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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매스게임

2015.05.21 01:5805.21

매스게임



러시아와 중국 경계에 양국의 군대가 거대한 악취를 풍기면서 몰려들었다. 그 악취는 생기가 없고 일그러지고 퍼져나갔다. 좀비 군단조차 될 수 없는 쇼거스의 무리였다. 연해주와 만주의 경계에 러시아군은 2000만, 중국군은 2억이 지나치게 질서정연하게 모여 대치했다.

러시아군의 장비가 훨씬 좋았다. 중국군 100만이 첫 날에 항복했다. 러시아는 항복한 중국군을 생매장하려 했다. 구덩이를 파는 굴착기들만으로는 모자라 러시아군은 삽질했다. 날뛰면서 반항하는 중국 군인을 죽이는 데엔 총칼이 필요했고 러시아 군인이 소모되었다. 첫 날 항복한 중국군을 다 죽이기도 전 다음날 새벽에 또 다시 중국군 100만이 항복해왔다.

중국군과 러시아군의 공통점은 그들의 뇌 안이 나노 칩으로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표류하는 감각과 감정이 무선으로 악마 부자에게 전달되었다. 악마 부자는 러시아군과 중국군이 싸우게 하고 다양한 싸움들을 감상하는 걸 즐겼다. 악마 부자 1명 이외의 모든 인간은 악마 부자에게 뇌를 바치는 더미들이었다. 더 이상 인간이랄 수 없는 더미들은, 생각을 원격 조작으로 악마 부자에게 읽혔고 제어 당했으며 악마 부자가 만들어낸 생각을 받아 자아를 재구성 당했다. 악마 부자의 정신은 인공지능으로 강화되어 있어 한꺼번에 온갖 일들을 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모든 걸 다할 수 있게 된 부자들은 인간을 필요 없다면서 일자리에서 내쫓았고 자신들끼리도 권력욕을 쫓아 싸웠다. 부자들은 일반인과는 생각이 달라서 탐욕이 미덕이고 그렇기에 부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부모형제 남녀노소 모두 가라앉히고 악마 부자 1명만이 남았다. 악마 부자는, 이젠 모든 권력을 빼앗기고 쓸모없어진 인간 더미들을 서로 가족 친지도 없이 난교케 해서 인구를 불린 다음 그들의 생각 뿐 아니라 식량과 에너지 또한 조절해서 부려 먹는 걸 즐겼다. 말하자면 악마 부자는 매스 게임을 즐겼다.

부자야말로 지옥에서 올라 온 악마라고 악마 부자는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과학기술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인류가 지키려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뜻을 들어 모든 문명을 파괴했어야 했다. 그것만이 자신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악마 부자는 미소 지었다.



[201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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