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모네그(Moneg)

  1부(형제:Brother)

  철이 들 때가 되고, 머리도 굵어졌지만 나의 형제들에 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세상에 나오기도 전부터 많은 형제들이 옆에 늘어서 있던 걸로 느끼고 있었다. 세상에 나오고 비로소 눈을 떴을 때부터 옆에 누군가가 있었던 기억은 송두리째 지워진 것 같아서 느낌만 덜렁 있고 다른 건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희미하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형제들에 대한 기억만 없어진 것은 마치 화가가 화폭에 스케치한 풍경화 중 인물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식빵으로 문질러서 쓱쓱 지워버린 것처럼 그들에 관한 부분만 뇌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외아들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항상 흰 가운에 오렌지색 셔츠와 청바지를 안에 받쳐 입고 노란 뿔테 안경을 쓴 여자였다. 아버지는 모른다.

  어머니는 내게 모네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보통이지만 성공적인 녀석.’ 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녀는 내게 오렌지색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히고 왼쪽 가슴에 ‘No. 3212 모네그(Moneg)' 라고 쓰인 명찰도 달아주었다. 숫자의 의미를 물으니, 어머니는 싱긋 웃으면서, “네가 내 직계로 3212번째 졸업생이란다.” 이라고 대답만 했다.

  내가 사는 곳은 벽과 천정이 온통 은색 아니면 백색 또는 회색 투성이이었다.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은 은색이고, 바닥은 백색이었고, 가운데에 노란 줄이 그어져있었다. ‘B12 구역의 0312' 이라고 쓰인 문 앞으로 가면 어머니가 거처하는 연구실을 볼 수 있으나, 직접 곁에는 가지 못하고 천장과 벽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서 연구실을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머니의 연구실은 다른 세계와도 같게 보인다.

   그녀는 사람들과 놀고 있었다.

   벽과 바닥이 온통 하얀 방에서 많은 사람들과 놀고 있었다.

   그녀와 놀고 있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는 입에서 투명한 액체를 흘리며 어머니를 향해 손을 뻗거나 의미 없어 보이는 손짓을 한다. 몸을 기괴하게 꼬고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둥그런 캡슐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끈으로 꽁꽁 묶여있었다. 몸에는 이상한 동그란 원판이 붙어있었다. 그들은 눈을 부릅뜬 채 심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입이 묶이면 말을 할 수 없는가? 하고 궁금증을 품었다. 실제로 주먹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 말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물론 잘 할 수 없었다.

  때로 어머니는 손가락 굵기 만한 투명한 관에 든 액체를 그들에게 주입했다. 멀쩡했던 사람이 몸부림을 치면서 그 액체를 받아들인 직후에 눈을 까뒤집고 네 발로 기기 시작한 광경은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 나중에 그게 인체 실험이라는 걸 안 것은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진 뒤였다. 나는 아직 어떤 글씨도, 어떤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와도 같았다.

  내 교육은 어머니의 동료이자 후배라는 젊은 남자가 담당했다. 그는 안에 갈색 셔츠와 검거나 짙은 남색 바지를 입고 흰 구두를 즐겨 신는다. 그의 별명은 ‘갈색 셔츠’ 이다. 나도 그를 이름 대신에 “갈색 셔츠!” 이라고 부른다.

  그가 방에서 하는 일은 책상 앞에 앉아서 문자와 기호가 가득한 책을 들여다보거나 몇 가지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교육을 받는다. 교육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가끔 심오한 부분이 곳곳에 있다.

  하루는 그가 내게,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 않니?” 하고 물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나게 해달라고 했고, 어머니 후배는 나를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연구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많은 시험관들이 늘어서 있었고, 몇몇 액체가 든 관에는 밀가루를 물에 넣고 얼린 것처럼 희뿌연 것이 꽁꽁 언 채로 들어 있었다. 다른 시험관들 안에는 콩알보다 작은, 책에서 본 올챙이 같은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들에게 다가갔다.

  “너는 여기에서 태어났단다. 희뿌연 것들 중 하나가 네 아버지일 거다. 여기가 바로 너의 진짜 고향이고, 이 올챙이 같은 것들도 엄연한 생명체들이지. 전부 네 형제들일지도 몰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운 고향을 바라보듯 눈의 동공이 제자리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가끔 눈을 감고 명상하듯이 형제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닌지 아주 조그마한 조각은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건 겨자씨보다도 작아서 쉽게 뇌에서 읽어 들일 수 없었다. 다만 조그마한 비명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확실치는 않다.

  ‘여기에 나의 형제들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했다. 그날 나는 거처하는 방에 돌아오자마자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다음날 아침까지 무조건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벌을 받았다. 변명은 허용되지 않았고,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고 무조건 명령을 들어야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방에서 나오자, 내 교육을 담당한 갈색 셔츠가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갈색 셔츠의 왼쪽 볼이 벌겋게 부어있는 것 같았다.

  “일어났니? 교육 시간이다. 어서 가자꾸나.”

  그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오늘은 7층으로 가서 기초 문학에 대해 배워보자꾸나.”


