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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살인충동

2010.02.10 22:0602.10

살인충동




  늦었어. 형. 이 자식은 이미 뒈졌어. 내 입술이 떨리고 있었다.



  사무실 바닥에 쓰러진 남자의 머리에서 배어나오는 피를 보고 형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119…… 119…… 하면서 바로 앞에 있는 수화기도 집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형의 멱살을 붙들고 정신 차리라며 소리를 꽥 질렀다.



  “정신 차려, 형! 이 자식은 이미 죽었어! 이제 어쩌지 못해!”



  형은, “좀 참지 그랬니.” 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타박한다. 형만 입을 다물어 주면 일이 다 잘될 거라고 말했다.



  “어차피 지금은 늦은 시간이라서 아무도 없어. 누구도 들은 사람이 없단 말이지. 형과 나, 우리만 입 다물면 모두 무사해.”



  밖으로 나가서 비닐과 끈, 옷을 담는 포대와 큰 가방을 가지고 왔다. 옷을 싣고 다니는 SUV 차량 뒤에다 실은 다음에 각지를 돌아다니며 보아둔 으슥한 저수지로 가서 시신을 던져버렸다. 첨벙! 하는 소리가 나면서 시신이 든 가방이 가라앉자 속이 다 시원했다. 형을 돌아보니까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 좋아서 잘 속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는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꼴 때문에 피폐한 가정 경제를 더 이상 짊어지고 가지 못하고 어느 날 밤에 홀로 도망갔다. 아직 어린 아들들이 아버지를 돌볼 수 있을리 만무했고, 아버지도 그 길로 어디론가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두 형제는 이웃들에 의해서 고아원에 보내졌다. 그때 형 박영석은 10살, 동생 박영준은 8살이었다.



  형제는 고아원에서 살다가 형 영석이 18세가 되어 고아원을 나오자, 동생 영준도 뒤따라서 나왔다.



  갈 곳이 없는 형제는 설마 죽기야 하겠냐고 닥치는 대로 살아보기로 하고 숙식이 되는 곳을 찾아서 음식 배달에서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 물류 운송, 토목 공사장 등 안 해본 일 없이 몸이 부서지도록 일했다.



  험한 세상에서 두 형제가 의지할 사람은 오직 서로 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세상 경험이 쌓이고, 머리가 굵어지자 형 영석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옷 장사를 시작했다. 모은 돈으로 중고차를 사고, 아침 일찍 동대문 시장 같은 곳에서 옷을 싸게 대량으로 산 다음에 필요한 곳에 납품을 하는 방법이었다. 몸이 힘든 건 변함이 없었지만 의외로 돈이 벌려서 형제는 이전처럼 심각하게 돈에 쪼들리지 않게 살 수 있었다. 이전에는 별식으로나 먹을 수 있던 곰탕을 옷 장사를 시작한 뒤로는 한 달에 두세 번 먹을 수 있게 되자 두 손을 붙잡고 소리 죽여서 울기도 했다.



  돈이 어느 정도 벌린 뒤에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는 방법의 장사도 시작했다. 많이는 아니었지만 짭짤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수입이 들어왔다.



  형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오 씨라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겉으로는 동대문에서 옷을 게 주는 단골 거래상들 중 한 사람인데, 몇 번 거래를 하면서 안면을 익히다보니까 형과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가끔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다만 동생 영준은 오 씨를 별로 좋게 보지 않는 듯 했다. 거래 말고는 인간적인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하루는 오 씨가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서 저녁에 같이 곱창에 소주를 마시던 중에 오 씨가 말을 꺼냈다.



  “자네들, 한 달 수입이 얼마나 되나?”



  영석이 월수입은 수백이고, 그것을 둘로 나눈다고 했다. 그러자 오 씨는 혀를 끌끌 찼다.



  “내가 알기로는 자네는 이제 나이가 30줄이고, 동생은 20대 후반인 걸로 아는데? 슬슬 가정을 꾸려야 할 나이가 아닌가? 가정을 가진 선배로서 충고하는데, 아내 생기고, 자식 생기면 들어가는 돈이 장난이 아니야.”



