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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피를 먹는 기계

2012.12.30 18:2212.30

기계는 인간을 위대한 자연의 문제로부터 분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생텍쥐페리





내 이름 매튜 볼턴, 나의 멋진 동료인 제임스 와트와 함께 증기기관 제조기업인 볼턴앤드와트를 공동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엔지니어이지.
지금부터 와트와 나에게 있었던 일련의 사건을 말하려 한다. 지인들도, 공장 직원들도, 심지어 영국 의회도 모르는 사실을 오직 와트와 나만 알고 있다. 와트는 나에게 죽을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아직 그 실체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확신치 못해 후대에 큰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이 사실을 남긴다.
많은 사람들이 와트에게 라이벌이 없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남모르게 라이벌이 존재했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의의 라이벌이라면 모를까, 광산업자들이 무참히 버리는 돌처럼 쓸모도 없고, 악의적이고 지독한 라이벌이라, 와트는 그 라이벌을 세상에 알리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 악의적 라이벌은 자칭 ‘제임스 와트의 라이벌’이라며, 버밍엄 시내에서 미치광이 발명가로 유명세를 떨다가 사라졌다.
회사 직원들이나 회사 주변 사람들이라면 그를 봤을지도 모른다. 존 커트너. 회사 앞에서 난동을 부린 죄로 버밍엄 경찰서에 여러 번 체포 되서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떤 강한 바람에도 끄떡하지 않을 것 같이 빳빳한 머리칼. 런던의 안개처럼 뿌옇게 얼룩져서 앞이 보일까 의심스러운 더러운 안경. 약 30대 중반의 남자지만, 마녀 같은 생김새. 행여나 미끄러질까 걱정되어 보이는 기름 범벅의 신발. 조금만 움직여도 먼지가 펄럭거리는 옷. 주머니 여기저기서 덜그럭 거리는 나사.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존 커트너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와트와 함께 회사를 차리고 나서 2년이 지난 후였다. 그때는 와트가 증기기관의 왕복운전을 회전운동으로 바꾸고, 증기기관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하고 있었을 때였다. 커트너는 자신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자극을 받아 2년간 심혈을 기울려 색다른 기계를 개발했다면서, 요상하게 생긴 기계를 들고 찾아왔다. 그 기계는 외형상으로 증기기관과 별 다를 바가 없는 평범하게 생긴 기계였다. 커트너의 외모만 봐도 증기기관의 작동원리도 이해 못할 떨거지로 보였기 때문에 와트와 나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그 기계는 증기기관의 외형을 한 제분기였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와트와 나는 커트너가 아마추어답지 않은 기계 개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동력기와 제조기를 결합해 놓은 것 밖에 안 되지만 앞으로 가능성을 염두 하고 와트와 나는 존 커트너를 회사로 영입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와트가 커트너를 좋지 않은 인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아 졌다. 그가 이런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와트 선생님은 증기기관을 발명하셔서 제가 제일 존경한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틀린 말이 아닌데도 와트가 싫어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증기기관을 발명한 사람은 토머스 뉴커먼이라고 와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서 와트가 만나 본적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다. 와트는 단지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을 수리해달라는 요청으로 기존에 있던 기계에 응축기를 새로 달아 증기기관의 효율성을 높인 공로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와트를 증기기관 발명가로 인식하여서 부담감을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와트에게 커트너가 쉬지도 않고 말을 쏟아내니 와트가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고장 문의가 들어오거나 갑작스레 터진 긴급한 일을 수습하는 것, 밀린 공장 보고서 관리, 이유를 알 수 없는 결함으로 반품이 들어오는 경우 등등의 일 대부분 커트너가 해결했기 때문에 와트는 그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커트너는 회사의 또 다른 돈 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증기기관 제조 공장 직원들과 달리 하루가 다르게 회사에서 입지를 넓이기 시작한 커트너는 입사한지 3년 만에 증기기관 설비 작업현장까지 같이 다니는 정도가 되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밤늦게 까지 와트가 기계설비 연습을 하는 것이 종종 목격되었다.
평소에 와트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분명 커트너 때문에 자신의 자리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나는 그때고 지금이고 와트를 정말 멋진 동료라고 여기고 있다. 그게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동업 따위는 같이 하자고 권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알게 모르게 존 커트너는 와트의 라이벌(나중에는 비공식으로 변경 되었다.)이 되었다.
