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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공짜 커피를 조심해 -4

2023.04.08 07:2904.08

다음날인 일요일, 카톡이 왔다. 나는 찢겨진 파카와 거기서 나온 솜을 종량제 봉투에 꾹꾹 밀어 놓고 팀장님의 카톡에 답변했다.

"상디 보러 가냐? 나 카풀 좀."

"15분 후에 항상 뵈던 곳."

나는 어기적거리면서 뚱뚱한 종량제 봉투를 쓰레기장에 내놓곤 얇은 봄 청록색 코트를 걸쳤다. 호아아. 손 끝이 추위로 벌개져서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다. 차갑게 굳은 비닐가죽 핸들을 잡으니 금세 얼어붙었지만.

팀장님은 늘상 만나던 농협 앞 가로등 옆에 멀뚱하니 서 계셨다. 삐. 삐. 삐.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자 팀장님은 냉큼 올라탔다.

"상디 이놈의 개시끼가 어디서 뭘 주워먹곤 탈이 나서..."

"커피콩을 잔뜩 먹었대요."

"아니 커피콩은 어디서 났대? 사료랑 콩을 헷갈린 거 아냐?"

"우리 상디 똑똑하다구요!"

"얼레, 상디 엄마 납셨어? 그런 사람이 일주일에 한번만 개를 봐?"

그 말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평소에 상디를 그만큼 챙겨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팀장님에게도 그대로 돌아가 우리는 한동안 엄마 없는 개 생각을 하며 침묵 속에 드라이브를 해야 했다.

"상디!"

상디는 짧은 꼬리를 파닥파닥 흔드는 것도 잠시 온 몸을 축 늘어뜨렸다.

"상디..."

팀장님은 동물병원 안, 환견과 환묘들이 들어가 있는 유리벽에 꼭 붙어서 상디가 좋아하는 빨간 뼈다귀 인형을 흔들었다. 그 동작에는 상디의 반응을 보고 싶어하는 절박함이 서려 있었는데, 뼈 인형이 축 늘어져서 파닥거리는 꼴은 상황에 안 걸맞게 우스웠다. 인형에도 Good Boy 라고 카툰체로 적혀 있었는데 어쩐지 그 단어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얌마, 우리가 굶기디! 아무리 사료랑 비슷해도 글치 독을 먹니."

"한 내일쯤 퇴원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네, 혹시 비용은 어떻게 될까요."

리셉션에 있던 간호사는 몇 가지 숫자를 쳐 넣더니 긴긴 영수증을 진상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영수증이 무거운 것이라도 되는 양 양손으로 받쳐들었다.

"으. 이거 사장님한테 보고해야겠죠. 경비 처리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뭔 당연한 소리를. 자기 갠데. 너 우리 사장님 뭘로 봐?"

"못 드립니다."

"네?"

월요일, 우리는 지하주차장 안에서 사장님을 기다렸다가, 아이보리색 지팔공 문을 열고 나오는 그녀와 마주쳤다.따악! 따아악! 반딱거리는 초록색 방수제 바닥에 구찌 블로퍼 바닥이 부딪힐 때마다 귀청이 얼얼했다. 우리 회사에서 저렇게 느긋하게 걷는 사람은 딱 한 명 뿐이다. 아이보리 투피스 정장에 구찌 블로퍼와 팔자걸음, 오른손엔 제네시스 지팔공 키링. 후영 엘베의 사장, 백자두.

원래는 오은영 선생님처럼 머릿뽕이 장난이 아닌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물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다. 자꾸만 이야기 중간에 내빼려고 해서 우리는 사장님을 따라 종종거리며 이동했고 사무실 안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사원들이 별로 없어도 눈치는 보이는지 목소리를 낮춰서 팩 쏘아붙였다.

"이미 돈 내신 걸 어떻게 해요, 제가. 그걸 회삿돈 처리하라고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저... 상디인데요."

팀장님이 우물거렸다.

"우리 공장에 사는 그 사장님께서...예. 그 개요."

팀장님께서 얼버무린 뒷 말에는 '사장님께서 버린'이 들어갔을 것이다. 사장님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두피에 착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구기며 모양을 내려고 애썼다.

"근데 머리스타일 바꾸셨나요? 평소에는 볼륨이…"

손으로 ‘구름 같음’을 표현하던 팀장님을 째릿 노려본 사장님은 껌을 딱 딱 씹으면서 말했다.

