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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당신이 남긴 말 - 3장

2021.10.31 01:5310.31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대가로 동준은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잔뜩 심술이 난 얼굴로 창틀에 기대어 바깥 구경을 하였다. 밥 먹으라는 엄마의 말도 무시하고 시위를 하느라 배가 꼬르륵 거렸다. 하릴없이 바다 마을을 구경하던 동준이의 아래로 천진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야!

 

 

또래 목소리의 부름에 동준은 고개를 주욱 빼었다. 안경을 낀 남자아이와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동준이가 기댄 창을 가리켜 저들끼리 수군거렸다. 동준이가 눈살을 찌푸려 둘을 자세히 보기 위해 애를 썼다. 남자아이는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둘루고서 하얀 면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뺨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고 청바지와 캐릭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동준은 그 애들에게로 맞고함을 쳤다.

 

 

왜!

 

 

동준이의 고함에 여자아이가 동그랗게 손을 모아 소리를 지른다.

 

 

그 집이 인어의 집 맞지!

 

 

뭐!

 

 

인어....!

 

 

남자아이가 여자애의 어깨를 잡아 끈다. 둘은 곧 골목 어귀로 달아난다. 김이 빠진 동준은 멀거니 두 아이가 사라진 골목만을 바라만 보았다.

 

 

.....!

 

 

현관 쪽이 소란스럽다. 동준은 몸을 빼었다. 까만 머리칼, 지저분한 셔츠, 익숙한 얼굴.

 

 

누나!

 

 

누나가 엄마랑 싸우고 있다. 집으로 찾아온 누나를 엄마가 밀어내고 있었다. 동준은 귀를 기울이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지만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언뜻언뜻 경찰과 신고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동준은 문과 창밖을 번갈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엄마의 경고에 누나가 물러난다. 거리로 쫓긴 그녀가 위를 올려다본다. 누나와 동준이의 눈이 마주친다. 서로를 본다. 서로를 바라본다. 까만 머리칼과 늘어진 셔츠가 기분 좋게 바람에 날린다. 여름이었고 한 낮의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로 내리쬐고 있었다. 동준이가 침을 삼킨다. 엄마 미안. 준이가 문을 박차고 나가 현관으로 달려 나간다.

 

 

얘, 준아!

 

 

그런 그의 용기에 엄마는 조금도 물러나지 않는다.

 

 

아악.

 

 

동준이가 연신 몸을 뒤틀어보지만 엄마는 준이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려 방으로 돌려보내었다.

 

 

엄마 미워!

 

 

자꾸 그러면 휴가 내내 거기 있을 줄 알아!

 

 

방문이 닫힌다. 동준은 신경질을 부리며 바닥을 굴렀다. 울음도 터뜨려보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숨을 색색 거리며 동준은 다시 창으로 몸을 빼었다. 그 거리의, 그 자리에서 누나는 가만히 서서 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샐쭉해진 입으로 동준이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려 흔든다. 누나도 손을 올리지만 마당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슬금슬금 도망을 치고 만다.

 

 

누나!

 

 

마당으로 할머니가 나와 있다. 빈 거리로 동준은 원망스러운 마음만 가득하였다. 누나는 인어인데. 할아버지의 오래된 친구인데. 내가 알려 줘야 하는데. 분명 들었는데. 할머니가, 할머니의, 할머니에게. 그 방에서, 그 잠깐에서, 그 밝던 달의 어스름 사이에서. 동준은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심히 못마땅한 얼굴로. 할머니가 도로 집으로 들어간다.

 

 

쉭, 쉭.

 

 

숨이 빠지는 어설픈 소리. 동준이가 마당의 담벼락을 보았다. 휘파람을 내려는 듯 두 아이가 잔뜩 볼을 부풀리고서 침을 튀기고 있다. 동준이가 손을 번쩍 들어 보인다. 남자아이가 고개를 올리고서 무언가를 집어 든다. 자세를 취한다. 준이가 고개를 뺀다. 대체 뭐하려는 걸까. 남자애가 투구 폼을 잡고선 크게 몸을 돌려 힘껏 물건을 던진다. 준이가 있는 창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툭 벽에 부딪혀 맥없이 떨어진다.

 

 

이번엔 여자아이가 그 물건을 도로록 감아 올려 제 손에 쥔다. 다시 힘껏 던진다. 하얀 무언가가 자꾸 벽에 부딪힌다.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보다 못한 두 아이가 서로 던지겠다고 실랑이를 벌인다. 왁, 왁. 다투던 둘이 우뚝 멈춘다. 엄마가 떠드는 소리를 들은 건지, 밖으로 나와 두 아이를 부르고 있다. 겁을 먹은 아이들이, 와아, 달아난다. 엄마가 팔짱을 끼며 두 아이를 바라본다. 동준은 한숨을 쉬었다. 잘 가라, 나의 바다야. 잘 가라, 나의 휴가야. 잘 가요, 신비로운 인어 누나. 풀이 죽은 채 방에 갇혀 있으니 엄마가 방으로 들어온다.