와트는 기계설비에 관해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한 가지는 그 보다 한수 위였다. 커트너는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너저분한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회사 말고는 커트너의 일상을 파악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회사에서 직원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가 입사한 이후로 공장의 기계부품이 약간씩 없어지는 낌새가 느껴지는데다, 커트너 같은 경우는 보통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커트너가 입사한 이후로 버밍엄 시내에서 어느 순간 점점 기어 나오기 시작해 떠돌기 시작한 기괴한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버밍엄 시내에 해가 지기 시작하면 시내 어디선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사람의 비명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버밍엄 경찰서에서는 그 문제의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에 대한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시내 곳곳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발생한 흔적이 없었고 문제의 기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갈수록 수사에 난항을 겪던 버밍엄 경찰서는 아무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분더러, 누군가의 단순한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판단 하에 수사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버밍엄 시내에서는 그 기괴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와트와 나는 그 소문이 <더 타임즈>에 까지 실린 것을 보고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괜히 기계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켜 증기기관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커트너도 분명히 이 소문을 들었을 것 같았지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공장 노동자들도 증기기관 수요가 줄어들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경영자와 거의 같은 위치에 있는 엔지니어가 본인이 일하는 공장에 피해를 줄지도 모르는 소문에 관심을 안 가지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일자리를 얻지 못한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서 일으키고 있는 기계파괴 운동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웃어넘길 일이 절대 아니었다.
결국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지 3일 만에 버밍엄 경찰서는 볼턴앤드와트로 수사영장을 보내왔다. 신고한 시민 대부분이 문제의 기계소리의 근원지로 우리 회사를 지목한데다, 기계소리가 점점 회사 근처로 움직인다는 이유 때문이라고는 했다. 하지만 진짜 속셈은 아마 아무 곳이나 건들려서 소문을 잠재울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경찰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는 했다. 그러자 와트는 “숨길 것도 없는데 우리가 뭐하려 긴장하고 있어야 돼, 볼턴. 경찰이 오는 게 오히려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니까 편하게 경찰들 수사하는 거나 지켜보자고.”라고 말하니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겉으로는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커트너는 그 얘기를 듣고 예상 밖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하루 종일 보였다. 평소 그를 주시하고 있던 와트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수상쩍어 보여, 혹시나 해서 오후 늦게 몰래 커트너의 사무실을 들여다보고 온다고 하였다. 커트너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와트는 무슨 꼬투리를 잡아 커트너의 명예를 실추시켜는 의도로 그의 사무실을 들여다보려는 것 같았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와트의 이미지는 어느 새 커트너에게 해를 입히려고 사무실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 같은 상상까지 도달했다. 좋은 동료가 잘못된 길로 빠져 있을 것 같은 걱정에 나는 커트너의 사무실로 들어가 와트를 불렀다. 상상했던 우려와 달리 와트는 특별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커트너의 책상을 보면서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마치 죽은 동물의 시체를 둘러싸고 파먹고 있는 쥐들을 보는 냥 공포에 떠는 것 같았다. 와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는 화들짝 놀라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그는 내가 커트너인 줄 알고 놀랐던 것이다.
와트는 내게 커트너의 책상 위에 있던 것을 보여주었다. 분명히 증기기관을 제작할 때 쓰이는 기계부품이었는데 부품의 틈새에서 피가 흘러내린 자국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부품 겉면에도 핏자국이 묻어 있었는데, 그것보다 충격을 더한 것은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 부품사이에서 인골의 조각과 사람의 장기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마침 급히 들어온 증기기관 고장 수리를 다녀온 커트너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우리 둘은 그에게 추궁 했다. 그러자 커트너는 당황을 넘어서는 분노로 맞받아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아무리 사장이라도 남의 사무실을 이렇게 함부로 뒤져도 되는 거야? 그리고 그건 연락받고 간 광산에서 일어난 사고 현장에서 내가 수습한 거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커트너는 소리를 지르며 와트와 나를 사무실 밖으로 내쫓았다. 그의 말이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와트는 커트너가 아직 뭔가를 더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다며, 버밍엄 경찰서의 수사를 최대한 앞당기자고 말했다. 나는 일방적으로 커트너를 몰아세우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그가 뭔가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을 것 같은 예감에 와트의 말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버밍엄 경찰서에서 나온 윌리엄 경감은 경관들을 대동하고 사무실로 찾아와 수사를 빨리하게 허락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는 회사 업무 관련해서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수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와트와 함께 수사 진행을 지켜보기로 했다. 윌리엄 경감은 경관들이 조사를 하는 동안 거의 나와 와트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도 아마 별 성과 없는 형식적인 조사만 하다 끝날 것으로 예상한 것 같았다.
