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릴리와 꽈리고추

2023.08.03 18:0108.03

만년 백수 송길태, 올해로 37살을 맞이한 남성은 아직까지 부모님이 주는 용돈을 받아 먹고 살며 변변찮은 직장마저 구하지 않고 허구한 날 방구석에서 사타구니만 벅벅 긁던 자였다.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었지만 돈도 외모도 몸도,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던 그는 어느날 TV에서 실제 여성과 똑같은 크기, 생김새의 리얼한 인형을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가게로 뛰어갔다. 가게 내부에는 실제 여성의 얼굴을 본따 만든 인형들이 있었고 체형도 나이도 전부 다르다는 디테일 덕분에 송길태는 행복한 마음으로 장차 자신의 '애인'이 될 실리콘 덩어리를 쇼핑해 집으로 데려갔다.

 

그가 고른 건 흑발의 늘씬한 미녀 리얼돌이었다. 그는 재빨리 포장을 뜯고 그 실리콘 덩어리를 주물럭 대다가 이내 옷까지 벗고 나름 열정적으로 하체를 움직여댔다. 그는 그것을 다 사용하고 난 뒤 알 수 없는 쾌감에 사로잡혔다. 그저 성기 모양만 덜렁 있는 성인용품과는 차원이 다른 기쁨이었다. 사람 형상이었기에 더 이입이 되었고, 상상이 되었고, 정복욕과 착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 뒤, 송길태는 이제 자신의 리얼돌 릴리와 땔려야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무생물 실리콘 덩어리인 릴리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더럽고 불쾌한 저 유기체가 자신 위에서 헐떡이는 걸 매일 같이 봐야했으니까. 송길태는 여느 때처럼 그것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짧고 뭉툭한 부위가 릴리의 내부에서 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놀라 황급히 릴리에게서 몸을 떼어내고 중요부위를 살피자 살짝 쓸린 부분에 따끔한 느낌이 들며 작은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집어넣었던 그 실리콘 덩어리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안쪽에 마감이 조금 덜 된 부분이 있는지 자세히 보니 내부에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개같은 거..."

 

 

그는 욕짓거리를 뱉어내고 릴리를 몇 차례 가위로 내려찍은 후 방 한 구석에 던져버렸다. 한순간에 기분이 잡쳐버린 송길태는 방문을 큰 소리로 쾅 닫고는 거실에 나가 TV를 켰다. 따분하고 지루한 뉴스들이 흘러나왔다. 마지막으로 돌린 채널에서는 나름 여름이랍시고 공포 특집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 홀로 숨바꼭질

1. 인형을 준비합니다.

2. 자신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을 인형에 넣습니다. 단, 피는 넣으면 안 됩니다.

3. 무기가 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합니다.

.

.

.

나 홀로 숨바꼭질은 인형에 귀신을 불러들이는 강령술로, 줄여서 혼숨이라고도 합니다. 혼숨을 할 때는 집에 오로지 혼자만 있어야 하며 숨바꼭질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저딴 게 뭐가 재밌다고.'

 

송길태는 따가운 부위를 자꾸만 손으로 문지르며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다가 이내 잠에 들고 말았다. 그의 숨소리가 점점 고르게 안정되자, 저 방문 너머에서 무언가 빗자루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댕댕댕~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웠다. 벌건 대낮에 잠을 청했던 송길태는 달이 하늘의 정중앙에 걸리고 나서야 눈을 부스스 떴다.

 

 

'이상하네. 우리 집에 저런 소리 나는 시계 없는데. 나 자는 사이 또 엄마가 가져다 놨나?'

 

 

잠에서 덜 깬 그는 비몽사몽한 눈을 문질렀다. 성기는 여전히 따끔거렸지만 약을 바르고 잔 탓에 피는 멎어있었다. 낮에 있던 일이 다시금 떠오르자 짜증이 훅 밀려왔다.

 

 

'리얼돌이고 뭐고 팔다리 다 찢어버릴까, 짜증나는데.'

 

 

그는 지금 당장 어디에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평소처럼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 영상에 악플을 남기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았다. 사이버상에 욕을 박는 것보단 현실에서 하는 것이 더 속 시원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 딱 알맞은 대상이 있었다.

 

 

릴리. 그 망할 리얼돌.

