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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저 높은 곳을 향하여

2011.11.02 22:2811.02

*읽기전 참고: 본 작품에 나오는 공놀이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그저 작가의 학교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공놀이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그 공놀이는 기본적으로 셋 이상 모였을 때 원이나 타원으로 서서 축구공이나 농구공으로 패스를 하고 그 패스를 끊기게 하지 않고 계속 패스를 하는 놀이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게임이지만, 패스가 도중에 자주 끊기는 일이 많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놀이입니다.
그리고 이 놀이에는 승자와 패자는 없고 오직 패스를 한 사람과 패스를 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이며, 패스를 하지 못한 사람은 벌칙을 받습니다. (단, 벌칙은 기본적으로 엉덩이 맞기 이지만 놀이를 하는 사람들끼리 임의로 벌칙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탑이 점차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오래전 나는 이 건설현장으로 끌려왔다. 처음 이곳으로 끌려왔을 때 나는 끌려온 이유 같은 건 알지 못했다. 그저 끌고 와서는 일을 시킬 뿐이었다. 그곳에는 나만 끌려온 것이 아니었다. 나이와 성과 직업을 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해보였지만, 그 누구도 투정부리지도 난동을 피우지도 않고 꿋꿋이 일을 해나갔다. 가끔 휴식을 취할 때 다가가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은 그저 내게 웃어 보일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시 물어보아도 대답은 똑같았다.
나는 그런 그들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들의 행동 하나와 표정 하나까지. 그들은 모두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 똑같이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고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잠을 잔다. 혹시라도 무언가 미묘한 변동이나 변화라도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들은 이곳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나 역시도 이곳에 왜 와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된 것일까? 벽돌을 나르고 흙을 파면 팔수록 그 이유는 잊혀져갔다.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내 머릿속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처음에 왔을 때는 선명했던 기억이 점차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흐릿해져갔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만은 기억하고 있다. 나는 탑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잊지 않았다. 아니, 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현재였으니까.
그것은 내가 이곳에 와서 일한지 얼마 후의 일이었다. 나는 평소와 같이 다른 이들처럼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팠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왠지 주위가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이곳에 도착한 후 느끼는 첫 변화였다. 몸이 변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평소에는 어떤 반응도 없던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일을 하던 것을 그만두고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이곳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었고, 내가 지나고 나서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거대한 문이었다. 거대한 문은 두 개의 작은 문이 달려있었는데, 그냥 일을 감독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문과 새로 데려 온 사람들을 이곳으로 들여보낼 때만 열리는 문이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열리지 않았을 문이 그 날만큼은 스으~윽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것이었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질서 정렬한 행렬들이 위압감이 넘치는 갑옷을 걸치고는 선두에 선 한 사람을 중심으로, 깃발과 창을 든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르며 우리들 사이를 헤쳐 지나 우리가 쌓고 있는 탑으로 향한다.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사람들이 양쪽으로 비키며 길을 터주었고, 행렬은 그런 그들 사이를 개선장군인 것 마냥 지나쳐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우리의 표정은 그 이후로도 길이길이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얘깃거리가 되었다. 그 날이 아마도 변화 없던 날들을 변화시킨 날일 것이리라.
이윽고 탑에 도달한 행렬들은 단 한사람 위압감이 넘치는 갑옷을 입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흩어져 탑을 둘러싸고는 누구도 탑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며 탑으로 몰려들어 웅성거렸다. 그 순간 위압감이 넘치는 갑옷을 입은 사람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 큰 소리로 외쳤다.

“이 탑에 동원 된 인간들이여!”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던지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누구도 입을 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움직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는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었다. 그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생전 처음 목소리에서 느껴보는 위압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한순간 그곳에는 정적만이 공기에 가득 채워져 흘렀다.

