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붉은.

2009.11.10 21:1911.10

붉은.



[나찰(羅刹)을 사랑하는 이는 나찰이 되어 버린다.]

내다 걸린 붉고 푸른 천들이 을씨년스러운 보름달 아래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너울거렸다. 해준은 활을 든 채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여우를 사랑하는 이는 여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목소리가 되살아 났다. 부처를 사랑하는 이는 부처가, 도깨비를 사랑하는 이는 도깨비가 된다. 어린 시절, 낡고 망가져 더는 원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 된 활을 품에 끼고 결코 놓지 않으려 드는 해준을 달래며 큰누이가 조곤조곤 그리 말하곤 했다. 조모가 달콤한 생강엿을 꺼내 줄 때도, 사시사철 발을 드리운 방 안에서 나와 보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모처럼 문안을 갔을 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속삭임은 차라리 주술 같았다.
사람은 사랑하는 것을 닮게 마련이다. 온갖 이매망량은 인간의 더러운 죄업을 사랑하여 그리 된 것이며 흉악한 비적은 큰 비적의 재물 품은 바를 연모하여 비적이 된 것이다. 그러니 준이 너는 우리 목씨 가문의 장손으로서 결코 사람의 도리를 잊지 않고 충과 효와 의를 사모하여야 할진저…….

그래서 아버지를 내몰았나?
해준은 비웃음을 물고 눈을 부릅떴다. 옥서 땅은 하잠과 율루의 접경. 척박한 토지일지언정 요충지다. 헌데 아직 출사하지도 못한 해준이 눈치 챌 정도로 방비가 허술해지고 점점 관리들이 태만해지는가 싶더니 「그것」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벌써 십 수년.
관리들은 그것을 핑계로 칭병하여 부임을 서로 미루고 조정은 내내 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정체도 향방도 종잡을 수 없는 그 두려운 존재는 오랫동안 하잠과 율루를 가리지 않고 옥서산 여기저기에서 출몰하였다.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고 여러 논밭이 상했다. 유난히 하늘이 붉게 보이는 그믐밤 새벽이면 텅 빈 하늘을 가로지르며 훌쩍 달을 향해 날아오르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손으로.’

해준은 은으로 된 하잠 왕가의 문장이 붙은 활을 손에 쥐었다. 시위를 쓸어 내리고 활줌통에 시선을 주었다.

[목해준. 아비의 원한을 풀고 그간의 묵은 정리를 위해 분연히 나선 자네의 그 충의를 높이 사는 바다.]

‘이번에는 반드시…….’

상념을 깨치며, 또한 증오에 뒤엉킨 그의 해묵은 기억마저 흩트리며, 마른 바람이 불어 왔다. 맞바람에 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해준은 푸른 화살을 먹인 활을 높이 들고 몸을 일으켰다. 삼나무 숲 저편 어둠에서 짐승 비린내가 풍겼다.

‘이것이 저 녀석과 두 번째로 만나는 거지. 재회로 끝이다. 다음은 없어.’

이 목숨은 하나뿐. 이제 대신해 줄 사람 따위…… 없다.
울컥 치미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해준은 「그것」을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꼭 백일 전, 봄비가 밤새 내린 날이었다.




<붉은.>





‘……다음은 없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그날,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져버린 목련 꽃잎이 마의(麻衣)를 걸치고 몸 던진 어머니와 겹쳐 보여서 해준은 이를 꽉 악물고 집 바깥으로 달렸다. 망가진 사립문을 나서 진탕이 된 소로를 지나 유난히 깨끗이 씻긴 시야 가득 안겨오는 무논을 거쳐 옥서산을 향해.

‘그러니까「그것」을 오늘 잡아야 돼. 내가 직접 쏘아 잡지 않으면 안 돼.’

무릎에 상처가 몇 개나 늘 만큼 열심히 내달리면서 해준은 생각했다. 급했다. 그간은 관리들도 영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그것」을 대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다들 「그것」을 싫어했지만 잡으려고 나설 만큼 배포 큰 인간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조정에서 새로 부윤(府尹)이 부임했기 때문이다. 새 부윤은 전과는 달리 유능한 사람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떠드는 소릴 들었다. 무너져 세 해나 방치해 뒀던 수로를 고치고 무기고를 열어 창검을 새로 정비 했다고도 했다. 오래 옥에 갇혀 이리저리 지리한 소요를 반복하던 죄인들을 줄줄이 가려내 몇은 집으로 돌려 보내고 몇은 벌을 주어 관노로 삼았다. 새 부윤이 보낸 관리가 해준의 집에도 찾아 들었다.
목소천의 지위를 다시 복원해 준다느니 자결한 어머니를 위해 홍문(紅門)을 세워 주겠다느니 뻔한 소릴 하는데 할머니와 누이들은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마냥 얼싸안고 울어댔다. 해준은 빈정이 상해 사랑방을 박차고 튀어 나왔다. 창고에서 낡은, 아버지가 사라진 후 집안 사람 누구 하나 입에 올린 적 없는 활을 꺼내 들었다.

“아버지 등을 떠다 민 게 누구였는데! 누구였는데! ……난 용서 못해! 절대 못해!”
“주, 준아! 준아, 이것아!”

할머니가 외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들이 허둥거렸다. 시퍼렇게 증오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올해로 열 다섯. 어린애가 아니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로는 더더욱 할머니 치마폭에나 안겨들 수가 없었다.

“준이가 아직 어려 저래요. 지 애비가 그리 가구 나선 저두 또래 애들한테 따돌림을 당하구. 높은 님네들, 모쪼록 어린애 맘을 좀 살펴 주시지요.”

부윤이 보내 포청 사람들과 섞여 나온 높은 나리들은, 아마 해준이나 해준의 아버지가 평생 활을 쏘아도 닿을 수 없는 지위를 가지고 있을 터였다. 하잠에서도 변경, 옥주부(玉州府)에 속한 군현 중에서도 옥서라면 벽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령이 누구인지도 가물가물한 게 촌백성이고 보면 부에 속한 도사(都使)나 판관(判官)만 해도 일생 그 존함 듣기 어려운데 하물며 그들이 모시는 부윤 나리라면 그야말로 까마득한 고관이다. 그래도 해준은 집안 사람들이 줄줄이 그 지위도 이름도 모를 사람들 앞에서 우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로 하여금 놓았던 활을 쥐고 옥서산으로 향하게 한 건 다름 아닌 옥서 땅 관리들 자신 아니었던가.

