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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그소 퍼즐

2009.06.10 16:0306.10

주의: 이 소설은 잔인한 묘사나 불쾌감을 주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그소 퍼즐> by. DOSKHARAAS



번쩍이는 조명.

반투명 보라색이 어둠을 가른다. 어둠과 푸름이 서로 녹아들어 빈 공간을 만든다. 그 사이를 검붉은 땀내가 뒤엉켜 채운다.

디제이가 엘피판을 비튼다. 비트가 솟구친다. 사람들 사이를 헤엄치듯 지나간다. 유혹하는 사람. 술에 취한 사람. 춤에 취한 사람. 유혹 당하는 사람.

각자의 목적. 각자의 춤. 공통된 외설. 골반을 흔든다.

그 속에 그가 있다. 가장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 A다.

스텝이 정확하다. 예리하다. 유연히 팔을 흔든다. 뼈가 없어 보인다. 동시에 여러 관절을 움직인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조차 없다. 부드럽게 움직이다 갑자기 멈추고 튕겨나가듯 몸을 움직이다 바닥 위를 미끄러지고 골반을 노골적으로 흔든다.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였다. 관능적으로 몸을 꼬았다. 그 중에는 남자들도 섞여 있었다. A는 항상 배설할 변기를 간택한다. 깨끗하고 소년 같은 얼굴과는 달리 하반신은 짐승이다.

그가 선택한 변기는 여자였다. 음란함의 동의어였다. 만지기만 해도 미끄러질 것 같은 허리. 풍만한 가슴, 엉덩이.

전신을 뜨거운 꿀로 빚어놓은 것 같다.

몸짓에 노골적인 체취가 풍겨 궤적을 그린다. 허리를 흔들며 위 아래로 움직인다. 침대 위에서 말을 타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녀가 A의 시선을 끈 것은 필연이었다. A가 가까이 붙어 춤을 추었다. 실망한 사람들이 멀어져갔다. A는 여자의 등에 몸을 밀착해, 하반신을 풍만한 엉덩이에 들이밀었다. 귓가로 얼굴을 가져갔다.

“이름이 뭐에요?” A가 말했다.

“M이에요. 당신은 A 맞죠?” “맞아요.”

“우리 쓸데없는 말 하지 말죠. 날 먹고 싶지 않아요? 귀찮게 안할게요. 한번 즐기고 깔끔하게 헤어지자고요.”

M은 A의 사타구니로 손을 뻗었다. 천 마리의 지렁이가 꿈틀대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A가 탄식을 내쉰다. VIP룸에서 바로 해결하려 했지만 M은 거부했다. 그녀는 마음이 놓일만한 조용한 둘 만의 공간을 원했다. 그녀는 A의 골수까지 빼먹을 속셈인 듯 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섹스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수없이 많은 연예인들과 육체관계를 맺어왔다. 쉽게 말해 그루피였다.

M은 영혼을 믿지 않았다. 사랑을 믿지 않았다. 인간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믿은 것은 오직 얼굴과 성기였다. 그녀는 감각 덩어리였다. 거대한 성감대였다. 국소적인 마찰. 국부적인 만남. 그것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A는 M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비밀통로로 향했다. 친한 종업원에게 알아 둔 곳이었다. A처럼 VIP들을 위해 만든 곳으로 매니저들에게도 보안을 지켰다.

매니저 K의 눈을 피해 밖으로 나온 A는 M의 차에 탔다. 운전하는 동안 A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뜨거운 한숨을 토하며 M이 운전을 했다. 사고가 날 뻔 한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에게 집중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호텔 종업원은 그의 얼굴을 보고도 모른 척 했다. 가벼운 페팅과 키스를 하며 방으로 들어간 A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A가 자기 노래를 흥얼거린다. 음정이 틀린 곳이 많은 것을 그는 모른다. 평소에도 기계로 소리를 만든다. 가수는 노래가 아닌 얼굴로 돈을 버는 법이다. 샤워기에서 물방울이 쏟아졌다. 콧노래 소리가 벽에 부딪혀 소리를 냈다. 두 소리가 뒤엉킨다. 소리가 A의 적당히 근육이 붙은 실루엣 아래로 더듬듯 흘러내렸다.

목덜미로 손길이 다가온다. 부드러운 마사지를 한다. 눈을 감는다. 긴장을 푼다. 손을 뒤로 내민다. 더듬는다.

아까와는 다른 다리. 너무 굵은 허리.

