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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유령마을

2012.01.01 13:2101.01

                                                       유령마을



날이 화창한 오후, 사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한결 맑아진 기분이다. 그때 또다시 밖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 아이가 한꺼번에 와! 하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술래잡기 놀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사내는 도대체 어떤 놈들이 떠드나 싶어 기지개를 켜며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머무는 곳은 이 층짜리 판잣집으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집들이 하나같이 비슷비슷했다. 창가에 서서 내려다보니 벌거숭이들이 맨발로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아이 몇몇만 누런 천 조각으로 아랫도리를 가렸을 뿐, 남자아이는 죄다 불알을 내놓고 다녔다. 그리고 남자아이 대부분이 까까머리였다.


사내가 마을에 들어온 건 나흘 전이었다. 아이들은 그날 이후 한 번도 보이지 않다가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에 살고 있으면 한 번이라도 봤을 텐데, 머무는 동안 아이 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동안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아침잠을 깨운 걸까. 사내는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 이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이들 머리가 전부 역삼각형인데, 턱이 유난히 뾰족하고 앞니가 툭 튀어나와 영락없이 쥐였다. 뛰어갈 때는 두 손을 뒤로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허리를 숙였다. 눈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어 손등으로 비벼가며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한 아이만 그러면 어쩌다 그런 아이가 태어난 모양이라고 이해하겠는데,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모든 아이가 하나같이 똑같아,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거참! 희한하게 생겼군.”


사내는 고개를 꺄우뚱하고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가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이 먼 곳까지 찾아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오직 지금 쓰고 있는 작품 때문인데, 언젠가 아는 선배 작가한테 전화를 걸어 작품이 써지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더니, 그럴 때는 장소를 바꿔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괜찮은 생각 같아 고맙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준비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 귀찮아 포기하고 평소처럼 살던 집에 눌러앉아 계속 글을 썼다. 여전히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새로운 게 떠오르더라도 몇 장 쓰고 나면 막혀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노트북만 챙겨 들고 무작정 길을 떠났다. 낯선 곳에 가서도 써지지 않으면 그때는 글쓰기를 완전히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날 찾아간 곳은 동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허술한 여관방이었다. 거기서 그는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 한 편을 완성해 돌아왔다. 그 뒤로 그는 한 작품을 마무리 짓고 나면 잠시 머리를 식혔다가 새로운 장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나흘 전에도 아침 일찍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가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버스는 몹시도 낡아 움푹 들어간 곳을 지날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사내는 멍하니 바라보며 저 작은 마을에는 누가 살까 생각했다. 마침 버스가 정지해 누가 내리나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뒷문이 열렸는데도 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승객은 머리가 허연 노인을 포함해 모두 다섯 명이었다. 다시 뒷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은 기계식이라 버튼만 누르면 스스로 열리고 닫혔다. 버스가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출발하려고 하자 사내가 부리나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쳤다. 버스 기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문을 열어줬다.


사내는 버스에서 내려 곧장 마을을 향해 걸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을까지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그 사이에 날이 저물어 땅거미가 졌다. 암만 생각해도 이상해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까지 훤했던 길이 어둑어둑해 버스정류장도 어슴푸레 보였다. 몇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시간이 그대로 빨리 지나가면 곧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방을 구해야 하루든 한 달이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데, 조그만 마을에 여관이 있을까 싶었다. 여관이 없으면 방법은 한 가지 마을 주민을 붙잡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는데, 한밤중에 불쑥 들어가 빈방 있느냐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잘 아는 사이면 모를까, 쉽게 방을 내주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은 버스정류장에서 마을까지 걸어올 때만 빠르고, 마을에서는 다른 데와 똑같이 흘렀다. 어스름이 내리깔려 어두운 감이 있지만, 그 정도면 돌아다닐 만했다. 그래도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은 불편해 불을 켤 만도 한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불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문뜩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들어와 한참을 걸었는데, 마주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이상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여관은 보이지 않고, 보는 집마다 불이 꺼져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그렇다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날이 완전히 저물어 이제 바로 앞에만 보이고 먼 곳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골목 안쪽에서 누군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을 도는 동안 보이지 않던 사람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걸까. 사내는 숨을 죽이고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남루한 옷차림뿐만 아니라 덥수룩한 수염까지 영락없이 시골 노인이었다.


