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중편 학교의 비밀(5)

2008.12.25 06:1612.25

5.
다음날 교실에서 미선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정아를 손짓해 불렀다. 정아가 가까이 다가가자 미선이는 가방 속에서 벌레의 신비를 살짝 꺼내 정아에게 보여주었다.
“잠깐 읽어 봤는데, 재밌어! 무슨 마법서 같은 거 같아. 실제 주문도 들어있고... 이따가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보여줄게.”
담임이 들어와 아침 조회를 했다. 담임은 어째 결혼 후에 더욱 수척해진 것 같았다. 초기에는 남학생들이 이에 대해 장난기어린 야유를 보냈고 담임도 희미하게 미소를 보내기는 했지만 지금 상태는 도저히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육안으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담임은 마치 무언가 병에 걸린 것 같았다. 정아는 외가 쪽의 유전적 경향 때문에 당뇨에 걸려 수척해진 사람들을 몇몇 접해 본 적이 있었다. 지금 담임의 상태가 바로 그런 상태였다. 당뇨에 걸린 사람은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 뚱뚱해지거나 반대로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는데도 해골처럼 야위어 갔다. 담임은 겉보기에는 후자에 속했다. 피부는 콜레라에 걸린 사람처럼 창백했고, 뺨은 가죽 하나만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눈은 움푹 들어가 그늘이 졌다. 전체적으로 불쌍한 모습이었고 많은 아이들이 조만간 담임이 병가를 낼 것이라고 뒤엣말로 쑥덕거리고 있었다. 정아는 기분이 나빴다. 담임을 볼 때마다 의식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아는 이런 감정이 어디서 오는 지 알 수 없었고 때문에 감정은 느끼되 그 근원을 캐어보는 노력은 전연 하지 않고 그저 무시할 뿐이었다.
점심시간 때는 미선이와 약속한 대로 교실에서 빵을 사다 먹었다. 도시락을 싸온 몇몇 아이들이 교실 뒤쪽에서 조잘거리며 몰려 있었지만 책과는 별달리 관련이 없는 아이들 이었다. 지수는 급식을 먹었다. 정아와 미선이가 급식을 먹을 때는 지수와 함께 먹었지만 가끔 정아와 미선이가 모종의 이유 때문에 빵 같은 것으로 점심을 때울 때에는 지수는 혼자서 급식을 먹는 약간 미묘한 관계였다.
미선이가 정아에게 책을 건네주었기 때문에 정아는 드디어 베일에 싸인 벌레의 신비를 읽을 수 있었다. 지수가 도서관에서 읽는 모습을 보았고, 사서에 의해 빼앗겼으며 신관에서 발견되기 전에는 과학선생의 책상 서랍에 들어있던 책이었다. 정아는 책을 읽어 가면서 점차 알 수 없는 의혹에 휩싸여 갔다. 이 책은 소설처럼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책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여자애들이 흔히 관심을 갖는 점성술이나 타로처럼 서구의 마법이나 점술체계를 모아 놓은 일종의 실용서에 가까웠다. 만약 그 책이 실제로 점성술이나 타로 같은 흔한 주제를 다룬 흥미 위주의 책이었다면 정아도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정아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주위 여자애들의 영향에 의해 접한 어떠한 비술체계와도 닮지 않았다.
이 책은 일전에 지수가 도서관에서 열렬한 태도로 읽던 책으로, 개인이 만든 것 같은 조잡한 제본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활자 또한 인쇄 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필사한 것을 복사기로 복사한 것 같았다. 그런 복사지를 끈으로 동여맨 다음 접착제를 써서 겉표지에 부착시킨 것이다.