목을 더듬던 손이 목을 졸랐다.

A는 저항했다. 팔을 휘둘렀다. 한 번. 둘에 세 번. 네 번. 다섯 번.

숨통이 열렸다.

숨을 들이키며 밖으로 나왔다. 맨몸이었다. 허리를 잡혔다. 뒷발로 찼다. 허리가 풀렸다. 다리를 잡혔다. 넘어졌다.

굵은 허리가 A를 짓눌렀다.

“비켜!” M이 말했다. M이 전기 충격기로 A의 등을 찌른다. 푸른 스파크가 흐른다. 젖은 몸이라 더 탄내가 났다. 체구가 작은 여자가 히스테릭한 소리를 지르며 나타났다. 그녀가 맥을 짚고 동공을 확인하는 동안, M과 굵은 허리가 A의 옷을 찾았다.

“어때? 오빤 괜찮아? N?” M이 말했다. N은 간호사였다.

“예, 괜찮으신 것 같아요. 다행히. 그것보다 L 언니는 괜찮으세요?” 체구 작은 여자가 말했다.

“M, 네가 너무 늦게 나타났잖아. 하마터면 나 까지 전기 충격 받을 뻔 했잖아.” 허리가 굵은 여자가 말했다.

“왜 나한테 성질이야! 내가 없었으면 언니랑 N이서 오빨 데려 올 수 있었을 것 같아?”

“저기, 싸우는 것 보다 빨리 오빨 데리고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언니들?”

“그래. N이 말이 맞아. 일단 나가자. 옷부터 입히고. M, 바지 좀 잡아봐.”

M은 투덜대면서도 L의 말에 따랐다. L의 말과 행동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말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체구와 목소리 톤 때문이었다. 그녀는 어디서나 명령을 했다. 사람들은 따랐다.

그녀는 정육점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다. 대신 딸은 아들 역할을 했다. 고깃덩이를 나르고, 쪼개고, 자르고, 썰었다. 날이 갈수록 팔과 허리가 굵어졌다.

굵은 팔이 꿈틀거릴 때 마다 A는 변했다. 그의 본성인 벌거숭이에서 말끔한 스타로.

L은 연애도 못 해본 체 돈 버는 데만 열중했다. 2년 전, 같이 민화투를 치던 아버지가 죽고 집은 텅 비었다. 그녀는 TV에 빠졌다. 값싼 뻥튀기 과자를 씹으며 어둡고 좁고 습한 방에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면만을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에 웃음이 번질 때는 오직 A가 등장할 때 뿐 이었다. 그를 볼 때 마다 흥분했다. 그의 근육을 상상했다. 그의 내장을 상상했다. 그의 대퇴근은 어떨까? 그의 뱃살은 어떨까? 썰 때 감촉은 어떨까? 공상은 부풀어 오른다. 상상 속에서 그를 주물렀다. 그리고 지금, A는 그녀의 품 안에 있다. 기절해 있지만.

“조용히 좀 해. N아. 들키겠다.” L이 말했다. N은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냐, L 언니. 여기 방음 잘 되는 데야. 내가 다 알아봤어. 그것보다 N 너는 먼저 내려가서 옆방 키 갖다 주고 체크아웃하고 차 시동 걸어놓아.” M이 말했다. N은 M의 말이 거슬렸다만 지금은 너무 바빴다.

N은 잠복했던 옆방의 키를 꺼냈다. 떨고 있었다. 겁에 질린 작은 동물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N은 구석 자리에서 바닥만 보고 있었다. “침착하자….” N이 말했다. “드디어 바라던 게 이루어 진 거야.” 동물 같은 웃음을 웃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녀는 놀라 입을 막았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부끄럼쟁이였다. 작은 키. 평범한 얼굴. 납작한 가슴. 남자들은 그를 어린애 취급했다. 그렇지 않으면 롤리타 콤플렉스인 변태들이었다. 소아성애자들이었다. 강간처럼 지나간 첫 경험. 상대는 그녀를 모르는 체 했다. 그녀가 무모증이어서 재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꿈을 꾸었다. 그 남자의 배를 가르는 꿈을. 그녀는 간호사가 되었다. 의사에게 시달리면서도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N은 프론트에서 체크아웃 하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세워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공회전을 하며 차가 몸을 떨었다. 눈을 감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상상했다. A의 내장기관을 상상했다. A의 뇌를, 안와를, 경동맥을, 횡격막을, 폐를, 복강을, 큰창자를, 작은창자를 상상했다. 그녀는 흥분해 자기도 모르게 사타구니로 손을 뻗었다. 가려운 아랫도리를 어루만졌다.