 

 

송길태는 몸을 일으켜 릴리가 널브러져 있을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방을 보는 순간 그는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걸 똑똑히 느꼈다.

 

 

방 안에 릴리가 없었다.

 

 

무생물 실리콘 덩어리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아니, 발은 달렸지. 아무튼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인형이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는 서둘러 옷장과 방 구석구석을 뒤졌다. 그러나 그 168cm짜리 여성 인형은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치솟았는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엄마가 버렸나?'

 

 

썅. 그게 얼마짜린데. 그는 공무원 준비를 한다며 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전부 리얼돌 사는데 썼음에도 반성을 할 줄 몰랐다.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고 자다 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길태야. 엄마한테 왜 전화했어? 지금 새벽 두 신데..."

 

"씨발! 엄마 오늘 내 집 왔어? 내 물건 만졌지? 버렸어?"

 

"무슨 소리야 길태야? 엄마는 오늘 너네 집 간 적도 없다. 무슨 꿈이라도 꿨어? 우리 아들 요새 잠을 잘 못 자니?"

 

"아 짜증나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송길태는 한동안 패악질을 부려댔다. 분을 이기지 못한 그는 통화를 끊고 바닥에 핸드폰을 던졌다. 그리고 한참 동안 씩씩댔다. 하지만 그 분노는 얼마 가지 못하고 또 다른 감정으로 뒤덮였다. 화가 폭발할 것만 같아 주체하지 못하고 악을 지르려는데 등 뒤, 정확히는 뒷통수의 살짝 윗 부분에 무언가 얇은 솔 같은 것이 사악,하고 지나갔던 것이다.

 

 

"아 존나 짜증나게 뭐..."

 

 

내뱉은 문장은 결국 끝맺어지지 못했다. 뒤를 도는 순간 그는 거꾸로 뒤집어진 형상을 마주했다. 천장에 발을 붙인 채 개구리처럼 달라붙어 웃고 있는 한 여자를. 정확히는 릴리를. 자신이 가게에서 사왔던 실리콘 인형을.

 

 

눈을 까뒤집고 자지러지게 웃으며 헐떡이던 릴리가 고개를 앞뒤로 까딱거리며 송길태의 얼굴을 긴 머리카락으로 사정없이 긁어댔다. 기괴하게 비틀어진 관절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지네와 거미를 합쳐놓은 형상이었다. 그가 입을 열자 까맣게 드리운 심연에서 벽시계 소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보고 까무라칠 뻔한 길태는 뒤로 자빠져 벌벌 떨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릴리는 천장에 그대로 붙은 채 그의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목이 비정상적인 각도까지 꺾여 마침내 등에 얼굴 앞면이 도착한 그 순간 핑핑 돌아가는 머릿속 생각 중에 송길태의 뇌리에 가장 강렬히 박힌 것은 단 하나였다.

 

 

 

리얼돌에 에나벨이 씌였어.

그리고 그게 지금 나와 숨바꼭질을 하려고 해.

 

 

 

송길태가 방을 벗어나자 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찾는다..."

 

 

*

 

 

나 홀로 숨바꼭질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인형에 피를 넣지 말 것.

둘째, 날붙이로 인형을 찌르지 말 것.

셋째, 인형에게 사람 이름 붙이지 말 것.

 

그리고 송길태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모든 조건을 어겨버렸다. 성기에서 흐른 피가 리얼돌에게 묻었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가위로 그를 수 차례 찔러버렸으며 심지어 그것에게 '릴리'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으니 말이다.

 

그는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며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최악의 위치 선정이었다. 창문으로 빠져나갈 틈도 없고 문도 단 한 군데, 숨을 곳이란 욕조밖에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장소다. 언제는 뭐 그렇게 똑똑하기라도 했냐만, 송길태는 자신의 흐려진 판단력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찾는다... 찾는다... 이번 술래는 릴리, 이번 술래는 릴리, 이번 술래는 릴리... 잡히면 성기 절단..."

 

 

릴리가 허공에 가위질을 하기 시작했다. 절단, 절단이라니. 보통은 잡히면 네 몸은 내가 가진다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러나 저 귀신들린 인형은 다른 건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송길태의 짧고 뭉툭한 그것을 썰고 싶어했다. 

 

 

'잡히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한다.'