내용도 원 책의 전문을 옮겨 적은 것이 아닌, 필사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 군데군데 따와서 묶은 것 같았다. 정아는 끊겨 있는 문맥에서 앞 뒤 내용의 성격을 짐작해 볼 수 있었는데, 원본은 서방의 철학자들이 쓴 책처럼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요즘 사람들이 소위 ‘힘글쓰기’라고 부르는 방식과 유사한 방식에 의해 점진적으로 전개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 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아자토스’와 ‘툴차’, ‘니알랏토텝’, ‘요그 소도스’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초자연적 존재들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이름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악마적인 주술들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비중 있게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총체적으로, 이 책은 수많은 의식과 주문, 주술들을 묶어 놓은 비망록이나 참고서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이 명시하는 내용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신학적 체계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추잡하고 악마적이어서 정아는 일순간 이 책을 재미있다고 표현한 미선이와 더 나아가 이 책을 그렇게 열성적인 태도로 읽던 지수에게 맹렬한 혐오감을 느끼며 토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책을 계속해서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사악한 행위의 한계선이 깨지고 있었다. 결국 정아의 공포에 견디는 신경은 ‘하늘에서 보이지 않는 괴물을 불러오는 방법’이란 대목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정아는 크나큰 공포에 휩싸여 책을 냅다 집어던지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미선이가 당황한 태도로 정아를 감싸 안았다. 뒷자리에서 도시락을 먹는 아이들 중 정아와 친분이 있는 아이들이 상태를 보기 위해 몰려왔다. 결국 정아는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조퇴했으며, 집에서도 온갖 악몽에 시달리면서 그 책을 읽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해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아가 두려워한 것은 이 일로 인해 미선이나 지수와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이었다. 만약 정아가 책에 대해 계속해서 이렇게 격렬한 감정적 반응을 보여야만 한다면 그들의 관계가 깨어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섯 시간 후에 정아는 미선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미선이는 정아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둘은 늦은 밤까지 웃고 떠들다 헤어졌다. 그리고 정아는 다시 악몽에 시달렸다.
경황이 없어서 미선이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정아가 집어던진 벌레의 신비는 정아 반의 다른 아이에게 넘어갔다. 정아와 미선이와 다른 여자아이들이 조퇴를 위해 그 자신도 조퇴가 필요할 듯한 담임을 찾아간 동안 점심을 먹고 온 다른 아이가 책을 충동적으로 가방에 챙겨 넣은 것이다. 그 아이는 아름이라는 예체능계 아이로 자존감이 낮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인생의 지침을 꼬박꼬박 타로에서 찾는 아이었다. 그런데 그 자신이 주장과 분노를 밖으로 분출하는 요령이 없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었기 때문에 늘 마음속으로 무언가 강대한 힘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경향은 자연히 흡혈귀나 분신사마같은 악마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었다. 아름이는 자신과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가진 가장 내밀한 관심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배척당할 만한 것이었다. 이것은 사교적인 불만족감을 이유로 늘 공상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아름이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름이는 자신의 진짜 관심사에 늘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접한 벌레의 신비의 내용이 아름이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던 것이다.
‘특정한 각도를 이용하여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열기 위해서는....’

요 며칠간 정아는 아름이란 아이에 대해 몇몇 여자아이들이 쑥덕거리는 소리들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애기의 요는 아름이란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듣기로는 3일 전에 엄마에게 잠깐 밖에 나갔다 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는 외출해서 그대로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한다. 정아는 아름이란 아이와는 같은 반인 이유로 면식이 있었고 간혹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친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미선이는 그 특유의 사교적인 성격으로 친구가 별로 없는 아름이와도 친하게 지냈었다. 미선이는 그 소심한 아이가 가출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면서 심히 걱정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이는 돌아왔다. 실종 된지 5일째 되는 저녁에 풀죽은 태도로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어디를 갔다 온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친 경찰의 심문과 기억상실에 대한 정신과적 진료에서도 아무런 단서를 얻을 수 없었다. 아이가 가끔씩 멍한 태도로 주위와의 접점이 완전히 단절된 증상을 보여 의사들이 간질이나 해리성 장애를 의심해 관련된 검사를 실시했지만 정신의학적인 면에서도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심인성이란 판단 하에 상담이 실시되었다. 로르샤하 테스트와 수차례의 상담회기를 통해 아름이가 무의식적으로 강렬한 억압을 보이고 있고 그 때문에 기억상실이 초래된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가끔씩 멍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은 억압된 기억이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아름이는 미성년자였고 갈수록 멍한 태도가 심해져 갔으며 정신이 멀쩡할 때도 말이 없이 혼자만의 분위기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아름이 부모의 강력한 요구로 최면치료가 실시되었다. 아름이의 이러한 증상은 기억을 억압하는 데에 정신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우선 최면치료를 통해 기억을 조금씩 상기시키고 그 기억에 대항하는 연습을 반복해 최종적으로 그 기억을 인격의 일부로 인정하게 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아름이가 치료 도중에 공황을 일으켰다. 서둘러 강박을 하고 약물을 투여했지만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아름이는 구급차에 실려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으로 실려 갔고 그곳에서도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보호사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름이는 그 후 연구병동으로 옮겨졌다가 한 달 후에야 부모의 간청으로 인해 항불안제의 지속적인 투약을 조건으로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미술치료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퇴원 시 진단명은 일반화된 불안장애 및 공황장애였다.

