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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술사 이야기

2023.08.26 20:0108.26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데 이유는 없다. 나는 안다. 그냥 같이 있으면 사랑하게 된다.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길을 걷고 티격태격하기도 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억지라고 생각되겠지만, 확신한다. 내가 증인이었으니까. 먼저, 그녀의 이름은 나라였다. 부모님이 애국자셔. 궁금했었다. 어디서든 빛나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나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처음 만났다. 사실 더 이상 아르바이트는 아니었다. 군대 때문에 대학교를 휴학하고 제대한 뒤, 자퇴하고 본업이 되었다. 그곳은 커피나 음료를 깡통 모양 잔에다가 담아다 파는 카페였다. 더불어 행사나 공연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지역에 축제가 있으면 마스코트 인형 옷을 입고 종일 서 있었고 가끔 발끝에 나무토막을 붙여놓고 키다리로 분장했다. 대충 긴 풍선을 묶어서 인형을 만들어주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가끔 불이나 칼로 묘기를 부리기도 했지만, 위험하니까 자주 하지 않았다. 많은 어린이가 풍선을 보고 좋아했다. 처음에는 그냥 돈 벌려고 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붙었고 자부심도 생겼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즐거워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가끔 옆에서 풍선을 엮어 인형을 만들어줬다. 나처럼 광대나 키다리로 분장하지는 않았다. 대신 나라는 마술사였다. 초보자라고 못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중고등학교 축제나 지역 행사에서 주로 선보였다. 보통 모자에서 트럼프 카드가 마구잡이로 튀어나온다던가, 손에서 갑자기 카드가 나온다던가, 지팡이가 갑자기 꽃으로 변하는 마술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었고 미리 특수한 소품을 사용한 것들이었지만, 보통 반응이 좋았다. 나라가 마술사였다면, 나는 광대였다. 광대 분장만 한 거지만, 그냥 광대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사장은 우리를 커플로 묶었다. 둘이 같이 있으면 어울린다고. 사장은 차가운 눈매와 회색 머리카락을 가진 장년 아저씨였다. 겉모습과 달리 험상궂은 사람은 아니었다. 음료는 매번 공짜로 챙겨주었고 자주 농을 던졌다. 나라는 그럴 때마다 웃었다. 그 웃음에는 진심도 거짓도 섞여 있지 않았다. 내가 눈썰미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창작물의 소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걸 알려준 건 나라였다. 카페에는 세계 각지에서 생산한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온갖 명화를 인쇄해놓은 트럼프 카드도 있었다. 그 카드를 양손으로 펼쳐보며 한 말이다.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창작물에서 이용한 소재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그림도 그래. 나는 나라가 들고 있던 카드를 시선으로 가리켰다. 그 그림 이름이 아마 <에코와 나르키소스>였다.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져버린 나르키소스와 그를 사랑한 에코를 그린 그림. 나르키소스는 나중에 죽어서 수선화가 되었다는데, 에코는 어떻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묻고 말았다. 끔찍하지 않아. 뭐가. 절대 이어지지 못할 상대를 사랑하게 되었잖아. 아니 그게 좋았을지 몰라. 그런가. 나르키소스는 죽을 때까지 좋았을 걸, 물에 비친 모습이었지만 끝까지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었잖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 이 대화에서도 알 수 있었겠지만 나라는 잡담을 좋아했다. 덕분에 둘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살인사건부터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 일어난 경제위기까지 듣게 되었다. 그런 걸 어디서 봤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봤다고 했다. 언제는 나라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주 세상이 마법처럼 다 해결되었으면 좋겠어, 신이 있었다면 이 세상에 범죄, 기아, 전쟁, 이딴 건 없었을 텐데. 아니 신화 보니까 신들도 사람 죽이고 그러던데. 신이 착하고 뭐든지 다 해결해주면 이야기가 안 되잖아, 그게 뭐가 신화야. 나는 이야기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농담이겠거니 싶어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가끔 나라가 숨을 내쉬면 강렬한 냄새가 느껴졌다. 나라는 설탕이 든 커피를 즐겨 마시고 말보로 레드를 피웠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담배가 한국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가장 타르와 니코틴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숨결이 아주 역하지는 않았다. 향수 냄새도 났고, 그냥 이런 냄새도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라가 적어도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길 바랐다. 어린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곳에서 공연이 끝나고 정리할 때쯤이면 가끔 아이들에게서 이런 질문이 들어온다. 누나랑 형은 사귀는 사이에요.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지만 어째서인지 나라는 열에 여섯은 그렇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와 나라의 연애담은 농담으로 끝날 줄 알았다. 우리에게 성적인 사랑이 싹튼 건, 아마 지난 동짓날이었다. 그때는 하늘빛이라고는 찾기 힘든 새카만 밤 10시, 우리의 퇴근 시간이었다. 나라는 언제나 그랬듯이 나를 옆에 두고 잡담을 시작했다. 동지는 사랑이 싹트기 가장 좋은 날이야. 무슨 뜻이야. 밤이 가장 길잖아. 그게 왜. 밤이 길면 남녀가 하는 게 뭐가 있겠냐. 사랑이 그런 뜻이었나. 음담패설을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골골대고 있었는데, 나라가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시체가 아닐까, 겁을 먹을 만큼. 우리는 그렇게 한 블록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손을 잡고 건넜다. 손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전에 나라가 남녀 간의 사랑은 제한 시간이 2년이라고 이야기해줬다. 2년 후에는 이런 감정도 사라지는 걸까.

