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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시계

2004.12.01 15:1812.01

시계

1

딸깍. 딸깍. 딸깍




「쉬고 싶어요」

「뭐라고?」

「쉬고 싶다고요」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을 시계공으로 일해 왔지만 처음 듣는 말이었다. 버럭 화를 낼까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시계인 탓이라 생각하며 일단은 타이르듯 말을 꺼냈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니, 칸트?」

황갈색의 어린 솔 나무로 이뤄진 시계, 칸트는 변명처럼 말했다.

「쉬고 싶다는 게 왜 말이 안되나요. 그저 저는 쉬고 싶을 뿐이에요」

칸트는 시침을 따라 눈을 굴리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것이라 생각한 나는 나에게 어린 시계를 설득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을 깨달았다. 어린 시계라도 멈추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했다. 하나의 시계라도 멈추면 난처한 노릇이니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고, 나는 천천히 이 철부지 시계를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그 결과 나는 안경을 지긋이 내리며 말을 꺼냈다-

「네가 쉬고싶다고 해서 쉬면 되겠니? 네가 쉬어버리면 사람들은 어쩌고?」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람. 저는 쉬고 싶을 뿐이에요. 그럼 사람들도 쉬라죠, 뭐」

칸트는 고개를 획하고 돌리며 말했다. 나는 계속 흘러내리는 안경을 능숙히 올리며 말했다.

「휴. 그게 아니지. 네가 멈추어버린다면, 사람들은 어느 시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잊을 거란다. 그뿐인 줄 아니? 쉴 때도 시계는 계속 봐야 하는 거야. 그래야 언제 일할 시간이 돌아오는지 알게되지 않겠니」

「그럼 일하지 말라지요」

「그럼 너의 밥은 누가 주지? 누가 너의 시계 밥을 줄까?」

「나를 먹지 않아도 살수 있게 해주세요! 마에스트로는 가능하잖아요」

「……물론 가능하기야 하다만 그건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란다. 모든 생물은 먹어야 살 수 있지. 어느 누구도 그 법칙을 깰 수는 없단다」

칸트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법칙을 깨달라고 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며, 어린 시계가 깨우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잘못되었나 보다. 어린 시계 칸트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았다.-평소에 내가 즐겨읽던 철학서의 영향이 큰 탓이었다- 한참이나 조용히 생각을 갈무리하던 칸트는 나직이 물었다.

「저는 ‘생물’인가요?」

「뭐?」

「저는 ‘생물’인가요? 먹고 움직이긴 하지만, 다른 생물처럼 내어놓은 것이 없는 걸요. 그뿐인가요? 저는 거의 죽지도 않아요. 수리하면 영원히 살수도 있죠. 저는 생물인가요?」

갑자기 생물의 기본정의라는 깊고 심오한 철학의 샘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한 100m쯤 풍덩 빠진 것 같다. 솔직히 칸트가 그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오래된 시계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우선 나는 숨을 고르며 칸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평소와 다르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는데, 칸트는 나의 눈빛을 읽을 만큼 눈치가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효과만점인 눈치를 차버린 뒤, 오래된 구식 대화법을 끌어들여야 했다. 소크라테스여 위대하다.

「그럼 너는 너를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음.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딱히 저를 생물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 걸요」

「그럼 개미와 나비들도 자신들이 생물이라는 것을 생각할까?」

「글쎄요. 아마 안 하겠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생물이 아닐까?」

「에……. 하지만! 그들은 사고가 발달되지 않았는걸요! 자유를 즐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저는 자유를 즐길 줄 알아요. 저는 쉬고 싶단 말이에요!」

「글쎄. 네가 생물이든 아니든 쉬는 건 별개의 문제인걸. 나를 들어볼까? 나는 내가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잖니」

「하지만 언젠가는 쉬잖아요. 피곤해지면 쉬겠지요」

「그래? 그럼 너도 피곤해지면 쉬렴. 하지만 너는 피곤을 느끼지 못하잖니?」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칸트는 시침과 분침사이에서 눈을 굴리다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피곤해요! 피곤하다고요! 피곤해 죽겠어요. 으아아- 시계 죽어요!」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마음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일단락 될 찬스를 얻은 것이다. 칸트가 논리를 던져버렸을 때 이미 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나는 작은 드라이버를 흔들며 말했다.

