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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미팅

2022.04.24 15:1004.24

그 애의 발은 예뻤다. 내가 그 애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도 발이다.

작고 도톰하게 살이 오른, 한 입에 쏙 넣고 뼈를 발라내 오독오독 씹어 먹고 싶은 발.

 

장례식은 두 번째 미팅이나 마찬가지였다. 푸른가옥 때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애를 찾지 않았다. 전부 그 애의 장례식에 온 것이었으므로. 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먼저 도착했다. 상주로 보이는 그의 아버지가 사람들을 맞이했고,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는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벽에 기대어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사는 많이 가봤지만 장례식 같은 조사엔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부조금 봉투를 만지작거리며 입구에서 어기적거리고 있던 순간,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한채 너도 왔구나. 나 기억하지?”

돌아보니 재경이었다. 푸른가옥 미팅에서 만났던 남자애였다. 나보다 한 살 적은 스물 넷, 수도권의 한 4년제 대학 무역학과 학생. 미팅 때 내 옆자리에 앉아 수위 높은 짓궂은 농담과 게임을 하던 아이였는데, 그때 한 번 에프터를 받아 만난 이후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래봤자 2주 전이었지만 말이다. 재경은 그 애의 사진을 힐끗 쳐다보고는 먼저 나섰다. 나는 그를 따라 어색하게 움직였다. 그 애의 아버지는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아보였으나 뭔가에 지친 듯 보였고, 어머니는 무릎을 가슴 앞으로 당겨 앉은 자세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쁘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들어 우리를 한 번 일별하는 것 외엔.

이어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모르는 얼굴이 태반이었지만, 퀴어동아리 대학 미팅 때 만난 얼굴들이 저희끼리 모여들었다. 개중에 나도 하나였다. 친인척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음식과 술을 가져다주었다. 닭발과 계란찜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육개장이나 수육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닭발이라니.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닭발이네, 하곤 모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닭발 먹지 않았냐? 꼭 그날 미팅 같다, 야.”

다른 사람이 말을 꺼냈다. 한 차례 웃음소리가 우리를 훑었다.

그 애가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만 아무도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었다. 그날 서로에 대한 정보 알아맞히기 게임을 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 애의 죽음을 추측하기 바빴다. 나는 구태여 말을 얹지 않았다. 닭발만 집어먹었다. 각자 앞 접시를 놓고 입을 오물거리며 자그만 발가락뼈를 뱉는 데 분주했다. 껍질과 얼마 안 되는 살을 뼈와 분리하는 건 지난한 작업이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게 참맛이라고 뼈 있는 닭발을 선호했다. 나는 아니었다. 먹기 편한 무뼈닭발이 좋았다. 닭발을 입에 넣고, 혀를 열심히 놀려 뼈를 발라낸 뒤 윗니와 아랫니 사이로 툭툭 뱉어내는 동안의 공백이 싫었다. 그 시간의 공백에 예상치 못한 게 침입할 때가 많았다.

“너희 둘은 어떻게 됐냐? 사귀어?”

나와 재경을 향한 질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고, 재경은 머뭇거리다 재빨리 나를 따라 아니요, 웃으며 대답했다. 모두들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닭발을 먹으면 먹을수록 몸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끝내 견디지 못하고 나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례식장에 위치한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칸을 열고 들어갔다. 불거진 앞섶을 내려다보았다. 남의 옷을 벗기듯 바지와 팬티를 조심스레 내렸다. 단단히 선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조심스레 왼손으로 잡고 만지작거리며 흔들었다. 누군가 흰 발 하나를 머릿속에 들이밀었다. 그 발에 열중했다. 가느다랗고 길게 뻗은 발가락들, 손처럼 쉽게 상대의 손과 발과 머리를 그러쥘 듯한 움직임, 무엇을 올려놓아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이 뻗어 올라간 발등, 어떤 감각보다도 예리하게 선 옆선,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무심히 짓누를 것 같은 발바닥까지. 그에 이르는 순간 나는 절정에 달했다. 호를 그리며 떨어지는 정액은 입으로 못내 쏟아낸 토사물 같았다. 벽에 묻은 그것을 서둘러 휴지로 닦은 뒤 칸을 나왔다. 피가 날 듯 입술을 꽉 깨문 채 화장실을 나서 빈소로 돌아왔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자리로 향하며 그 애가 있는 쪽을 보았다.

