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2024.03.11 15:5903.11

명구의 구멍은 작았다. 생각보다. 나는 한참 동안 명구가 남기고 간 구멍을 쳐다보았다. 상자를 묶을 때 쓰는 노란색 노끈으로 만들어진 구멍이었다. 딱 그만큼의 크기만 이 세상에서 도려낸 듯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명구의 목을 부러뜨린 그것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명구의 마지막 맨살이 닿았을 때 그 살결은 어떠했는지. 부드러웠는지. 딱딱했는지. 말해준다면 나도 기꺼이 답할 용의가 있었다. 구멍과 교감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구멍은 명구의 마지막 목격자였다. 대화를 나눌 가치가 충분했다. 폴리스라인을 함부로 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세상 너머로 떠나버린 명구의 흔적을 찾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구멍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가까스로 손끝에 닿았다. 구멍이 흔들렸다. 무언가를 애도하듯, 구멍은 천천히 앞뒤로 흔들리며 손짓 비슷한 몸짓을 해 보였다. 그게 꼭 내게 따라오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명구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 그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나는 구멍 아래 주저앉아 두 다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긴 채 거기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그만둔 지 한 달째였다. 어렸을 때 왕따를 당했을 때 다른 왕따 아이들을 관리하는 ‘보안요원’으로 불린 지 십수 년 만이었다. 단지 덩치가 크다는 이유 때문에, 어리숙하고 멍청하다는 이유로 그런 ‘작위’를 받게 되었다. 다시는 보안요원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람들은 건장하고 덩치 큰 나를 보안요원으로 제격이라며 나를 정신건강의학과에 배치했다. 물론 그들은 가해자들과 달랐다. 나는 멀쩡했다.

 

그곳에서 명구를 만난 지는 2년이 되었다. 그러니까 1년을 채울 즈음에 명구를 만났다.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보안대에 달린 높다란 의자에 앉아 진료 대기실의 사람들을 죽 둘러보았다. 몇을 제외하곤 모두 멀쩡하게 보인다. 하지만 속이 썩어 문드러진 이들이다. 곪고 덧나고 진물이 흐르고 딱지가 앉을 새도 없이 다시 깊숙인 파인 상처를 애써 숨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따금 힐끗 나를 쳐다보며 의식하는데, 거기에 별다른 의도는 없다. 딱히 없을 것이다. 읽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해봐야 두려움, 불안, 또는 신기하다는 놀람이 전부였다. 나는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그들과 거리를 둔다.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을 가지거나 이해하려고 애쓰는 건 무의미하고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뿐이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소란을 피우는 난동분자를 제압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이상의 감정도, 이하의 감정도 아닌 지금의 상태가 적절했다.

 

명구도 그들 중의 하나였다. 처음 그를 만난 날을 기억했다. 아니, 처음 ‘만났다기’보다는 처음 ‘의식했던’ 순간을. 그는 1번 진료실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환자였다. 그의 얼굴이 낯이 익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낯설지도 않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진료실에서 막 의사를 만나고 나오는 사람들을 붙잡고 ‘수술’ 얘기를 꺼냈다. 나는 처음에 어렸을 적 보았던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떠올랐다. 래치드라는 이름의 정신병원 수간호사가 환자들을 수술대에 눕혀 쇠꼬챙이로 마구 쑤시려는 음모를 꾸미던 내용이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비슷했다. 명구도 마찬가지로 강박증 수술 얘기를 사람들에게 꺼내고 다녔다. 순서는 이러했다. 강박증 환자신가요? 라고 친절하게 말을 건넨 후 혹시 뇌 수술에 관해선 관심 없으세요? 길거리의 전도사처럼 묻고 다니기. 사람들은 대개 잘생기고 인상 좋은 그의 첫 마디에 이끌렸다가 이내 무시하며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느 날 명구는 그게 화가 났던 모양이다. 그런 반응 일색의 사람들에게 갑작스레 분노가 치밀었는지, 마구 고함을 쳤다. 정확히 뭐라고 소리쳤는지는 흐릿하다. 그러나 자신을 무시한다는 말투였던 것으로 짐작한다. 나는 딱히 할 일 없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터라 누구의 신호도 없이 재빨리 달려가 그를 제지했다. 물론 어느 대통령 경호원처럼 상대의 입을 틀어막는다거나 사지를 제압하진 않았다. 그저 마주 서서 무슨 일이십니까, 정중히 물었다.

 

누구세요?

 

명구가 물었다. 동시에 그의 눈길이 나를 훑는 것이 느껴졌다.