  갑자기 술이 써졌다. 매일 바쁘게 여유 같은 건 두지 않고 살고 있어서 형제는 연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갑자기 가정 이야기가 나오니 둘은 이해하지 못하고 술잔을 입에 대고, 불판 위의 곱창을 굴리며 딴청을 피웠다.

오 씨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이제 수입이 더 들어올 새 분야를 개척해야 하지 않겠어? 세상은 복잡해지고 있네.”



  영석과 영준도 신문이나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는 있어서 그 점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었다. 오 씨가 술잔을 비운 다음에 입을 열었다.



  “내가 요즘 그런 분야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데, 투자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서면 자네들에게 연락하겠네. 해보지 않겠나?”



  영석이 어떤 업종이냐고 묻자, 오 씨는 서비스․IT업종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IT가 무척 많은 분야와 접목을 할 수 있다면서 설명을 늘어놓았다. 형제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재차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둘은 현재 자본금에 대하서 소곤거린 다음에 오 씨에게 대답했다.



  “일단 알아보시고 저희한테도 정보를 주세요. 보고 수익이 확실하다 같으면 투자하겠습니다.”

  “과연 현명한 총각들이군. 물론 정보를 주겠네.”



  그 날 술자리는 몇 순배 더 돈 뒤에 파했다. 보름 뒤에 형제는 옷을 가지러 갔다가 정보라면서 오 씨에게 한 뭉치의 복사본을 넘겨받았다. 펼쳐보니 가방끈이 짧은 그들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와 복잡한 그림이 가득했다. 오 씨가 말했다. “어떤가? 이해할 수 있겠나?”



  영석은 가져가서 읽어보겠노라고 대답하고, 복사본 뭉치를 가지고 사무실 겸 창고로 돌아왔다. 동생과 나누어 읽은 다음에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 사업이 미래성이 있는 것 같아?”



  영준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느낌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제껏 과는 다르게 아저씨의 눈초리가 좀 이상했어. 그 사람, 이제 더 이상 가까이 하면 안 될 것 같아.”



  형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동생을 타일렀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많은 친절을 베풀어 주셨지. 그런 분을 의심하는 건 못쓴다.”



  형은 투자를 결심하기로 한 것 같았다. 동생은 그런 형을 말리지 않았다. 사업을 하다보면 어차피 손해 볼 가능성이 있는 거고, 그러면서 깨우치는 거라고 주위에서 얻어 듣기도 했다. 형은 자기 통장에 모아둔 돈에서 1천만 원을 오 씨가 가르쳐 준 계좌로 송금했다. 나중에 오 씨는 투자한 돈이 너무 적지 않냐면서 더 투자하도록 형을 설득했고, 형은 천만 원을 더 송금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그날따라 열심히 일하고 있던 영석과 영준에게 오 씨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나타났다. 그는 형제를 보자마자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정말 미안하네! 그 회사! 투자금을 전부 들고 외국으로 날라버렸어!”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오 씨는 자기도 억에 가까운 투자금을 날렸다면서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영석은 우선 오 씨를 안으로 데려가서 따끈한 녹차를 먹이면서 진정시킨 다음에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그 놈들이 사기꾼이었네. 전형적으로 투자금을 모은 다음에 날라버리는 사기꾼이었어! 아이고, 피 같은 내 돈!”



  오 씨의 울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영석은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같이 찾아보자며 그를 달랬다.



  머잖아 오 씨는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했다가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영석과 영준은 돈을 떼인 채로 전전긍긍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돈은 모두 영석의 통장에 있던 것이었지만 영준도 크게 걱정을 했다.

오 씨가 두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난 건 1년이 흐른 뒤였다. 눈빛이 흐려지고, 어깨가 앞으로 굽어있는 게, 이전보다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미안하네. 그동안 놈들을 찾아다녔네. 행방을 수소문도 해봤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군. 게다가 경찰은 날 의심해서 한 달간 구류되어 있기도 했었고…….”



  오 씨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형제는 술이나 마시자며 그를 포장마차로 이끌면서 위로했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며 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자네 형제에게 몹쓸 짓을 했군. 내 자네들 투자금은 반드시 다 갚아주겠네.”



  영석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지만 오 씨는 반드시 다 갚아주겠다면서 술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지갑을 뒤져서 술값에 보태 쓰라며 만 오천 원을 주고 갔다. 오 씨는 작은 체구였는데, 어깨를 늘어뜨리자 더 왜소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오 씨는 몇 달 동안 소식이 없었다.



