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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화이트스타

2009.11.27 11:3711.27

화이트스타


이 글은 외계어로 쓰여야합니다. 하지만 독자를 위해 편의상 한글로 씁니다. 그들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오늘밤 하늘엔 별들이 찬란하다. 어제까지 비가 많이 내려준 덕택이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있는 이 아이들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행운아들이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이런 시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손에 들 수 있는 작은 쌍안경으로 가까운 달 몇 개의 둥그런 형태만 간신히 본 게 전부였다.
  법학을 전공하던 내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외국에 나가 힘들게 공부하던 때였다. 우연히 친구의 집에 설치되어 있던 작은 망원경을 보게 되었는데, 책으로만 보던 화려한 우주가 바로 내 눈앞에 가까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평소 점으로만 보이던 별들이 성단과 성운, 은하임을 알게 되었을 때 흥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우주를 향해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밤이면 밤마다 같이 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 집에 놀러가서 하늘만 쳐다본 것 같다. 물론 전공도 그때 바꿨다. 난 그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 주 천문행사는 오늘로 마감이다. 어제까지 힘차게 내렸던 비 때문에 걱정했지만 다행히 캠프를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되어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다. 아이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이번 교육을 마감하고 당분간 휴가를 즐길 생각이다. 아이들도 아이들 이지만 우리 모두 계속되는 일정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 생각도 간절하다. 남들은 휴가를 시골로 가지만 우리는 반대다. 주말엔 빌딩숲을 보러 고향의 번화가에 가고 싶다. 오랜만에 영화도 봐야겠다.
  교육 팀 대리 예어진 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강단으로 갔다. 나는 망원경을 정리하고 청소를 했다. 저들은 곧 오늘 보았던 밤하늘에 관한 자유토론과, 시청각 프로그램을 관람한 뒤 후 야간 음악회를 즐길 것이다. 새벽2시까지 빠듯하게 진행될 일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모두 밝아 보여 정말 다행이다. 물론 그들의 관심사가 오로지 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리라. 부모님으로 부터 떨어져 자연을 벗 삼아 친구들과 보낸 5일이 아니겠는가? 그중엔 좋아하는 이성친구도 있었을 테고…….
  관측실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에 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만약 해가 없는 밤하늘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면 얼마나 적막했을까? 정말 우주의 신은 위대하다. 낮에는 땅을 보고 밤에는 하늘을 보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이 땅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관측실 문을 걸어 잠그고 점검표에 사인했다. 강당으로 오니 학생들과 교육선생님들이 활발히 토론을 진행 중이었다. 나도 한쪽에 의자를 놓고 앉아 지켜보았다.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다른 별에도 사람이 살까요?”
  “네……. 여러분들이 다른 별에 관심을 갖고 있듯이 여러분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이라면 그들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똑같은 질문을 던질 거예요. 망원경으로 보았듯이 밤하늘엔 별들이 수도 없이 많아요. 우리가 저 우주의 유일한 지적 존재라면 우주가 저렇게 클 필요도 없었을 테고 우주의 신은 우리에게 저렇게 광활한 우주를 보여줄 필요도 없었겠죠?”
  “다른 별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어요?”
  “음, 좋은 질문이에요. 살아있는 생명체는 살아있어야 할 조건을 각각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이 행성에서 태어난 건 결코 우연은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태어날 수 있는 조건과 그 조건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명체의 형태가 동시에 합의해낸 존재가 바로 여러분과 같은 생명체예요. 이 행성을 벗어난 생명체의 형태는 다른 한쪽 면과 동시에 고려되어야 해요. 따라서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우리와 전혀 다를 수도 혹은 거의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연합에 몇 해 전 10년 임기의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실시된 일반적 형태의 학습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덕분에 나같이 집구석에서 상상의 나래만 펼치던 사람에게는 일자리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고 마침 난 취미로서의 우주와 밥벌이로서의 우주를 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우주는 분명히 달랐다. 나의 경제생활로서의 우주는 고달픔의 연속일 뿐이다.
  어떤 아이가 일어나 질문했다.
  “별들은 얼마나 멀리 있어요?”
