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275

2022.06.23 21:1206.23

1500번 시외버스는 정확히 14분 늦게 농수산물센터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 덕분에 혜준을 만날 수 있었다. 버스에 올라탈 때 등에 닿았던 그의 손을 아직도 가시지 않는 온기로 기억한다. 비가 막 쏟아지기 직전 아침의 물큰한 하늘은 검푸르렀고, 살갗에 스치는 공기는 냉랭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버스 엔진의 진동이 발끝에서부터 몸을 간질였다. 나는 버스를 탈 때면 늘 운전기사의 바로 뒷좌석에 앉았다. 그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교통사고 발생시 사망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 어느 인터넷 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운전기사 쪽 좌석이 가장 위험률이 낮다고 한다. 과학적인 사실인진 알 수 없었으나 그 뒤로 나는 버릇처럼 운전기사 뒷좌석을 고집했다. 더불어 맨 앞자리에 사람이 앉는 경우가 드물어 쾌적했다.

그날, 혜준이 내 옆자리에 앉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더군다나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뒤쪽으로 먼저 향했다. 그러고는 다시 앞쪽으로 돌아와 옆자리에 털썩, 낮은 신음과 함께 앉았다. 나는 당황했다.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벌어진 다리를 오므리고 늘어진 몸을 바짝 세웠다. 멍하니 앞문 사선으로 둔 시선을 창밖으로 황급히 수습했다. 처음 느낀 건 향수 냄새였다. 옅지만 뇌리에 각인되는 특이한 향기. 그 다음 생각나는 건 내 오른 팔꿈치에 닿지 않은 듯 닿은 그의 옆구리다. 물렁한 듯 단단했던 그의 옆구리는 후에 나의 두 손이 힘껏 탐닉할 개체였다.

슬쩍 곁눈질로 그를 보았다. 검갈색의 펌을 한 혜준의 머리는 작달막한 두상을 숲처럼 고요히 감싸고 있었다. 깎아지른 투박한 턱 선과 가파른 콧날은 어딘가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잘 정돈된 짙은 눈썹 아래 움푹 들어간 커다란 두 눈동자가 순간 나와 마주쳤는데,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생명체를 본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나는 온 가슴으로 그를 느끼며 조용히 도로 위를 내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걸어온 건 막 양화대교를 지났을 즈음이었다.

죄송한데 혹시 보조배터리가 있으시다면, 빌려주실 수 있나요?

그의 목소리는 절벽 아래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막 충전한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있었다. 네, 나는 압도되어 느리게 대답했다. 부러 그의 얼굴을 피하며 가죽 가방 안에서 새하얀 보조배터리 하나를 꺼냈다. ‘대한민국작가협회’라고 새겨진 그 보조배터리는 용량도 컸고 연결도 잘 되는 것이었다. 혜준은 고맙다며, 얼른 제 폰에 기기를 연결했다. 마침 내 핸드폰 배터리도 다 닳았지만 나는 아무 일도 없는 척 시커먼 핸드폰 화면만 응시했다. 그는 바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다른 곳을 보는 척 계속해서 훔쳐보았다. 보면 볼수록 미지의 그를 시나브로 파고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로는 부족했다. 내 입이 끝내 열렸다.

어느 정류장에서 내리세요? 벌써 서울이네요.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이었다. 덧없이 깔끔히 호를 그리며 꼭짓점으로 만나는 위아래 눈꺼풀이 연신 깜박였다. 나는 아무 말이나 막 내뱉은 스스로에 한 번 놀랐고, 빤히 나를 바라보는 그 때문에 두 번 놀랐다.

전, 아무 데서나요. 사실 목적지가 없어요.

혜준은 헛기침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느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를 따라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내 바쁘신가 봐요, 겨우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혜준은 다시 한 번 빙글 웃었다. 사실 자신은 종점까지 간다고, 그곳에서 면접이 있다고 했다. 그때서야 나는 그의 나이를 가늠했다. 스물일곱인 나와 동갑이거나 한두 살 더 많거나 어리겠구나. 그때 그와 알다가도 모를 친밀감이 쌓였다고 해야 할까. 나는 빠르게 차오르는 그의 폰 배터리를 보았다. 마음이 괜히 먼 곳으로 치달았다. 그는 두 손을 내게로 향해 보이며 어디 가시는지, 정중히 물었다.

