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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하이로드 레스토랑

2008.12.31 01:2512.31

토비아스 사멧(Tobias Sammet)은 순간적으로 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배를 움켜쥔 사멧은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손은 금세 피로 흥건히 젖었다.
‘나도 결국은 이렇게 죽는 건가?’
다리에 힘이 풀린 사멧은 털썩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사멧의 양쪽으로 많은 병사들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총소리와 포탄 터지는 소리, 그리고 백병전을 펼치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울렸지만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사멧은 하늘을 바라봤다. 여전히 아무 것도 없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가느다란 별빛.
‘저 별은 어떤 별일까? 늘 궁금했는데…’
무릎을 꿇은 채로 겨우 버티던 사멧은 결국 앞으로 고꾸라졌다. 조금씩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인새니아 왕국력 157년 11월 17일,  토비아스 사멧은 18세의 나이로 블러드필드에서 전사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멧은 그날 무수히 죽어간 젊은이 중의 한명에 불과했으며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새니아(Insania) 왕국력 157년 3월 5일,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사멧은 평소와는 다른 기운을 느꼈다. 늘 반갑게 맞아주던 어머니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어머니는 대답대신 조용히 입대통지서를 내밀며 눈물을 흘리셨다. 입대통지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사멧도 잘 알고 있기에 조용히 받아들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감싸 안으며 사멧은 통지서를 살펴봤다. 입대일자는 4월 4일이었다. 입대까지는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걱정 마세요. 무사히 잘 다녀올게요. 지금 전쟁도 많이 소강상태잖아요. 곧 끝날 것이에요.”
“하지만 벌써 3년째 계속 되고 있잖니? 이웃집 벤도 작년에 입대했다가 결국 죽어서 돌아왔고. 아직 아무도 살아서 온 사람이 없잖니?”
조용히 흐느끼시던 어머니는 결국 아들의 품에서 오열했다. 어머니의 말이 틀리지 않기 때문에 사멧도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인새니아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잖아요. 그러니 저도 안 갈 수 없죠. 아버지도 지금 열심히 군에서 일하고 계신데 저도 이 나라를 지켜야죠.”
하지만 어떤 말로도 어머니를 달랠 수는 없었다. 사멧은 그저 조용히 어머니를 안아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인새니아 왕국은 3년 동안 이웃나라 알타리아(Altaria)와 지루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전쟁을 하는 명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두 나라 사이가 안 좋다거나 막대한 지하자원의 이권을 놓고 싸운다는 정도가 소문으로 돌 뿐이다.
전쟁이 장기화 되자 인새니아는 직업 군인 만으로는 병력의 열세를 느끼고 2년 전부터 징집을 시작했다. 만 18세가 되는 남자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징집을 당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제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군인들은 삶을 포기한 채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즉 입대통지서는 죽음의 통지서인 것이다.
물론 사멧도 그걸 모르진 않았다. 옆집에 살던 마음씨 좋은 착한 형이었던 벤 소토(Ben Soto)도 작년에 입대 했을 때 사멧이 어머니에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했었다.
“걱정 마. 난 살아서 돌아올 테니깐. 전쟁도 곧 끝날 거야. 이런 식으로 계속 전쟁을 하다가는 두 나라 모두 국력의 낭비가 너무 심하거든. 그러니 그만둘 수밖엔 없을 거야.”
하지만 소토는 지난달 죽어서 돌아왔다. 살아서는 도저히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다. 사멧의 아버지 티모 사멧(Timo Sammet)은 직업 군인이었다. 그는 인새니아 왕국의 하급 장교로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편지를 보내기 때문에 아직 무사하다는 것과 지금은 후방에 있어 안전한 편이지만 조만간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블러드필드(Blood Field)로 옮길 것 같다는 사실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마음이 심란한 사멧은 어머니를 방에 모셔드리고 다시 집을 나왔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토니 카코(Tony Kakko)를 찾아갔다.
카코는 사멧과 같은 학교, 같은 학급의 친구였다. 카코는 키도 크고 잘 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으며 성격도 좋았다. 운동을 잘해 학교를 대표해서 많은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사멧과는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온 둘도 없는 친구였다.
사멧이 찾아갔을 때 카코는 막 외출을 하려는 참이었다.
“토니, 무슨 약속 있어?”
