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청전

2009.12.15 17:5812.15

  이름마저 파도에 씻겨져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섬이 있었다. 쇠약해진 나라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이따금 찾아드는 대국 상인들이 탄 배 만이 바깥 세상 이야기를 들려다 주곤 했다. 그러나 섬 사람들이 그 큰 돛이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나기를 바라는 건 대국 상인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국 상인들은 가끔 상당한 쌀을 주고 처녀를 사가곤 했기 때문이다. 그네들의 말에 따르면 용왕에게 제를 올린다고들 했다. 처녀를 새 아내로 맞아들이면 그제야 변덕스러운 용왕이 만족해서 길게 콧숨을 내뿜고, 그러면 먹구름이 개고 물살이 배를 떠밀어주어 저 먼 서역까지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이 더 관심있어 하는 것은 팔려간 처녀가 어찌 되느냐보다는 그 대금인 쌀일 것이다. 파도가 모질고 바람이 독한 근방 바다에서는 고기를 잡아오는 때만큼 배가 뒤집히는 때가 많았고, 그러고도 잡히는 건 별로 많지 않았다. 결국 섬 사람들은 새로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사내애는 바다에다가, 계집애는 대국 상인에다가 넘겨주는 꼴이었다. 허나 처녀 값은 워낙 후했기에 다들 해산한 옆집 금줄에 솔잎하고 숯만 매어 있기를 바랐다.

  처녀를 팔았다고 해서 그 처녀네 집이 쌀을 죄다 독차지하는 건 아니었다. 몇백년을 섬 안에서 살아온 마을이라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다가 그 쌀이라는 게 보통 화를 불러오기 일쑤인 까닭이다. 아마 이백년쯤 전에 처음으로 딸을 팔아먹은 심씨 성 쓰는 봉사가 며칠 후 늘 다니던 다리 밑에서 퉁퉁 불어터져 떠올랐을 때도 다들 혀는 쯧쯧 찼지만 임자 없어진 쌀을 나눠 갖자는 데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 그 후로도 딸 팔았던 집들은 대체로 끝이 안 좋아서 봉사가 아니라 멀쩡히 두 눈 뜬 사람도 개울에서 둥둥 떠오르고 그 건너가 그 건너인 동네에서 밤중에 떼도둑이 드는가 하면 불에 집하고 사람이 한꺼번에 홀랑 타기도 했다. 이러니 나중에는 아예 마을 사람들끼리 말은 않고도 약속이 생겼다- 대국 상인이 오면 처녀들끼리 모아서 제비를 뽑게 시키고 쌀은 고루 나누는 것으로.  그제서야 딸을 팔아먹은 집만 어찌 용케 골라 내리던 천벌이 그쳤다.

  이렇게 되고 나니 딸 있는 집안은 제발 빨리 나이가 차서 혼인하기만 바라고 그 전에 대국 배가 오면 옆집 처녀가 뽑혀 가기만 빌었다. 이러다 자꾸만 혼인하는 나이가 내려가 열두어살 아직 솜털을 못 벗은 계집애까지 신방을 차리는 지경에 이르러, 또 한바탕 난리를 벌이고 나서 열여섯살 전에 처녀가 아니게 되면 벼랑에서 내던져 죽이는 풍속까지 생겼다. 즉, 온 마을 사람들이 이제나 저제나 큰 돛이 수평선 너머에서 오기를 눈에 불 켜고 기다리면서도 제 딸은 아니길, 남한테는 화가 제 한테는 복이 오기만 바라는 것이었다.

그런 섬이 있었다.



  심씨 봉사댁 청이가 제 입으로 가겠다고 나설 때까지, 섬의 처녀들은 모두 숨죽인채 떨면서 제비뽑을 날이 오기를-정확히는 깍정이 같고 여시같이 얄미운 옆집 고 가시나가 뽑힐 날을- 기다리고 잇었다. 청이가 자기가 가겠다고 나섰단 얘기에 섬 사람들은 놀랍기도 했거니와 당최 무슨 심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목소리도 크고 높은 아낙네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청이의 효성스러움을 칭찬했으며 혼자 남은 아버님은 잘 봉양해드릴테니 염려 말라고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특히 과년한 딸이 있는 아낙들이 더 수선을 떨었다. 한편 한숨 돌리게 된 처녀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청이 고년이 제 혼자 효녀인 척 한다는 둥 이번에 장가간 감나무집 둘째랑 몰래 만나는 것을 봤드라니 신세 망치고 몸 파는 거라는 둥 쑥덕쑥덕 말들이 많았다. 그러고도 저마다 속으로는 혹여 청이가 변심하여 발을 빼더라도 꽁꽁 묶어서라도 끌어나 놓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떠나기 전날 심씨 봉사 댁은 촛불이 꺼지질 아니하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버선을 꿰매는 청이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심씨가 입을 열었다.

