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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최고의 범죄

2022.05.03 18:3305.03

나는 지금 지구에 떠나 지구와 똑같이 생긴 별로 향하고 있다. 지구에서는 흉악한 범죄자로 내 이름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우주 개통이 생긴 지는 5년째 되지 않았다. 인류의 학자들은 매일을 다른 땅 너머로 향해야 한다 말만 한 체 막상은 누구 하나 떠나지 않았다. 우주에는 천문학적으로 비싼 자원들이 깔려 있다고 말한 지질학자들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심 서운해했다. 우주가 열렸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곳에 가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5년 동안 성공에 대한 이야기만 떠돌 뿐 누가 갔다거나 자원하겠다는 이야기는 돌지 않았다.

ᅠ정부도 그 모습에 비싼 돈 들여 만든 기술들을 창고에 박아 넣을 수 없기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일반인을 강제로 태워 보낼 수도 없고, 동물들을 보내기에는 첫 시작의 초라함의 창피했다. 머리를 꽁꽁 싸매고 윤리적 문제, 도덕적 문제를 하나하나 씩 건들이면서 생각해낸 결론이 정말 단순하게도, 범죄자를 보내는 거다. 그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닌, 인간임을 포기한 정도의 흉악범으로 말이다.

ᅠ나 같은 죄수들은 매일 교도소에 박혀 똑같은 천장과 가끔 나가서 바람 쐬는 것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 누가 알았겠나. 나 같은 놈이 우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그날도 어김없이 운동장 그늘 진 곳에서 바람이나 쐬고 있을 때 교도관이 내 옆구리를 치며 말했다.

 "이주용, 오늘부로 출소다."

ᅠ나는 교도관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는 헛방귀를 꼈다. 사형대로 가라 하면 모르겠지만 출소라니. 누굴 바보로 아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 무시했다. 교도관은 조금 더 커진 울림으로 말했다.

 "이주용,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ᅠ살인 15번, 절도 30번, 심지어 은행까지 털려고 총까지 몰래 빼돌린 나한테 교도관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는 그 대답에 성의껏 대답해줬다.

 "이봐, 차라리 사형을 시킨다고 말을 하든가. 독방에 때려 넣든가 둘 중에 하나로 단정 지어 말하라고. 아무리 바보라지만 그런 거에 속을 사람은 아니지."

ᅠ교도관은 내 말이 틀렸다고 증명이라도 하듯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큰 팔뚝에 핏줄을 얼마나 세우던지 반항했다가는 목 졸라 죽을 것만 같았다. 그나마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고, 범죄라고 하지만 그것마저 열심히 한 내 삶의 마지막이다 생각했다. 어차피 모든 범죄의 대가는 죽음이 전부이기에 딱히 상관없었다. 오히려 죽는 게 차라리 편할 거라고 생각도 들었다. 교도관은 내 몸을 강압적으로 뒤로 돌리더니 거대한 덩치로 그늘을 만들었다. 내가 아무리 범죄를 많이 저질렀다 해도 이렇게 과하게 나를 제압할 필요는 없었다. 교도관은 내 코에 까끌까끌한 천을 밀착시키고는 나는 옳다구나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고마웠다. 내 삶아. 다음 생에는 더 멋진 범죄로 만나자.'

ᅠ두 눈이 감겨왔다. 죽음이 이렇게 편하다면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삶의 순간이 이렇게 흩어지는 건 아름다웠다. 빛이 났고, 반짝였다. 천국이 내 눈앞에서 반짝거렸다. 아름다운 벽과, 하얀 깃털들이 내 눈앞에서 규칙 없이 춤을 추는 모습에 경이로웠다. 그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걸걸하고 투박한 목소리. 나는 가만히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 청년은 끝도 없이 자는구먼. 어이 일어나게. 이주용."

ᅠ넙데데한 손으로 내 볼을 몇 번 쳤는지 얼얼했다. 죽으면 고통을 느낄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오, 신이시여."