「전혀. 나는 너를 피곤을 느끼는 존재로 만들지 않았는걸. 네가 피곤을 느낀다는 것은 거짓말이지」

「아니에요! 저는 분명히 피곤하단 말이에요!」

「그만 하렴. 너 때문에 내가 다 피곤할 지경이구나」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타이르듯 말했다. 결국 칸트는 자신의 뜻을 굽히고는 고개를 돌려 뚱해져 버렸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칸트도 사고를 가진 시계였고, 덕분에 육체적이 아니라 심적으로 피곤해져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계가 쉰다는 것은 말이 안될 소리다. 시계가 쉬어버리면 사람들은 어찌하는가.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인간이 세운 모든 것이 붕괴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칸트에게 나직이 일러주었다.

「혹. 나중에 인간이 시계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 쉬게 될지도 모르지(하지만 나로서는 그게 달갑지 않은걸)」

칸트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칸트의 시간을 보았다. 잘 시간이었다. 걸지게 하품을 하고 난 나는 걸어가 침대에 풀썩 누웠다. 하지만 곧장 잠의 나라로 떠나지는 못했는데, 때마침 사신이 들이닥쳤고, 시계를 급히 만들라는 어명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잠을 잘 시간에 시계를 또 하나 창조해 내야 했다. 나는 시계공 마에스트로. 쉬고 싶을 때 그리고 자고 싶을 때 자지 못하는 것은 시계와 마찬가지였다. 딸깍. 딸깍. 딸깍.




2

<그들은 시계라는 신을 섬깁니다. 시계는 그들에게 많은 것들을 지시한다고 합니다.>
-걸리버 여행기中-




언제 부터 그 일이 시작되었던 것일까? 아마도 칸트가 자신의 일에 실증을 내고 쉬고 싶다고 말한 때 부터 일 것이다. 그래. 그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비슷한 시기였을 것이다. 시계들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비극적이게도-

『궁정 시계공 마에스트로 걸리버 귀하

이렇게 편지를 부치는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며칠전부터 벌어진 이상한 일 때문입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악마의 사역일까요? 아니면 신벌인 것일까요? 두렵습니다. 며칠전부터 시계가 제대로된 일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 시간인데도 잠을 잘 시간이라고 말하고, 잠을 잘 시간에는 산책을 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걸까요. 두렵습니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한밤중에 산책을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이고, 해가 중천에 떠도 가게문을 열지 않는 곳이 태반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고장이라고 하기에는 시계는 너무나도 잘 가고 있고,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습니다. 위대한 마에스트로시여. 우리 마을로 오셔서 이 일을 해결해 주십시오. 부디 속히 오십시오

첫 해가 뜨는 마을에서, 이름을 바친 신의 종지기가』

그 편지를 받은 것은 이른 아침이었다. 하지만 그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내가 편지를 너무 늦게 받았다는 사실과 너무나도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늦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나는 그 즉시 마차를 잡아타고 첫 해가 뜨는 마을로 향했다. 물론 왕께 서신을 부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 해가 뜨는 마을로 가는 중에 많은 마을을 지나갔고, 벌써부터 약간은 어긋나는 무언가를 알아챌 수 있었다. 마을로 가까이 갈수록, 나의 손에 채워진 시계가 느려지고 있었다. 대화를 할 수 없는 손목 시계라는 사실에 후회하며 나는 속히 마을에 닿기를 빌었다.

마을에 도착한 것은 아침 해가 갓 솟아나는 밤이였다.

