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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종족

 

 

 

 *주의 : 본 글엔 본편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문명 6은 개개인이 전지전능하다고 미치오 카쿠는 주창했다. 칸토르는 무한에도 크기의 차이가 있다고 증명했다. 인신족(忍辰族)은 칸토르스런 의미에서 전지전능하다고도 볼 수 있었고 문명 6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만치 인신족은 강대했고 현명했다.

 

마력인간(魔力因間) 다솜은빛은 아후라제국(Ahura帝國)과 연통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종족인 인신족을 배신하지 않았다. 동맹국이었던 아후라제국에 대항하던 별인간(星因間) 운혜천(運惠天)과 얼음인간(氷因間) 눈루샨은 괴우주(怪宇宙) 해적 집단을 각각 운영했지만 운혜천도 눈루샨도 인신족도 서로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후라제국에겐 우주인간(宇宙因間) 운수천(運首天)은 복종하는 듯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고, 운혜천과 눈루샨은 인신족과 다른 정치적 의지를 가진 것처럼 비춰졌지만 그렇지 않았고, 최강인간(最剛因間) 4의형제(義兄弟)는 인신족의 배반자처럼 파악되었지만 그렇지 않았고, 무량인간(無量因間) 4의형제는 은둔했지만 발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인신족은 힘을 아후라제국에 숨겼고 그래서 아후라제국에게 패전을 안겼다.

 

거의 모든 수가 드러난 지금 인신족이 주력인 최강제국(最强帝國)은 비 아후라제국 세력을 일부 모아 더욱 강대해졌다. 이제 최강제국의 국력은 아후라제국 보다 윗줄이었다. 물인간(水因間) 은하영(銀河永)은 그런 시점에서 시간인간, 공간인간과 함께 지구가 있는 우주의 거취를 정하기로 했다. 지구가 있는 우주들은 평행우주들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많았고 그 가운데서는 이은혁의 존재를 담고 있는 우주들도 있었다. 은하영은 그 안에 이은혁이 있었기에 연민을 느꼈다. 우주들에서 초문명들이 서로가 서로의 사후세계를 보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은하영은 만족할 수 없었다.

 

이은혁은 은하영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삶을 유지한다는 건 과거의 나로부터 나를 물려 받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물질이 교체되는 현실 속에서 그렇게 자위하던 이은혁이, 영혼의 불멸을 이미 획득한 은하영으로선 가여웠다.

 

은하영은 이은혁의 우주들을 쏘아 보았다. 괴우주의 태초로부터 진화해 온 무수한 의지들이 이어져 와 은하영은 형성되었다. 이 점을 은하영은 잘 알았다. 그들 또한 흩어져 버리는 물질들에 대한 애증을 갖고 있었고 영혼이라는 관념을 만들 정도로 집착은 강력했다. 사후세계를 괴우주 전체로 넓힘으로서 그들의 의지는 이루어졌고 은하영과 같은 신족(辰族)들과 또 다른 신족(神族)들 즉 문명 6까지도 탄생했다. 은하영은 - 브리트라 아후라가 영혼 분리 공격에 대한 방어용으로 만든 - 이은혁이 속한 우주들을 분석했다. 시간인간과 공간인간과 함께 행한 분석이 끝나자 은하영은 그들 우주가 플랑크 시공간 보다 작은 규모로는 그들의 물리 법칙상 내부 방향의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은하영의 눈이 빛났다. 괴우주는 외부였다.

 

은하영은 파라탐(Paratam) 도법(道法)을 펼쳐 플랑크 시공간 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이은혁의 우주들의 사후세계를 집어넣고 각 개인들이 마음대로 노닐 수 있고 또한 의식 전부가 과거 현재 미래가 통합되어 이상적으로 통용되도록 꾸며 놓았다. 은하영은 너그러웠기에 모두를 각자 나름의 천국으로 이끌었다. 은하영은 숭배 받고 싶어 하지 않았고 차라리 친구가 되기를 바랐는데, 그것이 인신족이 굳이 인간이라는 칭호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했기에 은하영은 전형적인 인신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구가 있는 우주들의 창조자인 브리트라 아후라도 나름의 사후세계를 만들어 어딘가에 운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은하영은 생각했다. 설령 여러 사후세계를 노니는 신세가 되더라도 한 군데만 천국이라면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은하영은 스스로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또한 방금 자신이 구축한 사후세계만이 괴우주 차원에서는 유일한 것이 되도록 최강제국의 힘을 빌어 노력해 보기로 은하영은 작정했다. 은하영은 최강제국에서 명망 높은 인사였고 뛰어난 전사였으므로 이는 시도해 봄직한 일이었다.

 

괴우주 보다 더 높은 단계가 있을 수도 있었고 그것엔 어떤 방법으로도 미치지 못 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자유라고 은하영은 굳게 믿었고 이를 실천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한다는 것, 이 세상이 무가 아니라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한 것이 아니던가.

 

 

[201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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