“너희들이 이 탑을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조금 더 고생을 했으면 한다. 조금 더 이 탑을 빨리 완성했으면 한다. 저 높은 곳! 저 높은 하늘 위로 향하고 싶다. 너희들도 이 탑이 완성되면 그 혜택을 받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 이유도 없이 너희와는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감독관이 그저 일을 해라. 먹고 싶으면 일을 해라고 했기 때문에 벽돌을 날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바로 너희들 스스로가 이 탑을 지어야만 하는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니 말이다. 누구 하나라도 이 탑을 완성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된다면 너희들은 저 탑이 향하는 곳에 누구보다도 먼저 도착하게 될 것이고, 내가 말한 혜택도 받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매일, 매주 너희들의 일 분량을 체크할 것이다. 그 일 분량은 앞으로 이 탑이 완성되고 난 후 공헌도로 환산될 것이고, 탑을 먼저 올라 좋은 혜택을 누리게 되는 사람을 선택할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이 탑을 짓는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 이것은 내가 너희들에게 내리는 명령이자 선물이다. 그런데 그 명령과 선물을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너희들도 일할 동기가 생기게 될 것 같으니 내 소개를 해야겠지.
사람들이 날 부르는 이름은 많다. 하지만 하나 같이 진짜는 없었지. 그래서 날 정의할 이름으로 그들은 마왕이라 불렀다. 나는 마왕이다. 그리고 나는 곧 너희의 마왕이다. 너희는 내 말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변화 없던 날들을 움직이게 한 말이었다. 그의 말은 그 스스로를 마왕이라 불렀던 것처럼 마력을 품고 있었다. 마력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마력을 품은 말로서도 내 주위는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변한 것이 눈에 띌 정도였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몰랐다.
스스로를 마왕이라 한 그가 물러가고 난 뒤, 그저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던 사람들이 그 일을 대하던 태도가 달라지면서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몇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하려고 했다. 내가 다가가서 조금 쉬어라고 말해보기도 했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으면서

“조금 더 해야지. 이 탑이 빨리 완성해야지만 그 마왕이라는 자가 말한 혜택이라는 걸 받을 수 있을 거 아니야? 난 이곳에서 이렇게 살기는 싫어. 이렇게 고생만 하다간 가기 싫다고. 난 내 삶을 되찾고 싶어. 분명 탑 위에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거 아냐. 마왕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으니까.”

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딱히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나 역시도 이곳에서 이렇게 살기는 싫었으니까. 그랬으니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도 이런 삶이 아닌 내 삶을 되찾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쯤 이 탑이 완성될지 알 수 없었고, 그 마왕이란 자가 말한 일 분량을 공헌도로 어떻게 환산한다는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과연, 그런다고 해서 우리가 마왕이 향하는 그곳에서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그저 일만하다가 죽어버릴 수도, 그 약속이 우리를 열심히 일하게 하려는 수작인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일하기 싫었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었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내 스스로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판다. 내가 지금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랬기 때문에 지금 마왕인 그가 말한 대로 하고 있는 것이겠지.
탑을 올려다본다. 탑은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팔수록 잿빛 하늘 아래서 더욱 더 높아져 가고 있었다.


일은 고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우리의 일상에는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는 일 밖에 없었다. 그 외의 것들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존재할 수 없었다. 대부분 휴식시간이 되면 잠을 청하던가, 아니면 조금 더 일을 해서 탑이 완성되는 공헌도를 쌓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들 중에서도 잠을 청하는 부류에 속했다. 일이 끝나고 밥을 먹고는 잠을 자기에는 마땅치 않은 이곳에서 나는 아무 곳에나 기대어 앉아 눈을 붙였다. 앉아서 눈을 붙이는 자세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 곳에나 기대어 앉아 눈을 붙이니 허리도 쑤시고 엉덩이도 아파 엉덩이에 종기가 생겨날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불편했다. 그래도 고된 노동 탓인지 잠은 빨리 찾아왔기 때문에 그 정도는 참고 견딜만했다. 다만, 일을 감독하는 감독관들이 나눠주는 담요 한 장으로 밤을 보내야 하는 것만은 견디기 어려웠다. 이곳의 계절은 차이가 별로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선 계절이 변하더라도 그리 기온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이곳에 끌려온 사람이 하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이랬다.

“여기에는 말야. 봄이 되어도 꽃이 피지 않고, 여름이 되어도 기온은 봄 같은 기온이고, 가을이 되면 겨울 같고, 겨울은 모든 게 얼어 붙어버릴 정도의 추위야. 그래서 여기에는 계절을 계절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이상해. 계절이 있는가 싶을 정도거든. 그런데도 계절이 바뀐다는 걸 느낀다는 게 이상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이 어떤 계절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정말로 신기하지 않아? 봄이 되어도 꽃은 피지 않고 여름이 되어도 그리 뜨겁지 않은데, 어떻게 계절을 분간할 수 있는지 말이야.”

그런데 정말로 그 말처럼 이곳에서는 계절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봄이 되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봄은 그대로 잿빛 하늘이었으며 나는 똑같이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파야만 했다. 여름에는 약간 따뜻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 여름이라고 생각되는 세상은 내 눈앞에는 펼쳐지지 않았다. 항상 똑같은 배경과 똑같은 일상들만 되풀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언제 이곳에 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를 떠올려보았다. 그때의 계절을. 언제 이곳으로 왔고, 그때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가를 떠올렸다. 그 기억들은 빛바랜 기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곳으로 언제 끌려왔는지 가물가물해져서 이곳 밖에서 내가 살았었다는 사실조차 나는 의심스러웠다. 원래부터 나는 여기서 살고 있었는데, 저 밖에 살고 있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또 이 정도로 기억이 빛바래졌다면 아마도 이미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리라. 나는 내 마음을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달랬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바닥이나 누워있는데,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자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같이 공놀이라도 할래요? 문 바로 옆에서 공놀이를 하려는데 사람이 부족해서 그런데.”