 "신? 신은 지랄. 빨리 안 일어나."

 "음?"

ᅠ침침한 두 눈을 똑바로 뜨니 깃털과 빛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하얀 배경으로 깔린 도화지 같은 방 안에 온 몸이 묶여있었다.

 “뭐…, 뭐야!”

ᅠ나는 온몸을 흔들었다. 경련이라도 온 듯 근육들이 반대로 뒤집혀 버릴 만큼 섬뜩한 곳이었다.

 "허허, 아주 탄탄하고, 힘도 좋은 청년이구만. 자자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ᅠ남자는 두꺼운 손으로 내 입을 꽉 붙잡았다. 나는 수조 안에 갇힌 금붕어처럼 눈만 끔뻑 뜨며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 핀 주름조차 고약했다. 눈썹은 어찌나 하얗던지 직접 붙이고 다니나 했다.

 “뭐야, 당신 뭐야! 차라리 죽여 지금 뭘 하려는 거야!”

 내가 왜 이렇게 거품을 물고 발버둥을 쳤는지 쉽게 알 수 없을 거다. 이상한 미소를 짓는 중년 남자는 버튼을 하나씩 누르며 도화지 같은 공간들이 종이집처럼 펼쳐지면서 공상영화에서 보던 미사일 앞에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뒤통수에 쨍하게 치고 있었다.

 “젊은이. 안전은 내가 보장하네, 물론 다칠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대신 밖은 어떤지 그것만 보고 와 주게. 그거면 충분하네.”

 “뭐라는 거야! 잠깐, 잠깐만!!”

 남자는 내 이마에 주사기를 갖고 오더니 바늘촉을 살 표면 2cm 정도 넣고는 살살 눌렀다. 

 “내가 못 죽을 것 같아? 아니, 나는 이 자리에서 죽을 수 있어. 잘 보라고!”

 혀를 깨물어 버리려 할 때 근육이 나를 잡아당겼다. 마치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봐도, 말을 하는데 이상은 없지만 죽으려 할 때는 온몸이 나를 막아세웠다.

 “젊은이 자네 뇌에는 작은 로봇이 들어가 있다네, 뭐 물리적으로 죽는 게 아닌 이상 자살이나 자해로는 죽지 않을 거니깐. 그렇게 알고 그 뇌에 많은 거를 담고 다시 돌아오게나.”

 남자는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눈 안대를 하고는 질질 끌려 들어갔다. 쾌쾌하고 먼지가 쌓인 냄새에 기침아 연달아 났다. 쿵, 소리와 함께 내 안대는 벗겨졌고 몸을 묶었던 사슬도 풀어져 있었다. 실내는 어두웠고 뭐하나 보이지 않았다. 

 “젋은이, 첫 번째 우주여행에 행운을 비네.”

 스피커로 들리는 미친 남자의 목소리 뒤로 실내가 밝게 켜지면서 호텔 로비같이 널찍하고 여유로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미친 남성이 우주여행이라 말하지 않았다면 신나게 술이나 시켰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조명조차 하나하나 섬세하게 구매한 듯 부드러운 노을빛으로 곳곳을 비추었다.

 “뭐야 여기.”

 음식들은 하나같이 내가 먹었던 것들로 비치되어 있었다. 치킨, 피자, 족발. 배달집을 차려도 손색이 없었다. 처음에는 죽으러 가는 것 같았지만 막상 그거는 아니었다. 나를 우주비행사로 정식으로 인정한 듯한 대우였다.

 오랜만에 나는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푸려 할 때 아무것도 없었던 창문으로 우주의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이 우주선 근처에 펼쳐졌다.

 “와…, 겁나 죽인다.”

 음식을 천천히 넣고는 감상했다. 내가 보면 안 될 거를 본 느낌이었다. 마치 우주가 꽁꽁 숨겨둔 보물을 몰래 훔치는 느낌. 훔치고 싶었다. 아름다운 별 조각을. 