해준의 아버지 소천은 본디 율루 사람이었다. 조부가 식솔을 이끌고 옥서 산을 넘어 하잠 땅에 정착한 후 지금에 이르렀다. 본디 신분은 높았으나 나라를 등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인 법이라 누구 한 사람 입에 올리기를 꺼렸고 조부 역시 수많은 비밀을 혼자 짊어지고 세상을 등져, 이제는 아무도 알지 못하게 됐다. 해준의 어머니 역시 하잠에서도 온갖 재화와 인재가 모여든다는 왕도 도시홀(桃尸忽)출신으로, 내로라하는 고관의 딸이었다가 정쟁에 떠밀려 혈혈단신 의탁할 데 없는 몸이 된 여자였다 한다.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아비도 어미도 쓸쓸한 이방인이었으므로 적막한 옥서 땅에서 화촉을 밝혔으리라.
남의 땅이나마 착실히 부치며 그럭저럭 살림을 꾸리려던 소천의 평화는 「그것」의 출몰이 점점 빈번해지고 피해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완전히 깨어지고 말았다. 십여 년 전부터 옥서산에서 종종 눈에 뜨였다는 「그것」이란 부혜(鳧徯) 같기도 하고 고조(蠱雕) 같기도 한 짐승인데,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먹고 대지를 황폐하게 하는 요물이다. 「그것」은 밤 어스름에 숨어 옥서산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주친 자들은 거의 다 살해되었고 밤사이 산에 인접한 논밭은 악취가 풀풀 풍기는 늪으로 변해있기 일쑤였다.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으며 부패한 관리들은 책임을 미룰 뿐 누구 하나 심각하게 생각해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쳤고 자포자기하는 마음 한켠으로 「그것」이 자기 피붙이에게 손 대지 않기만 기원했다. 땅거미가 짙게 깔리면 벌써 밭에서 일하는 건장한 청년들마저 헐레벌떡 제 물건을 챙겨 집으로 도망질을 놓았고, 관례도 치르지 않은 아이가 밖에 나온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그것」 말인데, 실은 율루에서 보낸 거라더라.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기이한 일이 아닐 터였다. 해결되지 않는, 정체를 확신할 수 없고 대항할 수조차 없는 괴물이란 인간에게 있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므로. 사람들은 미워할 것이라도 있기를 바랐다. 마음 붙일 데가 없으면 걷어 차며 밀어낼 데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해준의 아버지는 어린 해준에게 중얼거렸다. 여우를 그리워하는 이는 여우가 된다. 증오하는 마음 저편에 거울로 비춘 듯 그리움이 존재하고, 율루를 증오하는 만큼이나 아버지는 율루가 참 사랑스러워 밤이면 꿈을 꾼다고. 그런 이야기도 몰래 해 주었다. 율루는 하잠의 오랜 적국이었다. 향교에서 매일매일 율루 욕을 주워 듣고 자란 해준은 이미 어쩔 수 없는 하잠의 아이였으므로 아버지의 그런 이야기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옥서산에 살면서 산 근처를 막 나돌아다니는 괴물이에요. 하잠이든 율루든 「그것」은 그런 거 모른다구요. 틀림없이 율루에서도 「그것」이 골칫덩이일 거라구요.]
[다들 내심으론 그런 거 잘 안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미운 거야. 미우니까, 미워서 견딜 수 없으니까, 적이 필요한 거야. 나쁜 건…… 나쁜 건 그 짐승이다. 율루든 하잠이든 누가 나서서 그 놈을 잡아야 돼.]

「그것」을 잡기 위해 나섰던 건 소춘 하나였다.
돌아오지 않은 것도 소춘 하나였다.
어린 해준을 남겨 둔 채 그는 그렇게 갔고, 해준은 창고에 남은 소춘의 낡은 활을 통해서만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천천히 세상과의 끈을 놓아 갔다. 누이들은 울었고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더욱 짙은 그늘에 잠겼다. 해준은 분노했다. 무엇을 향한 것인지도 모를 분노가 작은 몸을 차곡차곡 채웠다.

「그것」이 밉다.
그 짐승, 생김도 제대로 아는 이가 없는 괴물이.

‘새로 부임한 부윤 나린지 뭔지 알게 뭐야! 그건 내가 잡을 거야! 내가! ……내가!’

해준은 달렸다. 낡은 활을 들고 마음이 급해져선 달리고 또 달렸다. 홍문 이야기와 더불어 관리들은 꼭 저희들 일이나 되는 양 새 부윤의 무용담을 연신 늘어 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만 듣자면, 그 새 부윤 나리란 사람은 도시홀에서도 가장 이름난 무관인 모양이었다. 마음만 먹었다 하면 「그것」 아니라 율루를 통째로 뒤집어 엎을 만한 용사. 보나마나 허풍일 텐데 바보 같다고 코웃음 치면서도 해준은 마음이 달았다.

내가 잡아야 돼! 내가!
마음 속으로 외치고 또 외치며 내달았다. 옥서산 서낭당 앞에 닿고 보니 해질 무렵은 아직 멀었는데도 사위가 어두컴컴하고 오래 묵은 나무 냄새가 코를 찔러서 온 몸에 났던 땀이 한꺼번에 식을 만큼 겁이 났다.

“꼬마야.”
“으악!”

갑작스런 부름에 해준은 활을 쥐고 그게 검이나 되는 양 휘둘렀다. 활 끝이 서낭당 바람벽을 맞고 되퉁겼다. 나뭇잎 부딪는 소리가 비웃음 소리 같다.

“허어. 이거 원, 두 번 불렀다간 죽겠구나.”
“누, 누…… 와아악!”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서려 했는데 발이 엉켜 그야말로 눈 앞에서 그릇이 깨진 고양이 꼬락서니로 펄쩍 뛰어 오르고 말았다.

“묻든지 놀라든지 주저 앉든지 돌아서든지, 여하간에 하나씩 해라. 체할라. 츳츳.”
“누, 누구시…… 냐!”
“누구시냐? 푸하! 얼씨구, 그건 어디 사투린가?”
“대, 대답 안 하면 쏘…… 쏜다! 때린다!”