전 합정역이요. 좋아하는 배우 생일카페 가요.

아, 그러시구나. 전 좋아하는 연예인이 딱히 없네요. 생일카페 같은 곳 저도 가고픈데.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지금도 알 수 없다. 그 미소가 예의의 일부였는지, 아니면 나를 향한 호감이나 애정의 표시였는지. 그의 미소는 늘 아리송했다. 같은 웃음과 미소였지만 누구에게나 내보이는 것과 그 자신에게만 내보이는 것, 그리고 사랑에게 보이는 것이 모두 제각각 달랐다. 그때 그 미소가 그중에 무엇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나는 부여잡고 있던 미소를 입가에 놓아주었다. 풀어진 긴장에 버스가 달리는 속도도 더 빨라진 양 느껴졌다. 대화는 더 이어질 듯 했으나 몇 마디 시답잖은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가 이내 핸드폰에 고개를 묻은 탓이었다. 나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멍하니 반대 차로를 건너다보았다. 버스는 멈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빌딩 사이를 지나 다음 역이 합정역임을 알린 뒤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도착이라니. 그렇지만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마냥 아깝지는 않았다. 혜준을 알게 되었으니까. 내리기 몇 분 전, 그의 목소리가 다시금 흘러들었다.

작가시죠?

난데없는 물음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할 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보조배터리에 새겨진 협회 로고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멋쩍게 웃으며 그렇다고 했다. 무슨 글을 쓰냐고 다시 질문해와 머뭇거리다 소설을 쓴다고 했다.

오, 소설.

그는 분명 그렇게 놀랐다.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두 눈을 크게 치뜬 채.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고 듣는 것이라는 듯이. 그런 반응이 익숙한 나였기에 나는 슬며시 미소를 흘리곤 내릴 채비를 했다. 아, 그는 뒤늦게 눈치 채곤 보조배터리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나의 핸드폰은 이미 방전된 지 오래였다. 보조배터리에도 남은 양이 얼마 없을 터였다. 고맙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밥이라도 사겠다며 그는 명함 하나를 건넸다. 배터리는 헛헛했으나 마음 한 쪽은 그와의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부푼 상태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가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내가 앉았던 자리로 옮겨 앉아 아까 내가 그랬듯 반대 차선을 바라다보았다. 버스는 그렇게 떠났다. 나는 명함을 살폈다. 아무 것도 없이, 검은색 바탕에 배우 남혜준, 이라고 적혀 있었다.

배우였구나.

나는 그렇게 되뇌며 친구로 만나기로 한 A배우의 생일카페로 향했다. 배우. 내 바로 옆자리에 배우가 앉았다니, 뭔가 신기했다. 그러나 남혜준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막 데뷔하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인 걸까. 이런저런 생각에 고인 채 생일카페에 도착했다. 웹툰 작가인 친구는 먼저 와있었다. 남자배우의 생일카페라 여성 팬들이 많았고, 남자는 나 혼자였다. 우린 컵 홀더 연인 세트를 주문한 뒤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안 그래도 좁은 카페에 사람들이 계속 들어찼다. 외국인 여행객들도 많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음료와 저당 티라미수 케이크를 맛보았다. 그때 내가 혜준이 건넨 명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지, 그 애가 그게 뭐냐고 물어왔다. 나는 명함이라고 했다. 버스에서의 일련의 ‘사건’을 덧붙여 얘기하며.

네 스타일이었나 보네. 네가 자기 배터리까지 양보해가면서 빌려준 거 보면.

킥킥거리며 말하는 그 애는 내가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유일한 친구였다.

크게 말하지 마.

아무도 안 들어, 남이 게이든 뭐든 뭔 상관이람. 근데 그 이름 나 들어본 적 있어.

난 처음 듣는데. 어디서 들었는데?

넷플릭스 무슨 단편 드라마 시리즈에서 본 것 같은데. 이 사람 아니야?

친구가 네이버에 ‘남혜준’이라고 검색해 얼굴을 보여주었다. 버스 옆자리의 그 사람이 맞았다. 남혜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오, 탄성을 내지르며 케이크를 한 입 떠갔다.

얘 그 드라마에서 게이로 나왔을 걸? 그게 데뷔작인가.

그래? 신기하네.