그 표현이 얼마나 적절하냐면, 해가 갓 떠오르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바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가게들은 문을 닫고 있었다. 술 취한 주당들이 어슬렁거리며 아침 해를 바라본다. 나는 머리가 뽑힐 것 같은 경악을 느끼며 곧장 마을 중심의 시계탑으로 향했다.
시계는 저녁 10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쾅쾅쾅. 문은 잠겨 있었고, 나는 부서져라 문을 두드렸다. 종지기는 잠에 들려했는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걸리버요!」

「어? 마에스트로이십니까? 어,어서오세요! 이제야 안심이 되는 군요.」

「이게 다 무슨 일이요!」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 아니. 일단 앉지요」

종지기가 건네주는 의자에 앉으면서도 나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종지기가 마침 있던 찬 우유를 건네주었을 때야, 겨우 나는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은 후에도 경악이 몸에 남아 몸 전체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진정되셨습니까? 벌써 한달가까이 지난 탓에 저는 약간 적응이 되고 있었답니다」

「왜 미리 알리지 않으셨소?」

「글쎄요. 처음에는 그런일인 줄은 추호도 몰랐습니다. 모두 시계를 보고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시계가 ‘틀리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요」

「아. 그렇군. 마을 시계 전체가 ‘틀리고’ 있는 것이요?」

「그건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절대적인 시계가 없으니까 ‘어느것’이 틀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요. 그래도 모든 시계가 대개 다르게 움직이더군요. 제 시계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하루에 세바퀴를 움직입니다. 그걸 알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지요. 신기하지 않나요?」

종지기는 웃었고, 나는 어떤 추측을 입밖에 내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이런 일에 웃을 수 있다니, 종지기가 미쳤군’ 나는 불안감에 눈을 굴리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맞추려는 노력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절대적인 시계가 없었고, 그리고 다 맞는 시계였습니다. 시계에 우리를 맞추는 것이 편했지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답니다. 마에스트로께서도 지금은 그렇게 불안하지만, 곧 익숙해지실 겁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시계를 맞출 것이요. 일단 당신의 시계를 줘보시요」

종지기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마호가니 나무로 만든 회갈색 시계를 가져왔다. 나는 기억을 한참 더듬어서야 그것이 내가 6,7년전에 만든 ‘바로크’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나는 바로크에게 물었다.

「이봐. 바로크」

「지금 시계에게 말을 거시는 겁니까? 시계가 말도 합니까?」

「그렇소. 물론 나하고만 대화할 수 있소. 그러니까 좀 조용해 주시요」

종지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다시 바로크를 깨웠다. 생명의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봐. 바로크」

「오호라. 마에스트로시군요. 어이 행차십니까?」

바로크는 갑자기 눈을 뜨더니 당돌하게 대답했다. 바로크는 자존심 높은 시계였다. 하긴, 내가 그를 만들때 굉장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었으니까. 그의 자존심은 나의 반영인 것이다. 나는 낮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군」

「물론이죠. 나야 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 문양의 일부가 부서졌는데 고쳐주실 용의가 없으십니까?」

「그건 나중에 미루자고. 근데,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무슨 일이라뇨?」

바로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정말 모른다는 듯이 물어온 것이다. 나는 짜증을 가라앉히며 다시 한번 물었다.

「시계가 제대로 가고 있지 않더군. 시간은 제멋대로고, 제대로된 행동을 알려주지 않고. 이게 무슨 일이지?」

「글쎄요. 모르겠는 걸요. 저는 제대로 가고 있어요」

이런 대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그래도 마에스트로의 자존심이 있었고, 나는 다시 한번 바로크에게 물었다.