 

 

거실 근처에선 성인 여성 크기의 인형이 소곤거리며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돌아다녔고 그것은 아주 샅샅이 물건들과 좁은 틈 구석구석을 살폈다. 송길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것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온갖 가전제품, 라디오나 텔레비전, 전화기 같은 것이 일제히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며 오작동을 했다. 그리고 그게 갑자기 일자로 선 채로 등을 거꾸로 눕히고 팔다리를 땅바닥에 붙였다.

 

엄청난 코어였다. 몸과 얼굴은 천장을 보며 둥그렇게 말려 있는데 손바닥이 바닥에 제대로 달라붙어있는 것이 기괴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유연한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자세였다.

 

 

그때 릴리가 상체를 한 바퀴 뒤집어 꼬았다. 송길태는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몸은 이제 두꺼비처럼 보이기도 했다. 천장에 뒤집어 붙어있을 때는 그냥 쭈그려 앉아있던 자세였는데 이제는 관절이 모조리 비틀려 있는 것이 무쇠로 만든 심장을 가진 이도 경악할 만한 모습이었다. 

 

가히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송길태는 굳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를 질질 끌고 욕조에 숨으려고 했다. 그러나 세면대를 잡고 일어나는 순간 몸이 힘이 풀려 한순간 휘청였다. 그 바람에 아주 미세한 소음이 화장실로부터 흘러나왔고 릴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장실 문지방 쪽으로 고개를 비틀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송길태는 릴리와 정확하게 눈을 마주쳤다.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송길태 찾았다!"

 

 

송길태는 정말이지 울고 싶어졌다. 릴리는 그 자세로 제자리에서 콩콩 뛰다가 이내 길태를 향해 개구리처럼 펄쩍펄쩍 뛰어오기 시작했다. 인간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만큼 빠른 속도였다. 송길태는 반사적으로 문을 걸어 잠궜다. 이윽고 릴리가 문에 부딪혔는지 자꾸만 쿵쿵쿵 문을 두들기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이 미친 168cm 실리콘 덩어리!'

 

 

발치에서 손톱인지 발톱인지 박박 긁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곧 헥헥거리며 헐떡이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누가 보면 강아지로 착각할 정도였다. 송길태는 자신이 동물을 정말 싫어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특히나 그는 캣맘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실제로 그가 직접적으로 입은 피해도 존재하지 않으면서 커뮤니티로 본 일화들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역시 사람은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던가.

 

 

길태 씨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우선 구조 요청을 해야했다. 당장 밖에 나가고 싶었지만 텔레비전에서 스쳐지나가듯 들은 것처럼 함부로 밖에 나갔다간 귀신이 지박령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경찰이 집에 들어오면... 들어오면 그 다음은?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곧 부서질 것만 같은 문 때문에 샤워기 헤더를 붙잡고는 문 옆에 몸을 바싹 댄채 가쁜 숨을 헐떡였다.

 

 

'우선 숨 좀 고르고... 문 열고 귀신을 샤워기로 때리고 그 틈을 타 핸드폰이 떨어진 방으로 가는 거야. 릴리 저 년이랑 처음 마주쳤던 그 방으로...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고 방에서 대기하면 돼.'

 

 

릴리가 개구리 자세로 뛰어오는 이유는 그가 마네킹이기 때문이다. 사람만큼 유연하진 않은 그 존재가 이족보행을 한다면 필시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것을 반복할 것이므로 최대한 부피를 줄이고 몸을 잘 가눌 수 있는 자세를 택했으리라.

 

장점이 있다면 웬만한 인간보다 빠르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좁은 문 같은 경우 다시 자세를 풀고 들어와야 해서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뜻이었다.

 

송길태는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게 문가에 끼이는 순간 샤워기로 내려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방문 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태야, 엄마야. 거기 있니? 엄마가 반찬 좀 싸왔는데 우리 아들 얼굴 좀 보고 나가야겠다."

 

 

예순이 넘은 지긋한 여성의 목소리. 엄마였다. 왜 엄마가 이 시각에 여기 있지? 처음에는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곧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의 경계심은 사르르 녹아내리고 말았다.

 

 

"오늘 새벽에 엄마한테 전화했잖니. 걱정돼서 어떡해, 우리 아들 얼굴이라도 봐야지."

 

 

맞아. 나 오늘 새벽에 엄마한테 전화했지. 그래서 엄마가 내게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찾아왔나 봐. 길태는 그 부름에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벌컥 문을 열었다.