“토비아스, 잘 왔어. 안 그래도 너한테 가려고 그랬어.”
그러면서 카코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사멧에게 내밀었다. 그건 입대통지서였다. 카코가 입대통지서를 내밀자 사멧도 조용히 자신의 입대통지서를 카코에게 보여줬다.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우리도 결국 군에 가게 되는 구나.”
“토니, 넌 입대일이 언제야?”
“4월 16일, 넌?”
“난 4월 4일이야. 이제 한달이면 우리도 헤어져야 하는 거네.”
“이런 현실이 너무 슬프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우린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을 거야.”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
“도대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언제쯤이나 끝나려고 그러는지.”
“국가방송에서는 계속 아군이 이기고 있어서 곧 전쟁이 끝날 거라고는 하는데…”
“설마 그걸 믿는 건 아니겠지? 그건 다 거짓말이야. 국가가 법을 만들어 모든 언론을 통합하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방송만 내보낸다는 건 꼬마들도 아는 사실이니까.”
“알아. 하지만 전쟁이 나고부터는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고 어떤 소식도 들을 수가 없잖아. 우린 철저하게 고립돼 있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국가방송이라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
평소엔 활발하고 말이 많은 사멧과 카코지만 이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카코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온 사멧은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막연히 군대를 가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입대통지서를 받게 되자 마음이 너무도 심란하고 착잡하기만 했다. 계속되는 전쟁, 누구도 살아서 돌아온다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어느덧 사멧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여자 친구인 키아라(Kiara)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기에도, 부족했던 학업에 매진하기에도, 그리고 가장 소중한 어머니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기에도 부족하기만 했다. 야속하게도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 결국 18세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시간은 그렇게 덧없이 지나갔다.
입대 당일, 아침 7시가 되자 군에서 나온 트럭이 사멧의 집에 도착했다. 이어 두 명의 헌병이 집안으로 들어와 사멧을 데리고 갔다. 트럭에는 이날 같이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미리 타 있었다.
사멧의 어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마지못해 아들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 길을 떠나야 하는 사멧의 마음은 납덩이처럼 무겁기만 했다.
사멧을 실은 트럭은 한 시간 가량을 달려 시 외곽에 있는 한 군부대에 도착했다. 트럭들이 속속 군부대 안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족히 30대는 넘어보였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을 떠나 어머니와 헤어진 아쉬움, 여자 친구인 키아라와 마지막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안타까움, 다시는 살아서 집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잠시 제쳐 놔야만 했다.
이날 징집된 인원은 대략 500여명쯤 돼보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군부대에서 모두 이렇게 징집을 했다면 도대체 하루에 징집을 당하는 젊은이들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사멧을 비롯한 징집대상자들은 휴식도 없이 징집된 날부터 바로 군복을 지급받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인 알타리아와의 전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 힘들고 불행한 전쟁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4주간의 군사훈련을 거친 후 바로 실전에 투입될 것이다. 제군들의 건투를 빈다.”
훈련을 시작하기 전 막 징집된 신병들의 정신개조를 위한 대대장의 연설은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닐까 하는 신병들의 일말의 희망을 차가운 현실로 되돌려 놓기에 충분했다.
사멧은 제3내무반에 배정받았다. 같이 배정받은 사람들은 대략 25명 정도였다. 다들 사멧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총과 칼을 들고 싸우기 보단 엄마 품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게 더 어울리는 나이들이었다.
“넌 이름이 뭐야?”
사멧은 누군가 자기에게 말을 걸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사멧과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서 있었다. 금발이 멋진, 하지만 왠지 시니컬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난 토비아스 사멧이라고 해. 18살이야.”
“그렇구나. 난 리카르드 앤더슨(Richard Andersson). 그냥 리카르드라고 불러. 나이는 너랑 동갑이야.”
“어쨌든 반갑네. 아무리 둘러봐도 아는 사람이 안보여서 좀 불안했는데 말이야.”
“뭐 앞으로 얼마나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지.”
앤더슨은 그렇게 말하더니 큰 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앤더슨의 마지막에 말에 사멧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래. 이젠 정말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지.’
