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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겸 저술
박사 이상애


1. 개요
 본 보고서는 권력 기반의 안정과 영구적인 집권의 토대 및 한국 계급구조의 고정화를 위한 좀비化 바이러스의 국내 살포의 필요성의 정리와 방법론, 또 이를 통한 경영 합리화에 대한 몇 가지 고찰을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와 차기 대선의 시점을 고려할 경우 다음 정권의 2년차에 돌입할 시점에 좀비化바이러스의 상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준비는 지금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많은 이들이 뱀파이어와 좀비를 다룬 작품에 대한 분석에 있어 착각하는 지점이 있다. 뱀파이어란 귀족적인 욕망에 대한 그럴싸한 포장이라는 전형적이지만 적확한 평가에 대비하여 좀비는 무지한 군중에의 공포를 담은 상징물이라고 단순하게 정의 내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바로 그 오류이다.

 좀비 영화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생존자'로 분류되는 주인공들이며, 좀비들의 존재가치는 주인공들이 휘두르는 어마어마한 폭력에 대한 정당방위 혹은 면죄부를 배급하는 것에 있다. 좀비를 다루는 작품들은 모두 소부르주아지의 폭력성에 대한 노골적인 정당화를 주장한다.

 [시체들의 새벽]을 비롯한 많은 좀비 영화들의 무대가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쇼핑센터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좀비들이 존재하기에 주인공들은 쇼핑센터 안에 즐비한 최신식 상품들을 무한히 소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더구나 그 소비에는 어떠한 대가도 치룰 필요가 없다. 어지간한 집에는 놓을 수도 고급 TV에서 흔쾌히 살 수 없는 비싼 양주까지,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은 그들은 얼마든지 향유하며 지옥과 같은 바깥세상과 동떨어져 지낸다.

 뱀파이어의 종족번식이 '선택된', '자질을 가진' 특수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는 것과는 달리 좀비들의 증식은 '도태된(백화점에 들어가지 못한)', '무식한 괴물들에게 붙잡힌', '몸을 정갈히 하지 못한' 일반적인 이들에게 내려진 천벌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더욱이 작 중 등장인물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삐뚤어진 성향의 인물이 좀비가 되었을 때 환호를 지르게 되는 구조를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이 좀비영화의 패턴이 놀라울 정도로 -한국식-프로테스탄트 윤리와 많은 지점 마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비 영화는 소부르주아지적 욕망의 투사다.

 한국의 계급적 격차는 더더욱 벌어질 필요가 있으며 차기 집권에서 역시 승리할 경우 일차적으로 해야 할 정책들은 계급적 격차를 신분적 차이로, 상하 이동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있어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는 좀비 영화에서 나타난 욕망의 투사를 가상의 것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다.

 정치의 심미화를 위한 모든 노력은 어떤 한 지점에서 그 정점을 이루는데,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전쟁, 오로지 전쟁만이 전승된 소유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규모의 대중운동에 하나의 목표를 설정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군사적 지형도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전쟁에 취약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을 위시한 각종 침략전쟁에 참가하는 경우도 물론 있었으나 이를 대대적인 대규모의 대중운동으로 이끄는 것에는 크게 집중한 적이 없었다.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는 이 전쟁의 필요성을 어떠한 외교적 마찰이나 문제없이 자국 내에서 해소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며 각종 무기 생산을 비롯한 2차 산업의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2.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 과정에 대한 청사진
a. 반대 세력에 대한 견제
a-1. 사회 비판 세력 및 단체의 소거
 바이러스 살포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존 정권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던 단체들에 대한 철저한 배제이다.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의 주체가 정부기관이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지켜져야 할 기밀사항이지만 혹여 이 사실이 밝혀졌을 경우 일어날 저항 세력의 결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각지에서 좀비가 난동을 부리는 혼란을 틈타 사회 비판 세력의 싹을 뽑아놓을 필요가 있다.

