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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단편] 전화

2003.11.27 01:1711.27

전화

        //뾰로롱 꼬마 마녀 ~//

        “핸드폰 소리 좀 바꿔라!”

핸드폰 벨 소리를 듣던 채윤은 붓을 내게 던져버릴 태세로 날 노려보았다. 난 태연히 채윤이의 시선을 견디면서 혀를 쏙 내밀었다가 집어넣었다.

        “내 핸드폰이야. 내 마음대로 한다고.”

채윤은 투덜투덜 거리면서 캔버스에 붓을 가져다 대고서 슥슥 거칠게 푸른색을 입혀나갔다. 난 그런 그녀를 보면서 잠시 키득거렸다.

        “여보세요?”

핸드폰 너머로 치직 거리는 잡음이 들린다 싶더니 삑- 거리는 소리가 난다. 국제전화이구나. 난 핸드폰을 다잡고서 다시 한번 반문했다.

        “Hello?"

        //성공한 듯 해.//

난 다른 손에 잡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서 수화기를 다시 다잡았다. 약간의 잡음이 있다 싶더니 이윽고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되어져 오고 있었다.

        “응. 말해.”

        //기억해 낸 듯해-.//

        “그 아이가?”

난 다소 날이 서린 목소리로 반문했다. 기다리던 예의 그 전화라는 것을 알았는지 채윤은 작업하던 것을 잠시 중단하고서 아트리에 아래층의 주방으로 내려간다. 무엇인가 달콤한 거라도 만드는 지 초콜렛 향이 진득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옆에서 하양이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런- 단 거에 너무 맛들이면 안 되는데.

        //기억해 냈어.//

        “전부 다?”

난 가차 없었다. 전화 너머의 리오의 목소리는 너무하다는 듯 예의 윽 하니 질린 소리를 낸다.

        “전부가 아니라면 소용없어. 지금은 힘이 필요한 때니까.”

무리수를 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 을 빼앗긴 이후로 너무나도 많이 조급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세세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능력은 회복이 된 듯 해. 기억도 다 해낸 듯 하고. 하루 종일 울고만 있는데? 너 그런데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좀 봐 주어도 되잖아?//

        “무엇을?”

난 차갑게 반문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던지 그것은 그녀의 일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현재의 일이 있는걸. 나 역시 연연하지 않고 있어. 그러고 있는 걸.

        //너야말로 기억을 되찾을 필요가 있겠어. 예전의 너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왜 이리 차가워진 거야?//

원래 차가웠는걸. 난 피식 웃어버렸다. 그 동안 착한 아이인척 -. 그렇게 연기를 해왔던 거라고. 사실 무리도 아니지 않아? 나도 좀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어머니는 원래대로라면 자신이 떠맡아야 했을 짐을 내게 넘겼어. 단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했다고 믿었던 이가 내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을 훔쳐갔지. 그 여자에게 주기 위해서.

        "왜 그리 해야 하지? 지금 너희들이 필요한 사람은 냉철하고 똑 부러진 그런 사람 아니야? 안심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런 나약한 이는 안 될 테니까. 그나저나 다행이네? 그 아이가 각성했다니. 훌륭한 힘이 될 거 아냐? 이제 남은 것은 남아 있는 을 완성시키는 일만 남았네. 속이 다 시원하네. 안심하라고. 지극히 이성적인 지도자-. 구원자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각성했다면 일본에 구태여 머물러 있을 필요 없잖아? 데리고 들어와. 그럼 용건은 다 전한 듯하니까 이만 끊는다.”

        //야! 자..잠깐!//

탁! 핸드폰은 빠르게 접혀졌고, 거칠게 소파 위로 내던져졌다. 밧데리와 본체가 분리된 채로 말이다. 그리고 내 앞에 등장한 것은 채윤이 전해주는 머그잔이었다. 머그잔 안에는 하얀 머쉬멜로우가 향기로운 코코아 위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지독하게 코를 찌르는 페인트 향속에서 코코아의 향기만이 이상하게도 정상적인 듯해서 잠시 눈을 감고서 향기를 음미했다.

        “난 비록 전달자 밖에는 안 되지만. 너무 한 거 아냐? 너 힘든 것은 알고 있지만. 무어-.”

채윤은 핸드폰을 들어서 본체와 밧데리를 연결시키면서 눈살을 찌푸렸다가 폈다. 핸드폰이 무어라고 그녀에게 말을 했나 보다. 난 코코아를 들이마시면서 채윤에게 물었다.

        “뭐라고 말해? 내 핸드폰이?”

그녀는 전달자이다. 우리들 마법을 아는 여인들과는 별도로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이들 중의 하나이다. 채윤은 마법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사물의 목소리는 들을 수가 있다. 그녀의 능력은 무척 “도움”이 된다. 특히 요즘에는 말이다.

        “미안하다고.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는 전화가 못 되고 그 동안 나쁜 소식 슬픈 소식만 전해주게 되어서. 그건 그렇고.”

채윤의 눈동자에는 활활 무엇인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너 왜 나한테 솔직하게 말 안 했어! 앙? 책! 너가 실수로 잃어버린 거라면서! 응? 어유! 그 자식- 나쁜 *끼! 선배야 그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니? 응? 어떻게 그 sus 한테 줄 수가 있는 거냐고! 그 sus! 그 여자나 다름없다면서!”

간혹 가다가 안 보았으면 하는 그런 사물의 기억까지 봐 버려서 탈이지만 말이다. 내 핸드폰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집어던지는 행동은 삼가야겠군. 그래도 전화란 상당히 쓸모가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것이 나쁜 소식이건 좋은 소식이건-. 일단은 받을 사람에게 신속하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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