"알 바야?"

그 머릿결에 볼륨은 인력으로 안된다니까요. 왜 자꾸 희망을 거세요. 그냥 펌 하세요.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던지 사장은 충전식 볼륨 집게를 주머니에서 꺼내 이마에 꼽았다.

성큼성큼 걷는 사장을 따라잡느라 우리는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이미 사무실을 지나 탕비실까지 도달했다. 보이는 눈이 없어지니 사장은 어쩐지 당당해 진 거 같았다. 사장은 사장실 문고리를 잡고 상체만 휙 돌려서 큰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저랑 상의도 없이 제멋대로 개를 살려 놓고 나중에 회삿돈을 낭비하시겠다구요? 큼큼, 그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요? 김 사원이 멋대로 행동한 거잖아요. 이것까지 제가 처리해야 해?"

팀장님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사장은 볼륨 집게를 집어 들며 딱딱 부딪혔다. 빨리 꺼지라는 신호다. 우리는 잔뜩 주눅이 들어 나오는데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사장실 바로 앞에 앉은 실장님 역시도 모두 들었을 것이고, 상디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실장님 앞에는 노트북을 들고 온 한 부장님이 서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못 본 척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듯 쩔쩔매다가 그만 한숨을 푹 쉬었다. 며칠간 볼일을 보지 못한 것처럼 안색이 어두운 한 부장이 속삭이듯 말했다.

"원래 저런 사람 아닙니다."

우리는 한 부장을 쳐다보았는데, 맙소사, 한 부장 얼굴이 빨개져 있었고, 그는 도망가듯이 빠르게 실장님으로부터 멀어졌다.

"진짜 찐사랑 아니에요? 자기 개를 버린 걸 바로 옆에서 들었는데."

"저게 사랑이니? 광기지..."

"우리 상디..."

"우리 일단은 올라가요. 가서 실장님이랑 인턴한테 돈을 모아 봐요. 십시일반 해 봐요."

팀장님과 실장님은 약간은 거리를 두고 나를 따라 올라왔다.

"우리 상디한테 누가 커피콩 먹인 걸까요? 미친놈이. CCTV 돌려봐야 돼요."

"야 거기 CCTV가 어딨니. 걔가 잘못 먹은 거 아냐? 근데 왜이렇게 커피 콩 많았지?"

나는 둘에게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거대한 사진. 하나같이 애-일커피라고 적혀 있는 상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음? 이 커피 우리도 먹는 커피 같은데."

"그렇죠. 좀 이상하죠?"

"새벽부터 맘고생 했네. 아휴."

내가 탕비실 문을 열고 사무실로 접어드는데 세상에, 놀랄 노 자가 펼쳐져 있었다. 인턴이 나도 안 하는 새벽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계를 보고 아침 7시가 맞는지 확인했다. 맞았다. 나는 기겁을 하고 표 인턴에게 달려가 물었다.

"인턴님, 혹시 오버타임하실 거 같아서 이러시는 건가요? 저희가 드린 업무가 많았나요?"

"아닙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양입니다."

말을 걸기도 살벌한 단답을 들으니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는 게 아닐까 하는 당혹감이 들었다. 인턴은 시선을 모니터에 못 박은 듯 고정하고 말했다.

"앞으로 두달 치 걸 미리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요?"

실장님이 오더니 화면을 흘끗 바라봤더니 흐음, 오오, 그렇군. 하고는 잠깐 엑셀 창 위 쪽에 뭐라고 두들겼다.

"이 엑셀식이면 괜찮을 거예요."

"어, 어..."

표 인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 그럼, 정리라도 하겠습니다."

"저기, 우리 9시 출근인데 왜 이렇게 일찍 온거야? 나랑 팀장님은 사장님 출근 대기탄건데..."

"뭐라도 하고 싶어서요. 아무 것도 안하면 밥벌레잖아요."

팀장님이 낄낄댔다.

"에, 말투가 왜 그래! 혹시 표 인턴님, 할머니랑 같이 자랐어?"

그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장님이 저번에 입사 축하 연설에서 하셨던 말씀이에요. 아무것도 아니면 밥벌레! 그걸 메모해 뒀어요... 밥벌레가 되기는 싫으니까."