 

보안요원입니다.

 

나는 말했다.

 

아, 보안요원. 보안요원……. 제가 저분한테 강박증에 관해 여쭈었는데 말이죠, 계속 무시하는 거예요. 요원, 요원님이라면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죠. 하지만 선생님, 그런 병에 관한 건 의사 선생님하고 얘기하시는 게…….

 

병! 그렇죠. 병이죠. 전 병에 걸렸죠.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다요. 물론 요원님은 제외하고요. 하지만 그래서 물었던 거예요. 전 수술을 하고 싶거든요.

 

그런 병에 관한 건 의사 선생님하고 얘기하시는 게…….

 

의사는 말을 안 해줘요. 말을 해줬다면 이렇게 거지처럼 대답을 구걸하고 다니진 않았겠죠. 안 그래요, 요원님?

 

명구는 갑자기 울상이 되었다.

 

나는 요원님이라는 호칭이 거북했다.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돌아가는 게 최선이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니까, 일단 대기실 밖으로 나가시죠. 진료는 보셨나요?

 

진료요. 그러니까 진료요. 아니요. 안 봤습니다.

 

그가 멍청한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 앉아서 기다리시죠. 진료 보실 때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는 겁니다. 그 수술인지 뭔지에 관해서요. 어때요?

 

음, 그러죠. 하지만 전 수술을 하고 싶어요.

 

명구는 다시 구석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멀찌감치 물러서 그를 지켜보다 보안대로 향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간호조무사와 환자 간의 사소한 실랑이가 두 번 정도 있었고, 헤매는 노인이나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다섯 시 반,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에 나는 대기실 안을 돌아다녔는데, 구석의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초점이 또렷한 시선으로 허공의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무어라고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나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금씩 가까이 다가섰다. 그는 분명 쉴 새 없이 속닥거렸다. 말을 듣기 위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그는 딱히 무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마치 외계어를 내뱉듯 발음도, 철자도 불분명한 언어를 웅얼거렸다. 그 순간 그가 고개를 홱 쳐드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뭐예요? 뭐냐고요.

 

그가 멀찌감치 물러난 내게 성난 기세로 다가오려는 찰나였다. 간호조무사가 외치는 대기 번호에 그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다렸다는 듯 1번 진료실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심연이 도래한 구멍. 깊이를 알 수 없었다. 하도 새까매 하얗게 질리게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그 안을 들여다보려다 멈칫했다. 뒤에서 “앉으실 거예요?”라고 누군가 물었기 때문이다. 이 구멍에 빠지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앉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양보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구멍이 ‘있었던’ 자리에 태연히 앉아 진료 대기판을 올려다보았다. 구멍은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자리에 서서 여자를 내려다보다 그녀가 이상하게 여기기 전에 몸을 돌렸다. 그때야 나는 진료 대기판을 눈여겨보았다. ‘박명구.’라는 이름이 진료 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떠 있었다. 박명구. 나는 입안에서 그 이름을 굴려보았다. 그다지 입에 달라붙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평생 그 이름을 외게 되리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경찰은 명구의 죽음에 대해 그다지 심도 있게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범죄 혐의점이 전혀 없으며 그가 평소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했던 병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차라리 누군가 명구를 살해했길 바라는 심정이었다. 명구가 자살한 것이 틀림없고 그럴 확률이 백 퍼센트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선 명구는 결코 스스로 죽음으로 뛰어들지 않았고, 누군가 강제로 죽음의 심연-그러니까 명구를 처음 만난 날 마주했던 그 구멍으로 끌어당긴 게 틀림없다는 추론에 힘을 실었다.

 

시신은 그의 누나가 양도받았다. 명구의 부모는 오래전 일찍이 사고로 사망했다. 나는 그의 누나를 만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가 원해서였다.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를 만난 곳은 대화역의 한 투썸플레이스 카페였다. 명구가 주로 시를 쓰던 곳으로, 애정을 가졌던 곳이기도 했다. 하필 그곳에서 보자니 뭔가 껄끄러웠지만 달리 댈 핑계가 없었다.

 

카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한눈에 명구의 누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와 닮은 구석도 많았던 데다 무엇보다 그녀가 설명한 대로 짙은 빨간색 스웨터를 입은 게 한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호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어쩌면 당연했다. 사랑하던 명구의 친지인데 비호감을 느낄 리가……. 그녀는 초콜릿 라떼를 이미 얼음만 남겨두고 다 비운 뒤였다. 작고 늘씬한 몸 위에 걸친 빨간색 스웨터는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올 듯싶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기척을 냈다.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는 미소랄지,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앉으세요.”, 손짓했다.