이런 사멧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앤더슨은 사멧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걱정 마. 생각보다 쉽게 죽진 않으니깐. 소문을 들어보니깐 전쟁 중이라고해도 후방지역은 거의 전투가 없나봐. 사망자도 거의 없고 말이야. 전투는 국경지대인 블러드필드에서만 주로 벌어지는 것 같아. 때문에 그쪽으로 배정받지만 않으면 죽지는 않을 거야.”
“그래? 그런데 어째서 블러드필드에서만 그렇게 전투가 치열한 거지?”
“글쎄, 그건 나도 몰라. 다만 그곳에서의 밀고 당기는 접전을 지금까지 무려 3년간 해온 셈이야. 최대의 전투지역이지. 다른 곳에서의 전투는 거의 없으니깐 안심해. 이젠 운이 좋기를 빌어야지.” “그 말은 블러드필드를 점령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닌가봐. 아무튼 지금까지 나온 사망자의 대부분은 블러드필드에서 나왔어.”
순간 사멧은 아버지가 곧 블러드필드 지역으로 배정받을 것이라는 편지 내용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큰일이네. 우리 아버지가 곧 블러드필드 쪽으로 전출가신다고 했거든.”
“아버지도 군인이시구나. 좀 걱정인걸. 하지만 장교들 사망률은 좀 낮으니깐 일단 너무 걱정하지는 마.”
군사훈련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구보와 함께 체조와 사격, 총검술 및 유격 등을 매일 번갈아 했다. 그동안 운동으로 체력을 길러 와서인지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과는 달리 사멧은 견딜 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어느덧 군대라는 곳도 차츰 적응이 되어갔다.
사멧이 이곳에 온지도 어느 덧 보름 가까이 흘렀다. 문든 생각해보니 오늘은 16일이었다.
‘오늘 토니도 입대를 하겠구나. 이왕이면 우리 부대로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나 사멧이 있는 부대로 더 이상 신병들이 오진 않았다. 하지만 사멧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츰 군대에 적응이 되어 가는데 다시 카코를 보게 되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4주간의 군사훈련도 거의 마무리 돼갈 무렵의 어느 날 이었다. 앤더슨이 급박하게 사멧을 찾았다. “토비아스, 그거 알아? 우리들 중 반 이상이 블러드필드로 배정 될 거래.”
“뭐? 누가 그런 말을 해?”
“훈련장교들이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됐어. 훈련생 550명 중 350명 이상이 블러드필드로 가게 되나봐. 그만큼 그쪽 전황이 안 좋대.”
“우리 같은 신병이 가봐야 무슨 도움이 된다고. 가봐야 총알받이로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만큼 이 전쟁이 우리나라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거지.”
사멧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157년 5월 3일, 4주간의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은 처음 이곳으로 올 때 타고 왔던 트럭에 다시 올라탔다. 트럭 안에서 사멧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옆자리에 앉은 앤더슨도 말없이 자신의 총부리만 주시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앤더슨의 말처럼 350여명의 신병들이 블러드필드로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중엔 운 나쁘게도 앤더슨과 사멧도 포함되었다. 후방에서 근무하게 되는 다른 신병들은 아쉬운 마음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전방으로 향하는 전우들을 환송했다.
트럭은 심하게 흔들렸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았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트럭안의 공기는 무겁기만 했다. 이윽고 긴 침묵을 깨고 트럭에 동승한 훈련장교가 입을 열었다.
“오늘 너희들이 배치되는 곳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블러드필드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만 사수하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부디 잘 싸워주길 바란다. 그리고 꼭 살아남길 바란다.”
훈련장교의 말에 아무도 대꾸 하지 않았다. 하지만 훈련장교도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답을 강요하진 않았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사멧을 비롯한 350여명의 병사들은 한참을 달려서 결국 블러드필드 지역에 도착했다. 블러드필드는 분위기부터 후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멀리서 총소리와 포탄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고 부상자들이 끊임없이 실려 왔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말 그대로 이곳이 전투지역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멧은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350여명의 병사들은 곧 신속히 부대를 재편성 받아 각각의 부대로 흩어졌다. 다행히 사멧은 앤더슨과 같은 부대로 배속됐다.
