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프로그램

2009.07.16 22:2807.16

여고생들이 교실에 붙은 게시글을 읽는다. 제각기 울상을 짓거나 웃음을 짓는다.
"수영이 너 또 이등했어? 진짜 아깝다 1점 차이야"
학기말 고사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교내 게시판에는 학교 석차 1등부터
30등까지가 게제되어 있었다.
3학년B반 김수영. 그녀는 이번 학기말 고사에서 전교2등을 차지하였다.
주위의 친구들은 시샘반 부러움 반으로 그녀 곁에 모여 종알 종알  한마디
씩 했다. 수영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친구들을 대했다. 한번도 화를 내
거나 짜증을 부린기억이 없을 정도로 밝고 착한 그녀였고 더군다나 그녀의 외모
역시 성적 못지 않게 아름다워 주위친구들의 부러움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우리 오늘 시내 같이 나가자" 그녀는 어디에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녀와 함
께 시내에 나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은 우리 삼촌이 일찍 들어오랬어.. 맛있는거 해주신다고" 그녀는 어려서 부
모님을 여의고 삼촌과 함께 지내오고 있었다. 요리사인 삼촌은 늘 그녀에게 맛있
는 음식을 차려주곤 하였다. 그녀는 항상 부모님 없이도 삼촌 덕분에 여기까지
올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까지는 외국에서 다닌후 한국에 들어와 한
국 여고생 생활을 한 그녀지만 외국의 생활을 금방 잊고 한국에 적응 할수 있었
던 이유도 삼촌의 도움이 컸다.
학교에서의 시간이 금세 흘러가고 수영은 삼촌의 말대로 일찍 집에 들어왔다.
"저왔어요 삼촌~" 수영은 고등학교 여학생 답지 않게 응석을 부린다.
"수영이 왔구나. 일찍 왔내?"
"삼촌이 맛있는거 해준다고 해서 얼릉 달려왔지"
삼촌은 약속대로 멋진 음식을 준비해 놓고 계셨다. 수영은 음식을 먹으며 행복
한 표정을 지었고 삼촌도 그런 수영을 보면서 행복해 하였다.
"참, 삼촌"
" 왜?"
" 나 이번에도 전교 2등했어 잘했지?"

" 와.. 정말 대단한데? 우리 수영이 커서 의사가 되려고 그러나? 진로는 정했어?"

"헤헤..글쎄?."

식사가 끝난후 수영은 빈둥빈둥 거리며 TV를 보았다.
"어디보자~" 수영은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드라마 '29세기'를 찾아보았다.
"29세기" 수영은 리모컨 뒷부분의 마이크에대고 말했다.
잠시 TV는 멈추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결과가 나왔다.
'현재 '29세기'는 방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TV화면에 이런 문구가 나왔다.
수영은 아무말 없이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오락 프로를 찾아 시청했다.
그러다가 수영은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다.

수영은 삼촌이 출근하시기 전에 차려두신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였다. 쏴아아.. "아 뜨거 !" 정말 뜨거웠다. 수영이 샤워할때 춥지 않
으라고 삼촌이 보일러를 최대로 틀고 출근 하신 것이다.
'으에엑? 40도? 삼촌이 날 익힐려고 작정했나...'
수영은 기겁을 하며 온도조절기를 20도로 낮추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드라이어기로 머리를 말린후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뒤 한입 베어
묵은 토스트를 집어들고 TV앞에 앉아 리모컨을 들었다.
'어디보자.. 지금 29세기 하나?' 그녀는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러다가 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로봇' 이라는 단어에 채널을 멈추고
TV화면을 직시 했다.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고 싶습니까?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가지고 싶으시다구
요? 이젠 고민하시지 마세요 자신이 원하는 모습 인간의 모습대로! 절대 후회
하지 않으실 기회! 컴퓨터 음성이 아닌 실제 인간의 목소리 100%구현! 여자면
여자! 남자면 남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조정이 가능합니다! 2080년형 로봇
을 원하십니까? 지금 예약해 두시면 한정가로 모시겠습니다!]