나는 정말로 신기해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하필 배우고, 그 배우가 맡은 데뷔작 배역이 게이고. 하지만 곧 그게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하필 수학자일 수도 있고, 그 수학자가 연구하는 방정식이 세계 수학계의 3대 난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배우’와 ‘게이’ 자리를 비우고 다른 것을 대입해보아도 그렇다.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쓸데없이 놀라고 감탄하는 건 여전히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다.

진짜 게이면 좋겠다.

나는 속삭이듯 내뱉었다.

그럴 일 없어유. 꿈 깨셔유.

그 애가 내 눈 앞을 손으로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할머니들이 부부로 나오는 배우들이 진짜 부부라고 착각하고 우기는 거하고 뭐가 다르냐.

그런가. 근데 그거하고 이건 좀 다르지 않나. 아무튼 이건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

친구는 내 표정을 따라하며 그런가, 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애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올 땐 지하철을 이용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남혜준, 이름 세 자를 겉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매콤한 고추장 냄새가 코끝에 훅 들이쳤다. 엄마가 닭볶음탕을 요리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중이라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씻고 나와 식탁에 수저를 놓았다. 아버지를 거들어 짐을 날랐다.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엄마는 친구 아들의 여자친구를 칭찬하기 바빴고, 아버지는 유튜브 정치 영상에 빠져 사는 요즘에 맞게 구구절절 전 정부 욕을 늘어놓았다. 나는 적당히 그들의 장단에 맞춰주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은 온통 남혜준이라는 사람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놈의 글 생각?

글 쓰는 것을 반대해왔던 아버지는 내가 신춘문예에 등단하고 나서도 못마땅해 했다. 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기술을 배우라는 말만 반복했다. 엄마는 그만 떠들고 밥이나 먹으라고 핀잔을 준 뒤 괜찮은 소개팅 한 번 해볼 생각 없느냐고, 늘 거기서 거기인 여자를 추천했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관심 없다니까, 내가 알아서 해.

얘는, 관심 없는 게 말이 되니, 한창 나이에.

아빤 지금도 자기가 한창 나이라고 생각할 걸.

내 말에 아버지가 입을 내밀며 부루퉁해했다. 밥을 먼저 비운 건 나였다. 밀린 글 좀 처리한다고 말한 뒤 방문을 닫았다. 침대에 누웠다.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아무 것’이 아니었기에.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였는데, 개봉하자마자 레즈비언 커플의 1초 키스 장면(키스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뽀뽀에 가까운) 때문에 홍역을 치렀더랬다.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고 나서 그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소설을 쓰지만, 퀴어가 등장하거나 소수자성을 가진 성애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전무했다. 사람들에게 소설을 쓴다고 하면 요새 ‘유행’하는 퀴어소설이나 페미니즘 소설 등을 읽어봤다는 대답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면 나는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관심이 너무 많아 의식적으로 그런 것을 생산해내는 데 거부감이 있었다. 그 비슷한 감상을 말하지 않은 몇 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 혜준이었다.

혜준을 다시 만난 건 그 영화관에서였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내가 무심코 꺼낸 그의 명함에 적힌 주소가 영화관 근처여서였다. 무작정 연락하진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심혈에 심혈을 기울인 후에 연락을 했고, 닿았다.

여보세요.

재빠른 말 한 마디가 들려왔다.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한참의 횡설수설이 끝나자 얕은 웃음이 들려왔다. 나는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 괜히 긴장했다. 후에 그는 그런 내 모습이 목소리만으로도 상상이 돼 귀여워서 그랬다고 했다. 혹시나 비웃는 걸로 들렸으면 미안, 사과를 하기도 했다. 혜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 말에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는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먹지 않았다고 했다(거짓말이었다. 나는 이미 팝콘과 탄산음료로 배가 부른 상태였다). 그는 곧장 오겠다며 더운데 영화관 안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덧댔다. 나는 그렇게 영화관에서 혜준과 재회했다.

혜준은 만나자마자 보조배터리 하나를 건넸다. 대한민국작가협회 따위의 로고가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죽음의 성물 로고가 박힌 것이었다. 나는 웬 거냐고, 의미를 알면서도 괜스레 물었다.

그때 빌려 썼잖아요. 꽤 오랫동안 썼는데.