 지원금을 비롯한 원조를 중단하는 것을 기본으로, 영향력이 큰 세력에 대해서는 건물에 바이러스를 살포하거나 주요 임원을 감염시켜 힘줄을 끊어놓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야권의 수장이 될 수 있는 거물들 보다는 그 거물의 주변 인물들을 노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며 능력 있는 이들을 없애는 것보다는 그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더더욱 큰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좀비化 바이러스가 가장 유용한 점은 그들의 감염을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시체들이 움직이는 것이 좀비라면, 유해에 대한 부검이나 조사도 무의미하다. 방해되는 인물들을 암살하고 난 뒤 좀비化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면 얼마든지 합법적인 방식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이들을 청소할 수 있다. 이는 거리에 나선 시위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먼저 죽인 뒤 좀비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시위대를 통제하기에 더 용이한 방법일 것이다.


a-2. 언론기관과의 공조
 사회 비판 세력에 대한 처분을 진행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언론기관과의 공조이다.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가 사회 비판 세력에게만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에 침묵을 요구해야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숲에 숨기듯 정권에 적대적인 인사들을 좀비로 만드는 동시에 각종 연예계 인사들 역시 좀비化 바이러스에 감염을 시키고 가십을 확대재생산하여 시야를 흐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동시에 좀비化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나 좀비가 된 이들의 성질이나 취급 방식에 대한 정보 조작 또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 유포 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영상매체에서 접한 기존의 좀비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켜 바이러스의 무차별적인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좀비를 그 전염의 매체이자 식인의 주체로 결정지어야 한다.

 또한 좀비化 바이러스의 기술적 한계들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공언함과 동시에 확인불가능한 소문 유포를 적극 권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a-3. 군중 형성의 억제
 좀비들의 특징은 무리를 지어있을 때 가장 공포스럽다는 점이다. 군중이나 혁명 세력 역시 이와 같아서 그 모임이 커질수록 위협적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군중 형성 자체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무리 지어 있으면 좀비化 바이러스의 전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이를 빌미로 정부가 군중 자체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군중들이 모이면 공권력이 처음부터 강경 진압을 통해 해산을 유도하고 피치 않은 이유가 있거나 혹은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이기에 군중 형성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엄격한 정부 통제 하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명시한다.

 또한 대학이나 공장과 같이 대다수의 인원이 필연적으로 한 장소에 밀집해 있을 수밖에 없는 공간에는 반드시 그에 비례하는 경찰 병력을 배치함과 동시에 언제라도 진압이 가능하도록 함을 필수적으로 한다.


b. 개신교 권위 재창출
 전쟁위기에 맞춰 개신교 권위를 강화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좀비들의 공격에 의한 위기의식의 부각과 함께 종교에 의지하는 이들이 늘어날 이 상황을 가능한 개신교 권력의 성장의 거름이 되도록 몰아갈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중세 흑사병을 피해 교회 안에 들어왔듯 좀비에 대한 공포 역시 그들을 신앙의 길로 이끌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불사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를 시도해야 하며 다만 카톨릭 계열에 대해서는 교회와 큰 지리적, 사회적 차이가 없는바 후일을 기약하며 공격을 절제함을 목표로 삼는다.

 불교에 대해서는 암자가 갖는 지리적인 위험도를 강조함으로써 견제를 하는 것이 가장 손쉬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사 주변의 수원에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종말론, 휴거론을 무기로 삼는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한 대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실제 이들 세력은 전멸되더라도 문제시 삼을 배후 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신의 역사함의 증거로써 무엇보다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교회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몇몇 유력 교회의 경우에는 비공식적으로 백신을 배포하거나 또는 교회 내 소모임 등지에서 백신을 함유한 식사류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음성적으로나마 교회가 갖는 권위의 힘을 실질적으로 보여야 한다.


