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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54년

2023.10.31 17:2810.31

에피소드1: 희망의 섬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사형제 부활하라며 난리다. 흉악범은 날로 늘어나고 시민들은 불안에 떠는데 법에 있는 사형제는 왜 실시 안하냐고 한다.

인권단체는 여전히 반대다. 수십 년 동안 찬반 토론도 수십 번이다.

인구는 줄었지만 인구 대비 흉악범 비율은 늘어났다.

SNS에서는 과격한 말을 써가며 거침없이 내뱉는다.

-저런 버러지 같은 놈들을 왜 우리 세금으로 먹여 살리나?

-안 그래도 교도소 좁은데 사형 시키고 물갈이 해야지.

-인권단체들아! 저런 흉악범들은 진짜 교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제발 저런놈들은 무인도로 보내 따로 살게 하라.

-유영철, 강호순, 조두순... 아직 살아있대.

등등 이런 말도 수십 년째다.

 

문제는 흉악범들이 출소 후 거취 문제다. 신상 공개가 되니 서로 자기 동네로 오지 말라고 시위한다.

현수막에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걸렸다.

“우리 동네는 절대 안된다!! 흉악범은 무인도로 보내라!! 영원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

 사실 잘 안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엔 예전부터 갱생보호시설이 지역마다 있다. 출소 후 자활, 독립을 위해 경제 기반을 조성하여 재범 방지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하지만 이곳은 흉악범 뿐만 아니라 일반 죄수 출소자도 함께 있다. 강제가 아닌 선택이며 생활을 하다가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지 사회로 나갈 수 있다.

그래서 2046년 대선 때 최석주 여당 후보가 파격적인 공약을 했다. 출소한 흉악범을 외딴 섬에 따로 거주하게 한다고 했다. 세계 최초다. 말로만 내뱉었던 그 무인도였다!

인권을 고려하여 강제가 아닌 선택이다. 갱생보호시설과 차이점은 섬 안에서 각종 생활시설을 다 갖추고 자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관공서, 상업시설, 공장, 각종 문화시설 등 웬만하면 섬 안에서 다 이루어진다. 전라도 무인도에 시설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 번 들어가면 최소 1년을 거주하는 게 조건이었다.

국민들은 진짜 그렇게 될까? 반신반의 했지만 어쨌든 환영했다. 워낙 센 공약이라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머리에 박히지 않았다. 대선 토론때 이슈가 되고 최석주를 각인시켰다.

최석주가 당선 후 임기 2년째 수 십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완공했고 점차 시설을 늘려갔다. 생활용품 공장과 1인 기숙사, 마트, 병원, 관공서를 먼저 지었다. 모두 소규모였다. 점차 노래방, 술집 같은 유흥시설과 생활체육 시설도 작게 완공했다. 국민들도 나름 기대를 걸었다. 잘만 운영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어 장기 집권도 가능한 정책이었다. 2042년부터 대통령 임기가 4년 중임제로 바뀌면서 여러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선택이므로 인권 탄압도 아니고 이중 처벌도 아니라고 홍보했다. 무엇보다 국민이 안전하다고 했다.

 

하지만 출소자들과 인권단체들은 좀 달랐다. 말이 선택이지 반강제 아니냐고. 출소하면 이미 신상이 공개돼 사회생활 힘들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냐고.

네티즌들은 동정이 없었다.

-그러게 왜 나쁜 짓 했는데?

-피해자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죽일놈들아!

-삼청교육대가 부활 안 한걸 다행으로 알아라.

 

 임기 마지막 4년차에 최석주 대통령은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자신을 다시 한 번 지지해달라고 했다. 1년 넘게 희망의 섬을 운영해 본 결과 나쁘지 않다는 평이 있었다.

출소자들은 처음엔 섬에 가지 않고 조용히 숨어 살고 싶어했다. 하지만 집 구하는 문제, 이사 가는 문제, 취직 문제 등 감옥보다 더 옥죈 삶이었다. 그러다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알아본 사람들이 구타해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불쌍히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섬에 가기 싫은 출소자들은 반발했다. 이미 죗값을 치뤘는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역시 여론은 싸늘했다.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들은 계속 희망의 섬에 관심을 가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섬에 가려는 희망자가 늘어났다. 자발적 보다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출소 후 가기 싫은 흉악범은 일반시민들과 지내면 된다. 하지만 위험을 각오하고 살아야 한다. 이미 신상정보가 다 공개된 상태에서 평범하게 살기란 힘들다.