 

 

"엄마!..."

 

 

그러나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잠시 아래로 숙였을 때, 쭈그려 앉아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열렸네. 열렸네. 열렸어.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

 

 

활짝 열린 문을 보고 릴리가 소름끼치게 웃었다. 그가 팔을 뻗자 길태는 그것을 발로 차 밀어내곤 잽싸게 핸드폰이 있을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릴리가 악을 지르며 웃는 소리가 고막을 메웠다. 송길태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휴대폰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여기에 던졌는데.

 

 

'찾았다.'

 

 

액정이 반쯤 나간 스마트폰이 낮은 접이식 테이블 밑에 뒤집어져 있었다. 그는 달칵거리는 문을 몸으로 막고는 서둘러 112에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신호음이 몇 번 갔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문을 잠궈놨는데 릴리가 젓가락으로 문 손잡이의 작은 구멍을 쑤셔서 잠금을 해제하고 있었다. 이런 고급 기술까지 알다니. 단단히 정신 나간 귀신임에 틀림없다.

 

송길태는 서둘러 인터넷에 나홀로 숨바꼭질에 관해 검색했다. 그리고 대충 맨 위에 나오는 글을 타고 들어가 빠르게 스크롤을 내렸다.

 

 

나 홀로 숨바꼭질은 패배할 시 인형에게 자신의 몸을 주겠다는 것을 담보로 하여 진행되는 숨바꼭질로, 줄여서 혼숨이라고 합니다. 주의사항으로는 세 가지가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저주가 달라붙습니다. 놀이는 절대로 2시간을 넘기면 안 됩니다.

 

 

TV에서 본 내용이다. 다음.

 

 

금기를 어기지 않고 강령술을 진행할 경우 끝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에 소금물을 머금습니다. 절대로 삼키면 안 됩니다.

2. 피난처로 숨어 대기합니다.

3. 숨어있을 때는 잠에 들거나 기절해선 안 됩니다.

4. 놀이를 끝내기 위해 인형을 찾습니다.

5. 인형에게 머금고 있던 소금물을 뱉습니다.

6. 인형에게 '내가 이겼다.'라는 말을 세 번 반복합니다.

7. 놀이가 끝났으면 인형을 불에 태웁니다.

 

만약 금기를 어기고 저주에 걸렸을 시 놀이를 끝내는 방법은 다릅니다.

 

1. 인형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칩니다.

2. 인형과 마주쳐서는 안 됩니다.

3. 나 홀로 숨바꼭질에 참여하지 않은 타인이 인형을 수거합니다.

4. 인형의 눈을 하얀 천으로 가립니다.

5.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인형을 둡니다.

6. 인형을 주워 눈가리개를 푸는 자에게 인형의 저주가 옮겨 갑니다.

 

 

소금물. 소금물을 뿌려야 해.

 

다행히 저번주에 소금을 사두었던 게 기억났다. 다만 여기서 부엌까지 가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 문 너머에 미친 리얼돌 귀신이 떡하니 지키고 서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화장실에서 탈출할 때 한 번 귀신을 당혹스럽게 한 경험이 있는 송길태는 조금의 자신감을 가졌다. 어차피 벌거벗은 여자 인형인데 가위만 안 가지고 있어도 성인 남성인 자신이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그 빙의된 리얼돌과 평소처럼... 그는 역겨운 상상을 하며 실실 웃었다.

 

 

'그래봤자 계집 년이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곤 문 뒤에 몸을 붙이고 살며시 잠금을 풀었다. 그러나 릴리는 바로 방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길태는 잠시 당황했다. 내가 방 밖으로 나가면 그때 덮치려는 건가? 그러나 그의 예상은 제대로 빗나갔다. 문이 여닫히는 틈새로 릴리가 가위날을 밀어넣어 그의 어깨를 찔렀기 때문이다.

 

 

"아악! 시발!"

