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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무소식이 희소식

2011.07.28 16:0807.28

무소식이 희소식
2011.05.29

  슬픈 영화였다. 자신을 위해 죽은 애인을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기다리겠노라고, 여인은 말했다.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연인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한, 가슴 시리도록 슬픈 결말이었다. 수린은 리모컨을 들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화면이 까맣게, 온통 까맣게 변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침대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그이의 온기가 아직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한 사람이 더 있어야만 했다. 이불 속에서, 수린은 몸을 웅크렸다.
  “꼭 가야 돼? 꼭?”
  “가야 돼.”
  “안 가면 안 돼?”
  “가야 돼.”
  “정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단정적으로, 마치 더는 돌이킬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잘랐다.
  “가야 돼.”
  그날, 밤이 깊도록 둘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야만 한다면 보내는 사람이나 떠나는 사람이나 마음이 찢어지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 듯 감긴 눈을 파르르 덜다가도 둘은 밤새도록 한숨을 내뱉곤 하는 것이었다. 작은 창으로는 달빛이 내렸다. 유난히 달이 크고 밝은 밤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쓰면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다고 수린은 생각했다. 빛 한 점 없이 컴컴하고 숨소리마저 크게 울렸다. 이불은 무겁기까지 했다. 혼자 쓰기에는 너무 큰 침대였다.
  전쟁이 삼 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마가 벌게질 정도로 흥분하던 이들도 모두 잠잠해지고 먼 곳의 전장은 차츰 희미해져갔다. 총탄이 날아들고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군인들이 죽어나가는 곳은 국경 밖으로도 한참이나 떨어진 타국일 뿐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란, 도무지 와 닿지를 못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쉽게 잊었다.
  수린은, 잃을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진실로 사랑하던 이를 사지로 떠나보내고서 다시 겨울이 찾아오기를 두 번째였다. 기다림은 공허했다. 그러나 연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여인이 모든 일에서 손을 놓게 되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출근하고 일을 하다 퇴근길의 만원버스에서 비틀거렸다.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잠이 조금 늘었다는 것뿐, 다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가다가도, 문뜩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홀로 눈물겨워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다. 날이 밝으면 또다시 도시로, 직장으로 그녀는 향했다.
  내일도 정시에 출근해야 하는 날이었다.
  “푹 자둬. 내일부터는 잠도 제대로 못 잘 텐데.”
  “잠이 안 오네.”
  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수린은 괜스레 시선을 피했다. 두려웠다. 밤이 깊어가는 것이, 그를 보내야 하는 것이 그녀는 두려웠다. 그를 바라보면 그가 꼭 녹아 없어질 것만 같았다. 놓치면 없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수린은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참 커다란 손이었다. 굳은살이 까끌까끌했다.
  “내일 떠날 생각을 하니 잠이 안 와.”
  “그래도, 자야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수린은 그가 잠들지 않기를 바랐다. 조금이라도 긴 시간 동안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 이틀, 일주일, 일 년 전의 추억을 더듬다가 도리어 먼저 잠들어버린 건 그녀였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수린을 그는 살며시 쓰다듬었다.
  깜박 잠이 들었던가. 시계가 울어대는 소리에 수린은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지만 이렇게 잠들었다가는 버스를 놓쳐버릴 터였다. 무거운 몸을 화장실로 이끌어 양치를 하고 얼굴을 씻는 중에, 수린은 거울을 보았다. 그를 보내고서 그녀도 참 많이 야위었다.
  “살 빠진 거 알면 싫어할 텐데.”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다 수린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것조차 모르는데.
  결국 눈물자욱을 지우기 위해 평소보다 화장을 두껍게 해야만 했다. 이미 늦어버린 거 아예 늑장을 부려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무리였다. 무엇이든 일을 하지 않으면 그이 생각이 났다. 신발을 세 번이나 갈아 신고 나서야 그녀는 문을 나섰다.