그러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에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 앳돼 보이는 소년의 얼굴이었고, 나랑 나이도 비슷해보였다. 공놀이라니 대체 공이 어디서 나서 공놀이를 한단 말인가?

“공이라뇨? 공이 어디서 나서…”

내가 그렇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공사 관리자들이 줬어요. 뭐 휴식시간에 뭐 할 것이 없냐고 물으니 이걸 주더라고요.”

그러면서 그가 내게 흙투성이인 공을 보였다.

“그래서 이 공을 가지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어요. 같이 공놀이를 할 사람들을 말이죠. 지금까지 두 사람을 모았거든요. 그런데 아직 두 사람이 더 필요해요. 제가 할 공놀이는 짧은 시간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거라서 말이죠.”

나는 그의 얘기가 꽤 재미있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여기 지쳐 쓰려지는 사람들이 절반인데 어떻게 공놀이를 할 수 있을까? 또 공놀이를 하자고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 사람도 특이하지만, 그 공놀이를 같이 하려는 사람들도 특이할 뿐 아니라 신기했다.

“글쎄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말이죠. 몸이 축 쳐지고 좀 자고 싶어요.”

내가 그렇게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럼 관심이 있으면 문 옆의 벽으로 오세요.” 라 말하고는 뒤돌아 가버렸다. 그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를 내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나는 마치 난생 처음 보는 무엇인가라도 된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는 이곳의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니, 똑같았다. 뭔가의 차이가 있을 따름일 뿐이었다. 그저 웃고 즐기고 있는 사람. 그것이 휴식을 취하고 휴식시간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차이였다.
그가 나를 찾아와 말을 건 이후 나는 휴식시간만 되면, 내 눈은 항상 벽 앞에서 공을 차고 있는 그를 향해 있었다. 그는 벽 앞에서 모은 사람들과 원 형태로 서고는 손을 제외한 신체를 이용해 공을 주고받는 공놀이를 했다. 그 공놀이는 보통 발을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패스하고, 그 공을 상대방이 두 번 받지 못하면 간단한 벌칙을 받는 룰의 공놀이였다.
그들은 점심과 저녁을 먹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휴식시간에는 공을 가지고 공놀이를 했었다. 공을 다른 사람에게로 패스하고 패스 받은 공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로 패스하고, 어떤 사람이 공을 놓치기라도 하면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공을 놓친 사람은 같이 공놀이를 하던 사람에게서 등을 두드려 맞는 벌칙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벌칙이 괴롭기는커녕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웃음이 가득했다.
하하 호호 하는 웃음들이 그들 사이를 가득 채웠고 나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일을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계속 그 웃음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웃는지 생각했다. 이렇게 힘든데 한낱 공놀이를 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무엇이 다르기 때문에 저들은 웃을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의 웃음은 그런 물음들을 만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그들을 바라보다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들에 비해 나는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나와 그들의 차이는 무엇이었나? 같은 물음들이 내게 마구 달려왔다. 나는 그것에 대해 답을 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답을 할 수 없었던 게 아니었는지도 몰랐다. 왜냐? 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랬으니까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여기로 오고 난 뒤에는 대부분 일을 할 때를 제외한 시간들에는 대부분 이곳 사람들처럼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보냈고, 그래서 그것을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몇 몇 사람들이 일을 더해서 탑의 기여도를 더 높이려 했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스스로가 내게 던진 물음의 답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것들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일까? 왜 나는 그 선을 넘지 않았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왜일까? 저들이 부러웠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만 했는데, 계속 보고 있다 보니 그들이 부러워졌다. 그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그들의 웃음도 나와는 다른 하루를 보내는 것 모두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공을 차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 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걷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투덕투덕 그런 발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그리고 문득 많은 시선이 날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고 어느새 나는 그들과 같이 공을 차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별 다른 이유도 묻지 않고 자신들의 무리로 받아들여주었다. 게다가 처음 하는 나를 위해 배려를 해주듯 내게 공을 패스할 때는 다른 사람들 보다 패스를 약하게 해주었고, 나는 그런 그들의 배려 덕분에 그들이 하는 공놀이에 많이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 후 밥을 먹는 시간 등을 제외한 나머지 휴식시간은 그들처럼 공놀이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 공놀이가 즐거웠다.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총 다섯 명이었고, 내가 이제 공놀이를 같이 하게 되었으니 여섯 명으로 공놀이를 하는 사람의 수가 늘었다. 공놀이를 하는 다섯 명은 공놀이를 같이 할 사람을 찾으러 다녔던 제드와, 제드가 모은 스쿨, 로그, 스틸, 폐인 이렇게 다섯이었다. 그들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처음 이곳에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왔다가 마왕의 그 말로 이곳에서 일하는 이유가 생긴 사람들이었다. 그런 우리가 친해지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 그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공놀이에 거리낌 없이 나를 받아주고 내게 공놀이에서 배려까지 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그들이랑 친해지는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 볼 수 있었고, 정말로 나는 그들과 금방 친해졌다. 우리는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 하고는 모두 같이 지냈다. 밥을 먹을 때도 같이 있었고 잠을 잘 때도 같은 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갔다. 특히 그것은 별들이 수놓는 밤하늘 아래에 누웠을 때가 절정이었다. 나는 그런 밤하늘 아래에서 서로에 대해 말하는 와중에도 밤하늘의 별들에게서 눈을 땔 수 없었다. 그렇게 밤하늘이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는 일에 지쳐 밤하늘을 올려다볼 생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었다. 낮에는 쨍쨍 내려쬐는 뙤약볕 때문에 올려다볼 수 없었고, 휴식시간에는 앉아서 멍하니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밤에는 피곤에 절어 밤하늘을 올려다볼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밤하늘 아래 누워서 대화를 하는데도 낮의 노동의 피로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과의 대화가 낮의 피로함이 씻겨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정말 신기했다. 이런 적은 이곳에 와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느낌이었다. 나는 나와 같이 공놀이를 하는 그들에게 내가 느끼는 이 새로운 느낌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웃으며 내게 이렇게들 말했다. 그런 느낌 처음 느껴보면 이상하다고. 마치 몸에서 힘이 빠지고 긴장이 풀려서 금방 잠이 올 것 같다고. 아니면 저 고된 노동을 금방이라도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들은 모두 한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나 역시 그들의 그런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다. 맨 처음 그런 느낌이 들었을 때는 공놀이가 끝난 후 힘이 빠지고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두셋 번째부터는 낮의 노동의 피로함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고 계속 일해서 탑을 빨리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슬며시 밤하늘에서 탑으로 시선을 옮겼다. 탑은 아래에서 보았을 때에는 벌써 다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탑의 완성은 한참 남아있었다. 더, 이곳에 있는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더, 더 저 탑에 흙과 벽돌을 나르고 쌓아야 했다. 그것이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모르면서.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다섯에게 말했다.