사진 속 얼굴 곳곳에서 피가 갈래갈래 찢겨 흘러내렸다. 나는 놀라 소리쳤다.

“얼굴이.......”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그날 그 애에게 내뱉은 첫 마디와 너무나도 똑같았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고, 도망치듯 빈소를 나섰다. 입안이 까끌거려 침을 그러모아 뱉었다. 닭발 잔뼈가 후두둑 보도에 떨어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멍청히 서있었다.

 

그 애의 유튜브를 본 건 과외를 하던 도중이었다. 문예창작과 입시 과외였다. 학생에게 시간을 주고 모의실기를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어폰을 낀 채 핸드폰을 뒤적거리다 습관처럼 유튜브에 들어갔고, 기록을 살피다 그 애의 유튜브를 발견했다. 나는 이어폰을 꼈는데도 행여 들릴세라 핸드폰을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영상을 재생했다. 그 애는 트로트를 불렀다. 가요무대나 가요베스트에 나올 법한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했다. 따라하기 쉬운 익숙한 리듬과 반주, 멜로디가 한동안 귓가에서 맴을 돌았다. 그 애는 자신의 꿈이 트로트 가수라고 미팅에서 밝혔다. 모두가 오, 환호하며 2차 노래방에서의 활약을 기대했지만 그 애는 1차가 끝난 뒤 빠졌고 우리가 다시 그 애를 보았을 땐 장례식에서였다.

얼굴은 내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하반신만 보이게 편집을 한 탓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두 발에 시선을 고정했다. 흰 구두를 신은 발. 그것은 이따금 꼼지락거리며, 움찔거리며, 꿈틀대며 노래 박자에 맞춰 흥을 돋우었다. 그 발이 좋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선생님, 다 했어요.”

그 세계를 닫은 건 과외생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황급히 껐다.

모의실기 작품을 읽고 첨삭하는 동안에도 노랫말에 실린 그 애의 두 발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하마터면 말실수를 몇 번이나 할 뻔했고, 과외가 끝나 혼자 카페에 남은 동안에도 주위 사람 눈치를 보느라 애를 먹었다. 세찬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 애의 발을 처음 엿보았을 때를 기억해낸다. 미팅 날 제시간에 도착한 사람은 여섯 명 중 나를 포함한 세 명에 불과했다. 샌들에 드러난 그 애의 두 발은 내가 여태까지 본 발 중 가장 예뻤다. 이런 상투적인 수사로 표현할 그것이 아니지만, 상투적인만큼 모두가 이해 가능했으면 좋겠다. 희고 작고 도톰한 발. 그쪽 지리를 몰라 그 애가 안내했는데, 나는 쫓아가는 내내 눈길을 두 발에서 떼지 않았다.

다시 그 애의 유튜브를 재생한다. 금잔디의 ‘신사랑고개’라는 노래가 그 애의 잘게 부수어진 목소리의 파편을 건너 밟으며 들려온다. 듣기 싫으면서도 계속 듣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듣는다. 누가 강제하듯. 마감 시간이라는 직원의 안내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그 애의 유튜브에 빠져 있을 지도 몰랐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한 후 가방을 메고 카페를 나왔다.

여름밤은 무덥고 밝았다. 정렬한 가로등은 몽글진 불빛을 하나둘씩 떨어뜨렸고 바람은 추임새를 넣듯 소리를 불어넣었다. 집에 가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없어야 마땅하다. 나는 혼자 사니까. 그런 지 꽤 됐다. 남자를 한 명 불러도 좋을 거였다. 습관적으로 데이팅 어플을 살폈다. 몸 좋고 귀여운 남자는 많았으나 발이 맘에 드는 남자는 없었다. 애초에 발 사진을 올려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풋 페티시라고 하나, 누군가 나더러 그런 게 있는 모양이라고 말해주었다.

성적으로 발을 좋아하고 집착하고, 끌리는 거지.