  “어머, 오랜만이네.”
  그리고 옆집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간만에 뵙네요.”
  “그래, 잘 지내고?”
  “네, 그럭저럭. 아주머니는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아주머니는 수린의 등을 토닥였다.
  “나야 뭐 언제나 잘 지내지.
  수린은 마주 웃었다. 그러나 아주머니 역시 화장을 두껍게 했음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녀 역시 잃을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수린이 그를 떠나보낸 겨울에, 그녀는 아들을 전장으로 보냈다.
  “출근하는 거지? 잘 다녀와. 건강 지키고.”
  문으로 들어서던 아주머니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아직, 소식 온 것은 없고?”
  막 몸을 돌리려다, 수린은 멈칫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하다가 나온 말이라고는 ‘예’가 전부였다. 화장이 번지면 안 되는데, 울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등 뒤로, 문 닫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문고리를 부여잡고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수린은 몸서리치며 느꼈다. 그를 떠나보낼 때에도 아주머니는 똑같이 행동했었다. 똑같이.
  “아주머니, 저 갑니다.”
  “어휴, 이젠 총각도 가는 거야? 아, 내 정신 좀 보게. 총각이 아니었지.”
  아주머니는 괜스레 농을 던졌다. 시선이 불안정해보였다. 그와 나를 보며 아들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아들과 작별한 것은 고작해야 사흘 전, 불안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책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사히 잘 갔다 와.”
  “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아들분도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래, 그래야지.”
  아주머니는 말을 더듬었다. 나는 그이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고서 아주머니에게는 들리지 않게 눈치 없기는, 하고 중얼거렸다. 그가 멋쩍은 듯 뒷목을 긁었다.
  “그래야지…….”
  울음을 터뜨리려는 아주머니와 어떻게든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복도를 걸었다. 내려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다. 아주머니의 시선에 뒷덜미가 싸늘했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기에, 둘은 그저 걸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아주머니와 헤어지고서 수린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는 기다리기에 너무 애매한 층에 서 있었다. 등 뒤로, 문 닫히는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소름이 돋았다. 계단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플랫으로 갈아 신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서둘러야 했다.
  걸어 내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힘겨웠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이용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걸음을 늦출 수는 없었다. 때때로 두 계단씩 껑충껑충 뛰어 내려가다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뗄 참이었다.
  “아가씨, 그 얘기 들었어?”
  청소아주머니가 바닥을 쓸다말고 그녀를 불러 세웠다.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무슨 얘기요?”
  “긍께, 아가씨 옆집에 사는 아줌니 있잖여, 아들이 죽은 것 같더라고.”
  “네?”
  우편함 앞에서 그 아줌니가 한참이나 눈물을 닦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얼마나 안 됐냐고, 옆집 사는 입장에서 위로라도 해드리라고 청소아주머니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런 건 오히려 모르는 척 해드리는 게 나아요. 그 말이 목젖까지 치달았다가 도로 들어갔다. 그제야 아주머니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려, 수고해. 아주머니는 못내 아쉬운 눈빛으로 수린을 보내며 그렇게 말했다. 골목에 들어서기 직전, 아파트를 흘낏 훔쳐본 수린의 눈에 바닥을 쓰는 둥 마는 둥 이야기를 늘어놓을 사람을 찾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수린은 생각했다. 자신과는 달랐다. 옆집의 아주머니와도, 달랐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버스가 유난히도 늦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류장에서 서성이며 수린은 그를 떠나보내던 날을 떠올렸다. 겨울 끝자락, 죽어가던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무렵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언젠가 벌어질 일임을 예감하고 있었음에도 사랑하는 이를 놓아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앞장선 그이의 어깨가 수린에게는 유난히 넓어보였다.
  “이제 들어가. 혼자 타고 갈게.”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아냐, 끝까지 바래다줄게.”
  “들어가라니까.”
  “내가 따라가고 싶어서 그래.”