출소자들은 주변의 억지 관심 때문에 정신질환에 걸리거나 자살한 사람이 더러 있었다. SNS에서는 동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이 무서워 함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흉악범들이 출소하면 그야말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특히, 유튜버들이 막무가내로 조회수 올리기 좋은 상대였다. 심심하면 찾아와 막 찍어댔다. 참다못한 출소자들은 유튜버를 인권침해로 고소했다. 일부 출소자들은 폭력을 행사하고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기도 했다.

집앞에 시위는 일상이고 드론을 날려 촬영, 동선 추적, 심지어 드론에 오물을 담아 투척하며 유튜버 조회수를 늘렸다.

국가에서도 위험에 처한 출소자들에게 상담을 통해 희망의 섬으로 유도했다.

언론에서는 무분별하게 공개 촬영하는 검증되지 않은 유튜버들을 비판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배짱 좋게 사회 생활을 할 것인가? 섬에서 제한적 자유를 누릴 것인가? 둘 중 선택해야 했다.

강제가 아닌 선택인데 뭐가 문제냐하며 옹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섬에서는 공장에 취직하여 월급 받으며 생활하거나 유기농 농사도 지었다. 외부에 상품을 팔아 이익을 얻었다. 관공서는 공무원이 들어와 근무를 했고, 다른 시설도 외부에 용역을 주고 직원을 데려왔다. 처음엔 이미지 때문에 공장 운영이나 사업하러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국가에서 보조금과 철저한 관리로 외부 업체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무엇보다 치안이 문제라 범죄에 대비해 경찰들이 많이 들어왔다. 관공서, 공장이나 마트, 병원처럼 사람이 좀 있다 싶은 곳에는 경찰 여러 명이 상주했고, 심지어 일반 식당 주변에도 경찰들이 자주 순찰했다.

 반대론자들은 이 또한 우리 세금으로 섬을 운영하지 않냐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와 옹호론자들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주장했다. 흉악범으로부터 격리되어 시민들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출소자들도 외부로부터 인권 침해을 덜 받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인권단체는 계속 반대다. 그러자 댓글이 막 달렸다.

-섬이 싫으면 사형제 부활하든지.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뭐 어쩔건데?

-범죄자 인권 찾다가 죄없는 국민 인권이 말살 당하겠다.

-아니 선택인데 뭐가 문젠데?

 

 섬에서 또다른 인권침해가 있을까해서 국가에서는 인권전문가를 1년에 2번 파견하여 실태조사를 했다. 교도소처럼 갇혀 있는 기분이지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참고 살만하다고 했다. 별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섬 밖에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3달 동안 모범적인 생활을 하면 등급에 따라 한 달에 한 번 외박이나 1년 뒤에는 휴가를 주었다. 나름 만족했다. 누가 언제 외박이나 휴가 가는지는 신변안전을 위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남자들만 있다보니 가끔 폭력 사태가 있었지만 바로 경찰이 쫙 깔렸다 보니 곧 해결됐다. 섬에서 살다가 싫으면 1년 뒤 언제든지 나가도 된다. 

그래서 자의반 타의반 점점 섬을 선호했다.

 

2054년 현재, 그리 나쁘지 않았다.

또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 특별법에 따라 엄격히 처리했다. 웬만한 곳은 경찰이 상주하다보니 소위 갑질 손님이나 진상을 최대한 차단했다. 그래서 일반사회보다 섬에서 범죄율이 훨씬 낮았다. 인구 감소로 경찰 인력도 부족해 로봇경찰을 투입했다. 로봇경찰은 국내에서 처음이라 테스트도 할 겸 희망의 섬이 적격이었다. 로봇들은 임무수행을 잘했다. 가끔 술취한 놈들이 로봇에 시비를 걸었지만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어 걱정 없었다.

