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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느 소녀의 하루

2009.06.03 16:5706.03

어느 소녀의 하루


7월 24일 열대 우림 기후
: 여름, 생명이 요동치는 때. 살려면 죽여야만 하는 생태계 안에 갇힌, 생물들이 무생물들 틈새를 비집고 발버둥 쳐야 하는 여름. 반드시 그렇게 될 필요는 없었는데도 악을 향해 질주한 것들의 비극이 펼쳐지는 무대다.
니 이름을 부르기도 싫어진다, &@#$!@ 일기 속에서조차 내 분신을 의식해야 한다. 가능성 속에는 있다는 행복은 결코 현실의 지평 위로 올라 설 수 없다. 싸우다 지쳐 쓰러질테니까, 나처럼.


예람이 모니터 오른쪽 위를 본다.
서둘러 저장을 하고 닫는다. 발그스름하니 귀여운 얼굴이 뜬다.
<갈아버려야지>
작은 목소리가 창문 안으로만 돈다. 창문이 목소리에 흔들려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으로 바뀐다 하여도 예람에게 좋을 것 하나 없다.

오른 발을 살짝 뒤로 빼고 왼 발을 축으로 돈다.
힘 없는 눈, 디룩거리는 볼 살, 수 백만 아이들에게 강제하는 고집스런 단발, 빨간 티, 블랙 진 반바지. 강요하지 않으며 강요받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어리석은 꿈은 제대로 꿀 수 조차 없다.
오른쪽에 있는 탁상 시계를 만지작거리다 손 떼고 전신 거울을 외면하며 왼쪽으로 돈다.

문을 세차게 밀자 듣기 싫은 소리가 난다. 해골의 갈빗대가 서로를 긁어대는 것 같다.
베란다가 자연스럽게 눈동자를 장악한다.
<날씨, 마음에 들어>

왼쪽으로 몸을 틀어 거의 텅 빈 신발장 위에 놓인 우산을 집는다.
잠깐 머뭇거린다. 우산을 놓는다.
현관 맞은 편에 있는 문을 연다.
문지방에서 먼지가 뽀얗게 인다.

화장대 옆에 있는 장롱을 열고 분홍빛 비옷을 꺼내어 입는다.
<엄마, 아빠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오렴>
예람이 쏟아지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친다.

250밀리 슬리퍼에 발을 넣는다. 소파 맞은 편에 있는 36인치 TV 위에 걸린 두건에는 잠깐 눈길만을 보낸다.

현관을 열고 카드를 긁어 잠근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자 차가운 노란 빛이 시야를 갑작스럽게 채운다.
그 날에도 노랑에 씌웠었다.


7월 9일 열대 우림 기후
: (전략) 미셸 푸코라는 선글라스 낀 대머리 아저씨가 그러는데 분류가 곧 철학이래. 흠흠. 분류는 정의와도 통하지. 가족, 그것도 우리 가족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개성 있다고 해야하나? 어쨋거나 유별난 건 사실이잖아. 사회나 국가의 최소 단위로서 그에 걸맞는 기능을 수행해야한다고 떠들지만 우리 가족을 딱 보면 입 다물리지 않을 걸. 뭐 평범한 것 보다야 유별난 게 훨씬 더 멋나잖아. 오늘도 우리 가족 사이에는 별 난? 일들이 많았어. 미주알고주알 말해주랴? 바리, 그럴 수는 없어. 오늘도 암호로 써줄테니까 알아맞춰 봐라. 예N:OF-S1 오오떠. 알겠니? 흠~~~. 한 1년 쯤 후에 보면 나도 모를 지도 모르겠네. 뭐 어때. 안뇽~~. 아냐 다음 위해 사회 안전망 하나만 지금 보다 나았던, 컴퓨터가 돌로 만들어져 있던 때.
****추신9?) : 바로 전날. MMMMMMMMMMMMMMMMmmm.


무채색 문을 지닌 현대식 곤돌라가 예람 앞에 버티고 있다.
예람이 현관을 잠깐 돌아본다.
떠나는 것 같지도 않아. 떠나는 것 같기도 해.
엘리베이터의 감시 모니터 안 좁은 시야 안에 예람이 걸어들어간다.
우리 집은 내가 지킨다. 저 안에는 내가 들어 있다.

둔중하다.
겉만을 아주 대충 훑을 눈길이 그곳에 있다. 스스로가 그렇게까지 유린당하지 않았다는 데 마음 놓으며 그것을 굳이 확인하려고 쳐다보지 말라고 외치고 싶다. 어른이었다면 좀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을까.
아니겠지.