별 게 다 있다고 대꾸하자 그 별난 사람이 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자기소개에 마르고 잘생긴 사람 구함, 섹스 파트너, 라고 써놓고는 괄호 안에 ‘특히 발이 잘생긴 사람’ 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렇게 쓰니 아무에게나 연락이 왔다. 발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하니 세상에 그렇게 못생긴 발들이 많구나, 싶었다. 어느 순간 나는 답장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게 편했다. 발만 보는 건 아니었지만, 발에 가장 큰 매력과 끌림을 느끼는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처사였다.

신호등에 걸렸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다 엇갈린 두 발이 시야 한 귀퉁이에 자리한다. 고개를 들어 발의 주인을 본다. 귀엽게 생겼다. 살짝 통통하지만 나는 그리 체형을 따지지 않는다. 신발을 벗겨보고 싶다. 양말을 벗기고 싶다. 발을 보고 싶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그런 생각들이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내내 머릿속을 부유했다. 다급히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건넜다.

18평짜리 아파트는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달빛이 덧씌워진 어둠 속에서 나는 간신히 사물을 식별할 수 있었다. 빛이 들어온 건 화장실 불을 켰을 때였다. 옷을 벗고 샤워가운으로 갈아입는 동안 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낮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밤이었다. 씻고 나온 뒤 소파로 가 앉았다.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지금은 연락을 끊은 남자가 오래 전에 두고 간 뜯지 않은 새 콘돔, 내가 벗긴 수많은 남자들의 수많은 양말들이 구석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을 분리수거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마치 끝없이 형태화 되어 밀려나오는 묵은 어둠을 버려져야 했을 제 시간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 비스무리 했다. 나는 그것을 양말, 콘돔이라고 불렀을 뿐이었다.

청소를 마친 뒤엔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족발이었는데, 다 식어 질기고 퍽퍽한 상태였다. 막국수가 그나마 맛있었다. 나는 배를 채울 요량으로 꾸역꾸역 족발 몇 점과 막국수를 전부 해치웠다. 식탁이 있는데도 탁상을 펼쳐 바닥에 앉아 먹는 건 버릇처럼 굳어진 생활양식이었다. 그것도 원래 같았으면 엄마가 있었을 방을 정면으로 둔 채였다.

내게 있어 가장 오래된 발은 엄마의 발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엄마의 발로 생사를 확인했다. 엄마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은 채 새하얀 양 발만 밖에 내놓은 채 잠들어 있었다. 거기에 대고 안녕, 인사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집에 찾아왔다. 처음엔 이웃집 아줌마였고, 다음은 경비였고, 마지막은 경찰이었다. 그들이 엄마를 데려갔다, 엄마가 죽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를 틀어놓은 핸드폰에서 등장인물의 대사가 튀어나온다. 엄마의 치매를 숨겼던 아버지에게 주인공이 따지는 장면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소리를 줄인다. 꺼버린다. 상대 인물의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먹자마자 소파에 드러눕는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런다. 눈을 감는다. 오른팔을 이마 위에 올렸다. 숨을 고른다. 한동안 꿈속에서 궁금해 한다. 왜 죽었을까. 어떻게 죽었을까. 꿈도 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핸드폰이 진동으로 부르르 떨린다. 재경이었다. 나는 전화를 받고 나서 인근 아울렛 뉴발란스 매장에 들어가 그리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워킹화 한 켤레를 샀다. 사이즈 275, 회색에 ‘N’자 로고가 흰색으로 크게 휘갈겨진 디자인. 마음에 들어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재경은 내 애인도 친구도 아니니까. 미팅 상대, 어쩌다 섹스를 하는 파트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매장을 나오기 전 나는 부러 다른 브랜드 신발 매장도 죽 둘러보았다. 시간이 남아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뛰어가도 20분 정도 늦을 판이었다.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신발이 있구나, 크고 예쁜 발을 꽁꽁 가죽으로 동여매 숨겨놓는 껍데기들이 지천에 널린 현실에 감탄이라 해야 할지, 개탄이라 해야 할지, 탄성을 질렀다. 아니, 아니다, 못생긴 것들은 보이지 않아도 된다.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것들은 차별당할 의무가 있다.