  영준이 하루는 낮에 받기로 한 옷을 찾기 위해 다른 일에 바쁜 형을 대신하여 혼자 동대문을 방문했는데, 그때 오 씨에 대한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같이 옷을 받으러 오는 경쟁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그 사람,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데……?”



  영준은 순간 손이 굳었다. 오 씨에게서는 가까워질수록 좋은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형은 무엇을 믿고 그의 말에 응해서 투자한 것일까? 급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 씨가 와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그는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매처럼 흉흉한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형과 마주 앉아있었다.



  “내가 직접 벌어서 갚겠다는 데, 그 정도도 이해해 줄 수 없나?”

  “죄송합니다. 아저씨. 하지만 저희에게는 빌려 드릴 돈이 없어요.”

  “대출이라도 받을 수 없겠나? 은행에 가면……. 자네들은 성실하니까 신용이 있겠지.”



  그 말대로 열심히 사는 형제들은 근처 은행 사람들과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사무적인 일로 가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형은 한참 생각한 뒤에 입을 열었다.



  “일단 은행 간부들과 이야기를 해보겠어요. 며칠 뒤에 다시 오실 수 있나요?”



  오 씨는 한숨을 쉬고 알았다면서 자리를 떴다. 그가 가고 난 뒤에 영석은 잠시 은행에 갔다 오겠다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영준은 형보고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에 입을 열었다.



  “형. 내가 오늘 동대문에 갔다가 소문을 들은 게 있어. 오 씨 아저씨…… 별로 질이 좋지 못한 사람이라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영석에게 영준은 자세히 밝혀진 건 없지만 몇 명을 속여서 적지 않은 돈을 갈취한 전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영석은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상대를 의심하는 건 못 쓰다면서 타일렀다. 영준은 형이 너무 사람이 좋다는 걸 지적하고 싶었지만 일단 한 발 물러섰다. 아직 그의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해온 오 씨가 설마 배신이야 하겠냐는 믿음이 한 조각 남아있었다.




   영석은 은행에 갔다 온 뒤에 아주 적은 액수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며칠 뒤에 오 씨가 찾아오자 그대로 말했더니, 그는 버럭 화를 내었다.



  “내가! 자네들을 위해 벌어 갚아주겠다는 데, 그 정도도 도움을 주지 못하겠다는 건가!”



  그리고 몸을 홱 돌려서 사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형이 붙잡았지만 오 씨는 소매를 뿌리치고 돌아갔다. 영준은 옆에서 주문 처리를 하면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며칠 뒤에 다시 오 씨가 왔는데, 형은 어디서 났는지 5백 만 원 정도 되는 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오 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너무하는군! 모두 자네들을 위해서인데! 참 너무하는 군!”



  형은 한 핏줄이면서 의지할만한 파트너였다. 동생은 형을 속여서 거액을 손해 보게 했으면서 열심히 일하여 돈을 갚을 생각은 않고 형에게 돈 더 달라는 소리를 하는 오 씨를 보자 격분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오 씨에게 쩔쩔매는 형에게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영준은 벌떡 일어나서 앉아있던 의자를 집어 들었다.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형과 오 씨가 놀랐지만 막을 수 없었다. 영준은 그대로 의자 모서리로 오 씨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오 씨는 억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머리에서 흐른 피가 바닥에 번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사태에 형은 허둥지둥 거렸다.



  “아이고, 이를 어쩌지. 좀 참아보지, 왜 사람을 죽였니?”



  영석은 영준에게 왜 이런 짓을 저질렀냐고 타박했다. 영준도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애써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런 짓을 저지르긴…….”



  영준은 오 씨의 맥을 짚어보았다. 일격에 즉사한 듯 했다.



  “늦었어. 이 자식은 이미 뒈졌어. 사람이 이리 쉽게 뒈지다니…….”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영석이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영준은 시체를 처리해야 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마침 지금은 밤이야. 이대로 두면 우리가 벌을 받지. 형도 좀 도와줘.”



