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덧. 덧이 앞에 있군요.-.-
이 글은 그냥 가볍게.. 혹시나 읽는분 계시면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장르는.. 그냥 SF라고 해두죠. 외계인 나오잖아요오오오..-.-
그냥 심심한분 읽어주시길...

그 여자가 이상하게 쳐다 본 것은 압구정역에서 이제 막 출발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깜박 졸고 있었는데.. 몇번이고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졸음을 내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였다. 조심성도 없었다. 그 이상한 여자는 오랫동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참 동안이나.. 처음 몇 초간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
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자 화가 나기까지 했다. 도대체 왜 쳐다보는 거지? 이유
없이 오랫동안 사람을 쳐다보면 절대 위법이다! 적어도 이런 건 아니라도 누구라
도 그 사항을 어기는 사람은 없다. 상대방이 지극히 평범하다면 그런 짓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그것도 이렇게 오랫동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계속 쳐다봤다. 이쯤 되자 나는 주위를 먼저 둘러보
았다. 피곤한 양복차림의 남자들, 이어폰을 귀에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을
쳐다보는 어린 학생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 무표정한 그 아이의 어머니, 교
복을 입고 졸고 있는 중고등학생들.. 무엇인가 자기들끼리 조잘대고 있는 연인들
, 그들은 너무나 일상적이었다. 그래서 한두번씩 서로 힐끔 쳐다보고 역마다 새
로 타는 승객을 한번정도 힐끔 쳐다보는 일은 있어도 오랫동안 쳐다보는 일은 없
다. 동냥하는 거지가 지하철 안을 휘집고 다닌다해도 장사꾼이 시끄럽게 떠든다
해도 그저 한번 힐끔 쳐다보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나, 늘 입고 다니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서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 전형적인 평범한 인간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녀의 시선은 줄곧 나였다. 게
다가 나에게 눈을 맞추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곤 바짝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그녀의 첫 인사였다. 망설임도 없었고 또렷한 음성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
는 그녀를 무시했다. 전에 한번도 본적이 없었고 절대 나에게 하는 인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다시 쳐다 본 것은 그녀가 두 번째 인사를 할 때 였다. '안녕하세요
?' 하고 그녀는 고개를 조금 옆으로 가우뚱거렸다. 이번엔 목소리가 좀 컸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맞췄다가 주위를 힐끔 쳐다보았다. 사람들도 나를 힐끔 쳐다봤
다. 그것이 전부였다.

"죄송하지만... 사람을 잘못.."

늘 그렇듯이 머리에 손을 얻는 버릇, 모르는 사람과 얘기할 때 나는 자주 그러곤
했는데..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피곤해요?"

글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이 여자는 나에게
겨우 피곤하냐고 묻기 위해 인사말을 건넸을까?

"지구 사람들은 이런걸 타고 다니나 보죠?"

그리고 또 질문...

"안녕하세요는 무슨 뜻이죠?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하던걸요. 고개를 조금 숙이
고요 미소를 짓기도 했어요."

"안녕하세요는 그냥 인사말이에요. 큰 의미는 없죠."

내가 생각해낸 것은 그녀가 외국인일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지구인이라건 한국인
을 뜻하는 것일꺼구 실제로 그녀의 외모는 무척이나 이국적이였는데.. 얼굴은 흰
편이 었고 머리카락은 그녀의 눈동자처럼 짙은 푸른색 이였다. 옷차림도 어딘가
모르게 조금 색달랐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다시 방긋 웃으며 3번째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나도 건넨다. 하마터면 그녀에게 '그런데 우리가 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나요?'라
고 퉁명스럽게 말을 할 뻔했다.

"그런데 피곤해요?"

집요하기도 하지..

"네. 조금.."

"그런데 왜 지구인들은 걷지 않죠? 이 어두운 곳을 신나게 달리는 거 재미있나요?"

왜 걷지 않냐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말투가 어색했지만 그녀의
어감은 전혀 외국인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말을 배운 어린아이 같았다.
난 뭔가 단단히 속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좋아, 눈은 청색의 콘택트 렌즈에 머리는 가발 아니면 염색을 했을지도 모르고
방긋 웃는 얼굴은 어떤 모종의 음모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쎄요. 지구인들은 먼곳은 걷지 않아요. 뭘 항상 타고 가죠. 자전거든 자동차
든 전철이든 기차든 비행기든.. 그리고 어두운 곳을 신나게 달리는 거는 그다지
재미없어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죠?"

