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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천공의 서] 프롤로그

2005.10.31 03:5510.31

프롤로그





태초에 빛이 있고 이에 어둠이 있었으매,
이들은 서로를 연모하여 결실을 두었으므로
이를 하늘이라 이르렀도다.

하늘에 숭고한 욕망이 일어,
두 눈으로 해와 달을 만들고
팔과 다리로 신성한 생명을 지었으므로
이를 신이라 이르렀도다.

신은 하늘을 우러르고자,
아름다운 이들을 창조하여 천사와 악마라 이름하였으나
하늘은 다만 슬피 울 뿐이라.

이에 다시 생명을 창조하니,
이들은 신을 닮고 하늘을 닮았으며
저의 어버이를 잊었으나 저버리지 아니하며
우매하나 어리석지 아니하고 자비로우나 헛되지 아니하니
이들을 인간이라 이르고 기뻐하였도다.

인간은 신을 닮고 하늘을 닮았으나
신은 인간을 닮지 못하였으니
그 어떤 것도
인간을 닮아내지는 못함이라.


“오늘은 세계사 수업을 받았어요. 모르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리엔은 열심히 했답니다. 그런데 왈츠 수업을 받다가 선생님 발을 밟아버려서 너무 창피했어요. 내일이 무도회 날인데 큰일이에요. 오라버니들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럼,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침대에 반듯하게 앉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아이의 모습에, 조용히 방으로 들어섰던 한 여성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기도를 마친 후에야 그녀가 있음을 눈치 챈 아이가 얼굴 가득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긴다.

“어마마마!”

그녀는 침대 곁으로 걸어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도 기도했나요, 리엔?”

“예!”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요?”

정답은 ‘이불을 잘 덮고 잔다’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대신 아이는 짓궂게 웃으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어마마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노란 병아리 같은 아이의 목소리에 여성은 차마 거절도 못한 채 아이의 침대 맡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이의 손을 마주 잡아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허락의 뜻에, 아이의 얼굴에 너무나 예쁜 웃음이 그려졌다.

“그럼, 리엔의 나라 카이리스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신화를 얘기해줄까요?”

‘신화’라는 말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화한 미소가 어린, 기억에 잠긴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옛날 옛날에, 쿠키 굽는 것을 좋아하던 푸른 눈의 청년이 있었어요······.”




하늘에 숭고한 욕망이 일어,
두 눈으로 해와 달을 만들고
팔과 다리로 신성한 생명을 지었으므로
이를 신이라 이르렀도다.

이것은,
숭고한 그들의 앞에 감히 바치는
미천한 나의 노래.


천공의 서.






* 문학 커뮤니티 베스트셀러를 꿈꾸다 ( http://cafe.daum.net/Besel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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