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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높은 성에서(1) - 초대

2005.08.29 02:0908.29

초심리 스릴러 하드고어 판타스틱 액션 로망 트레지디 러브스토리 !!!

[높은 성에서]


프롤로그

<이봐, 나는 치즈공장과도 10분만 같이 있으면 자의식이 생겨버린다구>
_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에서
(대충 표절)




(1)

비 구름이 지나가고 난 뒤 드러난 달은 창백했다.
울타리 너머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방랑생활로 허기와 피로와 오랜 외로움에 지쳐있던
이방인, 그에게, 그녀는 연민을 느끼며 잠시 쉬었다 가라고
말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얼마나 원했던지.
그는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녀의 피를 빨았지"
오호. 이건 정말 100번도 더 듣는 얘기였다.
작은 아버지가 숙모를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는,
일년에 한 두번 정도 그의 집에 찾아오는 나를 위해
준비된 일종의 환영의식과 같았다.
그것은 정말 로맨틱한 얘기임에 틀림없다.
기대와 배신과 피, 그리고 영생.

이 나라로 건너온 최초의 흡혈귀였던 작은 아버지.
그에 의해 최초로 흡혈귀가 되었던 작은 어머니.
그들의 피튀기는 로맨스는 분명 사촌누나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점점 나에게도 해당되는 설교가 되어가고
있다.

소리내지 않고 그 다음얘기를 미리 내뱉어보던
사촌동생이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뻔하지. 이건 형보고 얼른 파트너를 만들라는
압박이야. 하긴 언제까지 피를 안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 형이 송곳니가 난지도 벌써 몇백년이
지났는지 알어?"

아, 젠장. 그래. 난 한번도 피를 빨아본적이 없는
흡혈귀다.


(계속)

mo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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