나는 아하, 그때서야 깨달았다는 듯 짐짓 꾸며낸 표정을 보였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다. 유명한 일식 덮밥집이 있다고 했다. 발을 떼자마자 그는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김준석이라고 했다. 김준석. 그는 중얼거렸다. 별로 유명하진 않나 봐요, 저처럼. 그렇죠? 그가 해맑게 건넨 농담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어 나는 파안대소 했다. 거기다 맞는 말이지 않는가. 나는 갓 등단한 신인작가였고, 책이라곤 앤솔로지에 이름 몇 번 올린 게 전부였다. 단행본을 낸 적이 없어 작가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은 책이라곤 자기계발서, 연기지침서, 에세이 밖에 안 읽어봤다며 소설은 학교 다닐 적 교과서에 나온 작품 읽은 게 전부라고 실토하는 것처럼 말을 이어나갔다.

다들 그런데요. 뭐, 소설이란 있으면 읽고 없으면 안 읽어도 되는 그런 거니까.

연기처럼. 그죠? 사치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러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소설은 뭐예요? 저는 웹소설도 잘 안 읽어서요.

우리는 번호표를 받고 대기 줄에 섰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라 주춤했다. 그리곤 퀴어소설, 페미니즘 소설 아닐까요, 라고 남 말하듯 작게 읊조렸다. 아하, 그렇군요. 혜준은 턱을 살짝 흔들었다. 이름이 불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연어 덮밥 두 개를 주문했고, 직원이 곧이어 나란히 내왔다. 그는 소설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정확히는 전반적인 글쓰기에 관해. 나는 아는 내로 최대한 대답해 주려고 진땀을 뺐다. 대답을 할 때마다 문득문득 맞부딪치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부드럽고, 말캉했다.

그렇군요.

그가 마지막 숟갈을 뜬 채 말했다.

죄송한데 혹시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이라거나, 트랜스젠더라거나.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아니, 어쩌면 예상했음에도 나 스스로 회피하려고 애쓴 것일 지도 몰랐다.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땀이 나는’ 게 뭔지를 깨달았다. 땀방울이 모공에 맺히는 그 순간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의 데뷔작 배역이 게이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은, 멍청하고 고루한 대답이었다.

별로 관심이 없고, 잘 몰라서요.

음, 혜준은 뭔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도 돼요?

뭐가요?

그래도 작가이신데. 그런 데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그도 그러네요.

핀볼게임을 하듯 주고받는 대화가 나는 어느 순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퀴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되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이미 짐작으로 90퍼센트쯤 그가 동성애자 내지 성소수자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천천히 그에게서 한 발 빼려고 준비를 했다. 언제나처럼 상처받지 않기 위한 본능의 움직임이었다. 네가 뭘 안다고. 침묵이 곰팡이처럼 피어났다. 안 그래도 어색한 분위기에 그가 얹은 ‘퀴어’라는 의제가 주위에 보랏빛으로 스미는 듯했다.

저는요, 그걸로 데뷔를 했어요.

알아요.

아세요? 제 드라마 보셨어요?

게이라는 거 아니에요? 그, 맡으신 배역 인물이.

그것도 맞지만, 소설가였다는 걸 얘기하려는 거였어요.

아.

나는 무언가 얻어맞아 비틀거리듯 고개를 한족으로 기울였다.

우리는 수도 없는 편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죠. 지금처럼.

내가 게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금방이라도 외치고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안 했길 천만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소설에 관심 없다더니 의외로 ‘그런’ 문제에도 관심이 많네,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마치 나를 유도하듯 말을 더 많이 아끼는 듯싶었다.

밥값은 혜준이 냈다. 내가 낸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끝내 자신이 샀다.

카페를 가고 싶었지만 그는 촬영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 면접은 어떻게 됐어요?

그때서야 다시 그의 얼굴 만연에 웃음이 피어났다.

붙었죠. 배역 따냈어요. 지금 그거 가는 거예요.

나는 다시 안정된 분위기에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 그는 언제 촬영장에 놀러오라고 했다. 예의상 하는 말 같기도 했고, 진심으로 놀러오면 좋겠다는 뜻으로 하는 말 같기도 했다. 꼭, 꼭, 이라고 두 번이나 덧붙인 걸 떠올리면 말이다.

