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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전에..

이 단편은, 제가 개인적으로 쓰고있던 장르문학소설 에피소드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에피소드입니다.

에볼버 : 리볼버를 베이스로한  50구경의 대구경 권총. 기본적인 모델이 리볼버이고
주인공(손월)의 혈관을 자극하여 '라베르타스' 화 시키는데에 목적이 있다.

저스티스 : 12mm 의 탄환을 사용하는 전자동 탄환. 일반 탄환외에 특수한 탄환을 쓸수있는 기능이 있음.

라베르타스 : 주인공(손월)의 데몬화. 검은색의 각질로 이루어진 몸체와 곤충의 머리와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음.

엘리제리스 : 손월의 마스터, 손월을 반강제로(?) 데몬베인으로 이끌었다.

지지부진한 설명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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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aboo (禁忌)

  어두운 방 안이었다. 방 이곳저곳에 백묵으로 써진 공식들이 나열되어있었고 한 남자가 미친듯이 그 공식을 이어서 적고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 써두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잊어버리기라도 하듯이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고 중얼거리면서 답을 일구어내면 그 답은 다시 공식이 되어간다. 이러한 일을 몇번이나 했을까, 이 속에서 거듭 연구를 하였지만 늘어가는 공식과 공식이 반복되었지만, 답을 일구어 낼 수 없었다.
자잘한 조각들, 그리고 머리속을 울리는 Siren 소리..
“불가능 한 것인가?”
스스로도 애써 부정해보려 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세상에 향해 외쳐본들 시니컬한 답변들만이 돌아왔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행할수 있는 부러진 날개를 부여 잡고 자신이 날아오르려 했던 곳으로 다시금 날아오르는것, 그것이 때로는 이카루스의 날개라고 비웃을지라도 이카루스가 보았던 그 끝을 볼수 있다면 이카루스보다 더한 추락이 있다한들 마다하지 않겠다라는 다짐. 과학이라는 배를 타고서 인내라는 강을 건너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창대함을 보리라는 염원을 가지고서 12년을 이 연구에 매달렸었다. 하지만 그 옛날 납을 금으로 만들겠다는 연금술과도 같은 노력처럼, 그의 노력 또한 점차 변해가고 있었다.
“하아…….”
그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스러웠던 그 때.
“이대로 포기할건가요, 박사?”
“누…누구시오?”
남자의 앞에 나타난 사내는 잿빛의 중절모를 쓴 젊은 신사였다. 남의 작업실에 멋대로 들어온것은 신사다운 행동이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그에게 박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주 약간의 자극을 드리기 위해 왔지요.”
“무……무슨?”
“그래, 이런 말이 있지요. 악마는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손짓한다고.”
순간 그 신사의 눈동자가 빛난것처럼 보였다.

- 풍덩
물이 튀기며 박사에게 물이 튀겼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했다. 성공이었다. 아직 미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은 과학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과학의 힘과 동시에 운명의 장난이 만들어낸 것. 어쩌면 운명의 장난이 아닌, 악마의 장난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방안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빼곡히 적은 학자들이 감탄을 금치 않을 것들을 뒤로한채 다시금 실험에 매달렸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완벽한 완성품이 탄생한다는 기대를 가지고서 자신의 인생을 바친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을...
남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웃어 마다하지 않았다. 축배를 들고싶었다. 실험실에 있는 순도100%의 알콜을 들이켜서 속안을 지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흥분되었다.
남자는 미친듯이 웃었다.
비가 오는 우중충한 날씨의 밤이었다.