   나는 그 자리에서 멈췄다. 그가 내 팔을 가볍게 잡아당기다가 얼굴을 보고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내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이지?”


  질문을 듣고 그는 하하 하고 웃었다.


   “너도 이제 철학이나 신학도 배울 필요가 있을 듯하구나.”


   한 차례 더 웃은 뒤에 말을 덧붙였다.


   “벌써부터 자신의 존재 이유에 관심을 가지다니.”


  그는 웃음을 멈추고 자기 입술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태어난 곳을 봐서냐? 하지만 네 어머니는 네게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단다.”

  나는 더 우울해져서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 그는 나를 위로하려고 했다.

  “모네그. 위대한 의사인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18살이 되면 원하지 않아도 네 존재 이유를 알게 될 거다.”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서 기초 문학 수업을 위해 7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며칠 전에 배운 대문호들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대신에 ‘나’의 존재여부를 묻는 옛 철학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어차피 18살이 되면 모든 걸 알게 된단다. 그때까지 기다려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로 18살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주먹을 꾹 쥐었다.


  17살이 되던 해에 나는 그 해를 무사히 보냈다. 신년 1일이 되자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너도 이제 며칠 후면 완전한 18살이 되는 거구나. 성인이 되는 거지. 축하한다.”

  살아오면서 몇 번 안 된 어머니의 다정한 말이었다. 나는 입을 열어서 낮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네 생일과 그 날이 겹치고 있지? 전날에 내게 말해라. 내 연구실로 들어올 수 있는 카드키를 달라고.”

   성인이 된 해에 얻을 수 있는 첫 특전은 어머니의 연구실에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인 모양이었다.

   “됐다. 이제 가서 네 일을 보거라.”

   나는 그대로 물러나왔지만 어머니의 태도가 석연찮은 느낌을 틀린 답을 지울 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머릿속에서 몰아낼 수 없었다. 나는 여기까지 온 마당에 며칠 더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데, 갈색 셔츠와 중간에서 마주쳤다.

  “새해 축하한다. 올해로 너도 성인이 되는 거지? 생일이 7일 후였던가?”
  “고마워요. 갈색 셔츠. 아마 그날에는 최고로 좋을 선물을 어머니에게 받을 거예요.”

  갈색 셔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생일 전날에 연구실에 출입할 수 있는 카드키를 주신댔어요.”

   갈색 셔츠는 얼굴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면서 나의 어깨를 두 손으로 팡팡 두들겼다.

   “그건 자식인 널 진심으로 가르칠 때가 왔다고 여기신 게 분명해. 너도 알다시피 그녀는 최고의 권위자이지.”

   그 말에 신뢰가 가는 게, 어머니의 방에 가보면 한 쪽 벽면을 가득 메울만한 양의 트로피와 메달, 상장(賞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네게 선물로 줄만한 게… 케이크라도 사갈까?”

   나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갈색 셔츠는 꼭 가져가겠다고 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아침과는 미묘할 정도로 방의 물건 배치가 달라져 있었다. 책상 위 책꽂이에 가지런히 놓여 졌던 책들이 왼쪽으로 기울었다든가, 왼쪽으로 향한 의자가 정면을 보고 있다던가, 오전에 나올 때 옷걸이에 걸어둔 옷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침입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없어진 게 없나 방안을 샅샅이 조사해 봤지만 없어진 거나 특이한 점 따위는 없었다.

   “음. 아마 성인이 되는 날과 생일날이 겹치다 보니 들떠서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좋게 생각하는 게 좋을 거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날짜를 받아놓으면 시간이 실로 화살 같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생일 전날이 되자 나는 어머니에게 가서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는 카드키를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곧 그 약속을 떠올리고서 웃옷 주머니에 넣어둔 카드키를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내일 아침 7시에 내 연구실로 오너라.”

  어머니는 그 말만 남기고 몸을 홱 돌려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면서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오늘따라 그녀에게서 평소보다 차갑게 와 닿는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서고(書庫)에 가서 어머니의 연구 결과에 대한 기록물들을 보고 싶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어느새 발걸음은 그쪽으로 향해서 복도에 있는 검색용 컴퓨터에게 위치를 묻고 있었다.

   서고는 가장 지하 깊숙한 곳에 있고, 기록물들의 위치는 제일 안쪽 맨 위에 비치되어 있었다. 발 디딤 판을 가져와서 아래에 놓고 올라가서 손을 쭉 뻗어야 닿는 높이였다.

   힘겹게 손에 넣은 어머니의 연구물들은 9할이 생물학과 유전학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몇몇 권을 뽑아서 훑어봤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것에서 크게 새로운 건 없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내 눈을 잡아끄는 게 있었으니, 복제에 관련된 논문이었다.

   펼쳐서 읽어보니 인간 복제에 필요한 수식과 재료, 실험 방법, 예상되는 현상의 가설들이 십 수 쪽에 걸쳐 쓰여 있었다. 그중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쪽이 있었다.



    하나이시고, 위대하신 신은 우리들 생명과학자들에게 소유하신, 절대적이고도 유일한 권한을 그리 쉽게 넘겨주시지 않으시려고 하셨다. 우리의 연구 결과물들은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저주를 받았다.