 

내가 주문한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그것을 다 마실 때까지 우리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장례와 발인, 이후 안치할 승화원에 대해 몇 마디 하고, 동의한 게 전부였다.

 

“아직 그 애의 방을 정리하진 않았어요. 실례가 아니라면, 그건 주호 씨한테 맡기고 싶어서요. 괜찮겠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못할 건 없었다. 머리 한구석으론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을 정리하고 지킬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나는 명구가 자신의 누나인 그녀와 오래전에 연을 끊고 정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 관해 한 마디라도 나오거나 내가 말할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었다. 나는 가만히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그녀가 불쑥 치고 들어왔다.

 

“나는 그 애를 잘 몰라요. 고등학교 때 의절했기 때문에.”

 

그녀는 말했다.

 

“그렇군요.”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그 애가 동성애자이고, 그때 자신보다 대여섯 살 많은 어떤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갔던 게 마지막 기억이에요. 그 이후론 연락은커녕 직접 찾아도 눈곱만큼도 눈에 띄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돌고 돌다가 주호 씨한테 정착한 모양이에요.”

 

돌고 돌다가? 나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 정착이란 표현은 또 마음에 들었기에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래서 어땠나요, 그 애는?”

 

“누구요?”

 

“누구요?”

 

나는 멍청히 되물었다.

 

“명구 말이에요. 명구 얘기를 하고 있었잖아요.”

 

“아. 명구는……. 착했습니다. 제가 사랑했고요.”

 

나는 소리죽여 뒷말을 이었다. 그녀는 그 말이 가당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착하죠. 그래서 많이 당했을 거예요. 사람한테.”

 

나는 어쩌면 구멍 속의 누군가가 명구를 끌어당긴 게 아니라 바깥의 다른 이가 그를 구멍 안으로 민 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었다. 그 다른 이는 누구일까. 이제 구멍 속에 있는, 어쩌면 구멍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떨어지고 있을지 모를 명구는 안전할까, 궁금했다. 그의 누나는 명구가 대여섯 살 많은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기 전까지 일어났던 몇 가지 일들을 말해주었다. 왕따, 자퇴와 검정고시 준비, 친구들, 방황하는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 없는 얘기였다. 문제는 명구가 전혀 말해주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왕따를 당했군요, 명구가. 게이라서.”

 

마지막 말은 짐작이었다. 그녀의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명구가 왕따를 시켰죠. 학교폭력이라 하나요, 요샌. 명구는 가해자였어요.”

 

그녀가 괜히 얼음밖에 없는 잔을 들었다 놓았다.

 

“네?”

 

“같은 반 남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를 죽도록 괴롭혔죠.”

 

“왜요?”

 

“게이 같다면서, 그게 이유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말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와중 문득 혀끝에 느껴지는 강한 산미에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니, 사실은 산미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게이 같다고 다른 애를 괴롭혔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게 명구라니. 나는 짧은 시간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명구에게도 디나이얼 게이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에 자신의 성 지향성을 애써 외면하고 억누르기 위해 다른 아이를 희생양 삼아 자신의 ‘정상성’을 확인하려고 했을지도 몰랐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였고, 그것이 지금 와서 뭐 어떻다는 건지 다소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긴 했다. 어쨌거나 그가 말해주지 않은 사실이었고, 그것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런 반응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그녀는 침착한 미소로 “몰랐군요.”, 말했다.

 

“몰랐어요. 말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지금 와서, 어쩌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저도 게이라고 놀림을 받거나 왕따를 당한 적이 있긴 하지만. 다 지난 일이니까요. 보안요원이라고, 왕따를 당하던 다른 아이들을 관리하는 왕따였습니다. 하하.”

 

그녀는 웃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웃음을 거두었다.

 

“맞아요. 지금 와서 달라질 건 없고, 명구는……. 그 애는, 죽었으니까요.”

 

한동안 우리 사이에 침묵이 자리 잡았다. 둘 다 얼음만 남은 컵을 집었다 놓았다. 이럴 거면 한 잔 더 시킬까.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오늘 밤에 자기는 그른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면, 아니 당장 그녀를 보내고 나면 명구에 관한 생각에 빠져들 게 분명했다.

 

“그 얘기를 왜 꺼내신 거죠?”

 

나는 문득 물었다.

