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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지옥

2014.03.16 20:0203.16


 우리는 늘 언제 죽을지 걱정하고 왜 죽는지 모르는채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도 진실과 거짓을 나눌 수 없다.


몇몇의 사람들이 말하는 사후세계 체험은 그들만이 겪었을 뿐이다. 아니 혹은 거짓말일 뿐이겠지만 나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이상 모든 말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사후세계. 우리의 세계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미지의 이세계이다. 나는 이에 대해 한가지 가설을 세우고 글을 써내려갔다.


사후세계가 존재하는 세계. 이게 무슨 말이냐 물으신다면 우리 세계와는 달리 사후세계가 증명되고 보여지고 존재하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설일뿐 내가 글 쓰기에 유리하게 만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유치한 곳이다.



내가 만든 세계에서는 죽음이 증명되어지고 또한 투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곳이며 영원한 삶이란 것이 존재하다.


누구나 꿈을 꾸는 유토피아 같은 곳이지만 이념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죽음이 그곳의 죽음과는 사뭇 달라서, 죽음은


극한 형벌에 해당된다. 죄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곳의 우리는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눈치를 


챌 수 있으며, 굳이 재판을 하지 않아도 무엇이 선인지 판단 할 수 있다.





한 젊은이는 옆 가게 소녀를 남몰래 흠모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국적인 미모로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의 꿈속에서


뛰어다녔다. 젊은이는 소녀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저려오는 듯한 고통에 시달리며 사회의 잉여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를 보다 못한 그의 친구가 그 소녀에게 가서 말했다.


"제발 내 친구좀 살려주시오. 그가 당신 때문에 많이 아프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그를 만날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미안하지만 안돼겠어요. 그를 만나는 건 내게 너무 버거운 일 같군요"


매정하게 내뱉는 소녀의 말에 친구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젊은이에게 돌아갔다.


친구는 젊은이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한참이나 고민을 했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니 


젊은이가 곧 죽을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하지 않자니 양심이 찔렸다.


"난 자네가 이겨낼 수 있을거라고 믿네"


친구는 이 말만을 한 뒤 자신의 곳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젊은이는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곧 세상을 뜨게 되었다.





사후세계. 젊은이는 투명해진 몸으로 심판대 앞에 서게 되었다.


"자네는 젊지 않은가? 왜 벌써 이곳에 오게 된 것이지?"


절대자는 높은 왕좌에 앉아서 젊은이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저는 한 소녀를 사랑했고 그 소녀는 저를 알아봐 주지 못했습니다. 삶이란 건 그렇지 않습니까?

사랑때문에 모든 게 변해버렸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제 삶에서 사랑은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랑은 일부러 외면하려 하였습니다. 그럴수록 이 왼쪽가슴이 너무나 아파왔지요. 

저의 한 친구는 제가 이겨낼 수 있을거라 말했지만 저는 더 무기력해졌습니다.

 젊다고 사랑을 모르진 않습니다. 그 깊이는 갓난아이도 겪을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너무나 깊은 사랑을

해버려,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절대자는 그의 말을 경청 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듯 눈을 감고 턱을 괴었다.



"그대는 지옥에 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젊은이는 주먹을 꽉 쥔채 입을 떼었다. 


" 알고 있지만 저에게는 그 곳이 지옥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인가?"


"사랑받지 못할 바에는 지옥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절대자는 곧바로 젊은이를 지옥으로 보냈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위대한 것입니까?"


보좌관은 허리를 숙인채 질문을 던졌다.


절대자는 여운에 잠긴듯 눈을 가늘게 뜨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 사랑이라는 것 또한 일종의 마음가짐에 지나지 않다. 그는 사랑이라고 했지만

사실 한낱 뇌의 활동에 불가한 것이다. 그는 사랑 때문에 죽은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가짐

때문에 죽게 된것이다."




절대자는 한낱 사랑이라는 것에 목숨을 버리는 어리석은 이들을 절제 시키기 위해


극단의 조취를 취하여 우리 세상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E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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