재경은 일식 오마카세 집으로 나를 불렀다. 예약을 해놓았다고 했다. 집이 잘사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일회성’ 점심 약속에 오마카세라니. 나는 금방이라도 그에게 질려 속이 울렁거렸다. 고속버스를 오래 타면 꼭 나타나는 멀미 후유증 비슷한 것이었다. 거기다 룸이었다. 술도 있었다. 생일이라 하니, (부를)친구가 나밖에 없다고 하니, 나는 그렇게 선해하며 뉴발란스 로고가 크게 박힌 쇼핑봉투를 건넸다. 그게 뭐냐고 묻는 물음에 나는 활짝 웃으며 맞을지 모르겠다, 고 중얼거린다. 아무리 물고 빨고 핥아도 정이 안가는 네 못생긴 발에 맞을지 모르겠어, 뒷말은 삼켰다. 그의 반응을 살필 필요도 여유도 없이 나는 코스로 나오는 요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다만 재경이 건네는 술은 마다했다. 그는 내 눈앞에서 확실한 재경이어야 했다. 술에 흐려져 조금이라도 다른 누군가가 될 여지를 두어선 안 되었다.

“잘 먹네. 더 시킬까?”

“너 할 거면 빨리 해.”

“뭘?”

재경의 동공이 잠시 요동쳤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어죽을 떠먹으며 우물거렸다.

“너 고백할 거잖아. 나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섹스하자고.”

그가 실성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가만히 그가 다 웃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신발을 한 번 신어보라고 말했다. 사이즈가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 맞으면 어쩔 건데? 물음이 속에서 떠올랐지만 내 한편은 못들은 척 질문을 부정했다. 재경은 신발이 너무 크다고 했다. 사이즈를 다시 확인했다. 그럴 필요도 없이 내가 산 275, 그대로였다. 그때서야 나는 개안(開眼)한 듯 정신이 환기되었다. 275는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그 애의 수치였다. 재경의 발은 255였다. 모텔에서 입으로 양말을 덥석 물고 벗길 때 물어봤더랬다. 나는 젓가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너무 힘을 준 때문에 덜덜거렸다.

“신어.”

“이렇게 큰 걸 어떻게 신어. 같이 가서 사이즈만 바꾸면 되겠다.”

“신으라고. 그냥 신어. 짜증나고, 귀찮으니까 그냥 신으라고.”

그 말은 죽은 그 애와의 전쟁 선포처럼 들렸다. 그 순간의 내게는.

재경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입을 맞추고 혀를 놀렸다. 나는 거칠게 밀쳐냈다.

“시발새끼가, 미쳤냐?”

“나 너 좋아해 많이.”

그가 쉼 없이 말을 이었다. 어이가 없어 짜증만 솟쳤다.

“난 싫어. 못생겨서.”

“내가 못생겼다고?”

그는 진심으로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는 비웃듯 얇게 포를 뜬 미소로 말을 이었다.

“미팅 때 모였던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잘생겼었어, 그래서 너도 나 지목한 거잖아.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그가 사케를 두 모금 연달아 마셨다. 그리고는 재미나다는 듯 벌건 얼굴로 웃었다.

“못생긴 건 걔였지. 얼마 전에 죽은 애.”

“뭔 소리야.”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 들끓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내리눌렀다.

“네가 얼굴이, 이 지랄하면서 외모 꼽 준 애 말이야. 그 좀 뚱뚱하고 안경 쓴 애.”

과연 그랬다. 그 애는 공통질문인 ‘여기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은?’ 질문에 나를 지목했고, 나는 어색하게 화답하며 바로 옆의 재경에게만 들릴 정도로 얼굴이....... 이러면서 한탄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재경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정신없이 웃어젖혔다. 나는 애써 표정 관리를 했지만, 늦은 후였다. 흰자위 속으로 점차 침잠하는 그 애의 갈색 눈동자는 이미 나를 향한 채 흔들리고 있었다.

“너 못생겼어. 난 너 싫어. 몇 번 잤으면 된 거지.”

“그럼 선물은 왜 준 거야?”

키가 크다며 발 사이즈가 몇이냐고, 나는 약속시간 정각에 모인 사람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슬쩍 그 애에게 물었다. 그 애는 머뭇거리더니 275를 신는다고 했다. 발이 예쁘세요. 나는 말했다. 감사하다며, 사실 신을 게 없어 맨발에 샌들을 신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이, 신발 왜 신어요. 예쁜 건 드러내놓고 다녀야지. 최후의 용기였다. 나는 이후로 술도 그리 마시지 않았는데 얼굴이 달아오른 채로 더 이상 그 애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먹고 떨어지라고. 너 생일이고, 모텔 값 여러 번 네가 냈잖아.”