섬에서 일하는 관공서 공무원과 용역 업체들은 월급도 더 많았고 혜택도 많았다. 외부보다 섬에서 일하는 게 더 안전했다. 그래서 외부에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희망의 섬에 취직하려는 구직자가 늘어났다. 공무원들은 갑질, 진상 고객을 덜 상대하니 만족도 높았고, 병원 의사, 간호사도 안심하고 진료했다.

밖에 나가는 날이면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성욕도 해소하고 돌아왔다. 가끔 나가는 외박이나 휴가가 그들에겐 생활의 활력소였다.

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자 때로는 흉악범이 아닌 일반 출소자들도 섬에 오기를 희망했다. 또한 예전에 출소한 사람까지 섬에 가기를 원했다. 갱생보호시설에서 나가봤자 먹고 살기가 막막했다. 주로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취직이 잘 되지 않는 출소자들이 희망을 했다. 기숙사가 있어 집 문제가 해결되니 좋았다. 국가는 심사를 거쳐 받아주었다. 재범을 막는 좋은 방법인데다 자발적이니 시민들도 좋아했다. 모범적인 생활만 한다면 1년 뒤 얼마든지 다시 내보내 주었다.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자치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섬 대표자를 임명해서 섬 관리를 맡겼다. 일종의 동네 통장 같은 역할이었다. 흉악범이 흉악범을 관리한다며 외부에서 비판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대표자는 열심히 일했다.

섬에 인구가 늘고 더 안정이 되자 출소자들에게도 편의점, 식당, 노래방, 카페 등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자영업 기회를 준 것이다.

처음에 출소자 10여 명으로 시작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은 출소자들 수가 300여 명, 경찰과 외부 인력까지 합치면 400명 가까이 되었다. 일반 사회처럼 섬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상 생활을 했다. 여느 작은 동네나 다름없었다. 출소자들은 외부에서 온 공무원과 용역업체 사람들과도 친해지며 가끔 술도 한잔했다.

공영방송사에서는 다큐멘터리 촬영차 허가를 받고 섬을 촬영하며 홍보를 했다. 관계자 인터뷰도 하며 세계 최초 치고는 잘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국 선진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벤치마킹하러 찾아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과격한 유튜버들이 섬 방문을 신청하면 대부분 거절됐다.

일부 오버하는 유튜버는 몰래 배타고 들어가 촬영을 했다. 범죄자들이 섬에서 편히 지내는 모습을 보고는 세금이 아깝다고 비난을 하며 이슈화했다. 겉으로는 사회 고발 목적이었지만 실제는 개인 방송을 어떻게든 띄워보려는 게 그들의 목적이었다.

 

섬에서 몇 년 있는 동안 외부에서 자신들이 잊힐때쯤 섬에서 나와 새삶을 희망하는 흉악범도 있었다. 그들은 개명을 하고 섬에서 모아둔 돈으로 성형수술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기도 했다. 희망의 섬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정부의 홍보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희망의 섬을 아니꼽게 보던 누군가가 해커 짓을 했다. 섬의 정보를 빼내 누가, 언제 섬에서 외박이나 휴가 나오고 떠나는지 공개를 해버렸다. 이때다싶어 유튜버 여러 명이 몰려다니며 흉악범을 찾아 나서는 방송을 했다. 일명 흉찾사(흉악범을 찾는 사람들).

그들은 흉악범 출소자들이 섬에서 나왔을 때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모였다. 기어코 흉악범을 찾아내서는 욕설과 시비, 폭력도 서슴치 않으며 생중계 했다. 심지어 출소자 가족사항까지 공개되며 큰 파장이 일었다. 가족들은 고개를 들고 다닐수 없었다. 정신과 치료, 자살 등 고립된 삶을 살았다. 현대판 연좌제였다.

외부에 나온 출소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심지어 한 번도 밖에 나온 적 없는 대표자 가족까지 신상공개 해버렸다.

참다못한 섬 대표자가 기자회견을 했다.

“우리가 죄값을 치뤘지만 여전히 국민들게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섬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국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렇게 고립된 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외부에서 일상생활 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위험부담을 안고 생활하기는 힘듦니다. 그런데 밖에 나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저희 정보를 공개 해버리니 저희는 어쩌란 말입니까? 심지어 가끔 외박이나 휴가 나오는 것까지 공개를 해버리니 죽을 지경입니다. 저희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저들 또한 흉악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는 강력히 처벌해 주십시오.” 그 뒤에는 처벌 안 해주면 선거 때 봅시다라고 협박이나 하고 싶었다.