뭔가 못 된 짓을 해야 어른으로 인정 받는 나라. 14살이 되면 벌은 어른처럼 받을 수 있다. 그보다 6살이 많아야 경제 주체로서 인정 받지만 아직 예람은 4살이 어리다. 법이 그려내는 달나라 속에서조차 홀로 설 수 없는 나이에 바랄 수 없는 걸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다.
만으로 열여섯. 시대, 공간, 상황에 따라 공식적으로조차 너무나 대접이 다른 나이. 원시 시대였다면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고, 로마 제국의 귀족이었다면 외롭지만 당당한 안주인이었겠지.

조선 후기였다면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당당함은 어떤 계층이었더라도 얻기 어려웠겠지만.

예람은 지난 역사를 돌고 돌아 온 수많은 가능성들이 현실로 올라 와 차곡 차곡 쌓인 카드의 피라미드다. 카드들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피라미드는 사막이 된다.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예람은 끝내 예람이 되어 이곳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다.

엘리베이터 천정에 달린 감시 카메라 너머로 경비가 보고 있겠지. 다들 쉬쉬 하지만 퍼질대로 퍼진 소문은 예람에게 더 상처를 입힐 수 없다. 다칠 곳은 없어 보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종종 걸음친다.
주차장을 가로지른다. 비가 허공에서 서로 엇갈리며 뿌려진다. 서로를 부수기 위해 저들은 저리도 많이 떨어진다. 그러면서 합쳐지겠지, 상처를 가득 안은 채 그것을 잊기라도 한 양 재잘거리면서.

우산을 가지고 나올 걸. 정강이에 비를 직접 맞는 건 괜찮은 일인데.
요즘 들어서는 차에 눈이 많이 간다. 저건 아반떼. 저건 무쏘. 직접 가서 어떤 차인 지 확인해 볼 마음이 떠오른다.

귀찮아.

앞으로 걷다가 왼쪽으로 꺽는다.
다시 왼쪽. 큰 길이 나온다.
복합 상가와 버스 정류장 너머엔 작은 공원이 있다. 보도 블럭 옆 타이어에 박힌 체 평소에도 아파트의 영원한 그늘 아래 갇혀 있는 좁은 땅.
길은 진흙으로 가려져 들풀들의 숨을 앗아간다. 달팽이랑 지렁이가 가끔 기어다닐 뿐.

육교를 건너야한다.
휠체어도 건널 수 있도록 길게 경사진 오르막이 가깝다. 계단은 맞은 편에 있다. 잠깐 망설인다.
눈을 조금 위 하늘에 놓고 가슴을 가볍게 편다.
슬리퍼가 보도 블럭의 빨간 빛을 띈 오르막에 놓인다.
윗 몸의 중심이 조금 위쪽에 놓이는 걸 느낀다. 게임에서 Page Up을 눌렀을 때 캐릭터가 취하는 것이랑 마찬가지 자세다.

엔진 소리가 난다.
예람의 가슴이 한 번 크게 뛰고 몸이 움추려진다.
30대 후반 가량의 아저씨가 탄 스쿠터가 조금 휘어진 육도 상판에서 내려 와 예람 옆으로 지나친다.

놀랐잖아.
한 번 뒤돌아보고는 육도 위로 계속 걷는다.
진흙이 군데 군데 묻은 보도 블럭 위로 내려서자 해병대 사무소가 보인다.
고개를 살짝 돌려 창문 너머를 본다.
비어 있네.

상수리나무 몇 그루, 싸리나무, 잔디, 토끼풀이 어지럽게 엉킨 자그마한 녹지대 옆을 가로지른다.
예람이 허리랑 목을 40도 정도로 구부려 인사한다. 언니, 오빠들 밖에 없는 직장이니까.

경리를 보는 안경 쓴 언니가 말한다.
<비옷 참 오랫만에 보네>
예람이 웃어준다.
세상에 나온 거니까 입어줘야지요.
세상이 예람을 불러서도, 예람이 세상을 불러서도 아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아니야. 예람은 이곳에 있기 때문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뿐.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대끼고 휩쓸린다. 부대낌 속에서 삶이 자라기를 바라고 있는 것. 이미 닳아가는 자리가 더 위태로워지지 않기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있는 문을 살짝 두드린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잠깐 기다리다 문을 연다.
문을 채우고는 비옷을 옷걸이에 건다.
빨간 티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유니폼인 검은 티를 입는다.


