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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마지막 공포

2020.04.11 17:3704.11

마지막 공포

 

 

 

 

 

 

“아버지, 어째서 나머지 전 인류를 죽이지 않죠?”

 

아르케르 총통은, 자신과 부인인 판테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장남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장남이 말을 이었다.

 

“우리 가족을 빼면 나머지 것들은 미래에 위협이 되고 시끄럽기만 하잖아요. 로봇 군단으로 모두 죽이자고요.”

 

아르케르는 은하연합의 병권을 쥐고 있는 총통이었다. 평소엔 별다른 일을 안 하는 아르케르는 병권만을 갖고 있었고 유사시엔 군인의 머리를 해킹해서 기계화시키고 모든 가정에 있는 로봇 포함 연합 내의 모든 로봇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은하연합 중앙 컴퓨터 통제권을 통해 위임받고 있었다. 즉 아르케르가 딴 생각을 품는 순간 은하연합의 모든 인류는 죽은 목숨이었다.

 

아르케르가 장남에게 말했다.

 

“아들아, 어찌 되었든 존재한다는 건 의심할 수 없지?”

 

“그렇죠.”

 

“그렇다면 결코 갈 수 없는 외계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 외계가 침공을 해온다면 모든 인류가 힘을 합쳐 대항해야 승률이 올라가지 않겠니? 경쟁과 협력은 다양성을 증진시켜 생존에 활력을 주니까.”

 

“그건 로봇 군단으로 방어할 수 있어요. 오히려 은하 안의 모든 자원을 우리 가족만을 위해 쓴다면 더 유리하죠.”

 

“우주 속에 나머지 의지는 모두 악덕과 무의미란다. 존재해야만 하는 것도 필요해야만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없기에 무의미하고,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든 나쁜 측면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악덕이란다. 고로 선의지 그 자체만이 선한 것이고 이는 우주에게 유일하지. 고로 선의지만이 자아실현 측면에서 추구할 가치가 있는 건데, 고로 절대자도 선의지를 중히 여길 가능성이 있겠지. 파스칼의 도박 논리는 알고 있지? 절대자가 있는데 안 믿으면 그 경우에만 손해라는 것이지. 이미 우리는 고대 신앙 속에 나오는 신 보다 강해서 블랙홀 발전소까지 갖고 있지만 절대자 보다 강할 수는 없단다. 마지막 공포란 불가지한 절대자가 어느 날 마음을 돌이켜 모든 세상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때 우리가 베팅할 수 있는 건 선의지뿐이란다.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 망하지 않도록 조심하되 남을 힘써 도우라’는 성경 말씀이 있는 건데 어떻게 나더러 날 존재하게 해준 인류와 모든 유산을 파괴하라는 거냐.”

 

“절대자가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분일 수도 있잖아요.”

 

“절대자가 악이라면 우리 죽음 이후는 파괴와 절멸로 점철되겠지. 그런 짓이라면 원자와 원자 사이 결합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란다. 절대자라면 세상에서 유일하게 선하고 매우 어려운 일인 모두에게 선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보다 자아실현이지 않겠니. 그렇기에 나도 독재하고 파괴할 수 있지만 은하연합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고.”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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