우리는 서로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카페에서 일하다가 쉬는 시간이었다. 나라는 방금 담배를 피우고 왔는지 몸에서 독한 냄새가 났다. 그녀가 물었다. 너, 대학교 자퇴하기 전에 무슨 학과였어. 소방행정학과. 소방관 되려고 했었어. 처음에는. 근데 왜 포기했어. 될 것 같지 않았거든. 누가 들으면 귀찮아서 대충 말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말에는 거짓이 섞이지 않았다. 입학하고 1년 정도 이론으로 공부했다. 시간이 지나자 내가 소방관이 되리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건 극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어서 말했다. 운명 같은 거지, 그러고 보니 마술사한테 어울리는 단어 같네, 운명. 마술사는 마법사도 아니고 예언가도 아닌데. 너는 왜 마술 배우게 됐는데. 그냥, 적당히 할 만한 거 찾다가. 나라는 자신이 토플을 본다고 덧붙였다. 유학하려는 사람이 주로 보는 영어 시험이었다. 유학이라도 가려고. 정해진 건 없는데, 갈 수 있으면 가려고. 아쉽네. 뭐가. 네가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난 어떻게 살아. 왜 그래, 오글거리게. 나라는 사람을 비웃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라는 원래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자기 형편으로 도저히 갈 수 없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 모으기와 영어 공부에 집중하게 되었다. 학과는 영화학과였나. 영어로는 Film school, 영화 쪽에 흥미가 있으면서 왜 마술을 하게 되었냐고 묻자, 어차피 마술이나 영화나 눈속임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건 같다고 했다. 진로가 어쨌든 나라는 토플에서 점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다른 자격증들도 조금씩 따고 있었다. 돈만 모이면 미국에 있는 대학교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고 했다. 나라가 정말 미국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허세를 부리려고 부풀려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라의 곁에는 장미 향 섞인 비누 냄새가 풍겼다. 워낙 짙어서 꽃향기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혔다. 담배와 장미가 섞인, 차라리 장미 담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게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나라가 말했다. 장미 향기가 나는 담배가 있으면 만 원을 주고라도 살 텐데. 예전에는 장미 향이 나는 담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단종되었다고 했다. 장미와 담배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나라를 냄새로 인지해서였다. 가만히 카페 안에 서 있었을 때, 내 옆으로 향이 휙 지나가면 그게 나라가 있어서라는 걸 안다. 나는 물었다. 나를 유혹하는 거야. 유혹이라고. 어. 유혹이라고 할 수 있지. 왜 그러는 거야. 그냥. 그냥. 이유가 있어야 해. 내가 과했었나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향은 항상 바뀌었다. 일단 꽃향기는 항상 장미였다. 거기에 곁들인 냄새가 바뀌었다. 비누 냄새, 바닐라 아이스크림 냄새, 우유 냄새 등등. 그것들은 나라가 음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 냄새가 아닐까 싶었다. 맛있는 냄새는 점점 인간적인 냄새로 변해갔다. 딸깍 소리와 함께 긴 잔에 뚜껑이 채워진다. 이제 캔 뚜껑을 따고 먹을 수 있는 캔 음료로 변신한다. 이런 점을 좋아하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사장이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결정한 방법이라 했다. 한 캔, 두 캔, 세 캔, 캔들이 계속 닫힐 때마다 나는 무언가 숨 막힘을 느꼈다. 어째서인가 캔이 완성되는 소리가 들리면 나라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었다. 아끼던 디퓨저의 방향제가 다 떨어진 느낌이었다.