"청아, 이제 그만 아비에게는 말해 보아라. 혼자 젖동냥하여 겨우 겨우 키운 자식이 이토록 불효하여 무얼하려는 게냐? 뭐가 그리 중하기로 이 아비도 홀로 버려두고 한 목숨을 만경창파에 던지려느냐?"

  청이 대답했다.

"아버님께서는 소녀가 어렸을 적부터 소녀를 앉혀 두시고 사람이 되거라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나도 사람다운 도리를 지키지 못하면 곧 사람이 아니라고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람에게 사람의 도리가 있는 것처럼 하늘에는 하늘의 도리가 있고 신명에게는 신명의 도리가 있고 용왕에게는 용왕의 도리가 있습니다.그 모든 것이 제 도리를 지키지 않거든 제 스스로가 아니게 되고 만물의 조화를 해칩니다. 군왕이 도리를 어기면 백성이 환란에 빠지고, 하늘이 도리를 어기면 온 천하가 아비규환이 됩니다. 이제 용왕이 그 도리를 어기고 물길과 바람을 빌미로 몇번이나 새 장가를 들려고 하니 늙고 노망난 이무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소녀는 어머님께서 물려주신 은장도를 품고 찾아가 용왕이 마땅히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한 죄를 묻고자 합니다."

  방에 한참동안이나 침묵이 감돌았다. 심씨가 물었다.

"왜 하필이면 너란 말이냐? 무도한 용왕을 징벌하고자 하는 것은 옛 성현들의 가르침에 맞는 일이다. 그러나 왜 그것이 너여야 하느냐? 청아, 네 도리가 그것이냐? 외로운 아비를 홀로 두고 온 바다를 뒤집는 용왕 앞을 한자로 은장도를 품고 찾아가는 것이 네 도리란 말이냐?"

  청이 단숨에 답하였다.

"도리에서 어긋난 것을 바로잡는 일은 누가 해야 하는지요? 섬 사람들은 처녀 판 쌀에 혹해서 사람의 도리마저 저버리고 있습니다. 대국 상인들은 사람을 사다 물에 던지고 빨리 지나갈 생각만 할 뿐 그 것이 무도한 짓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나라는 비록 강대한 신령일지언정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갑옷입은 병사와 깃달린 활, 쇠로 씌운 배와 철포를 내어 징치하기는 커녕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입니다. 도리가 무엇인지 아는 이만이 도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도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만이 비로소 무도한 것을 벌하고 도리를 그 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용왕을 벌하고자 하는 이가 오직 소녀뿐이오니, 소녀의 도리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합니다."

  청은 실로 이를 끊었다.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심씨의 보지 못하는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내가 내 딸을 사람으로 키우려 하였더니, 사람다운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지 못하게 만들었구나. 아하, 내가 내 딸을 사지로 몰아넣었도다."



  청이가 섬을 떠날때부터 배를 타고 나서의 구구한 이야기들은 굳이 끄집어내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대국 말을 하는 상인들의 손에 이끌려 배에 탄 뒤, 청은 방에 갇히다시피 하였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파도가 널뛰는 바다 한가운데서 도망칠 곳이 없을터였다. 며칠이나 배에 올라있었는지 헤아리는 일은 곧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수를 세는 것처럼 가물가물해졌다. 날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휘몰아치며 바다가 날뛰면 청은 용왕에게 바쳐질 때가 이제야 왔는가 보다 생각하며 은장도를 더욱 깊히 품었다. 그러나 날은 머잖아 가라앉았고 물에 씻긴 하늘에서는 말갛게 거품이 일었다. 이러기를 서너차례나 반복하여 대체 언제쯤에나 용왕에게 던져지게 될지, 마음을 비장하게 품는 일조자 싱거워질 즈음에야 배는 어느 곳엔가 멈췄다.