 

 

날카로운 비명이 목구멍에서 터져나왔다. 릴리가 깔깔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한쪽 다리로 문을 막아세우고 문틈 사이로 팔을 억지로 구겨 넣기 시작했다. 이빨 없이 혀만 덩그러니 붙어있는 리얼돌의 입안이 당장이라도 그를 삼킬 듯 움질댔다. 릴리의 억센 손아귀에 뒷덜미를 잡힌 송길태가 버둥거렸다. 빠져나가려 할수록 수렁으로 말려드는 기분이었다. 그는 결국 상의를 탈의함으로써 그에게서 벗어났고 문을 쾅쾅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틈에 끼인 릴리가 아우성을 쳤다.

 

릴리가 변형된 몸을 가누는 동안 송길태는 부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뼈대도 없이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강한 충격에 피부가 일그러지는 바람에 그의 형상은 더는 못볼 꼴이 되었다.

 

 

한달음에 부엌에 다다른 그는 선반을 차례로 훑었다. 소금. 소금. 소금. 소금을 찾아야 해. 다행히 릴리가 자신을 향해 뛰어오기 전에 그는 소금을 보관하는 통을 찾았고 곧바로 컵에 물을 받아 소금과 섞어 입에 머금었다. 그 즉시 릴리가 길태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맛을 느낄 새도 없이 그것에게 입에 머금고 있던 소금물을 뱉었다. 그 천연 미스트를 가감없이 맞은 릴리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딱 3초 동안.

 

 

릴리는 허공에 허우적대다가 이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다시 눈을 뜨고 똑바로 선 채 송길태를 쳐다보았다. 길태는 그제야 입안에 남아있는 맛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이런 씨발 설탕이잖아!"

 

 

그렇다. 리얼돌 귀신은 제령이 되긴 커녕 조금 더 달콤한 귀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건 릴리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둘은 머쓱함에 잠시 가만히 굳었다가 이내 두 번째 추격전을 시작했다. 그들은 기다란 식탁을 기점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처절한 대치 상황이었다. 릴리는 식칼을 꺼내 들었고 길태는 타격감 좋은 후라이팬을 집어들었다.

 

 

"으아아아!"

 

 

깡!

 

 

송길태가 휘두른 후라이팬에 릴리가 제대로 맞고 쓰러졌다. 그는 이 기회에 다시 소금을 찾아 물과 함께 입에 머금고는 릴리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침이 섞인 더럽고 찝찝한 물에 릴리가 비명을 질렀다. 송길태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물건 주제에... 감히 날 죽이려고 해? 버러지 같은 년. 제령되기 전에 마음껏 가지고 놀아주마."

 

 

그는 바닥에 엎어져 있는 릴리의 손에 들린 날붙이들을 떼어 저 멀리로 던져버리고 몸을 숙였다. 색다른 경험도 하고 재밌겠네. 그는 바지를 벗고 양손으로 릴리의 목을 조르려 했다. 그때 미동도 없이 누워있어야 할 릴리가 손을 뻗어 그의 중요부위를 붙잡았다.

 

 

"헉...!"

 

 

송길태는 그 순간 느꼈다. 짧은 순간 동안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릴리가 그것을 걸레 짜듯 비틀어 짜자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꽈리고추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송길태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금기를 어긴 자가 놀이를 끝내는 법과 금기를 어기지 않은 자가 놀이를 끝내는 방법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미 세 가지 항목이나 어겨버린 그가 백날 소금물을 뿌려봤자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안간힘을 쓰며 릴리에게서 도망쳐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기억조차 희미했다. 강령술이 시작된지는 이미 제한 시간인 두 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이제 그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저주 받은 리얼돌로부터 멀리 멀리 도망치는 수밖에.

 

 

*

 

 

송길태는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절뚝절뚝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을 시내의 거리로 향했다. 맨발에 상의는 안 입었고 꼴랑 팬티만 걸친 유인원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새벽 5시가 된 거리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이상했다. 남자들이 죄다 팬티 바람으로, 혹은 끔찍하게도 나체로 길바닥을 활보하고 있던 것이다.

 

 

송길태는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며 주변을 연신 두리번대는 이들 무리에 섞여들었다. 군중들 사이에 있으면 귀신 씌인 리얼돌이 자신을 찾기 한결 버거워지리라. 남극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 펭귄처럼 서로에게 등을 맞붙이고 양손으로 자신의 중요부위를 가리는 이들의 모습이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송길태는 최대한 안쪽으로 몸을 밀어붙여 기어코 인파의 중심부로 들어왔다. 착 맞붙인 남정네들의 살결이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로션 좀 발라라, 이 자식들아. 그러나 우리의 엘리트남 길태 씨 또한 간지러우면 긁고 말지 귀찮게 피부에 뭘 덧바르는 위인은 못 되었기에 차마 그 말을 입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송길태는 누군가 자신의 허리춤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기에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을 부른 남자 또한 메리아스에 줄무늬 팬티를 걸치고 있었다. 아마 우리들 중 옷가지를 가장 많이 걸치고 있는 자리라. 그는 20대로 보이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젊은 남성이 말했다.