“저 탑 대체 언제쯤 완성되는 걸까?”

그러자 제드가 먼저 말했다.

“글쎄, 탑이 워낙 높으니까. 그리 빨리 완성되지는 못하겠지.”
“그렇겠지. 하지만 반드시 탑은 완성될 거야. 그게 언제냐가 문제지만.”
“그런데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문제인건 저 탑을 완성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이 밖에서의 기억들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거야. 탑이 언제 완성되느냐는 문제가 아니야. 저 밖의 기억. 우리가 저 밖의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탑이 완성되고 좋은 혜택을 얻는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제드의 말 뒤에 폐인이 말을 덧붙였는데, 그런 둘의 말을 들은 로그가 별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에 온 지도 얼마가 지났는지도 알 수 없다고. 아니, 기억할 수가 없어. 분명 얼마쯤은 됐을 건데 말이지. 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난 탑이 완성된다면 마왕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 저 문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고 할 거야. 그래서 내가 잃어버린 내 기억을 되찾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로그는 살며시 옆에 누워있던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는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자신은 마왕에게 그런 부탁을 할 건데, 너희들은 탑이 완성되면 무엇을 할 거냐고.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도, 그들도, 우리도 모두 이곳에 와서부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머릿속의 저 밖의 기억들이 흐릿해져 갔고, 공놀이를 하는 우리 여섯 명은 탑이 완성된 후에 일에 대해서는 논의 해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저 밖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냐는 것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들도 점차 사라져갔다. 이제는 흐릿해져 아무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래, 어쩌면 로그의 그 부탁이라는 그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탑의 완성 이전의 삶이 탑 완성 후의 삶보다 좋지 못하다면? 그때 저 위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이곳 밖에서는 얻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런 부탁을 마왕에게 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이제는 저 밖의 삶이 잘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과거를 찾아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물론 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곳에 있었고, 저 밖은 우리가 있는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니까. 지금은 이곳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러면서 고개를 슬며시 돌려 내 옆 사람들의 얼굴들을 훔쳐봤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아니면 로그의 말에 동의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꽤 심각했다. 나는 잠차고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 로그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공놀이를 하면서도 표정은 심각했다. 모두 로그의 말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른 넷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들도 나와 똑같을 것이다. 그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는 내내도 그의 말을 떠올리고 또 떠올리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로그가 그때의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내겐 이제 그때의 기억은 낯선 기억일 뿐이었다. 기억이 나더라도 뭔가 생소했다.
나는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이 생활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로그의 말은 분명 옳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건 사치일 것이다. 탑이 완성되어 그런 소원을 빈다고 해도 저 밖이 자신이 살던 때와 똑같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기억을 찾아서 탑 위가 아니라 저 밖을 향하는 것은 무모하지 않은가. 나 같으면 차라리 탑 위의 세상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저 밖이 두렵고 밖의 세상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은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니 자연스레 저 밖을 향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괴로웠다. 로그의 말은 분명 옳았으니까.
날이 밝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일하던 것을 멈추고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 그들을 찾았는데, 그들은 먼저 점심을 배식 받아 각자 따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는 식판을 들고 제드를 찾아 곁으로 다가갔다. 제드는 탑 근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내가 그의 옆에 앉으려고 하자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며 말했다.