 

“그 애가 집을 나간 후에도 계속 정신과를 다녔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우울증과 강박증이었어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녀가 단정하듯 말했다.

 

“어째서죠?”

 

“명구가 괴롭히던 아이가 그해에 목을 매고 죽었어요.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를 발견한 건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함께 괴롭히려고 그 아이를 화장실로 불러낸 명구였고요. 그 애에 대한 소문과 괴롭힘의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끔찍한 일이었죠. 명구는 그 때문에 강제전학 처분을 받고 자퇴했어요. 마침 그때 ‘갑자기’ 제게 커밍아웃을 하고는 집을 나갔고요. 그게 연관이 없을까요?”

 

나는 불쾌했다. 그녀가 하는 말은 곧 명구가 자신이 괴롭히던 아이의 귀신 때문에 죽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나는 잔을 다시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그녀가 움찔하며 놀랐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 모르겠군요.”

 

나는 말했다.

 

“명구는 자살했어요. 의문점이라곤 없고요. 경찰도 그랬죠. 그 애가 찾아와서 죽였을 리도 없고.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그냥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뭔가 의도가 다분히 있었다. 이내 그녀는 부동산에 볼일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따라 일어나려다, 좀 더 있겠노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뒤 다시 앉았다. 문가까지 그녀를 배웅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웃고 싶었다. 웃고 싶어져서 웃고 싶었다.

 

미쳤나.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였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기분도 들었다. 어쨌거나 명구는 단 한 번도 제 누나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부모 얘기는 했을지 몰라도. 갑작스레 의심이 들었다. 저 여자가 명구의 누나가 맞긴 하는가? 그녀가 나간 문 쪽을 돌아보았다. 이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애초에 명구에게 누나가 있었나? 끝없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물론 쓸데없는 의문이었다. 경찰은 진즉에 그녀에게 연락했을 것이고, 내게 그 존재를 알렸다. 근데 저 사람이 명구의 누나가 ‘진짜’ 맞는진 아무도 증명해주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진실을 알 수 없는, 명구에 대한 불쾌한 과거만 떠안은 채 카페를 나섰다.

 

 

 

명구의 방에 걸린 구멍은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명구의 구멍(이라고 해야 할지, 명구를 삼킨 구멍이라고 해야 할지)은 아직도 이곳, 아니면 다른 곳에 남아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나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나는 그 애의 방을 정리하며 뒤졌다. 개중엔 다이어리도 있었는데, 그곳엔 볼펜으로 그린 동그라미, 원이 가득했다. 불안하면 원을 그리던, 완벽한 원을 그리는 데 몰두했던 명구의 노트였다. 그 존재를 안 지는 나도 얼마 되지 않았다. 좋게 말해 원이지, 그건 구멍이었다. 노트를 빼곡히 채운 셀 수 없는 구멍들……. 명구는 자신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 있었던 걸까. 치매나 골다공증은 아니니 그게 맞을 것이다. 나는 그 노트를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머진 모두 특수청소 업체에 의뢰해 치울 생각이었다.

 

문제는 컴퓨터였다. 처음엔 게임이나 야동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쓴 시가 담긴 파일을 뒤적이다 낯선 이름을 발견했다. 김기석. 그 이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연 출몰해 나를 당황케 했다. 대개 그 이름을 수신인으로 쓴 편지였는데, 그 편지에서 그 애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했으니 그만 나타나 달라고 애원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내게 알리지 않았던 병이 있었나? 조현병이라도 앓았던 걸까?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증거 같지 않은 증거들로 지구는 평평하다는 가설을 세우는 학자처럼 굴었다. 명구의 누나에게 다시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녀는 받고서 더는 명구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게 명구 누나와의 마지막 전화였다.

 

 

 

나는 아침을 일찍 먹고 점심 때쯤, 명구가 다녔고 내가 보안요원으로 근무했던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누나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것인가? 명구가 죄책감으로 자살했을 수도 있다. 그는 심약했고 쉽게 죄책감을 느꼈으며 자책했으므로. 나는 그에 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타살이라면? 그 괴롭힘 당했던 아이가 죽인 거라면? 근거 없는 얘기였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가설에, 구멍에 빨려 들어갔다. 의심은 진실에 난 구멍이고 가설은 그 구멍을 넓히는 삽 같은 거다. 그리고 나는 그 삽을 가지고 구멍을 구덩이로 파는 일꾼이고. 나는 피식 웃었다. 망상이었다. 망상에 불과했다. 명구의 집엔 명구와 나도 친밀히 잘 아는 명구의 친구들, 그리고 나의 흔적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마지막, 목을 맨 명구를 내가 발견한 날과 그 이후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그 자살 시도했다는, 명구가 괴롭혔다는 아이는 들어올 틈도 없었다.

