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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4번 타자 최고의 날

2009.11.03 14:4711.03

1-1
“올해 G는 엄청난 위기죠?”
“예. 그렇죠. 작년 시즌 G는 3할 2푼 5리의 타율, 44개의 홈런, 110타점을 기록하면서 4번 타자로서의 활약을 여전히 톡톡히 해주면서 올 시즌에는 통산 300홈런을 넘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요. 그러나 시즌의 중반이 흘러간 지금, G는 300홈런은커녕 타율이 2할도 넘지 못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겨우 홈런이 4개, 그래서 통산 홈런은 299개가 되었는데 그 뒤로 홈런을 단 한개도 추가시키지 못 하고 있죠.”
“예. 타율의 부진 때문에 2군에 내려갔다고 최근에 돌아와서는 가끔씩 대타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마저도 수월치 않죠. 대타로 나와서 35타수 3안타. 이 정도 수준이면 타율이 1할도 되지 않네요. 이런 G의 갑작스런 부진의 원인이 뭘까요?”
“그게 정말 큰 미스터리죠. 분명 G는 부상도 없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원인은 그나마 노쇠화입니다. 올해 G의 나이는 35살이 되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작년 시즌까지 저런 모습을 보이던 타자가 과연 이 정도로 성적이 급감 되는 경우는 이해할 수가 없죠. G와의 인터뷰에서 부진의 원인이 뭐냐고 물으면 아무 말도 못 하거나 자기도 모르겠다는 말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S팀 감독이나 코치들은 뭔가 알고 있는 지도 모르지만 뭐 그 분들도 인터뷰하면 도통 시원한 이야기를 안 해주니까요.”
“예, 지금 G가 속해 있는 S팀은 8팀중 5위, 4위와의 승차는 1게임으로 그나마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있는 상태인데요. 하지만 최근 중요할 때마다 대타로 나왔던 G가 플라이, 땅볼, 삼진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찬스를 살리지 못 하면서 다 지고 말았죠.”
“그랬지요. 물론 S팀의 부진은 G하나의 문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분명 안 되겠습니다만. 하지만 올해 제일 기대를 모았던 타자가 제일 못 해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 S팀으로서는 커다란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안타까운 순간들도 참 많았죠.”
“가장 안타까운 건 지난 번 경기 9회말 투아웃에 말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부분일 겁니다. 그래도 최근에 G가 친 볼 중에서는 제일 멀리 나갔었죠. 제일 위협적이었고요. 저도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좌익수가 꽤 받기 힘든 곳으로 공이 갔는데 상대팀 좌익수가 호수비 하나를 했죠.”
“이제 오늘 올스타전을 치루고 3일 뒤에 S팀은 현재 리그 1위 팀인 T팀과 후반기 첫 경기를 펼치는데요. 사실상 이 경기가 G의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겠군요.”
“S팀 감독인 J감독이 일단 G에게는 기회를 한 번 정도 더 줘보고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 한다면 2군으로 내려 보내거나 방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는 이번에 대타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 한다면 다시는 자신의 영광을 되살릴 기회를 얻을 수 없게 되겠죠.”
“그렇군요. 과연 지난 15년간 최고의 4번 타자로 군림해오던 G가 다음 경기에서 자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해볼만한 일입니다.”

2-1
난 G의 팬이다.
G가 데뷔했던 15년 전부터 팬이었다.
처음 데뷔했던 G는 상상을 초월하는 타자였다. 그는 그것을 그가 데뷔한 첫번째 경기에서 보여주었다.
그가 처음 1군 리그에 데뷔했던 것은 S팀이 10연패를 하던 중이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신인이니 한 번 기량을 보자는 입장에서 주전 출장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G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임을.