하며, 해준은 훌쩍 일어나 섰다. 아니 서려고 했다. 그러나 되지 않았다. 정신은 맹세컨대 말짱한데, 이놈의 몸뚱어리가 말을 통 안 들어 저 혼자 또 당황하여 홀랑 나자빠지고 말았다. 해준은 볼품 사납게 허공을 버둥거리며 무릎방아를 찧었다. 수령이 족히 수백 년 될법한 나무뿌리들 위로 무엄하게도 무릎을 대고 앉아 눈물을 찔끔거리자니 목소리의 주인이 낄낄대며 느긋하게 물어 왔다.

“그러는 꼬마는 누구시냐?”
“…….”
“네가 그 흑작(黑雀)이냐?”

흑작이라면 「그것」을 관리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옥서에 사는 사람들은 두려워해서 누구 한 사람 그렇게 부르지 못하는데 관리들은 서류에 적어 올려야 하니 뭐든 이름이 있어야 한다며, 누군가가 적당히 그리 부르기 시작했다 들었다. 해준은 이 사람 관리구나 하고 저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올라, 활을 든 채로 왁 달려 들었다.

“허! 흑작이 이런 곱상한 꼬만 줄은 미처 몰랐네 그래.”

그는 새득새득 웃었다. 해준은 웃을 수 없었다. 두 발 밑에서 감각이 없어진다 싶더니 머리 위로 피가 치솟으며 몸뚱어리가 허공을 갈랐다. 등짝에 느껴지는 고통에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눈을 떠 보니 시근벌떡거리는 자신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검날이 와 닿은 채였다.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준은 그가 검을 꺼내는 것을 보기는커녕 검을 지니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실력이 다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해준도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만큼 대단한 솜씨다. 해준은 비로소 그를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천진한 웃음을 물고 그는 해준의 시선을 받아 냈다. 거무스름한 얼굴에 새파란 눈동자. 뒤쪽으로 대충 묶어 가슴팍으로 흐트러뜨린 머리카락은 볕에 내다 말린 짚단 빛깔이었다.

“그, 그건 내가 잡을 거야!”
“제 몸 하나 못 지키는 꼬맹이가 잡긴 뭘. 이름이 뭐냐?”
“…….”

이름을 밝혀 안될 이유도 없는데 해준은 괜한 고집을 부리듯 입을 꽉 다물었다. 그는 다시 웃었다. 웃으면서도 검 끝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누그러지고 입매가 벌어져 이가 드러났다. 검을 쥔 손을 거슬러 올려다 본 얼굴은 무서워 보이기만 했는데 저리 웃으니 함께 흙밭에 구르며 장난질을 치는 또래 소년 같았다. 해준은 그의 어깨 너머로 흔들거리는 나뭇잎들이 오후의 태양빛을 머금고 제각기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한 줌 쥐어 낸 쌀알마냥 알알이 빛이 춤췄다.
눈이 부셨다.

“좋다, 꼬마야. 이 어르신이 먼저 함자를 밝혀 드리마. 이 몸은 여경옥이라고 한다.”
“계, 계집애 같은 이름 하구 부끄럽지도 않아? 어…… 어른이 말야. 어린앨 상대로 검을 들구.”
“고집이 센 놈이로구만.”

경옥이 내밀어 준 손을 탁 소리가 나게 힘껏 뿌리치며 스스로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는 것 정도가 해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었다. 거드름을 피우려고 해도 늦었다, 하고 말하듯 빙글빙글 너무나 경계심 없이 웃으며 경옥은 검을 허리춤에 갈무리 했다. 하지만 한쪽 손이 내내 그 검자루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해준은 제 목덜미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조금도 춥지 않은데, 경옥의 눈을 올려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곧 한숨이 얼어 붙은 채 허공을 메울 것 같다.

“목해준.”

이름을 밝혀도 경옥은 경계를 완전히 푼 것 같지 않았다. 해준은 어깨에 힘을 주고 손에 쉰 활을 불쑥 내밀었다.

“아…… 아무튼 「그것」은 내가 잡을 거야! 딴 놈이 잡기 전에 내가!”
“그래그래. 그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활로 잡으시겠다는 거지? 그 활로 확 후려치면 흑작 아니라 흑룡이라도 녹이 옮아가서 죽어 주겠다, 그치?”

대놓고 빈정거린다. 해준은 머리 하나는 더 큰 경옥을 올려다 보며 무어라 고함을 치려 했지만 경옥이 빨랐다. 왼손을 쓱 뻗어 해준의 더벅머리를 감싸듯이 문질러댔던 것이다.

“무시하지 마! 나, 나는 아버지 원수를 갚을 거라고!”
“아이고, 무서워라. 그래그래, 다 알았으니까 일단 여기에서 나가자. 응? 해준 도련님.”
“아…… 안 가! 무서우면 당신 먼저 돌아가지 그래?”
“그래. 무서워서 그런다. 이 경옥이라는 못난 놈이 무서워서 그러니 도련님이 저 바깥까지 호위를 좀 해 주지 않을래?”

그러고 보니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진 것 같다.
해준은 음습한 초록색 어스름에 묻어 나는 곰팡내를 맡으며 코를 훌쩍거렸다. 경옥은 여전히 천하 태평한, 어딘지 모르게 신경을 긁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해준은 서낭당 주위를 휘휘 둘러 보았다. 울울창창 들어선 삼나무 숲. 줄을 이어 수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들어찬 건너편 계곡. 홍, 황, 청, 백 물을 들인 삼베를 찢어 길을 내듯이 여기저기 가지에 표시를 해 둔 것이 계곡풍을 타고 흔들렸다.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해준은 그제서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본디라면 어린애는 낮에도 옥서산에 들어와선 안 된다. 「그것」이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르니까.

“해준 도련님, 갈 거지? 겁쟁이 여경옥을 바래다 주기 위해서 아버지 원수를 하루 미룬다고 해도, 아버지는 화 안 내실 거야. 그치?”
“그…… 러면 무, 무섭다고 하니까. 조, 좋아.”

끝내 허세를 부리면서 오히려 경옥의 존재에 슬그머니 안도하는 자신이 있다. 해준은 낡은, 실은 잘 다룰 줄도 모르는 활을 거들먹거리며 어깨에 끼고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두 걸음 마다 한 번씩 뒤를 흘깃거렸다. 경옥은 해준의 보폭에 맞추어 곁을 지키면서도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짙푸른 나무 우듬지 그림자가 경옥의 거무스레한 이마를 덮었다. 구름처럼 바람을 타고 너울거리며 그림자는 그의 밝은 눈동자를 삼켰다. 해준은 경옥을 보고, 또 보고, 또 돌아 보았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같이.