 

나는 강연 준비로 바빴다. 첫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고등학교 시절 은사이신 사서 선생님으로부터 학교 강연 요청이 온 것이었다. 작가가 되고 나서 하는 첫 강연이었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부담이 좀 없잖아 있었다. 웬만한 성인들보다 까다로운 게 학생들이었다. 요즘 학생들은 나 때보다 더한 것 같았다. 강연은 예상보다 빨리 끝나고, 좋은 질문을 한 사람들에게 내 소설이 실린 앤솔로지를 주기로 했다. 생각보다 별 질문이 없었다. 유명한 작가들과의 친분이나, 신간 소식을 묻는 아이들도 있었고, 소설가 지망생인 아이도 한 명 있었다. 여학생이었는데, 편혜영의 <재와 빨강>이라는 소설을 가지고 왔다. 스티븐 킹과 강화길 작가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 자들인지라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제가 지금 퀴어소설을 쓰고 있는데요, 퀴어소설은 당사자만이 쓸 수 있는 걸까요?

아이들 몇몇 사이에서 웃음이 일었다. 문득 혜준이 생각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흘겨보았다. 학창시절이 새삼 기억의 편린을 밟고 현재로 흘러들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저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의도되고 의도되지 않은 수많은 혐오로 넘쳐나던 시절이었다. 누군가는 아름답고 그리운, 미운 정 고운 정 들은 학창시절이겠지만 내게는 언제 가시에 찔릴지 몰라 늘 제 몸보다 작게 움츠리고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수없이 머리를 싸매던 데스게임의 일종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아니죠.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었다.

그럼 작가님은 써보신 적이 있나요? 안 그래도 요새 퀴어소설이 대세잖아요.

대세. 나는 다시 한 번 혜준을 생각했다. 우리는 수도 없는 편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죠. 그렇게 말했던 그였다. 퀴어 역할을 맡으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가 동성애자 당사자라면 연기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하려고 애썼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대세였을까.

나도 연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문학 수업 때 소설을 연극 대본으로 각색하면서 하게 된 역할이었다. 부부역할이었는데, 여자가 한 명 부족해 내가 아내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몰래 짝사랑하던 한 남자애가 하필 같은 조, 남편 역할이니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간신히 나는 온몸의 감정을 억누르고 초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그 애와는 한 번도 살결이 맞닿은 적이 없었는데, 뺨을 맞는 장면에서 처음으로 그 애의 손바닥과 내 뺨이 맞닿았다. ‘닿았다’라고 표현하기엔 일방적으로 맞은 것에 불과했지만. 기쁜 슬픔의 순간이었다. 너와의 길은 멀고도 험하구나. 이렇게라도 사랑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뭐, 그런 생각, 깨달음, 최후.

써보려고요. 한 번. 처음이에요.

불쑥 빈말이 거짓말처럼 튀어나왔다.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 애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 뒤 몇 가지 질문에 더 대답을 해준 뒤 나는 은사 선생님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말을 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혜준이처럼. 나는 퀴어소설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정의부터 어려웠다. 퀴어가 등장하면 다 퀴어소설인가? 아니면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한가? 퀴어를 단순히 소재거리로 소비하면 안 되지 않나? 젠더감수성과 인권감수성, 페미니즘, 여성학 등을 인지하고 공부하려고 노력한 적은 있지만 딱히 의식하고 무엇을 행한 적은 없다. 그와 관련된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적도 없다. 그래서일까. 어떤 평론가는 내 작품이 공갈빵 같다고 했다. 맛은 있는데 속은 텅 빈. 공허한. 나는 그래서 고민했고, 그 핑계로 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혜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 달라고.

두 시간 뒤, 깜박 잠에 들었을 무렵 전화벨이 요란하게 나를 깨웠다. 혜준이었다.

여보세요.

그는 예의 그 목소리로 내가 받았는지 확인했다.

무슨 일이에요, 이 밤에?

너무 늦었나요, 아침에 할까요?

그가 키들거리며 괜찮다고 했다. 지금까지 연출부 스탭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어서 말을 해보라고. 기다리고 있으니. 뭘 기다린다는 걸까. 나는 움찔거리며 당신이 나온 데뷔작인 단편 드라마 <이방인>을 보았다고 말을 건넸다. 오, 그는 감탄하며 어색했는데 봐줄만한 연기였는지 모르겠네요, 하고 대꾸했다. 나는 시나리오가 아쉬웠지만 연기와 연출은 괜찮았다고 말해주었다. 혜준은 고맙다고 했다. 진심어린 감사가 묻어나는 말이었다.