 

 

아까 걔들, 아는 애들이니?

 

 

아니.

 

 

흠.

 

 

동준이의 축 늘어진 어깨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든 엄마는 아이들이 놓고 간 물건을 그의 옆에 슬쩍 남겨두었다.

 

 

밤에 돌아다니면 안 돼, 알았니?

 

 

그 말을 끝으로 엄마가 문을 열어둔 채 방을 나간다. 엄마가 놓아 둔, 아이들이 준이의 창으로 집어 던지려 애를 쓰던 것. 그건 하얀 종이컵으로 만들어진 실 전화기였다.

 

 

동준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누나를 찾아다녔다. 한참을 걷던 준이는 푹푹 찌는 여름 햇살에 지쳐 작은 가게 앞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였다.

 

 

야.

 

 

안녕?

 

 

동준이가 눈을 뜬다. 벌렁 누운 준이의 얼굴로 두 아이가 몸을 숙여 인사를 건넨다. 동준이가 놀라 아무 말이 없자 두 아이가 그를 일으켜 가게로 끌었다. 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각자 손에 들고서 사이좋게 더위를 식힌다.

 

 

네가 그 인어의 집 아이지?

 

 

남자아이가 당돌하게 물었다. 동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어의 집?

 

 

그래 인어의 집!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찢어진 청바지를 팔짝거리며 웃는다. 젖니가 빠져 앞니 한쪽이 휑 비어 있었다. 남자아이가 자신을 손으로 가리킨다.

 

 

나는 하람, 그리고 얘는.

 

 

난 은령이!

 

 

동준이가 둘을 따라 자신을 소개한다.

 

 

난 준, 박동준이야.

 

 

은령이는 물고 있던 아이스 바를 집어 준이를 콕하고 찍었다.

 

 

너 인어 본 적 있어?

 

 

동준이의 등이 다시 활처럼 곧게 펴진다. 물론 본 적이 있다. 바다에서, 그 해변에서. 심지어 대화도 나누었는걸. 뭍으로 올라온 뒤로는 말을 하지 못하였지만 그 누나가 틀림이 없었다. 하람이와 은령이가 준이에게로 몸을 기울인다. 동준은 고민에 빠졌다. 이 둘에게 정말 이야기해도 좋은 걸까. 어떻게 해야 할까. 준이의 침묵을 다른 의미로 안 하람이는 진지하게 말하였다.

 

 

엉뚱한 소리라고 생각하겠지.

 

 

응?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

그 해변에 인어가 나온다고.

 

 

우리 할아버지도 그랬어!

 

 

하람이의 옆, 은령이도 신이 난 얼굴로 그의 말을 거들었다. 하람이의 얼굴은 한없이 진지해서 그 나이대의 아이답지 않았다. 그래 여름을 맞은 12살의 표정이라 할 수 없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

준이, 네 집에 사는 상혁이라는 할아버지가.

 

 

설마. 이 아이들이 아는 걸까.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어릴 적 인어와 놀고 특별한 여름을 났다는 신비한 모험담을.

 

 

인어랑 사귀었다고 말이야.

 

 

준이의 목젖이 위험 신호를 꿀꺽 삼키어 넘겼다. 설마. 은령이가 새된 목소리로 개구지게 웃는다.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게 말했어!

 

 

으앗. 동준은 속으로 침을 삼키었다. 하람이가 다 먹은 아이스 바 막대기를 흔들며 장난치다 멀리로 집어 던진다.

 

 

난 꼭 보고 싶어.

그 인어라는 걸.

 

 

준이의 목젖이 연신 마른 침을 삼키었다. 은령이도 활기차게 말을 붙이었다.

 

 

나도 보고 싶어!

 

 

하람이가 준이를 향해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한다.

 

 

네 도움이 필요해, 동준아!

 

 

도와줘, 쭈나!

 

 

그,,.. 그게.

 

 

난처하게 되었다. 동준은 12살의 여름에서, 쓰인 적 없던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굴려 보았으나,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다.

 

 

실전화기는 자신의 방에서 마당의 담벼락에 까지 늘려 걸쳐 두었다. 설치하는 도중에 실이 짧아 엄마가 더 긴 실을 잘라주어 실전화기를 고쳐주었다. 전화기의 하얀 종이컵을 굴리며 벌렁 눕는다. 누나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눈을 굴리며 어둑어둑해진 밤하늘을 본다. 동준은 몸을 일으켜 바다를 찾았다. 멀리로 보이는 남청색 도화지가 연신 흔들거리고 있다. 혹시 어제처럼 헤엄을 치고 있을까. 동준이의 다리 근육으로 힘이 들어간다. 바다로 갈까.

 

 

엄마의 화가 난 얼굴이 준이의 등 뒤로 스쳐지나간다.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다. 동준은 주저앉아 창에 기대었다. 희미하게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1층으로 내려간 그는 부엌으로 가 코코아를 찾아다녔다. 따뜻한 음료라도 마시면서 진정하고 싶었다. 내일 다시 찾으러 다니는 거야. 분명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응, 그럼 언제 오는 거야?