별 탈 없이 느긋하게 진행되던 조사는 커트너의 사무실에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잘 보이지 않던 커트너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수사 경찰들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와트는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
“이봐 존 커트너! 자네가 아무 거리낌이 없다면 지금 당장 사무실 문을 여는 게 좋을 거야. 지금 하는 행동은 자네를 더욱 수상하게 만들고 있어.”
“시끄러워! 경찰이 남의 사생활이 있을지도 모르는 개인 사무실을 조사한다는 게 말이 돼?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와트와 커트너가 문 하나를 두고 언쟁이 길어지면서 느긋하게 있던 윌리엄 반장은 경찰 본연의 모습을 찾으면서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봐요, 커트너 씨. 저는 버밍엄 경찰서의 윌리엄 경감입니다. 제임스 와트 씨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 당신의 행동은 범죄자들이 뭔가를 숨기려고 할 때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입니다. 계속 문을 열지 않겠다면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습니다.”
윌리엄 경감의 경고에도 커트너는 계속 문전박대를 풀지 않고 버텼다. 결국에는 윌리엄 경감과 경관들이 합세하여 커트너의 사무실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커트너의 사무실 안은 경관들이 거칠게 조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난장판이었다. 온갖 서류들이 책상과 바닥에 널려 있고 기계부품들이 들어 있던 상자는 쏟아져 있었다. 그 혼돈의 방 안에서 커트너는 눈에 핏발을 선체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문 밖을 주시했다. 경관들의 재빠른 움직임에 커트너의 눈동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경관들이 커트너의 사무실을 조사하면서 놀라운 사실들이 속속히 발견되었다. 그 동안 공장에서 없어 진 것으로 추정되던 기계부품 상당수가 커트너의 사무실에서 발견 된데다, 어제 와트가 발견한 것보다 더 심각한 것들이 커트너가 급히 숨기려던 상자 안에서 발견 되었다. 상자 안에는 피로 범벅이 돼서 달라붙어 있는 온갖 기계부품들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피 냄새가 진동 했고 맞물려 멈춰 있는 톱니바퀴 사이에는 사람의 손가락과 뼈 조각, 안구, 피부조각들이 짐승이 물어뜯은 것처럼 갈기갈기 찢기고 부서진 파편의 모습으로 붙어 있었다.
윌리엄 경감은 그 자리에서 커트너를 체포해 갔고, 경관들은 커트너의 사무실에 있는 수상한 물건들을 전부 압수해 갔다. 회사에서는 물론이고 버밍엄 시내는 발칵 뒤집어 졌다. 외모는 그렇더라도 기계고장 수리에는 어느 누구보다 명성이 높은 그였는데, 순식간에 미치광이 발명가로 추락한 것이다.
며칠 간 경찰은 강도 높은 조사로 커트너를 심문 했지만 문제의 기계부품에 끼여 있는 사람의 신체 부위의 출처를 밝히지는 못했다. 커트너는 끝까지 기계를 잘못 사용해서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 수거 해온 것이라 주장을 했다. 하지만 경찰 측에서는 이렇게 많은 기계사고 발생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나 증인이 없는데다, 기계 부품 사이에 끼이는 게 이상한 신체부위(예를 들면 입이나 귀 같은 부분이었다. 움직이는 기계장치를 머리에 베고 숙면을 취했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가 많은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그의 주장을 철회했다.