"전 우주를 넘어 왔어요. 아주 아주 먼 곳이죠."

우주를 넘어 왔다고... 혹시.. 이 여자가 말로만 듣던... 그 미친 여자?? 그 다
음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병원이죠?' 혹은 '집은 어디죠?' 이런
말들을 머릿속에 맴돌게 했다. 하지만 내가 건넨 말은 더 웃긴 말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지구에 온 거죠?"

"전 지구인을 만나러 왔어요. 누구든지요."

그녀는 나를 향해 또 한번 방긋 웃었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전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꼭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깐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우주를 넘어서 왔죠."

만약에 말이다. 그녀가 지구인을 정복하러 왔다던가? 아님 전쟁을 하기 위해 왔
다면 조금은 믿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겨우 사람을 만나러 왔다니...
그것도 먼 우주를 넘어서 말이다. 어째든 그녀는 궁금한 게 너무 많은 듯했다.

"지구인들은 이 조그맣고 어두운 곳을 신나게 달리는 상자 같은 것에 타기 전에
무엇인가 이상한걸 금속막대가 달린 재밉게 생긴 물체에 집어넣던데요?"

그녀의 조각조각난 말들을 정리하고 그 뜻을 이해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
마도 지하철용 패스를 말하는 듯 했다. 주머니에서 노란 일회용 패스를 꺼내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이 여자는 무임승차까지 했단 말인가? 그녀는 그것을 상당
히 신기해했는데. 입에다 넣고 씹어 보기까지 했다. 이쯤 되자. 짜증나기 시작했
다. 실제로 그녀가 모르는 건지, 아님 그러는 척하는 건지, 정말로 미친 건지 종
잡을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외국인이든 미쳤든 외계인이든 간에 날 그만 내버
려뒀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그녀는 그녀의 갈 길을 가고
우주를 넘어서 힘겹게 왔는데 왜 하필 나에게 말을 거는 건지.

"이건 어떻게 만들죠? 누군가 주나요? 사람들끼리 나눠 갖나요?"

"그건 돈으로 사는 거죠."

"돈이 뭐죠?"

나는 주머니 속에 동전들을 꺼내서 그녀 앞에 내밀었다. 십원짜리 6개, 오십원짜
리 1개, 백원짜리 4개와 오백원짜리 1개였다. 동전들이 지하철 천장의 불빛을 받
아 반짝거렸다. 그녀는 신기한 듯 그것을 쳐다봤다.

돈은 아름답다. 다만 동전만... 그녀는 동전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녀가 손을 벌
리고 내가 동전들을 그녀의 손에 부어주자 그녀의 표정을 봤어야 하는데... 너무
너무 좋아해서 주머니를 더 뒤져서 동전을 몽땅 털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리고 이걸로 날 괴롭히는걸 그만 뒀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크기가 다 틀려요."

나는 정말로 친절하고 상냥하게 굴었다.

"이 패스를 사려면 이 동전은 500개, 이 동전은 100개, 이 동전은 5개, 이 동전
은 1개가 필요하죠."      

내 설명을 그녀가 알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다행
스럽게도 얼마 동안 그녀는 내 눈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이상한 질문을 퍼붓지도
않았다. 그걸로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한동안 조용해진 그녀를 부듯한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느닷없이 그녀가
나의 팔목을 잡아끌더니  어디론가 끌고 가는거였다.

"이쪽으로 와 봐요. 재미있는 게 있어요, 보여 줄게요."

그녀는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전철 다음 칸으로 가는 문을 행해 끌고 갔다.