7월 10일
:누구인 지 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어.절대!!!!!!!!!!!!@잃고 싶지 않아


귀뚜라미 소리가 조금 거슬린다.
9시가 넘었지만 하늘은 검푸르다. 도시는 잠드는 법이 없다. 모든 꿈을 사람이 없는 곳으로 내치려는 듯 도시는 끊임없이 오늘을 향해 달려간다. 고립된 개인들이 단기 이득을 위해 잠을 적게 자려 애쓴다는 도시의 속성은 수메르 이래 강화되어 왔다. 시장은 수메르 때부터 도시에 어울렸다.

사무실 창구 왼쪽에 놓인 스쿠터 위에 걸터 앉아 손잡이를 쥐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린다. 청순하다 못해 앳띈 얼굴 위에 그늘을 드리우면서 입구를 바라본다.

지나가려는 소나타 II? 맞췄어. 주차하려는 티뷰론. 또 맞았어. 예람도 이제는 제법 느낌이 생긴 것 같다.

같은 아파트 다른 동 1005호에 사는 이모의 소개로, 아직 18살이 안 되었지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이모부가 주유소 사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게 힘이 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전혀 몰랐고 동창회에서도 두어번 본 사이에 지나지않았지만 이모부가 사업을 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이모에게 맡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예람은 제 힘으로 추억이 감도는 집을 지키고 싶었다. 전기 요금, 수도 요금, 방송료, 전화 요금, 핸드폰 통화료 따위를 내어가며 38평이나 되는 집에서 우두커니 있는 삶을 자청해서 고른 것이다.
그 집은 내 집이다. 재산권 행사도 허락 받았으니까 얼마든지 버텨나갈 수 있어. 돈이 좀 모자란다 싶으면 가구를 중고품 시장에 내다 팔아서라도 끝까지 집을 지킬 거야. 예람은 그러고 싶은 걸. 그만한 자리를 예람에게서 빌려 간 집이니까.

불빛 하나가 들어온다.
양아치는 별론데.
예람이 일어서서 휘발유 주유기 앞으로 달려간다.
<안녕하세요. 얼마 넣어드릴까요?>
카키색 모자, 하얀 마스크, 허리까지 땋아 내린 남색 머리칼, 파란 나시 티를 입은 채 큼직한 모터 사이클을 타고 있는 사내가 말한다.

<이빠이요>
<가득 채워드릴게요>
주유구 뚜껑을 열고 휘발유 주유기를 집어넣는다. 기름통 크기로 보아 만 원은 너끈히 들어 갈 것 같다.
예람이 구리빛 살결을 지닌 목 굵은 사내를 잠깐 바라보다 다시 주유기 계기판을 본다.

틀림없어.
모터 사이클을 빼면 한산하기만 하다.
<언니, 여기 좀 맡아 줘요>
주유기를 넘긴다. 받기는 했지만 조금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인다. 무시해버린다.

예람은 스쿠터를 향해 가서 걸터앉는다.
머리 핀을 뺀다.
몸을 기울여 시야를 가린 다음 머리 핀을 스쿠터 열쇠 구멍에 집어 넣고 세차게 돌린다.
운전할 수 있을까? MTB도 탈 줄 알고 오락실이랑 PC방에서 모터 사이클 게임을 여러 번 해 보았으니까 괜찮을 거야.
역시 무리인가 봐. 이런 짓이라고는 학교에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과학실 문이나 열어 본 것 뿐인 걸.

엔진 소리가 난다.
오른 발을 내려 중심을 잡으면서 스쿠터를 도로 쪽으로 돌린다.
엑셀레이터를 쥔다.
<오빠! 오빠지?! 오빠 맞지!>
주유원 언니가 거스름 돈 400원을 가지고 사무실에서 주유기 쪽으로 뛰어가다가 외친다.
<예람아! 뭐해!>
그녀는 예람의 선배이므로 예람이 말썽을 부릴 경우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높다.

마스크를 쓴 사내가 큰 길로 달린다. 아까부터 시동이 걸려 있었다. 알아차린 거야. 알아 본 거야.
<기다려, 오빠!>
오른손은 엑셀레이터, 왼손은 브레이크다. 예람이 주유소 쪽을 보며 소리지른다.
<급한 일이예요. 신고 좀 해주세요! 경찰에요>

가로수가 눈 앞으로 다가든다. 몸을 틀며 급브레이크. 허리가 뻐근하다.
오빠가 틀림없어.
사내는 멀찍이, 하지만 다른 모터 사이클과 또렷이 구별해 볼 수 있을 정도 거리로 앞서가고 있다. 예람의 눈이 양쪽 다 1.2라는 걸 감안해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

속도가 차츰 빨라진다. 시속 55km다.
조금은 더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 스쿠터 계기판엔 120km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 그 이상 속도를 내면 어떻게 될까. 저 모터 사이클 계기판에 몇 km까지 나와 있을까.