c. 기업 경영 합리화에 있어서
 대량의 좀비 발생은 곧 노동인구의 감소를 뜻한다. 특히나 좀비化 바이러스의 감염 대상이 특정 계층에 대한 견제 요소로 인위적인 조작을 하는 것인 이 경우 일용직 또는 비정규직의 종사자가 급감할 터이다. 그러나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자산들이 국고에 환수되거나 상속되면서 소비 역시 늘어날 것을 예상하면 큰 타격은 되지 못하며, 오히려 좀비들을 진압하기 위한 전쟁물자에 대한 집중적인 생산과 소비가 빠른 속도로 반복되면서 경제 활성화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것은 해외에 공장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을 기본 기조로 삼으면 큰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이 국내 노동자들에게 비싼 값을 치루면서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기업체들에게 해외공장설립을 공개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좀비化 바이러스의 창궐은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매우 유리한 카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노조 역시 앞서 이야기했던 바와 같이 단체에 대한 제재를 통해 견제가 가능하며 조합의 크기가 큰 경우 폐쇄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민간이 방역 체제를 갖추지 못한 공간에서 모임을 갖는 것에 대한 금지가 반사회적 단체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는 한국의 계급적 구분을 신분적 격차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한 정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좀비化 바이러스는 국제적인 악재로 환율이나 국가신용등급에 있어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것이 분명하지만 이는 세금을 얼마 내지 않고도 상속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부동산처럼 쉽사리 매입할 수 없는 상품들을 구할 수 있는 찬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혼란 속에서 사회자본을 독점하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몇 가지 작은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계획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3. 사업 투자 및 확대 분야에 관하여
a. 도시 재편 계획
 한국의 부동산 산업은 매우 성황리에 진행 중임에도 여러 가지 개발을 제약하는 법안들에 막혀 있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좀비化 바이러스의 문제와 연계하여 위생을 위한 도시 재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할 경우 큰 반대 없이 서울의 북부에서 남부까지 완벽한 재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부산적으로 생겨날 효과들은 어마무지할 것이며 교통편 및 관청 역시 부유층이 이용하기 편한 형태로 재편성 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업과 부동산업에서 얻은 막대한 이득은 계급 간 격차를 확고하게 만들 것이며, 도시 재편 계획과 결부되어 하층민은 도시 외곽에서, 지도층 계급은 도시 중심부에서 거주 환경과 재택 구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b. 수도권 지역 外 토지 선구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농산, 축산에 관한 피해를 줄여야 하고, 그만큼 수도권 지역 외에 좀비化 바이러스는 가급적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이 탓만은 아니더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좀비化 바이러스가 퍼질 것은 자명한 일이며 동시에 수도권 지역 외의 토지의 가격이 올라가리라는 예상은 간단히 도출된다. 그렇기에 주요 지점에 대한 선구매는 반드시 해야 한다. 또한 서울에 좀비化 바이러스가 심각할 정도로 퍼졌을 경우 지방 신도시를 재편성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하나 이에 관해서는 더 많은 쟁점이 부딪친 후에 이야기할 수 있기에 여기서는 제안에 그치도록 하겠다.


c. 자경단의 설립 및 사병화와 무기류 판매
 좀비化 바이러스의 전염이 예상보다 확대된다면, 이를 한국 내 총기류 생산 및 판매, 자경단 설립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최적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은 제반 사정에 의해 아직 총기구매가 공식적인 루트로는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새로이 만들어질 이 시장의 잠재성은 어마무지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좀비들을 척결하기 위한 자경단 설립에 대한 지원은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지원축소의 명분이 됨과 동시에 총기류 판매의 안정적인 수요원이 탄생하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조직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자경단은 일종의 정치적 사병의 기능으로서 활동할 수도 있기에 가능한 그 조직의 크기를 넓혀놓을 필요가 있다.

 만약 총기류의 판매와 자경단의 설립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여타 좀비 영화에 나오는 무기들 역시 새로이 제작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창 밖의 좀비들에게 전기톱질을 할 수 있게 한다던지, 차 선두에 말뚝을 박는다던지 기존 전경 수송 차량들을 개조해서 경찰을 비롯한 자경단에게 배포할 수도 있을 것이다.


d. 식량 및 생활필수품 유통의 통제
 좀비들의 준동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것은 당연 식량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 필수품들의 유통을 통제하는 것으로 국내 도소매 기업들의 목줄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조림처럼 장기 보존이 가능한 식량의 경우에는 사재기의 대상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기존까지 유통의 통제를 국가가 맡았던 적이 없기에 이런 독점은 큰 반발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므로 좀비化 바이러스의 검역을 표면적인 이유로 밝히되, 실제로는 유통망 점거를 목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 계획은 종국에는 식량 및 생활필수품의 배급제도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4. 좀비化에 뒤따르는 기술적 문제와 그 대안에 관하여
a. 난폭화 및 근력강화, 유통기한 등 좀비 제작에서의 문제점
a-1. 난폭화에 있어서
 가장 큰 기술적 난점은 식인충동에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실 특정한 종에게만 식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개별 생물에 한해서 특수한 조작을 가한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이러한 충동을 바이러스 하나로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좀비化 된 시체들이 지나가는 시민을 공격하거나 물어뜯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a-2. 근력강화에 있어서
 난폭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좀비化가 진행된다하여도 사람을 물어뜯을만한 힘은 나오지 않는다. 여타 영상물에 나온 것처럼 양팔을 드는 것 역시 살아있는 인간도 10분 이상 하기 힘든 일인만큼 감염된 시체들은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그 근력의 대다수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여 악관절의 근력이 매우 약화된 현 세대의 인류들에게 생살을 뜯어먹을 정도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a-3. 유통기한에 있어서
 유통기한 역시 문제가 있다. 좀비化 바이러스만으로는 좀비들이 움직일 수 있는 열량을 섭취할 수 없을 뿐더러, 좀비에게 격한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이나 쉽사리 사람을 사냥할 수 있는 돌연변이 과정도 일으킬 수 없었기에 좀비가 된 이후 새로이 열량을 취득할 방법 역시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혹 사후적으로 정부기관에서 좀비가 된 시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고 해도 이미 각종 장기기능이 손상된 상태에서 예전과 같은 정도로 소화할 능력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좀비가 된 이후 3일 이상은 움직일 수 없다.