 전국 죄수들이 힘을 합친다면 중요한 순간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0.3% 차이로 겨우 당선된 걸 보면 한표 한표가 소중했다.

지금 전체 죄수가 3만 5천 여명인데 결코 무시못할 유권자다. 인구 감소로 죄수들도 중요한 유권자가 된 것이다. 앞으로 범죄자는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범죄자와 예비 범죄자의 호응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박빙의 상황시 무시못할 변수다.

그래서 여당에선 이런 걸 대비해 희망의 섬 정책을 시도한 것이다. 희망의 섬 유권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니 일반 교도소 죄수들의 인권도 존중해주었다. 전체 죄수 숫자에다 이 정책에 호응하는 국민들까지 표밭 관리를 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해킹이 내국인 소행이라며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철저히 조사에 나섰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 희망의 섬 정책을 반대하더라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은 옳지 못하다며 해커 짓 멈추라고 했다.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희망의 섬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흉악범들이 다시 시민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피해는 우리 시민이 될 거라고 했다. 과연 국민들 안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그리고 섬에서 살다가 밖에 나온 흉악범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건 곧 희망의 섬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말이 맞지. 모범적인 생활하면서 가끔 외부에 나오는 것 까지 신상공개 해버리고 가족사항까지 자세히 공개하면 누가 희망의 섬에 가겠냐?

-흉악범들이 죽일 놈들이지만 너무 오버는 하지 말자. 죄값은 교도소에서 받았고 출소했어도 섬에서 살고 있으니 우리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냅두자.

-잘못하다 희망의 섬이 없어지면 우리 손해다. 적당히 해라.

 하지만 개인 방송에 목숨을 건 유튜버들에겐 희망의 섬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몰래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쯤은 다반사였다. 국가에서는 이럴수록 희망의 섬을 더 잘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저런 유튜버들한테 허점을 보였다간 국민들 지지율도 떨어지고 희망의 섬 정책도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편 대표자는 연쇄살인범이었다. 무려 13명을 죽인 흉악범이었지만 섬에서는 나름 존경받고 있었다. 섬뿐만 아니라 전국 교도소 죄수자들한테도 지지를 받았다. 언론을 통해 죄수자 인권보호에 관한 주장을 많이 했다.

극단적 성향의 유튜버인 다알림은 희망의 섬을 절망의 섬이라 비난했다. 죄수들에겐 다알림은 공공의 적이었다. 여당에게도 다알림은 골치 아픈 존재였다. 이미 그는 몇년 전 여당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게이트를 운 좋게 터뜨려 주목받은 바 있었다. 야당은 다알림을 응원했다.

대표자도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알림을 비난했다.

“저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또 범죄를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악순환을 원하십니까? 기회를 주고 안 된다면 그땐 우릴 죽이든지 살리든지 맘대로 하십시오. 저놈은 단지 자기 이익을 위해 우릴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솔직히 국민들도 희망의 섬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다알림도 반박했다.

“절대 진리가 있지.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국민 여러분 속지 마십시오. 여론 때문에 자기들 편히 살라고 반성하는 척 하는 겁니다. 나중에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냥 사형제 부활하면 될 것을 우리 세금으로 굳이 절망의 섬을 만들어서 낭비하는 이유가 뭔가요?

사형제 실시하면 이런 갈등도 있을리 없지요. 이거 정말 돈낭비 인력낭비 아닌가요? 섬 관리 대표자가 흉악범 출신입니다. 흉악범이 흉악범을 관리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제 말 틀렸습니까?”

다알림 말도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사형제 실시하라고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섬을 자주 방문하여 대표자를 여러 번 만나 격려했다.

대표자는 밖에서 손가락질 받고 사느니 섬에서 대장질 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인권단체는 모순된 입장이다. 사형제도가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희망의 섬도 인권침해라 반대하니 말이다. 뾰족한 해결책도 없이 반대했다.