“오늘부터는 각자 따로 밥 먹자. 다른 사람들도 그러기로 했거든.”
“하지만 난 그런 소리 못 들었어.”
“미안, 미처 너한테는 말하지 못했나 보네. 어쨌든 오늘부터는 그렇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먹자.”

내가 되묻자 제드가 힘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제드의 목소리에서는 힘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래부터 힘이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목소리에서 부쩍 기운이 빠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혹시 로그도 그러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드는 로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로그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제드는 로그의 곁에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제드의 말에 고맙다고 말했지만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제드가 가르쳐준 대로 로그가 있는 곳으로 갔다. 로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고,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이 어두웠다. 처음 밤하늘 아래에서 별을 보면서 밝은 얼굴로 말하던 그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그 만큼은 고민하지 않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는가 보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왜? 그는 어두운 얼굴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제드, 그리고 스쿨, 폐인, 스틸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우리에게 그런 고민을 안겨준 사람인데 고민을 하는 게 이상했다. 그래서 묻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나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식판을 들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

“같이 밥 먹어도 될까?”
내가 그렇게 묻자 로그가 고개를 들고 날 올려다보았다. 로그는 잠시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의 허락에 식판을 내려놓고 그의 옆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조심스레 그의 의중을 살폈다. 그는 다 먹은 식판을 내버려둔 채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난 번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때와는 다른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무어라며 입을 열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무어라 말해야 할 것 같긴했지만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멀리서 제드가 큰 소리로 실랑이 하는 것이 들렸다. 상대는 스쿨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앞으로 공놀이를 하지 않겠다니?”
“좀 전에 들었는데, 탑도 이제 곧 완성될 거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얼마 후에 마왕이 이곳을 다시 온다고 하는데, 그때 탑이 완성된 후에 줄 혜택을 정할 거라고 하나봐. 그런데 난 아직 그렇게 많이 실적을 쌓지 못했으니까. 그, 그래서 말야…. 미안해.”

스쿨은 그렇게 말하곤 뒤돌아 가버렸다.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나는 뒤돌아 가는 스쿨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급히 고개를 숙여 눈을 피했다. 정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공놀이를 잘 했었는데 갑자기 저런 말을 내뱉을 줄은 몰랐다. 물론 탑이 완성될 때까지 자신이 탑에 기여한 기여도는 중요했다. 기여도가 많아야지만 탑 위에서의 삶이 안락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공놀이를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만약에 그렇게 해야 한다면 지금 나도 공놀이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여전히 로그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로그도 방금 되돌아간 스쿨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로그처럼 잿빛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후 저녁시간. 스쿨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 공놀이를 하지 않았고 탑은 드디어 완성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말을 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공놀이를 같이 하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공놀이 하는 것도 점차 재미없어져 갔다. 남은 사람들끼리 공을 패스하고 다시 패스를 하면서 공놀이를 했지만, 로그의 그 말과 스쿨이 공놀이에서 빠진 이후로는 공놀이를 예전처럼 할 수는 없었다. 모두 말없이 공만 차다가 점심, 저녁 시간이 끝나면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땅을 파고 벽돌을 날랐다.
그러다가 차츰 사람 한 둘 씩 공놀이를 그만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스쿨처럼 공놀이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폐인이었다. 폐인은 공놀이를 하다 갑자기 우리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공 차던 것을 멈췄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스쿨 녀석처럼 탑 기여도 쌓는 일에 열심히 해야겠거든. 나 말야, 거의 일 안 하고 놀기만 했잖아. 그러니까 탑이 이제 다 완성되어 간다는데 좀 많이 걱정도 되고 해서, 그래서….”