  “여러분들이 집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꼬박 하루가 걸렸죠? 하루가 걸렸다는 건 해가 아침에 떴다가 반대편으로 기울어진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있죠. 하지만 우주에서는 그런 개념이 필요치 않아요. 우리가 본 저 별들은 우리의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예요. 그건 여러분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거예요. 옆에 있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는 아주 가깝게 보이지만 싸우고 나면 아주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죠? 별도 마찬가지예요.”
  예어진 씨는 내가 작년에 이곳에서 처음 일을 하게 될 때 만났다. 나보다 불과 며칠 전에 이곳에 온 그녀는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절한 여자로 소문이 자자해 있었다. 동료들이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가 처음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녀에 대한 뒷조사는 이미 작년에 끝냈던 일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헤어졌는데 그녀에겐 큰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처음 보는 여자가 행복한 표정으로 동행하는 걸 목격했다면 더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난 그것도 모르고 무례하게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접근했다가 괜한 기억만 되살려 놓았었던 생각이 난다. 난 그런 이별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반응에 무척 당황해 했던 기억이 요즘도 영상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가곤 한다.
  “선생님! 우린 다른 별에 직접 갈 수도 있나요?”
  “별에 간다는 건 참 힘든 거예요. 아마 여러분이 성장해서 좀 더 발전된 사회가 이루어진다면, 스스로 파멸하지 않고 성장해만 간다면 아마 그때에는 자유롭게 다른 별에도 방문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죠.”
  “텔레비전에서 봤는데요. 생명체가 사는 별이 발견 됐다면서요.”
  “네~ 우리와 아주 가까운 별 중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큰 행성이 발견되었어요. 학생은 참 많이 알고 있네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현재 그곳으로 향한 탐사가 진행 중이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그 별의 사람과 만약 만난다면 뭐라고 인사할거예요? 누가 대답해보세요.”
  “안녕~ 난 아가에서 왔어! 이렇게요.”
  어떤 학생이 손들고 일어나 말했다. 학생들이 재미있다며 웃었다. 내 보람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문명의 퇴보가 거듭되지 않고 좀 더 번영된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것, 이것은 일종의 우리 행성을 살리는 거대한 프로젝트이자 우주를 창조하신 우주의 신에 대한 우리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거대한 프로젝트의 한복판에 내가 있으며 이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자~ 우리 캠프에서 준비한 우주탐사 자료화면을 같이 보고요. 조금 쉬다가 야식을 한 뒤 천체 투영관에서 야간 음악회를 즐기도록 해요. 잠은 충분히 잤으니 안 졸리죠?”
  “네~~~.”
  한쪽 벽에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곧 장내에 불이 꺼지고 스크린 위에 우주탐험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영사됐다.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쳐다보고 있다. 불만 꺼지면 떠들던 아이들도 조용해진다. 정말 귀여운 녀석들이다.
  곧 다큐멘터리의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타이틀 자막이 올라왔다.
  “8.7광년 떨어진 은하계 한쪽, 길2895라고 이름 붙여진 곳을 향한 우리의 탐험.”
  길2895가 발견된 지 어느덧 10년째 되어간다. 과학자들이 주장하듯 정말 저 곳엔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만약……, 만에 하나 우리와 같은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곳에도 전쟁, 혁명, 기아, 범죄, 비리, 차별과 같은 개념이 있을까? 우리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이곳이 저 멀리 떨어진 길2895인들에게 이성적이고 평화로운 행성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그곳의 생명체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비쳐질까? 나는 여전히 밤하늘의 별을 보면 이 모든 것을 창조한 우주의 신에게 궁금한 게 많다.

  3년 후…….

  내가 눈을 떴을 때는 희미하게만 들리던 전화벨 소리가 점점 커져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어느덧 햇살이 커튼으로 가려진 곳을 비켜 방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고, 걷어찬 이불 옆으로 먼지가 싱둥싱둥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좁아진 시야의 흐리멍덩한 눈을 한 채 간신히 침대 앞 테이블로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네, 우운입니다.”
