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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날 밤. 아이는 그대로 수풀 속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부스럭 소리에 놀라 아이는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다행이 부스럭 소리를 낸 것의 정체가 다행히 토끼인 것을 깨닫자 아이는 안도에 한숨을 쉬며 수풀 속에서 나왔다. 나오는 도중에도 가시에 찔려 아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밤이었고, 이젠 하늘을 가리던 구름이 모두 걷혀 보름달이 지상을 비췄고, 대낮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밝았다. 이제는 밤새와 밤벌레 우는 소리도 들려 더 이상 숲속은 고요하지 않았다. 소리를 내며 수풀에서 튀어나왔던 토끼는 풀이라도 뜯고 있는지 연신 입술을 꼼지락 되고 있었다.

아이는 그 모습이 여간 귀엽게 느껴져 작은 미소를 지여보았다. 그때 아이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여태 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먹는 것에 열중하던 토끼도 놀란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봤다. 아이는 왠지 창피해 얼굴을 붉혔지만 뱃속에선 다시 한 번 더 꼬르륵 소리가 났다.

토끼는 신기한 듯 아이를 계속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도리고 하던 식사를 제게 했다. 그런데 토끼를 바라보던 아이의 입속에서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인 침을 꿀꺽 삼킨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놀랐다. 아이는 고개를 저어가며 속으로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침은 계속 고여만 갔다. 그러다 토끼가 볼일을 다 마친 뒤 다시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자 아이는 저도 모르게 제 빨리 토끼에게 달려가더니 빠른 몸놀림으로 토끼를 붙잡았다.

놀란 토끼는 아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이는 고이는 군침을 꿀꺽 꿀꺽 삼켜가며 토끼를 바라보다가 입을 벌려 토끼의 목덜미를 물어 버렸다. 하지만 입속에 털만 가득해져 아이는 침을 뱉어가며 입속에 털을 뱉고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더니 다시 토끼의 목덜미를 물고는 입으로 토끼의 털을 뽑기 시작했다.

몇 번 반복하자 금세 토끼의 속살이 들어났고, 아이는 다시 한 번 군침을 삼키며 토끼의 목덜미를 향해 자신의 긴 송곳니로 찔렀다. 꽤 뚫린 토끼의 상처에서 비가 새어나오기 시작하자 아이는 쯥쯥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 토끼의 피를 빨아먹었다. 고통의 몸부림치던 토끼의 발버둥은 점점 힘을 잃어가더니 곳 멈춰버렸다.

새하얗던 토끼의 털은 목덜미부터 점점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어느새 숲속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오직 아이가 내는 쯥쯥 소리만 들려왔다. 한 참을 그렇게 토끼의 피를 빨아먹다가 잠시 잃었던 이성이 돌아왔고 아이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는 참을 수 없는 울음에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고, 들고 있던 토끼의 시체를 옆으로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풀밭에 엎드려 엉엉 울었다. 이제 숲속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렸고, 아이는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3



눈부심에 아이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어디선가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이는 고개를 돌리니 어제 아이가 죽인 토끼가 보였다. 토끼에는 개미든지 파리 같은 벌레들이 잔뜩 모여 열심히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아이는 가만히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토끼에게로 걸어가 토끼에게 달라붙어 있는 벌래들을 쫒아내고는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은 어젯밤 내린 비로 축축해져 있어 파기 편했고, 어느 정도에 구덩이가 생기자 아이는 토끼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는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 토끼를 눕히고는 흙으로 정성스럽게 묻어주었다.

토끼를 땅속에 묻은 뒤 아이는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숲 속을 걸었다. 얼마정도 걷자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는 목도 마르고 해서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냇물이 보였다. 냇물은 깨끗하고 잔잔하게 물이 흘러 거울처럼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아이는 물을 마시기 위해 냇물로 고개를 숙이다 냇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눈이 마주쳤다.

물 속 아이의 꼴이 말이 아니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머리는 부스스 하고 이마에는 커다란 상처가, 그리고 곳곳에 생채기.. 그리고 얼굴에는 흙과 굳은 피가 때가 돼서 더러워보였다. 그리고 아이는 물속의 비치는 자신의 긴 송곳니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두 개의 송곳니가 너무나도 흉측하게 보여 손가락으로 잡고 흔들어보기도 하고 뽑으려고 당겨보기도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한참을 송곳니와 씨름하다가 포기하고는 냇물로 세수를 했다. 차가운 물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는 물을 손으로 떠서 몇 모금 마신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없었지만 아이는 계속 걸었다.

어제 같은 일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피해해 숲으로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아이는 그렇게 쉬지 않고 계속 걸었고,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저물어 저녁노을이 하늘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아이의 뱃속에선 배고프다고 계속 위장이 꼬르륵 대며 난리였지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한정 되어 있었다. 그래서 뱃속에서 아무리 요동쳐도 무시하며 걸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양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무언인가에 홀린 듯 그 소리를 쫒아 걸었다. 곧 숲이 끝나고 넓은 평원이 보였고, 넓은 평원의 적은 무리의 양떼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무리와 떨어진 곳에서 혼자 뛰놀고 있는 새끼 양을 아이는 주시하고 있었다. 배고픔에 어느새 이성은 본능이 지배하고 있었고, 아이는 재빨리 새끼 양을 향해 달려들어 도망갈 틈도 주지 않고 새끼 양을 품에 안았다.

새끼 양은 자기 부모를 찾는지 서럽게 울어댔지만 아이는 주저하지 않고 새끼 양의 목덜미를 향해 자신의 송곳니를 들이댔다. 그런데 아이는 강한 충격을 받고 옆으로 쓰러졌고 잡고 있던 새끼 양을 놓쳐버렸다. 아이는 아픈 옆구리를 부여잡고 자신에게 충격을 가한 것을 바라보았다. 아마 어미 양인 듯 한 양 한 마리가 아이를 바라보며 서 있었고, 다시 한 번 들이 받으려고 하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에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자신처럼 나이가 어려보이는 남자 아이이긴 했지만 아이는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신까지 혼미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어떻게 서든지 도망치려고 온 힘을 다해 숲을 향해 몸을 돌렸지만, 아까 그 어미 양이 다시 한 번 아이를 들이받았고,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이는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계속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대로 눈을 감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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