 “치킨 잘 튀겼네.”

 우선 내 허기부터 채우고 말이다.

 여행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음에도 나는 우주에 떠다니는 표류자처럼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우주에서 며칠 동안 생존을 하는지 실험하고자 나를 우주로 쏟아 올린 건지 의문이었다. 몇 변은 혼자 죽으려고 노력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중인격자처럼 나는 죽고 싶은데 몸은 마다했다. 시간은 일초 일초 계속해서 지나가지만 여전히 아름답게 뿌려진 별 조각들이 전부였다.

 한 달이 지났을 때 저 멀리 지구가 보였다. 나는 두 눈을 씻고 창 가까이 눈을 붙여 봐도 지구였다. 내가 아는 그 지구 말이다.

 “이런 썩어빠질 놈들. 고작 이거 하나 하겠다고 이딴 거를 처 만든 거야? 돈이 아깝다 돈이.”

 한 달이 지나고, 한 달이 또 지나도 내 눈에 보이는 건 푸르고 빛나고 있는 지구가 전부였다. 이제야 우주여행을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나 같은 범죄자를 누가 맘 편하게 여행을 보내겠는가.

 -도착 시간 10시간 남았습니다.

 “10시간은 지랄. 치킨이나 먹어야지.”

 나는 오랜만에 영화 보듯이 자리에 앉아서 푸른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에 살 때는 몰랐지만 꽤나 아름답고 이쁜 별이었다. 혹시나 외계인이 지구를 본다면 나처럼 생각할 것이다. 가만히 바라보는 지구의 풍경에 나는 스르르 눈이 감겼다. 

 -10분, 10분, 10분 후 도착입니다. 도착.

 우주선 안에는 요란 법석하게 사이렌 소리를 내면서 빨간 불이 커졌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깜짝 놀란 의자에서 떨어지고 치킨 뼈가 소리 내며 굴러갔다. 우주선 방향이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어…, 잠깐잠깐 이렇게까지 거하게 할 필요 없잖아.”

 우주선은 열심히 일을 하며 움직이다 바람 빠진 소리를 크게 내었다. 기계들이 하나씩 결합하는 소리와 엔진의 전원이 모두 꺼짐을 느꼈다. 

-착륙 성공했습니다.

 나는 괜히 떨렸다. 진짜 우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기껏 해봐야 지구 어딘가 이겠지만 마치 미지의 땅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입구 문이 찬찬히 열리며 계단이 하나씩 깔렸다. 나는 계단이 땅에 닿자마자 뛰어내리며 땅을 밟았다. 내 신발로 느껴지는 감각은 흙. 정확히는 아스팔트. 몰랐던 건 아니지만 제대로 낚인 기분이다. 괜히 신발이나 털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 평범한 지구였다. 다만 사람들이 전부 자는지 누구 하나 이 거대한 굉음에도 얼굴 비추는 사람은 없었다. 잠을 자기에도 아직 해는 위에 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가만히 있으면 경찰이라고 소리치며 나를 잡으러 올 게 뻔하다. 될 대로 되라였다. 우주선 안에서 먹고 즐기던 영상이나 가져가서 실컷 봐라 하는 마음으로 있을 때 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우주선 안에는 먹을 거 말고도 상점 같은 곳도 있었다. 향수나 사진기 부자들이 즐길 수 있게 다양하게 구비해놓은 상점에서 나는 시계를 슬쩍 하나 가져왔다. 어차피 잡힐 거 마지막까지 도둑질하는 멋진 엔딩을 생각하며.

 “아이씨, 지금 5시밖에 안됐는데 다 자는 거야?”

 저 멀리 자동차 3대가 소리 없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자세히 보니 그건 경찰차였다.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분명 나를 잡아다 두고는 각종 이야기를 써 내릴게 분명하다. 잘하면 교도소 아니면 정말 사형대로 갈 수도 있다. 상관없었다. 우주를 눈에 담은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재미있는 인생이었다.