  아침부터 거리는 붐볐다. 참전을 부르짖는 사람들과 반전시위를 하는 사람들, 전경들과 더불어 온갖 폭도들 사이로 거북이마냥 기어가는 몇 대의 버스와 택시들까지, 아스팔트의 검은 빛마저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모두의 입에서 하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가 자리를 잘못 찾아왔다는 듯 황급히 몸을 감추곤 했다.
  “사람이, 많네.”
  “그러게.”
  쏟아지는 사람들 틈에서, 수린은 그와 떨어질까 두려웠다. 길거리로 쏟아지는 인파 속에 그와 그녀는 작은 점과도 같았다. 사람들이 물결치고 있었다. 전날 밤처럼, 수린은 그의 순을 붙들었다. 흠칫 놀라며 그가 물었다.
  “왜?”
  “그냥. 놓치면 네가 가버릴 것 같아서.”
  “걱정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꽈악 손을 쥐어주는 그를, 수린은 좋아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그의 얼굴 너머로 버스 노선표가 그려진 표지판이 보였다. 혼잡한 도로 사이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버스가 기어오고 있었다.
  “아가씨, 안 탈 거예요?”
  “예?”
  수린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버스기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린 뒤로 주욱 늘어선 사람들 역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깜빡 딴생각을 했던가, 붉어오는 얼굴을 감추며 수린은 버스에 올라섰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그 소리에, 올라타던 승객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급하게 동전을 꺼내려다 수린은 지갑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동전이 사방으로 굴러갔다. 버스기사는 인상을 찌푸리고 괜히 핸들을 쾅쾅 내리쳤다.
  “아가씨, 출근길에 남들한테 민폐 주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얼른 좀 주워 봐요. 뒷사람들 들어가게.”
  “정말 죄송합니다.”
  수린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만 같았다. 모든 이의 손가락이 자신을 향해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졌다.
  “어른 둘이요.”
  기사는 무뚝뚝하게 기계를 조작했다. 수린이 가방을 갖다 대자 삐, 하고 짤막한 소리가 울렸다. 혼잡한 거리와는 다르게 버스는 텅 비어 있었다. 걸어가는 속도나 버스를 타는 속도나 별 차이가 없기에 승객들은 다른 방안을 강구하러 간 모양이었다. 수린은 버스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뒤에 앉을래?”
  “뒤에?”
  “응. 맨 뒤에.”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면서도 기꺼이 따라와 주었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그들의 눈에 버스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와 하품을 하는 버스기사 외에는 구경할 것이 없었다. 백을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수린은 나직이 말했다.
  “버스에 탈 때마다, 뒷좌석이 비어있으면 꼭 거기 앉게 돼.”
  “왜? 넓으니까?”
  “아니. 여기 앉으면 오히려 좁지. 바보 같기는.”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당황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수린은 웃음이 나왔다.
  “뒤에 앉으면, 버스에 탄 사람들이 모두 보이거든. 그게 기분이 좋아.”
  “그래?”
  “응. 뭐랄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니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도, 라는 말을 그녀는 입안에서 삼켰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떠나가는 그를 보기가 너무 민망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애꿎은 머리만 계속 긁고 있었다. 순박한 그 모습에 수린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애써 웃으며, 덧붙였다.
  “우리, 처음 데이트 갈 때도 버스 맨 뒤에 앉았었는데.”
  그때도, 그는 지금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박한 표정.