a-4. 대안 방안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좀비들의 폭력성 및 위험성은 그것이 실존하든 실존하지 않든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좀비의 무력함을 알게 된 이들이 좀비들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공포에 떨면서 강한 정부에 종속되리라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대중과 좀비가 조우하는 경우에는 치안을 위해서보다는 정보가 배포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둘의 직접적인 관계를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잘 정비된 좀비 진압 시스템과 사전 신고 제도가 필요하며 좀비化 바이러스의 배포 역시 철저히 통제된 상태에서 계획적으로 살포해야한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의경 및 전경의 인원을 60% 가량 증원하고 조금이라도 좀비化의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 즉각 신고하지 않았을 시 강경한 처벌을 내리는 정책을 사전에 준비가 필수적이다.

 열거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만큼, 일반인과 좀비와의 조우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능한 최초의 단 한번만으로 충분하며, 그 이외에는 가능한 진압 과정 장면만을 공개하고 감염자 발생 시 신속하고 확실한 진압으로 일절 쓸모없는 정보를 흘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공포감을 조성하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들만을 배포함으로써 진실을 가려야하며 이를 위해 언론사에 협조를 얻어야 한다.


b. 좀비化에 필요한 시체 공급의 난점
 시체 공급의 문제 역시 남아있다. 한국은 매장 문화 외에도 화장 문화가 발달해있으며 매장을 하는 경우에도 밀집된 장소가 아닌 각지의 선산에 나누어 묻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양질의 시체를 대량으로 공급 받기 쉽지 않다. 좀비化 바이러스가 비록 전염성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최초의 단 한번만은 무수한 좀비들이 도심을 종횡하는 것으로 바이러스의 전염을 꾀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위험이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 오백구의 시체가 계획 시작 전에 준비되어야 한다.

 되도록 사지가 완전해야하며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시체를 구하는 것이 좋다. 노숙자를 비롯해 독거노인과 같이 언제라도 좀비化가 진행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인물들을 중심으로 1, 2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죽어도 좋은 사람들을 모은다면 별 무리 없이 오백구의 시체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영구적인 집권을 위한 계획인 만큼 가능한 많은 시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c. 전염과정 통제에 관해
 좀비化 바이러스의 문제는 그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바이러스의 활동력은 여타의 감기 바이러스와 위력이 비등하기에 위생상황이 좋은 편인 한국에서는 대량으로 감염자가 나오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으나 통상의 경우와는 달리 정부에서 직접적으로 좀비化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을 제작, 유통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감염력의 정도에 비해 더욱 더 많은 전염도가 그려질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바이러스를 살포하는만큼 그 전염과정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바이러스의 백신은 이미 완성된 상황이지만 한국의 계급적 구분이 신분적 고정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공개할 수 없다. 그러나 좀비化 바이러스의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정부 요인들을 위시한 사회 지도계급이 좀비化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결과일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 작전 전에 주요한 인물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백신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백신의 배포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며 그 투여 역시 같은 당에 속한 인물들일지라도 당에 충성하는 대가이자 인질로 기능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 계획이 일정 이상 진행되면 타 국가의 의료기술로 백신이 발견될 경우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차기 정권이 이 문제를 해결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좀비化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고 공개가 되어야하며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의 판매비용 역시 타국에게 넘길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 외교적 문제
a. 북한을 노린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 등 세균전의 필요성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군의 운영은 필연적으로 외부에 대한 대항력을 감소시킨다. 특히나 북한과 대치하는 현 상태에서 좀비化 바이러스에 의한 국력 쇠퇴는 결코 반길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러므로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는 북한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좀비化 바이러스와 같은 세균병기를 살포한다는 것은 군사작전에 가까운 일이나, 대북지원물자에 바이러스를 포함시켜 배급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별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역 과정을 거친다고 하여도 좀비化 바이러스 같은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방역 체계가 좋지 못한 북한의 경우 남한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바이러스가 분포될 것이다. 경과가 좋을 경우 정권의 붕괴에 일조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남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좀비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북한 정권의 음모였다는 의심을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좀비化 바이러스 선 살포는 반드시 해야만 할 사항이다.