  중앙당의 학교 선배 엠안 의원의 전화였다. 최근엔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대학시절부터 우상으로 모셔왔던 선배였기 때문에 나는 금방 이불을 박차고 나와 몸가짐을 바로하고 전화통화에 정성을 다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망에 접속하면 새로운 소식이 몇 개 올라와 있으니 한번 검토해보라는 권유 전화였다. 그는 자신의 정치 입문 일성으로 ‘지식인 여론의 참조’를 주창했다.
  세수를 한 뒤 부엌에서 약하게 데운 찜 요리를 가져와 한입 베어 물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망에 접속했다. 정치 사이트는 늘 지루하다.
  “뭘 보라는 건지…….”
  눈에 띄는 건 의원 257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던 법안이 여야 합의로 이번 회기 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였다. 아가 연합의 평화군대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을 승인하는 국제법 개정안이었다.
  좀 더 세부 내용을 살펴보니 분쟁지역 외에도 가까운 시일 내에 위험지역으로 분류 되는 모든 곳과, 미지의 지역까지도 군대파견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100년 동안 이루어진 주변국들 간에 정치, 경제, 군대의 전략적 통합도 모자라 아예 행성 전체를 삼키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아가 연합 정치인들의 파괴적 욕망은 끝이 없었다. 엠안은 비록 소수의 반대론자지만 나처럼 의지가 강력하지는 않았다.
  난 곧바로 반대 란에 서명을 하고 주도했던 의원들이 속한 위원회의 예산삭감에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선배에게 메일을 보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아가는 역사상 초유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역사의 사이클은 더 이상 연속적이지 못하다. 골 없는 산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엠안 선배의 기개가 무너지고 변절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럴 때면 난 ‘도’를 깨우치고 가르치신 선조를 떠올린다. 우린 티끌에 불과하다. 우주의 어느 누구도 우리의 탄생이나 성장과정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생명체와 조우하지도 못했으며, 우리의 존재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우주의 신이 손 하나 까딱하면 기류가 변하고 지축이 흔들려 멸망해버릴 이 행성에, 그나마 중력의 끈에 매달려 근근이 생명을 연명하는 인간이 힘을 과시한답시고 권력을 극대화하며 절대자처럼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트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겨 놓았다.
  “엠안 선배님! 부디 힘을 내세요.”

  오후엔 오랜만에 준 천문대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을 그만둔 지 어느덧 2년이 다 돼간다. 아마 거기서 계속 근무 했으면 지금보다 많은 수입은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난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 그렇지만 동시에 미지의 것에 대한 그리움도 넘치도록 소유하고 있다. 여러모로 천문대에서의 경험은 소중했고, 내 의지를 테스트 해볼 기회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난 여전히 천문대에서 일하고 싶다.
  차를 몰고 천문대에 올랐다. 곧 관리팀과 천문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로부터 시원한 음료를 대접받았다.
  “천재들은 모두 천문대로 숨어 들어오게 되어 있지.”
  “도피 장소인가요?”
  “응, 그럼.”
  천문대장 이식은 감성적인 사람이면서도 지독한 대중 혐오론 자이다. 모든 주의이며 아무 주의도 아닌 사람이다. 그는 매일 밤 보라는 망원경은 안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망에 접속하여 어떤 일방적 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을 논리적 글로 깨부순다. 권력을 비꼬는 게 취미이지만 동시에 자기 스스로도 어떤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 자칭 방구석 지식인들은 모두 그 앞에서 무너진다.
  “나보고 누가 고수라더군. 그래서 한마디 해줬지. 고수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난 당신들에게 내 존재를 마구 드러내며 지껄이고 있으니 하수 중의 하수라네. 그 하수에게 야단맞는 당신들은 뭔가? 정신 차리고 그 시간에 밤하늘이나 한번 보게나, 라고 말이야.”
  망에서 큰소리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들은 단지 과거보다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을 지식인으로 위장한 채 뭔가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변종들에 불과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사실 당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씀이야. 당신들의 머리는 고무줄에 막대기를 매달아 고양이 머리위로 이리저리 흔드는 행위보다도 창조적이지 않단 말이야. 오히려 그 고양이가 된 꼴이지.”