야당도 표를 얻기 위해 대선후보 공약으로 사형제 실시를 내걸었다. 이상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흉악범들이 다 사형선고를 받는 게 아니다. 흉악범들 중 일부일뿐이다. 이것에 대해서도 다알림은 비난했다.

“사형 범위를 넓혀야 합니다. 30년, 무기 징역 할 바에야 사형이 더 낫죠. 뭐 때문에 죽을때까지 우리 세금으로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야 합니까? 절망의 섬을 없애고 국립관광지로 만드는 게 더 이익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섬에 저게 뭔 짓인가요? 일반 죄수 출소자들도 저기서 편히 생활하지 않나, 현재 교도소에서 죄수 인권도 너무 높여놨더군요.”

야당도 적극 호응했다.

 

얼마전엔 섬 둘레 전체에 로봇경찰을 24시간 배치했다. 하지만 로봇경찰로도 침입자를 100% 막기는 힘들다. 게다가 휴전선처럼 철조망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몰래 올 수 있다. 북한이 남한에 귀순하듯이 말이다.

다알림은 또 섬에 몰래 들어갔다. 점점 섬 전체가 작은 도시처럼 느껴졌다. 밤에 변장을 하고 상업시설에 들어가 술집, 노래방을 몰래 촬영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SNS에서 많은 댓글이 달렸다.

-범죄자들이 즐겁게 놀다니, 아! 우리 세금이여!

-저건 세금이 아니고 지들이 번 돈으로 노는 거야. 그 정도는 괜찮잖아.

⌎위에 너, 희망의 섬 범죄자지?

-지 돈으로 놀아도 난 저꼴 못 본다.

-뭐야, 우리보다 더 좋은 곳에 살고 있잖아.

-그래, 거기서 나오지말고 평생 살아라

다알림에 대해서는 무단 침입으로 벌금을 부과할 뿐이었다.

 

여당은 언론에 호소했다.

“희망의 섬은 절대 인권침해가 아닌 오히려 출소자 인권을 존중해주는 섬입니다. 흉악범이 일반사람과 섞여 차별 받고 생명을 위협 받는 게 더 인권침해 아닌가요? 인권단체는 대안도 없으면서 반대만 하지 마십시오. 다알림 유튜브도 인기성 발언 그만 하십시오. 비록 국민세금으로 운영되지만 국민 안전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세금입니다. 국민 여론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희망의 섬에 있는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알림 같은 극단적 유튜버 때문에 이 정책이 폐지된다면 나라가 어찌 되겠습니까? 정책이 폐지되어 흉악범 출소자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면 그게 더 끔찍한 일입니다.”

-그래 그놈들이 다시 나온다면 우리가 불안하지.

-정부가 지금 우릴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 아니고 현실이 될 수 있어. 흉악범들이 섬에서 다 나오면 어떡할래?

-이게 다 다알림 너 같은 놈들 때문이야. 적당히 괴롭히자. 쥐새끼도 도망 갈때가 없으면 고양이 물어뜯는다.

-다알림 니가 해커지? 더러운 유튜버들. 다른 사람 안전 생각지 않고 자기 인기를 위해 자꾸 오버하네.

 

 대표자가 오랜만에 외부로 나가는 날이다. 대표자 휴가는 특히 극비로 했다.

 

 새벽 두 시경. 괴한들이 다알림 집을 침입했다.

다알림은 새벽이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엔 악몽인 줄 알았다.

“니 말이 맞아. 사람은 고쳐쓰지 않는 게 진리지.”

바로 앞에는 대표자였다. 언론상에서는 별 미친놈쯤으로 봤는데 직접 흉악범을 마주하니 심장이 뛰었다. 겉으론 태연한척 눈싸움을 했다.

“그래서 난 니말대로 고치지 않기로 했거든.” 입꼬리를 올리니 입술 위 흉터가 더욱 날카로웠다.

칼을 꺼냈다. 오랜만에 흉기를 손에 잡으니 반가운 듯 칼날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알림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이젠 넌 14번째야.”

다알림은 불빛에 비친 칼끝을 보자 심장이 피부를 뚫고 나올 듯 햇다.

“너무 겁먹지마. 이 칼은 그냥 협박용이야. 다르게 죽여줄게.”

