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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순교자.

2015.08.08 21:3208.08

“너같이 못생기고, 재수없는 녀석은 정말 싫어.”
짝사랑하던 그녀에게 고백 한 날 그녀에게 들은 말이다.
“아... 역시 자지님에겐 이길 수가 없었어... 히구윽...!”
다음날 그녀에게 들은 말 이다.
철없던 중학생 시절의 상상처럼,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말하자면 ‘신’이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수년간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차이면 집에서 이불 덮고 찔찔 짜는, 매정하게 나를 차버린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는 와중에도 하반신에서 느낌이 오면 야동을 틀고 딸딸이를 치는 사람. 그러다 현자타임이 오면 자괴감에 다시 눈물을 흘리는, 성욕이 조금 많을 뿐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어디까지나 평범한 건아였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 성기, 그러니까 야동 볼 때 키보드 위에 올려놓지 않은 손으로 열심히 흔들어 재끼는 그것이 바로 ‘신’ 이였다.
아마 일종의 종교였을 거다. 열광하고, 충족되면 눈물 흘린다는 점에서 내 성기는 종교와 닮은 점이 많았다. 내 성기를 본 자들은 전부 이 ‘자지교’의 충실한 신자가 되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날 야동을 본 다음, 무언가에 홀린듯 자지님을 울부짖으며 셀프 펠라치오를 시도하던 나는 등에서 뿌득 소리를 내며 입원해 버렸기 때문이다.
고통에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도 난 바지를 치켜올렸다. 우리 엄마나 아빠가 “아드님 자지 너무 좋아”라며 달려드는 건 절대 사양이었으니까.


자지교의 신은 자지였다. 나는 자지교의 교주쯤 되는 위치였다. 그리고 교주는 종교를 널리 퍼뜨릴 의무가 있었다. 물론 그게 내가 아빠의 바바리 코트를 몰래 훔쳐 입고 학교로 간 이유는 아니었다. 나는 내 오랜 짝사랑을 쟁취해내고 싶었다.
“현지야.”
그녀는 혐오가 섞인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있었다. 나는 바바리코트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또 너야? 난 너 싫으니까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지 이 쓰레....기가하아앙!”
내 거시기는 빛이 나고 있었다. 성스러운 휘광. 누구든 이 성스러운 빛 앞에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거다. 가랑이 사이가 근질거리거든.
그녀는 풀린 눈으로 내게 기어왔다. 다리는 힘이 풀려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잡고 내 얼굴을 가져다 댔다. 드디어, 꿈꾸던 그 시간이 온 것이다.
“사랑해 현지야.”
그녀는 입을 살포시 벌렸다. 하아 하아 숨소리, 그녀의 내음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좋았다. 그녀의 얼굴은 기대감인지 붉게 상기되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내 얼굴에 구토를 했다.
“뭐야 이 돼지새끼는. 내 자지님을 돌려줘 씨발새끼야.”

세상에는 같은 신을 섬기는 종교가 많다고 한다. 개신교와 카톨릭이라던가, 어딘가에서 이슬람교도 같은 신을 믿는다곤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같은 신을 믿는다고 해서, 이슬람교도가 교황을 따른다던가, 카톨릭 신자가 교회 목사앞에서 회개의 기도를 드린다던가 하지는 않는다. 이전에 말했듯이, 나는 자지교의 교주쯤 되는 위치였다.
그녀는 교주를 따르지 않았다.
나는 펑펑 울었다.
그녀는 펑펑 울었다. 신내림이다. 신이 직접 그녀에게 성수를 나눠주고 있었다. 나는 용솟음 치는 쾌감 속에서도 죽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 자지 너무 좋아.”
그녀는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자지님은 그녀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자지신님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된것이다.
반면에 나는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 교접하는건 분명 나 자신이었다. 내 좆으로 그녀를 뚫고있지만 동시에 그녀와 교접하는건 내가 아니였다.
나는 내 자신의 자지에 NTR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쾌락에 가득 찬 눈에는 내가 들어있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온전히 자지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나는 극도의 분노와, 비참함. 그리고 동시에 구석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쾌감을 느꼈다. 나도 어쩔수 없는 자지교 신도였기 때문이다.
교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수십명의 학생들, 선생들이. 남녀 상관 안하고 자지님을 한번 차지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나는 한 손으로 현지를 꼭 껴안고 한번이라도 이렇게 달려본 적이 있었는지 싶을 정도로 마구 도망쳤다. 다행히 이 자지의 노예들은 다리에 힘이 풀린 탓에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현지야 내가 지켜줄게. 나를 봐줘”
“자지 너무 좋아!”
“나만이 널 생각해줄게. 넌... 아무것도 생각 안해도 돼”
“자지님을 이길수 없어! 자지님한테 패배한거야! 난 자지님의 노예야!”
나는 울면서, 울고 울고 위 아래로 울며 그녀를 토닥였다. 
오른 손엔 가위가 있었다. 그녀를 차지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녀와 같이 내려갈꺼다. 연옥으로.
나는 가위를 벌려, 자지님의 뿌리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썩둑.
“안돼에에에! 자지님이....!”
그녀는 멱이 따이는 돼지처럼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이걸로 나도 그녀와 같다. 나는 피가 다 빠져버려 쪼그라들은 자지님을 혀로 할짝 핥았다. 아아, 자지님 이걸로 된거죠...? 힘이 풀린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흐릿해져가는 시야속에서 나는 핑크색의 혀를 봤다. 현지는 처절하게 쪼그라 들은 자지님을 핥고있었다.
“제발... 자지니임... 돌아와주세요. 현지는... 현지는..! 더이상 자지님 없으면 살지 못해요 히구우우...”
드디어 난 갈망하던 입맞춤을 그녀와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자지가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어 평생 내 입 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혀가 얽히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은 나의 모습은 분명 웃고있었을꺼다.
나는 순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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