  수사가 계속 되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경찰은 일단 커트너를 회사 물품을 몰래 빼돌린 절도죄 만 적용해서 구속하였다. 물론 구속과 동시에 볼턴앤드와트에서도 퇴출당했다. 와트는 커트너가 나감과 동시에 예전에 보였던 열등감에 사로잡혀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한층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와 달리 몇 달이 지나 출소한 커트너는 이전 모습과 달리 완전히 망가졌다. 그의 번뜩이던 눈은 쓰고 있는 안경을 박살내고도 남을 만큼 사나워졌고 간간히 입에서 "제임스 와트 가만두지 않겠어."라고 자주 말 한다는 얘기가 버밍엄 시내에서 들려왔다.
커트너가 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광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불규칙적으로 회사 앞에 나타난 커트너는 와트를 향해 인신공격과 자신을 라이벌이라 지칭하면서증기기관보다 더 대단한 기계를 만들어서 보여주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와트는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가면 갈수록 그에게 정신적으로 여러모로 피해주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회사 주변의 민가에서도 커트너의 광기어린 소란 때문에 소음 피해를 받았다. 그래서 버밍엄 경찰서도 커트너 때문에 자주 볼턴앤드와트 앞으로 경관들을 보내 체포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현장에는 늘 윌리엄 경감이 나타났는데, 매번 그와 얼굴을 맞대니 나나 와트에게는 거의 동네 친구가 되었다.
커트너가 버밍엄 경찰서에 9번째 잡혀가던 날, 윌리엄 경감은 나와 와트에게 연락을 해서 따로 만나자는 연락을 하였다. 버밍엄 시내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선술집에서 만난 윌리엄 경감은 양주 한잔을 걸치면서 얘기를 시작하였다.
“매튜 볼턴 씨와, 제임스 와트 씨는 현재 존 커트너 씨 때문에 많이 힘드실 텐데, 제가 굳이 여러분을 만나 뵙겠다고 한 것은 존 커트너 씨의 관련된 문제 때문에 알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그의 자택이나 개인 연구실이 어디 있는 지 알 수 있습니까? 사실 한동안 잠잠하던 기괴한 기계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커트너가 구속되어 있을 때 만해도 잠잠했는데, 그가 출소하자마자 다시 들리기 시작한 것을 보면 그자와 분명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거기에다 최근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실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수소문을 해봐도, 그자가 어디 사는지 도무지 알아 낼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사측에서 커트너에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공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윌리엄 경감의 말은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커트너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종종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기괴한 기계와 관련되어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 해 본적이 없다. 생각해보니 커트너는 입사 한 이후로 자기가 어디 살고 있는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광산 개발에 나서고 있던 자본가들이 몇 번 물어 봤을 때 버밍엄 외곽지역에 산다고 했던 것이 전부다. 하지만 윌리엄 경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분명 버밍엄 시내라고 말하면 구체적인 주소를 물어 볼 것을 대비해 대충 둘러대도 의심 사지 않게 커트너가 외곽지역이라고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커트너에 관련된 서류를 윌리엄 경감에게 넘기고 난 후, 경찰서에서는 나름대로 커트너의 은신처를 조사해보기 시작했다. 나와 와트도 회사 일이 끝난 직후 혹시나 해서 의문의 기계소리를 쫓으려고 했지만 간간히 들리는 소문 말고는 얻는 것이 거의 없었다.
마침내 경찰은 커트너의 은신처가 34번가에 위치한 버려진 공장이라고 추정하는데 까지 다다랐다. 그 공장은 한때 뉴커먼식 증기기관을 전문으로 제작하던 곳이었는데, 와트의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고 한다. 아직까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윌리엄 경감은 경관을 붙여서 그 공장을 감시하게 했고 며칠 만에 커트너가 그 공장을 드나든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은신처를 알아 낸지 사흘 만에 윌리엄 경감은 그곳을 습격할 계획을 세웠다. 계속해서 그 공장을 감시하고 있던, 경관의 말에 따르면, 커트너는 매번 공장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묵직한 자루 2개를 지고 들어갔었고, 자루가 바닥에 쓸릴 때 뭍은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공장 구석진 길에서, 여러 개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별문제 될 것이 없었으나, 커트너가 가끔가다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서, 경관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커트너는 인기척이 너무 없어서 숨소리마저, 길거리에 울릴 것 같은, 공장 구석진 길에서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한다.