“뭐하고 있어!”

N이 놀라 밖을 보았다. 비상구로 몰래 내려온 L과 M이 서 있었다. A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얼른 트렁크를 열어.” L이 말했다. L과 M이 A를 묶어 트렁크에 넣었다. 문을 닫았다. 땀을 훔치며 뒤 자석에 L과 M이 앉았다.

“출발해.” “네, 언니.”

“뒤에 독서 등 좀 켜줄래? N아?” “눈에 띠잖아. 안 돼.” “메피님이 이번에 팬픽 신작 썼단 말이야. 읽어볼래.” “나중에 읽어.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얼마든지 팬픽이 현실이 될 거니까.”

자동차가 호텔을 빠져나갔다.

"L 언니, 언니네 정육점 갈려면 여기서 우회전이에요?” “응. 그리고 계속 직진해. M, 눈 나빠지니까 그거 집어넣어.” “싫어. 이렇게라도 볼 거야.”

자동차가 달린다.

또 다른 자동차가 달리고 있었다. 그 안에 탄 사람은 A의 매니저 K였다. 클럽에서 A가 사라진 것을 알았을 때, K는 분노보단 당황스러움을 더 느꼈다. 일단 찾아야 한다. 기자들의 눈에 안 좋은 모습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저기 전화를 걸던 중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이었다.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보니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그녀들은 A의 핸드폰을 없앨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다.

매니저 또한 실수를 했다. 오래 전에 묻어둔 실수가 싹을 튼 것이다.

K도 A 같은 놈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접근해 왔다. A에게 접근하기 위해. 연예인이 되기 위해. K는 평등과 박애를 믿었다.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핸드폰을 두 사람이 복제했다. 대포 폰이다.

두 개의 대포 폰이 K의 대화를 엿들었다. L, M, M이 이번 일을 모의한 것과 마찬가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세 여자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났다. A의 비공식 팬클럽이었다. 그녀들은 팬픽으로 교류를 했다. 그 중 L과 N이 썼던 글이 문제가 되었다. 그들은 강퇴 당했다. 그들에게 접근한 것은 M이었다. M은 두 사람이 쓴 글에 팬이었다. N의 해부학적 지식과 L의 기술, M의 미모가 만난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의 글이 은밀히 오고간다. 두 대포 폰의 주인이 글을 쓴다. 문자를 보낸다. 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에게. 상황을 파악하려 한다. 걱정과 분노와 기회를 잡았다는 환희가 오고 간다. 내면의 그림자들이 깨어난다.

A가 깨어났다. 어둠을 흔드는 핸드폰 진동. 굳은 등이 아프다.

여기가 어디지? 덜컹거리는 소리? 경적 소리? 윽! 고속 방지 턱?

진동은 계속 울린다.

트렁크 속인가? 아까 그 여자들. 뭐지? 잡혀가는 건가? 죽는 건가? 씹할. 박살을 내 주겠어. 여자나 따먹다 데뷔한 게 아니라 이거야. 젠장,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뭐지? 사장이 잡아가는 건가? 말 한 번 안 들었다고 그러는 건가? 매니저! K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매니저 K는 운전 중이었다. 흥신소의 도움으로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전화를 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대포 폰도 마찬가지였다.

진동이 멈췄다. 자동차가 멈췄다.

“전원이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K는 욕지기를 했다. 이 근방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각종 팬클럽 카페를 뒤져보라고 소리를 친다.

“오빠 괜찮으실까요?” 차에서 내린 N이 말했다.

“괜찮으실 거야. M, 빨리 내려.”

“뭐야. 지저분해.”

트렁크가 열린다.

튀어나온다. A다. 몸통 박치기. L이 쓰러진다. 덮친다. 문다. M과 N이 놀라 등을 때린다.

비명은 안 된다. 새벽, 주택가는 조용하다. 눈에 뗘서는 안 된다.

N이 수술용 고무장갑을 낀다. M이 전기 충격기를 켠다.

L이 A의 얼굴을 붙잡는다. 양 손으로 감싼다. 엄지손가락들이 두 눈을 찌른다. 민다.

A가 떨어져 나왔다. L의 코 살점도 떨어져 나왔다. A가 비명을 지르려 한다. N이 입을 막는다. 비명이 새 나온다. 전기 충격기가 떤다. 고무장갑에서 연기가 난다.