  배에서 이끌려 내리며 청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향 섬에서 대국배는 작은 나룻배에 비기면 산처럼 컸건만, 이제 그만한 배는 헤아릴 수도 없고 대국 배가 나룻배처럼 보이게 하는 배들도 있었다. 온갖 깃발들이 늘어서 바닷바람에 펄럭이고 잇는데 각양각색에 모두 한가지로 용이 수놓아져 있었다. 물에 솟은 기둥에 판자를 대어 만든 길을 따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도 검은 사람도 있고 눈이 파란 사람도 있고 코가 껑충한 사람도 있고 죄다 사람이라기엔 믿을 수가 없었다. 배에서 쉼없이 짐이 내려지고 또다른 배에 짐이 실렸다. 외치는 소리가 가득히 맴도는 하늘에 바다새떼 울음소리와 어디선가 부는 고둥피리 소리가 섞였다. 이 모든 것은 기껏해야 수십가구나 사는 섬에서 온 청이에게는 너무 크고 번잡하고 소란스러웠다. 청이로써는 이곳이 동과 서를 잇는 해상무역의 중심지인 해룡진(海龍陣)이라는 것을 알 길이 없었다.

  빠르고 끝이 높은 말투로 급하게 지껄이는 무리들과 흥정하여 화려한 옷 몇 벌이 청이에게 건네졌다. 손짓발짓을 보고 입으라는 뜻을 겨우 짐작하여 걸치고 하니 더러는 손을 마주치고 더러는 고개를 끄떡끄떡 하였다. 또다른 무리들이 와서 청의 얼굴에 화장수를 펴바르고 분을 칠하고 머리를 틀어올려 꾸몄다. 시키는대로 하고 나니 단장한 청은 흡사 새 색시 같았다. 이제 청은 다른 손들에 이끌려 창이 없는 가마에 올라탔다. 곧 가마가 들여올려지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파도소리와 떠드는 소리는 가마 밖에서 쉼없이 들렸다.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야 청은 생각할 틈이 났다. 대체 여기가 어딜까? 이런 화려한 옷차림은 섬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옛날 얘기에나 나오는 선녀들이나 할 법한 차림새였다. 왜 이렇게 꾸미는 걸까? 여기가 용궁이라도 되어서 용왕과 혼례를 올릴 새 색시를 맞느라고 이러는 걸까? 그러나 이 곳을 용궁이라 하기는, 글쎄, 무엇보다도 일단 물 밖이지 않는가. 돌아다니는 사람이며 광경은 모두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기는 해도 새우 병사니 물고기 백성, 산호기둥 진주지붕 같은 이야기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쩌면 이렇게 꾸민 다음 물에 던지는 건지도 모른다. 청은 거듭 생각하면서 은장도만 움켜쥐었다.

  허나 청이 그리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오래지 않았다. 가마가 서고 나와 보니 곱게 차려입은 다른 여자들이 청이를 데려갔다. 오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기둥들에 비단으로 된 휘장이 늘어뜨려져 있고 금색 용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옻칠된 탁자 위에는 기이한 돌과 난이 옥 화분에 받쳐 있고 구슬로 된 발이나 물고기 비늘로 만든 그림, 사람만큼 큰 도자기처럼 다른 먼 곳에서 온 장식품들도 있다. 청은 화려한 복도를 지나가면서 발 밑이 배 위에 있는 것처럼 조금씩 흔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복도며 방들이 어찌나 많은지 어느길로 왔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다음 일들은 청이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기억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구불구불한 복도들이 갑자기 끝남. 불안함. 뚝 뚝 소리가 커지는 기다림. 젊은 남자의 얼굴- 남자? 그는 누구란 말인가? 붉고 푸른 용무늬들 하며 금색 가슴 갑옷. 흡사 군주라도 되는 듯이, 자신만만하고 또 거칠음. 바다 냄새는 짜고 비릿했다.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 흔들림- 더 많은 흔들림- 내팽겨쳐지고, 또 흔들리고, 무슨 무슨 소리들은 귀 먹은 듯 멀리서 입만 벙긋이며 들려오는데, 흔들림, 손목에 억세게 쥐는 느낌. 버둥거리다가 난폭하게 얻어맞고, 이명처럼 가는 신음소리, 저릿한 고통, 남자, 용무늬, 바다냄새. 피 맛은 아마 바닷물의 짠 맛과 같을 터이다. 조여들고, 조여들고, 목이 막히고, 울고 헐떡거리고 다시 찢어지는 소리, 세상이 찢어지는 소리. 바쁜 흔들림 아래로 피가 점점히 떨어졌다. 뜨거운 칼이 숨을 들이킬 때마다 창자를 찔러댄다. 그 아픔을 일일히 기억할 수 있겠는가? 난폭하게 휘감는 용은 청 안에 제 침을 풀어 넣고 물러선다. 눈물 범벅이 된 채로 나동그라져 있다. 웃음을 남기며 저벅저벅 멀어져가고 세상은 빙글 빙글 도는데 찌릿하며 통증이 온 몸으로 번져간다. 다른 여자들이 들어와 몸을 부축하면서 정신은 풀썩 쓰러졌다. 눈을 감아도 피는 보였다.