음료를 공짜로 받아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내 친구, 현인도 한 명 있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 인형 탈 아르바이트가 한 명 필요해서 급하게 연락했다. 일당 오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설득해 데려왔다. 사장이 고맙다면서 비싼 음료를 공짜로 주었다. 현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지만, 더 비싼 걸 시키라고 해서 청포도 에이드를 달라고 했다. 나와 현인과 나라는 사장이 운전하는 다마스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현인이 나라를 두어 번 힐끗거리더니 내게 물었다. 너희들 사귀는 사이야. 정확히 말하면 아니야. 무슨 뜻이지. 오피스 스파우스. 조수석에 앉아있던 나라가 속삭였다. 오피스 스파우스가 뭔지 검색해보았다. 실제 부부나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만큼 친밀한 직장 동료 남녀를 뜻했다. 검색창을 닫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했다. 현인은 그 단어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용히 있었다. 인형 탈 일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공연 내내 오고 가는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줬고 가끔 현인을 껴안는 아이들도 있었다. 현인은 남들보다 살집이 있었다. 행사 내내 쉬는 시간이 세 번 있었어도 일이 끝날 때쯤에는 탈진하기 직전이 되었다. 나도 두꺼운 광대 분장을 하긴 했지만, 땀이 날 정도로 덥지는 않았다. 행사가 있었던 문화회관 앞, 사장이 건넨 오만 원 지폐를 낚아챈 현인은 당장 욕이라도 할 분위기였다. 내가 힘든 일 부탁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그제야 얼굴이 풀어졌다. 마치 구겨진 천을 다리미로 편 것처럼. 아냐 괜찮아, 내가 하겠다고 해서 온 거니까 미안해하지 마. 사장이 우리에게 근방에서 유명한 요리였던 육개장을 사주고 차에 태워 다시 원래 있던 카페로 데려다주었다. 현인은 오른손을 흔들며 둘이 좋은 사랑을 하라며 돌아갔다. 나라도 맞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었다. 현인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우리는 카페에 남아서 일을 마치고 가야 했다. 사실 카페에서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페 자체는 배달 전문이어서 손님 접대도 거의 없었다. 우리가 행사 때문에 자리를 비울 때는 유지라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일해줬다. 유지는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여자애였는데, 길게 이야기해본 적은 얼마 없고 취준생이라는 것만 알았다. 그 애는 공연이나 행사에 나가는 일은 없고 카페를 지키는 일을 했다. 음료를 내고 따르는 일도 나쁘지 않게 해내서 사장도 그 애를 좋아했다. 내가 부업을 본업으로 바꾸고 몇 개월 안 있어 최근에 들어온 애였는데, 사장은 그 애가 취직하면 카페를 떠날 게 아쉽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근데 어째서 그리 과묵한지는 모르겠다.