괴한 두 명이 다알림 입을 쫙 벌리자 대표자가 독한 양주를 들이붇기 시작햇다.

 

“뉴스 속보입니다. 유튜버 다알림이 어제 자택 근처 강가에 자신의 차 안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다알림이 음주운전으로 익사한 걸로 판단하고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에피소드2: 대한외국인

 

실패했다. 이미 예견된 일이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할 때 정부는 이런 예측을 했어야 했다.

2054년 현재 독신 가구는 더욱 늘어났고, 출산율은 0.4로 최악이다.

학령인구 저하로 학교가 통폐합 되고 일부는 선생이 학생을 찾아가서 수업을 한다. 소수 그룹 과외식이다. 단체 체육수업은 일주에 한 번 날을 잡아서 근처 지역 여러 학교가 모여 다같이 체육활동을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청년층 노동력 부족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단순노동을 차지한 지 오래다. 사업장의 단순노동 70%는 외노자다. 일부 직장은 사무직까지 외노자를 쓴다. 사무직 외노자가 처음부터 되는 건 아니다. 처음엔 남들처럼 단순노동을 몇 년 하다가 한국말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머리 좋은 외노자가 사무직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현재 외노자가 전체 노동력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외노자들 사이에서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계층이 형성됐다. 소위 잘 나가는 외노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외노자 대우도 좋아졌다. 단순노동 외노자도 최저임금으론 턱도 없다. 사무직은 내국인 월급을 바짝 추격했다. 이제 내국인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외노자를 많이 쓰는 사업장의 업주들은 그 비용도 아끼고 싶어 온갖 편법을 쓴다. 국내 노동 경험이 많고 똑똑한 외노자는 사절이다. 법을 좀 아는 외노자들은 업주가 조금만 잘못하면 노동부에 바로 신고하거나 그만둘 때 한꺼번에 화풀이 하듯이 고발해 버린다.

그래서 업주들은 빨리 값싼 로봇이 대체되길 희망했다. 현재는 비싼 관계로 주로 대규모 사업장에서만 로봇을 활용한다.

 한편 정부는 외노자가 국내에 3년 거주하면 주어졌던 지방선거 투표권을 총선이나 대선까지 확대했다. 처음엔 내국인들이 반발이 많았지만 인구의 적지 않은 비율을 외노자가 차지하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10여 년 전에 외노자가 전체 파업을 한 적이 있었다. 외노자는 늘어나는데 외노자 인권이 엉망이라는 이유였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외노자연합회(대외연)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시 못할 이익단체가 되었다. 대한외국인이라는 신조어가 국어사전에 등재되고 새로운 계층이 형성되었다. 얼마뒤에는 대한외국인당(대외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정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내국인과의 갈등은 여전하다. 얼마전 외노자들이 단체 회식을 하는데 옆테이블 내국인과 시비가 붙었다. 이걸 계기로 폭동이 일어났다. 마치 미국에서 일어나는 흑인 폭동을 연상케 했다.

내국인들은 투표권 박탈해야 한다며 난리였다. 몇 년 전부터 값싼 로봇을 빨리 대량생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로봇 선진국에서 수입을 서둘러서 외노자를 쫓아내자고 주장했다. 국내 로봇업체들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로봇을 조금씩 생산했다. 점점 로봇 가격이 다운되면서 대량생산 시스템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외노자가 지금 여당의 표밭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총선, 대선 투표권도 준데다 외노자 인권향상을 통해 선거때마다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국내 로봇 생산이 늘어나자 정부는 걱정이 앞섰다. 내국인만으로는 출산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외노자들이 출산율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로봇이 늘어나 외노자가 떠나버리면 출산율에 구멍이 생겨버린다. 그래서 정부는 외노자를 적극적으로 귀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출산율도 높이고 표밭도 다지고 일석이조다.

혼혈인이 늘어나 민족정체성이 없어진지는 오래고, 주요 산업을 외노자한테 의존하는 비율이 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형성됐다.

 

 현재, 빠른 기술이 발달로 로봇 대량생산체제가 가능해졌다. 중소규모 사업장은 환영했다. 비용대비 로봇 노동력 효율성이 훨씬 좋았다.