“겨우 그것 때문에 그래? 괜찮아, 괜찮아.”

저 다 이해한다는 표정. 나는 처음 재경의 맨발을 보았을 적을 떠올린다. 울퉁불퉁하고 못생겼다. 발바닥은 너무 컸고, 발가락들은 작게 옹송그리든 그의 그것만큼이나 뭉툭하고 사이사이가 넓게 벌어진 모습이었다. 한창 굶주려 있었던 때였으므로 나는 그것도 좋다고 물고 핥고 빨았다. 결국 사정한 건 그 애의 발보다 나은 얼굴에 힘입은 때문이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침을 뱉고 나왔다. 직원이 막 디저트를 내오고 있었다. 무시하고 음식점을 나섰다. 눅진하게 익은 공기가 살갗에 들러붙었다. 바람은 이따금씩 귓불을 간질이며 지나칠 뿐, 어느 것 하나 해소해주지 않았다. 걸음을 빨리 했다. 버스를 탔다. 일산동부경찰서를 지나갔다.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좌마을 인근에 위치한 가덕추모공원에 내릴 생각이었다. 나는 바닥으로 눈길을 옮겼다. 그리고 사람들의 양 발 사이사이를 헤집었다. 모든 사람들이 맨발로 벗고 다니면 어떨까. 보편적인 성적인 부위도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그러기엔 상처를 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를테면 유리 같이 날카로운 것들, 딱딱하고 거친 거, 무엇보다 마음만큼이나 빨리 닳을 발바닥이 문제였다. 괜스레 나는 두 발을 모아 의자 밑으로 집어넣었다.

 

가덕추모공원은 시에서 설립한 가족 납골당으로,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부지가 넓고 정말 누구나 왔다 갈 수 있게끔 조성을 잘해놓았다. 이따금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며 떠드는 것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느끼는 모양이었다. 이곳에 드리운 그림자를. 새 그림자로 갈아입고 벗어던진 헌 그림자를 주워 기워 입는, 살아남은 자들의 몸부림을.

나는 추모관 안으로 들어가 엄마의 납골함이 있는 곳으로 두 발을 옮겼다. 관리자는 매번 바뀌어 있었다. 납골함과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건 아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내겐 의무적으로 보고 갈 시간과 체력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그뿐이었다. 더 보탤 것도 덜어낼 것도 없었다. 노래를 틀어주고 싶은,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았다. 이왕이면 신나는 거, 트로트도 괜찮을 듯싶었다. 나는 한동안 가수도 제대로 된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로 박자를 맞추었다. 너무 이기적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애의 유튜브가 노래의 출처라는 사실은 모른 척 했다.

날이 좋지 않았다. 소나기가 두 차례 지나간 공원은 말 그대로 축축했다. 웅덩이에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보면 짠 맛이 날 것 같았다. 곧바로 버스를 타기엔 또 공원 경치가 아까웠다. 조금이라도 숨을 트고픈 마음이 간절했다. 인공 호수를 따라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 전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경찰은 초등학교 3학년인 내게 엄마가 죽기 전 날의 행적을 보여주었다. 집 근처 근린공원 CCTV에 찍힌 엄마는 유령처럼 길을 떠돌아다녔다.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결심할 사람 같이.

나는 그 즈음 엄마에게 했던 말 한 마디를 기억한다.

진유하고 결혼할 거야. 걔랑 평생 살고 싶어. 아빠가 그러는 것처럼.

그중 무엇이 엄마를 결심하고 싶게끔 등을 떠밀었을까. 어른들은 나 때문에 엄마가 죽은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고, 변하지 않을 진실이다. 나는 진실을 만들며 살아왔다. 불변하는 진실은 없다. 시공간에 따라,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 진실은 창조의 영역에 있다. 그래서 우리를 창조한 하나님만이 모든 걸 알고 계신다는 말이 떠도는 것이다. 그 말을 딱히 믿지는 않지만. 진유는 반에서 누구나 한 번쯤 짝사랑을 해봤을 인기 있고 잘생긴 남자아이가 아니었다. 키가 크고 말랐으나 말이 없는, 늘 책을 읽거나 뭔가를 끼적이던 아이였다. 뭐하냐고 물어보면 늘, “소설 써.” 라고 단답형으로 말하고는 “읽어볼래?” 라고 묻지는 않은 아이.