“……쉿.”

서낭당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경옥이 해준의 어깨를 잡았다. 왼손으로는 해준을 밀어 내면서 오른손을 허리춤에 가져다 댔다. 해준은 움찔 물러섰다. 드러난 목덜미로 싸늘한 바람이 날아들었다. 해준은 뒤를 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가 없어, 그는 당황했다. 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돌아보지 않으면.
지금.

와작,
족히 기백 년 그 자리를 지켰을 소나무 허리가 단숨에 끊어졌다. 시대가 저무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나무가 쓰러지고, 해준은 반사적으로 경옥의 팔에 매달려 눈을 감았다. 감기 직전에, 해준은 경옥과 눈이 마주친 듯도 싶었다. 착각일까. 그러나 분명 그는 웃고 있었다. 비 맞은 봄꽃이 보란듯이 밤 어둠을 가로지르며 낙화하는 듯한, 꼭 그런 종류의 섬광이 경옥의 눈 속에서 튀어 올랐다.

“쏴!”

눈을 뜬 해준에게 경옥이 외쳤다. 어서, 쏴, 하고 재촉하는 그의 목소리와 더불어 시야가 흔들렸다. 경옥의 검이 시퍼런 빛을 뿌리며 「그것」의 손톱을 가로 막고 있었다. 해준은 볼품없는 소리를 내질렀다. 경옥이 팔을 확 뿌리쳤다. 해준은 나동그라졌다.

“바보 자식! 쏘란 말이얏!”

다시, 검배가 황금빛에 감싸이는가 싶더니 경옥의 몸이 지상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것」은 인간의 말도 짐승의 말도 아닌 언어로써 숲 속의 공기를 경련시켰다. 질 때가 아닌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푸른 폭우. 어둠을 조각조각 사르며 그것들은 지상을 뒤덮었다. 해준은 무릎이 와들와들 떨리는 와중에 어깨에서 미끄러진 활을,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손에 쥐었다. 일생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을 만큼 힘겹게, 이를 악물고,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당기는 데까지 얼마 되지 않을 순간이 말 그대로 영원처럼 느껴졌다. 식은땀에 전 콧잔등을 찡그린 채 해준은 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사실 아버진 율루가 그립다. 영영 돌아갈 수 없게 된 고향인데두 이런 밤이면 율루 땅에 두고 온 집이 요모조모 떠올라 참 견딜 수가 없더라.]

거짓말. 거짓말이죠, 아버지. 율루는 우리네 하잠하고 원수를 졌는데 그 율루가 그립다니, 아버질 버리고 할아버질 버리고 숙부들이 줄줄이 죽었다면서 그런데도 그립다니…… 사랑스럽다니. 아버지, 말해 줘요. 거짓말이죠. 영 죄다 거짓이라고 이제라도 말씀 해주세요.

“해, 해주…… 해준……! 해준!”

해준의 손이 얼어 붙었다.
「그것」이 닭 같기도 하고 여우 같기도 한 울음소리로 더듬더듬 해준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해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바보 자식! 속으면 안 돼, 어서 쏴!”

경옥이 외쳤다. 해준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 또 저었다.

[여우를 사랑하는 이는 여우가 되고 도깨빌 사랑하는 이는 도깨비가 되느니라. 모두 제가 그리워하고 연모하는 형태를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법, 세상 무엇도 고정불변일 수 없느니.]

요수가 되었을 리 없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절대로 요수일 리 없다. 율루를 그리워했다는 이유로 저리 흉측한 괴물이 되어 겨우 찾은 제 나라에도 미움을 받다니, 그래서야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닌가.

자, 어서 쏴.
그리 외친 쪽이 어느 쪽이었던가. 해준은 알지 못했다. 눈물로 가득 찬 시야는 뿌옇게 흐렸다. 착각이다, 아버지일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은 백 발도 더 화살을 쏘아 댔지만 몸은 무슨 주술에 걸린 양 굳어 말을 안 듣는다.

“……옥, 겨오……! 경, 오…….”

「그것」은 무럭무럭 커졌다. 삼나무 우듬지 위로 불쑥 치솟은 대가리에 넙데데한 상판이 붙어 있었다. 두 갠지 세 갠지 모를 눈알이 빨갰다. 드러난 이가 씨익 웃더니 뱀 같은 혀를 날름대며 제법 가냘픈 계집 목소릴 냈다.

“경, 경오…… 옥! 옥! 경옥!”

경옥, 경옥, 경옥!
부르짖다 쉬어 버린 여인네 음성이 지저귀듯 경옥의 이름을 외었다. 경옥의 검은 그래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허공을 베어내는 솜씨는 단호하고 꼭 다문 입술은 멀리서 보기에도 강인해서, 해준은 쏟아져 내리는 눈물과 더불어 묘한 굴욕감을 느꼈다.

그는 아름다웠다.
그는 강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해준은 불현듯 그가 죽게 두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 경옥!”

「그것」이 골백번 외어도 흔들리지 않던 경옥의 검이 꼭 한 순간 흔들렸다.

까르륵, 「그것」은 참으로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기름해진 붉은 눈이 팽이처럼 휘돌며 대가리에서 쑥 팔이 뻗쳐 나왔다. 경옥은 손톱이 다섯 달린 그 팔을 가까스로 피해 냈다. 해준은 경옥을 향해 달려갔다.

“경옥!”
“안 돼!”

해준 자신이 구하려던 것은 경옥이었던가, 아니면 아버지일 지도 모른다고 내심 생각해 온 「그것」 쪽이었던가. 긴 세월이 흐른 후에도 해준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자신이 손을 뻗어 진정 바란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다만.

“경옥! 경옥! 경옥!”

「그것」이 만가(輓歌)처럼 경옥의 이름을 외며, 뼈로 된 날개 두 쪽을 활짝 펼친 순간만은 긴 시간이 흐른 후까지도 생생히 떠올랐다.

“……겨, 경……!”
“말 하지 마, 꼬맹아. 살았으면 냉큼 비켜라.”