뉴욕 724 바톨로뮤 베리언즈
“지금 당장 필요한것은 사무실이라고!”
동양인 청년은 식탁을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자연스레 영어가 나오는것을 보아 오랜시간 미국에서 생활한 듯 보였고, 그의 앞에 있는 백인의 여자아이는 그런 그의 열정적인 웅변에도 불구하고 무표정을 지은채 자신의 앞에 놓여진 머그컵을 집어들었다. 다소 차가운 눈빛일지라도 아이의 귀여운 얼굴과 잘 어울리는 곰이 그려져있는 귀여운 머그컵으로,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핫초코 였다면 딱 어울리겠지만, 쓰디쓴 원두커피가 담겨있는 것이 언밸런스 하다는 점이었다.
어린아이에게 열정적인 웅변을 쏟아내고 있는 이 청년의 이름은 손 월.
글로벌 IT 기업인을 아버지로 둔 덕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이민을 와버린 한국인 청년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는 그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기에 그의 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올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가 미국에 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운명을 바꿔놓은 장본인. 그의 앞에 있는 백인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엘리제리스가 불편한 식객이자 그의 마스터였다.
양갈래로 묶은 금발머리칼이 좌우로 흔들리며 손월의 의견을 매몰차게 잘라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
엘리제리스는 머그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미 '현대 문화'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엘리제리스로서는 손월의 푸념이 그저 '영화를 보고 삘받은'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월은 그에 기죽지 않고서 다시금 설득을 시키기 위해 손짓했다.
“생각을 해봐 마스터! 솔직히 이 일 하면서 정보라든가 이런 저런 것들이 필요한데 당연히 사무실이 필요하잖아.”
“돈아까운 일이야.”
“아이고 아부지!!”
손월은 자신의 설득이 통하지를 않자, 머리를 쥐고서 이제 사무실이라는 원대한 꿈이 날아가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제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막 개봉하려 할때, 전화기가 울렸다.
- Rrrrr . . .
손월은 논쟁을 멈추고 자신의 옆에 있는 무선 수화기를 들었다.
“예, 레이포드입...”
손월은 수화기를 들고 자신을 소개하려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해야만했다.
[예, 안녕하세요? 여기 플라이트꽃집인데요. 저번에 주문하신 꽃이….]
- 삑!
손월은 내용을 다 듣지도 않고서 전화를 끊었다.
“협회전화야.”
“웬일로?”
“일단 가봐야지, 어차피 이번에도 뜬구름 잡을게 뻔하겠지만.”
엘리제리스가 손월의 얘기에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 혹은 '플라이트'라고 불리우는 그 곳은  '위험수지가 높은 유사인종 및 미확인생물' 을 처리하는 곳이라고 소개를 했지만 손월은 단순하게 '쓰레기 처리반' 이라고 간략하게 일축시켰다.
영화라든지, 드라마 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협회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니었다, 군대와 매우 흡사한 모델이었다.
협회가 있는 건물은 화학폐기물 처리공장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으며 '플라이트'로 가기 위해서는 엘레베이터에서 특수한 조작을 해야만 갈수 있었다.

손월은 매번 올때마다 낯설어지는 플라이트의 분위기를 껄끄러워했지만, 하지만 최근 손월이 매우 거만하게 걸어다닐수있는 곳이기도 했다.
바이크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심지어 옷을 벗고다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손월은 항상 플라이트에 올때면 엘레베이터 안에서 '라베르타스'의 상태로 변한뒤 플라이트에 들어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플라이트에 오기전 라베르타스로 변이를 마친상태였다.
짙푸른 안광과 검게 변해버린 몸뚱아리. 그리고 마치 갑각류의 껍질과도 같은 단단해 보이는 피부들이 으슥함을 더해주었다.
물론 사람의 모습으로 들어가도 좋지만, 자신의 평소모습을 이 곳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라는것 후에 알게된다..

“오랜만이네.”
“예, 일단 앉아서 얘기하죠.”
라베르타스는 철제의자의 튼튼한 등받이를 믿으며 등을 기댔다. 그의 앞에는 금발의 단정한 머리를 한 전형적인 셀러리맨처럼 보이는 인물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곧 파란색의 파일철을 라베르타스에게 건넸다.
“………….”
파일철을 열자 매우 아름답게 생긴 여성의 사진이 눈에 보였다.
유사인종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랬다면 파란색의 파일을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일이 검은색에 가까워질수록 즉 어두워질수록 그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것으로 파란색은 거의 탐정일과도 다를바가 없다고 봐도 좋을정도였다. 라베르타스는 지금 것 파란색파일은 그저 정보를 사들였을 때 만 보았을뿐 자신에게 의뢰로 내려온적은 처음인지라 적잖게 놀랐다.
“설마 시덥잖은 일은 아니겠지?”
손월의 플라이트 등급은 검붉은색의 파일을 위주의 일이었다.
물론 그 아래 등급도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손월은 일의 보수로 정보를 받아야 했기에, 항상 그 수준의 일만을 해왔다.
“시덥잖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무게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금발의 상대는 양손을 깍지끼고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한숨을 크게 내쉬고선 말했다.
“금기의 생명체 입니다.”
“무슨…….”
손월은 파일을 한장 더 넘겼다. 그리고 그 여성의 프로필에 이런 말이 써져있었다.