 경찰들은 차에서 내리며 다급하게 나를 쳐다봤다. 마치 경계선이라도 있는 듯, 그들은 가까지 오지 않았다. 멀리서만 나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나를 외계인으로 착각이라도 한 듯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떠들고 있는데, 들리지 않았다. 

 “어이, 빨리 잡아가. 이제 죽여도 상관없어 거기서 10분 동안 뭐 하는 거야.”

 경찰들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마치 경찰들은 머리 위 가슴에 총이라도 맞은 듯 쥐어 싸매고 있었다. 경찰들은 차에 타지도 않고 그 상태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내가 답답했다. 그냥 나를 잡아가면 좋겠거만 뭐 저리 시간을 들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걸어갈 때마다 경찰들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몇 명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이것도 범죄인가?) 경찰들은 재빨리 차에 타고는 확성기를 들어 말했다.

 “만그! 만그!”

 “뭐라는 거야. 네? 뭐라고요?”

 “멈추요세! 더 상이 가까이 오면 가만두지 않습다니!”

 얼추 이해는 갔지만 문법이 이상했다. 정확히는 낱말의 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 경찰이면 그나마 공부를 꽤나 했을 텐데 잠꼬대를 거하게 하거나, 경찰 주제에 혀가 꼬인 거는 꽤나 웃겼다. 나는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제발 붙잡혀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이제 재미 었어요. 빨리 잡아가세요, 아니 왜 그래 진짜. 밥 먹을 시간 아니에요? 빨리 밥 드시러 가야죠.”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몇 명더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피를 통하는 경찰들이 있는 가하면 운전해서 도주한 경찰들도 있었다.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내 앞에는 죽은 시체들이 힘없이 널브러져 있고, 그 모습이 나 때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들지 않았다.

 “아, 진짜 미치겠네. 왜 그러는 거야 진짜.”

 한숨이나 푹 쉬고 있을 때 하늘 위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어림잡아 1개는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을 때 어이가 없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하늘 위에는 헬기 3대가 날고 있었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이 정도로 나를 경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구가 멸망했고 다시 태어난 건가?’

 수백만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휘젓고 다녔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헬기 착륙할 대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철컥 소리가 들렸다. 미친 남성이 내 머릿속에 넣어둔 로봇은 그 소리에 반응하고 갑자기 뛰었다. 

 “어어…, 잠깐만, 잠깐만!”

 그리고 곧 총알이 쏟아졌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기관총에 나는 가히 감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조금은 아깝다고 생각도 했다. 그냥 잡으면 될 것을 굳이 나라 세금까지 쓰면서 잡는다는 게 아까웠지만 로봇은 총알이 어디로 떨어질지 전부 아는 듯 내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단 한 발에도 맞지 않았다. 계속 달리다 떨어진 곳은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지하세계라도 있는 것처럼 위에는 ‘환영합니다, 여기는 시대, 대시입니다.’ 이런 곳을 태어나서 처음 봐서 약간은 음침했지만 나는 계단을 따라 쭉 내려갔다. 총알들은 그제야 멈췄고, 나는 화려하고 빛나고 있는 지하를 보았다. 그곳은 제2의 도시로 상상 이상으로 컸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반듯하고 창문들이 거꾸로 되어 있기도, 집 문이 옥상에 달려있기도 했다. 하나같이 독특했다.

 로봇은 이제야 안전하고 생각했는지 전원을 확 꺼버렸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움직임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개 같은 로봇. 까끌까끌한 바닥 위로 내 볼은 시원하게 쓸렸지만 다행히 피가 나거나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직접 내려와서 본 이곳은 위에서 본 풍겨보다 더욱이 화려했다. 사람들은 어찌나 활발하던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제 있잖아, 옆집에서 라메카를 샀다고 했다던데?”