블러드필드에서의 전투는 생각보다 더 격렬하고 처절했다. 매일 수십, 수백 명의 병사들이 죽어나갔고 그 몇 배 이상 되는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사멧과 앤더슨도 그동안 무수한 전투를 치르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둘의 정신은 점점 황폐화되어 갔다. 살짝만 건드려도 끊어질 듯한 실처럼 긴장감을 유지하며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와 싸운 결과였다. 점차 말도 적어져서 동료병사들과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면 못 볼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느덧 사멧과 앤더슨이 블러드필드로 배정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블러드필드는 참 묘한 곳이었다. 인새니아와 알타리아 국경지대인 그곳은 1km 정도의 국경을 중심으로 양쪽 진영으로 약 1km정도 되는 넓이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형요건이 너무나 절묘했다. 어느 한쪽에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으며 전투를 하기 좋은 다양한 지형지물이 있었다. 때문에 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늘 일진일퇴의 교착상태만 지속됐다. 블러드필드를 점령하는 것이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블러드필드에서의 전황은 늘 똑같았다.
더 이상한 것은 놀랍도록 균형 잡힌 지형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보초를 서던 사멧은 문득 옆에서 졸고 있던 앤더슨에게 말했다.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또 블러드필드 지형 얘기하는 거야?”
“아니, 그거 말고.”
“또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여긴 비가 안와.”
분명 그랬다. 인새니아는 그다지 강우량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맘 때 쯤 이라면 한 두 번은 비가 내려야 했다.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어?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하네.”
“하늘도 너무 어두워. 대낮에도 그리 밝지 못하고 밤엔 별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잖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기도 하잖아.”
“그야 그렇지만......”
사실 사멧도 지금까지 느낀 것이 약간의 위화감은 줄지언정 특별히 이상한 것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그나저나 이 전쟁은 언제쯤 끝나려나. 집에 가고 싶은데.
“아, 그 얘기 들었어? 잘하면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앤더슨의 말에 순간 사멧은 귀가 솔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무조건 제대불가 방침이었는데 생각보다 전쟁이 길어져서 3년간 복무하면 제대시켜준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
“그거 확실한 거야?”
“글쎄,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얘기는 아닌데, 거의 확실한가봐. 병사들 사이에서는 꽤 많이 돌고 있는 얘기야.”
만약 앤더슨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시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집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다시 어머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왔던 사멧이었지만 앤더슨의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제발 사실이었으면, 사실이라면 절대 죽을 수 없어.’
옆에서 다시 졸기 시작한 앤더슨과 달리 사멧은 마음속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사멧과 앤더슨이 속한 왕립 13군은 그동안 40여 차례 이상 블러드필드 전투에 참가하면서 병력의 2/3이상을 잃게 됐다. 부대원을 너무 많이 잃은 13군은 단독으로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자 바로 14군과 통합이 되었다.
사멧은 14군 3중대로 새로 배속됐다. 그런데 사멧은 3중대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사멧의 아버지 티모였기 때문이다.
사멧은 험난한 전쟁터에서 다시 아버지를 볼 수 있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꿈이 아니었다. 부자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는 잘 계시냐?”
“네, 많이 슬퍼하시긴 했지만 건강하세요.”
“그렇구나. 이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아버지가 보시기엔 언제까지 계속 될 것 같으세요?”
“글쎄다. 블러드필드만 점령하면 될 것 같은데, 쉽지가 않구나. 그나저나 다시 보니 정말 좋구나.” “저도요.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하나님은 정말 계신가보다. 우리 부자를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다니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 3년만 복무하면 제대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거 사실이에요?”
“상부에서 그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더구나.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단다. 그러니 꼭 살아남아야 한다.”
“네 알겠어요.”
대답을 마친 사멧은 다시 한 번 아버지를 끌어안고 포옹을 했다.

왕국력 157년 8월 15일, 블러드필드에서의 전투는 늘 치열했지만 이날은 그 이상이었다. 오전 6시 부터 시작된 전투는 저녁 11시를 넘길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양측의 모든 병사들이 지쳐갈 무렵 블러드필드 왼쪽 진영에서 드디어 인새니아군이 알타리아군의 방어선을 깨뜨렸다.
그러자 인새니아군은 병력의 반 이상을 왼쪽진영에 집중시키고 총공격을 감행했다. 알타리아군도 병력을 집중시켜 방어선 재구축에 나섰지만 한번 뚫린 방어선은 속수무책이었다. 알타리아군은 조금씩 계속 뒤로 밀렸고 급기야 인새니아군은 그런 알타리아군을 빙 둘러 쌈을 싸는 듯한 진영이 갖췄다. 이 상태로 한 번만 밀고 들어가면 블러드필드를 점령할 수 있었다.