“그 녀석 엄청 그르렁 거리네. 인간의 피로 바꿔줬더니만 아주 맛이 들었어, 맛이.”
“기계가 이렇게 인간의 피를 갈망하는지 몰랐어. 기계 사용도중에 괜히 사고가 나는 게 아니었어. 기계가 인간을 끌어들였던 거야, 피를 먹기 위해서.”
“내가 만든 기계지만 어떨 때는 정말 괴물 같다니까…….”
“언젠가는 와트도 잡아다가 그 녀석의 동력으로 써봐야 하는데…….”
“고대의 기계는 도르래, 나사, 바퀴와 축, 쐐기와 경사면 같은 부품적인 요소였어. 그런데 그 시대에도 기계의 추악함을 알아차린 학자가 있었다니.”
그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윌리엄 경감은 커트너가 미친 것은 분명하고, 현재 와트를 해치려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겼다. 조금이라도 지체 했다가는 와트에게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모르니, 윌리엄 경감은 당장 커트너를 잡아 들여야 한다고 했다.
마침내, 그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커트너 체포의 날이 다가왔다. 체포할 사람은 커트너 한 명. 하지만 윌리엄 경감은 커트너의 작업실에는 세상이 모를 무시무시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고 경관 3명을 더 대동하였다. 그 체포 팀에 의외로 나와 와트도 포함되었다.
이유인즉 와트는 커트너를 자극하기위한 미끼였으며, 나는 그 미끼를 안전하게 잡고 있는 낚싯대 같은 역할이라고나 할까? 그 밖에도 우리는 커트너를 직접 만나서 풀어야 할 것이 있었다. 도대체 회사에 있을 때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고.
구름이 달을 가린 어두운 한밤중, 희뿌연 연기가 훑고 있던 어두침침한 골목길을 가스등 불빛으로 밝혀가며 체포 팀은 34번가의 버려진 공장 앞으로 갔다. 곳곳이 나무판자로 가로 막혀 있어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지만, 공장을 주시하던 경관이 알려준 뒷문은 당연히 잠겨있을 것으로 여기는 34번가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언젠가 출근할 직원들을 기다리는 것처럼 열려 있었다.
공장 안에는 온갖 기계부품들과 이제는 구식 취급 받는 뉴커먼식 증기기관들이 버려져 있었다. 낮에도 햇볕이 차단되어 어둠을 품고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이곳에 움직임을 잃은 강철 덩어리들이 산더미처럼 싸여 있으니, 말 그대로 기계의 무덤이자 관 같았다. 그 중에 군데군데 먼지가 끼지 않은 증기기관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것은 분명 커트너가 쓸 만한 것이 있는지 손을 댄 것이 분명했다.
공장 곳곳을 수색하던 경관들은 공장 뒤쪽에서 지하실로 내려가는 통로를 발견했다. 약간의 발걸음에도 솟아오르는 먼지를 뒤로하고 다 같이 계단을 내려갔다. 벽에 남아있는 검은 가루와 석탄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면 이곳은 동력실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의 심연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을 무렵, 아래에서 불빛이 보였다. 밝기를 보니 가스등 여러 개를 켜놓고 있는 것 같았다. 불빛들의 손아귀에서 얼마 전까지 볼턴앤드와트에서 근무했었던 커트너의 모습이 보였다. 윌리엄 경감을 비롯한 경찰들은 발소리를 죽이고 침착하게 내려와서 체포하려고 했다. 그런데 와트와 나 뒤에서 내려오던 경관이 계단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던 기름때에 미끄러져 고꾸라지는 바람에 순식간에 들키고 말았다.
“아니! 경찰이 여기를 어떻게 알고…….”
커트너는 몸 안에 기계를 달고 있는 것처럼 사정없이 두 팔을 벌벌 떨다가 경찰들 사이에 끼여 있는 나와 와트를 발견하고서는 소리쳤다.
“오호라! 버밍엄 시내에서 기계 쪽으로 아주 유능하신 분들이 경찰들에게 말했던 것이었군. 마침 잘 됐네, 언젠가는 기계의 톱니바퀴 사이로 던져 버릴 예정이었는데…….”