상대팀 투수도 그 당시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있던 투수였다. G는 야심만만이었다. G가 들어선 상황은 2회말 투아웃, 주자는 1루와 3루에 있던 상황이었는데, 타격코치로부터 안타를 노리라는 주문을 받았음에도 G는 마음속으로 홈런만을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상대팀 투수가 던진 직구를 그대로 밀어 쳐서 장외홈런을 만들어 냈다. 그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의 멘트가 생생히 기억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로서 처음 이름을 들은 신인이, 중요한 상황에서 3점 홈런, 그것도 담장을 훌쩍 넘기는 장외홈런을 만들어 냈습니다. 투수의 직구는 무려 152km, 다른 타자들은 간신히 쳐내서 파울이나 땅볼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는 볼을 무려 홈런으로 만들었습니다! 굉장합니다!”
그 경기에서 그는 이 홈런을 포함해서 4타수 3안타 2홈런을 올렸었다. 신인으로서는 과히 충격적인 데뷔였다. 그의 활약으로 인해 S팀은 10연패를 끊었고, G는 곧 언론의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사실 고교 리그에서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해준 G였지만 프로야구 리그로 올라와서는 보여준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은 거의 없었는데 이 경기에서의 충격적인 활약을 통해 G는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알린 것이다.
난 그 때 그 녀석 집에서 이 경기를 보고 있었다. 사실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경기였다.
그럼에도 난 멈출 수가 없었다. 응원하는 팀이 무려 10연패 중이라서 이번 경기조차 지면 큰일인데 어떻게 야구를 안 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경기를 통해 난 G의 팬이 되기로 했다. 지금까지 저런 압도적인 활약을 한 신인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 선수는 분명 앞으로 엄청난 활약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나의 예상에 맞게 그 뒤 G는 주전으로 계속 출전하면서 그의 첫 번째 시즌에 3할 6푼 3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27개의 홈런을 쳤다. 신인으로서는 기념비적인 기록이었다. 신인왕은 당연한 것이었고, MVP 이야기까지 솔솔 나왔다.
난 그 뒤 프로야구 시즌만 기다렸다. 물론 다른 스포츠도 보긴 했다. 할 일이 없었으니깐.
난 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 G가 4타수 3안타 2홈런을 친 그 날은 내가 돈벼락을 맞은 날이기도 했다. 평생을 써도 모자람이 없을 듯한 돈벼락이었다. 물론 이 돈벼락을 맞아보겠다고 나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하튼 돈벼락을 맞고 나서 나는 밖에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정말 가끔씩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서 먹을 것을 사는 일, 그리고 가까운 서점에 사람을 하나 시켜서 책은 배달 받았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았다. 이런 종류의 돈벼락을 맞고 나서는 밖에 잘 안 나는 게 좋은 법이다.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할 일은 많지 않았다. 주로 집에서 빈둥대는 것뿐.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텔레비전 보고 밥 먹고 책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그러다가 자고. 이런 생활을 하면 미쳐버리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난 그렇지 않았다. 내겐 오히려 이런 생활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시작했지만 뭐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혼자서 사는 게 잘 맞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듯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정말 답답한 때도 있었지만, 참을 때는 참았다. 참기 힘들어 질 때는 뭔가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밖에 나가지 않고는 사기 힘들 때였다. 그럴 때는 가끔씩 나가서 그것을 사오곤 했다. 물론 그럴 때도 조심은 했다. 가릴 건 다 가리고 갔다. 돈벼락을 맞은 나를 알아볼까봐.
그러다가 인터넷이 점점 발달해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뒤에는 굳이 밖에 나갈 일이 전혀 없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웬만한 것들은 다 사서 배송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 생활은 완전히 집에서만 지내는 것으로 굳어졌다.
인터넷과 홈쇼핑으로 음식과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집에서 나만의 천국을 만들 수 있도록, 혼자서 놀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주문했다. 컴퓨터, 게임기, 피아노, DVD 플레이어, 초고속 인터넷선, 외로움을 달래줄 강아지, 고양이 등등.