  “너 긴장한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흩어진 동전을 주워 담고서, 수린은 만원버스 안으로 힘겹게 걸어 들어갔다. 모든 좌석이, 맨 뒷좌석까지도 가득 들어차 승객들은 흔들리는 손잡이를 부여잡고 장대처럼 서 있었다. 겨울임에도 사람들의 열기가 버스를 후텁지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뒷문 근처의 봉을 잡고 가까스로 버티어 섰다. 이내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했다. 차선을 여러 차례 바꾸며 기사는 난폭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수린은 불쾌한 느낌에 몸을 비틀었다. 만원버스에서 몸이 다른 사람들과 맞닿는 일은 다반사였다. 타인의 신체가 그녀의 몸에 닿는 일은 때때로 불가항력일 때도 있었고, 때때로 의도적일 때도 있었다. 오늘은 분명 의도적인 손길이었다. 그 차이를 명백히 느낌에도 승객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버스가 혼잡해서 그랬다고 변명하면 모두가 수긍할 일, 출근길의 사람들은 모두 피로에 절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설사 치한을 잡는다 해도 승객들은 도리어 그녀를 이상한 눈길로 바라볼 터였다. 무수한 인파 속에서 수린은 무기력해졌다.
  한참을 참아내다 목적지에서 문이 열리자 수린은 그 손을 뿌리치며 버스에서 내렸다. 마음 같아서야 그 파렴치한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주고 싶었지만 도무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달음박질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손목시계가 이미 지각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은 회사 안 가도 돼?”
  “휴가 냈어.”
  수린은 짐짓 걱정스러워 하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일이 도무지 손에 잡혀야 말이지.”
  버스에는 제법 사람이 찼다. 도심을 벗어나서 그런지 속도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버스 앞을 가로막는 인파가 이제는 없었다. 수린은 차라리 차가 막히기를 바랐다. 그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부질없는 바람이었다. 버스는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가 말을 걸었다.
  “거의 다 왔네.”
  “그러게.”
  수린은 멍한 눈길로 창밖을 보았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오늘 눈이 내릴 예정이었던가,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생각이 나질 않았다.
  “눈 올 것 같은데?”
  긴장했는지, 그는 굳은 얼굴로 어떻게든 수린에게 말을 붙이려 했다. 그와 그녀가 헤어지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수린은 줄곧 구름이 가득한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버스가 멈추어 섰다.
  “내리자.”
  수린은 앞장서서 버스 밖으로 나섰다. 햇빛이 나지 않아 날씨가 한층 더 쌀쌀해져 있었다. 코트 앞섶을 여미었다. 그들 외에도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 많은 일행들과, 일사불란하게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청년들을 보며 그녀는 이제 곧 그를 떠나보내야 함을 실감했다. 그가 버스에서 내려 수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이제 혼자 갈게.”
  수린은 입을 열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어깨 위에 얹힌 그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마음에도 없던 말을 했다.
  “시간 좀 남았는데 밥이나 한 끼 사줘.”
  쭈뼛쭈뼛 사내로 들어서는 수린을 부장이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무어라 말은 하지 않고 노려보기만 하는 통에 더 무서워 보였다. 그녀는 더듬더듬 사죄를 표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머뭇거렸다가는 불똥이 튈세라, 수린은 서둘러 자기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부장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등골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며, 수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방금 전원이 들어온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봐!”
  잔뜩 골이 난 말투로 부장이 그녀를 불렀다.
  “예, 예?”
  “오늘 회식 가기로 했으니까 알아둬. 다음부터 늦지 말고.”
  모니터에 비친 부장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수린은 애꿎은 마우스만 만지작거리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숨도 쉬기 어려웠다. 조금 뒤에 부장이 돌아가며 구둣발소리를 낼 즈음에야 그녀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회식, 회식이라. 오래간만에 듣는 단어였다. 이년 전 전쟁이 터졌을 때부터 남직원들 다수가 전장으로 나가는 통에 회식자리를 갖기 힘들었다. 때때로 모여 술을 마실 기회가 있을 때도 수린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메신저가 걸려 왔다. 맞은편 자리의 은수로부터였다.
  「영감한테 뭔 일 났어?」
  수린은 은수와 부장 쪽을 힐끔거렸다. 은수는 그녀를 향해 씨익 웃었고 부장은 책상 위 서류에 집중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똑같은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수린은 키보드를 두들겼다.