다음 날, 나는 낮 출근이라 2시에 카페에 도착했다. 분명 해가 가장 강할 때인데도 하늘이 전혀 푸르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서 2층에 있는 카페 문을 열었다. 계산대 너머에는 유지가 앉아있었다. 나는 유지에게 말했다. 안녕. 유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말했다. 안녕.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지야, 내 말 안 들려. 유지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계산대 안에 앉아서 허공만 보고 있었다. 한 90초 정도가 지났을까. 그제야 유지가 말했다. 아, 오셨네요, 모르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다른 거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슨 일 있었어. 아, 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으려고 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런데도 유지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헤어지자 했어요. 그랬구나. 유지는 울지 않았고 얼굴에 웃음기가 있었으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옆에 앉아있었고 배달앱에 주문이 들어오면 몸을 빨리 움직여 일하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회피하려고 했다. 남녀가 헤어지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이후 이야기를 더 들었다.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이유는 유지가 취업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생으로만 남아있어서다. 그런 이유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 있었나. 궁금해졌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아무튼 유지가 일에 집중 못 하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일하고 행동했다. 내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 나라나 사장은 그녀가 실연당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담배 냄새가 느껴졌다. 나라가 담배를 피웠다는 뜻이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은 환풍구가 연결되어 있어서 담배를 피워도 금방 냄새가 퍼진다. 특히 냄새에 민감한 편인 나는. 결국 카페에서 나오는 동안 나라와 마주쳤다. 나라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오른손으로 제 머리를 쓱 쓸어내렸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배어 있던 담배 냄새가 터지듯이 풍겼다. 나는 참지 못해 말했다. 담배 좀 그만 피워. 피우든 말든 내 자유야. 그래도 공용 화장실에서는 담배 피우면 안 되지. 내가 알아서 할게. 최근 들어, 나라와 나는 흡연 문제로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가장 자주 싸우는 이유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고집불통처럼 말을 듣지 않는 나라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했다가 한 마디를 뱉었다. 담배를 자꾸 피우면 남자들이 싫다고 한다. 나라는 희극을 본 사람처럼 웃음소리를 내었다. 담배 피우는 여자 좋아하는 남자 많아.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너 미국이나 영국 나가서 살 거라면서, 거기는 담뱃값도 비싸, 한국 돈으로 하면 미국은 칠천 원 정도 하고 영국은 만 이천 원은 해. 예전에 한국 담뱃값이 이천오백 원에서 사천오백 원으로 올랐을 때, 몇몇 신문사가 제시한 통계자료를 기억해냈다. 미국과 영국의 담뱃값이 정말 신빙성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나라를 설득해야 했으니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사실 담배를 못 피우게 설득할 방법은 많았다. 미용이나 건강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안 좋고, 기형아를 낳게 하며, 모유 수유에도 안 좋다. 다만 정말 나라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으니 이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나라가 담배를 가지고 하는 유익한 일은 따로 있었다. 담배를 피우려고 하면 위아래가 바뀌어 있고 뒤집어서 피우려고 하면 다시 위아래가 바뀌어 있고. 불을 가져다 댔는데 안 붙고 끝내 담배를 삼켜버리는 마술. 사실 이 마술은 앞뒤가 다르게 그려진 말보로 모양의 담배를 사용하면 된다. 다른 속임수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마술이다. 쉬우면서도 반응이 좋은 마술인데 나라는 제대로 써먹어 본 적은 없다. 마술쇼를 하는 장소가 학교나 병원이어서. 물론 담배를 태울 건 아니었다. 들고 간다는 게 껄끄러웠다. 아무튼 나라는 그 담배 마술을 정말 좋아했는데, 나나 사장이나 유지에게 그 마술을 선보이곤 했다. 나라는 그런 마술을 ‘렉처’라는 이름의 인터넷 강의로 배웠다. 한국은 마술을 배우는 학교나 학원이 거의 없어서 인터넷과 교재로 독학하는 수밖에 없다고 나라가 말해줬다. 사장님은 운 좋은 줄 아셔야 해요, 이렇게 부지런한 직원이 어딨어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위에 보조해주는 공연 총괄 업체가 따로 있었지만, 나라는 항상 우리가 별개의 단체인 것처럼 말했다. 사장을 카페 사장이라는 이유로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카페 안에서 넷이 둘러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었는데, 유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나라나 사장이 유지에게 왜 말이 없냐고 묻거나 말을 걸게 두려웠다. 결국 혼자서 이리저리 잡담을 꺼내며 시간을 채웠다. 그들도 속으로 왜 쟤가 오늘따라 저리 말이 많은지 궁금해할 것이다.