몇 살이에요? 난 스물일곱인데.

형이네요, 전 스물여섯이요.

말 놓을까요, 우리?

나는 내심 기대했고, 그는 그러자며 형, 이라고 불렀다. 그 찰나 마음속 무언가가 알을 깨고 나오듯 넘치는 감정으로 발현되었다. 나는 혜준아, 라고 불렀다. 응 형,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설을 쓰는데, 궁금한 게 있어서.

뭔데요? 뭔데?

퀴어소설은, 그러니까 퀴어소설은, 당사자만 쓸 수 있는 걸까?

나는 숨죽였다.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동굴 속 깊이 숨은 박쥐처럼 몸을 사렸다.

형도 쓸 수 있어.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나는 연이어 물었다.

너는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여도 상관없니?

좋아하는 사람? 응.

그게 남자여도?

상관없지.

그가 잔웃음을 흩뿌렸다.

그게 나여도?

형.

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부터 내가 더 먼저 좋아했어. 형.

 

드라마 촬영장에 갔을 때 그는 한창 한 여성배우와의 연애 장면을 찍고 있었다. 웹드라마였는데, 시간여행물이었다. 그는 막 조선시대 왕후였다가 폐비당하고 현재로 온 여자를 사랑해야 했다. 감독과 스태프 몇이 힐끗 눈길을 주었지만 혜준의 친구라고 하자 별다른 말 없이 내버려두었다. 촬영이 끝나고 재빨리 우리는 빠져나왔다. 나는 간식이라도 돌렸어야 하는데 여유가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애초에 서브남자주인공인데다가 끝에 가선 죽는다면서.

여자를 사랑하는 건 어떤 기분이야?

촬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펍에서 맥주를 기울이며 나는 물었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평생 끝없이 걸어야 하는 느낌이야.

그럼 나는?

275.

그게 뭐야?

내 발사이즈. 딱 맞고, 편해. 평생 함께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크게 말하는 거 아냐?

나는 그의 옆구리를 콕 찌르며 말했다.

보여줄 게 있어.

나는 A4 종이뭉치를 건넸다.

이게 뭐야? 소설이네?

퀴어소설이야. 내가 처음 쓴. 읽어볼래?

그 자리에서 혜준은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을 쳐다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그는 마지막 장을 넘기더니 괜찮네, 하고 중얼거렸다.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라 나는 마음 한쪽이 덜거덕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 이상적이랄까. 물론 나는 소설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어쨌든 난 그래. 마치 ‘응답하라 퀴어2022’ 보는 것 같아. 마냥 아름답지 않았는데, 아름답다고 우기는 듯한.

나는 그의 손에서 살며시 소설을 가져갔고, 곧 화제를 바꿨다. 우리는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가게를 옮겨 저녁을 먹은 뒤 그의 집으로 가 밤을 지새웠다.

아침, 그의 옆에서 맨 몸으로 일어났을 때 든 생각은 저 소설을 다시는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것과, 다시는 퀴어소설을 쓰지 않으리라는 다짐이었다. 퀴어 이야기는 우리로 족했다.

 

그러나 그 소설을 나는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청탁 마감이 밀려 어쩔 수 없이 써두었던 소설 중에서 그걸 내야 했는데, 그게 문학상 우수상을 탄 이유였다. 시상식과 인터뷰, 수상작품집 출간 일정이 잡혔다. 혜준은 커다란 꽃다발을 가지고 와 시상식에서 건네주었다. 나는 상패와 꽃다발을 받으면서도 그에게 거짓말을 하고, 외도를 하는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꽃다발을 건네줄 일도 생겼다. 그의 웹드라마가 입소문을 타고 인기리에 방영된 때문이었다. 나는 쉼 없이 그를 만났다. 그런 연애는 처음이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퀴어 동아리에 들어가 처음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을 적 이후로. 그만큼 나는 사랑을 묵히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순탄한 연애였다. 막 인지도가 올라간 무명배우와의 연애라, 어쩌면 스캔들이었다. 터지면 대형스캔들(어쨌거나 당시에도 커밍아웃하고 공개적으로 연애를 하는 배우는 없었으므로)이었으니. 그는 나를 아랑곳 않고 사랑해주었다. 도망친 건 나였다.