하면서 정말 인간같은 로봇이 나와서 춤도추고 밥도 먹고 이야기도 잘하는 것
이었다. '우와..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수영은 그 광고에 넋이 빠져 침
을 흘리며 보았다. 씁! '나도 저런 로봇 하나 갖고 싶다.. 엄청 비싸겠지?'
수영은 흘리던 침을 삼키고 채널을 돌려 연예프로를 시청하였다.
연예인들이 나와 서로의 사생활을 캐묻고 있었다. 그들의 토크를 바라보면서 수영
은 여전히 로봇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웅...삼촌한테 한번 쫄라 볼까?..' 수영은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삼촌한테 그러면 쫌 미안한데.. 그러면 내가 돈 모아서 사는수밖엔 없겠지....
얼마나 ...할려나... 음... 그래.. 내가 돈벌고나서 집한채사고! 로봇을 두번째
로 고려해 봐야겠다. 히히히 이왕이면 잘빠진 미남 로봇으로 만들어서 사야지.
흐흐흐'
그녀는 벌써부터 로봇을 산듯 아주 신이 났다. 그때였다.
" 리안씨, 지난주 명동에 미녀한분을 데리고 다니시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요
그 미녀분이 로봇이라는걸 밝히신바 있는데 ..?"
보고있는 프로에서 MC가 잘생긴 리안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안은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 사실 제가 아는 한 친구가 로봇을 만들고 있어요. "

"그래서 공짜로 받은건가요?"

"아뇨아뇨. 시제품이라 정가를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공짜론 안받았습니다 하하"
'으이.. 내가 리안의 로봇이었다면 . 무지 ~ 행복하겠다 우히히'
" 사실 저도 처음엔 좀 꺼림칙 했죠. 로봇이 사람보다 더 사람같았거든요. 그래도 한두달 지내다 보니까 정도 들고 이야기도 많이 통하고.. 그래서 그냥 공개했습니다."
"그러시군요 . 로봇이 리안씨에게 방송출연 없으실때마다 위로 해주셨나 보죠? "
방청객과 게스트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 그런데 사실 로봇이 정말 사람같아서 어쩔때는 정말로 로봇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한편으론 정말 측은하죠 .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말이에요 로봇도 자신이 생각하고, 생각대로 행동도 하는데 그런 일들을 바라볼때마다 아.. 안됐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해요."
'하긴 .. 그럴지도 모르겠내.. 좀 불쌍하다 그런데 정말로 생각을 할수 있나? 로봇이?'
수영은 과학 시간에 들은 '큐스프'를 떠올렸다. 인공지능중의 하나로서 로봇이 인조육체를 입고 큐스프를 안착하면 로봇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을 하게 된다. 고 들었다.
하지만 몇년전 까지의 인조육체는 '인간이다'랄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새 사람보다더 사람같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인조육체가 발달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과학이 두번 놀라게 할 따름이었다.
수영은 자신이 샤워를 하고 수건만 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수영은 한가로이 휴일을 집안에서 뒹굴뒹굴하며 보내고 있었다.
삐링-. 메신저 쪽지 알림음이 울렸다. 수영의 친구 의서의 쪽지였다.
[뭐하냐? 허구헌날 메신저에서만 죽창때리구]
...누군 놀고싶지 않아서 집에 있는줄 아나
[야 -_- 너맞고싶냐 누군 집에 있고싶어서 있는줄아냐] 삐링-.
삐링-. 답장이 매우 빨랐다. 지가더 죽창때리고 있는건 아닌가.
[같이 놀애가 없구나? 그래 언니가 같이 놀아줄게 내가 친구들이랑 10시에 영화 보기로
했거든. 특별히 데려가 줄게.]
의서는 쪽지에 이상한 태그를 붙여놓아 한글자 한글자 떨어지게 해 놓았다.
'이상한 짓 하는덴 선수라니깐'
수영은 잠시 시계를 보았다. 현재시각 AM 8시 23분 이른 시간 이었다. 그러나 수영은 삼
촌과 한 약속이 떠올라 잠시 망설였다.
삼촌과 고등학교 입학식때 한 약속.
"한국에서 적응하기 까지는 삼촌한테 허락받고 나가놀아. 약속해."
수영은 이상하리 만치 그 약속을 잘 지켜오고 있었다. '으음.. 어쩌지?...'수영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먹었다. '뭐.. 어짜피 한국에 적응도 했고...삼촌은 어짜피
오후 늦게 오실테니까... 조금만 놀다 오면 모르시겠지..?'
수영은 빠르게 자판기를 두드렸다.
[-_-;; 알았어.. 어디로 나가면 되?]
삐링-.