 

나는 명구를 좋아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명구를 사랑했다. 그것도 당연한 소리지만. 명구를 처음 만난 건 내가 보안요원으로 일했을 때였다. 그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누나를 만난 이후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의심이 피어오르더니 기억 전체가 뒤흔들렸다. 머릿속에 소란을 피우는 ‘난동분자’가 침입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 머릿속은 정신병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제압할 필요가 있었다……. 병원 입구에 들어선 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지하 1층 외래병동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나를 힐끗 보고는 왠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원무과를 눈으로 훑었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들 중 한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지루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던 여자가 시선을 들었다. 그러고는 나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마치 전혀 예상치 못한 ‘그것’을 마주했다는 듯이. 그도 그럴 만했다. 한 달 전 그만둔 퇴직자가 다시 근무지에 나타났으니까. 나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며 과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과장님이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 전에 여기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사람인데, 좀 뵙고 싶어서요.”

 

나는 태연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보안요원이요? 성함이?”

 

"이주호입니다."

 

여자는 무언가를 검색하고 뒤지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개중에 내 이름이 있었다는 건 확실했다. 나는 조바심이 나 미칠 지경이었지만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렸다. 명구를 삼킨 구멍이 어딘지 모를 곳에서 쉿쉿 소릴 내며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 내가 열려고 하는 진실의 문을, 또는 열리려는 진실의 문이 내게 감당할 수 있겠냐고 경고하는 듯했다.

 

여자가 전화를 끊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런 분은 근무한 적이 없는데요.”

 

“그게 무슨……. 무슨 말이죠? 내가 여기서 근무했었는데요. 여기 정신과 아니에요?”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는 히스테릭하게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 분은 근무한 적이 없는데요.”

 

그녀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착오가 있는 거 아닐까요? 다시 확인해주세요. 이, 주, 호라고요. 이주호,”

 

“검색해도…….”

 

여자가 말끝을 늘어뜨렸다.

 

“안 나와요. 아, 여기…….”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어갔다.

 

“환자 데이터엔 있네요. 이주호 님. 한 달 전에 진료 보셨고, 다음 주에 오시는 날이네요.”

 

당황스럽다 못해 나 스스로가 멍청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여자 앞을 잠시 떠나 대기 의자에 앉았다. 나는 정신과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원무과의 저 여자는 그 사실을 부인한다. 부정한다. 엄연한 진실을. 나는 다시 일어나 보안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거기엔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의 남자가 보안요원 복장을 한 채 졸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려다 발을 멈추었다.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이었다. 몰래카메라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럴 리는 없었다. 나는 얼굴이 낯익은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물었다. 나를 알지 않느냐고. 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나를. 그러나 그들은 고개를 젓거나, 나를 안다면서, 같이 진료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았느냐는 ‘개소리’만 되풀이할 따름이었다.

 

“진료 대기실에서요? 그랬죠. 난동분자를 제압하느라.”

 

“아니, 그쪽도 여기서 기다리던 환자였지 않았나요? 같이 얘기까지 나누었는데.”

 

나이든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얼굴을 한 대 때리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깬 보안요원이 소란에 내 쪽을 주시하는 중이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원무과 접수대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을 봐야겠어요. 그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예약하셨나요?”

 

그 여자가 차분히 되물었다.

 

“아니요. 하지만, 씨발, 당장 만나야 한다고요.”

 

“지금 대기 환자들이 많아서 먼저 예약을 하시거나…….”

 

“이런 씨발!”

 

나는 외쳤다. 일순 모두의 이목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보안요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난동분자를 제압하러 오는 거야.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난동분자는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 이 엿 같은 인간들이라고. 보안요원의 두 발이 한 걸음, 두 걸음 내게로 가까워졌다. 나는 뒤로 물러나다 다음 예약 진료를 잡는 사람과 부딪쳤다.

 

“좀 조심하세요!”

 

그 사람이 소리쳤다.

 

나는 명구를 떠올렸다.

 

나는 보안요원이 나를 붙잡기 전에 병원을 달려 나왔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나는 뜀을 멈추고 양 무릎에 손을 짚은 채 가쁘게 호흡했다. 경찰이었다. 나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았다.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사였다. 그는 누나분-그 여자-의 동의에 따라 부검을 진행했는데 의문 사항이 생겨 나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무슨 진술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경찰은 자세한 건 서에 와서 말하자고 둘러댔다.