그래도 정 인간적인 외로움과 성욕을 참아낼 수 없을 때는 매춘부들을 찾아갔다. 내가 사는 곳 근방에 불법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었기에 거기에 가서 내 욕구도 풀고, 시간을 오래 해서 대화도 조금씩 했다. 사람이랑 직접 대화할 때는 그 정도였다. 주로 밤에 나갔다. 내 차가 쓰이는 몇 안 되는 경우였다. 그런 식으로 한번씩 풀어주고 나면, 굳이 별 문제도 없었다. 무슨 사랑에 대한 욕구니 하는 건 오히려 나랑 거리가 멀었다. 사실 집에 살아 있는 동물만 해도 5마리가 넘기 때문에 시끌벅적했다. 이 동물들 기르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동물들 덕에 외로움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내겐 야구가 있었다.
야구장에 직접 간 적은 거의 없었지만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해주는 야구 중계는 절대 빠지지 않고 다 보고 들었다. 언젠가부터는 케이블에서도 야구 중계를 시작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난 즉시 케이블 전 방송을 다 신청했다. 어차피 집에서만 있으니 채널은 많이 나올수록 좋았다. 그 중에서 스포츠 채널은 절대 빼놓지 않고 다 봤다. 딱히 밖에 나가지도 않고 할 일이 없다 보니 집에서 야구를 보고 컴퓨터로 야구 연구도 하고, 그런 식으로 살다보니 어느새 야구 전문가가 되는 수준이었다. 이러다보니 웬만한 팀의 웬만한 투수와 타자는 다 알게 되고 그들의 구질이나 타격폼까지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1군 리그에 대해 다 알아버리자 어느새 2군 리그까지 관심을 뻗게 되었다.
물론 내가 야구를 볼 때 가장 유심히 봤던 것은 G의 활약이었다.
G는 정말 굉장한 선수였다. 도저히 어떤 면에서도 부족하지가 않았다. G는 장타력도 있으면서 때로는 도루까지 해내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5-tool 타자였다. 게다가 수비도 잘 해서 가끔씩 멋진 캐치를 보여주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G가 홈런을 터뜨리는 일은 꽤 잦아서 가끔은 오히려 감흥이 없기까지 할 정도였다. G가 타석에 들어서면 아나운서와 해설 위원은 G가 오늘은 무엇을 해줄까하는 기대를 먼저 표시했다. 팬들은 그를 위한 응원가를 따로 만들어서 환호했다. 팬들은 심지어 그에게 안타도 기대하지 않았다. 늘 홈런을 기대했다.
그런 G를 보면서 난 내일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동물들이랑 노는 게 지겨워 지고 게임하는 게 지겨워 지면 으레 인터넷으로 G에 대한 기사와 기록을 찾았다. 그래서 G가 기록하고 있는 타율, 그리고 홈런개수에 흐뭇해하는 것이다. 팬의 기분이 이런 것인가.
그런 G였다.

1-2
“예, 야구 초대석. 오늘은 S팀의 영웅이고, 최근에는 대타로 출전하고 계시는 G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이거 야구 초대석에는 꽤 오랜만에 나오시는 것 같은데,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G입니다.”
“예. 지난번에 나오셨을 때가 1년 전이었죠? 시즌 40호 홈런을 터뜨린 다음날이었죠. 그 홈런이 아마 9회말 0-3 상황에서 터진 만루홈런이었죠. 그 홈런 덕에 S팀이 4-3으로 역전 승리했었고요.”
“예.”
“다시 그런 홈런을 터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물론 저도 팀이 저를 필요로 할 때 제게 원하는 것을 하고 싶죠.”
“그런데 왜 안 되는 걸까요? 부상도 없다고 들었는데.”
“부상은 없습니다. 단지...”
“단지?”
“뭐라고 해야 될까. 그냥 타석에서 배트를 잡고 있으면요. 더 이상 공이 보이질 않습니다.”
“공이 보이질 않는다니, 무슨 말인가요?”