경옥의 검이 어깨 너머로 「그것」의 목구멍을 꿰뚫고 있었다. 썩어 문드러진 냄새가 나는 잿빛 액체가 경옥에게 쏟아져 내렸다. 경옥은 자신의 다른 쪽 어깨를 「그것」에게 내주고 다른 손으로는 검을, 품으로는 해준을 감싼 채였다. 자신의 몸뚱이보다 두 배는 될 법한 괴물을 온 몸으로 지탱해내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경옥은, 해준에게 있어 그야말로 세상 전부처럼 보였다.
버텨 내고 있는 짐승의 무게를 증거하듯 부풀어 오른 근육과 혈관이 팔팔하게 꾸물대는 목과 쭉 뻗은 팔. 올려다 본 소년의 시계(視界)를 가득 메운 그 의기양양한 이마. 격전 끝에 얻은 생채기가 가득한 뺨으로 흘러 내리는 땀방울과 이내 세상 전부를 둘러 매칠 것 같은 기세로 가득한 뺨. 단단한 턱이며 무방비하게 흰 이를 드러낸 웃는 얼굴을 해준은 영영 잊지 못할 터였다. 십수 년 평생을 보아 온 하늘보다도 더 푸른 그 눈동자에 고스란히 비친 자기 자신의 벅찬 얼굴도.

그 순간만큼 해준이 ‘세계’를 오롯이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에게 상처 입어 그 피를 뒤집어 쓰면…….]

“경옥…….”
“어르신 이름을 막 부르는 게 아니지, 꼬마. 예의범절은 개 줬냐?”

시득시득 경옥은 웃었다.

“더 살도록 해. 목숨을 귀하게 여겨라.”

어깨를 눌러 주며 그가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졌다. 해준은 억지로 공기를 들이마셨다. 숨을 처음 쉬는 아이처럼 힘껏,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썩은 냄새에 뒤엉킨 쇠 냄새. 짓이긴 나뭇잎 냄새. 땀 냄새와 피 냄새. 활에 슨 녹 냄새와 그리고.

“저기 불빛이다. 꼬마를 찾으러 왔나 날 찾으러 왔나, 내기 할까?”

그리고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처럼 짙게 풍기는,
사내 냄새.
해준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경옥의 머리카락이 아련한 석양빛으로 반짝거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고 있었다. 녹슨 활을 세게 쥐고 있었던 탓에 화끈거리는 손바닥으로 경옥의 넓은 등을 향해, 마치, 악몽을 꾸며 천장으로 뻗어 올린 것처럼, 엉거주춤하게, 간절히, 해준은 경옥을 붙들고만 싶었다.

덥석 그 등에 코를 박고 팔로 어깨를 얼싸안은 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이름을 불러 주고 싶었다. 경옥, 경옥, ‘짐승’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그의 뇌리에서 씻겨져 나갈 때까지 몇 번이고.

“경…….”
“오오, 봐라, 꼬마. 포졸 나리들이 용감하게도 예까지 납셨어.”

빈정거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않고 경옥이 해준의 어깨를 툭 쳤다. 해준은 얼른 눈가를 문질러 씻고 앞을 보았다. 경옥과 더불어 옥서산을 완전히 벗어나자 마을을 향해 이어진 논둑길로 시커먼 장병들이 기백이나 늘어서 있었다. 저마다 깃발을 높이 올리고 여러 빛깔로 구분된 띠를 두른 채 그들은 명백하게 경옥을 향해 방패를 굴렀다.

“애새낄 데리고 밤마실 다니는 취미도 다 있으셨수? 고약한 양반 같으니라고.”

서른쯤 됐을까. 경옥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종종 걸음을 쳐 곁으로 오더니 목소릴 낮춰 그리 말했다. 흘끔 해준 쪽을 보는 눈길이 사나워서 해준은 활을 꾹 쥔 채 경옥의 등 뒤로 물러났다.

“역위 너를 데리고 마실을 다닐 순 없잖으냐? 하여간에 일 다 끝나고 마중을 나오다니 네 놈들 영 쓸모가 없어.”

경옥은 한 여름에 문득 불어오는 바람처럼 웃고, 역위라 불린 남자의 곁을 지났다. 잔뜩 군기가 들어 대열을 맞춘 병사들을 휘둘러보며 경옥은 외쳤다.
선언하듯이.

“이봐들! 길 잃은 애 데리러 예까지 와 주신 건 고마운데 말이지, 흑작(黑雀)은 이 여 아무개가 벌써 소탕했으니 그리들 알아라. 시체는 내버려 두면 뭐라도 와서 먹든가 썩어 거름이라도 되겠지.”

선언에 응하듯 병사들이 팔을 들어 올렸다. 함성이 터졌다. 해준은 선두에 선 병사가 힘껏 아기(牙旗)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눈을 커다랗게 떴다. 끝을 상아로 장식한 장수의 깃발. 커다란 천에 수 놓인 그 문장을 해준은 익히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것」을 잡기 위해 홀로 나섰을 때, 현령이 큰 은전이라도 베푼다는 듯 옥주부(玉州府) 문장 옆에 옥서현 문장이 나란히 들어간 머리끈을 하사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병사로부터 받아 든 경옥이 한 손으로 힘껏 그것을 들어 올렸다. 바람을 타고 깃발이 펄럭거리며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서녘 하늘을 감쌌다.
옥주부 문장과, 그 곁에 나란히 수 놓인 왕가의 문장.
그걸 쓸 수 있는 건 한 사람밖에 없다.

“옥주(玉州) 부윤(府尹) 나리시다.”

역위가 못을 박았다. 해준은 현기증에 휘청거렸다. 서녘 산기슭에 반쯤 잠긴 석양이 일렁였다. 그렇구나, 저 사람이 부윤이었구나. 결국 「그것」을 먼저 잡겠다는 결심 따위 애당초 실패한 거였구나.
서글픔보다 시원한 감정이 더 커서 해준은 놀랐다.

“부윤 나리. 이쪽의 꼬마는 어쩔까요?”
“어쩌긴 뭘 어째? 역위 너도 중군장(中軍將)씩이나 되는 놈이 꼬마 하나 가지고 별스럽게 굴지 마. 체면이란 게 있잖아? 체면.”
“중요한 문젭니다, 나리.”

역위는 경옥의 말에도 해준의 어깨를 쥔 손을 놓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나리, 흑작은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흉수에 당한 자가 새로운 흑작이 됩니다. 이 꼬마의 옷에 묻은 피를 보니 틀림없이 상처를…….”
“상처 따윈 없다.”
“나리!”