「제대로 가고 있다고? 그럼 너의 속을 좀 뜯어봐야겠군」

「남을 벗기는 취미가 있었습니까, 마에스트로? 별로 고상하지 못한 취미로군요」

「......」

나는 공구함을 꺼내들어 바로크의 나무 겉을 뜯어냈다. 속에는 정교한 기계부품들이 절묘한 움직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종지기는 너무나 정교한 그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부품 하나 하나의 움직임을 살피며 톱니바퀴가 부서진게 없나 찾아보았다. 딸깍. 딸깍. 딸깍.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느슨해진 체인들이 없나 확인해 보았고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시계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움직임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태엽이 늘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는 ‘틀리게’가고 있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크를 다시 조립하며 나는 허탈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었다. 종지기가 의문의 표정을 지어왔을때 그 기분은 더했다.

「이유를 아셨습니까?」

「......모르겠군요. 시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시계에 맞춰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로군요.」

웃으며 말하는 종지기의 말에 퍼뜩 머리를 스치는게 있었다. 나는 추궁하듯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 농담이었습니다. 그냥 세상이 변하니까 그런게 아닐까 하고 한거죠」

「그렇군. 세상이......세상이 변한것이였군! 그럴 수가!」

나는 생각했다. 미흡하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시계가 변한 것이 아니라면 세계가 변한 것이다.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난관에 봉착해야 했다. 혹여 만약에 세계가 변한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시계는 똑같이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계는 모두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없다. 라는......

며칠이 지난뒤 나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나의 마에스트로라는 자존심은 종이장처럼 바닥에 나뒹굴고 짓이겨져 있었다. 나는 그 무엇도 알아내지 못했다. 고작 알아낸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나는 마을 전체의 시계를 확인하였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비록 모든 시계를 새로 맞추었지만 문제를 모르니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다시 문제가 생기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탓은 아니었다. 내탓은......젠장. 쉬고 싶다. 쉬고 싶다.
그 순간 문득 나는 칸트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쉬고 싶어요」

‘나도 그렇단다, 칸트야. 절실히 쉬고 싶어.’

「쉬고 싶어요」

‘그래 나도......’

「쉬고.......설마?」

'맙소사'

벌어진 입으로 나는 한참이나 멍해져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상상이지만 실제로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일을 벌이리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나는 경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시계를 만들때, 모든 시계를 한개의 ‘절대시계’에 맞추었다. 그것은 칸트의 전신이었던, ‘신의 물고기’라는 시계였다. 그러나 ‘신의 물고기’는 새로운 세대의 행동을 지시하지 못했고, 덕분에 칸트라는 시계로 바뀌게 되었다. 일종의 변혁이었다. 인간의 행동이 시계 자체를 넘어 새로운 시계를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칸트는 ‘이성적’인 시계였고, 신의 물고기와는 달리 인간적이었다.
“모든 시계는 칸트에 맞춰져 있다. 칸트는 쉬기를 원했다.”

<칸트는 쉬어 버린 것이다.>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종지기가 헛기침을 한 후에야 그가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입니까?」

「다시 변하더군요. 시계가」

「아......그렇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시계에 적응해 있고, 멈춘다고 해도 이젠 어느정도 할 시간에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어떤 기억이 머리속에서 오마쥬처럼 떠올랐다.

<<「혹. 나중에 인간이 시계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 쉬게 될지도 모르지」>>

‘그것이었나. 쉬기 위해서 고약한 짓을 하는 군. 칸트’

나는 시계공 마에스트로 걸리버. 나는 시계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내 삶의 목적은 시계를 만드는 것이고, 시계가 쉬는 것은 나로선 달갑지 않다. 사람들이 시계가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은 나에게 직업을 뺏는 것 이상으로 공포스러운 일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새시대가 오는 것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사람들이 시계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사는 시대가 오는 것을 지켜보아야 할 것인가. 딸깍. 딸깍. 딸깍. 나는 시계공 마에스트로. 살아갈 힘이 없는 시계공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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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버젼인데..

뒤에 쓴것이 별로라..이걸 올려요.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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