b. 미국의 핵무기 투하 가능성
 많은 좀비를 다룬 매체의 결말은 미군의 핵무기 투하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에서 역시 유사한 결말이 나올 가능성도 분명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핵에 대한 경계심과 좀비化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 중 어느 쪽이 더 높을 지에 대해서는 상황이 닥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핵무기 투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기타 외교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내 좀비의 창궐은 분명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기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나 바이러스가 언제라도 바다를 건너 유포될 수 있음을 고려해 보면 핵무기 투하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여기서는 한국 계급 구분의 절대적 경계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니 핵무기 투하와 같은 국가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로 결말지어져서는 안 될 것이나, 만약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경우 가능한 지도층 계급이 최대한 많은 자산을 갖고 해외로 도피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놓아야 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절멸 사태에 이르러서는 원화의 가치가 휴지만큼도 되지 않을 터이니 가능한 달러화의 구비에 힘을 쓰고, 귀금속류의 수집 역시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핵무기 투하 시점에 대해서는 최대 투하 시기 다섯 달 이내에 확인을 받아 국내외 여타 세력들의 의심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곧장 해외로 도피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



6. 결론
 이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점은, 이 보고서 자체가 현 정권에 대한 저열한 카피본 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노력했지만 현 정권에 비해 덜 폭력적이며 덜 노골적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현 정권의 맹목적인 계급 구분에도 비할 바가 되지 못하며 그 천박함에 있어서는 한 치의 가까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희대의 졸부르주아지 정권을 향유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차기 정권 수립 후 어지간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보다 더 지독하고 민망한, 냄새나는 더러운 똥같은 정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며 좀비化 바이러스의 무차별 살포 같은 과감한 정책 역시 이 시대의 비이성적이며 무논리적인, 반합리적 사유에는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은,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최종적인 목적인 한국 사회의 계급 구분에서 신분 구분으로의 이행이 현 정권에서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며, 만약 현 정권이 별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칠 경우 좀비化 바이러스의 살포와 같은 계획 없이도 충분히 중산층의 궤멸과 상류층과 하류층의 단절의 극복이 절대로 불가능한 영역에 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가 갖는 의의란, 현 정권의 위대함에 바치는 오마쥬 그 이상 그 이하도 되지 못함을 반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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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야 큰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아이 교육에 있어서는 절대 반대하지만 글쓰기에 있어서는 백이십프로 동의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숙고 끝에 결국 거울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줄줄이 적은 변명을 여기도 적기 그렇지만, 보고서 형식의 소설 쓰기는 언젠가는 꼭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은 포맷입니다. 그런데 맨날 날려서 제출하는 버릇만 남아서...거짓말하는 버릇이랑...

아무튼 글쓰기에 집중하는 삶을 포기하니 엉망인 글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은 학부생 시절의 마지막 여름방학인만큼 가능한 글쓰기에만 집중해서 이 매너리즘을 벗어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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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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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1440 단편 영엉방해 죄 손지상 2009.06.10 0
1439 단편 지그소 퍼즐 손지상 2009.06.10 0
1438 단편 어떤 만남에 대한 우연한 도청에서 발췌 g.codec 2009.06.11 0
1437 단편 생명의 나무7 라티 2009.06.16 0
1436 단편 모모지세 니그라토 2009.06.16 0
1435 단편 사흘, 한 달, 더 많은 시간 - 더글라스 라이트 안지형 2009.06.19 0
1434 단편 ㄱ 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 湛燐 2009.06.22 0
1433 단편 쭈꾸노미야키 湛燐 2009.06.22 0
1432 단편 시간. 강성훈 2009.06.22 0
1431 단편 사반트 후작국 니그라토 2009.06.23 0
1430 단편 망각의 폐교, 그 위를 기는 광기 씩꼬델리이꼬 2009.06.24 0
1429 단편 옆 칸 남자1 몽상가 2009.06.25 0
1428 단편 망령5 하엘 2009.06.27 0
1427 단편 하나를 위하여 세이지 2009.06.28 0
단편 차기 정권 수립 후 좀비化 바이러스 살포 및 경영 합리화에 대한 보고서 dcdc 2009.06.30 0
1425 단편 먼귓의 여인 룽게 2009.07.01 0
1424 단편 죽음의 무도2 메이 2009.07.03 0
1423 단편 정신이 홀리다.2 피러휀 2009.07.04 0
1422 단편 루시의 이기적인 몸매9 김몽 2009.07.08 0
1421 단편 카르마 쥔님 2009.07.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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