  허위와 허세는 진실함의 감동 앞에 힘을 잃는다. 제아무리 날뛰어도 컴퓨터보다 부족한 지식을 완벽하다고 믿으며 끊임없이 자랑하고 인정받으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망에서 그는 진정한 협객이었다. 기껏해야 망에 몇 번의 접속만으로 체득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남을 굴복시키려는 현상은 우리사회의 병폐가 된지 오래다.
  “서로 놀려 먹으며 고수, 하수 짓거리로 세월을 보내지…….”
  “아~ 우리는 진정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나라란 말인가요?"
  “자네는 요즘 거리에서 기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연인을 본적이 있나?”
  “아뇨, 없습니다. 기쁜데 눈물이라니요…….”
  “얼핏 이해가 안 될 거야……. 하지만, 자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많이 울고 살았네. 슬퍼서 운 게 아니라 기뻐서였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난 아침에 일어나면 천문대 주변을 산책하며 들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지. 얼마나 아름답고 조화로운지 아는가? 난 매일 똑같이 겪는 이 감동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그럼 눈물이 나지. 나에겐 그게 전부라네.”
  관리팀장이 끼어들었다.
  “나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어. 시간이 가도 매일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 자체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더라고…….”
  난 결국 과학이 예술을 좀먹는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언제 우리가 진지한 음악회에서 감동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사진작가의 소중한 작품을 볼 여유가 있었을까? 영화가 지식전달의 통로가 된 것도 이젠 옛날이야기다. 그들은 어두운 극장에 앉아 한다는 게 영화는 보지 않고 고작 노트를 펴고 공부하는 것이다. 뭐든지 그냥 심심해서 하는 건 없다. 그러나 아마 누군가가 천문대장이 심심해서 천문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그를 고발할 것이다. 우린 이지경이다.
  “최근에 뭐 건진 거 없습니까?”
  “시230에 뱀이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네.”
  “우리의 선조가 외계인이라는 건 드러나지 않았나요?”
  “그건 아직 증거 불충분!”
  우린 자연스럽게 최근 태양계-2로 출발한 곤-1,2,3호에 대한 관심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곳은 항성 두개가 쌍으로 돌고 있는, 약40여개의 행성으로 구성된 연성계이며 생명체 탐사의 2차 목표지점이다.
  “4,5,6호도 준비 중이라 하더군.”
  “1,2,3호에는 군 병력이 포함되었다면서요?”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의심받으며 동행중이라네. 새 정권이 미친 것 같아. 평화적 목적의 행성 탐사에 군이 웬 말인가? 거기에 무슨 식인 괴물이라도 살고 있을까봐?”
  하이테크의 최첨단을 걷는 아가 연합이 언제부터 다른 나라의 과학자를 등용했을까? 평화 군대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욱 대규모의 군이 동원될 것이다. 우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로지 발전하는 건 우주탐험기술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진출뿐이다. 물론 그것마저도 우주 자원에 대한 욕망에 기인한 것이다.
  “파견된 군 지휘관이 새 의장의 사돈 쪽 사람이라더군.”
  “그럴 줄 알았어요.”
  “태양계-2 쪽으로 간 인원이 20명도 안되는데 절반이 정부인원이야. 그들은 평생 밤하늘의 별 한번 본 적도 없는 놈들이지.”
  천문대장이 관리팀장이 틈틈이 쓴 일기장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우린 밤엔 하늘을 보고 낮엔 땅을 보며 이렇게 글을 쓰는데 저 높은 곳에 있는 놈들은 자기들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하니 항상 땅만 보며 모두 아랫것들로 취급하는 거지……. 하늘이 있다는 사실에 겸손할 줄 몰라.”
  그렇다, 그들에게 우린 모두 아랫것들이다. 그들이 명령하면 따라야 한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었다. 우리가 의장을 직접 선출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지 130년째 돼간다. 처음엔 그런 결정이 우리의 정치 수준을 몇 단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우리 천문대에서 교육 팀을 맡았던 예어진 씨 알지? 그 사람이 지금 우주국에서 비행훈련 중이라더군. 알고 있었나?”
  “아뇨, 전혀 몰랐는데요. 우주비행사가 된답니까?”