  청이는 자기와 같은, 다른 여자들을 만났다. 모두 어디어딘가의 섬에서 팔려온 여자들이었다. 밖으로 나갈길 없는, 퍼런 물이 넘실이는 위에 얹혀진 배 안에 몇 명이나 될지 모를 여자들이 숨을 죽이고 돌아다녔다. 이리저리 뻗은 복도에는 언제나 발소리가 감돌고 모서리는 휙 돌아가는 옷자락이 흔들리고 금빛 수 놓인 이불은 잔 흔적이 있으나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하듯이 빗어올린 머리만 보였다. 모두들 누가 시중을 받아 다시 은혜를 입을까, 아니면 새로운 여자가 또 들어올까 숨을 죽이고 살핀다. 남해 무역로의 젊은 용왕은 여자를 한번 들이고 내치는 일도 흔했기 때문이다. 반면 여러번 찾은 여자에게는 더 많은 시중이 따라붙는다. 한번 들어오고는 다시는 용안-용의 얼굴이라는 말 그대로-을 볼 수 없는 여자들은 자기 머리를 자기가 빗어야 했다. 이러니 배 안에서 여자들을 뺀 나머지는 소근거리는 소리와 흘깃거리는 눈빛과 질투가 꽉 채우고 있었다. 저들끼리 은밀하게 모이고 이야기하는 패가 갈리었고, 입을 막고 훅훅 흐느끼는 울음이며 찾아주는 이 없이 늙어가는 여자가 멍히 내다보는 눈빛은 한숨처럼 떠돌았다.

  용왕의 후궁들 가운데 특히 총애받는 이가 둘 있었고 패거리도 그 둘을 중심으로 크게 모여들었다. 두 여자는 배 안에서는 또다른 용이었다. 두 암컷 용은 서로를 견주어대며 위협하고 사납게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 아래에도 수많은 질투들이 용의 비늘처럼 서로서로에게 반짝거렸다. 청은 불려가서 앉고는 이런 얘기를 들었다. 둘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용처럼 엄숙히 앉아서, 처녀를 파는 섬사람들처럼 이야기했으니까.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단장에 힘쓰며 한시라도 용왕님을 사모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여 은혜를 입게 되면 온 몸을 다 바치더라도 교만하지 말고 모든 걸 용왕님께 돌리거라."

  이에 청은 엎드려 절하고 말했다.

"소녀는 한갓 섬에서 팔려온 몸이옵고 배우지 못하여 어리석어서, 노망난 이무기가 여색을 밝힌다는 소리는 들었거니와 대체 무슨 은혜랄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암컷 용은 입을 다물고 한참이나 있더니 "방자한 것!"  한 마디를 내뱉고 휘익 돌아 나갔다. 그 뒤를 따라 여자들이 허둥거리고 종종대며 따라나가니 방 안이 텅 비었다.