Unsettled type No. -  Siren (Mermaid)
[ 타입넘버가 정해지지 않았음 - 세이렌 (인어) ]


2) negotiation (交涉)

“그래서?”
라베르타스는 귀찮다는듯이 물었다. 전에도 '희귀동물'이라는 변종 코알라를 보호했던 짜증났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라베르타스는 만약 이번에도 그런 일을 자신에게 떠넘긴다면 앞에 있는 코쟁이의 왼팔과 오른팔을 바꿔주리라고 맘먹었다.
“오! 라베르타스 이건 정말로 심각한 문제에요. 아직까지 '인어' 라는 존재는 그저 신화에 불과했다고요."
앞에있는 금발의 남자는 머리가 지끈거리는듯, 이마를 왼손으로 쥔채로 라베르타스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지만 라베르타스는 그 말을 그리 심각하게 듣지 않았다.
“그럼 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원래 있던 생명체냐?”
“…….”
“그래, 정리하자면 지금 인어공주 때문에 날 부른거지? 그냥 디즈니랜드 기증품으로 넘기는게 어때?”
“…….”
금발의 남자는 어떻게하면 이 망나니를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끌어들일까 생각하였지만, 지금것 그 어떤 회유책도 통하지 않았었다.
돈 명예 .. 부와 권력 모든것을 차버렸다. 심지어 정의감과 사명감마져도 없는 그에겐 그저 마음따라 발걸음 따라 나다니는 망나니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나니 같은 케릭터의 뒤쪽에 있는 인물이 높은 평가를 하고 있으니, 소홀히 대할수도 없는것이 현실이었다. 즉 라베르타스의 능력보다는 그 뒤에 있는 엘리제리스, 린슬럿과 같은 이들때문에 라베르타스의 기가 하늘 높은줄모르고 뻗쳐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나니마저도 쉽게 봐서는 안될 인물이었기에 협회에서는 그저 묵묵히 하고싶은대로 놔누는 중이었다.
“좋아요. 할 수 없죠.”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라베르타스는 그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어같은 일에 자신이 목숨걸면서 이 일을 하는게 아니다. 멋으로 하는 일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이 어느쪽에 딜을 거느냐에 따라서 많은 변수가 생긴다는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이봐요, 라베르타스.”
“뭐야 또?”
라베르타스가 다시금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을때즈음 블론드가 다시금 잡았다. 라베르타스가 싶어 뒤를 돌아보자, 남자가 다시금 라베르타스에게 말을 했다.
“당신의 그 썩어빠진 근성 때문에 그녀가 죽은건가? 하?”
- 콰앙!!
라베르타스는 그말을 들은 즉시, 뛰어올라 그의 앞에 착지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그의 목을 잡아 들어올리고 왼손으로 에볼버를 꺼내들었다.
- 철컥
에볼버는 라베르타스의 손에서 한바퀴 돌며 그의 관자놀이에 정착했다. 금방이라도 불을 뿜을듯한 묵빛의 차가운 총열이 그의 뇌를 차갑게 식혀주었다.
그 덕분일까? 자신의 목숨을 룰렛기계에 돌린것과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보시지.”
그에 반해 라베르타스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씹어버릴듯 쳐다보고있었다.
마치 상어와도 같은 넓은 아가리가 크게 들썩거리며, 커다란 이빨들이 서로간에 마찰을 일으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역시 반응이 있군 그래?”
호흡의 곤란함을 느꼈지만, 개의치 않고 꾸역꾸역 말을 이어갔다. 자신은 지금 불리하면서도 유리한 상황이었다, 상대는 협상의 기본조건인 냉정함을 일어버렸다.
엘리제리스의 영향으로, 망나니처럼 행동하면서도 중요한 때에는 냉철한 판단을 보여준 '라베르타스' 를 이토록 움직이는 ‘그녀’의 존재에 대해 속으로 다시금 감탄하고 있었다.
“그래.”
- 딸깍
해머가 뒤로 당겨지며 실린더가 돌아갔다. 동시에 빈방이었던 실린더가 이제는 금색의 탄알이 들어가있는 방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해머가 탄알의 뇌관을 내리치는 순간, 블론드의 두개골은 박살날것이다.
“이마로 담배를 피다보면 내가 뭘 잘못했나 알게될거야.”
“그래? 그것이 최선인가 라베르타스?”
원카드를 선언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순간적으로 짜낸 궁여지책이었지만, 이런 묘안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개소리 작작해라. 죽는것도 아프게 죽기 싫다면.”
라베르타스가 방아쇠를 당기려할때, 블론드가 자신의 손을 집어 에볼버의 해머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살아있다네, 어리석은이여.”
“…………!?”
아무리 방아쇠를 당기려해도, 해머가 잡힌이상 총은 발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머가 잡힌것보다 더 압박적인것은 그의 한마디였다.
“'우리'가.. 알고 있지.”
- 털썩
라베르타스는 그의 목을 잡고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바닥에 나동그라지자 마자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마른기침을 토해냈고, 라베르타스는 그의 머리칼을 잡고 물었다.
“좋아. 일단 얘기부터 들어볼까?”
“아직 일러. 우리 일부터 해줘야겠어. 라스.”
“좋군 그래.”