커트너는 가스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도주할 것으로 예상한 윌리엄 경감은 경관들과 함께 재빨리 그의 쫓아갔다. 그런데 체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지하실을 요동치게 만들만큼 큰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요컨대 그 문제의 소문에서 들리던 그대로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온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는 사람의 비명 소리 같은 기괴한 소리 말이다. 이어서 커트너를 쫓아갔던 경찰들의 소름끼치는 비명도 들렸다. 그 공포의 절창 속에서 이런 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털. 털. 끼기긱. 털. 털. 으드드득. 털. 털. 끄기기끽. 털. 털. 크으으악.
살다, 살다 현실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도 남을 심연의 공포가 느껴지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지하실에서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고 있던 곳에서 커트너를 쫓아갔었던 경관 2명과 윌리엄 경감이 가스등 불빛을 비추며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윌리엄 경감 뒤에 있던 경관 두 명이 계단 쪽의 가스등이 밀집한 곳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언가 뭉개지고 터지는 소리를 남기며.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윌리엄 경감은 다리가 풀렸는지 나와 와트가 있는 가스등 밀집지역에 와서 주저 앉아버렸다.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숨이 막히는 것을 참아가며 그는 소리쳤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하네! 안 그러면 모두 죽을 거야!”
그때 지하실 어둠의 심연에서 커트너와 함께 기괴하다 못해 징그러울 정도로 끔찍하게 생긴 기계가 바퀴를 굴리며 다가왔다. 난 그때 처음으로 기계라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꼈다. 그 기계는 마치 지옥의 문을 통해 기어 나온 것 같이 여기저기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분명 외형은 증기기관이었다. 하지만 강철로 만든 원통형 외피를 끼고, 앞면에 이빨처럼 톱니바퀴가 위아래로 붙어서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붉은 색을 띄고 있는 톱니바퀴 사이에서 살덩어리가 덜렁 덜렁 매달려 있고, 아직도 꿈틀 거리는 사람 팔이 붙어 으스러지고 있었다. 분명 어둠 속으로 증발해버린 경관의 팔일 것이다. 정녕, 악마의 기계가 아닐까 싶었다.
일자리를 잃은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나중에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겠다고 소리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커트너가 현실로 만들어냈다. 인간의 피를 갈망하고, 그 피를 이용해 움직이는 기계란, 사람이 만들어낸 괴물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회사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증기기관도, 사실은 괴물이며, 석탄만 아니었으면 벌써 버밍엄 시내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파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예상하고 그 동안 기계들을 부수고 다녔던 것일까.
커트너의 기계가 개들이 물고 다니는 뼈다귀마냥 물고 있던 경관의 팔을 마저 삼켜버리고, 지하실 바닥에 엎어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윌리엄 경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윌리엄 경관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기계의 톱니바퀴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들 올라가! 이 기계가 밖으로 나가면 버밍엄은 물론이고, 잉글랜드 전체가 끝이야! 이 기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네들 밖에 없네. 비록, 저건 기계인지 괴물인지, 아니면 지옥에서 온 기계인지 모르지만 기계관련 전문가인 자네들이라면 분명 막을 수 있을 걸세…….”
와트와 나는 기름기가 도는 계단을 서둘러 올라갔다. 순식간에 윌리엄 경감을 집어 삼킨 기계는 우리를 쫓아 계단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 뒤에서 커트너는 사냥개를 다루듯이 마구 소리를 질렀다.
“놓치지 마라! 저 녀석들이 너의 마지막 목표다!”