나는 그 애가 좋아 따라 소설을 썼고, 거기서 어쩌다 미약한 재능을 발견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 애와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빠는 엄마와 이혼하고 자주 내게 선물을 사주었던 삼촌이랑 따로 나가 살았으니까. 그땐 그저 직장 때문에 동료와 함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따라 그대로 엄마에게 흉내 내어 읊었을 뿐이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엄마의 장례식에 온 아빠는 삼촌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했고, 어른들은 호모새끼라고, 배신자 새끼라고, 정신병자라고 그를 욕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진유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걸. 함께 살 수도 없다는 걸. 사랑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를 잊어버려야 한다는 걸.

군말 없이 전학을 간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나이에 그걸 알았다니, 나는 천재가 틀림없었다.

 

학교 퀴어 동아리는 정식 인준을 받지 못했다. 단순히 기독교 학교라서가 아니다. 차별과 혐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득시글거리기 때문이었다. 원색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걸핏하면 동아리 인준위에서 부결되었다. 운영진 정기 모임 장소는 신촌의 한 술집이었다. 시답지 않은 얘기가 술 한 잔, 두 잔, 세 잔에 연거푸 오갔다. 한탄이 주를 이루었다. 앞으로의 동아리 운영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할라치면 술이 들어왔다. 술은 그렇게 우리를 망쳤다. 끝내 남은 건 시발 개 같고 좆같은 학교가 다였다.

“그래서 시위를 하나 할까 하는데.”

동아리 회장 18학번 통계학과 여자애가 말했다.

“무슨, 시위?”

내가 느릿느릿 되물었다. 목에서 딸꾹 소리가 났다.

“이번에 이쪽 남자애 한 명 자살했잖아.”

“누구 말하는 거야? 한 둘이어야지.”

한 명의 말에 모두가 와하하 웃어댔다.

“난 알아. 저번에 대학 퀴어동아리 미팅 명단에 있었던 애거든.”

딸꾹질이 멈췄다. 술기운이 싹 날아간 기분이었다.

“너희 중에 걔랑 미팅 자리에 같이 있었던 애 있지 않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서조차 우리는 잊히는 게 현실이었다.

헤어지고 나는 맨 정신인 양 똑바로 걸어 지하철에 올라탔다. 한산했다. 나는 가운데 빈자리를 찾아 재빨리 앉았다. 전동차가 빠르게 움직였다. 자꾸 흔들렸다. 몸이, 정신이. 나는 모임이 파하기 전 회장 애한테 우리 살자고 우리 죽음을 이용하진 말자고 말했다. 회장 애는 난리를 쳤다. 술에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게 그 애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그건 숭고한 죽음이라고 했다. 나는 차마 나 때문에 죽은 거라고 하진 못했다. 그저 이렇게만 지껄였다.

“걔는 성자나 성녀가 아니라고. 정신 좀 차려.”

말을 하는 내내 나는 스스로가 뻔뻔하다고 느꼈다. 옆자리에 또래로 보이는 말끔한 남자가 앉은 찰나, 비로소 나는 그날 미팅의 결말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얼굴이 별로라며 꼽을 줬던 나는 이후 그 애가 말없이 맹물만 들이키다 1차에서 빠져 홀로 지하철을 타러 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망했다, 는 생각 만이었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했지, 하는 후회할 틈조차 없었다.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 마음에 들었다. 발이 예뻤으니까. 엄마의 퉁퉁 불고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발의 원형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빠의 발은 본 적이 없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순간이었다. 옆에 앉은 남자의 발이 눈에 들어왔다. 슬리퍼를 걸친 채였는데, 꽤 잘생긴 발이었다. 나는 발목만 잘라가는 귀신이라도 된 것처럼 무심코 카메라를 켜 그의 발을 찍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찰칵찰칵 소리가 나게. 뒤늦게 나 자신을 찍은 척 했지만 소용없었다. 남자는 변태새끼라고 욕을 하기 시작했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그 남자가 쫓아오는지 안 오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달렸다.