  우주비행사가 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의지가 문제이고 수입이 문제다. 아마 그녀는 오랫동안 천문교육과 홍보를 담당하면서 무엇보다 우주에 끌리는 마음이 커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전공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주비행사 월급이 대학교 수위보다 낮은 거 알아요?”
  나는 마음에도 없이 비꼬고 싶은 말이 튀어 나왔다. 질투일까?
  “그래? 난 우리 천문대를 거쳐 간 최고 인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우주비행사가 너무 많이 배출됐지. 요즘은 한집 건너 한집에 우주비행사 자식이 한 명씩 있는 것 같더라고. 좀 과장한다면 말이야.”
  관리팀장이 신문을 가져와 내게 보여줬다. 거기에는 새로 뽑힌 우주국 국장의 글이 실려 있었다. 태양계-3 탐험에는 대규모 인원을 참여시킬 것이라는 장대한 플랜이었다.
  “자넨 요즘 뭐하고 지내나?”
  “학교에서 강의 합니다.”
  난 그들과의 대화를 마친 후 추회에 잠길만한 천문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초저분산 망원경이 몇 개 더 늘어났고 돔이 교체되었다. 자연의 멋을 그대로 살린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강단에 들어서니 3년 전 예어진 씨가 생각났다. 캠프가 있을 때면 항상 선두에서서 모든 교육을 담당했던 그녀의 열정이 지금 모두 우주비행에 관한 관심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꿈을 잃지 않았던 여자였다. 아이들이 망원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이 보고 있는 그 이상한 것들에 대해 지칠 줄 모르고 설명해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눈빛으로 궁금증을 풀어주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숨 막히는 일상에서 그녀는 평안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헤어지긴 했지만 그녀를 향한 애틋한 감정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내 얼굴을 잊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가면 수소문해 연락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색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출입문을 나와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준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천문대장이 10년 넘게 키우고 있던 뚜뚜가 어느새 입구를 배회하며 산책하는 나를 알아보고 앞장서기 시작했다.
  “오랫만이구나. 뚜뚜야.”

  5년 후…….

  나는 푸른 별이 모니터에 들어 왔을 때 그 곳이 그동안 거쳐 왔던 다른 태양계 행성들과 확연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스로 추정되는 흰 구름들과 흰 극관, 푸른 물로 이루어져 있는 게 분명한 행성의 뚜렷한 형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적외선으로 촬영한 푸른 별의 표면은 극관 부분을 제외하면 어는 점 이상의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행성과 놀랍게도 동일했다. 행성 표면의 물질들의 화학 성분을 알기 위해 가시광선 및 근적외선의 스펙트럼을 체크한 결과 행성의 대기에는 구름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수증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 수증기란 광대한 물이 증발되어 생겨난 것으로 짐작되었다. 낮과 밤의 온도차를 조사해보니 그 푸른 물질들은 갈색 대륙들에 비해 온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 행성의 푸른 물질은 액체 상태의 물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표면의 70%가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져 있다면 저 곳엔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분광기를 이용해 살펴보니 이 행성의 대기에서 산소와 오존이 다량 검출되었다. 여태까지 태양계에 들어오면서 거쳤던 다른 행성들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성분이었다. 우리 행성에서 대기 중 산소의 비율이 30%가 넘어 가는 것과 비교해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역시 상당한 양이다. 그렇다면 이 산소들은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우리의 행성과 견주었을 때 가장 유력한 근거는 이 행성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물을 분해해 산소를 대기로 방출하고 수소를 흡수해 유기분자 합성에 쓸 줄 아는 뭔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행성으로 비교하면 광대하게 서식하고 있는 광합성 식물들인 셈이다. 과연 그럴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물이 아닌 대륙 지역을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예어진 씨도 상당한 호기심으로 행성을 조사 중이었다. 그녀는 마치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해 평생을 살아 왔다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푸른 빛 과 빨간 빛을 흡수하는 지역이 거의 대부분이군요.”
예어진 씨는 우리 행성의 대륙과 흡사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녹색식물임이 틀림없다. 근접거리에 있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이 식물들은 물을 분해시키고 있는 것이다.