 

 

엄마는 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빠일까.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아 엄마 앞에 선다. 동준이가 주전자를 내밀자 엄마가 받아들어 가스를 연다. 불꽃이 일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김을 뿜는다.

 

 

그래, 그럼 얼마나 걸리는 거야?

 

 

아빠 오는 거야?

 

 

엄마가 준이를 내려다보고는 머리칼을 쓴다.

 

 

준이도 기다리고 있어, 뭐?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 엄마. 그녀는 못 말리겠다는 얼굴을 짓고는 동준에게로 몸을 구부렸다.

 

 

아빠가 사랑한다고 전해달래.

 

 

나도 사랑해, 아빠.

 

 

수화기 너머로 아빠의 안부 인사가 희미하게 들려오다 금방 그친다. 엄마가 다시 전화기를 다시 볼에 대어 대화를 이어간다. 주전자가 부글부글 김을 쏟아낸다. 동준이가 코코아를 건네고 엄마가 노란 찻잔에 동준이의 코코아를 넣어 끓는 물을 붓는다. 따뜻한 음료를 두 손에 꼭 쥐고서 준이는 호호 조심스럽게 물을 들이켰다. 달큰한 갈빛의 코코아가 혀 위를 덥힌다.

 

 

아얏.

 

 

혀를 데인 동준은 열심히 입김을 불며 방으로 올라가려 하였다. 할머니의 티비 방이 열려 있다. 틈새로 보이는 풍경은 차분하고 은은하였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치질 않았고 안락의자는 잠에든 듯 바람에 따라 조용히 흔들거렸다. 동준은 코코아로 몸을 덥히며 우뚝이 섰다. 할머니는 인어를 보았을까. 할아버지가 사랑한 인어를 만났을까.

 

 

준아.

 

 

엄마가 동준이의 뒤로 선다. 준이가 몸을 돌려 엄마를 반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시리 몸이 움츠러든다. 엄마가 동준이의 몸을 감싼다.

 

 

준아, 약속해.

다시는 밤중에 나가지 마.

 

 

준이가 우물쭈물한다. 엄마가 엄한 얼굴을 한다. 마지못해 동준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만족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러면 안 돼.

밤은 아이들에게 위험하단다.

 

 

엄마가 동준을 방으로 끌자 준이가 할머니를 가리키며 물었다.

 

 

할머니는 인어를 본 적 있어?

 

 

글쎄, 어떨까.

 

 

이번엔 동준이가 엄마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엄마는?

 

 

아빠를 따라서 이곳에 온 적은 많지만,

한 번 도 본 적 없어.

 

 

으응.

 

 

동준이가 엄마의 손에 이끌린다. 이제 자러 가야지. 2층으로 오르기 전 보았던 할머니의 옆모습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엄마가 이부자리를 펼치고는 밤 인사를 한다.

 

 

엄마, 나 이야기.

 

 

뭐?

 

 

할아버지랑 아빠는 매일 해준단 말이야.

 

 

으이구.

 

 

못 이기는 척 준이의 옆으로 가 눕는다. 엄마는 방에 있는 책장으로 눈을 굴렸다. 동화책들을 훑어보는 엄마를 동준이가 붙잡는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응?

 

 

인어 이야기 해줘.

 

 

인어?

 

 

응.

 

 

엄마가 난처한 얼굴을 한다.

 

 

글쎄, 엄마는 아는 게 많이 없는데.

아빠한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싫어!

 

 

준이의 단호한 대답에 엄마가 고개를 젓는다. 그래, 그래. 엄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다마을의 인어 이야기에 대해 입을 열기로 하였다.

 

 

네 아빠의 아버님,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인어를 만났다고 하였지.

 

 

응, 그건 나도 알아.

 

 

그리고 꽤 예쁜 사랑을 했다는 구나.

 

 

나도 알아, 그건.

 

 

그리고 해변에서 둘만의 만남을 가졌다고 하였지.

 

 

알아, 다 안 다구!

 

 

엄마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엄마가 일어나 버린다. 동준이가 바짓단에 매달려 때를 쓴다.

 

 

미안해, 잘 들을 게, 엄마.

 

 

자꾸 그러면 이야기도, 따뜻한 코코아도, 다음 휴가도 없는 줄 알아!

 

 

준이가 울먹거린다. 엄마는 다시 동준의 옆자리로 들어가 기억을 더듬었다. 언제고 들었던 시아버님에 대한 소문들과 그 사고. 엄마는 과거로, 과거로 되감았다.

 

 

준아,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아니?

 

 

응?

 

 

할아버지는 말이야.

 

 

달빛에 취한 탓인지, 재촉에 못 이겨 아무 생각이나 떠올린 탓인지, 어쩌면 줄곧 누군가에게 털어 넣고 싶었던 탓이었는지. 엄마는 동준이에게 이상한 말을 하고 말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대.

꼭 바다에서 죽을 거라고 하던걸.

 

 

동준은 엄마가 한 그 이상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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