수영은 지하철을 타고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벌써 친구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아! 여기!" 의서와 친구들이 수영을 불렀다.
수영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수영못지 않은 미인들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은 옷을 아주 화려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순간 수영은 그저 단정하게 차려입은 자신이 창피하였다.
친구들이 입은 옷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수영. 그녀의 행동에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였다.
"아~ 우리 저번주에 옷사러 갔다왔어. 너도 입고 싶으면 말해 사다줄게. 우리 형부네 집이거든." 수영은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본거야."
"그럼 우리 다음주에 옷 구경하러 가자!" 의서가 수영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수영은 그런 의서가 정말 고맙고 이 의서가 자신의 친구라는것이 정말 기뻤다. 솔직히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친구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 뭐볼까?" 아직 볼 영화를 정하지 않아서 친구들은 함께 영화 관람목록을 들여야 보았다. 여러가지 장르의 영화가 상영중이었다.
"이거 어때? 평점 좋던데." 머리를 뒤로 땋은 채희가 말했다.
"이거?"
채희가 선택한 영화는 눈물없이 볼수없다는 멜로 영화였다. "이거 우리 언니도 봤는데 진짜 슬펐대."
"그럼 이거 보는거로 하자. 너도 괜찮지?" 수영을 향해 말했다. "응, 아무거나."

사실 수영은 지금껏 친구들과 어울린적이 별로 없었다. 그녀의 기억엔 그저 공부만 했을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시간이 그녀는 정말 행복했다. 영화도 그리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친구들이 원하는걸 보기로 했다.

영화 상영시간은 10시 10분 시작 12시에 끝나는 영화였다.
'영화 끝나고 조금 놀다가 들어가면 늦진 않겠다.' 수영과 친구들은 10시가 되어 상영관에 입장하였다. 상영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중간 로열석에는 한 커플이 우리의 눈을 성가시게 했고 거의다 우리와 같은 학생들 뿐이었다. 그리고 상영관 끝쪽에는 4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혼자 앉아 있었다.


영화는 정말 슬펐다. 영화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상영관 여기저기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점점더 커져만갔다. "흐흑..." 옆에서 의서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영화의 스토리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다가 여자가 병에걸려 죽게되어 남자는 마지막을 같이한다는 그런 뻔하다면 정말 뻔한 스토리였다.
상영관 끝쪽에 혼자 앉았던 40대로 보이는 아저씨도 눈물을 흘렸다. "어흑.." ...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에 불이 들어왔다.
"아 진짜 진짜 슬퍼.. 훌쩍" "히끅! 히끅 !" 의서는 아예 눈물로 홍수를 이루었다.
"그 남자 진짜 멋졌어.. " "그런데 문제는 너의 얼굴이 안됀다는 거지." 이 와중에도 그녀들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런데 수영이는 영화 안 슬펐어? " "어? 슬펐어. 왜?"
".. 알겠다! 너 안울은척 하려는 거지? 도도한척! 여기까지 와서 이미지 관리 하기임?"
의서가 수영의 옆구리를 콕 찌르며 말했다. "아~하지마~" 그녀들은 떠들석거리며 상영관을 벗어났다.