문을 열었을 때, 다음칸에는 태양이 까마득히 먼 서산 너머로 뉘엿뉘엿 지고 있
는 조금은 낯익은 도시의 한 풍경이었다. 마치 내가 앞서 칸에서 이 칸으로 문을
열기 전에 누군가 그 풍경을 복사해서 바로 달아둔 것 만 같았다.이것은 사기적
인 느낌이 농후했다. 사기고 속임수가 틀림없었다.
흙, 맨바닥.. 아이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있고 조금 동떨어진 곳에서는 한 무리
의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며 구슬치기를 하는 모습이 분주한 풍경들이었다.
그 이상한 여자는 어느새 나를 뒤쪽에 우두커니 세워 놓고 혼자 쪼그리고 맨바닥
에 무엇인가 하는 아이의 겉으로 다가갔다. 나는 그 아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9살때의 나였다. 그리고 땅바닥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처음 내게 했던 똑같은 인사말을 건넸다.
아이는 그녀를 힐끔 쳐다본다. 그리고 아는 누나인가를 머리속에서 헤아려 본다.

"안녕하세요는 누나가 하는 게 아냐. 안녕이라고 해야해."

응용력이 떨어지는 여자군. 나는 생각했다.

"안녕"

"안녕"

"근데 누구야?"

"난 우주를 넘어서 왔어.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하지 못할 거야."

아이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넌 다른 아이들과 안 놀아?"

"안돼."

아이는 잘라 말한다. 나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왜?"

"친해지면 뭐해. 곧 난 딴데로 갈텐데.."

"어째서?"

"몰라, 자주 집을 바꿔, 저번에도 저저번에도 저어..저번에도.. 학교도 바뀌고
친구도 바꿔.."

난 더 이상 구경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화가 나진 않았지만... 왠지 감정이 복
잡해졌다. 모두가 날조다. 이건 모두... 난 그녀의 겉으로 다가가서 강제로 그녀
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러자 나였던 아이는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난 혼자 놀아. 이사가면 전에 애들을 잊어버려 하거든 다시는 같이 놀수
없구 그래서 처음부터 놀지 않는 거야. 혼자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아."

"그만 둬!"

난 버럭 소릴 질렀다. 짜증이 났고 물건을 훔치다 주인에게 들킨 그런 마음이 들
었다. 들키기 싫은 속마음을 남에게 털어놓은 그런 창피한 감정이었다. 난 그녀
를 강제를 끌어당겼다. 아이에게로 떨어뜨려 놓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그림을 그
릴 때 사용하던 짧은 막대기를 바닥에 집어던졌다.

"감당할 수 없었던 거야! 난 고작 조그만 어린아이에 불과하잖아. 매번 바뀌는
환경에 적응할 수 없었던 거야! 친구를 사귀고 정이 들고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
면 헤어져야해! 전화도 없었고 편지를 쓰기에도 너무나 어리잖아. 집밖을 나가면
너무나 낯선데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가망이 없잖아! 너무 슬퍼! 그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처음부터 친구를 사귀지 않는 거야! 함부로 마
음을 주지 않는 거야. 좋아한다고 좋아했다고 좋아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거
야!" 난 겨우 9살이야! 알던 사람들을 잊는 다는것도 힘들고 매번 친구를 사귀는
게 너무 어렵단 말야!"

귀를 틀어막았다. 모든게 날조되고 조작되었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겨우 9살짜
리 애가 저런 어려운 말을 할 리가 없었다. 모든게 속임수였다. 나는 달려가 들어
왔던 문을 열어 다시 돌아갔다. 어둠 속을 달리는 상자 같은 지하철이 그리웠다.
그녀도 강제로 끌고 왔다, 그런 개인적인 공간에 그녀를 둘 수 없었다. 다음칸의
문을 열었을 때도 여전히 나는 알 수 없는 곳을 헤매고 있었다.
과거의 일들이 마구 얼퀴고 조롱하고 있었다. 9살 때 나, 9살 때 친구들, 12살
때 나, 12살때의 친구, 17살때의 나, 17살때의 친구, 20살때의 나.. 그리고 사람
들...

"그만둬!"

다시 한번 나는 버럭 소릴 질렀다. 사람들이 전부 쳐다봤다. 다시 전철안이었다.
그녀도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동안 쳐다보던 사람들도 곧 시선을 나에
게로 돌렸다. 아직도 어둠 속을 분주히 달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단지 전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것은 꿈이였을까? 아님 환상? 나는 예전생각을 조금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녀가 나를 끌고 무엇인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다음 전철칸으로 끌고 온
것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여기가 그곳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비집고 들어가 청장에 붙어 있는 어떤 광고 문구를 가리켰다.