경옥은 아기를 설렁설렁 흔들며 시원스레 말했다.

“그 피는 흑작의 피야. 내가 그 꼬마를 미끼로 썼을 뿐이니 어서 놔 줘라. ……역위 자네에게는 이 여경옥이 평범한 백성을 끌어들여 상처 입게 내버려 둘 위인으로 보이나?”
“그건 아닙니다만 매사를 확실히 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놔 줘.”
“그러나.”
“정역위.”
“……알겠습니다.”

이악스레 어깨를 파고 들던 손가락이 다시 한 번 옷자락 위를 뒤채다, 뿌리치듯이 확 떨어져 나갔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해준은 떠밀린 사람마냥 몇 걸음이나 앞으로 나섰다. 경옥은 서낭나무 그늘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과 똑 같이 그럴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옷어깨가 짙은 흑적색으로 젖었다. 해준은 물큰 풍기는 피 냄새에 가쁜 숨을 뱉었다.
이렇게 헤어지면 안 된다. 뭐든 말을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 속에 뿌연 안개가 낀 것 같았다. 역위가 무어라 말을 하는 것도 웅웅 멀게 들리고 수백 명 병사들이 잔뜩 흥분해 외치는 소리도 전연 자신이 아는 말 같지가 않았다. 남의 나라 말 같다. 아니, 짐승의 울부짖음 같다. 다만 경옥이 괜한 허세를 부리며 내뱉는 말 끄트머리가 겨우 귀에 와 꽂혔을 뿐이다.

“……거다. 미끼가 되어 준 용감한 꼬맹이 하나 돌려 보내 주는 게 뭐 어때? 가서 우리 군의 위세를 촌구석에 실컷 떠들어 주면 좋지. 그야말로 망극하온 성총(聖寵)에 백성들이 감격할 지도 모르니까.”

그 말에도 묘하게 비꼬는 구석이 있었다. 왕도에서 온 부윤이면 해준에겐 까마득하다 못해 임금 그 자체로 보일 지경이었으니, 경옥에게 무슨 속사정이 있는가 따위 해준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것」에 대적할 만한 강한 힘도 눈부실 정도의 그 당당함도 경옥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양 보였다.

[「그것」에게 상처 입어 그 피를 뒤집어 쓰면…….]
[나리, 흑작은 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흉수에 당한 자가 새로운 흑작이 됩니다.]

아아.
해준은 눈을 깜박였다. 경옥은 혈기 넘치는 그 싱그러운 육체와, 총기 넘치는 홍안과, 또한 젊은 나이에 걸머진 방백(方伯)의 감투도 가뭇없이 여겼던 걸까. 어째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해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십장 비슷한 권한이라도 있었던들 반드시 자기 보신부터 했을 터다. 헌데 경옥은.

“돌아가라. 얼른.”

역위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의 손에 반쯤 끌리듯 하여 해준은 병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몰렸다. 빛 한 줌 남지 않는 한 밤, 홀린 사람 같은 몰골로 집에 들어서니 가족들이 울며불며 굴러 나왔다. 잔소리도 염려도 들리지 않았다. 해준은 한 가지만 떠올렸다.

[「그것」에게 상처 입어 그 피를 뒤집어 쓰면…… 그 독이 몸에 퍼져, 결국 똑 같은 요수가 되어 버린다.]

해준을 감싸며 「그것」의 아가리를 꿰뚫던 경옥의 팔, 꿈틀대는 근육의 움직임, 잘 갈아낸 검날을 타고 흘러 내리던 피. 온 사방천지를 채우고도 남을 듯 풍기던 썩은 냄새. 쿵쾅대던 심장 소리. 자신의 커다랗게 뜬 눈에 비치던 경옥의,
어깨에서 번져난 피.
그의 상처 위로 「그것」의 피가 떨어져 내렸다. 투둑투둑, 「그것」의 떨어져 내린 살점이 땅에 닿는 소리는 소낙비의 첫 비꽃과도 유사하였다. 「그것」의 피와 살을 뒤집어 쓴 경옥을 방패막이 삼아, 해준은 미끄러지듯 주저 앉아 떨기만 했다.
떨어져 내린 핏방울이 해준의 어깻죽지를 적셨다.
경옥의 것인지 「그것」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피였다.

‘몰라, 그런 녀석……. 어차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고, 나보다 몇 배나 더 잘났잖아. 나 같은 게 걱정 안 해도……. 그래도…….’

부윤 나리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자니 왕도에서도 손꼽히는 준걸(俊傑)이었다 한다. 그 명성이 높아 따르는 사람이 구름 같으니 왕께서도 가까이 두어 도타운 신뢰를 보내셨다고. 어차피 촌에서 떠드는 소리니 한껏 과장되었을 게 뻔하지만 숲에서 본 검 솜씨를 보아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것 사실이겠지. 「그것」에게 상처를 좀 입었다 해도 그런 미심쩍은 속설 따위 염려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니 대비책이 있겠지. 설마하니…….

‘설마 아무 대비도 없이 나 같은 거 지키겠다고 다쳤을 리 없잖아? 괴물…… 이 되는 거라구. 그냥 다치는 게 아니라, 괴물이 될 지도 모르는 거라구.’

해준은 짚베개에 고개를 파묻고 세차게 도리질 쳤다. 옷자락에 묻은 피는 잘 지워지지 않았다. 팔을 고인 채 해준은 뺨을 기댔다. 피 냄새, 그리고 땀 냄새…… 낯선 사내 냄새. 웃는 얼굴이 헌걸찬 사람이었다. 몸 속의 피가 약동한다는 게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았다. 사람이, 그저 인간에 불과한 존재가, 그렇게나 아름답게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인지 미처 몰랐다.

‘……어차피 이제 만날 일 없는 사람이니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 만남이 끝 만남이라고. 아버지 원수를 갚겠답시고 욱해서 뛰쳐나가, 아버지의 원수 그 자체에게 아비를 겹쳐 보곤 굳어 버린 멍청한 꼬마인 자신. 그 자신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검을 들어 종래엔 ‘괴물’을 퇴치해 준 높으신 나리. 그럴싸한 미담이네. 그래, 미담이다. 그런 생각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활은 잊었다.

“목소천의 아들 해준이 너냐?”