  “동일해요, 이 행성에는 물과 산소와 생물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놀랍지 않아요?”
  “우운 씨, 서두르지 마세요. 이제 시작입니다.”
예어진 씨는 지금도 천문대 교육 팀에서 일하던 때의 모습 그대로다. 학생을 다루듯 나를 그렇게 대했다.
  “산소 외에 메탄도 다량 발견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메탄은 산소와 반응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환된다. 그런데 이곳의 대기에는 100만개 분자 중 1개의 비율로 메탄이 발견되었다.
  “행성 내부로부터 미생물이나 그 어떤 요인에 의해 메탄이 대량 방출 되고 있나보죠. 산소와 반응 하는 양을 초과해서 말이에요.”
  길2895-1과 2를 조사 중인 곤-5호에서 온 메시지에 의하면 2의 대기에는 이만한 메탄이 없었다. 우리가 이미 조사하고 넘어온 4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 행성의 내부에서만 메탄이 이렇게 많이 존재할까? 메탄을 다량 방출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것이 내부로부터이든, 표면의 어떤 것으로 부터든 말이다.
  나는 음료를 마시며 본대에 전송할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득 본 예어진 씨는 쉬지도 않고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와 단둘이 이 탐험을 시작하게 된 과거를 회상해 보았다. 내 인생 최고의 결정이 아니었던가? 상상도 못해 봤던 일이다. 난 우유부단의 결정체였고 그 분야의 권위자였지 않나.
  잠시 후, 깜짝 놀라 만한 신호가 잡혔다. 행성에서 날아온 특정한 전파가 검출된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전파가 아니라 일정한 중심 주파수가 있는 것이었다. 행성의 자기장 속의 전자나 충격파가 내는 전파는 아니었다. 약간의 변조된 파형이 들어가 있어서 이것을 단기간에 해독할 수는 없었지만 전파를 사용하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다.
  “우리도 받았습니다. 근접해서 확인 바랍니다.”
  곤-5호에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예어진 씨가 민첩하게 반응했다.
  “우운 씨, 우리 탐사선으로 날아오는 모든 파는 변형 없이 그대로 투과 시키세요. 이들은 위험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탄 곤-4호는 행성의 표면으로 좀 더 접근해 나아갔다. 망원경을 설치하고 대기권 진입 없이 표면을 상세히 관찰하기로 했다. 갈색 대륙지역을 확대해 지켜보니 충돌화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대륙이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되었고 대기의 침식작용도 매우 활발하다는 증거다. 이것 역시 지질학적으로 우리 행성과 유사했다. 색이 다른 여러 가지 지역이 나타났다. 산맥과 강 유역으로 추정되는 풍경이 보였다.
  망원경의 분해능을 높여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했다. 정방형, 사각형, 원들로 덮인 지역이 발견되었다. 인공 건축물인 것이다. 그것들은 평원이나 바다와 근접한 지역, 산기슭 등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높은 산이나 바다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생명체들은 기하학과 영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네요.”
  “저 직선들은 도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기능과 목적은 확실치 않습니다. 긴 직선이나 도형들이 규칙적이고 무늬가 있어요.”
  “그렇군요.”
  한 도시가 눈에 들어 왔다. 강을 끼고 각종 직선들과 잘 배열되어 있는 사각형, 조화롭게 이루어진 식물 분포 지역 등이 이곳 지적 생물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행성도 저렇게 보일까요? 미쳐 우리 행성을 이런 식으로 살펴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맞다. 나도 우리 행성의 대기권 근접 풍경은 책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망원경을 이용해서 관찰해 본 적은 없었다.
  우리는 이 행성이 가진 물리적 특성과 지적 생명체들의 발달된 문명을 확실히 탐지해냈다. 이건 확실한 성과였다. 모든 장면을 녹화해 본대에 전송했다. 그리고는 탐사선의 위치를 바꾸어 태양의 광선이 도달하지 못하는 어두운 지역으로 갔다. 예상대로 표면의 곳곳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에서는 북극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대륙에 넓게 분포한 밝은 빛은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이들은 과연 평화로운 존재들일까? 멀리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체가 우리의 시야 안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저 물체는 이 행성을 위한 여러 가지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리라. 비록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저런 위성을 올릴 수 있다면 우리와 과학 기술 격차는 많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이룬 지적생명체가 우주의 한쪽에 근접해 존재할 확률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행성과 우리 행성의 생명체의 조상은 같을 수도 있다. 먼 옛날 제3의 어떤 존재로부터 동시에 관리되기 시작한 여러 지역 중 하나일 지도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탐사선이 노출되지 않게 조심했다. 우리의 방문을 그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었다.