[ 내 딸아! 돌아와라. 혼자 돌아다니는 건 위험해요. 지구인들 중에 나쁜 사람들  
  도 많단다.]

그것은 조금 우스꽝스럽고 별난 문구였는데..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근데 이게 무
슨 광고지? 가출한 비행청소녀(女)들을 위한 공익광고일까?

"절 찾아요. 답답해서 잠시 나왔는데. 걱정을 끼쳤어요. 돌아가 봐야겠어요.
친절하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안녕."

그녀는 손을 흔들었다. 한참 동안 흔들리는 손을 쳐다봤다. 문이 열리고 그녀는
문밖을 나가는 분주한 군중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경북궁역에 와 있었다. 전
철은 이미 출발했고 다음 역에서 내리면 이미 3정거장이나 지나쳐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돌아가는 내내 생각에 빠졌다. 갑자기 왜 케케묵은 옛날 일들을 회상했을까? 어
렸을때를.. 지난 일들을... 그녀는 정말 누구였을까? 관광 온 외국인 이였을까?
아님 정말 정신이 이상한 여자였을까? 그냥 재미 삼아 나를 놀리려고 꾸민 짓이
었을까? 아냐 표정이 너무 진지했어. 혹시 연극배우나 뭐 그런... 아냐.. 말하는
거 하며 행동하는 것도 정말 제정신이 아닌 듯 했어. 웃긴 생각이지만 그녀는 진
짜 우주를 넘어서 이곳에 온 외계인일까? 바보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내가
출구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가장 유력한 그녀의 정체를 깨닫고 말았다. 내 패스
가 없어진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그녀가 가져갔다. 물론 동전은
너무 좋아하니깐 내가 줬다해도 내 패스는 보여준 것뿐이다.

그녀의 정체는 "패스도둑"이었다!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상습적이고 고도로 전문적인 여자임이 틀림없다. 이상한
말들을 마구 해서 사람 정신없이 만들어 놓고는 패스를 훔쳐 가는 것이다. 어딘
가 지하철 깊숙한 어두운 곳에서 앵벌이 꼬마 애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오늘
슬쩍한 패스가 이거 밖에 안된 거야'하며.. 담배 하나를 꼬나 물고 인상을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맞아. 맞아. '딸아 돌아와라!'란 문구를 보고 잠시 나
왔다며 돌아가야겠다고 했었잖아. 분명히 비행청소녀일수가 다분하다. 아님 그냥
남의 패스를 모으는 것이 취미던가. 세상에 참 별일도 다 있구나. 하지만 남 걱
정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출구에는 지하철 직원이 없었다. 어째든... 나는
슬쩍 개찰구를 넘어서 나가야 했다. 물론 창피한 일 이였으므로... 사람이 뜸할
때까지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서 말이다. 못된 여자 같으니...

그후에도 자주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왠지 그 이상한 여자를 다시 만나고 싶다
는 생각을 몇 번 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린 아이가 맑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 볼
때 말이다. 그 느낌은 그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그녀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조금은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가고 점점 감정이 정리되고 그 때의 일이 옛날일 같이 어렴풋한 추억이
되려는 지금, 그냥 말이다. 조금은 감상적인 생각이겠지만 그녀는 진짜로 우주를
넘어 왔을 지도 모른다. 낯설고 좁은 지하철 한칸에서 전에도 또 그 전에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무거운 두눈을 보고는 피곤하시
나요?"라고 묻기도 하고 상대방의 눈을 맞추는 그런 모든 짓. 그런 이상한 행동
들... 그것은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늘 존재하는 우주를 그녀는 가볍게 넘어와
서 상냥하게 말을 건네는 그런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싶어서 정말로 우주를 넘어서 온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 말이다. 출구에서 패스를 내지 않고 힘겹게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그러다가 적발되어 실랑이하고 망신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들도 예전에 나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에게 당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하곤 하는데... 또 가끔은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혹시 당신도 이상한 여자에
게 패스를 도둑 맞았나요?'라고 묻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아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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