“그냥 예전처럼 공이 명확하게 보이질 않아요.”
“시력이 나빠졌다는 말인가요?”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고,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칠 수가 없어요. 쳐도 외야수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서 아웃이 되고, 저도 뭐가 문제인지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아, 이거 시원한 답을 주시면 좋을텐데요. 아쉽네요. 그럼 다른 화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요즘 G선수가 힘들 때인데요. 그래도 계속 팬레터를 보내오는 분이 있다고요?”
“예.”
“여자분인가요?”
“아, 아닙니다. 남자분입니다.”
“남자분이 보내는 팬레터라, 조금 묘하군요.”
“예, 그렇지요. 그런데 이 팬레터가 뭐 G선수 사랑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점이 문제인 것 같다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시는 그런 분입니다.”
“오호, 조언이라니. 어떤 식의 조언들인가요?”
“예를 들자면, 어떤 팀의 어떤 투수는 주로 초구를 직구로 던지고 2스트라이크, 3볼의 풀카운트 상황이 되면 커브를 던진다는 식의 조언입니다.”
“이야 굉장하네요, 야구 전문가이실까요?”
“글쎄요, 확실한 건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야구를 굉장히 많이 보신 분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사실, 삼진만 당하던 제가 외야 플라이라도 날릴 수 있게 된 것은 그 분이 편지로 전해준 조언 덕이기도 하거든요.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잘 할 때는 그렇게 팬레터가 많이 오더니 이렇게 되어버리니깐 이제 그렇게 개인적으로 편지 보내주는 분은 그 분 한 분 뿐이거든요.”
“그럼 그 분 성함이라도 알 수 있지 않나요? 편지 겉봉에 적혀있을텐데.”
“아니요, 그게. 이름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예. 여하튼 그 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가요?”
“아시다시피 저는 내일 또 대타로 출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요. 물론 S팀 감독님 판단에 달려있지만요.”
“예. 하지만 제가 대타로 출전할지 모르는 그 상황에서 그 분이 경기장에서 저를 보고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정말 집중해서 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 개인통산 300번째 홈런을 치고 싶으니까요.”
“이야, 이건 정말 굉장한 각오입니다. 이 각오대로 내일 정말로 G선수가 홈런을 칠 수 있기를 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2-2
G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는 내게 굉장한 감동을 주었다.
사실 그 편지를 보내고 있던 것은 나였으니까.
계속 야구만 보다보니 난 점점 야구에 대해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던지는 공에는 이렇게 대처하고, 어떤 투수는 초구로 직구를 던지는 경향이 많으니 이런 점을 대처하면 되겠다는 깨달음. 그리고 난 그 깨달음을 G에게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팬의 바람일뿐, G가 정말 그 편지를 일일이 읽어보고 있는 줄은 생각도 하지 못 했던 것이다.
난 다시 한번 그의 팬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역시 마인드마저 멋진 선수다.
그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관중석에 있던 한 여자관중이 맞아서 부상을 당하자, 매일 그 여자가 있는 병원에 찾아가서 사과하고 심지어는 간호까지 했다. 그렇게 간호에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여전히 홈런은 잘 쳤다. 결국 G는 그 여성과 결혼을 했다. 요즘 프로야구에 이정도로 순수함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던가. 게다가 그는 술집에서 한 남자가 시비를 걸었음에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웃는 낯으로 잘 넘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야말로 굉장한 사람이다. 그 외에도 G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점들은 많지만 이쯤 해두겠다.
그런 G가 갑자기 부진을 겪게 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점이다. G는 팀원들에게도 굉장히 잘 했기에, 팀원들은 G가 부진하기 시작할 때 우선 G는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점점 부진이 길어지자 팀원들에게서도 G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 하게 되었다. 팀이 중요한 상황에서 G를 찾았을 때 G가 무기력하게 삼진이나 내야땅볼로 아웃 당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걸까. 난 그 점에 대해서도 계속 편지를 보냈다. 왜 당신은 갑자기 그렇게 못 치게 되는 건가. 물론 그래봐야 이유를 이야기 해주진 않았다. 그래서 대신 조언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무슨 일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자신감을 가져라. 우선 자신감을 가지고 휘둘러야만 언제든 홈런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식으로.