제드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알았어. 뭐, 네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스쿨도 갑자기 말하고 가는 바람에 충격이었는데, 걔도 사정이 있고 너도 사정이 있는 거겠지.”

하지만 폐인 다음으로 이탈자가 또 나타났다. 폐인 다음의 이탈자는 스틸이었다. 스틸은 앞의 둘처럼 갑작스레 말하지 않고 며칠 전에 운을 때며 말했다.

“이렇게 공을 차는 것도 좋긴 한데, 저 밖이 아니더라도 저 위에서 말야. 그래서 말인데, 나도 공차는 거 이젠 못하겠다. 사람도 이제는 넷뿐이고, 그러니까 이제는 공차는 것도 재미없어졌잖아. 그러니까 이제 나도 여기서 빠지란다. 그렇다고 지금 빠지려고 하는 건 아니고, 너희들하고 정도 있고 해서 조금은 같이 하다가 며칠 후부터 안 하려고.”

스틸은 그렇게 말하고 며칠 후 정말로 공놀이 하는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제드는 그런 스틸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스틸은 완고했다. 제드가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제드와 로그를 가리키며 했던 말은 날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너희 둘 때문에 그 녀석들이 다 떠난 거잖아. 저 탑을 쌓는 힘든 일들을 하면서 견딜 수 있는 재미있는 게 있어야 하잖아. 내가 공놀이를 했던 게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고, 그런데 너희 둘 때문에 그 애들이 떠났잖아. 그러니까 날 말리려 해도 소용없을 거니까 포기해. 그리고 여긴 이제 재미없어졌어.”

재미없어. 여태껏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다. 재미없어 라는 말이 그렇게 충격적인 말은 아니었지만, 스틸이 말한 재미없어 라는 그것은 어찌 되어서인지 충격이었다. 나는 스틸이 떠나고 난 다음 제드와 로그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결국 이렇게 셋이 남게 되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둘은 입을 꾹 다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재차 물었다. 대체 스틸의 말이 무엇이냐고. 그래도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정말 답답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이 상황을 내게 설명해줬으면 싶었다. 묘한 긴장감이 제드와 로그 사이에 흘렀다. 마치 누군가가 먼저 말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둘은 대답을 서로에게 떠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짧지만 긴 정적이 흐르고 난 뒤 제드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저 녀석이 한 말은 말도 안 되는 말이니까 그렇지. 기억을 찾고 저 밖으로 나가겠다는 소리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이미 여기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데, 저 밖이 우리가 있었을 때와 똑같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말이 안 되지. 그러니까 다른 애들도 떠나는 거 아니야.”
“걔네들이 떠난 걸 다 나한테 뒤집어씌우지 마. 그리고 내 말이 대체 어디가 어떻게 말이 안 된다는 건데. 그자는 스스로를 마왕이라고 했어. 스스로를 마왕이라고 했을 정도라면 그 정도쯤은 들어줄 수 있을 거잖아. 그런데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야? 난 저 탑 위로 가는 것보다 저 밖으로 돌아가고 싶어. 여기서 너희들이랑 같이 공놀이 하는 것도 좋긴 한데, 그래도 저 밖이 좋을 것 같아. 모두가 이곳 밖에서의 기억을 잊어가도 난 잊어지지 않는 기억이 있거든. 그 기억은 아무리 여기서 오래 지내더라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그리고 아무리 탑 위에서의 삶이 풍요롭다고 해도 그 기억 속에서처럼 살 수는 없을 거 같거든. 그러니까 난 저 탑이 아니라 밖으로 가고 싶은 거야. 제드, 너도 있을 거잖아. 그런 기억 말야.”
“아니, 이제는 그런 기억 따윈 없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 그리고 기억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 한 번 잊어버리면 영영 다시 찾을 수 없는 건데, 아무리 마왕이라고 해도 기억을 되찾아 주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제드가 그렇게 묻는 로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딱 잘라 말했다. 나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밤하늘 아래에서의 얘기가 지금 이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이유가 있었을까. 상황을 이해할 순 있었지만 그것이 왜 이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포기할 수 없어.”
“그럼?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네가 저 탑을 전부 혼자서 완성한다면 또 몰라. 어쩌면 그러면 마왕이 엄청 대단하다고 들어줄지도 모르지. 그렇게 할 거야?”
“그, 그건…”

로그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리고 실랑이는 계속되었다. 나는 그런 둘의 실랑이를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스틸의 말대로, 그의 말대로 이제는 재미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뜨려버렸다.

