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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회

2006.02.21 22:1402.21

"...그래서 제가 사장님께 인터뷰를 하고자 하는 것 입니다. 사회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사회라... 그거 참 내가 답변하기엔 어려운 질문이군.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는게 어떨까?"
"예? 본인이라뇨?"
"사회 본인 말이야. 사회가 뭔지는 사회가 가장 잘 알겠지"
"아, 죄송하지만 전 사회란 분을 인터뷰하러 온게 아니라, 사회(Society)에 대한 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건데요..."
"글쎄 그 사회(Society) 말일세. 직접 한번 만나보겠나?"
"에...?"

그래서 나는 사장을 따라 빌딩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미로 같이 복잡한 통로가 있었고, 나는 대체 여기가 어디 쯤인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이윽고 우리는 거대한 검은색 철문 앞에 도달 했다.
사장이 문을 열었다.

"여길세, 혼자 들어갔다 오게. 난 내 방에서 기다리고 있지"

방안은 매우 덥고 습했다. 사방에서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방에 들어서자 마자 열기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내가 들어가자 문은 저절로 닫혔다.
방에는 무수한 컴퓨터들이 벽면에 붙어서 가동되고 있었으며, 방의 중앙에는 커다란 구체가 놓여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 뭔가에 걸려서 나는 균형을 잃으며 쓰러졌다.
그것은 수많은 콘센트들이었다.
콘센트는 무수한 컴퓨터에서 나와, 구체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나는 구체의 붉게 명멸하는 동공과 눈을 마주쳤다.
난 그 섬뜩한 눈을 마주보자, 차마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이윽고 붉은 눈이 말했다.
"어떻게 왔나"
"다... 당신... 뭡니까?"
내가 더듬거리며 말하자 눈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내가 뭔지도 모르면서 여길 왔나?"
"전 그저... 사장이 끌고 오길래..."
"난 사회다. 너희가 규정해서 생명을 얻은 유기체지."
"생명체?"
"그래, 생명체. 너희가 의미를 부여하고, 너희가 날 만들었지. 그리곤 나에게 지배 당해."
눈은 잠시 혼자서 낄낄대다가 말을 이었다.
"중세에는 날 신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바로 얼마 전에는 이념이라고 부르기도 했잖아?"
"사회와 종교, 이념이 모두 같다는 겁니까?"
난 용기를 내어 이 괴상한 것에게 물었다.

"그렇다. 모두 너희의 행위와 상호작용, 약속으로 만들어서 실체를 얻게 되었고, 너희를 구속하는 규범이 되었지.
그 때마다 나는 점점 커켜서 너희를 지배하게 되었고.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럼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벗어날 수 없는 겁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너희는 나를 만든 이후로 한번도 나에게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리고, 내가 품고 있는 것을 보아라."

나는 눈의 동공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내가 명멸하는 적빛 안에서 찾은 것은, 타오르고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이었다.


Deceiver
댓글 1
  • No Profile
    bet 06.02.23 00:18 댓글 수정 삭제
    우웅... 취향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래 '착각'은 재밌게 봤는데요(짧지만 바로 닿고), 이건 넘 뻔해요. T_T 설명적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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