  「왜요? 평소 같지 않아요?」
  「그게……. 오늘 회식 영감이 쏜다 그러더라구.」
  수린은 벌어지려는 입을 가까스로 다물고 다시 부장 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평소와 똑같은데, 저 성격 더러운 영감탱이가 술자리를 주선했다고? 수린은 그런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그런가봐. 엑;; 영감이 째려본다. 그럼 수고.」
  「네. 은수씨도 수고하세요.」
  수린은 메신저 창을 닫았다. 어쩜 그리 눈치가 빠른지, 부장이 그녀와 은수를 번갈아가며 노려보고 있었다.
  “이 근처에 먹을 만한 데 있나?”
  “몰라.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그는 수린의 어이없는 부탁에도 최선을 다해 식당을 찾고 있었다. 정류장 근방에는 낡은 식당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를 먼지 쌓인 점포로 데려가기 껄끄러워하고 있었지만, 사실 수린으로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와 마지막으로 함께 먹게 되는 식사였다.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아니, 사실 그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것이 식사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이다. 수린은 다만, 가능한 한 늦게 그를 떠나보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럼, 여기서 먹을래?”
  그가 가리킨 곳은 평범한 국밥집이었다. 그 딴에는 가장 깨끗해 보이는 식당을 고른 것이었겠지만, 그곳 역시 간판이 덜렁거리는 점포였기에 그는 눈에 띄게 멋쩍어했다.
  “좋아. 여기서 먹자.”
  “괜찮겠어?”
  더러운데, 하고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수린은 그런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아무 문제없어.”
  그녀는 그를 앞장세우고 안으로 들어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낡아빠진 아날로그식 TV를 보며 꾸벅꾸벅 졸던 주인아주머니가 그들이 들어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앞치마를 정리하며 다가왔다. 부스스한 머리가 일품이었다.
  “아유, 둘이 참 잘 어울리네. 뭐 시킬껴? 국밥 둘?”
  수린은 쭈뼛쭈뼛 자신의 눈치를 보는 그의 발을 부러 밟아주고서 아주머니를 보았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이 아주머니도 어쩌면 자식을 전장으로 보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수린은 침울함을 느꼈다. 애써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대답했다.
  “네. 얼른 주세요.”
  “그랴. 금방 내올게.”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수린은 빤히 바라보았다. 어깨에는 수십 년의 세월을 짊어지고, 아주머니는 듬직한 등을 하고 계셨다. 그녀는 그런 아주머니를 불러 세우며 소리쳤다.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야!”
  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린을 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지만, 수린은 그런 그를 무시하며 소주병과 잔 두 개를 받아들었다. 식사도 채 나오지 않은 시점에 그녀는 소주잔에 병을 기울이며 들릴 듯 말 듯 뇌까렸다.
  “마지막, 마지막이야.”
  퇴근시간이 되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일어서는 사람들 사이로, 수린은 부장을 향해 걸어갔다. 몸이 안 좋아서 회식에는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 변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를 전장으로 떠나보내고서부터 회식 자리에 나가 술을 마시고 즐기는 일은 부끄러운 짓이라 그녀는 생각해왔다.
  “저, 부장님…….”
  “안 돼.”
  부장은 서류가방을 챙기며 수린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아니,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안 돼. 오늘은 절대 안 돼. 아침엔 지각도 했지? 잠자코 따라와.”
  부장의 고집은 황소고집이었다. 처음으로 자기가 쏘는 회식에 한 사람도 빠지지 않기를 바랐던지, 부장은 끝내 수린을 보내주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명백히 그녀의 상사였고, 결국 수린은 회식에 끌려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수린이 뒤돌아서 부장 욕을 하고 있을 때, 은수가 다가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오늘은 수린 씨도 가는 거야?”
  수린은 그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수린은 부장의 뒤통수를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꼬박 이년만이었다. 이년간 그를 추억하며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회식이라니. 그를 볼 낯이 없었다. 은수는 그런 수린을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네.”