주말에는 현인에게 연락이 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토요일은 오후 5시에 일이 끝나고 일요일은 아예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 토요일 밤새 술을 마실 작정이었다. 옛 친구를 만나서 즐기는 게 고작 술이라는 게 아쉬웠으나, 막상 맥줏집에 도착하니 마음이 들떴다. 평소에는 건배조차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만, 그날따라 한 잔 두 잔 술잔을 맞부딪히고 술을 마셨다. 두 사람 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오자 현인이 내게 물었다. 여자친구는 잘 지내냐. 여자친구라면, 나라 말하는 거야. 맞아, 걔. 잘 지내지. 결혼은 언제 할 거래. 결혼은 아직 못 할 걸. 아니, 왜. 걔 몇 개월 뒤에 미국으로 출국하거든. 뜬금없이 왜 미국. 어학당 다니기로 했어, 미국에 있는 예술대학 다닐 거래. 술술 들어가던 술이 점점 꺼렸다. 나라의 미국행 이야기가 나오자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현인은 눈치 없이 나라가 떠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물어보았다. 게다가 나와 나라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현인은 잠시 흐르던 정적을 깨버렸다. 아니 그럼, 뭐라도 하던가. 뭐를 하라고. 많잖아, 남녀가 하는 거. 무슨 소리야. 됐다. 현인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날은 술을 닥치는 대로 마셨다. 점점 구역질이 났지만, 그냥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덤으로 그날 현인과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대충 생각나는 것들만 더듬어보자면, 떠나는 여자를 붙잡지 않으면 평생 두고두고 후회한다. 하지만 정말 붙잡지 못하겠다면 작은 추억이라도 만들어보라. 이런 이야기였다. 한 가지 더. 술값을 계산하면서 현인은 인형 탈 아르바이트로 받은 오만 원을 다 쓰게 생겼다고 투덜거렸다. 월요일 밤 10시, 나는 퇴근하자마자 나가려던 나라에게 같이 술집에 가자고 제안했다. 나라는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술집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원래 바는 저녁보다는 밤과 새벽에 제 기능을 발휘하는 편이다. 바는 맥줏집보다 가격이 더욱 비쌌으나 못 낼 정도는 아니었다. 카페를 빠져나와서 도심 안으로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번화가. 거기에서 꽤 멋들어진 2층 바에 들어갔다. 나라는 바텐더가 서 있는 홀 바로 앞에 앉았다. 바텐더는 나라에게 말했다. 숙녀분,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블루 스카이 주세요. 바텐더는 양철로 만든 통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정말 하늘색 칵테일을 만들어냈다. 나는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테킬라 한 잔을 주문했다. 안주는 필요 없냐고 물어서 설탕에 절인 과일 조각들과 검은 육포 한 장을 달라고 했다. 안주가 나오지 않고 술잔이 나오자마자 나라는 칵테일을 입에 모조리 털어 넣었다. 천천히 마시라고 말했으나, 나라는 원래 이 술은 이렇게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앞에 있던 바텐더도 원래 블루 스카이는 한입에 마시는 게 맞는 방법이라고 거들었다. 칵테일이 든 술잔은 주먹만 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한 잔 두 잔, 마시니 지레 겁이 들었다. 나라는 육포를 길게 찢어내더니 입에 넣고 질겅거렸다. 나는 그런 나라의 모습을 보고 한마디 했다. 어학원 다니게 된 거 축하해. 돈만 주면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야. 아니, 미국은 아무나 용기 내서 갈만한 곳은 아니야. 직원인지 사장인지 모를 젊은 바텐더는 미국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선물이라며 가게에 전시되어 있던 행운의 2달러 지폐를 건넸다. 나라는 기분이 좋았는지 블루 스카이를 한 잔 더 달라고 했다. 나는 왼손으로 나라를 오른손으로 바텐더를 막으며 말했다. 이봐, 너 벌써 석 잔씩 마셨어, 이거 30도도 넘는 술이야. 괜찮아, 괜찮아, 나 이런 거 잘 마셔. 바텐더도 두 손님이 취한 것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니 겁을 먹었는지, 술 대신 마시라며 얼음물을 한가득 따라 대령했다. 죄송합니다, 제 친구가 독한 술은 안 마셔봐서요. 아닙니다, 숙녀분이 그러실 수 있죠. 나라는 얼음물을 홀짝이고 있었다. 얼굴은 새빨갰고 이마에 미세한 땀이 났으며 몸살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날 술값은 내가 계산했다. 나라는 자신이 내겠다고 따졌으나 이미 알코올에 잠식되어 제 몸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으니 결국 내가 카드를 내미는 걸 막지 못했다. 같이 택시에 타고 갔다. 나라는 오늘 외박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원룸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 그걸 보고 나는 내 집으로 택시를 돌렸다. 그녀가 아파트 복도에서 잠드는 게 아닐까 걱정했으나, 화요일에 멀쩡히 출근한 걸로 보아 별문제 없었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한 중학교 행사에 마술 공연을 하기로 했다. 나는 광대 분장을 하지 않았지만, 공연을 보조한다는 이유로 중학교에 같이 가기로 하였다. 나라는 서스톤의 3원칙을 중시했다. 