그걸 연설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사장님이 돼지고기집에서 술김에 꼰대짓 한 거 말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표 인턴 MZ라고 까는 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표 인턴, 엄청 열심히구나." 야, 사실 우리 사장님 거시기 흔드는 도사 믿는다.

"저, 부끄러워요."

"왜?"

"바보 같잖아요. 이익, 엑셀식을 아직도 모르다니."

그는 책상 바닥에 머리를 쿡 박았다... 고슴도치같이 까끌한 그의 머리가 키보드에 박혔다.

"어? 야? 그러지 마!"

표 인턴은 테두리 깨물린 종이컵을 움켜쥐고 뒤로 튕겨나듯이 일어났다. 의자를 까아아악 끄는 마찰음이 나자마자. 그는 커피 머신 앞으로 달려가선 가장 센 커피를 눌렀다.

"어?"

캡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당혹해서 플라스틱 버튼을 여러 번 난타했다. 기익, 기익, 하고 머신이 작동하는 소리는 계속 났는데 아무 것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랍쇼? 잠깐, 내가 해 볼까?"

팀장님이 해 보니 캡슐이 하나 떨어져 나왔다. 금세 얼굴이 밝아진 인턴은 그것을 받아서 넣었다. 그렇지만 마치 중간에 누가 취소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사출구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한번 더 해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상한데. 여기 연락처 없나?" 내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커피를 못 먹다니."

표 인턴은 약간 슬픈 듯이 입맛을 다셨다.

"집중할 수가 없어."

"야, 까놓고 말해서 지금 그렇게 우리 일 급하지 않잖아. 약간 쉬엄쉬엄 해도 된다고. 갑자기 왜 그런 거야? 돈 엄청 필요해?"

"아, 아..."

인턴은 머리를 감싸쥐었는데 슬쩍 봐도 그 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손아귀 끝의 힘으로 까까머리의 두피가 패이는 것이 보였다.

"저기요, 이 소리 저만 들려요?"

헐떡이는 표 인턴을 사이에 두고 팀장님과 실장님은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봤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넌 뭔 소리 들리는데?"

"괜찮니?"

"자, 자...자...잔액이 부족하대요!"

단말마를 지른 인턴은 땅바닥에 쓰려졌다. 무릎이 꺾인 탓에 그 자세는 어쩐지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팀장님이 꺅 소리를 질렀다.

"응급차 불러!"

"근데 얘 일은 다 했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실장님을 쳐다보았다. 실장님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아니 보니까 아까도 식 하나면 될 걸 삽질만 하던데. 뭐 다른 일 안 끝낸 거 없나 하고..."

"실짱님! 하여튼! 지금 사람이 더 중요하잖아요?"

팀장님의 채근을 뒤로, 119를 누르려고 했는데... 우지끈, 무엇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표 인턴이... 변했다. 그의 몸이 껍질처럼 안팤으로 뒤집혔고 그 절취선에서 거대하고 통통한, 갈색 콩벌레가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콩벌레는 아니었다. 전면에 인간의 팔이 두 짝 돋아나 있었으니까. 인턴은, 아니 콩벌레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인간의 팔로 몸을 일으키더니 몸통을 질질 끌어서 표 인턴의 자리로 간 후, 긴 손가락으로 노트북의 잠금화면을 해제하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커피 머신을 바라보았다.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우리는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으엑, 으에에에엑!"

"저거, 저, 저거!"

"야, 아아! 내가 몇,잔, 먹었지?"

"인턴은 하루에 4샷씩 먹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금요일 월요일, 이틀 걸렸죠."

"나... 나... 커피... 여덟 잔? 마셨나?"

실장님은 졸도하고 싶다는 표정이었고 팀장님은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때 5시 50분을 알리는 팀장님의 알람이 울렸고, 팀장님은 입을 오! 하고 동그랗게 말더니 짐을 싸기 시작했다.난 팀장님의 명랑한 표정에 그만 얼이 빠졌다.

"아니? 이렇게 가요? 이렇게 집에 가냐고요."

"그럼 넌 집 안 갈거니?"

"어? 아니... 표 인턴이, 표 인턴이... 저런데요? 집에 가지시나요?"

"모르지. 하여튼, 이게 마지막 퇴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가야겠어."