  “네?”
  “그동안 너무 우울해보여서. 전쟁 나기 전에는 수린 씨가 우리 부서 분위기 메이커였잖아.”
  은수는 괜스레 수린의 어깨를 툭툭 쳐댔다.
  “좀 인상 펴고 살아, 수린 씨.”
  수린은 그에게 술이 가득 찬 잔을 건넸다. 그는 그걸 받아야 할는지 거절해야 할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고민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나 그녀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냥 마셔. 마지막이잖아.”
  “그래도…….”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수린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참 걱정도 많은 남자였다.
  “이거 안 마시면,”
  “안 마시면?”
  “확 헤어져버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라도 본 것 마냥 사색이 되었다. 빼앗듯이 술잔을 낚아채가 벌컥벌컥 소주를 들이키는 그를 보며, 수린은 키득거렸다. 너무 웃다보니 눈물이 다 고일 지경이었다.
  “농담이었는데, 잘 마시네.”
  원체 술이 약한 그이였다. 겨우 소주 한 잔 마셔놓고 그는 귓불까지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수린은 국밥 같은 색이라 생각했다.
  “좀 마셔둬. 바람이 차.”
  아무래도 부장이 주선하는 술자리이다 보니 지루해지리라 생각했는데, 도리어 부장이 앞장서서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수린은 그 틈에 끼어 술은 마시지도 않은 채 안주만 깨작거렸다. 간만에 온 회식자리의 분위기는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수린 씨, 안 마실 거야?”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은수가 수린에게 다가왔다.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마셔! 마셔야 힘이 나지!”
  수린이 은수를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데, 부장이 가세했다.
  “맞아! 이런 날은 마셔야지!”
  이마에 넥타이를 두른 부장은 영락없는 주정뱅이였다. 수린을 제외한 모두가 국밥 같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도처에 널린 건 붉은색뿐이었다.
  “수린 씨, 내가 왜 오늘 술 마시자 그랬는지, 알아?”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면서, 부장이 수린에게 말을 걸었다.
  “아뇨.”
  “그럼 그렇지. 알 리가 있나.”
  부장이 배실배실 웃었다.
  “어제 말이야, 편지가 왔는데!”
  술상을 뒤집어엎으며, 부장이 비틀비틀 일어섰다. 아무도 치울 생각을 않았다. 애초에 그곳에 제정신으로 남은 사람이 수린밖에 없었다.
  “그 편지에 말이야, 뭐라고 쓰여 있었냐면!”
  부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내 아들이 죽었대!”
  수린은 일순 머릿속이 하얘짐을 느꼈다. 잠시 동안의 공백 이후에, 별의 별 생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부장님께도 자식이 있었구나. 군인이었어. 죽었다고? 전장에서? 수린은 부장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잊으라 그러더라고! 잊으면 편해질 거라고…….”
  부장은 들고 있던 소주병을 냅다 집어던졌다. 벽에 부딪혀, 병은 녹색 파편으로 부서지며 술을 방울방울 흩뿌렸다. 와이셔츠를 잡아 뜯으며 부장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는 소리쳤다.
  “어떻게 잊겠어, 어떻게!”
  수린은 멍하니 부장을 보았다.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그녀로서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이렇게 내 마음에, 대못을 박아놨는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부장은 쓰러져 잠이 들었다. 붉은 얼굴의 모두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고 있었다. 수린은 일순 두려워져 식당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등 뒤로, 부장이 잠꼬대를 했다.
  “대못을 박아놨는데…….”
  둘은 그 뒤로 아무런 대화도 없이 잠자코 국밥을 먹었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조차 수린은 구분하지 못했다. 그저 몇 번이고 그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참을 뿐이었다.
  “이제, 슬슬 갈 때가 됐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술기운이 좀 가신 듯 멀쩡한 얼굴이었다. 수린은 취한 척을 하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놔줘. 가야 돼.”