  암컷 용이 노해서 돌아가버린 후, 청이 지나가는 주위에는 소리가 뚝 멎었다가 지나가고 나면 소근대는 소리가 배는 더 커지곤 했다. 암컷 용에게 밉보였으니 이곳에서 오래 머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해코지하는 일들도 있었다. 경대의 화장수나 분갑이 없어진다듯이 옷에 날카로운 것으로 찢긴 구멍이 나 있다든지. 며칠이고 그런 날들이 지나간 다음에 청에게 몰래 다가와 툭툭 치는 여자가 있었다. 얼굴은 사람이라기에는 너무 까맣고 입술은 두터운데 말은 못하고 옷깃만 당길 뿐이었다. 처음 배에서 내렸을 때 본 검은 사람들처럼 생김이 기묘하고 옷도 수수하여 용왕의 여자인 것 같지는 않았다. 잡아끄는대로 따라가자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비단옷을 입은 여자 몇이 모여 앉은 방에 도착했다. 겁먹은 듯 했지만 여럿이 함께 있는데서 힘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다음은 청이와 그 사이에서 오간 대화들.

  "당신이 그 세도당당한 여왕에게 꿋꿋이 맞섰다는 이야기는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그 기개를 높히 여겨 우리가 오귀녀를 시켜 당신을 부른 것입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 당신들은 누구죠?"

"이곳은 나랏님조차 할 수 없다는 해룡진의 남해 용왕이 제 여자들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아마 당신도 그 자와 몸을 섞고서 이 곳으로 오게 되었을테죠. 일단 이곳에 들어오고 나면 나갈 방도란 없습니다. 단지 외로이 늙어가거나, 용왕의 총애를 받으며 조금이라도 화려하게 살거나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은 두 여왕이 자기들끼리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우리들은 다른 방도로 맞서고자 모였습니다. 아마도 당신 역시 우리처럼 그 거만하고 콧대 높은 것들을 속여넘기고 그 몫을 빼앗아 조금이라도 공정히 나누는 일에 관심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저 먼 서역까지 장사하고 다니던 대상의 딸이었습니다. 풍랑과 수적을 아울러 만나 노비로 팔려나가기 전까지는 아버님의 배를 타고 온갖 곳을 돌아다녔었지요. 저는 거기서 오귀자들의 말을 한두 마디쯤 배웠고, 생긴 것은 우리와 달라도 역시 이익으로 꾀면 금새 다룰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답니다. 교륭궁이라 불리는 이 배에는 이런 오귀녀 노비들이 백수십이나 있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을 시중들고 있는 게지요. 이들에게 패물 같은 귀한 것들을 집어 주어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나아가 직접 시중을 드는 오귀자가 아닌 노비들한테도 우리 끈이 닿게 했습니다. 당신을 이리로 불러온 것만 보아도 알겠지만 우리는 이미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지요."

"그렇게 해서 무엇을 도모하려는 것입니까? 어째서 당신은 그런 재주와 수완으로 혼자 여왕의 자리를 독차지하지 않고 여럿과 나누는 거지요?"

"우리는 남해 용왕이라는 자의 총애에는 별 관심 없습니다.다만 이 벗어날 수 없는 틀 안에서 조금이나마 안락하게 살아가고 여왕이 되려는 것들의 시비를 멀리하고 싶을 뿐이지요. 홀로 그런 것들을 누리기 보다는 더 여럿이 그렇게 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총애를 받지 않는 이상 귀한 물품이 우리들 각자에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럿이 함께 모아서 각자 가진 것들을 모아 그들을 매수하는 거지요. 교룡궁 안의 여자들은 저들끼리 미모를 겨루고 질투하고 보잘것 없는 앙심을 품지만 실상 모든 것은 용왕보다도 여기의 노비들에게 달려 있답니다. 이들이 잘 주선해 주어야만 살이가 윤택해지는 거죠."

"하지만 패물이 계속 있는 건 아닐텐데요. 그건 어떻게 합니까?"

"여러가지 수가 있지요. 우리가 여럿이고 또 가끔씩 당신처럼 패거리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패물이 새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남해 용왕도 항상 여왕들과만 동치하는 건 아니며, 노비들에게 아무나 교룡궁에서 데려오라고 이를 경우 우리편 노비들은 우리 가운데 하나를 데려가 줍니다. 이럴 때에도 무언가 하사 받기도 합니다. 또는 저 여왕들을 따라 패거리를 짓지만 가망없는 여자들의 것을 우리가 빼돌릴 때도 있습니다. 물론 도둑질이지요, 허나 그네들은 평생 그걸 달고 뽐내봤자 아무 소용 없습니다. 저들끼리만 서로 의심하고 다투고 또 도둑질하니 그 틈에 우리가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끝으로 이렇게 여럿이 모은 패물을 아주 조금씩 쪼개어 주는 것입니다. 진주 한 알만 빼내서, 금박 한 장만 벗겨서 하는 식으로요. 그래야 그 다음에 또 조금이라도 뭔가 주어지길 바라고 노비들이 우리 말을 듣는 겁니다."