어떻해. 신고를 하면 경찰이 따라 붙을 지도 몰라. 아니겠지. 그런 모험까지 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래도 만약 오빠가 잡힌다면 둘러댈 말이 있어야겠지.
가출한 오빠를 잡으려고 신고해달라고 했다면 되겠지.
사실은 사실이니까.
기쁘고 소름끼친다. 어떻게 그 모터 사이클을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오빠는 중3 때부터 겉돌았다. 오빠 이야기에 따르면 깡패 같은 애들이 자꾸만 집쩍거린다고 했다. 모험심 강하고 몸이 좋은 오빠인지라 이해야 가는 일이었다. 엄마, 아빠도 그러려니하고 별다른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좋은 말만 해주었다. 예람은 오빠가 자주 외박 하는 것 빼고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가족 회의 때 오빠가 폭주족이 되었다고 고백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대문 시장의 작은 자판에서 갖가지 물건들을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엔 자립심이 커졌다고 좋아들했었다.

그런 모든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온 가족의 믿음이 깨졌다는 걸 알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그날 우리 가족은 저녁 7시에 외식을 하고 뷔페에 갔다. 그날 어제 오빠는 핸드폰으로 외식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못 갈 것 같으니 만약 저녁 6시 50분까지 집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고 가라고 말했었다. 그 말은 예람이 마지막으로 들은 오빠의 따뜻한 목소리였다. 기억 속에서도 가물가물해진다.
외식하고 돌아오는 길 아파트 정문 앞에서 커다란 모터 사이클이 가족을 덮쳤다. 모터 사이클 운전자는 여름인데도 목까지 가리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쓰러진 가족에게 사냥총까지 쏘았다. 예람은 키가 175cm였던 언니가 제 몸을 덮어주는 바람에 살았다. 예람만이.
그는 더웠는 지 잠깐 헬멧을 벗고 마스크를 이마에까지 올렸다가 금새 내렸었다. 그때 예람은 그가 오빠임을 알았다.

75, 76km. 예람은 스스로가 스쿠터를 꽤 잘 탄다는 데에 놀라워한다. 오빠한테 몇 번 배운 것 뿐인데 말이다. 직선으로만 계속 가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도로는 도시의 핏줄. 수많은 목숨들을 짓이겨 모은 피로 채워진 든든한 길이다.
바람이 옷깃 안으로 스며들어 와 살갗을 적신다. 그때의 피와 눈물처럼, 세 인간 속에 아로새겨져 있을 역사 속의 슬픔과 아픔들처럼.

<오빠, 돌아 와!>
제발 돌아 와 줘. 어떤 의미로든 아직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아. 나는 경찰서에서 넋 나간 아이처럼 굴었어. 배가 아파 더 울음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었지만 내가 본 걸 말하지 않았어. 그걸 말하면 난 내가 아끼는 가장 중요한 것을 또 잃게 돼. 왜 그랬느냐고 묻고는 싶지만 굳이 싫다면 묻지 않을 거야.

살해가 사망의 제 1요인이던 시대를 향해 예람의 가족은 여행을 떠났던 것 뿐이다. 그 여행이 이런 목적지에 닿은 건 필연이었을 지도.

<오빠, 멈춰!>
오빠랑 나 밖에는 세상에 없다. 가족 끼리의 사랑이 원시의 그것으로 돌아갔던 집 안에 다시 들어 와 있다. 시공에 간섭하여 강요만이 변태이던 시절로. 예람이랑 보람이 한 침대 위에서 서로의 알몸을 보듬던, 한 인간에겐 절대적인 17년 간 지속된 추억 세계 속에서 죽어간다는 건 아름다운 일일지도 모른다.


보람은 모터 사이클을 길가에 세우고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잘 타지도 못 하면서 무리하기는. 그러니 앞에서 오는 트럭 하나 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보람은 일부러 속도를 그리 내지 않았다. 단죄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변태적 가족 관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
고위 관리로부터 핸드폰이 걸려왔다.
<지옥을>
보람의 최면은 풀렸다.

                               <Fin>


;1999년 8월 27일 씀.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게 치명적인 흠 같다. 하기사 남자로 태어난 내가 여자 심리를 어떻게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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