일단 사업주는 로봇과 갈등이 있을리 없다. 어떤 불만도 파업도 없었으며, 초과 근무를 해도 고발하지 않았다. 월급은 전기 밧데리 충전이면 충분하다. 로봇이 힘들면 A/S 부르면 그만이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감정없이 그저 일만 하는 로봇을 사장들은 좋아했다.

대량생산으로 로봇 가격이 다운되자 대부분 사업장에는 로봇이 하나둘씩 일자리를 차지했다.

당연 외노자들은 줄기 시작했다. 대외연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힘든 일 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이렇게 희생했는데 이젠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저 말 못하는 로봇 따위에게 우리가 져서는 되겠습니까? 게다가 여기서 결혼도 하고 터를 잡아 애까지 낳아줬습니다. 세금도 내며 국가 경제에 많은 일을 했습니다.” 외노자 대표자가 악을 써가며 한국말로 불만을 잘도 토로했다.

“방법이 있습니까? 사장들이 로봇을 선호하는데 우리가 막을 방법이 있냐말입니다.” 어떤 위원이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질문했다.

“우리에겐 투표권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직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선거때 심판하겠다고 압력 행사하는 겁니다.” 대표자는 생수를 벌컥 들이마셨다.

“로봇이 우리 일을 다 대체해서 우리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 투표권도 소용없잖아요?”

“그러니까 대체되기 전에 서둘러야지요. 올 연말에 대선이 있고, 내년에 총선과 지자체 선거가 기회입니다. 그때까지 로봇이 우릴 대체할 비율은 대규모사업장은 25% 정도입니다. 중소규모 사업장은 더 낮겠지요. 그때까진 여전히 우리 투표권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요. 특히 공단이 모여있는 우리 경기도 몇몇 도시는 압력행사 하기 좋지요.”

“그렇군요. 우리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여당에 표를 주지 않을거라 압력 행사하면 되겠군요.”

모두다 웅성거리며 희망의 눈빛을 보냈다.

 

 로봇회사 오토로봇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내 로봇 제1기업이다. 동남아로 수출도 했다. 미래 국내 효자산업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국내사업장에서 로봇은 외노자에게 불청객이었다. 무감각한 로봇과 매일 기싸움을 하는 듯 했다. 왠지 로봇 눈이 자신들을 째려 보는 것 같았고, 윙윙 움직이는 소리가 로봇 자신들만의 언어로 외노자들을 욕하는 듯 했다. 무거운 물건을 손으로 가볍게 들때는 왠지 외노자들은 초라함을 느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이 한국말 지시사항을 알아듣고 작업을 수행할 때면 외노자들은 자신들의 지능이 모자라는 것 같은 자괴감에 빠졌다.

좁은 장소에서 로봇과 마주치면 괜히 툭 치고 시비도 걸어 보았지만 로봇은 무시할 뿐이다. 한 대 치고 싶었으나 카메라가 녹화되고 있어 눈빛만으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과격한 외노자들은 술에 취해 로봇 공장에 쳐들어가 쇠파이프로 로봇을 때려 부수기도 했다. 마치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 운동을 연상시켰다.

 

 그러다 외노자한테 환영할 일이 발생했다.

로봇이 명령을 듣지 않거나 동선이 멋대로 움직이며 노동자와 부딪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부 전기선이 타버려서 작은 불이 날 때도 있었다. 심지어 근무지를 이탈해 도로로 나와 교통사고도 일으켰다.

현장에서 로봇이 오류가 날 경우 오토로봇 본사에서 제어하는 시스템이 신속히 처리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얼마 안돼 오류를 일으켰다. 해킹을 당한 것이다. 오토로봇 회사는 당황했다. 아무런 감정없는 로봇이 인간에게 악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들도 불안했다.

잘 됐다싶어 대외연과 대외당은 한 목소리를 냈다.

‘외노자가 토사구팽이냐?’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토로봇 보십시오.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로봇이 일 부리기 쉽다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이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저러다 사람을 해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바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공장마다 로봇 대체율을 제한한 것이다.

