르는 광채가 낮게 억눌린 흐느낌 같았다.
그는 강철 뼛속에 붉은 칼을 박았다.
강철로 된 피가 흘렀다.
거대하고 육중한 걸음의 진폭이 불규칙해졌다. 숲과 들과 강이 요동을 치고 뒤집어지며 쏜살같이 뒤로 지나갔다. 남자의 부서진 몸이 사방의 어둠을 휘저으며 흔들거렸다. 그는 연신 괴물의 몸에 칼을 박으며 그것의 허리로 기어올랐다. 강철로 된 몸이 검붉게 들끓었고, 터져 나온 고통과 분노의 포효가 숲의 주민들을 밤하늘 멀리로 내쫓아 버렸다.
그는 그것의 머리로 기어올랐다.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대지는 불로 그려져 있었다.
그는 두 손에 칼을 잡고 들어올렸다. 자신의 가슴팍을 찔렀다. 경련을 일으키고 피를 토하며 칼을 뽑자, 용암 같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비틀대며 일어나 뚝뚝 피가 듣는 칼을 쳐들었다.
괴물의 머리에 붉은 칼을 내리꽂았다.
강철로 된 피가 솟구쳤다.


그는 불의 대지 위로 추락했다. 무너져 내리는 그것을 보았다.
검고 거대한 그림자가 하늘 위에 뿌려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본다. 그것의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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