그래도 난 팬으로서 G가 다시 부활할 것을 굳게 믿었다. 믿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난 그렇게 15년간 G를 믿고 있었다. 밖에 잘 나가지 않는 내게 주로 사회생활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에서 S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하는 정도였다. 그 곳에서 올해 G선수의 부진 때문에 대부분은 그에게 비난을 던졌다. 이제 G는 노쇠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가 없고, 그러니까 G를 다른 팀으로 보내고 좀 더 젊은 선수를 받는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는 말도 있었고, G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타로 나와서 아무 것도 해주지 못 할 때는 중계창에는 욕설이 난무했다. 저XX 갈아치우라고, 저 XX가 한 번만 더 나오면 S팀 응원 안 한다고. 원래 팬들이란 그런 것이다. 잘 할 때는 온갖 찬사를 다 갖다 바치다가 못 하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그를 낮추어 보지. 난 S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어떻게든 그런 의견들에 대해 반박했고, G를 좀 더 믿어보자는 의견을 올렸지만 내 의견은 자주 묵살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이제 G는 끝났다고.
그렇지 않다. G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5년간 어떤 타자도 이루어내기 힘든 기록들을 쏟아내던 대타자가 갑자기 무너지는 일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그는 15년 연속 투수들에게는 상대하기 싫은 타자 1순위였다. 그런 타자가 갑자기 무너지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분명 내일 경기에서는 무언가를 해줄 것이다.
난 G가 야구 중계석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걸렸다.
‘예. 하지만 제가 대타로 출전할지 모르는 그 상황에서 그 분이 경기장에서 저를 보고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정말 집중해서 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 개인통산 300번째 홈런을 치고 싶으니까요.’
난 가야하는 걸까.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야구장에 가본 적은 없고, 게다가 지금은 딱히 야구장에 갈 때도 아니다. 좀 더 참으려고 한다. 아직 밖에 나가는 건 안 되고 익숙하지도 않다.
그런데 난 야구장에 가야하는 걸까.
하지만 G의 부활을 믿는다면, 그가 홈런을 칠 것을 믿는다면 야구장에서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그를 통해 사람들의 G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은 팬의 의무가 아닐까?
난 계속 고민했다.
G의 홈런으로 인해 리그 1위팀인 T팀을 이길 수 있다면, S팀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줄 것이고 G는 다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게다가, 내가 걱정하는 다른 문제도 어찌 보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가도 된다.
결국 난 가기로 했다.

2-3
오랜만에 나와 보는 바깥이었다.
난 모자를 썼다. 그 정도였다. 밖에 거의 나오지 않기로 한 후 변변한 옷도 사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후줄근한 옷을 걸치고 나왔다. 거기에 모자라니 사람들이 범죄자로 생각하기에는 딱이지 않나 싶었다. 이제는 예전만큼 조심할 필요는 없었다. 돈벼락 맞은 것도 무척 오래 전의 일이고, 다들 잊었겠지. 그래도 여전히 경계는 되었다.
바깥에서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너무 정신이 없었다. 물론 집에서도 햇빛이 쐬었지만 밖에 나와서 쬐는 햇빛은 더더욱 뜨겁고 아프게 느껴졌다. 난 차에 올랐다. 차는 운전한지 오래되었고, 기름도 새로 넣어야 했다. 주유소가 어디에 있더라, 밖에 너무 안 나오다 보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간신히 전자제품 파는 곳을 찾아서 요즘 유행하는 네비게이션이라는 걸 샀다. 그래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았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운전이라 야구장에 가는 동안 조금씩 위기가 있긴 했어도,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다.
