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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파킹나스 연극인가





*본편 이전*

파킹나스 신족(神族)은 괴우주 초시공 신선계를 떠돌면서 연극을 공연하는 걸 즐겼다.

파킹나스 신족이 연극을 펼치면 파킹나스 신족들 즉 배우들 뿐 아니라 관객들도 몰입했고 현실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파킹나스 신족의 연극엔 환각이 깃들어 있어 정신력이 약한 종족은 그대로 연극 속에 빨려들어 연극이 현실이 되고는 했다. 그랬기에 괴우주 초시공 신선계의 기득권들은 파킹나스 신족을 묶어 자신들 앞에서만 공연하게 했는데, 이는 현실을 덜 교란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파킹나스 신족이 아후라제국의 고관대작들 앞에서 연 연극의 내용은 인신족이 얼마못가 아후라제국을 복속시킨다는 것으로서 결국 일어날 일이었으나 실제로 전개될 역사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이는 아무런 경고도 예측도 아니었고 그저 연극이었으며 파킹나스 신족의 끊임없는 상상력이 자아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후라제국의 북쪽 군단장인 북방흑제 나이안은 창백하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몸에서 섬뜩한 박력을 내뿜으면서 파킹나스 신족의 연극을 즐겼다. 권력 그 자체를 순수하게 추구하는 나이안은 연극이 끝나자 연극을 연출한 파킹나스 제국의 옥황을 껴안았다.

“그대들의 연극 속에서 진리를 봅니다. 이 세상 한판의 연극 같은 것이지요. 설령 신이 있다한들, 제아무리 저승이 있다한들 세상이 텅 빈 연극이라는 진실을 바꿀 수는 없는 거지요. 공즉시색 색즉시공. 세상은 무도덕하고 허무한 것이죠. 모든 것이 덧없고 헛헛하고 그저 한판의 연극을 하듯이 그저 한판의 게임을 하듯이 보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이안과 기분 좋게 헤어진 파킹나스 제국 옥황은 자신감을 느꼈다. 선과 악을 굳이 분별하고자 애쓰고, 지옥을 관리하려고 애쓰는 인신족은 어떤 시각을 가질지 파킹나스 제국의 옥황상제는 궁금해졌다.

파킹나스 제국 옥황은 아후라제국 동쪽 군단장이자 인신국에서는 법황을 칭하고 있는 우주인간 운수천에게 다가갔다. 옥황이 말했다.

“우리는 인신족의 조건을 꿰뚫어 보았고 이를 통해 결국 그대들이 언젠가는 아후라제국에 도전하리라는 걸 예측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대본이고,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에 결국 인신국은 아후라제국과 싸우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삶이란 결국 연극이기 때문이지요.”

막강한 극초인간인 우주인간 운수천이 대답했다.

“그러면 연극할 거 없이 그냥 죽지 왜 살아 있는 겁니까? 자신을 사랑하든 남을 사랑하든, 사랑만이 허무감, 자살의지, 파괴욕구, 연극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꺾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생각 안 하는 겁니까? 그렇기에 만약 계시다면 하나님은 사랑일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랑에서 선악의 분별도 출발하는 것이지요.”

파킹나스 제국 옥황은 운수천에게서 벽을 느꼈다. 하지만 나이안과는 단순히 의견이 맞았을 뿐이고, 나이안도 운수천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할 것임은 확실했다. 옥황과 법황은 서로에게 예를 표하고 헤어졌다.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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