“언니, 괜찮아요? 빨리 소독해야 하는데!” N이 녹아내린 고무장갑을 벗으며 울상을 지었다. 흥분해 자신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괜찮아. 얼른 오빠부터 옮겨. M, 여기 키 있어. N이랑 같이 열고 들어가.”

“알았어요.”

둘은 셔터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조명이 켜졌다. ‘LL 식육점’이 껌뻑거린다.

“오빠가…,” L이 혼잣말을 했다. “내 살을 먹어주셨어….”

뜯겨나간 살 사이로 연골이 보였다.

“내 살을 먹어주셨어…. 내 살을…먹어주셨어….”  L은 혼잣말을 반복했다.

K도 혼잣말을 했다. 욕지기였다.

“거의 다 왔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그래, 어떻게 됐어. 알아냈나?”

“…”

K가 담배를 꺼냈다.

“뭐? 새끼야, 빨리 빨리 알아보지 못해?”

담배 불을 붙이려 했다.

“어!”

담배를 뱉었다. 핸드폰을 던졌다. 문을 열고 뛰었다. 바로 앞에 길거리에 세워둔 자동차로 달려갔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었다. A의 핸드폰과 같은 기종이었다. 보닛이 따뜻했다.

귀가 따뜻했다. 계속해서 전화 통화를 해 전화기가 달궈진 것이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두 개의 대포 폰이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곳에서 도청을 계속했다. 두 사람 모두 전화 통화가 꺼지는 순간, 매니저 K의 마지막 위치를 찾았다. 그들은 각자 동료들에게 연락을 했다. 한 쪽은 또 다른 열성 팬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안티 팬이었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추적을 계속하던 두 팀은 전화와 게시판 글로 상황을 전달 받았다. 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확인하면서.

“바깥 좀 확인해봐.” L이 말했다. “문은 잘 잠갔지? 불 다시 끄고. 마취제를 미리 주사할 것 그랬다. 그지? N아?”

“L 언니. 괜찮으세요.” 얼굴을 붉히며 N이 L의 응급처치를 했다.

“M. 오빠 다리 묶었어? 이 년아! 지금 그거 읽을 때 가 아니잖아!”

“알았어! 왜 나한테 승질이야?!”

“조용히 해.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L이 일어났다. 일을 시작해야한다. L은 도구를 찾았다.

“젠장, 여기 어디 있을 텐데.” K는 일어났다.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편의점으로 향했다. 비상 배터리를 찾았다. 값을 치루고 포장을 뜯으려 한다. 제대로 뜯기지 않는다. 소리를 지른다. 배터리를 연결한다.

핸드폰이 켜진다. A의 셀카 사진이 보였다.

“이 근처다!” K가 말했다. A는 이 근처다. 찾아야 한다. 찾지 못하면 파멸이다. K가 차로 돌아갔다. 핸드폰을 들었다. 사무실은 2초 만에 받았다.

“야, 찾았다! 찾았어! 씹할, 찾았다!” K가 말했다.

두 개의 대포 폰을 듣던 두 사람이 말했다.

“찾았대!” “찾았대!” “어디?” “어디?” “XX동 YY사거리 근처!” “XX동 YY사거리 근처!”

각기 다른 목적. 모두 같은 목적지. 이 사실을 L, M, N 세 사람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하나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A는 돼지고기가 매달리던 곳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맨 몸이었다. 세 여자가 달려들었다. A의 몸을 만진다. 더듬는다. 핥는다. 숨이 거칠어진다.

“L 언니, 빨리! 나 더 이상은 못 참겠어!” M이 말했다. A의 혀를 빨았다.

“L 언니, 저도, M 언니랑, 마찬가지, 에요. 빨리, 오빠, 내장을, 보고, 보, 보고 싶어요.”N이 말했다. 배를 어루만졌다.

“나도! 빨리 오빠 거기로 딜도 만들고 싶단 말이야! 난 그거 받기로 한 게 약속이잖아! 머리도 내가 갖기로 했지? 내가 가질래.”

“언니가, 가, 가지셔도, 되요. 전, 내, 내장만, 있으면, 돼요.”

L은 목장갑을 꼈다. 시뻘건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실톱을 들어 테이블 위에 놓는다. 소형 전기톱을 그 옆에 둔다.

“N. 마취제를 준비해.” L이 말했다.