어느 역인지조차 몰랐다. 개찰구를 뛰어넘었다. 넘어졌다. 풀린 신발 끈을 밟은 탓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끌려가는 것처럼 무작정 몸을 앞으로, 허공으로 욱여넣듯 달렸다. 어느 순간 나는 차갑고 단단한 보도블록을 느낄 수 있었다. 맨 발이었다. 그때 닭발을 주문한 게 누구지. 그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무언가에 찔리고 걸리고, 어느 새 두 발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휘적거리는 몸을 바로세운 채 무릎에 양 손을 짚고 숨을 몰아쉴 즈음, 일순 침묵이 나를 엄습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정말이지 끝내주게 맑은 밤이었다.

안주 시켜도 돼요? 닭발 안 드시는 분?

나는 손을 들려다 말았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닭발을 싫어했다. 징그러웠다. 그래도 그 애의 발이 예뻐, 그쯤은 용서해줄 수 있었다. 그때 난생 처음으로 닭발을 입에 댔다. 뼈를 바르기도 귀찮고 맵고 짜기만 하고 살도 없는 이게 뭐가 그리 좋은지, 그 애는 잘도 발라먹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하는 척 탁자 아래의 그 애의 두 발을 훔쳐보았다. 안 먹고 뭐하느냐는 그 애의 말에 마지못해 몇 개 더 집어먹고 술을 마셨다. 반면 그 애는 술을 잘 못했다. 주량이 맥주 반 병에 불과하다는 말에 나는 아쉬운 척도 하지 않고 괜히 부추겼다.

이런 자리에선 먹어야죠. 못 먹는 사람도 먹는 게 이런 자린데.

그 애는 수줍게 멋쩍어하며 내 말을 따라 술을 마셨다. 취했다. 술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는 제일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그 애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발을 향한 것이었지만, 모인 사람들은 아랫도리를 말하는 줄 알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질문이 뭐였는지 궁금하지 않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물음에 그 애는 붉어진 얼굴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사회자가 그만 마시라고 했다. 궁금하면 대신 마셔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애는 듣지 않겠노라, 끝까지 거부했다. 괜한 오기가 생겼다. 나는 질문을 가리지 않고 그 애를 지목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이들은 이 새끼 뭐냐며, 제대로 하라고 면박을 주었다.

제대로 하고 있는 건데?

그 애가 나간 후, 나는 자리에 엎드려 누워 엉엉 울었다. 한바탕 눈물바람을 날리고 나선 재미가 없다고 말하고는 2차가 시작되기 직전 모임에서 나왔다. 그 이후로 그 애를 볼 수 없었고, 연락이 닿고 나선 그 애는 내게 검은 정장을 입히고 닭발을 처먹였다. 개새끼. 나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 잔디밭에 대자로 누워 생각했다. 발바닥을 간질이는 풀의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꼭 그 애가 살아 돌아와 간질이는 듯했다. 그래봤자 인조잔디였다. 몸이 두근거렸다. 어딘가에서, 어느 시점에서부터 시작된 리듬이 내 가슴 속을 훑고 지나갔다. 노래를 부른다. 가사는 내 마음대로 개사하고 덧붙이고 덜어냈다. 트로트도 아니고 발라드도 아니고 댄스도 힙합도 락도 아닌, 괴성에 가까운. 그 순간이 아니면 잊을 수 없을 것 같아 엄마를 지웠고 아빠를 지웠다. 그 애는 지우기엔 아직 짙었다.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녹음처럼.

 

정신을 차렸을 때, 경찰 산하 방범순찰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새벽이었다.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라고 그들은 말했다.

“경찰이에요?”

“동네 방범대입니다.”

“경찰이네요,”

“경찰은 아닙니다.”

“제가 안 죽였어요.”

그들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눈치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걔는 혼자 죽은 거라고요. 씨발, 나는 좋아했는데.”

나는 헤헤 웃었다. 술에 취하지 않았다. 아주 멀쩡했다.

“걘 발이 참 예뻤어요. 지금도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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