“잠깐만요!”


노인이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려고 하자 사내가 급히 불러 세웠다.


“왜 그러시오?”


노인이 한쪽 눈을 치켜뜨고 따지듯 물었다.


“잠잘 곳을 찾고 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요.”

“잠잘 곳이라면 사방에 널려 있지 않소?”


노인이 한 손을 높이 쳐들어 크게 원을 그렸다.


“사방에 널려 있다니요?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군요?”


사방을 둘러보아도 불 꺼진 빈집뿐인데, 어딜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잠잘 곳을 찾는다 하지 않았소? 그럼 아무 데나 들어가 자요.”


아무 데나 들어가 자라니, 너무나 황당한 대답이었다. 아무리 비어 있는 집이라 해도 어떻게 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가 잘 수 있단 말인가.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주인한테 무슨 소릴 들을지 몰랐다. 무단주거침입죄로 잡혀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 전에 주인 허락을 받았으면 하는데요?”


돈이 좀 들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주인 같은 건 없으니까 내가 시킨 대로 해요. 내일 떠나든 모레 떠나든 그건 젊은이 알아서 하고요.”


노인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사내는 노인을 바라보며 ‘정말 아무 데나 들어가 자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세 번이나 갈아탄 탓에 몹시 피곤해, 우선 아무 데나 들어가 쉬고 싶었다. 주인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다음 날이라도 주인이 나타나 소리치면 정중히 사과하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하룻밤 묵었다고 도둑놈으로 몰아세울 가능성도 있지만, 사정을 이야기하면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노인이 아무 데나 들어가라고 했으니, 가장 가까운 집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침 눈앞에 보이는 이 층 집 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사내는 이 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렸다. 올라오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방에 전기가 들어왔다. 바닥도 조금 전에 청소를 마친 듯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다. 그리고 방에는 냉장고뿐만 밥솥까지 어지간한 가전제품은 다 있었다. 찬장에 그릇이랑 냄비도 있으니까 쌀과 반찬만 있으면 밥도 해먹을 수 있겠는데, 머무는 동안 그럴 일이 몇 번이나 있으려나 몰랐다. 다른 데서는 밥하기 귀찮아 거의 나가서 먹었다.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식기까지 그대로 있는 걸 보면 누군가 살던 집이 틀림없는데, 노인이 왜 주인 같은 건 없다고 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말은 집은 있지만 아무도 가질 수 없고, 아무도 가질 수 없으니 아무나 들어가 살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내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피곤해 곧 눈을 감았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버스를 타고 나가 먹을 것을 사왔다. 버스는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그렇게 두 번 지나가는데, 정해진 시간은 없고 이때쯤 지나가지 않을까 싶어 나가면 신기하게도 버스가 먼지를 날리며 달려왔다. 정확한 시간이 궁금해 들어오는 길에 묻자, 버스 기사가 머리맡에 붙은 거울을 슬쩍 보더니 “정해진 시간은 없고 승객이 있으면 아무 때나 지나갑니다.” 하고 대답했다. 사내는 아무 때나 지나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으려다 기분 나빠할까 봐 그만뒀다. 처음에는 즐겨 먹는 과일과 아이스크림만 사서 들어오려고 했으나, 혹시 몰라 쌀도 한 포대 사고 마른반찬도 골고루 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다른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노인이 말한 대로 주인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첫날 봤던 노인까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방 안에 가전제품까지 있는 걸 보면 분명 빈집은 아닌데, 왜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지 몰랐다. 아무튼 마을이 조용해 글을 쓰는 데는 더없이 좋았다.