“네, 언니!” N이 말했다. 얼굴이 붉었다. 거친 숨을 내쉰다. N이 빈 주사기를 든다. 주사바늘을 싼 비닐을 찢는다. 꽂는다. 마취제를 꺼낸다. 빨아들인다. 손가락으로 친다. 공기방울을 뺀다.

나이프를 뺀다. K다. 양복 안주머니에서다. 조직 폭력배 똘마니 짓을 하다 여기까지 온 그다. 눈치로 살아왔다. 상대는 아마추어다. 세상에. 셔터 문도 다 닫혀 있지도 않다. 이건 초대하는 꼴이다. 문을 민다. 열린다. 세상에.

K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각기 다른 장소다. K가 ‘LL 식육점’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뛰어든다.

“준비 됐어요.” N이 말했다.

“찔러 넣어.”

A의 몸으로 마취제가 흘러들어간다. L이 줄을 당긴다. 전기톱이 운다. 떤다. M이 귀를 막으며 말했다. “잠깐! 언니! 문 잠갔어?” “뭐? 너 안 잠갔어? 이 년아!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

“꼼짝 마! 씹할 년들!”

K가 나이프를 휘둘렀다. N이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른다. L이 전기톱을 내리친다. K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전기톱이 테이블을 문다. K가 피한다. 나이프를 휘두른다. M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비명이 흐른다. M이 달려든다. K가 발버둥 친다. N이 주사기를 눈에 찌른다. 한 번, 두 번, M이 흥분해 소리친다. L이 전기톱을 뽑았다. K의 나이프든 팔에 내리친다. 피가 튄다. 살이 튄다. 비명이 튄다.

고함을 치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안티 팬들과 라이벌 팬들이다. M이 실톱을 들고 덤빈다. N이 메스를 집어 던진다. 안티 팬이 A에게 달려든다. 할퀸다. A의 피부가 벗겨진다. 근육이 보인다. N이 흥분해 주저앉는다. L이 전기톱을 휘두른다. 안티 팬의 팔이 날아간다. A의 배가 찢겼다. 복강이 절개된다. 내장이 흘러나온다. M이 기어가 내장을 핥고 빤다. 라이벌 팬이 놀라 비명을 지른다. M이 목을 조른다. 안티 팬이 합세에 실톱으로 목을 썬다. K가 멀쩡한 손으로 나이프를 휘두른다.

햄버거 놀이를 하듯 서로가 서로의 몸을 덮친다. “그건 내 손가락이야!” “아! 그건 내 다리야! 씹할 년아!” “오빠의 대장! 오빠의 간장!” “오빠 머리는 내 꺼란 말야!” “좆 같은 A 죽여 버려!” “이미 죽었어!” “다리를 짤라!” “좆을 짤라버려!” “안돼! 그건 내 꺼야!”

정적.

바닥에 붉은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다. 끈적끈적하고 비릿한 카펫이다. 축제가 끝난 후의 탈력감, 혹은 충격이 지나가고 난 뒤의 허탈감, 자위가 끝난 뒤의 자괴감, 혹은 이 모든 것이 뒤섞인 감각이 4명의 여자의 마음을 물고 놓아주질 않고 있었다. L, M, N, 그리고 라이벌 팬 오였다.

“그런데 L 언니…. 어떤 게 오빠 거죠?” L이 내장을 긁어모으며 말했다.

“일단 맞춰보자.” M이 손바닥만 남은 손으로 사지 조각을 주워 모았다. “이건 오빠 손가락 치곤 좀 굵지 않아?”

“이게 오빠 거기야, 아니면 K 꺼야?” M이 하나만 남은 팔로 살덩어리 조각을 주어 올리며 말했다. “아무렴 어때. 맛만 좋으면 되겠지.” M이 사타구니로 손을 뻗었다.

“저기. 근데 여러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O가 말했다.

“조용히 하고 조각이나 모아요. 일단 맞춰보자고. 이 내장이 오빠 게 맞을까? N?”

“글쎄요. 크기만 봐서는 여자 거 같은데.”

“이 몸통은 젖이 달렸으니 아닐 거고.”

“위장 한번 뒤집어봐. 아까 오빠가 내 코를 뜯어먹으셨거든.”

“언니. 나 이제 팬픽 읽어도 돼? 나 흥분됐어.”

“맘대로 해.”

<終劇>

09.05.05.화. 어린이날  초고 완성. 2200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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