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김현우 환자

2009.07.18 15:0607.18

김현우 환자.




세상에 종말이 왔다.
인류가 남긴 문화와 물건, 책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인간들은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들이 어떻게 왜 사라진건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들의 자리에
있는 이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사라지게 한것이 분명했다.


내가 지구에 홀로 남겨진후 벌써 몇세기가 흘러갔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몬스터와 부딪히며때로는 싸웠다. 그렇게 나는 내 집을 사수했다.
광범위한 이 지구에서 나는 홀로 인간이었기에 매우 두렵고 때론 괴로웠다.
눈을 떴다. 천장에 백열등이 보였다.
나는 부시시한 눈을 깜빡이며 눈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앞이 흐릿한게 잘 보이질 않았다. 아! 나는그제서야 로얄글라스를 생각해 내었다.
이건 내 소중한 안경의 이름이다. 로얄글라스를두 관자놀이에 스치도록 하여 낀후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백열등이 완벽하게 보였다. 이 로얄글라스를 쓰면 몬스터들도 한층더 정확히 보인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되진 않아서 눈을 뜬채 천장의 백열등만 멀뚱멀뚱 쳐다 보았다.
  
어디선가 아둥바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안심했다. 그 곳엔 몬스터가 있었는데, 그 몬스터는 나랑 가장 가까운 몬스터였다.
나는 그 몬스터의 이름을 원스터라 명명 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본 몬스터 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일어나자 원스터가 내 옆 침대에 누워있는걸 보고 깜짝 놀라서 그에게 해코지를
하려 했으나 원스터는 내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았다.
그내서 나는 원스터를 내 집에 그대로 두었다.
나는 그저 누워 있으려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나 곧 몸이 근질거려 몇분 못있어 일어났다.
휴우. 심호흡을 크게 했다. 밖에서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릴것이다.

몸을 일으켜 문 앞에 섰다. 휴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이 곳을 벗어나면 우글 거리는 몬스터들과 많이 마주치게 될것이다.
그들과 가능한한 접촉하지 말아야하면 또한 시비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알았다.
하지만 가끔식 한 몬스터 무리가 내게 시비를 걸어온다.
그들은 내게 생명의 위협은 하지 않았지만 몸을 터치하며 내가 인간인것을 비웃는것만 같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나는 그들에게 심한 욕설을 해대곤 했다.
그리고 나면 속이 쉬원해지는걸 느끼곤 했다.


문을 열었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다.
이미 익숙한 냄새라 나는 그렇게 역겨워하진 않았다. 오늘은 꼭 나와 같은 인간을 찾으리라.

나는 지난 몇일 동안 한 방을 발견했다. 그 방은 몬스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들락날
락 거리곤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곳에서는 격한 냄새가 났다.
나는 그곳에 어떠한 비밀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자주 들락날락 거릴순 없을것이다.
그 방으로 가는 동안 무기를 가진 몬스터들과 몇번마주쳤지만 그들은 나를 특별히 생각하
진 않았다. 나는 그 곳에 가는동안 옆 창문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몬스터들은 무언가를 타고 다녔다. 그게 무엇인지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가질 않았다.
그 기계비슷한 것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거리를 내질렀다. 내가 거리로 나간다면 귀가 터져버릴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그방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걸어가면서 몬스터들이 시비를 걸어오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몬스터들은 나를. 지구에 단 한명 남은
인간인 나를 철저히 무시하였다. 아무튼 나는 그방앞에 도착했다. 마침 한 몬스터가 그곳에서 나왔다.

나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그 몬스터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이내 내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 방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가자 하얀 원기둥이 여러개 있는걸 발견
했다. 원기둥이라 말하기에는 중간이상이 움푹 패여서 마치 의자 같기도 했다. 또 다시
나는 격한 냄새. 비릿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냄새였다. 나는 속이 울렁 거리는 것을 참고
그 원기둥에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냄새는 더 격해졌다.
그래! 이곳에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냄새를 풍길리가 없었다. 첫번째 원기둥에 도착하여코를 킁킁거렸다.

크윽! 머리가 깨지는것 같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원기둥에 손을대어 보았다.
딱딱한 느낌. 주먹을 쥐어 두드려 보았다. 혹시 이곳이 무언가를 이동시키
는 이동장치인 것일까?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동그란 무언가가 튀어나와져 있었다.
거의 모든 몬스터들이 이곳을 들락날락 거리는 이상 이곳에서는 무언가 중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것이다. 나는 순간 이것이 어떤 음식이어서 핥으면 맛이 나는 그런 것일 것만
같아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얀 원기둥을 핥아 보았다. 하지만 혀에는 차디찬 감각만이
맴돌았다.