"그러면 당신들은 이 곳에서 나가볼 생각은 하지 않습니까? 혹은, 이런 교룡궁을 만들고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제 첩으로 삼는 남해 용왕을 벌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까?"

"당신이라면 그렇게 물어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녀자의 삶이란 결국 규방에 갇히는 몸, 이곳에 있든 나중에 그렇게 되든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분하고 욕되고 저주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요, 허나 우리는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정도의 힘은 상대하지 않습니다. 제가 무엇 덕으로 사는지 모르고 위세만 세우는 여왕들은 우리가 속여 넘길 수 있지만, 용왕은 다릅니다. 우리가 그 자를 무슨 수로 어떻게 해 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있으면, 그 안에서 최대한 낫게 우리네끼리 우리네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살아가는 일이지요."

청은 고개를 끄떡이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음날 청이 식사하고 돌아가고 있을 때 여럿이 수선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났다. 잘그랑거리는 장신구 울리는 소리와 비단 옷감끼리 비비는 소리, 여왕 중 한 패거리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무리에 속하지 않는 여자들은 몸을 피하고 숨을 죽였지만 청은 그렇지 않았다. 전날 청에게 저들 패에 끼라고 권했던 여자가 숨죽여 이리 오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못 들은 채 했다. 청이는 바뀐 것이 없었다. 바뀔 것도 없었다. 아마 용왕에게 처녀를 바치고 물길을 비는 자들도 그 안에서 최대한 낫게 자기네 삶을 살고 있으리라. 처음 놈이 범할 때는 놀랍고 황망스러워 손쓰지 못했으나 다시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을 셈이었다.

  이윽고 복도를 돌아 한껏 꾸민 암컷 용과 그를 따르는 것들이 나타났다. 한가운데 떡하니 청이 서 있는 걸 보고 멈칫했으나 이내 표독스럽게 외친다.

"무엄하다! 행차를 가로막고 서서 무슨 짓이냐!"

  청은 웃었다.

"행차? 미천한 쇤네는 모르는 일이오만, 처도 아니고 첩끼리 무엄이니 행차니 따질 것이 있던가요."

  "이년이!" 하고 사방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청은 한 발 더 나가서 쐐기를 박았다.

  "노망난 이무기만 믿고 이토록 세도를 부리니 웬말이오. 사람의 도리는 커녕 독사도 못할 일이라, 이런 것들에게는 내 길을 비켜주지 못하겠소. 멈췄다가 내가 가거든 가시오."

  더 참지 못하고 암컷 용이 나서서 손을 들어 올렸다. 뺨이 번쩍하고 귀가 울었다. 청은 상대를 노려보다가 그 얼굴에 피 섞인 침을 탁 뱉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드니 스로 머리 끄댕이를 잡고 나뒹굴었다. 비단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사방에서 "어머나!"  "세상에!" 소리가 튀어나왔다. 머리에 치렁치렁 달린 게 많아서 잡아뜯기 쉬었다. 전날 암컷 용만 상대한다던 자들이 지금 손 수십개에 잡혀 겨우 떨어져 나올 때까지 청이 잡아 뜯은 패물을 보면 얼마나 탐낼까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청은 꽤 오랫동안 혼자 갇혀 있었다. 배 밑창에 가까운 곳인지 짠 냄새가 나고 바닥은 파도처럼 흔들렸다. 청은 간혹 잠들고, 청이 날 때 죽었다던 어머님을 꿈에서 보고 했다. 어머니는 선녀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서 "그래, 청아, 네가 맞다." 하고 청을 젖냄새 나는 가슴에 품은 채 토닥여주었다. 그러나 곧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용이 나타나 한입에 덥썩 물 때는 어머니는 간데 없이 은장도 같은 이빨들만 하복부를 꿰뚫고 청은 헐떡이며 땀에 젖어 깨어났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노비들이 청을 끌어내고 씻기거나 치장하지도 않은 채 데려갔다. 청은 비틀거리면서 노비들의 손에 끌려가서 비단 침상 위에 내동댕이 쳐졌다. 잠시 후 그가 들어왔다.