 

“제가 지금 바빠서요. 다음에…….”

 

“아니면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어디세요, 지금?”

 

그들은 마치 나를 잡으러 오겠다는 양 행동했다.

 

“아니요. 제가 갈게요. 언제 가면 될까요?”

 

형사는 지금 당장 오는 게 좋지만 늦어도 오후 세 시까진 와달라고 말했다. 나는 알겠노라고 답한 뒤 통화를 끊었다. 나는 이끌리듯 명구의 방으로 허정허정 걸어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길, 원무과 직원의 놀람과 한숨, 나를 잡으러 오던 보안요원의 걸음이 차례로 머릿속을 점거했다.

 

나는 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은 분명했다. 내가 뭘 착각했나? 착각했다면 왜 그리 오랫동안 착각했지? 나는 시간을 거슬러 일련의 사건들을 되짚어보았다. 병원에 가고, 그 전에 그의 누나를 만나고, 그의 누나를 만나기 전에 경찰을 만나고, 경찰을 만나기 전에 명구를 발견했고, 명구를 발견하기 전에 명구와 얘기했고……. 그렇다. 나는 명구와 대화했다. 뭐 때문에? 그건……. 사소한 일이었다. 명구가 어떤 남자와 몰래 만났기 때문이었다. 명구는 그 남자가 끝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그저 고등학교 동창이라고만 했다. 나는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자율포장대에서 만든 상자를 노끈으로 묶어 들고 막 들어온 길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들을 목격했다. 낯선 남자와 명구를. 그들은 가까이 붙어 있었다. 나는 명구가 집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 남자가 누군지 물었다. 다그치지 않았다.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물었다.’ 명구는 별 것 아니라고,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러냐고 중얼거리곤 말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명구가 여느 때처럼 발작했다. 죽고 싶다면서 발광했다. 그러면서 내게 그 사실을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저질렀던 과거의 추악한 행위에 대해서. 그는 아까 그 고등학교 동창 얘기를 꺼냈다.

 

주호야. 주호야.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가 낯설게 다가왔다. 나는 입을 벌려 뭐라고 말하고 말하려다 말기를 주저했다. 그때였다. 그가 구멍, 이라고 소리치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건. 그의 검지 끝이 내 열렸다 닫히는 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나를, 정확히 말하면 내 입을 쳐다보며 두려워했다. 전기치료를 받는 침대에 묶인 환자처럼 굴었다. 그는 작정하고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밀어서 열려고 했다. 손잡이를 잡고 돌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그건 도어록이 달린 문이었으니까. 명구는 단순히 패닉에 빠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본분으로 돌아가, 보안요원이 되었다.

 

환자분, 환자분! 진정하세요!

 

나는 ‘난동분자’를 향해 달려가 제압했다. 중학생이었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내게 ‘보안요원’ 자격을 부여한 아이들은 반항하는 다른 왕따 아이들을 난동분자라고 칭하며 내가 제압할 것을 명했다. 나는 재빨리 움직여야 했다. 상자 노끈을 가져와 두 손을 묶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지를 버르적거리며 집에서 달려나가려고, 도망치려고 애를 썼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은 끈을 그의 목에 감고 교차한 방향으로 힘껏 당겼다.

 

환자분.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명구의 움직임이 멎었다. 나는 가만히 두 손에서 힘을 뺐다. 명구는 기절했다. 나는 문을 열고 집을 나갔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현기증이 일었다. 그렇게 무작정 계단을 내려가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이 모두 정신병자 쳐다보듯 나를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명구는 천장 전등에 목을 매단 채 대롱거리며 나를 맞이했다. 내 쪽을 향한 채, 무언가를 보고 겁에 질린 두 눈을 크게 치뜬 채로. 그리고 구멍이 있었다.

 

나는 명구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전등에 명구의 구멍이 있었다. 그건 여전히 마트의 자율포장대에 있는 노란 노끈이었다. 그것은 둥글게 몸을 만 채 나를 명구를 집어삼키고 소화하는 중이었다. 명구는 내게서 뭘 본 걸까. 같은 학교폭력 피해자에게서 전염되는 뭔가를 보기라도 한 걸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끝까지 알 수 없을 것이었다. 다만 저 구멍 만이 답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가만히 그 아래 주저앉아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그게 구원의 손길인 것처럼. 오래도록 바라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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