사내는 자리에 앉은 지 십 분도 안 돼 도로 일어났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아 정신을 흩트려 놓았다. 화가 나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고함이라도 지를까 하다가 그만뒀다. 당장 내쫓아봐야 얼마 안 있어 또다시 몰려와 지금처럼 떠들고 놀 게 뻔했다. 그동안 작품이 술술 잘 풀려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나 망쳐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시끄러운 데서는 붙잡고 있어봐야 시간만 낭비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낮에는 휴식을 취하고 모두가 잠든 밤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겉옷을 걸치고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을 쳐다보며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어인 일인지 다들 슬금슬금 피하는 눈치였다. 몇몇 아이는 사내를 보고는 부리나케 달음박질쳤다. 아이들 행동이 의아해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 눈동자가 하나같이 또랑또랑했다. 한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뒤쪽에 서 있던 머리가 제법 큰 아이가 우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도 똑같이 고함을 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사내는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이들 행동이 너무나 어이없어 사내는 씁쓰레 웃고는 다시 양옆으로 늘어선 집들을 올려다보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다르게 생긴 집이 하나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유심히 보는데, 지붕에 함석판을 얹은 것까지 똑같았다. 그래서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마을 전체가 떠내려갈 듯 시끄러웠다. 기분에 따라 빗소리도 가끔은 낭만적으로 들리곤 하는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붕에 얹은 함석판이 살짝만 눌러도 구부러질 정도로 얇다 보니 몇 방울만 떨어져도 작대기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머물고 있는 집은 지붕에 구멍이 났는지 빗물이 스며들어 천장이 누렇게 얼룩졌다.


동구 밖까지 나오는 동안 어른들은 한 명도 못 봤다. 아이들은 우글우글한데 어른들은 왜 한 명도 안 보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첫날 봤던 노인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날이 저물자 집집마다 불이 켜졌다. 가로등도 일제히 불을 밝혔다. 하루 만에 마을이 완전 딴판으로 변해 사내는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밤에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어 좋은데, 밤새 돌아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 글을 못 쓰면 오히려 어두운 것만 못했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 들어온 뒤로 개나 고양이는 한 마리도 못 봤어. 그 이유는 뭘까. 쥐를 닮은 아이들과 연관 있는 게 아닐까.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아무튼 마을에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해!”


사내는 혼잣말을 하며 다시 마을을 향해 걸었다.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고 마을에 무슨 일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때 국밥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쪽 골목으로는 처음이라 마을에 국밥집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마침 배가 출출해 국밥이나 한 그릇 먹고 들어가자 하고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닌데 가게에 아무도 없었다. 내부는 여느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방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가게주인은 저녁장사 준비로 한창 바쁜 모양이었다. 사내는 금방 나오겠지!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잠시 후 주인여자가 둥근 쟁반을 들고 뒤뚱뒤뚱 걸어왔다. 체구는 땅딸막한데 무척 뚱뚱했다. 언뜻 봐서는 마흔은 넘은 듯 보였다.


아니! 이럴 수가.


사내는 주인여자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 역시 조금 전 봤던 아이들과 똑같은 얼굴이었다.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사람들 얼굴이 왜 죄다 쥐 모양일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크게 변한 기분이었다.


“또 오셨네요?”


주인여자가 사내를 보고는 헤벌쭉 웃었다. 웃을 때 툭 튀어나온 앞니가 유난히 커 보였다.


“내가 언제 또 왔던가요?”


사내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주인여자를 쳐다보았다. 암만 생각해봐도 국밥집에 온 기억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왔다면 주인여자를 왜 못 알아보겠는가.


“그럼요.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잖아요. 오늘도 국밥 드실 거죠?”


주인여자는 빙그레 웃으며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사내는 주인여자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국밥집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거의 매일 오다시피 했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주인여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날 사내는 국밥을 절반쯤 먹었다. 그것도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 넣어서 그만큼이나 먹었지, 안 그랬으면 한 숟갈이나 뜨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껏 먹어본 국밥 중에 그렇게 맛없는 국밥은 처음이었다. 몇 숟갈 뜨지도 않았는데 뱃속이 더부룩하니 도저히 넘어가지 않았다. 나중에는 토할 것 같아 돈만 건네고 얼른 가게를 나왔다. 그 길로 곧장 방문을 열고 들어와 불도 켜지 않고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오후에 벌어진 일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꿈일까 싶어 살집을 살짝 꼬집어봤는데, 따끔한 것이 꿈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도 뱃속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아지기는커녕 무장 나빠져 밤새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몰랐다. 결국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한 숟갈 뜨고는 바로 일어났어야 하는데, 미련하게 그 맛없는 국밥을 반씩이나 먹은 게 실수였다. 저녁때 먹은 국밥뿐만 아니라 낮에 먹은 것까지 죄다 쏟아냈더니만 뱃속이 허했다. 끝에 가서는 나올 게 없으니까 똥구멍에서 헛바람만 새어나왔다. 텅 비었는데도 뱃속은 여전히 부글부글했다.