“여기 아니야?”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아름이의 친구에게 약도를 받아 놓았지만 미선이는 아름이의 집에 찾아가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 애... 집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대. 뭔가에 홀린 듯이 그려대고 있나봐. 의사 말로는 치유과정의 일환이라지만...”
정아와 미선이는 가까스로 아름이 집에 당도해 문을 두들겼다. 아름이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셨다. 오랜 기간 동안 병간호를 하느라 지친 모습이었다. 뒤쪽으로 어두컴컴한 집안이 눈에 들어왔다. 집 안은 바깥세상과는 다른 세계 같았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 앉아 심해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아름이의 어머니는 둘에게 아름이 방에 가 있으라고 했다. 아름이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노크를 해봤지만 문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 자고 있는 것 같아서 몇 번 노크해 보다가 돌아가려고 하는데 아름이 어머니가 차와 다과를 쟁반에 얹어오셨다.
“너희가 온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머니는 방문을 두들기며 아름이를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문 안에서는 불길한 침묵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아름이 어머니도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어머니는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돌리더니 문을 살짝 열었다. 여닫이문이 끼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문 안쪽은 집의 다른 곳보다 더욱 어두웠다.
“아름아...”
어머니는 열린 문틈으로 손을 넣어 전기불을 켰다. 방안이 환해졌지만 지옥 같은 침묵은 계속되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비명이 공기를 갈랐다. 아름이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상한 자세를 한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이젤에 그림을 그리던 도중에 쓰러진 것 같았다. 엉덩이는 여전히 의자에 붙이고 있었지만 상체는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아름이의 몸뿐만 아니라 바닥과 침대, 이젤위에도 노란색 분이 털 있는 곰팡이처럼 쌓여 있었다. 아름이의 어머니가 방안으로 들어가 아름이를 안고 흔들었다. 아름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름이를 안아서 침대에 눕히려고 했으나 아름이의 체중 때문에 곤란에 처했다. 그래서 정아와 미선이가 도와서 아름이를 침대에 눕혔다.
“약! 약을...!”
아름이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면서 방을 뛰어나갔다. 그리고 건너 방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약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약을 황급히 뜯느라 정제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줌마, 제가 할게요.”
미선이가 나섰다. 어머니는 미선이에게 약봉지를 건네더니 다시 뛰어 나갔다. 미선이가 막상 약을 먹이려고 보니까 물이 없었다. 정아가 물을 가지러 나가다가 방문에서 뛰어 들어오는 아름이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어머니는 물통과 물컵을 두 손에 들고 있었다. 정아가 그것들을 넘겨받으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초점이 심하게 흔들리는 눈으로 정아를 지나쳐가 미선이에게서 약을 빼앗듯이 넘겨받고 아름이에게 약을 먹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름이는 약을 삼키지 못했다. 물을 입에 부어넣자 곧 입안이 물로 가득 차 밖으로 넘쳤다. 어머니는 아름이를 다시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더니 미친 듯한 표정으로 정아와 미선이를 보면서 ‘구급차.. 구급차를!’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방 밖으로 뛰어 나갔다.  
정아와 미선이는 무력하게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를 대비해 계속 아름이 곁을 지켰다. 미선이는 누워있는 아름이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입 안에 차 있는 물을 쏟아냈다.