야구장에 들어가니 막 경기가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다. 시즌 경기라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주로 야구장에 가면 사람들은 경기가 더 잘 보이는 1루쪽 관중석이나 3루쪽 관중석에 가있다. 실제로 지금도 1루쪽 관중석에는 주로 S팀 팬들이, 3루쪽 관중석에는 T팀 팬들이 모여 있다. 나는 외야수 뒤쪽 관중석에 앉았다. 여긴 사람이 거의 없었다. 자리는 조금 안 좋지만 방해 받지 않고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광판을 보니 오늘도 G는 대타로 출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선발 라인업에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G를 보러 온 것이다. 그가 오늘도 대타로 출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나오지 않는다면 난 괜히 헛고생을 한 거나 다름없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우선은 믿어봐야겠다. 그가 나오기를, 그래서 부활의 홈런을 때려주기를. 그렇게 G는 한 번 더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나도 한 번 더 기회를 얻겠지.

1-3
“예. 경기 시작했습니다.”
“예. 오늘도 G는 우선 대타 출전이군요?”
“그렇네요. 하지만 오늘 대타로 출전할 기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죠. 사실 그 동안 대타로도 보여준 것이 없어서 S팀 팬들은 G를 그만 2군으로 내려 보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워낙에 S팀 감독이 선수들을 잘 믿는 사람이라서요. 기회는 굉장히 충분히 주는 스타일이죠.”
“만약 오늘 G가 나올 수 있어도, T팀 오늘 투수가 H. 이건 굉장히 힘들겠는데요?”
“그렇죠. H는 지금 12승 2패, 방어율은 1.89. 최근 프로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2점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경우가 정말 흔치 않은데요. 이 선수가 해내고 있죠. 물론 G는 15년 전에도 이런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 적이 있긴 했죠.”
“아, 그렇죠. 그 때가 G의 신인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G와 그 때의 G는 다르죠.”
“그렇지요. 아마 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G를 응원하는 소수의 팬들은 기대하고 있을텐데. 어제 G가 야구중계석에 나와서 한 이야기 들으셨지요?”
“예. G에게 야구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골수팬이 한 분 계시다는데, G가 오늘은 반드시 홈런을 쳐 보이겠다고 그 분에게 경기장에 오라고 했다죠? 과연 그 분이 왔을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골수팬이라면 당연히 오지 않았겠습니까? 어디선가 보고 계시겠죠.”
“그래요. 과연 G가 그 팬을 위해 개인통산 300번째 홈런을 터뜨려줄지 기대 해봐야할 일입니다.”

2-4
3회말.
S팀은 지금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T팀의 선발 투수 H는 정말 굉장한 피칭을 하고 있다.
공의 스피드도 굉장히 빠른데, 제구도 잘 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히트 노런이다. 즉 S팀의 어떤 타자도 안타를 쳐내지 못 했다. 게다가 삼진은 아직 3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려 5개를 잡고 있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아서 전 경기에서 홈런을 2개를 터뜨린 S팀 4번 타자도 오늘은 공 한번 제대로 못 쳐보고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적어도 저 선수는 9회까지 던질 것 같다. 그러면 S팀 선수들에게 기회는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오늘 나온 S팀 선발 투수는 아무 것도 해주지 못 하고 있다.
3회 밖에 되지 않았는데 안타 5개, 홈런 2방을 맞으면서 3점을 내줬다. T팀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공을 쳐내고 있다. S팀에게는 희망이 없다.
그리고 G에게도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1-4
“예. S팀 선수들. H선수의 좋은 공에 속수무책이네요.”
“정말 이건 굴욕적입니다. H선수의 공을 하나도 쳐내지 못 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 공이죠. 구속이 거의 시속 150km 가까이 나오는 저 공이 저렇게 정확한 제구로 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타자로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죠.”
“정말 굉장합니다. 오늘 이러다 S팀 선수들이 한점이라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물론 야구라는 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거긴 합니다만.”
