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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 날이 있은 뒤. 짐보는 더 이상 나무를 하러 나가지 않았고 집에 남아 창가를 서성이면서 불안한 듯 창밖을 바라만 보았다. 스텐은 짐보와 소피의 변화에 덩달아 자신도 시무룩하게 있어 전과 다르게 집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날도 다름없이 짐보가 창가를 서성이면서 밖을 바라보고 있던 짐보는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고민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갑자기 스텐을 소피가 누워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그러더니 스텐에게 작은 목소리로 조용해 말했다.

“스텐.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소피를 지켜줘. 할 수 있지? 넌 소피에 오빠잖아.”

스텐은 짐보가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기에 짐보가 말하는 ‘무슨 일’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침대에 누워있던 소피도 그런 짐보의 변화를 느꼈는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소피를 보며 짐보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방을 나가며 둘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주의를 주었다. 짐보는 심호흡을 하면서 문가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짐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갑옷을 입은 두 명의 병사가 서 있었고, 그 뒤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병사 몇 명도 보였다. 짐보는 병사들을 살펴보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웃는 얼굴로 병사들을 맞이했다.

“아. 안녕하세요. 이런 외딴곳 까지 웬일이세요?”

짐보가 능청스럽게 그렇게 말했고, 문 왼편에 서 있던 병사가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당신이 나무꾼 짐보인가?”

갈색 버벅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병사는 더운 듯 손부체질하며 그렇게 말했다. 짐보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물었다. 그러자 다시 수염이 덥수룩한 병사가 말했다.

“별건 아니고. 마을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자네가 무슨 뱀파이어 아이를 대리고 있대나 뭐래나.”

병사의 말은 소피의 귀에도 들렸고 소피는 두려움을 느끼고 몸을 떨었고, 스텐이 눈치체고 말없이 손을 잡아주자 거짓말처럼 떨림이 사라졌다. 짐보도 병사의 말에 움찔했지만 곧 태연하게 받아쳤다.

"뱀파이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짐보의 말에 병사도 동의하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 말이 그거야. 하지만 내가 뭐 별 수 있나. 잠깐 집 좀 확인하자고.”

병사가 그렇게 말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짐보가 몸으로 가로 막으며 병사에게 말했다.

“아 그게.. 잠깐 이따가 오시면 안 될까요? 지금은 집안이 더러워서 좀..”
“어? 네 반응 때문에 갑자기 수상해지는데? 비켜.”

병사는 농담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끝에 말은 너무나도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짐보는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나 싶더니 갑자기 결론이 났는지 재빨리 문을 쾅 닫아버리고 문을 자물쇠로 걸어버렸다. 그러자 병사들은 문을 열라고 소리치며 문을 쾅쾅 두드렸고 짐보는 재빨리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무릎 꿇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더니 스텐에게 말했다.

“스텐. 지금 당장 뒷문으로 소피를 대리고 도망쳐!”

스텐은 영문을 몰라 당황해 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소피가 짐보에게 말한다.

“하지만 아빠는요!”

소피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하지 못하고 쓸쓸해 보이는 미소만 지어보인 짐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스텐에게 소리쳤다.

“스텐 서둘러!”

하지만 스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짐보와 소피를 번가라 보며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병사들은 문을 향해 몸을 부딪쳤고 얼마가지 버티지 못하고 문이 부서지며 열리고 말았다. 짐보는 난생 처음 화난 표정을 지으며 스텐을 재촉했다.

“스텐! 빨리!”

결국 스텐은 소피의 손을 붙잡고 뒷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문을 부순 병사들은 소피를 발견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소피의 두 송곳니는 너무나도 눈에 띄었다. 소피를 발견한 병사가 소리쳤다.

“진짜 뱀파이어가 있다. 잡아!”

병사들이 스텐에 손에 이끌려 숲속으로 도망치고 있는 소피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짐보가 그 길을 가로막았다.

“당장 비켜! 안 그러면 너도 죽인다!”

‘너도’라는 말에 짐보는 더 비킬 수가 없었고, 당당히 서서 병사들을 가로막았다. 병사들은 몇 번 더 짐보에게 경고를 했지만 짐보는 여전히 병사들을 가로막고 서있었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하는 병사 한명이 칼집에서 긴 칼을 뽑아 들었고, 그 칼을 짐보에게 휘둘렀다. 그 모습은 스텐에게 힘없이 끌려가던 소피에 눈에도 들어왔고, 붉게 튀어 오르는 피와 천천히 쓰러져가는 짐보를 보고 소피는 소리쳤다.