- 일주일 뒤.

" .... 크군.. "
  크기가 클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건물의 크기는 손월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쩐지 '티켓'에도 '상상 그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며, 자랑스럽게 써놨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는듯해보였다. 손월이 지금 온곳은 뉴욕의 락클럽으로, 뉴욕에 있는 클럽을 온것이 뭐 그리 어려운일이냐 할 수 있겠지만, 허스튼 거리의 '라그나락' 이라는 락클럽은 꽤 유명하다. 물론 겉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락클럽으로 말이다.
물론, 손월이 이곳에 '락음악'을 즐기자고 놀러온것은 아니었다. 손월은 지금 암표로 싯가 70$가 훌쩍 넘어가는 값비싼 종이쪼가리를 들고서 자신의 앞에 웅장하게 자리잡은 'Ragnarock' 이라는 클럽의 문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갑작스레 앞에 온 동양인이 눈쌀을 찌푸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자 문지기처럼 보이는 덩치 좋은 인원 두명이 손월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지만 손월은 그런 덩치들에게 전혀 기죽지 않아하며 오히려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죽거리며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툭툭치는 손월을 보며 덩치들은 어이가 없어했지만 이내 자신들의 눈앞에 보여진 'VIP 티켓'을 바라보고선 곧바로 표정을 바꿔야만했다.

" 돈하나면 이렇게 되는군.. "
손월은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들어온 방금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듯 중얼거렸다. 금방이라도 쫓아낼것처럼 다가온 덩치들이 '티켓' 한장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어떻게하면 팁한푼이라도 더 받아낼까 아양떠는모습을 보니 그리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손월은 락클럽안에 있는 뒷문으로 나와 바로 뒤쪽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보이는 덩치들이 눈에 걸렸지만 무시한채로 계속해서 덩치들이 인도하는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지나지않아 락클럽과는 분위기가 대비되는 조용한 '바'와 같은 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 편안한 시간 되십시오. "
말은 짧았지만, 덩치는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은채, 손월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손월은 쓴웃음을 지으며 10$ 지폐 한장을 덩치에게 건네주었고, 덩치들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돌아갔다.
덩치들이 돌아가자 손월은 조용히 바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은은한 푸른색의 크리스탈조명이 전체 분위기를 마치 바닷속으로 들어온것처럼 신비롭게 꾸며주고 있었고, 천장에는 아름다운 인어들이 가운데에 있는 조명을 축으로 헤엄치는 그림이 그려져있었다. 게다가 바 바닥 가운데에는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유리로 세공된 물병을 든 인어까지.. 어째서 이곳이 '세이렌'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인테리어 였다.
하지만, 주위사람들이 마치 뉴욕구경온 시골촌놈처럼 서있는 손월을 빤히 쳐다보았기 때문에 손월은 주변구경을 멈추어야만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폐쇄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곳에서 일탈을 즐기는 중이었다.
파트너와 파트너가 서로 눈이 맞아 낯뜨거운 애정행각을 벌이고 개중에는 이미 자신이 고른 여자나 호스트와 함께 욕정을 나누는 이들도 보였다.
손월은 자연스럽게 찡그려지는 자신의 표정을 애써 감추고 바테라스로 다가갔다.
“어서오시죠.”
테이블밑에서 갈색머리의 여자가 손월을 한번 쏘아보고 자리를 뜬것으로 봐서는 좋은시간을 방해한것 같다고 손월은 생각했지만 애써 무시한채 주문을 했다.
“블랙러시안, 보드카 짙게.”
“예, 알겠습니다.”
칵테일이 만들어지고 있을때, 갑작스레 마이크 소리가 울려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희 '세이렌'의 자랑!! 위대한 생명체!! '세이렌'을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방송이 끝나자 마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수조안으로 물 흐르듯 인어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지만 손월은 아랑곳 하지 않은채 담배를 꺼내들었다. 바텐더가 '수상쩍어보이는' 담배를 내밀엇지만, 손월은 자신의 애인이라 할 수 있는 럭키스트라이크를 고집했다.