“예. 말씀드리는 순간 S팀 5번 타자 Y가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이야, Y도 좋네요. H 선수가 여러 번 유인구를 던졌는데도 속지 않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2아웃이라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기 때문에 아직은 S팀으로서는 어렵습니다.”
“예. 그래도 이번 볼넷은 좀 아깝네요.”
“예, 다음 타자 6번 타자 K가 나옵니다. H선수 던집니다. 아, 그런데 공이 타자의 몸에 맞습니다. 공이 타자의 허벅지에 맞고 말았습니다.”
“이런, 아무래도 몸쪽으로 공을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해내려고 했는데 제구가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예 6번 타자도 출루하면서 2아웃에 주자는 1,2루가 됩니다. S팀 기회를 맞습니다.”

2-5
S팀으로서는 기회를 맞았다.
6번 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후, 7번 타자조차 볼넷으로 출루했다. 투아웃 주자 말루. T팀 투수 코치가 올라와서 H에게 더 던지겠냐고 묻는 듯하다. H는 아직 좀 더 던져보겠다고 하는 것 같고. 투수 코치는 H를 믿고 내려가는 듯 하다. H 역시 굉장한 선수다. 그도 G만큼의 위기를 겪었지만 그 위기를 다 헤쳐나감으로서 사람들의 신뢰를 쌓았다. 그래서 투수 코치는 그를 믿고 내려가는 것이다.
S팀 감독으로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하고 대타를 내보낼 때가 된 것이다. S팀 8번 타자는 이제 갓 2군에서 올라온 신인이라서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중요한 때에 신인이 나왔다가는 노련한 H의 공에 말려들어서 기회를 망치게 될 것이다.
과연 대타로 G가 나올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과연 S팀 감독이 한번더 G를 믿고 그에게 기회를 줄지 말이다.

1-5
“8번 타자는 신인이라서 이 상황에서는 조금 위험한데요. 대타를 쓰려나요? 그렇네요. 대타를 기용합니다. 대타로.,, G선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 감독이 G선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군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텐데요.”
“그렇죠. 이번에 못 치면 정말 2군으로 내려 보내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다시 언제 올라올 수 있을지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G도 나이가 있으니까 2군에서 은퇴하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지요. 과연 G가 이번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G가 나오니까 S팀 팬들 야유가 굉장하네요.”
“주로 S팀 감독의 판단을 원망하는 팬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래도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니 좀 더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 좀 더 기다려야 할텐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H선수 첫 공 던집니다. G선수 휘두릅니다! 이런 파울이네요.”
“공이 몸쪽으로 잘 들어갔는데 G선수가 한번 휘둘러 봤네요.”
“H선수 다음 공 던집니다! 다시 파울이 됐습니다.”
“예. 이를 통해서 H선수에게 유리한 카운트가 됐죠? 2스트라이크. 여기서 유인구를 하나 던진다면 G선수를 쉽게 삼진으로 물러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G선수가 올해 유인구에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였거든요.”
“그렇죠. H선수 던지네요! 유인구입니다. 아, 그러나 G선수 배트 휘두르지 않습니다. 유인구에 속지 않았네요. 참았습니다.”
“G선수, 오늘 정말 마음먹고 나왔네요. 지금의 G선수는 이렇게 무력해지기 전의 G선수 같은 느낌도 조금 듭니다.”
“작년 시즌까지의 G선수의 모습이라면 이럴 때 하나 해줄텐데요. 과연 어떨까요. H선수 다음 공 던지네요. 아, 다시 파울입니다. 팽팽한 대결이네요. 다음 공, 아 또 파울입니다.”
“오늘 S팀 타자 중에서는 H선수의 공을 저 정도로 받아낸 타자도 없었지요? 지금 G선수는 제가 보기에는 분명 작년 시즌까지의 그 모습이 맞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팬의 진심어린 편지가 G선수를 다시 일깨운 것일까요? 하지만 G선수에게 기회는 지금 단 한번. H선수 공 던집니다. G선수 배트 휘두릅니다!”