“둘 다 그만해! 정말이지, 지금 이 꼴을 보고 있으니까 진절머리가 나서 못 참겠어. 나도 이제 공놀이 안 할래. 너희 둘이 잘 해보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곤 뒤돌아 걸어갔다. 그제야 둘의 실랑이 하는 소리가 멈췄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돌아가기도 싫었다. 둘이 정말 잘 해보라지.
내가 그렇게 말하고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공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탑의 기여도를 쌓는 일상으로. 그래서 저 위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한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탑이 완성되기 직전 갑작스레 탑의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곳에서 일을 하던 사람들 모두는 탑의 갑작스런 공사 중단이 의아스러웠다. 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도 없었는지 사람들은 많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그때 마왕이 우리들을 불러놓고 그 마력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탑은 곧 완성된다! 여태껏 몇몇의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 중 아주 소수에게만 최고층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
저 맨 위의 완성은 지원자를 받으려고 한다. 대상자들은 지상에서도 열심히 일해 이 탑을 짓는데 많은 기여도를 쌓은 사람들과, 기여도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즉 여러분 모두가 이 탑의 마지막을 장식할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최고층에서 쌓을 수 있는 기여도는 여태껏 너희들의 쌓아온 기여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 자, 어떤가. 이 탑의 마지막을 장식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원해라.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으니 말이다. 시한은 단 하루뿐이다. 그리고 결정은 너희 자유다. 명심해라.”

탑의 마지막. 모든 기여도를 여태껏 쌓아온 기여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기여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 나는 높게 솟아있는 탑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탑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면 여태의 모든 기여도를 만회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최고층의 몇몇 사람들에게만 그런 기회가 주어졌었다고 했는데, 나는 솔직히 저 최고층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일을 해왔었다. 하지만 탑은 완성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가 이제야 겨우 탑이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왕이 말한 최고층에서 일할 사람에 지원해서 선발된다 해도 탑을 오르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다시 탑을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들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나는 기여도를 쌓는 데에는 관심 없었다. 그저 일하라고 했기 때문에 일했을 뿐이었고, 지금 생활이 내게는 가장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또 이젠 저 밖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는 생각나지 않기도 해서 지금 여기서의 삶이 내게는 익숙하고 중요했다. 물론 이것은 어제까지의 일이었고, 지금도 내 생각은 어제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왕이 말한 그것에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마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들면서 자신을 뽑아달라는 목소리가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들 틈에서 나는 낯익은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낯익은 목소리들의 주인공은 스쿨과 폐인의 목소리였다. 그 둘도 최고층에서 일하기 위해 지원하려 하고 있었다. 그때 정말로 그들은 공놀이를 그만두고 기여도를 누구보다도 더 많이 쌓고 싶었다던 말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빨리 저 둘을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어쨌거나 저 둘도 이 상황을 이렇게 만드는데 일조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만약에 저 둘이 뽑히게 된다면 영영 여섯이서 공놀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또 여기에 익숙해져버린 내 삶이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그럴 일이 벌어지면 안 될 일이다. 어서 저 둘을 만나 제드와 로그를 화해시키고 스틸이 돌아오게 해 예전처럼 돌아가야 했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는 스쿨과 폐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둘은 서로가 가까운 곳에서 목청껏 목소리를 내서 마왕이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저여! … 저 열심히 …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 좀 …주세요.”
“…다른 사람… 아니라 … 저여야만 해요!”
  
하지만 그 외침들은 많은 목소리들에 묻히고 말았다. 나는 그런 둘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러자 무슨 일인가 싶어 둘이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내가 자신을 건들었다는 것에 짜증이 났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우린 저기에 꼭 뽑혀야만 한다고.”
“그래, 용건이 있으면 아주 간단히 말해.”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내 자초지종을 늘어놓으며 설명했다. 제드와 로그가 사이가 나빠졌고 스틸이 공놀이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그러자 그들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런 그들이 화가 났다. 다시는 공놀이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나는 참지 못하고 그들에게 한 마디 퍼부었다.

“정말! 너희들이 마왕을 따라서 저 탑 위로 가면 우린 다시 못 볼 거잖아. 그러면 영영 둘이 화해도 못하게 될 거고. 공놀이는 더더욱 하지 못하게 될 거잖아. 그리고 그때 그 밤하늘 아래에서 너희들 꽤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던데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무슨 생각을 했기에 다음 날 혼자서 각자 따로 밥 먹자고 했을 때 수긍했고 공놀이 그만한다고 했던 건데.”