 “어머, 어머 카메라?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었나, 맞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대화도 있지만 처음 보는 풍경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녔다. 소설책에서 볼법한 지하도시를 걷는 느낌에 나는 것도 잠시 우주선에서 실컷 먹었던 음식들이 도망치면서 전부 분해됐는지 급격하게 배가 고파졌다. 주변에는 음식점이라 단정 짓기 어려운 곳들이 보였다. 간판은 없지만 음식 냄새가 나는 곳도 있었고, 휘황찬란하게 음식점이라 써진 간판은 보였지만 거기에는 칼을 만드는 곳이라 했다. 생긴 거는 괜찮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엉망진창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는 대책도 세우지 않고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가득 풍기는 하얀색 건물 1층에 위치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간판은 없지만 전형적인 음식점 냄새였다.) 

 “어서 가세요.”

 하도 듣다 보니 딱히 이상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네네, 여기서 제일 맛있는 게 뭔가요?”

 주인장은 깔끔한 턱시도를 차려입고 내 앞에 다가와 흐뭇한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저희 식당의 자랑인 참깨밥을 한번 드셔 보실는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신세가 아니었다. 돈도 없는 터라 뭐든 맛있게 먹고 어떻게 도망칠지를 생각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걸로 부탁드릴게요.”

 주인장은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쯤 되니 지구가 아닌 곳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멀리 떠나 있었도 혹은 우주와 지구의 시간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해도, 이 정도로 세상이 바뀔 수 없는데 말이다. 경찰들과, 헬기의 총격전은 더더욱 이상하게만 생각났다. 고민이 고민을 잡아갈 때 주인장은 하얀 볼에 담긴 고소한 냄새에 주요인인 밥이 나왔다. 뭐라도 올려진 밥이라 생각했거만 깨, 참기를, 흰쌀밥이 전부였다.

 “맛없게 드십시오.”

 나는 숟가락을 들고는 조심히 쌀을 퍼 올렸다. 눈을 감고 냄새를 맡으면 마치 간장게장의 내장과 참기름 한 숟갈을 섞어 흰쌀밥에 부어진 짭조름하며 고소한 냄새지만 눈을 떠서 보니 윤기만 흐르는 밥알들이 전부였다. 뭐든 좋다, 라는 마음으로 한입에 넣자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와, 씨, 와…, 겁나 맛있다. 와…….”

 감탄이 연발로 뛰쳐나왔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모든 예상의 맛을 뛰어넘었다. 고소함보다 부드럽고 그 안에는 달달한 폭죽과 짭짤한 불꽃이 연달아 피어올랐다. 입 안에는 밥알 하나하나의 식감이 혀와 입천장 그리고 이빨에 부드럽게 흘러 목으로 넘어갔다. 최고였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져 버렸다. 음식이 나온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자리에서 전부 해치워 버렸다. 긴 격투기를 시원하게 승리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주인장은 내 모습을 보고 계산서를 가지고 다가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손목에 있는 시계를 주인장에게 값으로 대신 줘야겠다 생각했다.

 “손님 여기 계산서입니다.”

 “잘 먹었습니다. 잠시만요…,”

 긴팔로 가려진 손목시계를 빼기 위해 살짝 올렸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감은 역시나 이뻤다. 조금은 아까웠지만 밥값보다는 몇십 배나 비쌀 것임을 주인장도 알 것이다.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으아!”

 주인장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다 돌연히 책상에 머리를 박고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나는 눈만 수십 번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주인장에게 흘러내리는 피가 물처럼 내 자리까지 넘어왔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서 피해자처럼 소리를 꽥, 지르려 할 때 누군가 내 입을 막았다.

 “뭐…! 뭐야!”

 남자는 온몸을 두건으로 가리고 있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나는 주인장 머리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는 힘이 축 풀려 남자의 손에 이끌려 음식점을 나갔다. 남자의 힘이 얼마나 세던지 조금이라도 늦게 걸었다가는 팔이 뜯어질 것 같았다.