꼭 일백 일.
달이 차고 이우는 속도에 계절이 덧없이 흐르는 속도를 곱한 만큼이나 감정은 식지 않았다. 어떤 감정인지도 모르는, 복잡하게 엉킨 감정. 해준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립 밖에 서 있는 역위를 보고 왠지 모를 예감에 입을 다물었다.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술렁였다. 답하면 안 돼, 하고.

“좋아, 대답은 필요 없다. 나는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령하기 위해서 온 거니까.”

역위는 활을 내밀었다. 당연히 해준이 받아야 할 것처럼 당당하게.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해준은 섬돌을 딛고 섰다. 역위가 이끌고 온 마병이 수십 기(騎). 검고 희고 붉은 말들이 내뿜는 열기가 해준의 초가를 에워쌌다. 머리가 웅웅 울렸다. 당황하는 집안 사람들이 제각기 떠들어 대는 소리를 들으며 해준은 천천히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 모든 일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감이라고 해도 좋을, 그런 기분이.

“목해준은 기꺼이 왕령(王令)을 받들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성덕(聖德)을 어지럽히는 흑작(黑雀)을 위복(威服)케 하라.”

길게 자란 띠풀이 떠드는 듯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흔들림도 없었지만 어디에도 자랑스러운 위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해준은 그의 불그스름한 눈을 올려다 보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는 오래 울고 한탄하고 원망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경옥에게 부여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든 해준은 그에 관해 할 말이 없었다. 말해서도 안 됐다. 해준은 역위의 기억에 상감된 경옥을 훔쳐낼 사람처럼 지그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역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쳐 보였다. 일백일 전, 옥서산의 울창한 숲길을 등지고 처음 만났던 날의 그와 지금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삼가 대업을 받잡겠사옵니다.”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자 누군가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숙인 채였지만 해준은 역위가 그림자만 남고 알맹이가 사라진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하는 흑작이란 백일 전에 경옥이 도륙한 「그것」이 아닐 것이다. 울며 떠드는 목소리가 비탄에 차 있었다. 그는 좋은 관리였다고. 정말로 사람들을 생각해 주는 분이었다고. 자애롭고 지혜로워 천하에 다시 없을 귀한 분이 와 주셔서, 이제는 좀 살만 하겠다 여겼는데 이리 되고 말았다고.

[「그것」의 독이 몸에 퍼지면 결국 똑 같은 요수가 되어 버린다.]

그는 가 버렸구나.
짐승의 세계. 인간 아닌 것이 사는 저 깊은 숲 속 어둠으로 떠나 버렸구나,
하고 생각하자 슬픔도 고통도 아닌 알싸한 감각이 심장을 옥죄어 왔다. 해준은 가느다랗게 떨었다.

“목해준. 아비의 원한을 풀고 그간의 묵은 정리를 위해 분연히 나선 자네의 그 충의를 높이 사는 바다.”

여경옥의 보좌, 중군장(中軍將) 정역위는 과연 범상한 인물이 아니어서 한 치 흔들림 없이 건조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는 자리를 떴다. 해준은 옥서현의 문장도 옥주부의 문장도 아닌, 하잠 왕가의 문장이 의젓하게 박힌 은궁(銀弓)과 은(銀) 엽시(獵矢)를 받았다.

“그 나리는 사람들이 몹시도 사랑하는 분이었어. 준아, 그런 분을 쏘겠다니 말도 안 된다. 준아, 제발…….”
“준아, 가선 안 돼. 이건 너한테 사람들의 미움을 죄 모아 버리려는 음모가 분명하다. 네 아비가 그랬듯 너도 엉뚱한 희생양이 될 참이냐? 준아.”

할머니와 누이들이 아무리 울어도 해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해준은 홀린 듯 활을 쥐고 의복을 갖춰 입었다. 모든 일이 진작부터 정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숲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그것」의 피를 뒤집어 쓴 그가 웃어 보였을 때, 그리하여 그 아름다운 사내의 웃는 얼굴이 해준의 시야를 가득 메웠을 때. 순간 닿을 듯 닿지 않은 살갗에서 더운 김이 솟아 오르며 해준은 제 운명을 보았던 듯도 싶었다.

서낭나무 잎사귀마다 어둠이 깃들고 바람도 잠든 밤, 달이 뜨길 기다리며 해준은 젖은 흙 냄새를 마음껏 맡았다.
그는 한 사람을 기다렸다.
인기척을.
발자국 소리를.
혹은 숨죽여 다가오는 숙명처럼 몹시도 음험한 야습(夜襲)을.
이윽고 때는 왔다.
달이 휘영청 떠올라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만드는 그림자 그물 너머로 가까스로 존재를 증거할 때, 그 빛 한 줄기에 의지하듯 푸르스름한 안광을 발하며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된 기억으로부터. 그리 머지 않은 그리움으로부터. 손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섰던 첫 만남의 섬광 같은 시선 너머로부터,
그가 왔다.

‘이게 끝이다.’

두 번째 만남.

‘다음은 없어.’

이 목숨은 하나뿐. 이제 대신해 줄 사람 따위 없기에.
해준은 달빛과 나무 그림자가 뒤엉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기이할 정도로 마음은 고요하였다. 자신의 행위 하나하나가 생생히, 억겁이 지나도 다시 기억이 날 법할 만큼이나 명징하게 보였다. 시야가 이렇게 밝을 수 없다고 해준은 생각했다.
웃었다.

[여우를 사랑하는 이는 여우가 된다. 나찰을, 도깨비를, 비적이며 수라(修羅)를 그리워하는 이는 기어코 그리 되느니.]

인간은 사랑하는 것을 닮게 마련이라 한다. 어둠을 사랑하는 이는 어둠이 되겠지. 그리움이란 달을 더러 정랑(情郞)을 비추게 하며 버들 한 가지로 하여 연정을 깃들게 하는 것이기도 하겠거니 아버지는 과연 그때 저 어둠 속 짐승에게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총신(寵臣)을 가을 부채처럼 내버린 고국의 무엇, 겨우 은신해 어떻게든 정 붙이고 기십 년 살아왔으되 결코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타국의 무엇. 식솔들의 울음소리와 한숨.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목소리. 그도 아니면 또 무엇을.

[……그런데도 율루가 그립단다. 증오하는 마음 저편에 거울로 비춘 듯 그리움이 들러 붙어 있어서, 아버진 율루를 증오하는 만큼이나 참 그립다. 아직도. 아직도.]