" 구경 안하십니까? "
바텐더는 손월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이곳에서의 하이라이트인 '인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전혀 놀라는 기색없이 태연하게 칵테일만을 들이키는 손님이 신기한듯했다.

“뭐, 별로….”
손월은 퉁명스런말을 던지며 마지막 한모금을 깊에 폐속 깊숙히 밀어넣은뒤에 재떨이에 비벼껐다. 재떨이는 월트디즈니의 인어공주에 나오는 가재가 익살스런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라는듯 양 집게를 내밀고있는 재떨이였다. 그리고 손월은 넘쳐나는 '인어'관련 인테러이어 질려하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전시'되고 있는 인어는 자신이 찾는 인어가 아님을 깨닫고 바텐더에게 말했다.
“이봐, 붉은머리는 어딨는거지?”
“손님, 그점에 대해서는……….”
-툭
손월이 칵테일 잔밑에 100$ 지폐를 넣자, 바텐더는 귓속말로 조용히 말했다.
“여기서 오른쪽 코너를 지나시면 방이 하나 보일겁니다. 그 안에 있습니다.”
“고마워.”
손월은 바텐더가 말한대로 오른쪽 코너를 지나 있는 방에 들어갔다.
방의 크기는 생각보다 넓은 방으로 바깥의 화려한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깔끔하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쇼파 등으로 꾸며진 말그대로 '특실'이었다.
그리고 손월의 시선에 자신이 찾고 있던 진짜 '세이렌'이 눈에 들어왔다.
각종 주류가 전시된 진열장의 가운데에 있는 수조 안에 '붉은 머리의 그녀'가 들어있었다.
“………….”
손월은 조용히 바테라스에 앉아 동시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 후우
다시한번 수조를 바라보았을때, 인어와 그는 눈이 바주쳤고, 인어는 처음 본 손월의 관심을 끌려는듯 손월을 빤히 바라보며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월은 인어를 다시 쳐다보지 않은채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잔을 바라보았다.
“마티니?”
“처음 오신 분들게 드리는 거랍니다.”
앞에 서있는 여자 바텐더는 미소 지으며 답했고 손월은 한입에 털어넣은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찾았다.

자신이 죽여야할 상대인 붉은 머리의 바텐더를...

  손월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세이렌'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손월이 한 일은 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블랙러시안을 들이키다가 돌아가는것 뿐이었다. 그리고 인어는 그런 손월이 찾아올때마다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이 희한한 남자의 관심을 끌기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손월은 묵묵히 자신의 술잔만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기요!!”
손월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
손월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바텐더가 숨을 고르고 서있었다. 아마 손월이 일어난후에 따라온것 같았다. 바텐더는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손월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일이에요?”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무슨…….”
손월은 즉감적으로 일이 잘못됨을 알고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했지만 바텐더의 말에 행동을 멈추었다.
“제발… 제발……… 레이를 죽여주세요.”
“…………?”
“레이는 손님이 보셨던, 붉은 머리의 인어입니다.”
“그래서요?”
“당신이 어디서 그리고 왜 왔는지 알고있어요.”
“………….”
“저를 죽이지 말라고는 안할께요, 다만 그애가 이제 고통받는것은 싫어요. 어차피 죽게 될거라면 같이 죽게 도와주세요……….”
“그럼………….”