 허름한 집 문을 열고는 남자는 문을 거세게 열어 나를 그 안에 처넣었다. 먼지가 어찌나 많던지 내가 넘어지면서 남자를 보려 했지만 먼지가 눈앞을 깜깜히 가렸다. 

 “자네도 설마 그걸 아는 건가?”

 땅바닥에 박혀있는 사람한테 다짜고짜 안다고 물어보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나는 평상시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마치 그것에 답을 묻는 듯했다.

 “나는 서울특별시에 당당하게 거주하는 31살 이주용이다! 우주선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말하면서 억울했다. 차라리 감옥 박혀 살았던 게 더 좋은 기억이었다. 너무나 변해버린 지구는 감옥보다 더했다. 사람들의 단어 구조는 엉망이었고, 갑자기 머리를 박고 자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게 최악이었다.

 “서울? 다른 은하의 별인가. 아무튼 너는 지금 목숨을 건 범죄를 저질렀다.”

 남자는 두건을 벗고 런닝셔츠와 반바지를 입는 모습으로 변했다. 생긴 거는 상상했던 그대로 우직한 남성의 모습이었다. 찐한 눈썹과 깊게 깔린 중저음 목소리, 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남성의 말은 평범한 사람의 말투였다.

“자네가 어디서 왔건 혹은 무엇을 하려 했고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구지행성에서 자네를 현상금을 걸고는 찾고 있네, 좋은 말로 자기네 행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온몸에 먼지를 털고는 일어나 말했다.

 “구지행성?”

 뒤죽박죽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나의 연결고리처럼 정확하게 이어졌다. 사람들의 행동, 언어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지하세계. 지구랑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곳에 착륙한 것이다. 온몸에 닭살이 돋으며 머릿속에서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고, 당신은 누구지?”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책상 위에 있는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자네는 시간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 행성에서 절대 꺼내면 안 되는 법 같은 것이지, 나는 시간의 범죄를 깨달은 사람이고…,”

 다른 날 보다 머릿속에서 짜릿하게 생각이 돌아갔다. 범죄자 신분으로 살면서 최고의 범죄를 저지르고 싶었다. 마지막 대마를 장식하는 끔찍하게 짜릿한 범죄를 말이다. 지금 그 생각에 나는 흥분했다.

 “시간? 그게 무슨 말이지? 시간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1시 2시 이런 거를 말하는 거야?”

 “맞다. 시간. 이곳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몇 살인지도 몇 년에 태어났는지 심지어 아침이 뭔지 저녁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지.”

 “너는 시간을 알아버렸구나? 그래서 도망자 신세로 살아다니는 거고, 나는 구해준 것도 그거 때문인가?”

 담배를 깊게 들이마시고 폐 끝까지 채워 탁한 연기를 밖으로 내뿜었다. 지독하고 코가 따끔했지만 남자의 후회스러움이 섞인 듯 애처로웠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나는 태어나면서 궁금했다. 언제 태어나고 지금은 어디에 위치한 걸까. 그렇게 만들어진 모임이 ‘스냅스’라는 곳이었지. 그곳에 있는 우리들은 매일을 고민하고 고민했지, 모든 것을 확실한 경계로 나눌 수 있는 단위를, 성인이 되는 날 우리는 그것을 발견했다. 해가 뜨는 날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엉켜있던 기억들이 하나의 단위로 정리되었지. 바로 시간.”

 남자는 눈을 감고는 담배를 깊게 한 대 더 폈다. 

 “그래서, 이 얘기를 다짜고짜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뭔데.”

 “들었다. 누군가 시간을 말한다는 것을. 나는 시간을 안 뒤로 모든 삶이 변했지 더럽게 지저분한 머릿속이 시간의 서랍장에 들어간 기분이 너무나 좋았지만 같이 모임을 했던 녀석들은 시간을 알자마자 그대로 죽어버렸다. 나는 찾고 또 찾았다. 시간을 안다는 사람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너를 찾게 되었지. 시간이 없는 행성에서 시간은 곧 무기이자 범죄이다. 그것도 최악의 범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천천히 알려주면 그것은 뛰어난 발전으로 남을 것이다.”