그 때였다. 내가 들어온 문에서 몬스터 두마리가 내게 다가 왔다. 큰일났다!
설마 이곳의 비밀을 알아내려 한것을 눈치채고 나를 이 지구상에서 없애버리려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두근두근. 하지만 몬스터들은 나를 잡고 문 밖으로 이끌어 내기만 하였다.
나는 휩싸인 공포감을 억누르고 몇걸음을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 몬스터들은 나를 바라보더니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지껄였다. 그리곤 내게 한 몬스터가
다가와 뭐라뭐라 지껄이며 텁텁한 물체를 내 입에 갖다 대었다. 설마! 내게 독약을 먹이려는
것이 아닐까? 나는 한사코 머리를 휘저으려 하였으나 이내 생각을 바꾸어 먹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오늘 내침대에 누울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 텁텁한 물체가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내 혀에 그 텁텁한 물체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이 매우 좋지않았다.
나는 쓴 고통이 밀려올지도 몰라서 눈을 질끈 감았으나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 몬스터는 내게서 텁텁한물체를 빼내고 뒤로 걸어갔다.

물.물.물! 물이 필요했다.
조금의 독이라도 남아있으면 내가 매우 위험해진다. 물로 해독을 해야했다. 나는 의자에
서 일어나 급히 수돗가로 다가갔다. 물을 틀어 손에 받아 입에 적셨다. 가글! 그래 가글
도 해야했다. 독이 목쪽에 있을수도 있었다. 가그그그그그글 퉤-. 뒤에서 한 몬스터가
나를 쳐다보며 뭐라뭐라 지껄였다. 나도 욕지거리를 퍼부어 주었다.
나는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그래.
그 방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것이다.
몬스터들이 나를 쫓아낸 이유도 아마 비밀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것도 엄청 큰 비밀!
갑자기 소파에 앉아있던 몬스터들이 큰 소리도 웃는다.
티브이. 그들은 티브이를 보면서웃고 있었다.
제기랄! 대체 지들이 뭔데 웃고 지랄인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도 나를 쳐다 보고 있지 않았다.
좋다.지금이다. 나는 다시 그 격한 냄새가 나는 방으로 다가갔다.
어? 그방 옆에 또다른 방이 있었다. 왜 이제서야 보인걸까?..
나는 그곳에 들어가려다가 문에 그려져있는 그림을 보게되었다.동그라미와 역삼각형.
이것이 무얼 뜻하는걸까? 왠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
먼저 그 방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방에는 여러문이 칸칸이 밀착되어 있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기에.. 이렇게 문이 많은걸까?..
모두 문이 닫혀 있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첫번째 문에 섰다.
끼이익‥‥. 문을 밀어보니 그곳엔 반대편방에 있던 원기둥을 눕혀놓은것만 같은 것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반대편 방보다는 냄새가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약간 미묘하면서 격한 냄새가 났다.
생각을 마치고 두번째 문앞에서서 문을 밀어 보았다.

어? 밀리지 않는다. 이곳이..
그때 문안에서 소리가 났다.

이상하군.. 미로형식의 비밀입구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라? 문아래에 약간의 틈이 보였다. 이곳으로 문 너머를 볼수 있을까?
나는 엎드려 그 틈사이로 먼저 손을 집어넣었다.

갑자기 괴성이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그때 내가 들어온 문으로 몬스터 두마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젠 정말 끝이다 ! 나는! 나는! 살고 싶다!
비밀을 알지도 못했어! 나를 놓아줘! 나를 살려줘!
몬스터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몬스터들이 내 어깨를 움켜쥐고 끌어 냈다.

몰라! 못봤다고! 살려줘!
몬스터들을 무기를 들고 나에게 쏘았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지만 이윽고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김현우 환자요?"

"내. 그환자 빨리 정신병동 쪽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자리를 찾고 있어요. 아 요새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잖아요.
자리가 없대요.. 허참"

"아까 보셨죠?"

"뭘요?"


"변기를 핥았어요 .. 으웩.."


"에? 진짜요? "


"내.. 그리고 몇분 안지나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서 이상한 짓을 했대요"

"허참.. 빨리 보내야 겠네요...  그나저나 왜 이렇게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걸까요..? ...뭐 덕분에 우리는 좋지만."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은 ..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걸까요?..."

"글쎄요.. 우리와 같지 않을까요? 그저 잠결에 행동하는것 처럼 약간 이상한.."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수 있을까요?"

"무슨 상관이에요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불쌍하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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