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7

짐보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느새 해는 거의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남자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도망쳤기에 짐보는 따라잡지 못했고 놓쳐버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거친 숨을 고르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바스락바스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짐보가 고개를 돌아보자 저 멀리서 소피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소피가 왜 달려오고 있는지 의아해 했지만 손가락 만큼 길어진 손톱과 소피의 풀린 동공을 보고는 깨달은 짐보는 소피를 막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소피의 앞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소피는 빠른 몸놀림으로 짐보를 스쳐 지나갔고, 소피를 막지 못한 짐보는 있는 힘껏 달려 소피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소피는 빠른 속도로 짐보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짐보는 이번엔 도저히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소피! 안 돼!’

짐보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필사적으로 소리의 소피를 찾아 숲을 달렸다.

8

뚱뚱한 남자도 더 이상은 지쳤는지 달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한걸음 씩 마을을 향해 착실히 가고 있었다. 몸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왔기에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남자는 비오듯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아가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따닥 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 그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소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풀린 두 눈으로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람 살려 달라 외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깊은 숲속에서 그의 외침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피는 천천히 남자에게로 걸어갔고 계속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했던 남자는 이제는 방법을 바꿔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아 소피에게 애원했다.

“제발.. 제발 살려줘..”

남자는 눈물, 콧물까지 흘려가며 그렇게 애원했지만 소피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소피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저 남자를 죽이는 일로만 가득했다. 나자는 이것도 소용없다고 생각되자 또 다시 방법을 바꿔 바닥에 나뭇가지를 집어 들더니 마구 휘둘러 댔다.

하지만 나뭇가지로 소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소피의 몸을 맞힌 나뭇가지는 힘없이 부러지고 말았고, 남자의 앞까지 도달한 소피는 길어진 손톱으로 남자의 심향을 향해 찔렀다. 남자는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미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다.

소피는 남자를 찔렀던 손을 뺏고, 손은 온통 붉은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진한 피 냄새가 진동했고 소피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래서 소피는 식욕을 주체 하지 못하고 손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아 먹었다. 손에 묻은 피를 다 핥아 먹고도 그 걸론 부족했는지 죽어 있는 남자의 목덜미를 입을 벌려 송곳니로 물고는 쯥쯥 소리를 내며 피를 빨아먹었다.

9

어느새 해는 저물어 짐보는 달빛에 의지해서 소피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너무나도 지쳐 몸이 무거웠지만 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자꾸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려 가며 소피를 찾는데 만 집중하려고 했지만 자꾸 떠오르는 설마, 혹시 라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소리를 소피를 찾아야 했지만 숲은 너무나도 넓었다.

그런데 짐보에 코가 비릿한 냄새를 감지했다. 그리고 귀에 기분 나쁜 쯥쯥 거리는 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짐보는 조심스럽게 그 냄새를 따라 걸었다. 냄새는 점점 진해졌고 기분 나쁜 그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그 냄새가 피 냄새라고 깨달은 짐보는 속도를 높였고 그리고 소피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죽어있는 남자가 보였고,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소피가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자 짐보는 망연자실 했지만 소피가 걱정이었다.

짐보가 조심스럽게 소피에게 다가가자 소피는 인기척을 느끼고 빠른 속도로 고개를 돌려 짐보를 바라봤다. 소피의 얼굴을 바라본 짐보는 공포에 질렸다. 소피의 동공은 풀려 있어 짐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고 입 주변은 붉은 피로 지저분했다.

벌려 있는 입에선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공포의 질린 짐보는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도 했지만 이성을 잃은 소피의 얼굴에서 자신이 딸로 삼은 소피의 얼굴이 떠올라 용기를 내어 소피에게 다가갔다. 역시 짐보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소피는 경계를 하며 당장이라도 공격을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했고, 위험을 느낀 짐보는 걸음을 멈추고 소피와 대화를 시도했다.

“소피.. 나 못 알아보겠니? 나야.. 아빠야..”

그제야 초점을 잃었던 눈동자가 제자리를 잡았고 소피는 짐보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는 그대로 스르르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짐보가 빨리 달려가 소피를 안아주었지만 뭐라고 달래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짐보의 말없는 품 안에 안겨 소피는 한참 동안 미안하다며 외치며 소리 내어 울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더니 진정됐는지 아니면 지쳤는지 울음을 그쳤고 짐보의 품에서 나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아빠..”

소피가 힘없이 말하자 짐보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너무나도 어색한 미소였다. 짐보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없이 남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저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의 아이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짐보는 아이를 한편에 세워둔 뒤 주변에 있던 나뭇잎들을 모와 남자의 시신을 덮었다.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소피는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나뭇잎으로 시신이 다 가려지자 짐보는 고개를 숙이며 남자에게 미안하다고 중얼거렸고, 소피도 짐보를 따라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 짐보는 소피의 손을 붙잡고 숲속을 걸었다. 근처에서 물소리가 들렸기에 짐보는 소피를 물가로 데려가서는 소피에게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피가 굳어 잘 닦이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옷에 묻은 피는 어쩔 수 없었지만 몸에 묻은 피라도 지워주고 싶은 짐보의 마음이었다. 소피도 그런 짐보의 마을을 알았는지 차가운 물로 씻기는 동안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어느 정도 피가 닦여진 것 같아서 짐보는 무릎을 꿇고 앉아 소피와 눈을 마주치고는 소피에게 말했다.

“소피..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소피 이거 하나만 나하고 약속하자. 다시는..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죽여선 안 돼. 알았지? 소피 약속할 수 있지?”

소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짐보도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소피와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는 둘은 손을 잡고 집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둘은 짐으로 가는 동안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숲속에 들리는 밤새우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다.