2-6
G가 H의 공을 한 번 더 쳐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이 파울 지역으로 빠지지 않는다.
공이 높게 정면으로 날아오른다.
공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공은 내 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아직 공이 관중석에 들어온 건 아니지만, 난 분명히 알 수 있다.
저것은 홈런이다.
그리고 그 공은 정확히 내가 앉아 있는 곳 바로 옆에 떨어진다.
공이 한번 튀어서 내가 앉은 머리 위로 떨어지고 난 그것을 잡는다.
홈런이란 것이 확인되자 1루와 3루쪽 관중석은 난리가 난다. 만루 홈런이다. 3-0의 상황을 단번에 4-3으로 바꾸는 만루홈런이다.
그리고 난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이 홈런은 G의 개인통산 300번째 홈런이고 그 공이 지금 내 손에 있다. G가 물론 일부러 내게 보내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내가 누군지 알지도 못 하니.
하지만 중요한 건 볼이 내게로 왔다는 거다.
G는 이 홈런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맞았고, 나 역시 그럴 거다.
내게도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집에 틀어박혀서 지냈던 인생은 이제 끝이다. 이제는 밖으로 나갈 거다.
그 때도 난 여전히 G의 팬일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경기는 경기장에서 직접 봐야지.

1-6
“경기 끝났습니다. 스코어 4-3.”
“G선수의 결승타죠?”
“그렇습니다. 오늘 만루 홈런을 통해 드디어 G선수 부활했습니다. 개인통산 300홈런. 이번 홈런은 참 G로서는 굉장한 의미를 가진 홈런이네요.”
“오늘 활약으로 S팀 감독은 G에게 주전 출전의 기회를 줘보겠다고 하는데요. 오늘 보였던 G의 모습이라면 주전을 해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해봅니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 감동적이네요. G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했다네요. 자신을 기다려준 단 한명의 팬에게 이렇게 보답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 홈런은 내게도 큰 의미를 가진 홈런이지만 그 팬에게도 큰 의미를 가진 홈런일 거라고 말입니다.”
“이야, 정말 멋집니다. 부진에 빠진 선수를 믿은 단 한명의 팬과 그 팬을 위해 홈런을 친 선수의 이야기라.”
“예, 정말 감동적입니다. 여기 중계석에 새로운 소식이 하나 들어 왔습니다. 방금 G의 홈런으로 인해 사건이 하나 해결되었다네요?”
“사건이 해결돼요?”
“예. 방금 G의 홈런볼이 날아간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15년전에 한 부자 노인을 살해했던 용의자랍니다. 그 때 사건현장에서 용의자가 빠져나간 것을 본 그의 딸이 인상착의를 이야기해서 그저 몽타주만 제작하고, 인적상황 같은 건 하나도 몰랐다는군요. 그런데 오늘 그 사람이 홈런볼을 받은 덕에 그 사람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왔고 그걸 보고 있던 경찰관이 몽타주와 그 얼굴이 닮은 것을 알아채서 이 곳 야구장에 경찰을 출동시켜서 잡아갔다고 합니다. 15년이 지났는데 얼굴에는 그렇게 많은 변화가 없어서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는군요. 게다가 그 사람 얼굴이 계속 클로즈업 되었죠? G선수의 통산 300번째 홈런볼을 잡아낸 사람이라서. 그 얼굴을 보고 부자 노인의 딸도 용의자의 얼굴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는군요. 하긴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돈까지 빼앗아간 사람을 몰라보긴 힘들겠죠.  그런데 이게 재미있네요. 오늘이 시효 마지막날이었답니다.”
“그래요? 이야 이거 300번째 홈런 때려내고, 범죄자도 잡고. 오늘 G선수 최고의 날이네요. 최고의 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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