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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학교의 비밀(1)

2008.12.18 23:4312.18

1.
근래 들어 시(市)내에 실종사건이 범발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범발이라는 단어도 사태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하루에 한명씩 꼬박꼬박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피해자들은 실종 전날 아무런 이상도 없이 잠자리에 든다. 그러면 그 다음날 자기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사건은 특이한 점을 띤다. 피해자가 실종되는 동기부터가 그렇다. 피해자는 동일 시내에 살고 있고, 밤중에는 혼자서 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생물학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면에서도 아무런 접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타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그런 식으로 실종되어야 할 일과 관련되어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현재 상태에서는 범인 혹은 범인들이 자기들끼리만 통용되는 목적에 근거해 무차별적으로 희생자를 선택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목적이건 수단이건 모든 것이 수수께끼이다.
거기에 덧붙여 희생자가 사라지는 방식과 그 뒤에 남은 잔재도 수사관들 사이에서 기묘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희생자들은 모두 자기 방에서 사라졌다. 수사관과 희생자의 가족들은 완강히 부인하고는 있지만 실종된 방이 밀실은 아니기 때문에 희생자 자신이 자기 발로 집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숨어 버렸다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실종되고 난 뒤의 방은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종류의 흔적이 있었다. 희생자가 사라지고 난 뒤의 방은 반드시 비린내 나는 물에 젖어 있거나 끈끈한 반투명 점액으로 덮여 있거나 기묘한 노란색 분으로 덮여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양상은 항상 3일을 주기로 번갈아 나타나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여태까지 없었다. 과학수사대에서 이 물질들을 가져가 조사해 보았더니 비린내 나는 물은 해수성 플랑크톤까지 포함되어 있는 명백한 바닷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바닷물이 방 안에까지 스며들었는지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두 물질들도 해석이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끈끈한 반투명 점액에서는 사람 머리카락의 성분이기도 한 알파카로틴이 검출되었지만 다른 성분들은 화학자들도 지구상에 알려지지 않은 원소의 흔적만을 시사 할뿐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성분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묘한 노란색 분은 국과수의 법의곤충학자에 의해 우연히 인시류의 분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관련 문헌을 아무리 뒤져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없이 따 보아도 이 분의 정확한 출처를 알 수는 없었다.
이 세 가지 미지의 물질 외에도 실종자의 방에서는 공통적으로 기묘한 도상학적 무늬가 발견되었다. 실종자의 방문 안쪽에서는 반드시 희생자의 피로 12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이 12망성은 그 크기가 꽤 크고 혈흔검사를 통해 동맥혈로 그려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람은 몸의 혈액이 반 이상 빠져나가면 죽는다. 혈액전문가는 이정도의 출혈이라면 희생자가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식을 유지하는 망양체 부분은 피를 7초만 굶기면 기능을 정지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연이은 실종들이 희생자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수사본부에서는 잠재적으로 이 사건을 미지의 종교단체에 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시켜도 이득을 볼 것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수사는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사건 자체가 일반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의 가능성을 품고 있어서 노출 시에 따를 불필요한 패닉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Mad Ha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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