  남해 용왕은 무척이나 피곤했고 짜증나 있었다. 멍청하게 통행료를 속이고 허가되지 않은 물길을 빠져나가려던 선단이 그 시기의 물살에 휩쓸려 반이 고기밥이 되자 선장이란 자가 시끄럽게 와서 꽥꽥댔다. 그 놈은 제 배들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내일 물 속에 던질 것이다. 말 그대로 해룡진의 한개 정찰조만 보내도 가뿐하게 짓밟을 수 있는 무능한 조정은 조정은 제 분수도 모르고 공물을 늘리라는 조서를 보내왔다. 공물? 이 몸은 대국 황제에게도 인정받은 몸이란 말이다! 최근에는 부하놈들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들끼리 쑥덕거리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려 들었다. 뭔가 뒤로 챙겨 먹고 있는 수작들이겠지. 이러던 차에 교룡궁에 와서 총애하는 두 후궁중 하나를 품으려 했더니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음날 또 왔더니 그 날도 안 좋다고 했다. 추궁하자 실은 어떤 다른 계집과 머리끄댕이 잡고 드잡이질을 벌여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단다. 용왕은 조금 흥미가 동했다. 고분고분하게 말 듣는 것들보다는 좀 날뛰는 맛이 있는 것도 좋겠다.

  청은 내려다 보는 사내를 마주 올려다 보았다. 그가 웃었다. 사납고 짐승같은 웃음이다.

"너가 내 애첩을 두들겨 팼다고?"

  청은 코웃음쳤다.

"뱀 같은 놈, 호색한 악당놈아,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용왕이라는 이름을 빌고 하는 짓이 기껏 아녀자들을 긁어 모아 제 욕정을 채우는 것이냐?"

  용왕은 청을 발로 걷어찼다. 청이 숨을 토해내며 나뒹굴자 다시 붙잡아 바로 세우고 뺨을 후려쳤다. 청이 소리 높혀 욕했다. 용왕은 청을 마구 걷어차면서 오래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수적질을 하던 시절 부녀자들을 범하던 기억이 떠올라 더 흥분했다. 떡진 머리를 휘어잡고 팽게쳤다. 옷을 찢어발기고 저도 옷을 벗어던졌다. 버둥대는 팔다리를 찍어누르면서 올라탔다. 청은 또다시 날카로운 게 찔러들어와 휘젓자 이를 악물었다. 악에 차서 버둥거리는 게 용왕은 더 마음에 들었다. 상소리를 지껄이고 마구 때리면서 제 맘껏 범했다. 청은 용을 썼다. 항문 안으로 밀어넣어 두었던 은장도가 간신히 도로 나와 툭 떨어졌다. 더듬거리는 손 끝에 잡히자, 움켜쥐고, 뽑아내고, 들어올렸다. 한창 열중해 있던 용왕은 가슴께에 날카로운 감촉을 느꼈다. 욕을 내뱉으며 몸을 뒤로 뺐을 때는 선연한 칼날 아래로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작디 작은 은장도를 뽑아 내동댕이치고 청을 후려쳤다. 몇대 치지 않아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발로 걷어차자 벌거벗은 몸뚱이가 창살문을 부수고 굴러떨어졌다. 청은 기면서 허위허위 달아난다. 용왕이 뒤에서 노발대발해서 마구 소리지르는 게 들렸다. 빨리, 더럽혀진 몸을 씻을 수 있는 곳으로-. 갑자기 시퍼런 바다가 넘실거리며 나타났다. 벌거벗은 여자가 뱃전에 나타나자 용왕이 타고 온 배를 지키고 서 있던 무사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청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다. 청은 물 속 깊히로 헤엄쳐갔다. 물 속 깊히... 물 밖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멀었다. 곧 물 속으로 화살촉들이 고개를 불쑥불쑥 들이밀었다. 뜨끔했다. 팔은 점점 느려지고, 물은 차갑고, 어두웠다. 청은 용왕 없는 바다 속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붉은 연꽃이 피어올랐다.