그러자 그들은 크게 숨을 쉬더니 스쿨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딱히 별 생각 안 했어. 그저 로그 녀석이 너무 이상적인 꿈만 꾸는 게 아닌가 했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스쿨은 그러면서 폐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폐인은 스쿨이 자신을 바라보자 자신이 그의 말을 이어 말했다.

“그리고 그 밤 다음 날 각자 따로 밥 먹자고 한 걸 수락한 이유는 전 날 둘이 싸우는 얘길 들었거든. 그래서 그냥 수락한 것뿐이야. 그런 뒤에 많이 생각을 했어. 공놀이 분위기도 좋지 않았지. 그러니까 더 이상은 공놀이를 할 수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어. 스쿨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그래. 그래서 스쿨이 먼저 말하는 걸 보고 그 뒤에 나도 따라 말한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우린 저기에 꼭 뽑혀야 하니까. 그럼, 이만 간다.”
“잠깐만.”
  돌아서서 다시 마왕에게 외치러 가는 것을 내가 막아섰다.

“그럼 적어도 둘의 오해는 풀고 가.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공놀이를 하면서 말이지.”
“무슨 소리야? 그건 스틸이 먼저 말했고 또 그날 밤에 있었던 것 때문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왜?”

스쿨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도 책임이 있으니까.”
“…” “…”

  내 말에 그런 둘 중 누구도 입 밖으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그럼 오늘 저녁 시간에 매일 공놀이 했던 곳.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

라 말하고는 곧장 스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남은 것은 스틸을 설득하는 것뿐이었다.
스틸을 설득하기란 쉬웠다. 내가 스쿨과 폐인에게 했던 얘기를 고대로 그에게 전달하자, 그것 참 재미있겠다면서 날 바로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나는 그럼 김에 제드와 로그를 데려와 달라 부탁했다. 스틸은 그런 내 부탁을 걱정마라 말하면서 제드와 로그를 데리러 갔다. 그리고 그 날 저녁시간, 우리는 제드와 로그와 함께 아직 오지 않은 스쿨과 폐인을 기다렸고, 그들은 약속대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스쿨과 폐인, 제드와 로그는 모두 서로를 바라보면서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때 스틸이 공을 우리들 앞에 던지고는 말했다.

“그냥 그렇게 서 있는 것보다 공놀이나 하자고. 뭐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공놀이 하면 재미없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우리는 아무런 말없이 수긍하고 예전처럼 공을 패스하고 또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패스했다. 나는 공놀이를 하면서 말이 없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공놀이를 하면서도 공놀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 중 로그가 먼저 입을 열며 스쿨과 폐인에게 말했다.

“너희 둘 말야. 내 말 때문에 나간 거 아니라고 했었다면서. 정말이야?”
“응, 아니야. 그냥 우리가 결정해서 나간 거였어.”
“그래. 하지만 네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아. 왜냐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거니까. 그러니까 저 위로 가는 수밖에 없는 걸. 그래서 많이 생각해보고 결정한 거였어.”

스쿨과 폐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스쿨이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래서 마왕이 말한 최고층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데에 지원할 거야.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스쿨의 말이 끝이 났다. 공은 계속 우리들의 발에서 발로 이어졌고 못 다한 말들도 여전히 우리들 사이를 맴돌았다.
제드는 공이 자신의 앞에 오자 공을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여전히 나도 로그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아. 하지만 너 때문에 나갔다고 한 말은 사과할 게. 그리고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몰라서 하는 말인데, 정말 마지막으로 제대로 공놀이 한 번 하자.
이미 각자가 생각하는 게 있어서 아무리 말로 싸우고 설득을 해봤자 돌려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또 나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탑이 완성되면 그냥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 위로 갈 것 같거든. 그리고 저 위에서 우리들이 다시 만날지 어떨지도 모르니까.”

제드의 말에 모두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드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 밤 이후에 보였던 얼굴보다는 조금은 밝은 표정이었다. 로그도, 스쿨도, 폐인도 스틸도 이 자리에서 공놀이를 하는 모든 사람이 제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였다. 끄덕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아직까지 서로에 대한 감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저 그런 감정을 회복하자는 것에 동의를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하던 공놀이가 다시 제대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이렇게 다 같이 공놀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방금 막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왜 지금의 생활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지금 이들과 같이 하는 공놀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 그럴 것이다. 아무리 공사 일이 힘들더라도 이들과 함께하는 공놀이가 그런 것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하지만 탑이 완성되면 모두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 어떻게 할지 생각해 두지는 않았다. 지금 이 생활을 즐기다보면 어떤 생각이든 결정을 하게 될 것 같다. 저 밖의 생활을 꿈꾸든 다른 사람들처럼 저 위로 올라가든지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은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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