마술할 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설명하지 않는 것, 같은 마술을 반복하지 않는 것, 마술의 트릭을 말해주지 않는 것. 때문에, 제한된 환경에서 마술을 배움에도 나라는 항상 새로운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말만 반복하지 않는다는 거지, 사실상 비슷한 구조의 마술을 형태만 바꿔서 한 것뿐이었다. 한 십 분 정도 공연했을까. 학생들은 박수했고 나라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리는 학교 강당을 빠져나와서 운동장에 있는 주차장에서 짐 정리하고 있었다. 수고 많았어, 오늘도 좋았어. 나야 늘 좋았지. 이제 앞으로 만난 일이 없겠네. 내가 미국에 평생 있는 줄 알아. 나라는 뭔가 신경질이 난 것처럼 보였다. 대체 왜 그랬을까. 아무튼 나라는 차를 타고 카페에 도착할 때까지 뾰로통하게 있었다. 안에서는 사장과 유지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은 곧 나라가 일을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니 송별회라도 여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나라의 출국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나라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찬성한다고 했다. 나라도 찬성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카페가 쉬는 날, 고깃집 예약을 잡았다. 그곳은 고래 등 같은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다. 왜 저 집을 통째로 고깃집으로 만든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장이 예약을 잡아놨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사장과 유지만 있었다. 사장은 갈비를 가위로 자르고 있었다. 나라는요. 버스 놓쳐서 늦는대. 주인공인데 늦게 오나요. 주인공은 원래 늦게 온다고 하지 않나. 그렇게 말하고는 집게로 고기를 이리저리 굴렸다. 고깃덩이가 숯불에 휩싸이면서 자글자글 기름이 새어 나왔다. 평소에도 갈비를 좋아했고 반나절을 굶은 터라 배가 고팠지만, 어째서인가 고기를 보는 동안 식욕이 일지 않았다. 나라는 좋은 애였는데 그만둔다니까 아쉽네. 여기에 없는 사람 이야기해서 뭐 합니까. 누가 들으면 내가 뒷담화하려는 건 줄 알겠어. 그게 맞는 거 같아서요. 유지가 거들었다. 나라 언니는 자기 꿈을 위해 미국에 가는 거니까 응원해줘야죠. 두 사람의 말을 듣다 보니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솟구쳤다. 마치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뒤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나라는 아직 살아있어. 속으로 빈정거렸다. 내가 말했다. 어학당을 졸업하고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바로 미국 대학에 입학할 겁니다, 정말 가끔 연락하고 싶으면 방법은 많습니다, 요즘은 국제전화가 아니더라도 메신저나 SNS는 무료로 연락할 수 있으니까요. 유지는 고기와 함께 나온 생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미국까지 가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사장에게 물었다. 나라 언니가 가족이 없었나. 없을 텐데. 미국에는 무슨 돈으로 가는 거죠. 돈 벌어서 갔겠지,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나라가 왜 미국에 가는 건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나라가 말을 안 했었나, 어학당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나라는 잡담을 좋아했고 실속 없는 말을 늘어놨으나, 실속 있는 말은 거의 하지 않았나 보다. 결국 말을 아끼고 싶어서 맥주를 들이켰고 취기가 올라왔지만, 뇌세포가 팡팡 터지는 듯한 쾌락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샌가 나라가 들어왔고 우리는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물론 갈비는 한 접시 더 주문했다. 이상하다. 나라는 소주를 두 병씩이나 비웠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기둥에 술을 붓는 느낌이었다. 물론 나라가 술에 취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말수가 줄었고 허공을 빤히 보기도 했다. 술에 취하면 말이 없어지는구나. 사장이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송별회가 끝났다. 우리는 각자 버스나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나라가 출국하는 날, 나는 친구와 놀러 가기로 했다는 적당한 핑계를 대고 국제공항으로 가는 고속철도를 같이 탔다. 나라도 먼 길 가는데 좋은 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했다. 역 옆에는 서점이 붙어있었는데, 거기서 미국 작가가 쓴 두꺼운 스릴러 소설 한 권을 샀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흥미롭고 통속적인 소설. 그것을 공항 소설이라고 했었나, 펄프 픽션이라고 했었나. 나라는 미국에 가니까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읽는 소설을 봐야 한다고 했다. 