왼쪽진영에서 알타리아군의 방어선을 뚫은 부대는 사멧과 앤더슨이 속한 왕립 14군이었다. 이들은 격렬한 전투로 많은 전우들이 죽어나가는 것도 개의치 않고 계속 전진해 결국 방어선을 뚫은 것이다. 이는 전쟁 개시 이후 가장 큰 전과였다.
블러드필드에서의 전투는 잠시 교착상태에 들어갔다. 이미 승기를 잡은 인새니아군으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전열을 재정비하고 총공격을 가해 궁지에 몰려있는 알타리아군을 전멸시키기만 하면 됐다. 인새니아군들은 기뻐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사멧과 앤더슨도 이제 잘하면 전쟁도 곧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번 전투에서 사멧과 앤더슨은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앞장서서 싸웠다.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열을 재정비한 인새니아군은 최고사령부의 총공격 명령만 기다렸다. 이제 한순간이면 블러드필드는 인새니아군이 점령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최고사령부에서의 총공격 명령은 좀처럼 하달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걸.’
제2선에서 정보수집 근무를 하던 사멧은 아버지를 찾아 가기로 했다. 최고사령부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중대장실로 가던 사멧은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깜깜하기만 했던 하늘에 불빛이 하나 보였다.
‘어? 별이 보이네.’
하지만 그건 별빛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했다. 위아래로 약간은 길게 늘어진 별빛이었기 때문이다. 사멧이 보기에 그 것은 인공적인 빛 같았다.
‘이상하네. 전엔 못 보던 별빛인데, 뭘까?’
지금까지 밤하늘에서 못 보던 별빛이긴 했지만 지금에서 보인다고해서 특별히 이상할 건 없었다. 사멧은 그저 그동안 자신이 무신경해서 저 별빛을 놓쳤거니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승리를 눈앞에서 둬서 인지 그 별빛이 희망의 불빛처럼 보였다.
‘그래, 저 별이 날 희망으로 인도해주겠지.’
중대장실을 찾은 사멧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최고사령부에 대해 물었다.
“아버지, 최고사령부에서 아무 명령도 없네요. 어떻게 된 거에요?”
하지만 아버지는 사멧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사멧은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아직 별다른 명령이 없어요?”
“명령은 좀 전에 떨어졌다.”
“어? 그런데 왜 공격하지 않는 거죠?”
“공격명령이 아니다. 철수하라는 명령이다.”
순간적으로 사멧은 잘못 들었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분명히 철수라고 말했다.
“아니, 승리가 목전인데 왜 철수하라는 거죠?”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령이니 따르는 수밖에.”
“이건 말도 안돼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따르다니. 그냥 공격하게 해주세요.”
“안 된다. 난 군인이다. 군인에게 불복종은 있을 수 없다. 너도 내 아들이기 이전에 군인이고 내 부하다. 공격은 없다. 철수다.”
사멧은 아찔함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철수하라는 것인가? 중대장실을 나온 사멧은 하늘을 바라봤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젠 전쟁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승리를 눈앞에 두고 부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이 전쟁에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해.’
사멧은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분한 마음은 곧 슬픔으로 변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여전히 하늘에서는 알 수 없는 별빛만이 유일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157년 11월 17일, 이날도 블러드필드에서는 무의미한, 하지만 치열하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양측은 서로 팽팽하게 공방을 주고받았으나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양측 모두 전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전투 개시 6시간이 흐른 뒤 왕립 14군과 17군이 막고 있는 진영이 무너지면서 인새니아군과 알타리아군이 서로 뒤엉켜 버렸다.
이윽고 처절한 백병전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넘쳐흘렀다. 총칼이 난무하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면서 병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사멧은 백병전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섣불리 적을 향해 칼을 내뻗지 못했다. 사멧은 옆에 있던 앤더슨이 칼에 찔려 쓰러지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총칼을 휘둘러 적을 쓰러뜨린 다음 급히 앤더슨을 부등 켜 안았다. 하지만 이미 앤더슨은 숨이 끊긴 뒤였다.
“으아아아!”