나는 팀장님의 얼빠진 미소를 바라보았다.

"근데 너도 가 봐야지. 상디 퇴원날인데."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거대 콩벌레 근처에 가기도 싫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내 망상일 뿐이고 내일 회사에 도착하면 다시 까까머리 표 인턴이 랩을 하는 걸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 상디 병원값은 어떻게 해요."

팀장과 실장님은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어... 네가 내는 거 아냐?"

"이미 정해진 거 아니었어?"

"예? 십시...어? 저...저는 두 분보다 돈도 적게 벌고.... 혹시 괜찮으시면 팀 내에서 모금을 할까 했는데요... 팀장님, 실짱님... 그, 팀장님께선 방금! 사장님한테 화도 냈으면서…"

"그건 자기 개한테 그러니까 그랬지. 나는 내 개도 아닌데! 니가 구했잖아. 니가 책임지고 내야지."

"아... 공장까지 일요일에 오셔서 글... 그러신 줄 몰랐어요."

"저거 또 운다. 또 울어."

“하여튼 너도 어서 정리하고 나가.”

팀장님과 실장님은 매몰차게 불을 끄고 나갔다. 나는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곧 상디의 퇴원 시간이긴 했다. 거기에 맞추려면 지금 나가야 한다. 소맷단으로 눈물을 닦으며 난 사무실 구석에 앉아 쉼없이 일하는 거대 콩벌레를 바라봤다. 블루스크린의 파란 조명이 콩벌레의 상체를 파리하게 빛냈다. 흔들림 없이 키보드를 모르는 그 모습은 어쩐지 평소의 인턴보다 더 쌩쌩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만하고 집에 가."

멀찍이서 콩벌레에게 말을 붙여 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더 소리를 높여서,

"그만하고 집에 가! 오늘 고생했으니깐!"

라고 했지만 아무런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쩐지 어깨가 축 쳐지는 기분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았어."

콩벌레의 손가락에서 쉬지 않고 나는 타타탁 타자 소리를 뒤로 하고, 사무실 철문을 닫았다. 쾅.


스파크 조수석을 여니 토사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제 상디가 토한 걸 정신이 없어서 치우지 못했던 것이다.

"바쁜데, 아씨.나중에 시트 세탁 맡겨야겠다."

물티슈를 꺼내 닦으면서 상디에 대한 야속함이 울컥 올라왔다. 옆에 없는 상디에게 중얼거렸다.

"지금 우리 팀원들 다 이상해. 니 원래 주인님은 뭐 그렇다쳐도, 실짱님도, 팀장님두 좀 그렇구... 뭔가 나사가 빠진 거 같아. 표 인턴은..."

119를 누르지 않고 몸만 쏙 빠져나온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귓전에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 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접수처에서 상디 병원비를 정산했다. 입원비와 새벽 비용 등등 다 해서 백만원 언저리가 나왔다. 그리고 마음이 쓰여서 좀 좋은 사료랑 장난감이랑 이런 거 저런거 하다 보니까 백오십이 훌쩍 넘었다.

"일시불이요?"

"네."

띠리릭 소리가 나고 카드가 긁히는데 왜 내 피부가 긁히는 거 같이 화끈한지.

상디를 스파크 조수석에 태우고, 상디에게 채워진 목 카라를 풀면서 하나 생각했다.

"나도 커피 캡슐 많이 해서 먹었는데, 나도 변하려나. 적어도 네 잔은 먹었다."

신호대기 할 때, 난 초췌해진 상디를 껴안았다.

 

"아직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다행이다."

상디는 잘 핥아지지도 않는 각도에서 내 뺨을 핥았다. 혀의 모로 핥아지는 감각이란. 비리한 개 냄새가 났다. 작은 심장박동 소리, 리드미컬하게 쩗쩗 핥는 소리가 같이 났다. 살아 있는 것에서 나는 감각이었다.

혹시 도로 위에서 콩벌레로 변할까봐 겁이 점점 나서 막바지에는 밟으면서 돌아왔다. 상디는 물과 밥을 한 통 다 해치운 후 안심이 되는지 눈을 점점 감았다. 나는 잠에 들려는 상디를 털결에 따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내일부터는 긴급상황이니까 나랑 같이 출근해, 상디."

상디는 자면서 다리를 휘적였다. 어딘가로 달려가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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