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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투명거북이

2009.04.04 21:3604.04


죽음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서, 나는 투명한 빛의 거북이를 보았다. 그 녀석들은 정말로 투명해서, 오히려 속을 알 수가 없었다. 내장까지도 투명한 그들은, 온전히 그들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에 대해서 모르게끔 하였다. 나는 그 녀석들이 꽤 마음에 들었고, 할 수만 있다면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는 돈을 받지 않으면 그 녀석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돈을 꺼냈지만, 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족하구먼. 돈이."



억척스러워야지 살아남는다는 사회였다. 나도 조용히 중얼거려보았다.



"정말 돈이 이 것밖에 없는데요."

"안돼. 그럼 팔 수 없어."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요?"

"그래."



하긴 그런 거북이따위 상관없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이제 죽을 것이니까. 아주머니한테 얘기해볼까. '저 지금 죽을 건데, 저승선물로 주시면 안될까요.'라고. 틀림없이 미쳤냐고 하겠지. 하긴 그녀도 살아야하니까.  내가 앞에 서서 고민하고 있자, 누군가가 옆으로 다가왔다. 같이 시장에 가자고 제의했던 친구였다. 내겐 그리 많지 않은 친구- 인 그 사람은 턱을 괴면서 내가 보고 있는 것을 같이 보고 있었다.



"뭐하냐."

"저걸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서."

"헤에."



친구는 가격표를 슬쩍 들춰보더니, 놀라 발을 물렸다.



"왜 이렇게 비싸! 너무 비싸잖아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비싼 거야. 안 살거면 가. "



친구는 나와 그 투명한 거북이를 번갈아 보더니 내 등을 툭 쳤다.



"가자. 저거 별로야."

"왜 별로야?"

"저게 뭐냐. 거북이란 놈이 자존심이 있지, 등딱지도 희끄무레해가지고. 잘 보이지도 않잖아. 그냥 가자."



나는 그 친구의 판단력에 꽤 감탄하고 존경하는 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친구를 멍하니 보다 살짝 인상을 지푸렸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저 거북이는 돈을 주어도 결코 내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다만 함께이고 싶어 돈을 내려고 했을 뿐.

시장 밖으로 꽤 걸어나간 뒤에도, 내 머릿속에 투명거북이는 떠나지 않는다. '이대로는 미련이 남아 안되겠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친구의 어깨를 잡았다. 친구는 뒤를 돌아본다. 나는 대충 변명을 했다.



"잠깐만, 시장에 두고 온 게 있어."



그리고 나는 시장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시장 안, 내가 있었던 곳을 겨우 찾아 투명거북이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을 때, 아주머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투명거북이를 책망하고 있었다. 나는 저멀리서 그런 모양새를 보고 있었다.



"왜 팔리지가 않는 거야? 이런 못생기고 나약한, 희끄무레한 것 같으니라고!"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아니, 내 건데 내 멋대로 하면 어때! 안 살거면 썩 가지 못해!"

"그거, 아주머니 건가요?"



나는 쓰게 웃었다.



"그럼, 내 것이지. 내가 붙잡았는걸."



'아줌마를 붙잡으면 아줌마가 내 게 되는건가?' 나는 잠시 그런 상상을 했지만 그건 현실상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항에 다가갔다. 어항에 쪼그리고 앉아 거북이들을 보았다. 그들의 말랑말랑한 내장은 아무 것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다. 불행히도.

나는 거북이들에게다 대고 속삭였다.



"난, 바다로 갈거야. 같이 갈래? 난 바다 속 깊은 곳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유로이 살고 싶어. 나도 가격표가 있거든. 우리 엄마가 나를 샀고, 친구가 나를 샀어. 지불한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가격표를 찢어버릴 생각이야."



나는 속삭이며 웃었다. 너희라면 나와 친구잖아. 이미. 순간, 투명거북이들은 웃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일어섰을 때, 거북이는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았다. 새하얗게 산화되어, 이 곳에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 마음은, 그 녀석들을 가졌다. 나는 오랜만에 진실된 웃음을 하하 지으며 일어섰다. 새하얀 공기보다도 더 새하얀 주인의 얼굴이 분노를 띄고 있었다.



"도둑놈! 수를 써서 훔쳤지!"



나에게 달려드는 그녀에게 붙잡혀 머리를 쥐어잡힌 채 몇 대를 맞았다. 나는 웃으며 '이거 추한데.'라고 생각한다. 하긴 상관없다. 이 곳의 미학은 이제 나와 관련이 없으니까. 나는 몹시도 즐거웠다. 이제 바다로 갈 일이 남았다. 하지만 그 전에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해야만 한다.

나는 나를 붙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비켜주세요. 이제 바다로 들어가야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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