친구를 잃은 슬픔에 사멧은 오열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사멧은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불규칙적으로, 그러나 매우 위협적으로 칼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사멧의 칼에 많은 적들이 쓰러졌지만 그만큼 사멧도 몸 이곳저곳을 다쳤다.
사멧은 피곤함과 고통으로 주저앉았다. 잠시라도 쉬고 싶었지만 밀려드는 적군은 끝이 없었다.
“이얏!”
순간적으로 사멧의 앞에 나타난 적군 병사가 칼을 내리치려고 하자 사멧은 본능적으로 피하고 칼을 그 적군의 옆구리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러자 그 적군은 짧은 비명소리만 토해낸 채 바로 숨을 거뒀다.
다시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사멧은 그 적군의 얼굴이 왠지 낯익어 보였다. 피곤함과 긴장감, 그리고 온갖 진흙과 때로 더렵혀진 얼굴이어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지만 그 얼굴은 분명 아는 얼굴이었다.
“토니!”
그는 분명 토니 카코였다. 인새니아군으로 징집된 그가 왜 알타리아군에서 싸우고 있는지는 생각도 못한 채 그저 자신이 친구를 죽였다는 생각에 그의 시체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으아아!”
사멧은 벌떡 일어나 절규했다. 전쟁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사멧은 정신상태는 결국 폭주했다. 총을 든 채 울부짖으며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토비아스 사멧은 순간적으로 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배를 움켜쥔 사멧은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손은 금세 피로 흥건히 젖었다.
‘나도 결국은 이렇게 죽는 건가?’
다리에 힘이 풀린 사멧은 털썩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사멧의 양쪽으로 많은 병사들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총소리와 포탄 터지는 소리, 그리고 백병전을 펼치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귀청을 따갑게 울렸지만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사멧은 하늘을 바라봤다. 여전히 아무 것도 없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가느다란 별빛.
‘저 별은 어떤 별일까? 늘 궁금했는데…’
무릎을 꿇은 채로 겨우 버티던 사멧은 결국 앞으로 고꾸라졌다. 조금씩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됐다.
인새니아 왕국력 157년 11월 17일,  토비아스 사멧은 18세의 나이로 블러드필드에서 전사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멧은 그날 무수히 죽어간 젊은이 중의 한명에 불과했으며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이로드(Highlord) 안은 매우 붐볐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로드는 최고급 레스토랑이었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식사가 가능한 이곳은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식의 맛도 무척 좋았다. 그러나 외국인만 받는 이곳은 무엇보다 좋은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서 많은 손님들이 찾았다.
고급 가구와 크리스털로 치장한 샹들리에 등 인테리어를 모두 최고급으로 꾸몄으며 부채꼴의 호처럼 둥글게 생긴 한쪽 벽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유리는 모두 특수 방탄유리이며 유리위에는 특수필름이 덧붙여 있었다.
반듯하게 머리를 넘기고 멋있는 콧수염을 기른 웨이터 앙드레 마토스(Andre Matos)는 메인요리를 들고 요리를 주문한 고객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리곤 익숙한 솜씨로 요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와인이 떨어진 손님의 잔에 다시 와인을 따랐다.
“앙드레, 오늘은 음식이 더욱 맛있는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손님께서 잊지 않고 이렇게 자주 찾아주셔서 저희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게 하이로드는 음식도 맛있고 친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오늘은 어땠습니까?”
“오늘은 특히 최고였어요. 하이로드를 몇 번이나 와봤지만 병사들끼리 백병전을 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군요.”
“네, 사실은 저희도 처음 보는 장면이랍니다.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셔서 다행이군요.”
“병사들이 매일같이 싸우나요?”
웨이터와 나이가 지긋한 여자의 대화에 한 젊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아직 20살이 채 안됐을 것 같은 외모였다.
“오, 미하일. 그러고 보니 미하일은 여기가 처음이구나. 웨이터, 오늘 미하일의 18번째 생일을 맞아 이곳에 오게 됐는데 미하일에게 이곳 하이로드에 대해 자세한 설명 좀 해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미하일 키스케(Michael Kiske) 도련님, 하이로드는 인새니아와 알타리아가 공동으로 투자해서 만든 외국인 전용 최고급 대형 레스토랑입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양국은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중이었지요. 외화보유량에 문제가 생기자 외화를 유치할 방법으로 하이로드를 생각했는데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서 식사를 하면서 전투를 관람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게 된 것이죠.”