정아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정아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것은 주위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어 무력한 상황을 통제해보려는 무의식의 발로였다. 노란색 분은 정아가 앉아있던 의자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천장은 깨끗했다. 눈으로 확인할  는 없었지만, 그림 작업에 쓰던 것을 엎지른 것 같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림. 방 한구석에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여태까지 그린 그림들이 겹쳐져 있었다. 대부분 인상주의 혹은 독일 표현주의와 관련이 있는 그림 같았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마치 무언가의 정경을 거칠게 묘사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 묘사의 본이 되었을 풍경이 현실세계에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다른 종류로, 온갖 원색을 강렬하게 써서 표현한 그림은 뭉그러져가는 형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형체, 길쭉한 형체, 기묘한 방식으로 인간과 닮은 형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사생화처럼 보이는 그림도 있었는데 정아는 그 그림을 보며 강렬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러운 암녹색을 띤 나무 비슷한 물체가 그려져 있었는데 양 끝에 참나리의 무늬와 비슷한 병적인 무늬를 띤 불가사리가 붙여져 있었고 몸통의 질감은 비늘 없는 물고기의 몸처럼 지저분하게 미끌거리고 끈적거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아의 눈을 끄는 것은 아름이가 의식을 잃기 전 의자에 앉아서 그리던 그림이었다. 울퉁불퉁한 유리를 통해 물체를 보았을 때처럼 그려진 물체의 윤곽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 중심적인 이미지는 정아의 머리에 남아있는 기억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 바로 일전에 반 아이들이 모두 기절했었던 사건 때 지수가 들고 있었던 그 물체였다. 그 그림에는 그것 말고도 귀퉁이에 작게 하나가 더 그려져 있었는데 이것은 사람을 그린 것으로 극사실화에 속했다. 잘 그렸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정아가 그 두 사례의 관련성을 확신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려진 것은 남자였다. 일전에 과학선생이 교무실에서 보던 사진에 나와 있는 바로 그 남자였다.
“정아야, 저기..”
미선이가 정아의 상의를 꽉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정아는 미선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방문 안쪽에 새빨간 물감으로 별을 나타내는 모양이 거칠게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아름이는 죽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이미 죽어 있었던 것이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그것도 심인성이었다. 아름이는 현실에서, 혹은 환상 속에서 무언가를 보고 놀라서 죽은 것이다.

경찰은 정아와 미선이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하기를 당부했다. 물론 그것은 예의 노란색분과 피로 그려진 12망성 때문이었지만 정아와 미선이가 그에 대해 알고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둘은 충실히 입을 다물었다. 그때 아름이의 방에 감돌았던 사악한 분위기는 무시하기엔 너무나도 영향력이 컸던 것이다.
Mad Hatter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2024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공고 mirror 2024.02.26 1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1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3
91 중편 교망(皎望) - The Darkside of the stars - (5) 별밤 2008.07.30 0
90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2) Cosmiclatte 2010.08.05 0
89 중편 스치듯 인연 <2> 김유리 2011.01.03 0
88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7) Cosmiclatte 2010.09.06 0
중편 학교의 비밀(5) Mad Hatter 2008.12.25 0
86 중편 까마귀의 아이-9 회색물감 2010.07.02 0
85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6) Cosmiclatte 2010.08.31 0
84 중편 학교의 비밀(4) Mad Hatter 2008.12.22 0
83 중편 학교의 비밀(12) Mad Hatter 2009.01.04 0
82 중편 괴물 이야기 - 뱀파이어 (8) (완) Cosmiclatte 2010.08.02 0
81 중편 학교의 비밀(9) Mad Hatter 2009.01.01 0
80 중편 학교의 비밀(11) Mad Hatter 2009.01.03 0
79 중편 까마귀의 아이-3 회색물감 2010.06.30 0
78 중편 M.U.S.E #23 ; the Legacy of Another 치노르 2019.11.21 0
77 중편 까마귀의 아이-8 회색물감 2010.07.02 0
76 중편 학교의 비밀(3) Mad Hatter 2008.12.19 0
75 중편 교망(皎望) - The Darkside of the stars - (4) 별밤 2008.07.30 0
74 중편 까마귀의 아이-5 회색물감 2010.07.01 0
73 중편 괴물 이야기 - 도플겡어 (8) Cosmiclatte 2010.09.06 0
72 중편 괴물 이야기 - 뱀파이어 (5) Cosmiclatte 2010.08.02 0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