  피를 닦으라고 걸레를 형에게 던져주었다. 영석이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번진 피를 닦는 사이에 영준은 큰 가방과 비닐, 포장용 끈을 준비해 왔다. 시신을 웅크리게 하고, 팔 다리를 묶어서 최대한 부피를 작게 한 다음에 비닐로 둘둘 감고, 옷을 싣고 다니는 큰 가방에 힘겹게 집어넣었다. 지퍼를 닫은 다음에 끝은 납을 녹여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 형과 가방을 들고 나와서 옷을 싣고 다니는 차량 짐칸에 싣고 영준이 운전대를 잡았다.



  몇 시간을 운전해 간 곳은 교외 저수지로 통하는 으슥한 입구 오솔길이었다. 형제는 차에서 내려서 몇 번이나 주변을 확인한 다음에 저수지로 올라가서 시신이 든 가방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던져 버렸다. 가방은 금방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제 가방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지. 뭐, 찾기도 쉽지 않겠지만…….”



  돌아오는 길에 영석은 손을 떨고 있었다. 그걸 보고 영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런 일이 일어난 데에는 형의 책임도 있어! 왜 저런 자의 말을 들은 거야?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서 판단을 잘했어야지!”



  영석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그의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형이나 동생이나 신을 믿지 않지만, 부디 시신이 발견되어 둘 다 벌을 받지 않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신에게 빌었다.




  형제는 입을 꾹 다물기로 하고 평소처럼 생업에 종사했다. 그런데 그 일 후, 닷새 째 부터인가 형제에게 한 남자가 따라붙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중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반코트를 걸친 남자였다. 그는 사람을 찾는다며 차에 싣고 온 옷을 부리고 있는 형제에게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잠깐 여쭤볼 게 있는데요.”



  그러면서 신분증을 내보였다. 형제는 옷을 실은 가방을 부리다가 남자가 내 보인 것이 마치 경찰 상징과 닮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끼고는 진짜 신분을 물었다.



  “저는 사설탐정입니다. 이런 사람이지요.”



  남자는 명함 두 장을 꺼내서 형제에게 내밀었다. 명함에는 김유신이라는 이름과 사설탐정이라는 직업, 상호명, 연락처 등이 적혀있었다.



  “사설탐정께서 우리에게 뭐가 묻고 싶어서 찾아오셨나요?”



  하고 영준이 묻자 남자가 대답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는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보였다. 사진에 찍힌 남자를 보자마자 형제는 흠칫했다. 거기에 찍힌 남자는 바로 오 씨였다. 남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이 남자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뢰를 받고 행방을 찾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동대문에서 여러분을 알았는데, 평소 친분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형제는 바로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형은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 고개를 돌렸고, 동생이 대신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닷새 전에 사업에 대한 투자 건으로 찾아왔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밤늦게 돌아갔었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지요?”

  “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투자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사업이고, 투자였냐는 남자의 물음에 영준은 안으로 들어가서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해 놓은 통에 던져 놓은 복사본을 가지고 나왔다.



  “여기에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뭐…… IT이었던가? 그런 종목이었는데, 투자받은 놈들이 투자금 들고 날라버렸습니다. 덕분에 형의 돈 2천만 원을 날렸지요.”



  남자는 그걸 자기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했다. 영준은 얼마든지 가져가라고 말했다. 남자는 승낙해 주어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영석과 영준은 한동안 찝찝한 기분이 남아서 그날은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때 영석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거래처 상인인 듯한 자와 통화를 하고 나서 남대문에 갈 일이 생겼다고 영석이 말했다.



  “예약해 놓은 물건이 드디어 왔어. 이건 이문이 더 많이 남을 거야.”



  형제는 차를 교대로 운전하는데, 이번에는 영준이 운전할 차례였다. 가는 길에 영준이 영석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 어제 밤이나 아침에 내 신발 건드린 적 있어?”

  “아니. 건드리지 않았는데 무슨 일 있었냐?”

  “별건 아닌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내 신발하고 형 신발이 옆으로 넘어져 있더라고.”



  영석은 생각에 잠겼다가 영준의 팔을 툭 쳤다.



  “정리는 잘 해둬야 하는 거란다. 네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다가 내 신발까지 넘어뜨린 거겠지.”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매사에 꼼꼼한 형과는 달리 덤벙대는 면이 있는 동생은 자신의 그런 면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가하고 생각했다. 아니, 그래도 어금니 사이에 뭐가 낀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때 형이 고함이 질렀다.