아무튼 우리는 전차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 책을 읽는 편은 아니라서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나라는 꽤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와 위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충전 걱정은 안 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내가 물었다. 전차 타기 전에 담배 피웠어. 아니 안 피웠어. 몇 시간 동안 담배 못 피우면 안 힘들어. 앞으로 끊어야지. 그래, 잘 생각했다. 의외로 그날은 나라의 몸이나 머리카락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전차 칸 사이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고 겸사겸사 화장실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초콜릿 과자와 생수를 샀다. 좌석으로 돌아갔는데 나라는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졸고 있었다. 차가운 생수병을 나라의 뺨에 붙였고 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렸다. 화가 났는지 주먹으로 내 팔뚝을 약하게 쳤다. 진심으로 화가 난 건 아니었는지, 과자와 생수를 받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이 될지 모르니까 음미하라고 했다. 나라는 한국에 다시 올 거라고 받아쳤다. 전차의 안내음은 여러 번 다음에 정차할 역을 알려줬다. 그렇게 우리가 내릴 역의 이름이 나왔고 우리는 짐을 챙겨서 전차에서 내렸다. 안에서는 시간이 정말 안 갔지만, 막상 도착하니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는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계단을 타고 올랐다가 지상으로 올라와서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다행히 역 앞에는 택시 승강장이 있었다. 나라는 버스를 타려 했다. 내가 비용을 낼 테니 택시 타자고 말했다. 이쯤 되니 나라는 내가 친구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게 핑계고 자신을 배웅하러 왔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택시비는 어림잡아 오만 원은 나올 듯싶었으나 아깝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위해서 이 정도는 쓰겠다. 나라는 여전히 졸려 했다. 택시 기사는 공항에는 뭐 하러 가냐고 물었고 친구가 영어 어학연수 하러 간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똑똑한가 보네요. 네, 똑똑합니다. 보통 이럴 때는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해명한다. 우리는 하지 않았다. 오만 원 지폐와 동전 몇 개로 택시비를 지불하고 공항에서 내렸다. 공항은 처음 가봤다. 천장과 벽에는 비행기의 도착지와 출발 시간 알림이 적힌 전광판이 나란히 달려 있었다.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터미널 앞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출입국 심사나 짐 검사까지 생각하면 거기서 헤어지는 게 맞았다. 내가 말했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꼭 연락하고 다시 만나자. 그래 그러자. 나라는 손을 흔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면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나와 나라의 사랑 이야기가 끝났다. 비극으로 끝나지도 않았고 아주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도 않았다. 물론 후일담은 있었다. 유지가 회사에 취업했고 꽤 멋진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 사장이 카페를 내놓고 은퇴해서 조금 일찍 노후 생활을 시작했다는 것. 몇 개월 동안 내가 바리스타와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음료와 술을 파는 꽤 멋진 가게를 차려 사장이 되었다는 것. 나라가 떠난 뒤, 나는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흐르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미국과 한국을 순식간에 오가면서 나와 나라가 만날 수 있다는 마술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가끔 인터넷으로 화상통화를 하곤 했다. 나라는 거기서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 미국은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없어서 한국보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고 자랑했다. 여기는 별로 모르는 사람이 연 파티에 가도 어색한 게 아니라고 했다. 나라는 콜라, 과자, 잡지, 신문 같은 걸 배달하면서 생활비를 조금씩 채웠는데 운동도 된다고 자랑했다. 나는 DM으로 나의 가게 사진을 몇 장 보냈다. 친구들이랑 한국에 놀러 오면 내 가게에 꼭 방문하라고 했다. 한턱낼 테니까. 나라를 통해 외국인 친구들과 화상통화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로 대화가 되었다. 내가 나라와 친구들에게 말했다. 여기는 늦었으니까 이제 자볼게, 좋은 하루 보내, 이따가 보자, See you later. 영어 인사를 덧붙이고 끊었다. 카페 위층에 있는 자취방으로 올라갔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들었다. 어서 아침이 되어서, 나라와 다시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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