웨이터 마토스의 설명에 그제 서야 알겠다는 듯이 미하일 키스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전쟁 중인 병사들은 이곳을 볼 수 없나요?”
“유리에 모두 특수 필름을 입혀서 이곳에서는 잘 보이지만 전투지역에서는 이곳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식당이 전투지역보다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더욱 보기 힘들죠. 하이로드는 블러드필드라는 가공의 전투지역 위에 만들어졌습니다. 블러드필드는 저희가 전투를 하기 좋게 임의로 만든 지형입니다. 일종의 스튜디오인 셈이죠.”
“저기 필름이 조금 찢어졌는데요?”
키스케가 손을 가리킨 곳은 정말로 특수필름이 상하로 약간 길게 찢어져 있었다.
“저러면 불빛이 새나갈 것 같은데, 괜찮아요?”
“아 미처 몰랐군요. 곧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투를 계속해도 괜찮나요? 모두 죽어버리는 것 아닌가요?”
“그건 괜찮습니다. 처음 양국도 이 식당을 일 년간만 한시적으로 운영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외화유입 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현재는 식당영업을 무기한 연장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징집을 시작했죠. 그래서 아직까지 병사들은 여유가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 알타리아군이 조금 부족해진 적은 있습니다. 그때는 인새니아에서 징집한 병사들을 알타리아로 데려가 훈련시키고 그곳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면 눈치 챌 것 같은데.”
“아, 인새니아에서 징집한 병사들로만 부대를 편성했고 다른 알타리아군과는 격리시켰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인새니아군인줄 알았으며 또 알타리아군과 싸우고 있다고 믿었겠죠. 그나저나 오늘 음식은 어땠습니까? 미하일 도련님.”
“아주 맛있었어요.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장황한 설명을 마친 웨이터가 돌아가고 키스케는 다시 부모님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 간간히 고개를 돌려 창밖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바라봤다.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쓰러졌다. 키스케는 이런 처절한 전투를 안전한 곳에서 식사를 하며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전투를 바라보던 키스케의 눈에 쓰러져 죽은 한 병사가 들어왔다. 키스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병사는 이미 죽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시선은 이쪽을 보고 있었다. 키스케는 그 병사의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 천천히 음식을 입에 가져가기 시작했다.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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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퓨탄 08.12.31 05:12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결말이 재미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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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02 10:19 댓글 수정 삭제
    댓글이 달릴거라 생각을 못해서~~ 이제야 봤네요. 죄송합니다^^ 한참 부족한 글을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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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 09.01.02 17:18 댓글 수정 삭제
    생각치 못한 반전이네요. 글이 짧아서 빨리빨리 읽어봤는데, 잼나는 소설이네요. 음 약간 배경설명이 좀더 친절했으면 좋을것 같네요. 제 머리로는 상상하기가 좀 힘듭니다. 다음에도 좋은 내용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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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03 02:35 댓글 수정 삭제
    음 당황스럽게 댓글이 또 달렸네요^^ 재미있다고 하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배경설명은...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겠죠.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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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복솔 09.01.03 03:15 댓글 수정 삭제
    처음에 식당풍경이 나왔을 때는 인육식당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매우 반전이 신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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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04 00:59 댓글 수정 삭제
    반전이 신선하다는 칭찬(맞죠?^^)의 댓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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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이 대단 한대요 처음엔 가상 현실로 계속 보여주는 줄로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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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05 14:02 댓글 수정 삭제
    대단할거 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칭찬 감사합니다. 기분은 좋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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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은하철도999에 나온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거군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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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07 16:07 댓글 수정 삭제
    은하철도 999에 이런 내용이 있나요? 한번 에피소드를 찾아서 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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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복솔 09.01.09 23:04 댓글 수정 삭제
    당연히 칭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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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13 11:27 댓글 수정 삭제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배가 고픈걸 보니 슬슬 점심시간이네요. 즐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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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옴 09.01.15 15:46 댓글 수정 삭제
    정말 뜻 밖의 반전이군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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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 09.01.18 15:32 댓글 수정 삭제
    오랜만에 다시 들어와보니 다옴님이 또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재미있게 보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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