  “야! 야! 앞을 똑바로 봐!”



  앞에 빨간 불이 켜졌고, 차들이 정차하고 있었는데, 영준이 운전하는 차는 감속 없이 앞으로 가고 있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의 속도가 줄면서 앞차와 손가락 하나 들어갈 간격을 두고 차가 멈췄다. 영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사고 날 뻔했잖아. 임마.”



  그때 영준은 탐정이 인도로 걸어가는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형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귀에 가까이 대고 빽 소리를 질러서야 녹색불로 바뀌고 뒤에 있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고 있는 걸 알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엑셀을 밟았다.




  이상하게 김유신이라는 사설탐정은 그날 이후부터 아무도 모르게, 간혹 눈에 띄게 형제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면 어디론가 가는 척을 하지만 그 정도가 어설퍼서 형제의 경계만 샀다.



  그날도 새벽녘에 옷을 떼 와서 창고 안으로 나르고 있는데, 영석의 눈에 탐정이 식당에서 나오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요사이 자주 보였기에 영석은 탐정이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영준은 설마 그럴 리야 있겠냐면서 형의 불안을 불식시켰지만 그 자신도 한 구석에 불안감 한 조각이 있었다.



  영준은 자꾸만 봉지 입구를 엄지로 문질렀다. 쉬지 않고 문질렀다. 봉지를 내려놓으면 바지자락이라도 문질렀다. 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꾸만 탐정도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이러면 어떨까? 저 탐정이 우연히 우리를 본 모양인데, 저 놈마저도 없애버리는 거야.”



  영석은 깜짝 놀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옷 봉지를 떨어뜨렸다.



  “넌 이미 살인을 한 몸이야. 더 죽이겠다는 거야?”

  “하나나 둘이나 별 차이 없을 거야. 이번에도 우리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돼.”



  그러면서 손에 든 옷 봉지를 홱 던지듯이 창고 옷 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영준은 물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널찍한 사각형 나무판이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위에 하얀 물질이 발라져 있었다. 발을 치우고 들어보니까 자기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영석이나 영준이나 별로 대수롭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멀리 던져버렸다. 그들이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에 탐정이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영준이 던진 나무판을 집어 들고 소중히 여기듯이 두 팔 안에 안고서 자리를 떠났다.




  영준은 탐정을 제거하기 위해서 질긴 가죽 끈을 준비했다. 나타나면 몰래 접근해서 목을 조를 계획이었다.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더니, 엿새 째 되는 날 저녁 인근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형제는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탐정은 안으로 들어와서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메뉴판을 쓱 훑어보더니 제육덮밥을 주문했다. 주방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곧 제육덮밥을 담은 접시가 날라져왔다.



  탐정은 음식을 날라다 준 아주머니를 불러 세우더니 한 가지 물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앞치마로 손을 닦으면서, “무슨 물음인데요?” 하고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 몇 개월 내에 이 식당에 오지 않은 손님이 있었습니까?”



  순간 영준은 탐정을 흘겨보았다.



  “미안해요. 이 나이가 되니까 기억력이 떨어져서…… 하지만 저쪽에 앉으신 손님과 가끔 오신 남자 손님은 요즘 보이시지 않던 것 같던데요.”



  아주머니가 가리킨 쪽은 형제였다. 탐정은 영석과 영준을 한 번 쳐다본 다음에 품에서 수첩을 꺼내어 뒤적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국을 후루룩 마시면서 영준은 기필코 오늘 이내로 탐정을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형제는 근처 골목에서 탐정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직 밤이 되면 추워서 옷깃을 여미고 기다렸다. 잠시 뒤에 탐정이 식당 밖으로 나왔다. 형제는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영준은 손에 끈을 나눠 쥐고 팽팽히 잡아당기고 있었다.



  고맙게도 탐정은 사람이 있는 길을 지나서 인적이 드문 야산을 끼고 있는 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영준이 먼저 뒤로 접근했다. 수 걸음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에 탐정이 뒤를 돌아보려고 해서 번개같이 달려들어 가죽 끈으로 목을 졸랐다. 탐정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는데, 동시에 주위에서 불이 켜지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꼼짝 마라! 경찰이다!”