“아빠!”

소피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으려고 했지만 소피의 손을 스텐이 온힘을 다해 소피 끌다시피 하며 숲속을 달렸고 집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병사들은 쓰러져 있는 짐보를 넘어 도망치고 있는 둘을 쫓았다, 숲 속 전체에 병사들이 입은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펴졌다. 스텐은 평소 둘이 숨바꼭질을 할 때 숨었던 속이 빈 나무를 찾아갔다.

그 나무는 썩었는지 속이 비어 아이 둘이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수풀에 가려진 벌려진 틈을 볼 수 없었다. 스텐은 그 나무를 찾아 소피와 함께 들어갔고, 소피가 당장이라도 크게 울 것처럼 울먹이고 있자 스텐은 소피의 입을 막고는 자신도 숨을 죽여 주변 소리에 집중했다. 병사들이 내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고 소피도 이번엔 긴장했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울지 않고 소리를 죽이고 병사들이 얼른 돌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병사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주변을 이 잡듯이 소피를 찾아다녔고, 둘은 불안에 덜며 들키기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병사들은 해가 저물고 밤이 돼서야 겨우 돌아갔고 한 참 뒤 숲이 고요해 지자 스텐은 나무 틈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스텐이 주변을 살펴보며 안전을 살펴보고 나서 소피를 나오게 했다. 나무 틈에서 나온 소피는 큰 소리로 울며 아빠를 불렀다. 소피가 울자 스텐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소피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스텐도 결국 어린아이여서 소피와 같이 큰 소리로 울었다. 소피와 스텐은 한참을 그렇게 울고 나서야 둘은 지쳐서 울기를 그만 두었고 소피는 스텐을 바라보며 힘없이 물었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해?”

하지만 스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쉽게 대답 할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말 할 수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넌 오빠가 지켜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소피는 그 말을 듣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11

늦은 밤. 둘은 살고 있던 집으로 가보았다. 하지만 집 주변을 낮에 보았던 병사들과 같은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지키고 서 있는 바람에 멀리 수풀에 숨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둘은 짐보가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됐지만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둘은 하는 수 없이 아까 숨었던 나무 틈으로 돌아가 밤을 지새웠다.

이른 새벽. 둘은 목이 말라 나무 틈에서 나와 냇물을 찾아 숲을 걸었다. 다행이 근처에 평소 둘이 놀던 냇물이 있어 그곳에서 목을 축였지만 허기진 배는 어쩔 수 없었다. 둘은 먹을 것을 찾아 숲을 걸었다. 하지만 어린 아이 둘이서 숲 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는 힘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작은 나무열매를 찾을 수 있었고, 스텐은 그 열매로 조금이나마 배를 채울 수가 있었지만 소피는 스텐이 먹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텐이 자신만 먹는 게 미안해 소피에게 열매를 몇 개 주려고 했지만, 소피는 미안할 것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적개나마 스텐이 배를 채우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걸었지만 둘은 그만 길을 잃어 지금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숲을 헤매다가 밤이 되어 나무 밑에 앉아 서로를 기대어 잠을 청했다.

스텐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지만 소피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스텐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서 하늘을 보니 밤하늘은 한없이 맑았다. 물결이 흐르듯 반짝이는 은하수와 수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빛났고, 커다란 반달이 보였다. 또 다시.. 이렇게 되다니.. 소피는 밀려오는 서러움에 그대로 주저앉아 스텐이 깨지 않도록 소리 죽여 울었다.

곤히 자고 있는 스텐에 얼굴을 보니 소피는 더욱 눈물이 났다. 자신 때문에.. 스텐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짐보가 너무 그리워..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갑자기 수풀이 부스럭 소리가 났다. 소피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자고 있는 스텐에게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소피는 화들짝 놀라 늑대 앞을 가로 막고 늑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에 늑대는 으르렁 대면서 소피를 위협했지만 그래도 소피는 여전히 그 앞을 가로막고 늑대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자 결국에는 지래 겁먹고 꼬랑지를 내리고 도망쳐 버렸다. 늑대가 도망가자 소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피는 차라리 늑대 같은 맹수를 상대하는 게 편했다. 하지만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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