  “일단 여러 가지를 조사해 보았으니 본대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광범위한 관찰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동의 했다. 지표면에 착륙을 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가 아니다. 장비들을 정리하고 그동안의 컴퓨터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던 중, 한 가지 흥미로운 게 발견되었는데 행성의 대기에는 메탄뿐만 아니라 생명에 유해한 것으로 파악되는 화합물들이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탄이나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이다. 이들 기체는 행성이 공간으로 방출하는 열을 흡수시킨다. 아마 머지않아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올라갈 것이다. 도시 지역에서 특히 방출되는 염화불화탄소는 온실가스일 뿐만 아니라 오존층도 파괴 하고 있었다. 어느 대륙을 살펴보니 대륙의 표토가 바다로 씻겨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몇 개의 지역에서는 강물이 모두 오염되어 있었다. 식물들이 많은 지역이 점차 줄어들고 오존층은 파괴 되고 있었다. 이곳의 생명체들은 지금 어떤 실험을 진행 중인 것일까?
  이들 생명체는 생명력이 대단한 것 같다. 행성의 기후와 환경을 통제하는 그 어떤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모양이다. 행성은 거의 기하학을 편애하는 생명체들이 장악한 게 확실했다. 그들이 이 실험을 주도하는 주체들이리라. 그렇다면 오존층과 식물을 파괴하는 그들은 틀림없이 우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다. 다른 생명체들을 모두 제압하고 행성 전체에 이르는 거대한 실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난 우리 행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정치적 혼란, 비리와 차별이 이곳에서도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놀랍게도 자연마저 파괴 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들은 이곳을 버리고 다른 행성을 정복하려 할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매우 호전적인 우리 행성의 정치인들과 군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딜 가나 이들이 문제다. 이  지적생명체라고 착각하는 생물들은 지독히도 우연히 우주의 티끌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은하계안의 한쪽 귀퉁이에 불과한 지역에서 만나 서로 비슷한 실력을 가진 채 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다.
  “하나씩 발전해 가요. 한걸음씩…….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밝혀낸 우주의 섭리가 아니겠어요? 그들도, 우리도 변할 거예요.”
  수신된 전파를 해독한 정보에 의하면 이곳 생명체들은 자신의 행성 이름을 ‘지구‘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다. 난 물과 산소와 생명들로 넘쳐나는 이곳 지구에서 다시 한번 우주에 경외감을 갖게 되었다. 식물들이 산소를 대기로 방출하고 수소를 흡수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방출된 산소는 또 다른 생명들을 잉태하고 그 생명들은 산소로부터 생겨난 오존으로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우주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산소를 방출한 식물처럼 거대한 자기의식이 있는 우주이다.
  “그들의 언어에 의하면 우리 행성은 하얀 별, 화이트스타 정도로 부를 수 있겠습니다. 문자로는 이렇게 표기하네요. ㅎ, ㅗ, ㅏ, ㅇ, ㅣ…….”
  “화이트스타요? 어감이 좋네요. 화이트스타…….”
  나는 서서히 곤-4호를 태양계-3 외곽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본대 쪽으로 돌렸다. 우리의 탐험은 성공적이었을까? 내가 8년 전 천문대에서 일할 때 느꼈던 밤하늘의 천체들은 일종의 멜로 드라마였고 뮤지컬이었고 동화였다. 난 이번 탐험 임무를 마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별을 연구하게 될 것이다. 그 때마다 망원경은 나의 친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여전히 동화를 꿈꿀 것이다. 그 곳에서 난 힘들이지 않고도, 걱정하지 않고도 반갑게 나와 맞아주는 평화의 생명체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 끝 -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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