출산율 저하로 경제활동인구 기반이 위험하니 외노자가 필수란 것이다. 로봇 때문에 외노자가 떠난다면 국가 경제는 무너질 게 뻔하다며 우리 나라도 미국처럼 다인종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다간 국가 존립자체가 흔들린다고 했다. 그래서 외노자 대비 로봇비율을 20%로 제한하는 법안을 긴급 안건으로 통과시켰다.

로봇업체와 사업주들은 반발했다. 국가 정책이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결국 소송을 걸었다. 몇 년 걸릴 게 뻔하다.

여당은 다 예상하고 소송 기간 동안 최대한 표를 잡아 두어야 했다.

밑져야 본전이다.

여당은 대외연과 대외당 대표자와 만남을 가지며 힘을 실어주었다.

계속 언론에 정당화하는 소식을 내보냈다.

“나라에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많아야 됩니다. 사람이 있어야 국민연금, 건강보험도 내고 그래야 국민 여러분 노후보장이 될 것 아닙니까? 사람이 있어야 세금을 내고 나라를 돌아가게 만들어야 될 것 아닙니까? 로봇이 세금 냅니까? 사업장에는 최소한의 로봇만 있으면 됩니다. 지금의 로봇은 초기 단계라 안전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알다시피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겁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인종의 다양성 시대 들어섰습니다. 이미 혼혈 가족이 많지 않습니까? 다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다들 인정하고 함께 살아야 합니다.”

대한외국인들과 인권단체들은 정부 발표를 적극 환영했다.

 

 <몇 달 후 여당 선거캠프>

최강호 선대위본부장과 국정원장이 만났다.

“원장님, 선거전까지 조금만 더 수고해주세요. 북한 정찰총국 입단속은 잘 됐겠지요?”

“네. 돈만 송금하면 해킹 짓은 세계 최고 아닙니까? 로봇들이 바이러스에 꼼짝 못했습니다.” 원장은 잠시 머뭇하더니 다시 입을 뗐다. “근데 이번에도 최석주 대통령이 3선 가능할까요?”

“우리 여당 대표가 내일 대한외국인당 대표를 만나 물밑 작업할 겁니다. 합당 조건으로 내년 총선과 지자체 선거때 비례대표 밀어주면 이제 대한외국인 표는 우리 거라 보면 되지요. 여론 조사해서 지지율이 낮으면 또 정찰총국에 부탁하면 됩니다. 표 개표시 해킹해서 조작하면 될 겁니다.”

본부장 말에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서 희망의 섬 해킹이 전화위복이 되었네요.” 원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셈이죠. 북한이 시험삼아 한 해킹을 로봇에 응용할 줄이야. 섬 정보와 출소자 신상 정보가 노출됐지만 오히려 지지세력을 결집 시키는 계기가 됐지요.”

“희망의 섬 정책이 폐지되면 피해보는건 국민이라는 걸 머릿속에 잘 각인 됐을겁니다. 다알림 같은 놈들을 극혐하게 만들어 희망의 섬 정책을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희망의 섬이 계속 존재하면 죄수들 표도 얻고 국민도 안전하지요. 이 정책에 반신반의하는 국민들을 확실히 우리편으로 돌릴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정책이 됐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정책 하나만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된다면 정권 연장은 쉽지요. 죄수와 대한외국인 표가 있으면 선거에서 유리합니다.”

“설마 다알림 사건도 국정원에서...” 본부장은 국정원장 표정을 살폈다.

“아니, 아닙니다. 등신 같은 대표자가 과잉충성 한 것 같습니다. 섬에서 권력을 줬더니 좀 오버했나 봅니다. 물론 개인적 감정이 더 컸겠지만요. 역시 그 진리가 맞았네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닌가 봅니다. 허허.”

“대표자를 계속 써먹으려면 당분간 신변 보호가 필요할 것 같네요.” 선대위본부장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알림을 자살로 처리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때 통일은 안 하는 게 좋을 듯 싶네요. 통일되면 북한과 이 짓도 못할 겁니다.”

“그렇지요.” 선대위본부장이 담배연기를 내뿜자 희뿌연 연기가 앞을 가렸다.

 

어쩌면 희뿌연 연기처럼 나라의 앞날도 그렇게 보였고, 심지어 그 연기속에 보이지 않는 담배 독성도 미래를 함께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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