200일 기념일 날, 그는 대중을 향한 커밍아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너야 네 가족이 받아들였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아. 또 너한테도 너무 큰 리스크야. 앞으로 뜰 일만 남았는데.

커밍아웃하면, 못 뜨나?

그는 반문했다. 처음으로 내 눈길을 피하며.

응, 못 떠. 아직 세상은 그렇지 않아. 나도 준비가 안 됐고.

형은 늘 그런 식이지. 그래서 소설로도 우리의 이야기를 못 쓰는 거야.

그의 말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향했다. 이후로 우리는 점차 멀어졌다. 만나는 횟수가 뜸해졌다. 그럴수록 더 격한 몸부림을 쳤지만 지나고 보니 살려달라고 무진 애를 쓰는 파리의 발짓에 불과했다. 처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한 번 화를 내고 보니 두 번, 세 번, 네 번, 이어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랑도 그렇게 한 번, 두 번, 세 번, 식어갔다. 짧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횃불인줄 알았건만, 손짓 한 번에 사그라지는 촛불에 불과했던 우리의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그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문에 싸운 게 결정적이었다.

소설로는 실컷 그런 얘길 써놓고, 현실에선 못한다? 그럼 소설이 뭐지? 거짓말 사기꾼인가? 사이비 종교하고 다를 게 뭐야?

그가 소리쳤다.

말 함부로 하지 마. 소설은 현실하곤 달라.

적어도 다른 작가들은 그렇게 안 말하고, 안 쓸 걸. 물론 나는 소설 문외한이지만, 그런 게 소설이라면 앞으로도 읽지 않을 거야. 읽지 않겠어.

나는 상을 받았어. 그럼 된 거야. 인정받은 거라고. 너처럼 굳이 까발리지 않아도 소설 속으로나마 전달되었으면, 그만인 거야.

그러자 그가 비웃듯 나를 쳐다보았다.

겁쟁이.

나는 주먹으로 그를 쳤다. 그가 휘청거렸지만, 말 그대로 나가떨어지진 않았다.

혜준은 터진 입술에서 배어나온 피를 빤히 내려다보고는 가라고 했다. 형 집으로 가라고.

거긴 좋겠네. 형은 부모님한테도 안 말했지? 평생 말하지 마. 소설로만 말해. 소설은 거짓말이라고 우기면서.

나는 그대로 그의 집을 나왔다. 울었나. 생각해보면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지나가던 사람이 괜찮으냐고 묻고, 택시 기사가 제발 목적지 좀 말하고 울라고 소리칠 정도였으니까. 새벽, 나는 부모님이 여행을 떠난 빈 집 거실에 홀로 누웠다. 술을 옆에 낀 채. 이렇게 한없이 외로움에 사무칠 때면 늘 혜준이 있었는데 이젠 없었다. 처음이었다.

 

1500번 버스를 탈 일이 한 번 더 있었다. 친구와 목동역에서 만나 영화를 보러가기로 한 참이었다. 혜준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들리는 소문으론 그의 첫 조연 출연 영화가 개봉했다고 했다. 나는 알고 싶지도 않았고, 찾아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 영화의 주연배우가 바로 그때 생일카페의 주인공 A배우였으므로 봐야만 했다.

버스는 그날처럼 지각하지 않았다. 정확한 시간에 도착했고, 내 등을 떠미는 손 따위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운전기사 버스 뒷좌석에 앉았다. 창백한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름 사이로 빗방울이 자유롭게 떠다녔다.

창밖을 내다보다 조는데, 누군가 나를 건드렸다.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를 낀 중년의 남자가 혹시 보조배터리가 있다면 빌려줄 수 있겠느냐고 건들거리는 말투로 물어왔다. 나는 그때 빌려주었는데, 왠지 내가 소설 속에서 중년의 혜준 떠올리고 묘사한 인물과 남자가 너무나도 닮아서였다. 혜준과 함께 늙어갔다면 꼭 그런 모습이었으리라.

무심코 나는 남자에게 물었다. 신발 사이즈가 몇이냐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285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제가 신기엔 너무 크네요,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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