 

 

"혹시 당신도 귀신 들린 인형에 쫓기는 건가요?"

 

 

송길태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아니, 그렇다면 내게 벌어진 이 부끄럽고도 끔찍한 악몽이 단지 내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는 젊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아, 저는 서울대에 다니는 윤승재라고 합니다. 사실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아까 전까지 리얼돌을 사용 중이었는데요. 잠깐 물 좀 마시러 갔다 온 사이 리얼돌이 커터칼을 집어들고 저를 죽이려 하더라고요. 130cm 정도의 어린 아이 인형이라 망정이지 제 체격과 비슷했다면 아마 죽었을 거예요."

 

 

윤승재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러나 송길태에게는 명문대를 나온 이 젊은 남자 또한 자신처럼 리얼돌을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용감하고 솔직한 고백에 매료되었다. 한편으로는 아동의 모습을 한 인형과 그런 짓을 했다니 역겹기보다는 나는 저 녀석보단 낫지, 라는 묘한 안도감에 휩싸였다. 고추가 아파왔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몸을 배배 꼬았다.

 

 

"저, 저는 송길태라고 합니다. 저도 당신과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혹시 겨, 경찰은 불렀나요?"

 

"이번 일로 경찰 신고가 밀린 모양이에요. 여기 나온 사람들 모두 리얼돌을 사용하다가 저주에 걸린 자들이죠. 하... 실제 사람한테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실리콘 덩어리에 하는 것뿐인데 무슨 한이 맺힌다고 귀신에 씌인 걸까요? 귀신도 페미인 걸까요?"

 

 

윤승재가 던지는 일종의 '조크' 때문에 송길태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아, 서울대까지 나오고 이런 멋진 사상을 가진 앞날이 창창한 청년에게 귀신의 저주가 걸리다니! 그는 이제 윤승재가 하는 말이라면 전부 다 믿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는 사람들을 이끄는 재주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경찰이 오려면 아직 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을 전부 해가 뜰 때까지 여기에 둘 수는 없잖아요? 제가 그들을 이끌어야겠어요."

 

 

송길태는 윤승재의 말에 동의하며 자신도 그를 돕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명문대 출신 자아비대남과 꽈리꼬추남*릴리가 그의 중심부를 비틀어버렸다*의 위대한 행보가 시작되었다.

 

 

"여러분! 다들 주목해주세요! 저는 서울대 출신 윤승재라고 합니다! 이곳에 나온 모두가 리얼돌 때문에 고통 받고 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억울하지 않습니까? 성욕은 남성의 자연스러운 일이지 않습니까! 정부에게 우리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합시다! 제게 동의하는 분들은 저를 따라 주세요!"

 

 

윤승재의 파격적인 연설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서울대라는 말에 매료당한 이들이 하나둘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는 나폴레옹처럼 사람들을 이끌고 용산의 청와대로 향했다.

 

 

*

 

 

다행히 용산의 높으신 분은 남성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 역시 여성인권 퇴보와 차별 제조에 탁월하신 분다웠다.  그분은 그들에게 개방된 청와대의 지하 벙커를 마련해주었다. 에나벨이 빙의한 리얼돌에 쫓기는 이들은 벙커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은 지친 표정이지만 어딘가 후련한 표정으로 제각기 자리를 잡았다.

 

 

"아, 대통령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감동이야!"

 

 

사람들은 저마다 감격하여 눈물을 보였다. 이제 우린 살았어! 안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어느 한 가족의 가장인 사람들도, 장남이기도 한 사람들도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동 아들이거나 귀하신 변호사님이거나 새벽마다 열심히 나가서 운동하는 사람이거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끔찍하리만치 흔하고 평범한 자들.

 

그들은 가만히 벙커에서 기다리며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떼우면 됐다. 모두들 윤승재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송길태는 그 옆에서 괜스레 자신도 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윤승재가 말했다.