  너무 놀라서 손에 힘이 빠졌다. 탐정은 목을 맨 밧줄을 풀고 옷을 털면서 일어섰다. 형사들이 손에 수갑을 들고 다가왔다.



  “이영석, 이영준 형제 맞지? 동생은 오사인 씨의 살인 및 살인미수 및 시체 유기, 형은 살인 방조 및 유기에 동조한 공범으로 체포한다.”



  영준이 분한 목소리로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수갑을 채우는 형사가 말했다.



  “대한민국 같이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는 숨겨봤자 언젠가는 다 들통 나게 되어 있단다.”



  탐정이 형제 앞으로 다가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의 신발을 조사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지요.”



  그는 몰래 신발에 묻은 흙을 채취해서 국립 과학 수사대에 보내어 토질을 분석하고, 어디에 있는 흙과 같은 건지 지질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했다.



  “그 결과 몇 군데로 후보지가 좁혀졌습니다. 세 군데였죠. 바로 이 근처와 경기도의 어느 야산,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저수지…… 그곳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저수지에서 시신이 든 가방을 발견했지요.”



  형사 한 명이 증거품이라며 지문 샘플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비닐과 가방 지퍼에서 당신들 지문이 발견되었지.”



  영준은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말씀해 보십시오. 오사인 씨를 왜 살해했습니까?”



  이미 체념한 영준은 어렵지 않게 입을 열었다.



  “나와 형은 어려서부터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사이입니다. 유일한 혈육이지요. 그런데 그 자가 형을 괴롭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그만…….”



  탐정은 형사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형제를 본부로 끌고 갔다. 일부 형사들이 증거를 수집하러 사무실로 파견되었다.

더 조사해 본 결과 오 씨는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그가 고용한 사람들이었고, 사기극은 한 바탕 연극이었음이 밝혀졌다. 곧 그들도 잡아들이기 위해 사람들이 파견되었다. 형제의 살인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발적이었고, 대상의 질이 좋지 않은 탓도 있어서 정상이 참작되어 직접 살인을 한 동생은 1년 5개월 징역에 2년의 집행유예, 형은 2년 반의 집행유예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본래 성격이 유순한 영석은 집행유예 기간을 무난하게 보냈다. 생업인 옷 장사를 하면서 주말에는 교도소를 찾아가 동생 뒷바라지를 했다.



  “다행이구나. 혈색이 좋아 보인다.”



  원체 건강 체질이라서 그런지 감옥 생활을 해도 영준에게 아픈 데는 없어보였다.



  “형이야말로 괜찮아? 혼자서 옷 파느라 힘들 텐데…….”

  “너 없어도 사업은 잘만 돌아가더라. 일단 도와주는 사람을 한 명 고용했지. 뭐…… 너만큼 일을 잘하지 않지만 말이다.”

  “나, 여기서 모범수로 통하고 있어. 머잖아 광복절인데, 특사로 나갈지도 몰라.”

  “형제가 다시 함께 일할 날이 멀지 않았군.”



  형제는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상 말을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만 가볼게. 내일이 월요일인데 장사 준비 해야지.”



  영석은 가기 전에 사식이라며 몇 가지 음식과 책을 넣어주었다. 영준은 간수의 손에 이끌려서 감방으로 돌아왔다. 안에는 몇 명의 감방 동료들이 무료한 표정으로 누워있거나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동생이 돌아와서 하는 일은 형이 넣어준 경제 서적과 인터넷 서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사회에 나가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공부를 하려고 펼쳐들자마자 앞에서 손이 날아와서 책을 낚아채갔다.



  “이봐, 샌님! 매일 책만 보지 말고 우리랑 이야기도 하지?”



  그리고 책을 어깨 너머로 홱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형이 넣어준 책을 그렇게 다루는 건 모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우선 화를 눌러 참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할까. 여기 생활은 어떻지? 나는 어쩌면 이번 광복절에 나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책을 던진 건 불독이라고 불리는 죄수였다. 몸집이 크고, 험상궂게 생겼으며, 성격이 거친 인물이었다. 교도소 내에 추종자들도 있어서 간수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요즘 배가 무척 아파. 장에 뭐가 생겼나봐.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 가기 전에 가족이랑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어. 그러니 특사에 뽑히면 나에게 양보해 주지 않겠나?”