새벽녘에 겨우 잠든 사내는 다음 날 점심때쯤 눈을 떴다. 밖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짜증 날 정도로 듣기 싫었으나 기운이 없어서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까 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뽁뽁 기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페트병에 생수가 반쯤 차 있었다. 그걸 전부 다 마셨는데도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닫고 다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죽을지도 몰라 나가서 약이라도 사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후 벽걸이에 걸린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세상이 샛노랗게 보였다.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구석구석 돌아다녔지만, 마을 어디에도 약국은 보이지 않았다.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국밥집 간판이 보였다. 사내는 국밥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점심때라서 그런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저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국밥을 가장 맛있는 표정으로 먹어치웠다.


사내는 저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곳이 쥐를 닮은 사람들 세상으로 변한 것일까. 그때 주인여자가 사내를 알아보고 빙그레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사내는 화들짝 놀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이 층 집에 이르러 활짝 열려 있는 방문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방 안에 들어가 보니 창문도 반쯤 열려 있고, 방바닥에는 아이들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혀 있었다. 노트북도 열어봤는지 손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를 이들은 벌거숭이들 말고는 없었다. 겨우 화를 누그러뜨리고 아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그런데 조그만 녀석들이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왔을까. 나갈 때 분명히 방문을 잠갔지 않는가. 생각할수록 녀석들 행동이 괘씸했다.


“주인도 없는 방에 몰래 들어오다니. 한 번만 더 그랬다간 봐라. 혼쭐을 내주고 말 테니까.”


아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났더니 기진맥진했다. 들고 있던 걸레를 내동댕이치고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거울 속에 얼굴이 비쳤다. 밤새 얼마나 시달렸는지 양쪽 볼이 쪽 들어갔다.


“하룻밤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고 말았어. 그놈의 국밥집 두 번 다시 가나 봐라!”


다음 날은 입맛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전날 오후부터 줄곧 누워만 있었더니 가슴이 뻑적지근해, 점심을 먹고는 밖으로 나가 골목을 돌았다.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더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러고 나니까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몸을 씻고 나와 창가에 서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오늘은 골목에 아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시끄럽게 떠들던 녀석들이 보이지 않으니 수상쩍었다. 그러고 보니 몰래 방문을 열고 들어와 어질러놓고 간 뒤로 한 번도 못 본 것 같았다. 야단맞을까 두려워 모습을 감춘 건 아닐 테고,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누구 집에 몰래 들어가 난장판이나 벌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창가에 서면 맞은편 이 층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저곳은 사내가 마을에 들어오기 전부터 줄곧 비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방 안에 누군가 있었다. 처음 보는 아가씨였다. 몸매가 늘씬하니 잘 빠지고 얼굴도 곱상했다. 얼굴이 앳돼 보이는 것이 십 대 후반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요 며칠 특이하게 생긴 사람들만 보다가 모처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사내는 기쁜 마음에 소리쳐 불러볼까 하다가 초면에 실례일 듯싶어 그만뒀다. 그때 아가씨가 입고 있는 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치마를 내리고 속옷을 벗으려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얼른 몸을 숨겼다. 사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맞은편 이 층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가씨가 탱탱한 젖가슴을 드러낸 채 욕실로 들어갔다.