그로부터 몇일뒤, 손월이 어김없이 '세이렌'으로 찾아가고있을때,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인물이 자신의 뒤로 다가왔을때 팔꿈치를 상대에게 찔러넣었다. 보통은 주먹을 날리지만 회전으로 인한 시간이 늦어져서 막히게 되버리는게 다반사다.
그에 반면해 팔꿈치는 변칙적이고 즉각적이므로 빨랐다.
- 탁
복부를 노린 공격이었으나 어이없게 막혀버렸고, 동시에 손월의 뒤는 상대에게 점거당하고 말았다.
손월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저스티스를 꺼내려 했으나, 곧 행동을 멈추었다.
“그만. 플라이트에서왔다.”
가까우면서도 먼 인물이었다.
“쳇, 심부름꾼이냐…….”
“플라이트로부터 전언이다.”


손월의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바텐더는 손월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게 블랙러시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손월은 그런 바텐더를 바라보며 좀전의 일을 다시금 생각했다.

“어째서 지시에 따르지 않는거지?”
“내가 뭘 어쩌든 무슨 상관인데?”
손월은 못마땅하다는듯이 상대를 쳐다보았다.
플라이트로부터 전언이 왔다는것은 말그대로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것 서서히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매우 안좋게 끝날수가 있었다.
“더 지체할시, 플라이트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전언이다.”
“…………….”
“바텐더 하나 죽이는것이 뭐 그렇게 어렵다고 하는거지? 너가 하는것은 살인일지라도 나머지 것 들은 모두 우리가 처리할텐데 말야.”
손월은 날카롭게 쏘아 붙였다.
“입닥쳐. 알아서할테니까.”

“손님?”
“아……….”
“오늘은 좀 피곤하신가봐요?”
“아뇨 뭐……….”
바텐더는 미소지으며 손월에게 잔을 주었다. 잘 정돈된 붉은색의 긴 머리가 조용히 흔들거릴때마다 손월의 마음 또한 흔들렸다.
“칫, 정말 짜증나는구만.”
손월은 자신의 손에 들린 칵테일을 살짝흔들었다. 검은빛의 칵테일이 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이 났다.
손월은 칵테일을 한번에 들이키고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나가요!”
“무슨...”
“대갈빡에 구멍나기 싫으면 기어 나가라고!!”
흑진주빛의 에볼버와 저스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있던 이들은 술기운이 확 달아나는것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지만 바텐더는 발이 얼어붙은듯이 벌벌 떨고만 있었다.
- 삐이이이이!
사이렌이 울리자 손월은 바텐더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 콰앙!!!
한발의 총성과 함께, 바텐더의 몸이 스르륵 미끄러졌다.
수조안에 인어는 갑작스러운 총성에 매우 놀랐는지 어쩔줄 몰라했고, 손월은 곧바로 저스티스를 겨누어 수조를 쏘았다. 총의 폭음과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수조가 깨지는 소리는 묻혀버렸고 인어는 바닥으로 떨어져 몸 이곳저곳에 마치 비늘껍데기처럼 유리파편들이 박혀들어갔다.
- 척
손월은 조용히 인어에게 총을 겨누었고, 인어는 총이라는 것도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모르는 채 자신을 드디어 바라보는 손월이 반가운듯, 펄떡거리며 움직였다.
“………….”
-끼릭
방아쇠에 걸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쇠가 마찰음을 일으켰다. 인어는 그 소리에 움찔했지만 곧 다시금 손월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베시시 웃으며 손월의 관심을 사기위해 더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손월은 조용히 방아쇠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눈은 감지 않았다. 그런 짓은 영화에서나 보이는 연출.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그 생생한 현장을 봐야하는 짓. 그리고 최후의 누군가가 죽지 않는한 그 누구도 돌아설 수 없는 비열한 짓거리… 그게 바로 살인이었다.

“미안하다.”

- 콰앙!!!

탄알이 심장으로 파고들었고. 인어는 웃던 그대로 차갑게 식어갔다.




――――――Siren(세이렌) 은, Siren(사이렌)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손월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뒤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우왕자왕하며 불타오르는 가게의 불을 끄기 위해 다분히 노력하고 있었다.
.
.
.
.
그는 담배연기와 함께 날려보냈다.

술잔에 비쳤던 인어의 모습을. .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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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찬 11.06.20 16:42 댓글 수정 삭제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엔 더 나은 글로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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