 가만히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간단했다. 이 행성은 지구가 아니다, 시간이 없기에 시간이 곧 무기로 범죄로 사용된다. 그리고 시간에 적응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입꼬리가 씰룩 올라가는 걸 애써 참으며 말했다.

 “좋아, 나도 시간을 아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범죄를 저질렀기에 자네라 함께 할 수 없어. 아무래도 나는 법정에 서 죽어야만 마땅하겠어.”

 “아니! 지금이라도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꿔 볼 생각은 없는 건가? 이 행성에 대해 나와 함께 발전시킬 생각은 없는 건가! 그것은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 미래라고 나는 믿고 있다.”

 “미안해, 나는 이만 떠날게 내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확실히 알겠어. 고마워 이름은 모르지만.”

 나는 남자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손목시계는 12시 정각에 정확히 멈춰섰다. ‘12:00:00’ 완벽했다. 내 생애 마지막 범죄를 저지르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시간이다. 나는 손목시계를 발로 밟아 깨트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12시 1분 점심시간입니다!”

 지하세계에 사람들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광란의 순간이 펼쳐졌고 나는 순순히 법정으로 끌려 들어갔다. 정확히는 그래야만 했다. 

 “자네의 죄는 사형감일세. 불만은 있겠나?”

 “네, 없습니다. 대신 존경하는 재판관님. 저에게 대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너무나 잘못한 죄인입니다. 여기서 사형을 받는다면 모든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 불안하시다면 사형대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재판관님은 어려운 일도 아닌 듯 알겠다고 말하고는 내일 일어나면 바로 사과를 하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알겠다고, 굽신굽신 인사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40초… 43초’

 잠을 잘 수 없었다. 내게는 잠보다 더 중요한 일이 하나 있었다. 시계를 버리고 1초도 느리지 않게 시간을 세고 있었다. 정확하게 인간 시계로 자리 잡았다. 초가 움직일 때마다 발가락이 까닥까닥 움직였다. 마지막 짜릿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구지 행성 티비에서는 내 얼굴이 모두 송출되었다. 시골 지방에서는 목소리로 내 음성이 흘려 나왔다.

 ‘30초… 38초.’

 “빨리 하시게. 이 사과가 끝난 후 바로 사형을 하겠네.”

  나는 강단에 마이크를 잡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온몸에는 피가 뜨겁게 역류하고 있었다. 이보다 짜릿한 범죄는 없을 것 같았다.

 ‘49초… 51초’

 “구지 행성에 국민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55초… 57초. “

 “그리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지금은 네 시 사십사 분 영초, 아침과 저녁, 오전과 오후. 2022년과 5월 3일. 시간과 시계, 초침과 분침 그리고 시침! 추억과 기억, 흔적과 순간 그리고 네 시 사십오 분.”

 내가 알고 있던 시간에 대해 모두 쏟아부었다. 마이크와 화면은 구지 행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람들의 비명과 고통이 뒤따랐다. 죽기 전 내가 기억하는 완벽한 범죄이다.

 “엄마, 지금이 몇 시야?”

 “오후 3시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없는데, 오늘 책에서는 지구인의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어. 엄청난 위인이라던데? 우리가 쓰고 있는 시간에 대해 모든 거를 알려준 사람이래. 구지 행성에 발전에 시작이라고 배웠어, 맞아?”

 “아, 성인 이주용? 엄청난 사람이었지. 그 사과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간을 깨달았는지. 우리는 시간의 개념을 모두 설명해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거 때문에 구지행성에서 연기를 얼마나 했던지, 너희 할아버지가 성인 이주용한테 식사도 건네주고 연기상도 받았잖아. 그 일로 우리가 지구인들을 노예로 부리게 되었고 말이야….”

끝말은 딸이 듣지 않게 살금살금 말하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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