  알기로는 불독은 알고 지내는 친구나 동생이 몇 명 있으나 가족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영준은 하하 웃으며 그런 일은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타일렀다.



  "그런 건 교도소장과 간부들이 평소 행실을 봐서 선정하는 거잖아?"



  그러자 불독은 불 같이 화를 내면서 동생의 멱살을 붙들었다.



  “너는 지금 내 행실이 개차반이라고 욕하는 거지!”



  켁켁하고 엄살을 떨었다. 주위 죄수들이 말려서야 불독은 멱살을 놓았다.



  “잘 들어둬! 내가 특사로 나가지 못하면 여기서든, 밖에 나가서든 네 놈을 묻어버리겠어!”



  그렇게 엄포를 놓았지만 불독은 결국 특사로 나가지 못했다. 영준은 모범수로 선정되어 광복절 특사로 8개월 만에 나올 수 있었다. 나오자마자 형이 기다리고 있다가 봉지에 든 두부를 반강제로 동생의 입에 들이밀면서 형제는 낄낄거리며 밝게 웃었다.



  형제는 다시 옷 장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하루 일을 마치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서 서적, 신문, 인터넷을 뒤적이면서 괜찮은 아이템을 찾아 사업을 확장시킬 궁리를 했다.



  영준은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기 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영석은 그걸 보고 그동안 하지 못한 일을 채우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영석의 짐작과는 다르게 영준은 심적으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는 건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같이 특사로 나온 동료들 중에서 연줄이 다방면에 뻗어있어서 교도소 정보에도 밝은이가 한 명 있었다. 그와는 가끔 연락을 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불독’이 조만간 병보석으로 나온 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다.



  “그게 정말이야? 언제쯤 나온대?”

  “아마 올해 겨울 쯤? 12월이니까.”



  겨울까지는 불과 한 달 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동생은 다시 손으로 무언가를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12월 하순, 불독은 병보석으로 교도소를 나왔다. 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가기 보다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찾아간 곳은 저수지였다. 며칠 전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불독은 저수지 변에 우두커니 서서 마치 무언가를 찾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쯤 일텐데…….” 하고 중얼거리던 중에 뒤쪽 나무 사이에서 누군가가 웅크린 등을 펴면서 살며시 나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눈을 밟으면서 불독의 등 뒤로 접근했다. 손에는 가느다란 무언가가 동여매여 있었다.



  불독의 목이 가느다란 무언가에 단단히 조여졌다. 숨이 막히는 중에 그는 귀에 익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나, 불독?”

  “네가 어째서 여기에……. 그나저나 왜 이러는 거야? 감방에서의 일 때문인가? 그거라면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죄할게.”

  “착각마라. 난 널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다. 지금 그런 충동이 들고 있거든.”



  목의 끈을 더 세게 조였다. 워낙 목이 두꺼운 자라서 잘 졸라지지 않았다.



  “정보를 흘린 건 나다. 불독. 널 이 저수지에 묻어버리기 위해서…… 네가 형이라고 부르는 자가 여기에 있었어.”

  “오사인 형을 알고 있었나? 죽었다고 들었는데, 범인이 너였나?”



  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독이 죽여 버리겠다면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힘이 좋아서 목을 조인 걸 끊어버리려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영준은 잠시 당황했지만 겹친 피아노 줄이 그리 쉽게 끊어질 만한 물건이 아니다. 발로 등을 밟고 목을 조른 줄을 있는 힘껏 양쪽으로 꽉 졸라버렸다. 불독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이번에는 단단히 장갑을 낀 다음에 비닐과 가방을 가져와서 시체를 꼭꼭 싸맸다. 그리고 질질 끌어 물가에까지 가서 꽁꽁 얼은 구멍을 망치로 뚫고 밀어 넣어 버렸다. 아마 봄쯤에나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여유 있게 있을 수 있겠지. 물론 발견되지 않으면 더 좋을 것이다. 경찰이든, 탐정이든 발견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중얼거리며 올라온 길을 따라서 내려갔다. 펑펑 내리고 있는 눈이 저수지 수면 위에 난 구멍과 눈 위에 난 발자국을 가려주고 있었다. 〈끝〉
언어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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