 

 

"자자, 여러분. 새벽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다들 잠을 못 자셨죠? 이제 안전하니 눈 좀 붙이세요. 서울대 출신인 저도 좀 쉬어야겠네요."

 

 

그의 격려 어린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잡고 졸린 눈을 감았다. 일이 벌어진 건 새벽녘이었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환한 대낮이었다. 윤승재와 송길태 또한 벙커의 구석에 나란히 누웠다. 승재가 길태를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형... 길태 형이 서울대 출신인 절 도와주신 덕분에 일이 해결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뭘. 다 네가 멋진 리더라 가능했던 일이지."

 

 

고요하고 평안한 낮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사르르 잠에 들었다. 뉴스에선 리얼돌이 악령에 씌여 죄 없는 남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일부는 남성들에게 연민을 느꼈고 일부는 그럴만 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성기 모양만 있는 성인용품과 실제 여성을 본따서 전신 섹스 토이를 만드는 건 다른 일이었으니까. 리얼돌 소유를 허용하면 욕구를 허구의 존재 리얼돌에게 풀기 때문에 실존하는 여성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자들도 있었고 그들은 대체로 남성이였다. 그러나 오히려 리얼돌을 사용함으로써 비틀어진 욕망을 키우고 그것을 실제 여성에게 왜곡시켜 투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여성 혐오적, 성착취적 포르노를 본다고 해서 성욕이 사라지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말할 사람은 없지 않은가. 되려 그런 비뚤어진 포르노 때문에 잘못된 성 관념을 갖게 되는 게 맞다. 리얼돌은 기저에 있던 폭력성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물화하는 매개체로서 작용한다. 게다가 아동의 모습을 한 인형까지 나왔다면 무어라 더 말을 보탤까. 그러나 백날 말해도 그들 귀엔 들리지 않을 잔소리일 것이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고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들은 전부 페미니까.

 

 

벙커 안은 귀신 들린 리얼돌들로부터 안전할 거라 송길태는 생각했다. 군대와 경찰이 모두 동원되어 그 끔찍한 것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끝내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들을 따라온 사람 중 한 사람이 백팩에 갓난아기 리얼돌을 담아왔다는 사실을.

 

 

집에 있던 여러 개의 리얼돌 중 귀신 들린 것을 빼고 가장 이동성 좋은 것만 선별해 챙겨온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한 번 저주에 걸린 사람은 어딜 가더라도 귀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인형과 같은 매개체가 주변에 있다면 언제라도 빙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릴리는 곤히 잠들어 있는 송길태의 가랑이 사이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해냈다. 해냈다. 해냈다..."

 

 

이튿날 자고 일어난 사람들은 사타구니가 휑한 느낌을 받았다. 벙커 안에 고통스러운 비명이 메아리 쳤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2877 단편 스파이 만들기1 꿈꾸는작가 2023.09.21 0
2876 단편 환상의 호수 감동란 2023.09.18 0
2875 단편 적그리스도 이스트 2023.09.18 0
2874 단편 버스정류장에서2 감동란 2023.09.06 1
2873 단편 당신의 눈을 바라볼 때 모두의유진 2023.09.05 0
2872 단편 예언을 따르지 않고2 박낙타 2023.09.03 1
2871 단편 끈벌레 달리 2023.08.31 0
2870 단편 수태고지 감동란 2023.08.30 2
2869 중편 가라 자유여 은빛 날개를 달고 이건해 2023.08.30 0
2868 단편 파라다이스를 찾아서 이비스 2023.08.27 0
2867 단편 마술사 이야기 반신 2023.08.26 0
2866 단편 사라지는 것들 리소나 2023.08.22 0
2865 단편 예언을 따라 박낙타 2023.08.21 0
2864 단편 덩굴3 감동란 2023.08.20 1
2863 단편 최종악마와 의인 니그라토 2023.08.15 0
2862 단편 채굴 라그린네 2023.08.13 1
2861 단편 스파라그모스 임윤재 2023.08.12 0
2860 단편 ㅈㅗㄱㅏㄱ난 기억: 호접몽 꿈꾸는작가 2023.08.07 0
단편 릴리와 꽈리고추 담장 2023.08.03 1
2858 단편 혜령 hummchi 2023.08.03 0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7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