수영도 영화가 슬프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 오늘 도도하신 수영님이 납시셨으니 비싼걸 먹으려 가야겠지?" 의서는 친구들을 향해말했다.
"그래! 다이어트는 개뿔. 그냥 배터지게 먹으러 가자!" 채희는 입을 벌리고 음
식을 먹는 흉내를 내었다. "그러니까 니 몸무게가... 읍!" "거기까지."
그녀들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 고등학생의 용돈으로는 무리일것만 같은 레스토랑. 그녀들은 수영과 같이 어울리게 된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그녀와 어울리는것이 싫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녀들은 거의 처음으로 수영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기에 수영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자는 의의도 있었다.
"어서오세요 좋은 시간 되세요~" 방긋거리며 여웨이터가 그녀들을 맞이했다.
고급스러운 외관과 같이 실내도 매우 고급스러웠다. "우와..진짜 멋있다." 수영은 짧게 감탄했다. 삼촌과 몇번 레스토랑에 가보긴 했지만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은 처음이었다.
'꽤 비쌀텐데...' 수영은 내심 걱정부터 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긴 좀 무리일것 같았다.
"....여기 꽤 비싸보이는데?.." 수영은 여웨이터를 의식하며 의서에게
소곤소곤 말했다. "걱정마. 여기 우리 큰아빠가 운영하시는 곳이거든.. 놀랬지?"
그제서야 수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조리실을 들여다 보았다. 이 레스토랑은 다른곳과는 좀 특이하게 조리실이 공개되어 있었다.
수영은 그곳에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들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가 삼촌에게도 말하지 않은 꿈이 바로 요리사 였던 것이다


여고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떠들고 있다. 그녀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주위사람들이 어찌 생각하든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녀들만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수영은 친구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정말로 즐거웠다. 수영은 앞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지 생각했다. 어느덧 시계는 4시를 가리켰고 수영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나 이만 가봐야 겠다." 친구들은 매우 아쉬워했다.
"벌써 가게?"
"삼촌 들어올 시간 다됐어. 월요일에 보자!"
수영은 아쉬워 하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레스토랑 문을 나섰다.
'어떻하지.. 지금가도 늦을텐데..' 수영은 삼촌이 걱정하실까봐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이윽고 집에 도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삼촌이 몰고다니는 차가 집옆에 주차되어 있었다.
'... 혼나려나? .. 뭐 오늘만 실수 했다고 하면 되겠지.'
수영은 벨을 누르려다 생각을 바꿔 문을 살짝 밀어 현관으로 들어갔다. '조심. 조심.'


"전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문이 닫힌 안방에서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계신것 같았다. 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살짝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사실대로 말씀하시죠 어짜피 목적은 돈이 아닙니까!" 수영은 삼촌의 고함을 듣고 깜짝 놀랬다. 한번도 화를 내지 않은 삼촌이었는데... 수영은 호기심이 생겨서 올라가다 말고 안방의 전화내용에 귀를 귀울였다.
"처음부터 이러실거라고 말씀주셨으면 맡지도 않았습니다!" 삼촌의 고함은 계속 이어졌다. 무엇이 삼촌을 이리도 화나게 만든것일까?
"그 아이와 저는 3년이라는 시간에 정이 많이 쌓였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수영이는 내버려 두시면 안될까요?"

'.....나?' 수영은 삼촌의 말에 자신이 언급되는것에 깜짝놀랐다. 무슨 얘기를 하는거지?...
"정말로 다시한번 생각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수화기 너머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아이가 로봇이라도 저에게는 딸같은 아이입니다."

'....로..봇?' 수영은 삼촌이 자신을 로봇이라 말하는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믿을수가 없었다. 삼촌이 날 속인것이란 말인가? 아니 그것보다 나는 인간이지 않은가? 내가 로봇일수가 있는걸까? 나는 사고가 존재하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며 피곤도 느끼고 고통도 느낀다. 이런 내가 로봇이라는것이 말이 될까? 수영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큐스프? 그것이 내 머리에 있는거란 말인가? 나는 인조육체고? 아니다. 이건 말도 안된다. 분명히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내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수영은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정도라면 생각해....." 수영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 풀석 주저 앉았다.

쿵-.
수영의 삼촌 아니, 삼촌이라고 말한 사람은 수화기를 잠시 내려놓고 닫혀있던 방문을 열었다.
"수영이니?"

삼촌은 수영이 계단에 주저 앉아 있는것을 보았다.
"수영아.."

"..."
그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촌이라고 했던 사람은 상당히 고민 하는 표정이었다.
"너.."
"삼촌.." 수영이 삼촌의 말을 끊었다.