  무엇에 관련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장에서 어머니의 탄식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관련 연구물들을 읽다보니 시간이 저녁 무렵이 되었음을 알았다. 나는 내일 6시에 일어나기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내 방으로 향했다. 그날도 미묘하게 방의 가구 배치 및 물품의 배치 구도가 달랐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새벽이 되자 천천히, 저절로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은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왔다. 드디어 나도 한 사람의 성인이 된 것이었다. 이른 시간이라서 아무도 없는 은색 복도를 걸어서 어머니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녀의 연구실 출입문은 시설 내의 연구실들 중에서 가장 크다. 너비는 사람 일곱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고, 높이는 두 사람이 수직으로 똑바로 서고, 어린 아이 한 명이 더 목말을 타야 손이 문틀에 닿을 수 있다. 어머니가 준 카드키를 오른쪽에 설치된 리더기에 대자 삑 소리를 내면서 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렸다.


  안에 들어가니 실내 방향제와 약품 냄새가 섞여서 기묘한 향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머리 위에 있는 컴퓨터 센서가 자동으로 나를 안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박사님은 연구실 맨 안쪽에 계십니다.”


  안쪽으로 갈수록 사람만한 관들이 양 옆으로 여러 개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희뿌여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 같은 모양을 한 것들이 안에 들어 있었다.


  내가 끝에 도달해서 본 것은 대량의 용액이 든 관 속에 잠겨 있는 또래의 소년이었다.


  나는 천천히 소년을 뜯어보았다.


  소년의 머리칼은 백발이었다. 눈동자 색은 알 수 없지만 눈썹과 몸의 털은 흰색이었다.


   코와 입술과 귀가 나와 닮았다. 얼굴의 전체적인 생김이 나와 닮았다.


  나의 시선이 목 아래로 내려갔다.


  가슴의 형태와 근육의 밀도를 스스로의 몸을 더듬어서 비교해보았다. 얼추 같아보였다.


  배와 다리와 발가락을 살폈고, 신체적인 특이점으로 오른쪽 귀 밑에 점이 있나 살폈다. 거의 똑같은 크기로 점이 하나 있었다. 전체적인 키나 몸집도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했다.


  그때 뒤에서 여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떠냐? 네 형제의 모습이….”


  돌아보니, 가운을 입은 어머니가 팔짱을 낀 채로 서있었다.


  내가 먼저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험관 안에 있는 아이는 너의 형제다. 수없이 복제된 체세포가 정상적으로 생육한, 너 다음으로 유일한 클론 타입(Clone Type)이지.”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말은 계속되었다.


  “이름은 No. 4212 모그네(Mogne)이지. 참, 그리고 슬슬 깨어날 때가 되었어.”


  말이 끝나자마자 유리관과 연결된 컴퓨터가 띠띠― 하고 짧은 경보음을 내었다.

    ―알립니다. No. 4212 모그네(Mogne)의 DNA 합성 및 메인테너스(Maintenance)와 기본 지식 인스톨이 전부 끝났습니다.


  컴퓨터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빠졌다. 메인테너스니 인스톨이니 하는 단어가 형제를 마치 기계 같이 취급하는 것 같아서 언짢아졌다.


  이윽고 유리관에 가득 찬 액체가 빠지기 시작했다. 발목까지 빠지자 유리관이 천천히 열리면서 안에 있는 형제가 눈을 스르르 떴다. 검지부터 움직이더니 팔을 왼쪽부터 45° 이상 굽혔다.


  그 다음에는 발가락을 움직이면서 무릎을 굽혀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자기 몸을 내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와 어머니를 응시했다.


  “그의 두뇌는 점 하나 찍어진 백지와 같아.”


  두 팔로 유리관을 짚고 몸을 밖으로 밀었다. 비틀거리면서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나의 스승님께서 정립하신 퍼펙트 베이비(Perfect Baby)의 최종 완전 판이라 할 수 있단다.”


  나는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싱긋 웃어보였다.


  “그래. 신의 저주를 받아서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몰살당한, 60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탄생하였지.”


  그것은 무척이나 방대한 양일 것이다.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형제는 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등 뒤에서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두 다리를 꽁꽁 옭아매고 있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형제는 다가오다가 나의 품안으로 쓰러졌고, 엉결겁에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언뜻 무게를 재어보니 체중도 나와 비슷할 것 같았다.


  어머니가 어느 새 옷을 들고 서 있었다.


  “네 형제다. 네 손으로 입혀주렴.”


  나는 옷을 받아들고 헐벗은 형제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형제는 싫다 좋다 말도 없이 양처럼 순하게 있으면서 내가 입혀주는 옷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점 하나 찍힌 백지 위에 무엇이 그려질까? 그걸 결정하는 건 너의 형제 자신이지만 너도 개입할 수 있을 거야. 조언이라는 형태로 말이야.”


  몸은 나와 비슷했지만 나를 올려다보는 모그네의 눈동자는 갓난아기의 그것과 같아서 티 없이 맑고 순수했다. 어머니가 형제에게 자신을 소개하라고 말했다. 나는 모그네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 이름은 모네그야.” 하고 말이다.
나길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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