맞은편 이 층에 아가씨가 들어오고부터 글이 수월하게 써졌다. 간밤에는 일주일 동안 써야 할 분량을 하룻밤 만에 끝내버렸다. 지금 속도로 나간다면 이달 안으로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을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자극이 필요하다는 걸 아가씨를 통해 또 한 번 느꼈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그 뒤로 한 장도 못 썼을 것이다. 그녀는 무슨 일 하는지 낮에는 잠만 자고 밤이 되면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갔다.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고, 검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늘씬한 다리에 보랏빛 망사 스타킹을 신었다. 그리고 빨간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걸어갈 때 굽 높은 구두가 몹시도 불안해 보였다. 글을 쓰다 보면 새벽 늦게 잠들곤 하는데, 그때까지도 맞은편 이 층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새벽 시간까지 무슨 짓하고 돌아다니는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아가씨였다.




며칠 후, 사내는 점심때쯤 잠을 깨 창문을 열었다. 신선한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창가에 서서 맞은편 이 층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는 새벽 늦게 들어와 깊은 잠에 빠졌을 테니 두세 시간 후에나 보일 것이었다. 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삼삼오오 모여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기들과 뛰는 모습이 달라 신기한 모양인데, 사내 눈에는 두 손을 뒤로하고 달리는 저들이 더 신기했다. 녀석들은 며칠 동안 통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골목에 나타나 시끄럽게 떠들고 놀았다. 시끄럽긴 해도 몰래 남의 집에 들어가 허튼짓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어 더 이상 내쫓지 않았다.


사내는 아이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복이 흠뻑 젖을 때까지 마을을 돌았다. 가끔 처음 보는 남자가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갔다. 국밥집 주인여자도 그랬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자신을 잘 아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들을 본 기억이 없어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집 앞 골목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고, 가볍게 목을 돌리며 이 층을 올려다보니 방에 누군가 있었다. 깜빡하고 창문을 닫지 않았더니만, 그새 아이들이 들어가 난리 치는 모양이었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가만두지 않겠다 벼르고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다. 방문 앞에 이르러 손을 내밀려는 순간 키 작은 남자가 먼저 방문을 밀치고 나왔다. 그의 손에 낯익은 물건이 쥐어져 있었다. 며칠 전 입이 궁금할 때 먹으려고 사다 놓은 마른오징어였다. 주방 선반에 올려놓은 걸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훔쳐 나온 것이었다. 키 작은 남자는 미안한 감도 없이 피식 웃으며 오징어 다리를 하나 뜯어 질겅질겅 씹었다.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럴까 싶으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아!”


사내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마른오징어를 낚아챘다. 그리고 키 작은 남자가 다시 뺏으려고 덤비자 손을 뻗어 어깨를 세게 밀쳤다. 키 작은 남자는 뒷걸음질하다 턱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내는 그 즉시 마른오징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질근질근 밟았다. 더러운 손으로 만진 거라서 먹고 싶은 마음은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키 작은 사내는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고 분노에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사내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아 바닥에 떨어진 마른오징어를 힘껏 발로 차고는 들어와 문을 쾅 닫았다. 나중에 문을 열고 보니 키 작은 남자가 가져갔는지 마른오징어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이후에도 무단침입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졌다. 냉장고 속까지 샅샅이 뒤져 먹을 만하다 싶은 건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가져갔다. 어느 날인가 냉장고가 활짝 열려 있어 봤더니, 과일뿐만 아니라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까지 깡그리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스크림은 먹고 갔는지 바닥이 찐득찐득했다. 채워놓기가 무섭게 들어와 훔쳐가니, 자물쇠를 채워도 소용없고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거 너무하는 것 아냐!”