목숨처럼 아끼는 이의 눈에서 인간은 대관절 무엇을 발견하는 것일까.

[준아, 가선 안 돼.]
[준아, 준아, 가서는 안 된다. 이건 업을 지는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의 원한을 혼자 떠안을 생각이냐? 준아.]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채 해준은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을 깨달았다.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흐려지지 않았다.
모두들 경옥을 쏘라며 내 등을 떠민 것이다. 경옥일지도 모른다며 두려워해서 내 등을. 그렇다, 그는 하잠에서도 제일로 손꼽히는 무관이었다. 아무도 감히 그와 대적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몬 것이다. 내몰려 괴로운 일을 떠안고, 운수 나쁘게도 업을 받았다. 괴물을 잡으러 와 괴물이 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몸이 됐다. 밤 어스름에 숨어 더는 인간의 말을 하지 않게 된 그는 더욱이나 흉포한 존재였을 테고 그 누구도 그에게 손을 댈 수 없게 됐다.
원망도, 피도, 상처도, 모두들 두려운 것이다. 무서워서 이 활을 떠넘겼다.
그러나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쏠 것이다.

“…….”

「그것」은 무언가 말했다. 산 그림자에 기대 바위인듯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인듯 천지사방을 약동하며. 해준은 「그것」의 목소리를 들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의 형형한 눈이 인린했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쏜다.
경옥이라도. 경옥일지라도.

“……경옥.”

검은 짐승은 틀림없이 경옥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해준은 그 이름을 불렀다. 「그것」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므로 자신이 「그것」의 이름을 불렀다.

“경옥, 내 이름을 불러. 경옥.”

「그것」은 답하지 않았다. 결코 해준을 부르지 않았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목소리로 「그것」은 바람소리처럼 혹은 물소리처럼 끊임없이 말을 건네 왔다.

쏴라. 나는 이미 짐승이 되었다.

푸른, 다른 색 하나 섞이지 않은 완전한 푸른빛의, 그 눈동자가 똑바로 해준을 되비쳤다. 해준은 그 눈 속에서 웃고 있었다.

“경옥. 내 이름을 불러, 제발…… 경옥.”

인간은 제가 사랑하는 것을 닮는다. 사랑하는 이의 눈 속에서 슬픔을 읽은 자는 슬픔을 닮고 고통을 읽은 자는 고통을 닮는다. 도깨비를 사랑하는 이는 도깨비를. 여우를 사랑하는 이는 여우를.
그러면 경옥, 너는.

“경옥.”

너는 내 눈에서 무엇을 읽고 무엇을 가져갔느냐.

“경옥, 제발…… 내 이름을.”

핏방울이 번진다.
밤 어둠 속에서 그것은 꽃망울이 터지듯 시야 여기저기에 꼭 한 순간만 선명할 점을 찍는다. 해준은 눈을 감지 않았다. 화살을 쏘고 또 쏘았다. 얼어붙은 공기가 새파랗게 경련하며 시야 저편으로 실어 보낸 화살이 몇 번이고 「그것」의 몸을 꿰뚫었다. 꽃망울은 그 때마다 터지고 또 터졌다. 땀 냄새, 큰 소리로 떠들며 팔을 뻗어 왔을 때 풍기던 낯선 냄새, 옷자락에 배어 영 가시지 않던 피 냄새. 경옥은 해준을 감싸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눈을 마주하였을 때 무엇을 보았을까. 해준은 묻지 않았다. 경옥, 내 이름을 불러. 답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소리 내어 외쳤다. 손을 뻗어도 이제 닿지 않는다. 달빛이 무정하게 떨어졌다. 스산한 바람 사이로 얼음장처럼 시리디 시린 핏방울. 상흔은 입맞춤처럼 더운데 짐승의 피는 차다. 더 살도록 해. 목숨을, 이 비천한 목숨을, 귀하게 여겨라. 어지러운 춤사위처럼 조각조각 빛나는 달빛. 벅차 오른 심장의 고동소리. 해준은 빈 주먹을 꽉 쥐었다. 증오하고 그리워하며 인간은 대체 무엇을, 보는 것일까, 대관절 무엇을. 아, 어쩔 수 없지. 첫눈에 반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듯도 싶다. 아니, 그건 자신의 목소리일까. 잔뜩 허세를 부리며 뒤늦게 떠들어 보는 치기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다. 해준은 입꼬리를 떨었다. 흐느낌을 꾹 삼키고 한 순간이라도 더, 더, 하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허공을 선회하며 흩어진 피 꽃을 그는 영원히 잊지 않을 작정이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을 후에야 눈가에 흘러 넘칠 눈물은 온전히 경옥만의 몫이다.

‘……그러하니 경옥, 피꽃 난만한 이 세계를 힘껏 살아 볼까.’

세계를 부술 듯 상처 헤집으며 끝나버린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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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t
댓글 3
  • No Profile
    奇極敾 09.11.13 18:51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것을 닮기 마련이다. 헌데 15살의 소년에게 흑작을 해치워달라고 시키다니... 좀 너무하군요. 불과 100일전만해도 꼬마라고 얕잡아보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건필하십시오~~
  • No Profile
    엄길윤 09.11.17 06:16 댓글 수정 삭제
    오오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하지만 결말이 약간 흐지부지 된 것 같아 좀 아쉬워요.
  • No Profile
    Claret 09.11.19 14:57 댓글 수정 삭제
    덧글 감사합니다.
    중편 정도로 썼으면 더 나을뻔 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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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 단편 갈증해소 夏弦 2009.11.03 0
1352 단편 숲의 꿈 먼지비 2009.11.06 0
1351 단편 일상단상 닥터회색 2009.11.09 0
1350 단편 스넌2 앤윈 2009.11.10 0
단편 붉은.3 Claret 2009.11.10 0
1348 단편 신의 힘을 가졌던 인간들 먼지비 2009.11.11 0
1347 단편 고양이는 야옹하고 울지 않는다1 매구 2009.11.12 0
1346 단편 구멍 니트 2009.11.12 0
1345 단편 추락한 물고기1 리오르 2009.11.12 0
1344 단편 비사사설毘舍舍說 먼지비 2009.11.15 0
1343 단편 셀레네 여신은 보석을 원한다 Mothman 2009.11.15 0
1342 단편 파이퍼 전투 소대1 Mothman 2009.11.15 0
1341 단편 fallout SunOFHoriZon 2009.11.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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