늦은 시간까지 둘이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스텐은 깜빡 잠이 들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집으로 들어온 둘을 웃는 얼굴로 반겼지만 소피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짐보도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미소였다. 소피의 옷이 온통 붉은 물이 들어있어 깜짝 놀란 스텐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짐보는 별 일 아니라고 말하며 소피를 방안으로 대려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혔고, 길어진 손톱을 깎아주었다.

말없이 짐보에 손에 몸을 맡겼던 소피는 그래도 침대로가 이불을 덮고 누운 뒤 벽을 향하여 몸을 돌렸다. 스텐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 소피에게 다가가 물으려고 했지만 스텐에 어깨에 손을 얹으며 짐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피곤해서 그럴 거야. 오늘 풀 쉬고 내일이 되면 다시 기운을 차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

하지만 내일이 되고, 또 그 다음날이 지났지만 소피는 여전히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벽을 바라보며 누워만 있었다. 식사시간마다 짐보가 소피의 몫까지 차려놨지만 소피는 그것조차 먹지 않았다.

한편. 짐보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선 큰 소동이 일어났다 며칠 전 실종되어 마을 사람들 전체가 찾아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던 뚱뚱한 남자가 시체가 되어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시신을 찾은 사람은 마을 사냥꾼으로 깊은 숲속까지 사냥감을 찾으러 깊은 숲속 까지 들어갔다가 늑대를 발견했다.

그 늑대는 무언가를 먹는데 정신 팔려 있어 손쉽게 잡을 수 있었고, 다가가 보니 심하게 훼손된 뚱뚱한 남자의 시신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비록 다른 부위는 크게 훼손됐지만 공포의 질린 채로 죽어 있는 얼굴을 보고는 신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남편의 얼굴을 직접 확인한 남자의 부인의 오열했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다. 시신의 훼손이 심해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야생 동물에 습격을 받아 그렇게 된 거라고 잠정 결론이 났었다.

하지만 마을 장의사가 남자의 시신을 수습하던 중 남자의 목덜미에 난 두 개의 상처를 발견했고 그는 처음에는 뱀에 물린 상처 인가 했지만 그것 치고는 상처의 간격이 멀고 크다고 생각 했고, 이상하게 생각한 장의사가 그 상처를 마을 성직자에게 보였다.

처음엔 성직자도 무슨 상처인가 모르는 눈치였지만 감자기 깜짝 놀라며 이것은 뱀파이어에게 물린 상처라고 주장했고,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마을 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주최했다. 그 회의에서 한 마을 사람은 옆 마을에서 몇 달 전 뱀파이어가 나타났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고, 그 말에 동의하며 한 사람은 직접 옆 동네 사람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옆 동내에 나타났었던 뱀파이어는 보기에는 어린 아이처럼 보이지만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고, 아주 사나웠다며 그 뱀파이어에게 큰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뱀파이어를 쫓아냈었다는 옆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를 인용하며 말 했고, 그 마을에서 쫓겨난 뱀파이어가 자신들 마을 근처에 숨어들었고 그 뱀파이어가 남자를 죽인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린 아이처럼 보이는 뱀파이어라는 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동요했고 혹시 숲속에서 수상한 아이를 본적이 없는지 서로 자문해갔다. 회의가 진행 되는 동안 눈물을 훔치며 가만히 앉아있던 뚱뚱한 남자의 부인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남편에게서 이상한 아이에 대해 들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죽기 며칠 전 볼일이 있어 숲 속에 살고 있는 나무꾼 짐보에게 다녀 온 뒤 그 집에서 본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이상한 아이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천으로 가리고 있었다고 짐보가 말을 했다고 했지만 뭔가 이상했었다는 남편의 이야기를 방금 전에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렸다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아이가 뱀파이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뚱뚱한 남자의 부인이 주장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며 당장이라도 짐보의 집으로 몰려가 사실을 확인 할 것처럼 행동했지만 막상 겁을 먹고 선뜻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대신 이 지역 영주에게 몰려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영주에게 전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영주는 반신반의 했지만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병사 몇 명을 나무꾼 짐보의 집으로 보낸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91 중편 교망(皎望) - The Darkside of the stars - (5) 별밤 2008.07.30 0
90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2) Cosmiclatte 2010.08.05 0
89 중편 스치듯 인연 <2> 김유리 2011.01.03 0
88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7) Cosmiclatte 2010.09.06 0
87 중편 학교의 비밀(5) Mad Hatter 2008.12.25 0
86 중편 까마귀의 아이-9 회색물감 2010.07.02 0
85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6) Cosmiclatte 2010.08.31 0
84 중편 학교의 비밀(4) Mad Hatter 2008.12.22 0
83 중편 학교의 비밀(12) Mad Hatter 2009.01.04 0
82 중편 괴물 이야기 - 뱀파이어 (8) (완) Cosmiclatte 2010.08.02 0
81 중편 학교의 비밀(9) Mad Hatter 2009.01.01 0
80 중편 학교의 비밀(11) Mad Hatter 2009.01.03 0
79 중편 까마귀의 아이-3 회색물감 2010.06.30 0
78 중편 M.U.S.E #23 ; the Legacy of Another 치노르 2019.11.21 0
77 중편 까마귀의 아이-8 회색물감 2010.07.02 0
76 중편 학교의 비밀(3) Mad Hatter 2008.12.19 0
75 중편 교망(皎望) - The Darkside of the stars - (4) 별밤 2008.07.30 0
74 중편 까마귀의 아이-5 회색물감 2010.07.01 0
73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8) Cosmiclatte 2010.09.06 0
중편 괴물 이야기 - 뱀파이어 (5) Cosmiclatte 2010.08.02 0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