텅 빈 냉장고를 보고 있으려니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사내는 제자리에 푹석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껏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험한 꼴은 여기 와서 처음 당했다. 이곳 사람들은 생김새부터 하는 행동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함부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남의 방을 자기 방 드나들 듯 드나드는데, 하는 짓이 생쥐와 어쩜 그리도 똑같나 몰랐다. 그날 이후 사람들이 또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방을 비우기가 두려웠다. 사내는 가능한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피치 못해 나가더라도 볼일만 보고 얼른 돌아왔다. 사내가 있는 걸 아는지 마을 사람들도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아 그날 일이 조금씩 잊혀가던 어느 날, 한낮에 책을 읽고 있는데 난데없이 지붕에서 함석판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지붕이 폭삭 주저앉는 줄 알았다. 화들짝 놀라 뛰어 나가보니 벌거숭이들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사내를 보고는 반대편 지붕으로 훌쩍 건너뛰었다. 지붕에 얹은 함석판이 녹슬어 잘못 디뎠다가는 구멍 나 다리가 빠지기에 십상이고, 미끄러져 떨어지면 크게 다쳤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말리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자신의 말을 들을 애들도 아니고 해서 가슴을 졸이며 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공중곡예를 하듯 하늘 높이 뛰어올라 꽤 먼 거리를 날았다. 다행히 그날 지붕에서 떨어져 다친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사내는 빗소리를 들으며 글쓰기에 열중했다. 함석판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순간 맞은편 이 층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그는 살짝 고개를 내밀고 맞은편 이 층을 보았다. 방 안에 키 작은 남자가 들어와 아가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아가씨 상체가 벗겨져 있는 걸로 보아 자고 있을 때, 키 작은 남자가 몰래 들어와 덮친 게 분명했다. 남자는 체구가 작아도 아가씨한테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순간 작은 체구의 남자가 아가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목을 졸랐다. 심하게 몸부림치던 아가씨가 얼마 못 가서 움직임을 멈췄다. 꼼짝도 않는 것이 숨이 끊어진 듯 보였다. 남자는 죽은 아가씨의 속옷을 마저 벗기고 올라탔다. 죽은 아가씨와 성교를 하려는 수작이었다. 잠시 후, 남자는 죽은 아가씨 음부에 정액을 쏟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남자가 밖으로 나가자 다른 남자가 들어와 똑같이 죽은 아가씨와 성교를 했다. 죽은 아가씨와 키 작은 남자들과의 성교는 날이 저물 때까지 계속되었다. 사내는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도중에 창문을 닫았다.


날이 밝아 눈을 뜨니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다. 전날 벌어진 일이 생각나 창문을 열고 맞은편 이 층을 살폈다. 바닥이 보이지 않아 다시 창틀을 딛고 올라가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치우지는 않았을 테고, 방 안에 있어야 할 시체가 어디로 사라진 걸까?


사내는 창문을 도로 닫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전날 목격한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아가씨를 목 졸라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모든 남자가 돌아가며 성교를 벌였다. 생각할수록 구역질이 났다. 방 안에 있기가 답답해 밖으로 나왔으나,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질퍽거려 먼 데까지 나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 일이 있은 후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사내는 시체를 찾아 마을을 떠돌았다. 하지만 어디다 버렸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땅속에 묻었다면 돌아다녀 봐야 헛수고였다. 그는 계단을 오르며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텐데, 찾아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그때 방 안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들으니 한둘이 아니었다. 냉장고가 텅 빈 지 오래라 훔쳐 먹을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방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사내는 한 놈만 잡히기만 해봐라! 하고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벌거벗은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이 가득 들어찬 방 안에 악취가 진동했다. 썩은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숨이 턱 막혔다. 그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마을을 샅샅이 뒤져도 보이지 않던 시체가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놈들! 여기서 무슨 짓 하는 거야.”


사내는 소리쳐 아이들을 내쫓으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체놀이 하는 중이야.”


서너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뭐라? 시체놀이?”


사내는 아이들이 무슨 말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이내 지금껏 하던 짓을 계속했다. 한 아이가 시체에 올라타 어른 흉내를 내자, 그 옆에 앉은 아이가 썩어 문드러진 젖가슴을 빨았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손뼉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아찔했다.


해 질 무렵, 아이들이 방 안에 시체를 두고 하나둘 떠났다. 사내는 악취가 진동하는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마을을 떠돌다, 결국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날이 밝자 노트북만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단 하루도 마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정류장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의자였다. 쌓인 먼지를 후 불고 앉아 기다리는데, 저 멀리 버스가 먼지를 날리며 달려왔다. 버스가 멈추자 곧장 올라타 빈자리를 찾았다. 그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칼이 길고 진하게 화장을 한 여자였다. 여자는 달랑 가방 하나 챙겨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사내는 의자에 앉아 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여자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버스가 출발했고, 얼마 못 가 스르르 잠들었다. 간밤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탓에 쏟아지는 졸음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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