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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즈키의 의뢰



*본편 이전 

카르즈키는 아후라제국의 유력한 부동산업자였고 장군이었다. 카르즈키가 재개발하려는 곳에 한 건물이 알박기를 하고 있어서 골치였다. 그 건물은 고집불통이었다.

보통 건물은 노예 보다 낮은 계급이었지만 그 건물은 달랐다. 그 건물은 매우 강력한 아후라신족이었고 다만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기를 바라기에 건물이 된 거였다. 그 건물은 외부와 어떤 교류도 하지 않았다. 하찮은 뉴트리노의 피드백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자아는 순간적으로 물질 교류를 하지 않음으로서 순식간에 생멸하고자 하지 않았다. 즉 연기론에서 벗어난 매우 독특한 존재였다. 그는 박제된 채 모든 것을 초월해 영원무궁토록 멈춰 있기를 바랐고 이는 파라탐(Paratam, 초월적 빛)에 의해 뜻대로 이루어져 양자역학조차 그를 빗겨간 것만 같았다.

카르즈키는 아후라제국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보살이며 부처까지 여러 차례 불러 푸닥거리를 맡기려고도 했지만, 첫째 부처를 비롯한 그들 나한들에겐 명령을 듣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 있었고, 둘째로 그 건물이 막강해서 술수가 듣지 않았다.

강대한 대원무극천존(大元無極天尊) 카르즈키는 아후라제국(Ahura帝國) 최고위층 중 한 아후라신족(Ahura辰族)이었다. 그렇기에 카르즈키는 마음껏 힘을 과시하기로 작정했다. 비록 그 건물이 상대라 해도 말이다. 카르즈키가 알아 본 바로는 그 건물은 물리적으로는 건물이 맞았지만 신분상 건물은 아니라 귀족층에 속했다. 그랬기에 합법적인 수단은 수이 먹혀들지 않았다.

카르즈키는 아후라제국 동쪽 군단장 우주인간(宇宙因間) 운수천(運首天)을 찾아갔다. 카르즈키는 운수천이 속한 종족인 인신족(忍辰族) 관광객이 왔다가 못 된 장난을 쳐서, 그 건물에 치명상을 입혀 고정된 자아를 유지하는데 지장을 줘서, 건물이 떠나게 해 달라고 했다. 운수천이라면 강력한 극초인간(極超因間)을 많이 알 법해 의뢰한 것이었다. 운수천은 수이 승낙했고 또한 이것이 아후라신족 고위층과의 싸움을 인신족이 경험하게 하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운수천은 운씨 5의형제의 첫째였다. 운수천은 넷째인 구름인간(구름因間) 운극천(運極天)에게 재의뢰했다. 운수천은 아후라제국 관직에 있었지만, 운극천은 현재로선 인신국에서도 맡은 직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운극천은 즉시 수용했고 마음이 들떴다. 운극천이 한 극초인간을 호출했다. 그녀는 운극천의 팬클럽 대장이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싸움인간(싸움因間) 미라야! 네가 흠모하는 나랑 같이 건물 하나 부수러 가지 않을래? 아후라제국 건물이라고 했어.”

“좋아, 극천아!”

얼마못가 싸움인간 미라는 자신이 속한 힘 의남매 중 첫째인 힘인간(힘因間) 듀브리트와 함께 운극천 앞에 나타났다. 운극천의 세련되고 당당한 풍채도, 미라의 귀여우면서도 글래머러스한 모습도, 듀브리트의 근육이 강조된 억센 용모도 모두 아름다웠다. 귀 위에 우윳빛 뿔이 달린 이들 인신족은 송곳니도 사실은 날카로웠다.

좌표에 포탈을 열고 이들은 들어갔다. 탐욕에 가득 찬 아후라제국의 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의뢰 받은 건물은 파라탐의 방벽에 싸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확인을 통해 이들은 자신들이 제대로 찾아 왔음을 알았다. 싸움인간 미라가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리가 철거해야 하는 건물도 예쁘게는 생겼네.”

구름인간 운극천이 구름 언월도를 치켜들었다. 미라는 왼손엔 파라탐의 강격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갑을 끼고, 오른손엔 짧은 반월도를 들었다. 미라의 부채 꼴 귀걸이엔 파라탐을 반사하는 능력이 깃들었다. 듀브리트가 팔꿈치를 구부리자 팔꿈치에서 칼날이 생성되어 뻗어 나왔다. 이들 무기들은 파라탐을 다룰 수 있는 솜씨가 탁월해서 단독으로도 강력한 이들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들의 의지는 일단 파라탐을 빨아들였다. 괴우주(怪宇宙)에 있어서 신족과 신족은 파라탐 산업을 주로 활용하고 의지해서 초시공에서 산다는 점은 같았다. 다만 그들이 크툴루 괴신족(怪神族)으로부터 직접 나왔다면 신족(神族), 괴우주 생물이 진화해서 문명 6까지 올라간 자들의 후예면 신족(辰族)이었다. 파라탐을 흡수하고 또한 이를 팽창시키는 것이 곧 파라탐 산업이었고 이는 파라탐 문명들의 힘의 원천이었다. 파라탐을 직접 얻는 산업을 1차, 파라탐 가공을 2차, 파라탐 서비스 제공을 3차라 한다면 신족들의 산업에서 1차 산업이 압도적이고 2차 3차는 3차로 갈수록 비중이 크게 준다고 할 수 있었다.

운극천은 오랫동안 인신국 외교장관을 해왔고 얼마못가 또 맡게 될 처지답게 일단 논리로서 건물을 설복하려 했다. 건물은 카르즈키가 설득했지만 듣지 않았듯이 운극천 말도 듣지 않았다.

운극천, 미라, 듀브리트는 일제히 진을 짜서 건물을 가격했다. 건물의 방벽은 이들 강대한 극초인간들의 공격을 막기엔 허약했다. 건물은 곧 아후라신족의 일반적인 형상으로 오랜만에 되돌아왔다.

운극천이 그에게 말을 걸면서 서류를 내밀었다.

“이곳을 떠나시오. 우린 이 서류에 적힌 대로 용역 깡패요. 우리에게 의뢰한 자는 카르즈키이니 만약 따질 것이 있다면 그에게 따지시오. 우리 인신족은 아후라신족이 아후라신족 내부적으로는 금지하고 있는 일을 대신 해주는 일로도 오래 먹고 살았으니 이 점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요.”

건물이었던 그는 한탄했다.

“이미 변화되고 말았으니 이미 이 전의 난 죽은 거요. 이 세상은 변화하는 이상 공허하기만 하니 무엇에 마음을 맡길 수 있단 말이요.”

“그대 또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들에 애착을 갖고 개선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건물인 그가 떠났다.

카르즈키의 의뢰는 끝났다.


[201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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