"제가 로봇이에요?"  수영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삼촌이라던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왜? 왜? 빨리 말해! 아니라고! 왜 부정하
지 않는거야?! 왜! 어서 말해! 수영은 차마 그말을 밖으로 내지 못하고 눈만 동그
랗게 떴다.

"넌.."
"..난"

다시 수영이 삼촌의 말을끊었다.
"...난 말이죠 삼촌. 내가 로봇이라는 걸 못믿겠어요. 나는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
하고, 꿈도있는데 말이죠?... 아니죠? 나 로봇 아니죠?"

수영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매우 슬픈 표정. 누구의 어떠한 슬픔으로도 짓지 못할표정이었다.

"그래요! 내가 왜 로봇이에요? 난 친구들도 있고, 공부도 꽤 하고, 꿈도 있어요! 왜
내가 로봇이에요? 내가 왜 로봇이어야 해요?"
그녀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모든것이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리는 것인가.. 나라는 존재는 없던 것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그녀는 두려워 졌다. 잊혀져야 한다는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오늘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일 그전의 학교생활.. 그들이 나를 잊게 된다는 건가? 잊혀지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이고 싶다. 아니, 사람이다!

생각해보라.. 인간으로서 살아온 당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 것인가.. 당신의 인공심장을 꺼내어 당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수영은 깊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 울고 싶었다.
정말 슬펐다.
"수영아..." 삼촌이라고 했던 사람이 수영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려 하고 있었다.


"....난..왜 하필이면 내가.."

수영은 털썩 주저 앉아 흐느꼈다. 그러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 삼촌... 전 슬퍼도 눈물이 나질 않아요... 지금 이렇게 슬픈데....."
수영은 흐느끼며 일어났다. 그리고 삼촌을 붙잡고 흔들었다.

" 삼촌 ! 말해요! 왜 난 눈물이 흐르지 않는거에요!"

삼촌이라고 했던 사람은 자신을 잡은 수영의 손을 잡았다.

"넌 큐스프일 뿐이니까."
순간 수영은 삼촌의 표정과 손에 들려진 주사기를 보았고, 이윽고 정신을 잃었다.



"아직도 이해 못해? 너는 로봇일 뿐이야. 지금 니가 생각 하는건
모두 프로그래밍 되있는거야.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줄 뿐이지. 분명한건 너도 생
각을 하고 말하고 신경세포도 존재한다는 거야. 지구위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거의 로봇이라고 봐도 무방해. 너도 물론 포함되는거지. 이제 인간은 지구위에 얼마 남지 않았어. 아예 없다고 말해야 겠지. 로봇이 감정을 느끼는게 말이 되냐고? 고통도 못느낄거라고? 그런데 너는 지금 어때? 이제 이해가 조금 가니?"


의자에 누워있는 로봇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려 애썼지만 이미 몸은 결박
되어 일어날수 없게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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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댓글 4
  • No Profile
    니그라토 09.07.22 12:38 댓글 수정 삭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인간의 정신을 갖고 있다면 그게 어떤 물리학적 실체를 띄고 있든지 간에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 No Profile
    무명 09.07.22 17:38 댓글 수정 삭제
    글 잼있게 읽었습니다. 혹시 필립 K. 딕의 소설을 읽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나서 같은 주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 좀 해보셔야 할것 같네요.
  • No Profile
    뫼비우스 09.07.22 17:55 댓글 수정 삭제
    니그라토님 제 글이 엉망이라 이해가 잘 안되시는것 같내요 죄송합니다..
    저는 인간이 로봇을 만들고 아직 로봇이 그리 많지 않을때의 이야기를 써본거에요.
    어떤 물리학적 실체를 띄고 있든지간에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니그라토님의 생각은 이렇다 라고 말씀해주시는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글을 썻을뿐
    논쟁의 대상이 되긴 싫어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명님 저도 읽고 싶어요! 그런데 가난해서 ... 방학이니까 도서관 다니면서 많이 읽을꺼에요 읽고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No Profile
    니그라토 09.07.22 18:36 댓글 수정 삭제
    제가 보기에, 뫼비우스님의 이 글은 감정선이 살아있는 아주 좋은 글입니다.

    전 단지 제가 흔히 그러하듯이, 논리를 비판한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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