  그 말에, 수린은 잠자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다, 알고 있었어?”
  “그럼. 나 보내기 싫어서 밥 먹자 그런 거, 늦게 하려고 일부러 술 먹인 거, 보내기 싫어서 일부러 취한 척 한 것까지 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을 괸 채로.
  “이제 가야돼.”
  “밥값, 내가 낼게.”
  수린은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의 뺨에도 줄줄줄 눈물이 흘렀다.
  바깥으로 나오자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알이 굵은 함박눈이었다. 시야가 온통 하얗게 물들고, 눈은 흰 빛으로 세상을 덮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 하고 맑은 소리가 울렸다.
  “가기 전에,”
  상기된 뺨을 하고서 수린은 눈물을 닦았다. 닦아도, 닦아내도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지만 수린은 괘념치 않았다. 그의 두 손을 꽉 잡고서, 수린은 속삭였다.
  “가기 전에……,”
  수린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키스해줘.”
  어떻게 버스를 잡아탔는지, 수린은 기억하지 못했다. 도무지 정신이 없었다. 창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었다. 승객들의 신발에 묻어온 눈 때문에 버스 바닥은 구정물투성이였다. 버스기사는 와이퍼를 써도 앞이 잘 안 보인다며 구시렁댔다.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막 지나치려 하고 있었다. 수린은 다급히 외쳤다.
  “아저씨, 저 내릴게요!”
  욕설을 내뱉으며 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수린은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어느새 눈이 발목까지 쌓여 플랫슈즈 속까지 젖고 있었다. 발이 얼어붙을 것 같았지만, 아랑곳 않고 수린은 달음박질했다. 우편함을, 우편함을 봐야 했다.
  “긍께, 아가씨 옆집에 사는 아줌니 있잖여, 아들이 죽은 것 같더라고.”
  청소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내 마음에, 대못을 박아놨는데!”
  그렇게, 부장은 고함을 질렀다.
  어느새 우편함 앞이었다. 수린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두 손을 그 위에 가져다 대었다. 어렵사리 그 앞에 섰음에도, 우편함을 열어보기가 수린은 두려웠다. 꼭, 편지가 와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소식을 담은 편지가 그 안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소식은 나쁜 소식일 것만 같았다.
  수린은, 이년 전의 키스를 떠올렸다. 국밥집 앞에서라니, 전혀 낭만적이지가 못하잖아. 수린은 피식 웃었다. 아니, 웃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두 뺨이 젖어 들어갔다. 수린은 어느새 울고 있었다.
  “나 이제 갈게. 정말로.”
  “따라가면…….”
  “안 돼. 여기서부턴 혼자 갈 테니까, 이만 들어가.”
  그는 그 말을 하며 차마 수린을 쳐다보지 못했다. 수린에게 등을 보이고, 고개는 푹 숙인 채로 그는 짐짓 아무 문제없다는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제 간다!”
  그는 눈발 속으로 달려 나갔다.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수린은 그의 자취를 쫓기 힘들었다. 우두커니 서서, 수린은 한참이나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 그가 있을 터였다.
  “기다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수린은 주저앉고 말았다. 금속으로 된 우편함의 감촉이 차가웠다. 무릎을 꿇고서 수린은 우편함을 열었다. 떠나가던 그가 수린을 쳐다보지 못했던 것처럼, 수린도 우편함 안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그곳을 더듬었을 뿐이다.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린은 두 팔을 맥없이 떨구었다. 머릿속이 온통 복잡했다. 우편함이 비어 있다. 아무런 편지도 오지 않았어. 그래, 그는 죽지 않았어. 분명히. 그런 생각들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수린은 어렵사리 일어서 우편함 안을 뚫어져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우편함이 감추고 있던 것은 명백한 공허뿐이었다.
  숨이 막혔다. 공기가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린은 머리를 감싸 쥐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리고 별안간 침묵했다. 아, 하고 그녀는 소리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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