  이 일련의 사건들이 이후에 끼친 영향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용왕 본인의 운명에 관해서라면, 청이 뜻한대로 되었다. 은장도의 작은 칼날은 탄탄한 가슴근육에 상채기만 냈을 뿐이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용왕의 이름을 노리고 있던 부관이 손을 쓰기에는 충분했다. 용왕은 자던 중 죽었고, 은장도에는 독이 묻어 있는 것이 되었고, 조정은 자객을 보낸 것이 되었다. 새로운 용왕은 바다 위에 새로운 나라를 열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그러나 진짜 조정이 손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랏님의 밀서를 받은 충성스러운 장수가 새로운 용왕을 참살했다. 그 장수는 좀더 야심이 많은 다른 장수들에 의해 사분오열난 해룡진처럼 토막났다. 마침내 사서는 해룡진을 기록했고, 이름만이 역사에 길이 남았다. 교룡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새로운 용왕의 취향은 나이어린 미소년이었고 그 후에는 누구도 교룡궁에서 즐길만큼 여유 있는 때가 없던 탓에 모두에게서 잊혀져 버렸다. 그 안에서 죽을 때까지 용왕을 기다리며 남아있지 않았다면 여왕 혹은 더 나은 삶을 꿈꾸던 이들은 제각기 갈 길을 갔을 것이다. 해룡진이 몰락하자 물길은 뚫렸지만 다시 수적들이 기승을 부렸으므로 해상 무역로는 퇴색하였다. 무역선들이 자체적인 무장을 갖추고 수적을 상대하는 동안 이는 새로운 화약기술이 전파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 일부는 그동안 해룡진이 독점을 위해 봉하고 있던 새로운 항로로 뛰어들어 남방으로 갔다는 이도 있고 동방으로 항해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청의 고향 섬에는 다시 대국 상인이 들리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돛이 다시 수평선 너머로 나타나기만 기다리던 섬사람들에게 들린 것은 다른 수적 패거리였다. 머잖아 섬이 역질과 풍랑이 드나든 후, 섬은 아주 공도가 되어 버렸다. 심청전이라는 이야기는 그래도 물길을 따라 떠돌아다녔으며 육지에 이르러서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효녀 이야기가 되었다. 이러매 하늘이 무심하여 용왕이 전횡하여도 벌하지 않고 사람이 도리를 바로잡고자 해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진정 지혜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으니, 하늘이 무심하매 파도가 모래 쓸 듯 용을 패대기질치는 것 또한 꺼리지 않고, 모래 한톨 구르는 것이 파도를 뒤집고 마침내 바다를 거꾸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


-----------------------------------------------------------------

드디어 휴가를 나온 덕에 우수단편에 신청할 만한 길이가 되는 글을 올립니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340 단편 불온한 병3 김몽 2009.11.17 0
1339 단편 창생3 먼지비 2009.11.23 0
1338 단편 신천지의 빛1 김정호 2009.11.26 0
1337 단편 화이트스타 이경원 2009.11.27 0
1336 단편 유명전柳明傳3 먼지비 2009.11.29 0
1335 단편 피터팬 설명서 김진영 2009.11.29 0
1334 단편 탑과 공주와 새 먼지비 2009.12.01 0
1333 단편 소환장1 남재홍 2009.12.02 0
1332 단편 사진관 하늘깊은곳 2009.12.04 0
1331 단편 비밀의 복음 먼지비 2009.12.08 0
1330 단편 별을 먹는 고래 안단테 2009.12.08 0
1329 단편 기어다니는 용 먼지비 2009.12.12 0
1328 단편 청뢰장군 Mothman 2009.12.14 0
단편 청전 먼지비 2009.12.15 0
1326 단편 요괴의 이름은 기계 Mothman 2009.12.15 0
1325 단편 김연실변신전 앤윈 2009.12.17 0
1324 단편 scar 카르온 2009.12.18 0
1323 단편 미하엘 친 회고록 하로리 2009.12.19 0
1322 단편 만만파파식식적적 먼지비 2009.12.20 0
1321 단편 201212214 dcdc 2009.12.21 0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11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