빨간 물체를 본 성난 황소처럼 증기를 뿜어낸 기계는 괴성 같은 마찰을 내며 맹추격을 하기 시작했다. 나보다 한 발 더 먼저 지하실을 빠져나간 와트는 근처에 있는 버려진 기계를 두드리면서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빠져 나오자 와트는 지하실 입구 근처에서 긁어모은 증기기관을 지하실로 밀어 넣었다. 그 증기기관 안에는 석탄이 잔뜩 들어 있었는지 검은 가루가 흩날렸다. 계단을 따라 미끄러지기 시작한 증기기관들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문제의 기계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내 예상으로는 그 기계가 움직이는 힘으로 볼 때, 증기기관으로 저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였다. 와트는 나에게 지하실 문을 닫으라고 소리쳤다. 나는 문을 닫자마자 아까 생각한 것은 잊어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와트와 함께 공장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때였다. 하늘을 뒤흔들고도 남을 굉음과 함께 공장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지하 깊은 곳에 있을 법한 열기와 시커먼 악마의 입김이 공장 지붕을 뚫고 치솟았다. 나와 와트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지옥문을 통해 올라온 악마가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괴성과 지옥의 불꽃이 버밍엄 시내를 여러 차례 울리고서야 경찰과 소방관들이 달려왔다. 그런데 윌리엄 경감이 이 사건을 상부에 보고도 안하고 조사를 했던 것인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은 ‘버밍엄에서 유명한 분들이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라고 물었었다. 경찰 조사에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평범한 사람의 개념이나 상상력으로는 그 끔찍한 기계를 떠올리기도 힘들 분더러, 떠올린다 해도 모든 것이 붕괴 되서 이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
다음 날, <더 타임즈>에는 34번가의 버려진 공장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일어났다고 기사가 실렸다. 그 현장에 있던 나와 와트는 그냥 지나가던 목격자 정도로 나와 있었다. 공장은 폭발로 완전히 붕괴되었고 지하실에서는 피범벅인체로 산산 조각난 정체불명의 기계와 가스등 여러 개, 그리고 표지 만 남아 있는 책이 발견되었다. 제목에는『기계와 피』라고 적혀 있었다. 경관들의 시체는 기계가 먹어치웠다 하더러도 커트너의 시체가 없다는 게 이상했다. 공장에서 일어난 폭발은 폼페이를 집어 삼킨 베수비오 산의 위력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사건이 일어 난지 4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잉글랜드 어딘가에 존 커트너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년이었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증기기관의 운전, 조립을 담당하다 독립한 리처드 트래비식이 증기기관차라는 것을 공개 실험 했을 때 나와 와트는 심장이 멎을 뻔했다. 왜냐하면 34번가 공장 지하에서 목격한 커트너의 기계와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모습이 약간 다르고, 톱니바퀴 치아가 달려있지는 않았지만. 만약, 트래비식이 우리 회사에서 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나와 와트는 존 커트너로 확신하고 죽이러 갔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 사건은 나와 와트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증기기관차라는 것 말고도 현재 영국 곳곳에서 다양한 기계의 발명이 시도 되고, 공장에서는 대량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커트너의 기계처럼 사람의 피를 먹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들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기계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히 인간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4년 전, 버밍엄 경찰은 나와 와트에게 사건과 관련된 증거품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었다. 나는 공장 폭발로 인해 하늘을 날아다니던 나무조각과 신문지 사이에서 눈에 띄던 종이 3장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있었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이건 와트도 모르는 일이다. 살짝 훑어 봐도 영국 왕실에서 까지 내용 유출을 막을 내용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숨겼던 것이다. 이 4장의 종이의 출처는 <더 타임즈>에서 표지 만 남은 책에 관해 말하고 있을 때 눈치 챘다.
폭발이 일어났던 상황에 주은 것이라서 대부분의 글씨는 검게 그을리거나 한 페이지 전면이 새카맣게 타서 전체 내용은 확인이 불가능했다. 다음은 그 3장의 종이 중에서 알아 볼 수 있는 내용만 필사한 것이다.


기계란, 인간이 필요로 만든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계라는 요소로 세상에 나타나고 싶은 어떤 존재가 인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기계를 만들게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기계와 피』19페이지 6열


기계는 망가지면 자기 치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계를 필요로 하는 인간이 있기에 기계는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신이며, 모습을 각양각색으로 바꾸는 신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기계와 피』 19페이지 17열


  사고는 실수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사고는 석연치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은 기계가 인간의 피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인간의 피를 먹기 위해 정신 상태를 멍하게 만들어 사고가 나게 만든다. 기계사용 도중 발생한 사고는 부주의라는 명목으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지만, 기계에게는 묻지 않기 때문에 기계들은 이런 방식으로 인간의 피를 먹는다.

-『기계와 피』 137페이지 10열


기계의 얌전한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겉으로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어딘가에 피해를 주고 있을 것이다.

-『기계와 피』 137페이지 19열


기계로 인해 인간은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복당할 것이다.

-『기계와 피』138페이지 23열




1804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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